16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선거방침을 비판한다 12월 13일(화) 열린 민주노총 16차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는 내년 총선에서 선거방침을 적용할 진보정당에 통합진보당을 포함시켰다. 논란 끝에 총선 방침을 적용할 ‘진보정당은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으로 [승인]하고 중집 성원 중 일부 이에 대한 이견이 있었음을 확인 한다’고 정리했다. 또 민주노총은 총선 방침으로 △1선거구 1후보 출마(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반MB 반FTA 1:1구도 형성(야권연대)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세액공제, 당원확대 적극 참여 등을 승인했다. [%=사진1%]이날 확정된 선거방침은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다'는 민주노총 안팎의 문제제기가 대대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을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으로 공식 승인함과 동시에,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관행화된 ‘반MB 야권연대’를 2012년 총선 선거방침으로 또다시 결의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집행부는 다가올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정치방침을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로 승계하는 방안을 상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방침이 그동안 민주노총이 추진해온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칙과 내용을 스스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를 표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라는 대단히 이질적이고 때로 모순적인 이념과 역사를 갖는 정치세력들이 통합한 정파연합당이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모토로 창당한 민주노동당과 ‘노무현의 삶과 참여정부 계승’을 목표로 창당한 국민참여당, ‘비국민참여당 진보대통합’을 주장하다 끝내 진보신당을 탈당한 새진보통합연대가 이념과 역사의 차이를 무시하고 불과 수개월 만에 합당한 것은 진보정치-노동자정치의 진전이 아니라 역행임이 분명하다. 2008년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 당권을 장악한 민족해방(NL) 계열은 ‘자주적 민주정부론’과 ‘진보·개혁 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을 한 단계 발전시켜 집권으로 상징되는 주류화 전략을 전면화하였다. 그 결과 2010년부터 반MB 선거연합 전술을 공식화하고, 2011년에는 당 강령을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로 교체하였다. ‘친노의 적통’을 자처하던 국민참여당은 취약한 조직세를 만회하여 범야권 내에서 민주당의 대항마로 부상하기 위해 이념·노선을 대폭 우경화한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추진했다.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안이 부결되자 총선에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새진보통합연대는 결국 당을 탈당하여 자신이 그토록 비판하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합의했다. 당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안이 부결된 바 있던 민주노동당은 새진보통합연대의 합류로 손쉽게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성하고 있으므로 진보정당 통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전에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을 검토하면서 “재벌해체,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시민들의 보편적 정서와 상충하는 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노동정책을 앞세우고 이에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두어 노동자정당, 노동조합의 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평가하였다. 또 “파견제 철폐, 지역자립형 경제, 종속적 한미동맹체제 등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 정책이 적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3자의 통합 합의서에는 5·31 연석회의 합의사항 중 ‘자본주의의 한계와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사회를 건설한다’는 내용조차 반영되지 못했다. 무릇 진보정당이라고 할 때 응당 포함되어야 할 반신자유주의 또는 반자본주의적 지향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으로 말미암아 대거 후퇴하거나 제외된 것이다. 이에 따라 11일 창당 출범식에서 통합진보당은 5대 비전으로 △나라의 주권 확립 △복지국가 건설 △한반도 평화와 통일 지향 △녹색생태 사회 건설 △한국정치 개혁 등 대단히 절충적이고 모호한 내용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를 체결하고 비정규직법을 개악하고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필수공익사업장 파업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을 만든 국민참여당이 참가한 통합진보당을 노동자정당-진보정당이라 인정할 수 없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전적으로 타당하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전망을 상실한 3자통합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라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활동가들의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민주노총 야권연대 선거 방침의 문제점 민주노총 총선 방침은 ‘진보정당의 약진과 진보민주세력의 집권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정세 인식 하에 의회권력 교체(여소야대)와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핵심적 노동의제인 최저임금·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법 전면 재개정 그리고 전 민중적 과제인 민중생존권 쟁취 및 한미 FTA 폐기, 사회공공성 강화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19대 국회가 강력한 야권연대로 맺어진 ‘정책협약’을 실현할 국회의원들로 과반수 이상이 채워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방침은 원칙적, 현실적 측면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지금 제출된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은 단기 성과와 실리에 매몰되어 노동자 정치세력화 본연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을 당면 목표로 설정하게 되면 ‘민주통합정당’(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의 통합정당)과의 선거연합은 필수사항이 된다. 다시 말해서 민주노총은 '노동 의제 전면화'(목표)를 위해 '과반의석 확보'(정치적 수단)를 제시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이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수단은 목표를 희석 또는 변질시키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수립된 민주노총 선거방침, 즉 ‘야권 단일화 후보는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한다’는 방침이 지닌 문제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기 성과와 실리에 매몰된 선거방침이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이를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정치방침을 역으로 규정하여, 일순간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직간접적 지지를 정당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현실적 차원에서도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급 산별연맹/노조의 2012년 사업계획이 총대선 대응에 매몰되고, 특히 선거방침이 야권연대에 일방적으로 의존한다는 문제가 있다. 총대선에서 의회권력과 정권을 교체하면 노동자 투쟁의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소야대와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민주노총의 주체적 계획이나 준비 없이 핵심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더욱이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노총이 설정한 핵심 의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지극히 불투명하다. 단적으로 한미 FTA 체결을 주도했고 국회비준을 방조한 뒤 곧이어 등원을 결정한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볼 때, 설령 여소야대와 정권교체가 실현된다한들 이들이 한미 FTA를 폐기할리는 만무하다. 한미 FTA로 대표되는 수출-재벌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 다시 말해서 수출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살인적인 저임금-노동유연화 정책을 추진해온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 이전 집권세력의 책임을 묻지 않고 총선에서 ‘반MB-반FTA 야권연대’를 한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노조법 재개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상반기 민주노총이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염두에 두고 꾸린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에서 민주당은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최근 ‘파견전임자 임금을 지원받기 위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한국노총이 ‘민주통합정당’에 합류하기로 한 것도 노조법 투쟁 전선의 교란 요소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 사안에서 민주당이 제시하는 방안이란 것도 실상은 노동유연화를 전제한 상황에서 일부 부작용과 문제점을 보완하는 ‘유연안전성’이라고 봐야 한다. 투쟁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리바이로 삼거나, 또는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식의 안이한 정세인식으로는 결코 민주노총의 핵심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무엇보다 2012년 다시 세계를 엄습하고 있는 경제위기 정세를 감안할 때 ‘개혁 의제’의 폭이 제약되는 것은 물론, 이것이 역으로 노동자들에게 양보교섭과 사회적 합의를 종용하는 굴레로 작용할 위험마저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은 아무런 원칙도 근거도 없는 ‘반MB 야권연대’가 아니라 민중운동의 정치적·조직적 역량을 강화하고 실질적 투쟁 계획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미 FTA 폐기, 노동법 전면 재개정,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노동유연화 정책에 반대하는 분명한 기조와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2012년 총대선 승리는 노동자들의 인적·물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며 민주노총의 요구도 2012년 총대선 승리 없이는 어렵다’는 논리로 ‘민주노총 10만 당원시대 개척 및 100억 세액공제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는 본말이 뒤집힌 방침이 될 뿐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반대한다 다가올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집행부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으로 자연스럽게 승계하는 방안을 상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월 29일에 열린 15차 중집에서 집행부는 ‘장기적인 정치방침(배타적 지지)은 내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심의하여 의결하고, 총선 선거방침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하여 결정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선거방침과 정치방침을 분리 논의한 것은 12월 13일부터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므로 정치방침이 결정되기 전까지 진보정당에 적용할 임시적인 총선 선거방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정치방침으로 △민주노총은 (가칭)3자통합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민주노총은 유효한 진보정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정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 3가지 방안은 문구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모두가 12월 초 신설될 예정이던 통합진보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것을 뜻하기에 동일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통해 이념과 노선을 대폭 우경화한 통합진보당을 배타적 지지 정당으로 삼는 것은 장차 민주노총 스스로의 정치적·조직적 기초를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민주노동당 자신은 물론 이들로 표상되던 민중운동 주류의 대대적인 노선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즉, (신)자유주의 세력과 이념적·조직적으로 분별 정립하려던 진보정당 및 정치세력화 운동의 쇠퇴를 상징하는 극적인 계기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민주노총 내부의 극심한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당장 15차 중집에서 공공운수노조 등 6개 산별연맹/노조 위원장과 여러 지역본부장들, 심지어 현 집행부의 수석부위원장도 집행부 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의사를 표명한 이후 이에 반대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민주노총 내부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이를 무시하고 원안을 관철하려 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지금 당장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발본적 평가를 통해 노동자운동의 대의와 요구, 계급적 단결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치방침을 수립해야 한다. 가령 ‘신자유주의 세력이 아닌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대의에 복무할 수 있는 제 정치세력을 지지하되,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의 상대적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구체적 선거방침은 조직의 결정에 따른다’는 정도의 방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1000인 선언과 선언자대회를 대대적으로 조직하자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 첫째,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둘째,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야권연대’ 선거방침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셋째,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12일 발의된 ‘3자통합당에 대한 입장과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를 위한 민주노총 각급조직 전현직 간부 및 현장활동가 1천인 선언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하며, 이후 노동자 정치의 원칙과 민주노총 정치방침의 재정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미FTA를 폐기하기 위한 실질적인 투쟁을 위하여 모두가 “비준무효! 명박퇴진!” 분노의 한주가 지났다. 1만 여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매일저녁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짓밟은 정권을 향한 분노의 함성이었다. 오늘도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목 놓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한미FTA 반대 투쟁의 명확한 정치적 목표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비준무효, 명박퇴진”은 살아있는 정치적 목표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 날치기 비준 무효투쟁은 어떻게 한미FTA를 폐기하기 위한 실질적인 투쟁이 되어야 하는가? [%=사진1%] ‘날치기 무효’는 선거용 호재가 아니라, 한미FTA 폐기로 가는 분노의 외침이다! 거리에서는 “비준무효, 명박퇴진”이 대세지만, 현실 가능한 정치적 목표는 총선심판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촛불집회만으로는 한미FTA를 폐기하기 어려우니,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표로 심판하자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의 다수 또한 <반한나라당 정권교체 후 폐기론>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작금의 날치기 무효 촛불집회는 때 이른 총선 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경찰의 집회금지 원천봉쇄를 피한다는 명분까지 더해져서, 촛불집회는 형식적으로도 ‘야5당 정당 연설회’, ‘야당 국회의원 연설회’가 되었다. 반면 이제까지 한미FTA투쟁을 이끌어왔던 한미FTA범국본은 날치기 다음날부터 야5당과 함께하는 <(가칭)한미FTA 비준무효, 이명박-한나라당 심판 연석회의>를 구성하여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시켰다. 하지만 총대선에서 한나라당을 표로 심판하는데 성공한다고 쳐도,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 정권이 한미FTA를 얼마나 손볼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도 사실상 방조공범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 민주당이 이제는 날치기 무효투쟁을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위한 호재로 적극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에 나선 노동자민중들의 ‘날치기무효’ 함성은 야당의 선거 지지부대가 아니라 ‘한미FTA폐기’로 나가고자 하는 분노의 외침이다. 비준절차를 마무리한 한미FTA를 사후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다. 한미군사동맹관계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쳐도 당장 한미양국 자본가들의 입장에서, 이미 유입된 투자자본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사적소유권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다. 때문에 아무리 부분적인 투자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국내외의 전면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이미 체결된 한미FTA를 폐기하는 일은 국회비준반대나, 날치기 무효반대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세계 경제위기를 앞둔 ‘명박퇴진’의 분노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대중투쟁의 힘만으로 FTA를 폐기할 수 없으니, 한나라당을 먼저 표로 심판하고, 그 후에 민주당을 압박하여 FTA폐기의 한걸음을 단계적으로 내딛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당장 100만의 민중항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권교체-자유주의 선거연합이 FTA투쟁의 정치적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인 불가피성을 내세워 야권연대를 합리화하려는 상황논리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닥친 2012년 총대선은 세계경제위기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첫 번째로 고려해야할 객관적인 정세적 조건이다. 한미FTA는 경제위기의 파괴적 효과를 더욱 첨예하고 고통스러운 형태로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며,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모순이 좀 더 첨예한 형태로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위기에 맞서는 계급투쟁 역량의 배가와 새로운 투쟁태세 마련이 우리에게 주어진 진정한 정치적 과제다. 단순히 한나라당이 아닌 정권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명박퇴진”을 외치는 대중의 분노를 긍정적으로 수용했다고 할 수 없는 정세인 것이다. 보수정치 세력과 근본적인 내용의 차이도 없고, 실질적인 계급정치 역량이 없는 정권교체는 작은 위기 앞에서도 (노무현정권이 그랬듯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실패하여 대중의 정치적 환멸을 증폭시킬 뿐이다. MB정권을 불러들인 것은 말로만 진보를 외치면서 계급양극화, 민생파탄을 야기한 노무현정권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파국을 목전에 둔 ‘날치기 명박퇴진’의 분노는 허울 좋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이어져야 한다. 당면 날치기 규탄 투쟁의 파고를 이어가자! 한미FTA 반대 투쟁은 적어도 올 연말까지 현재의 파고를 이어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부분적인 독소조항 재협상 수준이 아니라, 한미FTA폐기에 대한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의 의지를 명확하게 천명하는데 힘을 더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한미FTA 비준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말로만 ‘비준 무효’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한미FTA 폐기투쟁을 위해서 국회의원직을 총사퇴하고 거리투쟁에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이러한 압박 과정에서 특히 사실상 날치기를 방조해놓고도, 벌써부터 선거준비와 지역구 예산배정으로 국회 재등원 시점을 엿보는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쐐기를 박을 필요도 있다. 노동자 없는 촛불집회, 정치적 대중운동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노동자운동을 극복해야 아울러 당면한 날치기 무효투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장기간의 촛불시위 과정에서 소외되기 십상인 조직된 현장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재조직화와 장기적인 한미FTA 투쟁과제들에 대한 준비다. 여론을 중시하는 촛불집회는 그 특성상 고등학생이나 자발적인 비조직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더욱이 지난주 동안에는 이 조차도 야당 국회의원 일색으로 채워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현장 노동자들은 촛불집회의 부차적인 동원부대로 방치된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노동자 없는 시민 자유발언 마당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어선 곤란하다. 노동현장의 쟁점과 한미FTA의 정치적 쟁점이 결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한미FTA투쟁과 같은 정치적 대중운동의 장에 현장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정치세력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구체적인 한미FTA 투쟁의 장기 과제들을 현장에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제 어떤 식으로건 한미FTA투쟁은 장기전일 수밖에 없다. 날치기 투쟁의 파고를 이어가는 한편, 이후 예측되는 한미FTA와 관련된 구체적인 투쟁들이 노동 현장에서부터 준비되기 시작해야 한다. 한미FTA로 인한 농업이나 제약 부문의 각종 피해효과는 당장 나타나겠지만, 보다 심각한 변화는 전력 가스 체신과 같은 공공 서비스부문 및 의료보험 사유화를 향한 단계적 재편과 영리병원 등의 문제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을 대중들이 직접적인 고통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은 적어도 4~5년 이후의 일이다. 완전한 금융자유화에 대한 법제도적 보장으로 인한 폐해는 2~3년 내로 세계 경제 악화와 관련된 금융 불안정의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고용조건의 전반적인 악화와 법제도적 경제 체제의 변화는 그보다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단기적인 선거 공학적 이득을 쫓는 선거연합으로는 이런 구조적 변화와 위기에 제대로 맞서기 어렵다. 구체적인 노동자대중운동의 중장기적인 대안과 부문별 계급적 연대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후 미국은 한미FTA를 발판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미일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한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새로운 동아시아, 환태평양 세계질서의 하위 일원으로 재배치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한의 노동자민중들은 요동치게 될 미중간의 정치경제적 긴장의 부담뿐만 아니라, 북미관계를 포함한 동아시아 차원의 군사적 긴장과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한미FTA 반대 투쟁은 한국의 정권 교체에 머물 수 없다. 우리가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세계 민중들의 투쟁과 결합하고, 동아시아 평화운동의 수립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자 ‘원샷 통합’, 노동자가 막아야 한다 3자 원샷? 통합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통합연대가 조만간 통합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통합연대는 11월 10일 실무협의를 통해 ▲대의기구 구성 방식(민주노동당 55%, 국민참여당 30%, 통합연대 15%) ▲비례대표 30% 외부 개방 ▲시·도당 운영은 자율 협의 ▲총선 후보는 합의를 우선으로 하되, 합의되지 않으면 경선 실시(당원투표 50%, 여론조사 50%) ▲공동대표 구성 등에 잠정 합의하였다. [%=사진1%]하지만 통합연대가 ‘합의되지 않은 총선 후보에 대해 대표단이 공천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최종 타결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통합연대가 수정안을 제시한 것은 실무 합의안대로 할 경우 사실상 민주노동당이 지역구 후보를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참여당도 유사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공천은 진성당원제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실무 합의안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자 국민참여당은 14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지역 후보간 경선방식 미합의 시 최종경선 방식을 통합직후 50명 이내로 구성될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통합연대는 중재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민주노동당은 ‘원안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상태다. 이렇듯 통합 후 지분을 둘러싸고 3자 간 밀고 당기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미 큰 틀에서 통합 방안을 합의한 터라 조만간 절충 방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얼마 전까지 국민참여당을 배제한 통합을 추진하던 통합연대나, 대의원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건이 부결된 민주노동당에서 다시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아연실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념도 노선도 없는 ‘묻지마’ 정치공학 이 모든 게 총선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당장 12월 13일부터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니 그 전까지 각 정치세력이 손익계산을 해서 몸집만 키우려 한다.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참여당은 합당 이후 민주당이나 ‘혁신과 통합’ 등과의 선거연대를 통해 지역구 후보를 최대한 많이 따내야 한다는 계산이 있다. 통합연대 측도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와 같은 유력 정치인들의 의회 진출을 위해서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당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이념이나 대의를 뒷전으로 밀어둔, 철저히 정치공학적인 발상이다. ‘야권 단일화를 해야 지역구 당선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그런데 ‘민주당과 협상 하려면 지지율 두 자릿수는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3자 ‘원샷 통합’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인가 그러나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이들은 정강정책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삶을 당원의 삶과 당의 정치적 실천을 규율하는 거울로 삼을 것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참여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전에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을 검토하면서 “재벌해체,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시민들의 보편적 정서와 상충하는 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노동정책을 앞세우고 이에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두어 노동자정당, 노동조합의 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또 “파견제 철폐, 지역자립형 경제, 종속적 한미동맹체제 등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 정책이 적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말로는 한미 FTA를 반대한다지만, 실은 ‘적극적인 대외개방으로 선진통상국가를 구현한다’는 지향에서 볼 수 있듯이 노무현식 FTA를 지지한다. 민주노총, 국민참여당 통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연대가 국민참여당과 통합할 경우 국민참여당의 입장을 대폭 수용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식의 결과를 ‘진보정당 통합’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까? 그 정당을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이 지지해야 할까? 11월 8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 선통합 추진대상이 아니다’는 이전의 결정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3자 통합에 대하여 명확하게 정리된 것이 없어 판단을 잠시 미룬 것’ 뿐이다. 민주노총은 ‘국민참여당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인지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놓은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주류 세력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진보적 정권 교체’ 그리고 ‘연립정부 참여’를 노리는 민주노동당의 노선을 적극 지지하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무덤 조만간 3자 간 통합 협상이 타결되고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서 통합이 승인된다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민주노총이 이 통합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욱 커질 것이다. 만일 민주노총이 국민참여당과의 정당 통합을 지지한다면, 이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무덤이 될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이후에는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을 망라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제휴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추진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몇 가지 실리는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큰 틀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하다. 국민참여당 같은 세력과 통합하는 일은 노동자운동이 반드시 막아야 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부터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야권 단일화의 틀에 스스로를 가둬 하나가 되어서는 안 될 세력과 연합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과 정치세력화의 본뜻마저 흐리는 일이다. 민주노총은 ‘묻지 마’ 야권 단일화와 단절해야 한다. 현장과 투쟁을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무릇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자가 자신의 힘과 운동 의제를 갖고 투쟁하여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이러한 운동을 바탕으로 기존의 지배질서를 갈아엎어서 생산의 주인, 사회의 주인이 되는 것을 지향하는 과정이다. 어렵더라도 자기 이념과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투쟁력을 키워야 그 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 지금 노동자운동은 정치공학적 협상이나 몸집 불리기식 통합이 아니라 투쟁과 운동, 연대와 단결의 기세를 한껏 북돋워 변혁적 대중운동의 기운을 되살려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올 한해 내내 지속된 정리해고 반대 투쟁,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저지 투쟁, 전 세계를 달구고 있는 1%에 반대하는 99%의 ‘점거하라’ 운동, 한미 FTA 저지 투쟁에서 민주노총이 앞장서야 한다. 운동과 투쟁이 제거된 정치나 선거가 아니라 전국 각지의 현장을 되살리고 노동자 투쟁을 발전시켜, 그 힘을 바탕으로 노동자 민중의 정치를 열어젖혀야 한다.
한미FTA투쟁은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대중적인 촛불집회의 확산, 주춤하는 한나라당 지난 11월 3일 본회의가 무산된 이후 한미FTA저지 투쟁은 대중적인 촛불시위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수천 명의 시민 학생들이 연일 촛불집회에 운집하고, 트위터와 SNS온라인 여론은 한미FTA 반대여론으로 뜨겁다. 민심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날치기 드라이브 역시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10일 본회의도 오늘 오전에 급하게 연기되었다. [%=사진1%]이런 가운데 공안당국은 11월 6일 갑자기 위헌으로 폐지된 ‘허위사실 유포죄’를 거론하면서 이른바 ‘FTA괴담 유포자’ 구속수사방침을 천명하고, 고루한 색깔론을 들먹이는 등 이 정권의 궁색한 심경을 그대로 표출했다. 서울시장 선거패배로 입은 한나라당과 정권의 상처가 한미FTA 강행처리 불발로 조금 더 벌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상처가 치명상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 20여명의 문제제기가 크게 보도되었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근본적인 반성이나 분명한 정책적 내용이 없다. 그저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효과적인 국면전환 해법을 촉구할 뿐이다. 한나라당은 다음 주내로 어떤 식으로건 당 쇄신안 논의를 봉합하고, 내부를 단도리 한 뒤에 다시 한 번 몰아칠 것이다. 연내 한미FTA 비준안처리라는 이명박 정권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의 절충론 오히려 불안하기 짝이 없는 쪽은 민주당이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김동철 외통위 간사 등 FTA관련 논의를 도맡은 책임자급 의원들이 그제 또다시 'ISD절충 조건부 FTA비준 찬성안’을 주장하면서, 소속 의원 45명의 연서명을 받았다. 이 안은 지난 10월 3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미 한차례 부결된 바 있는 안으로, 한미FTA는 일단 체결하고, ISD만 따로 협상하자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비록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까지는 이들의 주장이 당론과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31일 이후 민주당의 비준반대 당론이 'ISD만 없으면 비준할 수 있다'는 타협안으로 이미 후퇴했다는 점, 이번에는 김진표 원내대표의 독단적인 물밑협상이 아니라 당내 여론수렴을 거친 절충안이라는 점에서, 이들 조건부 비준찬성파의 당내 영향력은 점차로 커지는 추세다. 야권연합의 기회비용 대중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한미FTA 반대 여론을 넓혀가는 것은 중요한 발전이다.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미FTA의 부당성과 반민중성을 더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한미FTA투쟁의 폭이 넓어질수록 점점 더 ‘야권연합’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한미FTA투쟁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하루라도 국회비준을 더 미루고 막는 것만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설령 그런 이유라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흔들리는 민주당이 한미FTA비준안 처리를 국회 안에서 언제까지고 막아줄 리도 만무하다. 더욱이 그들이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어느 정도 늦추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는 그만큼의 정치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이란 간단하다. 한미FTA투쟁의 성격과 의미가 그만큼 퇴색되는 것이다. 또 정치적으로 그것은 야권통합이나 (2012년 총대선)연대 강화라는 정치적 비용으로 청구될 것이다. 한미FTA투쟁은 남한 자본주의의 미래를 둘러싼 총체적 투쟁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11월 5일 촛불집회에 연사로 나와서 “한미FTA가 이렇게 불공정한 무역협정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예전엔 미처 잘 몰랐다”고 고백했다. 이제 이점을 깨우치게 되어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FTA는 불공정한 무역협정일 뿐만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소유권을 절대시하는 투자협정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한미FTA는 단순히 한국과 미국 양국 간의 국가이익이 아니라 계급이익을 둘러싼 계급투쟁이 그 본질이다. 그런데 국민참여당은 여전히 선진통상국가론을 당론으로 유지하면서, 불공정한 무역협정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FTA반대전선에 선 것이다. 유시민 대표보다 훨씬 헌신적인 원내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 또한 근본 인식은 비슷하다. 그는 요즘 들어 “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지난주 어느 날인가 그는 외통위 한나라당의원들을 향해 “이완용이 되고 싶냐”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어느 한나라당 의원이 이렇게 받아 쳤다. “그럼 당신은 흥선대원군이냐”고 말이다. 정동영 의원의 한미FTA는 국가이익을 훼손하는 불평등조약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에피소드는 그가 반자본주의적인 대안보다는 불평등협정을 바로잡는 것이 현실 가능한 투쟁수위라고 판단한 결과다. 한미FTA는 남한자본주의의 미래를 둘러싼 계급투쟁이다. 이 투쟁에서 노동자민중운동 세력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지 못하고, 자유주의 야당에게 투쟁을 의존한다면 스스로의 정치적 전망은 점점 더 불투명해 질 것이다. 한미FTA투쟁을 외주화한 댓가로 말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한미FTA투쟁의 목적과 의미를 분명히 재인식하고, 그 투쟁에 걸 맞는 대응태세를 갖추도록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국회 일정이 아니라 대중투쟁의 확대가 중요하다 11월 10일 예정되었던 본회의를 당일 오전에 급히 취소하면서 한나라당이 밝힌 다음 본회의 일정은 11월 24일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한미FTA비준안 처리 입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그들은 날치기 처리의 부담을 덜기위해서 외통위 표결처리를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독처리를 불사하거나 민주당 타협파들이 더 지치기를 기다리는 양면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물론 본회의를 기습적으로 열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논리대로라면, 본회의 산회를 정식으로 결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본회의는 어떤 날이라도 열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알 수 없는 속내를 추측하고 그들의 뒤를 ?는 식으로는 우리만 지칠 뿐이다. 세세한 국회 의사일정을 따지기 보다는, 국회 밖의 대중투쟁을 줄기차게 확대해내는 길만이 한미FTA 저지의 길이다. 그럼으로써 한나라당이 감히 날치기를 감행하지 못하고,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야합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묶어놓아야 한다. 지배 정치체제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날치기 처리의 정치적 부담을 극대화해야 한다. 깨알 같은 실천과 과감한 노동자대중투쟁으로 계급투쟁의 전세를 바꿔내자 무엇보다도 전국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조직적인 한미FTA저지 노동자 대중투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관건이다. 시민 촛불이 한미FTA 반대 여론을 확산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한미FTA투쟁은 국회에서 벌어지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을 응원하면서 하루하루를 맘 조릴 뿐이다. 잘해야 공정한 무역, 좀 더 정상적인 대미관계를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노동자대오의 적극적인 결합을 통해 이러한 투쟁의 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초민족적 자본의 권리장전인 한미FTA를 폐기시키자. 그 길 뿐이다. 다행히 민주노총이 지난 8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한미FTA 총력투쟁과, 날치기 처리시 전조직적인 정권 퇴진투쟁을 결의했다. 이러한 중집의 결정이 단순히 상급단체 결정 공문으로 하급단체 팩스에 꽂히는 형식적인 의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대중운동이 확산되도록 현장의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미FTA저지투쟁의 1주일, 2주일여의 시간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의 '긴 병'이 되지 않도록 분발해야 한다. 더 많은 이들에게 특히,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주체를 자임하고자 하는 각급 단위 조직과 활동가들과 함께 한미FTA의 부당성을 알려내자. 이것이 단지 국익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 우리 민중생존의 구체적인 문제들과 직결된 ‘노동자계급 자신의 문제’라는 동의와 참여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차라리 빨리 처리되기'를 바라는 '긴 병에 지친 효자'들이 늘어날 것이고, 지친 투쟁대오는 점점 더 민주당과 야권연대에 의지하는 나태함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명박은 그 기회를 독사처럼 물것이다. 노동자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더 강하고, 끈질기게 싸워내는 것만이 한미FTA를 막아내고 이후 계급투쟁의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동악법 철폐! 교육공공성 강화! 반자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 2011년 노동해방선봉대 자료집 완성본입니다.
민중의 힘으로 한미FTA 날치기를 저지하자! 날치기 의지가 확고한 이명박과 말로만 반대하는 한미FTA 원조당 이명박 정권은 끝내 한미FTA를 날치기 처리할 작정이다. 10월31일 오후부터 줄기차게 외통위 처리를 시도하고, 11월3일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다음날 G20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빈손으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다. 비준안이 외통위를 정상적으로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국회 본회의 때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하려 할 것이다. [%=사진1%]반면 민주당은 갈팡질팡이다. 처음에는 ‘10+2 재재협상’을 주장했다가, 다른 독소조항들은 몽땅 눈감아주고, 투자자-국가제소(ISD)만 빼주면 비준동의 해주겠다는 타협안으로 후퇴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이틀 만에 한나라당과 야밤(10월 31일 새벽)에 만나 포기해버렸다. 김진표 원내대표가 간밤에 한나라당과 만나 엉뚱한 합의안에 사인해버린 것이다. 한미FTA를 여야합의로 비준체결하고 난 뒤에, ISD에 한해서 미국과 추가 협의하자는 말도 안 되는 안이다. FTA가 체결된 이후에 미국정부가 추가 협의를 해줄 리 없다. 설사 협의를 진행한다고 해도 ISD는 정식재협상과 의회결의가 필요한 FTA본문 조항이기 때문에, 미국정부는 수정권한이 없다. 결국 그때 가서 이러저러한 법적 절차와 미국 측의 거부로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끝나고 말 것이 뻔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다행히 31일 오후에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야합 안은 부결됐다. 그러나 31일 저녁 한나라당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외통위에서 FTA비준안을 처리하려고 할 때 민주당은 소극적인 행동으로 일관했다. 애초부터 한미FTA 원조당인 민주당이 끝까지 반대하리라 믿은 사람은 없다. 다만 그들의 포기가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고 교활하다는 데 분노할 따름이다. 적당히 반대할 사람은 반대하고, 물러설 사람은 말도 안 되는 물밑협상을 하면서 이쪽저쪽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결국 민주당은 분노한 민중운동의 진이 빠지고 날치기가 통과되고 나서야, 다시 정색을 하고 한나라당을 맹렬 규탄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더 많은 의석을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힘 있는 대중투쟁만이 한미FTA를 막을 수 있다 ! 결국 믿을 것은 힘 있는 대중투쟁이다. 한나라당이 감히 날치기를 감행치 못하도록 몰아세우는 길뿐이다. 인민주권과 민주주의는 노동자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지키고 쟁취된다. 한미FTA는 노동자 농민 대중의 힘으로만 막을 수 있다. 국회의사 일정의 절차적인 문제는 다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마음에 달렸다. 하지만 그들은 한미FTA를 포기할 의사도, 전면 재협상할 능력도 없다. 그들은 11월 3일에 통과시키려 발악할 것이고, 안 된다면 10일, 17일, 24일, 줄줄이 예정된 본회의에서 똑같은 시도를 할 것이다. 국회 의사일정이나 몇몇 기술적인 협상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끈기 있고 줄기차게 대중투쟁의 파고를 높여가야 한다. 지난 10월28일 국회진격 투쟁을 통해 우리는 ‘한미FTA는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식의 관성적이고 패배주의적 태도를 극복하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에 뒤이은 11월 3일 범국민대회는 한미FTA 저지 투쟁을 본격적인 대중투쟁으로 이어가기 위한 결정적인 고비다. 우리가 첫 번째 투쟁의 포문을 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대중투쟁의 위력은 충분치 못하다. 이런 때일수록 힘 있는 대중투쟁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동자/농민/빈민/청년/학생 대중조직의 결의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든 이런저런 일들로 지치고 흐트러진 운동조직들의 투쟁태세를 비상태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무슨 수를 쓰건 11월3일 날치기를 막고, 한미FTA 저지 투쟁의 파고를 높여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11월 10일 본회의는 3일 뒤에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전후로 결집하는 노동자대오가 주력이 되어 투쟁을 펼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추수작업으로 발이 묶였던 농민들도 다음 주부터는 이번 주보다는 더 많이 결집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여의도로 결집하는 대오가 직접 국회 본회의장으로 진격하는 힘 있는 의지를 보여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거기에 다양한 대중 여론전을 이끌어 대중투쟁을 지지 엄호해야 한다. 아울러 막대한 서울시 예산의 상당부분이 한미FTA의 공공정책 제약에 묶이게 될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한미FTA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분명한 반대 입장표명을 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한미FTA가 날치기될 때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한미FTA 투쟁은 국회비준 절차만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미FTA는 양국 간의 무역이익을 조정하는 단순한 무역 관세협정이 아니다. 한미FTA는 세계 경제위기에 내몰린 초민족 자본이 살아남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협정이자, 그들의 입맛대로 남한사회 전반을 구조조정하는 종합 정책이다. 미국 자본만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재벌 또한 민족경제의 주체가 아니라 초민족적 자본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 ‘국익’이 아니라 ‘계급’이 본질인 것이다. 한미FTA를 둘러싼 싸움은 한국 재벌을 포함한 초민족적 자본과 노동자 민중이 남한사회의 전반적 재편을 두고 맞붙는 계급투쟁이 그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가 국회에서 비준 통과 된다고 해서, 결코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는다. 미국은 한미FTA를 발판으로 더 큰 동아시아-환태평양 FTA 전략을 추진 할 것이고, 한국의 재벌과 정권은 그 틀 아래에서 ‘소유권을 절대화’하는 이념을 현실화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다. 다시 말해 비준안 통과는 최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실제 재편이 이루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비준안 통과 이후에 곳곳의 현장에서 펼쳐지게 될 것이다. 한미FTA 국회비준안 저지 투쟁은 그렇게 각개격파 당하기 전에, 함께 뭉쳐 싸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앞으로 폐지하기 위해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한미FTA의 온갖 독소조항들이 우리를 지배하는 한, 이후 우리의 삶과 투쟁은 그만큼 더 고단해질 뿐이다. 지금 이대로 저들을 막지 못한다면, 가까운 내일에 우리는 이렇게 물으며 살아갈지 모른다. “한미FTA가 날치기될 때,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아무리 늦었더라도 함께 모일 수 있을 때, 모일 수 있는 만큼이라도 있는 힘껏 싸워야 한다. 우리가 비준안 저지 투쟁에 얼마큼 힘을 쏟느냐에 따라 이 피치 못할 투쟁의 조건이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