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환자 원격의료 허용할 것인가?: 의료법 개정안의 문제
정부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민영화 논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민운동본부)’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료민영화 악법’으로 규정하고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 2일 범국민운동본부가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함께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의료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막아야 할 5대 의료민영화 악법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의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병원경영지원사업 허용,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허용, 의료인-환자 원격의료 허용이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이에 대해 병원경영지원사업을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으로 허용하면, 자본력이 풍부한 병원을 중심으로 체인화 될 것이며 이것이 향후 민간의료보험과 결합할 경우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민영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의료법인의 해산과 합병 절차를 허용한다면 병원 간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여 대형 영리병원(형) 네트워크가 출현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의료법 개정안의 또 다른 문제는 의료인-환자 원격의료 허용이다. 이에 대해 범국민운동본부의 입장을 다시 정리해본다. 의료법 개정안의 원격의료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18조(처방전 작성과 교부) ①의사나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약사법」에 따라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제34조제1항에 따른 원격의료의 경우에는 환자의 배우자, 환자의 직계 존속ㆍ비속, 배우자의 직계 존속 또는 환자가 지정하는 대리인을 포함한다)에게 내주거나 발송(전자처방전만 해당된다)하여야 한다.
제34조(원격의료)
①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만 해당한다)은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컴퓨터ㆍ영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진찰ㆍ처방 등 의료행위(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원격의료를 행하는 의료인(이하 “원격지의사”라 한다)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의료인의 지원을 요청하여야 한다.
② 원격지의사가 원격의료를 행할 수 있는 환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 한정한다.1.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응급환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2. 원격지의사가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한 재진환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 도서/벽지 등 의료기관까지의 거리가 먼 지역에 거주하는 자 - 교정시설의 수용자 등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되는 자 - 국가보훈대상자ㆍ장애인ㆍ노인 중 거동이 불편하여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자 -가정간호 환자 등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자
③ 원격의료를 행하거나 받으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④ 원격지의사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로 인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환자가 원격지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
2. 환자가 갖춘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
⑤ 원격의료를 행하려는 원격지의사가 소속된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⑥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원격의료 관련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ㆍ변조 또는 훼손해서는 아니 된다.
1) 도서벽지, 수감자, 노인 및 장애인은 이제 원격의료를 이용하면 된다?
정부는 원격의료 활성화의 목적을 의료사각 지역의 해소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인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은 공공의료 차원에서 도서벽지에 제한적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원격의료를 통해 의료취약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제고하겠다는 주장은 의료 접근성의 원칙을 혼동시킬 우려가 있다. 유엔 사회권 위원회는 건강권의 필수요소로 네 가지 차원의 접근성을 제시했다. 물리적, 경제적, 정보적 접근성과 비차별이다. 의료취약지역의 주민 역시 직접 대면 의료서비스를 물리적, 경제적, 정보적 장애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원격의료가 특수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해결책은 아니다.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도서벽지, 산간지방에 응급환자를 수송하기 위한 헬기를 도입하거나,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하여 공립의료기관을 취약 지역마다 배치하려는 기본적인 국가의 의무를 이행할 동기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가가 이에 대한 예산을 줄일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접근성의 측면에서도 원격의료 제도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제도는 취약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에 대한 고려가 없다. 원격의료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비용부담에 대해 정부, 의료계, 원격의료기기업체와 같은 공급 주체 간의 이견이 많다. 일반 진료보다 높은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고, 초기 원격의료장비 설치비용에 대한 부담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도 문제다. 초음파, MRI와 같은 고가 의료장비의 무분별한 도입이 환자의 의료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원격의료 서비스의 공급을 전적으로 민간의 시장 논리에 맡긴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환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는 의료비 상승,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2) 국민의 10%가 원격의료 이용?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한 과도한 추계
의료법 개정안에서 명시하는 원격의료 허용 범위는 의료 사각지대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과도한 추계다. 정부는 위와 같은 법 개정을 통해 우리 국민의 10%에 육박하는 446만 명이 원격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리 국민 중에서 의사를 직접 대면하여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계층이 그렇게 많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규모이다.
원격의료 대상자 추계자료를 보면, 보건소 방문간호사업 대상 200만 명을 모두 포함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공공보건의료시설인 보건진료소 이용자 전원 80만 명을 대상으로 했다.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대상이라기보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할 명분이 있는 대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타당성을 평가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 뒤에서 살펴볼 ‘유헬스(u-health) 신산업 창출전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취약지역 대상 원격의료 허용은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사전적 포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표 1] 2010년 보건복지부 원격의료 대상자 추계
대상자 | 특성 | 대상자 수 |
의료취약지역 거주자(86만명) | 도서벽지 거주자 | 의료기관까지 거리가 먼 보험료 경감 지역 거주자 | 6만 명 |
보건진료소 이용자 | 의료취약지역에 설치되는 보건진료소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는 자 | 80만 명 |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63만 명) | 교도소 수용자 | 교정시설, 소년보호시설, 외국인보호시설 등 특수시설 수용자 | 4만 8천 명 |
현역병, 전투경찰, 해양경찰 | 응급상황 발생시 원격의료를 통한 효율적 의료지원 필요 | 53만 2천 명 |
선박탑승자 | 응급상황 발생시 원격의료를 통한 효율적인 의료지원 필요 | 5만 명 |
거동 불편자 (93만 8천 명) |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 1, 2, 3,등급 판정자 | 26만 명 |
국가보훈 대상자 | -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1, 2, 3급 판정자(1만 2천 명) - 고엽자 후유의증 고도장애인(1만 1천명) | 2만 3천 명 |
장애인 | - 장애인 1, 2급(59만 2천 명) - 파킨슨, 한센병(6만 3천 명) | 65만 5천 명 |
관찰치료가 필요한 자 (203만 명) | 방문간호 받는 자 | 보건소의 간호사가 환자의 가정을 반문할 때 원격지의사의 지원 가능 | 200만 명 |
가정간호 받는 자 | 민간병원의 간호사가 환자의 가정을 방문할 때 원격지의사의 지원 가능 | 3만 명 |
전체 | | | 446만 명 |
3) 의료사고의 책임을 환자에게 떠넘기기
원격의료에서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을 누가 맡는가에 대한 문제는 핵심적인 논쟁점 중 하나이다. 해외에서도 많은 논의가 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법안에서는 ‘환자가 원격지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와 ‘환자가 갖춘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 책임을 환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정당한가’의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다. ‘누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는 것 역시 ‘원격의료 공급자의 책임’일 수 있으며, 환자가 보유한 장비의 결함 여부를 체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의사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원격의료기기를 제작하고 시스템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의 책임도 일정부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나 사전 경험 없이 법 제정을 서두르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4) 사회적 합의 과정의 부재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사회적 문제다.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보건의료서비스의 이용에 상당한 영향과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없다. 정부는 직접 서비스를 받게 될 지역주민 당사자나 시민사회단체들과 변변한 토론회 한번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 세계 유헬스 포럼
1)을 개최하는 것처럼 원격진료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관심이 있는 기업들만 만나고 있다.
원격의료,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유헬스(u-health)산업과 의료민영화
1) 의료법 개정안과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의 로드맵, ‘유헬스 신산업 창출전략(안)’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근거로 추진되는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와 전 국민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은 유헬스 산업 성장전략이라는 점에서 연결되어 있다. 2009년 유헬스협회 창립기념세미나에서 복지부는 유헬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원격의료와 건강관리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하고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5월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한 ‘유헬스 신산업 창출전략’이 이러한 정부의 의도를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표 2] 유헬스 신산업의 분류
구분 | u-Medical | u-Silver | u-Wellness |
대상자 | 만성질환자 (’10, 7백만→’14, 1천만명) | 65세 이상 (’10, 5백만→’14, 6백만명) | 일반인 (’10, 48백만→’14, 49백만명) |
서비스 | 치료 | 요양 | 건강관리 |
관련법규 | 의료법 | 의료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 (건강관리서비스법) |
※지식경제부, 유헬스 신산업 창출전략, 괄호 안은 필자 삽입
정부는 유헬스 서비스를 ①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중심의 유메디컬(u-Medical), ② 65세 이상의 노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요양중심의 유실버(u-Silver), ③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리 중심의 유웰니스(u-Wellness) 분야로 분류하고, 분야별 전략을 제시한다. 유메디컬 분야는 의료 관련 법·제도의 개선이 관건으로 시장확대형 육성전략을 추진하고, 유실버 분야는 고령친화형 제품개발과 함께 사용자의 체험과 부담경감을 통해 수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으로, 고령친화체험관 등 체험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수요연계형 육성전략을 추진하며, 유웰니스 분야는 민간중심의 시범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장창출형 육성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부의 전략 안을 보면 유메디컬 분야 육성을 위해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을 추진하는데 이것을 ‘원격진료서비스’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개정 문제에 있어서 ‘의료취약지역 중심으로 우선 허용하고, 성과를 평가하여 적용대상을 점진적 확대 추진’하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의료법 개정을 통해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추가적 개정을 통해 만성질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또한 기존의 공익적 목적을 띤 정부의 시범사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지 못해 본격적인 시장창출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향후 시범사업의 목표가 민간 주도의 원격의료 시장창출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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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부가 제시하는 사업 모델인 유웰니스 서비스 회사는 건강관리서비스업법을 통해 제도화하려는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의미한다. 이렇게 건강관리서비스업은 유헬스 산업 촉진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헬스 산업은 결국 원격의료에서 원격건강관리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적 장애로 원격건강관리가 먼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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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과 건강관리서비스법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은 명분상 보건정책으로 포장되어 있을 뿐, 지식경제부의 유헬스 산업 정책의 일부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유헬스 산업정책의 본질은 재벌기업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신사업 진출 전략이다. 이미 삼성경제연구소는 지식경제부보다 먼저 유헬스 산업 진출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2007년에 발간한 ‘유헬스의 경제적 효과와 성장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유헬스 활성화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영리병원과 원격의료 허용, 그리고 일반인이 운영하는 건강관리서비스회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웰니스 사업 모델에서 볼 수 있듯이 사업 파트너로 민간보험회사를 설정하고 있다. 단순히 제도적 문제를 넘어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민영화라는 쟁점을 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 3] 유헬스 사업 진출전략
부문 | 진출전략 | 사업파트너 |
u-Hospital | 국내, 해외시장 동시 개척 | 국내 병원 |
홈&모바일 헬스케어 | 기기수출(단기), 기기 및 솔루션 수출(장기) | 해외 솔루션사업자 |
웰니스 | 국내시장 집중 | 국내 민간보험사 |
2) 유헬스 산업과 의료민영화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원격의료의 미래를 보여준다. 앞서 설명했듯이 정부는 유헬스 산업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케어 서비스는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이 직접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치료-투약 등을 하는 방식을 벗어나 IT기술을 이용하여 원격진료에서 건강관리까지 가능케 하는 의료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만성질환자 12,000명을 대상으로 총 예산 521억 원 규모가 될 예정이다. 사업을 시행하게 될 컨소시엄은 기업-병원-지자체로 구성되어 있다. SKT 컨소시엄은 고양, 성남, 전남, 충북 지자체와 SKT, 삼성전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북삼성병원 등이 참여한다. LG 컨소시엄은 대구, LGT, LG전자, 세브란스병원이 참여한다. 국내 굴지의 정보통신기업과 전자제품기업이 빅4라 불리는 대형병원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LG 경제연구소는 유헬스 산업 성장 제약 요인으로 법의 규제와 기술의 한계, 고객의 이해부족으로 인한 수익모델의 부재를 지적했다. 시범사업은 이러한 제약요인을 최소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개인용 의료기기를 정부가 대량 구입한다면 유헬스 관련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의료기기 기술을 시험해 볼 수 있으며, 개인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이렇게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은 대기업에 의한, 대기업을 위한 시범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과 SK는 전 그룹적 차원에서 유헬스 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가는 중이다. 2008년 삼성은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마산삼성병원, 성균관대 의대,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인성의과학연구재단을 통합시켜 ‘삼성헬스케어그룹’을 출범시켰다. 나아가 지난 5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뒤 처음 주재한 사장단 회의에서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에 23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으로 이러한 선언을 통해 보건의료 관련 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최근 국내 최대 의료장비 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했으며,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업체인 레이를 인수했다. 또한 300여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혈액검사기를 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또 스마트 케어 시범사업에 맞춰서 ‘스마트 병원 구축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였는데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의료원이라는 4개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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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건의료영역을 새로운 시장으로 확보하려는 기업은 삼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이 삼성병원과 삼성전자 같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확장한다면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의 또 다른 참가 기업인 SK는 SK제약과 SK텔레콤과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SK케미칼 계열사인 유비케어다. 메디슨의 사내 벤처로 출발했다 독립한 유비케어는 2008년 SK케미칼이 인수했으며, 올해 SK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임직원 건강검진과 평가, 건강관리 등 토탈케어 사업을 펼치는 등 헬스케어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향후 SK그룹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LG그룹 역시 LG텔레콤의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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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향후 보건의료체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지난 8월 삼성경제연구소가 정부에 제출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에서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HT(보건의료 기술)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삼성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 제약 산업, 의료기기 산업과 유헬스를 포함한 의료서비스 산업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HT산업 선진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규모 R&D를 요구하는 이 보고서는 이미 의료서비스의 미래 트렌드로 글로벌 체인화 된 영리병원을 제시하면서 의료민영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공적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기준도 정해지지 않은 원격의료시장,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으로 진출해서 더욱 포괄적인 의료민영화를 추구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보건의료체계가 삼성의 이윤과 사업계획에 종속되는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병원과 삼성생명이 영리병원과 건강보험 민영화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를 요구했다면, 앞으로는 의료기기, 정보통신 산업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향후 진출하게 될 삼성 계열 바이오 제약회사가 수직적으로 결합되어 예방, 건강증진을 포함하는 더 넓은 범위의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라 부르고 있다.
자본의 이러한 시도가 계속되는 한 원격의료 문제는 지속적으로 쟁점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특별법을 제정해서 빠르게 시행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의료법 개정안에서 볼 수 있듯이 의료민영화라는 비판을 피해 가는 것이 유헬스 산업화를 추진하는 자본과 정부의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원격의료의 본질적 쟁점은 안정성, 비용효과성이 아니라 그러한 기술이 활용되는 사회적인 맥락이다. 그 맥락이 지금 자본의 새로운 이윤창출의 영역으로 기획되고 있는 유헬스 산업 활성화다.
원격의료를 포함한 유헬스 산업 활성화를 의료민영화의 우회로라기보다 의료민영화의 또 다른 형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의료민영화의 본질은 보건의료체계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기 때문이다. 자본은 이윤율 하락 경향에 반작용하여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산업을 수직적으로 통합시킨다. 미국의 예처럼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인기업이 성장하여 보건의료산업의 관련 분야를 포괄적으로 결합하는 의산복합체는 대중보건의료가 금융자본의 이해에 따라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한국에도 의산복합체가 등장하고 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보건의료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1) 보건복지부와 지식경제부는 공동으로 u-Health 산업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World u-Health Forum을 2009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유헬스협회와 같은 원격의료와 관련된 국내외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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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정용 헬스케어 의료기기로 첫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인증을 획득한 인성정보의 ‘하이케어’ 제품이 그 예로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을 하게 될 4000가구에 공급된다. 하이케어 제품은 인터넷전화(VoIP) 기반의 가정용 헬스게이트웨이로, 가정에서 혈압과 맥박, 혈당, 체지방 등의 다양한 생체정보를 측정하면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서버로 전송·분석된다. 이후 인성정보의 유헬스 서비스시스템인 HiCare 서비스와 연계돼 생체측정정보 분석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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