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 변형근로에 맞서는 투쟁을 준비하자 경제위기 대응으로서의 노동정책 하반기 경제 상황이 상반기보다 좋지 않다. 한국경제원은 한국의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 7.6%보다 크게 낮아진 4.6%에 머물 것이라고 발표했다. 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는 유럽 경제 위기, 중국과 미국의 경기지표 하락과 함께 경기부양 여력 약화를 들었다. 또 각종 재정 사업 종료에 따라 고용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수적 경제학자들도 금융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앞으로 많은 불안요소가 남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출 대기업의 경영성과에 힘입어서 경제위기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넘겼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저환율의 유리한 대외교역 조건은 물론이고 실질임금 삭감, 하청중소기업 비용 압박이라는 비용 전가 구조가 있었다. 결국 노동자 민중의 고혈을 짜내서 재벌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한 것이다. 한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국면으로 들어서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 2009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사용한 팽창적인 재정정책을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부동산 거품의 경우에는 섣불리 꺼뜨리지도 더 키우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두 분야에 관해서는 큰 문제를 만들지 않는 수준에서의 세세한 조정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의 자율성이 그나마 확보되어 있는 부분은 바로 노동정책이다. 추가적인 노동유연화를 통한 노동비용 절감은 정부와 기업 모두의 입맛을 당기는 대상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민주노조 탄압을 통한 정치사회적 반대세력을 무력화시킨다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노조법 개악을 통해서 타임오프제를 시행하면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또 노동조합 길들이기를 위해서 경주 발레오공조, 구미 KEC, 화물연대 등 지역과 업종의 목표 사업장을 선정하고 강력히 탄압하고 있다. 눈에 드러나는 탄압 외에도 이명박 정부는 물밑에서 노동유연화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서 파견업종 확대, 유연근로제 도입, 단시간노동제 및 변형시간근로제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8.8 개각은 노동 탄압을 위한 포석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향후 구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8.8 개각이 발표되었다. 특임장관으로 최측근 이재오를, 총리로 ‘참신한’ 김태호를 내정했다.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바람을 막아보자는 구상이다. 그런데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개각이 하반기 노동 공세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이다. 핵심적인 몇몇 요직을 살펴보자. 국정운영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총리와 대통령 실장에 김태호와 임태희를 내정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어떠한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막겠다며 법원에서 ‘징계무효판정’이 나왔음에도 재징계를 추진했던 인물이다.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장관은 노조법 개악을 ‘원만하게’ 진행하고, 민간고용서비스 확대를 통한 파견업종 확대 시도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신임 고용노동부장관에는 박재완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내정됐다. 박재완은 공기업의 민영화와 공공기관에서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던 인물이다. 이번 개각은 그저 반노조적인 인물들이 다수 중용되었다는 표면적인 사실을 넘어서 하반기 이명박 정권의 의도를 예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대표적으로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8월 20일 인사청문회에서 사내하청 불법파견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옹호하며 현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이 ‘친기업’이 아니라 ‘친일자리’, ‘친노조’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노조에 대해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로 인해 사내하청이 확산되고,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지난 상반기부터 노골적으로 민주노조 분쇄의 도구로 사용되어오고 있는 타임오프제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박재완 후보자는 노사자율 교섭을 강조했지만 고용노동부의 월권인 ‘타임오프 매뉴얼’의 수정은 재계의 반대 입장을 근거로 반대했다. 노사 간의 ‘이면합의’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노조 상급단체 파견 쟁점에 대해서도 재계가 반대하기 때문에 자신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결국 올 상반기의 민주노조 분쇄 공작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장관이 대통령실장으로 승진되었다는 사실과 그 후임자인 박재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결과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것은 민주노조 운동을 기업별 노사관계에 붙잡아 두고 정권과 자본의 감시 하에 두려하던 상반기 대 노동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임을 뜻한다. 한편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또한 강도 높게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6월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이 심의, 의결되었다. 그리고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작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장에 있을 때부터 ‘공기업 선진화 2기’를 진두지휘하며 ‘3대 거품(보수, 직급 및 조직, 사업구조) 빼기’와 ‘노사관계 선진화’를 핵심과제로 상정한바 있다. 또한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엇박자”라며 “성과급 등 임금체계 등을 개선” 등 구조조정을 통한 “청년 취업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고, 장년과 청년의 이익을 대립시키는 자본의 분할 전략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간접고용, 변형근로에 맞서는 투쟁을 준비하자 그동안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제출되었던 이명박 정권의 고용창출 정책 핵심은 단시간근로, 유연근로와 같은 근로형태의 다양화다. 저임금 노동의 정당화와 파견노동의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전작업으로 타임오프제를 통한 민주노조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개각 또한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공공기관 선진화, 민영화, 파견업종 확대 등 오랫동안 준비한 이명박 정부의 구상이 하반기에 더욱 강도 높게 추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포함한 민중운동은 이에 걸맞은 태세를 가다듬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공세와 기만적 작태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하반기에 예상되는 간접고용과 변형근로 확대에 맞서는 투쟁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계속되는 탄압에 개별 사업장의 투쟁으로 맞선다면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지도 투쟁전선을 형성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는 작정하고 달려드는 공세를 이겨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유연화 노조탄압 공세는 이미 시작되었다. 민주노조 운동의 태세를 점검하고 투쟁을 준비하자.
6ㆍ2 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패배와 진보대연합의 실패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기간 내내 압도적으로 유지해온 여론조사 대세론과 천안함 사태 효과에 도취해 있다가, 강한 역풍을 맞아 패배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등에 업고 야권단일화 프레임을 밀어 붙인 민주당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반MB연합에 밀린 진보대연합 노선은 일찌감치 좌초하고 말았다. 이 같은 선거결과를 놓고 우리가 주되게 평가해야할 지점은 첫째, 촛불 이후 숨죽여온 민심이 되살아난 것으로 설명되곤 하는 한나라당의 패배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둘째, 민주당 선거승리의 견인차가 된 야권단일화, 반MB연합 바람 속에서 진보대연합은 어떻게 좌초되었는지를 따져 보고, 셋째, 지방선거 이후 대안좌파 형성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대안좌파 형성의 험로 | 이상훈 민주노총 6ㆍ2 지방선거 대응 평가 | 이진숙 6ㆍ2 서울 교육감 선거 평가와 향후 과제 | 이현대
지방선거 결과 약평과 과제 6ㆍ2 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패배와 진보대연합의 실패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기간 내내 압도적으로 유지해온 여론조사 대세론과 천안함 사태 효과에 도취해 있다가, 강한 역풍을 맞아 패배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등에 업고 야권단일화 프레임을 밀어 붙인 민주당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반MB연합에 밀린 진보대연합 노선은 일찌감치 좌초하고 말았다. 반민중적이고 무능한 이명박 정권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만을 기본으로, 대중들은 정치적 구심점을 찾고 있지 못하지만 진보세력들 또한 신뢰할 만한 세력으로 자신을 확립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진보정치 또한 여타의 기성정치 세력들과 구분되는 사회운동 정당으로서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선거결과를 놓고 우리가 주되게 평가해야할 지점은 첫째, 촛불 이후 숨죽여온 민심이 되살아난 것으로 설명되곤 하는 한나라당의 패배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둘째, 민주당 선거승리의 견인차가 된 야권단일화, 반MB연합 바람 속에서 진보대연합은 어떻게 좌초되었는지를 따져 보고, 셋째, 지방선거 이후 대안좌파 형성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패배의 정치적 의미: 뉴타운식 개발주의 선동의 실패와 정박점을 잃고 표류하는 대중정서의 반영 별다른 쟁점 없이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됐던 6ㆍ2지방선거가 이변을 낳았다. 지방선거 전 기간을 지배했던 천안함과 한나라당 대세론이 강한 역풍을 맞은 것이다. 광역단체장에서 7(+친노 무소속1) 대 6으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섰고, 기초단체장에서도 92 대 82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질렀다. 하지만 지난 2002년, 2006년 선거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 심판론으로 된서리를 맞았던 것에 비교해 본다면, 그렇게 호된 심판을 받았다고 단정하기는 애매한 결과다. 정당득표율에서도 한나라당은 39.8% 대 35.1%로 여전히 민주당을 앞선다. 정당 지지율이 앞서지만 당선자수에서 뒤진 것은 한나라당의 경우는 당내 공천탈락자들과 보수후보들이 분열하여 출마한 반면, 민주당은 야권단일화로 뒷심을 발휘한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번 선거이변은 날로 불평등해지는 경제위기 현실에 대한 대중의 강한 불만과 대안부재가 낳은 뿌리 깊은 정치 불신을 기본 배경으로 한다. 특히 결과적으로는 현직들이 선거에서 일반적으로 패배하는 ‘현직의 위기’ 현상이 관철된 것이다. 실제로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선거영향 요소는 천암함 8%, 노풍 5%, 야권통합 5%, 세종시와 4대강 26%, 경제 44% 였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경제란 금융위기로 보다 심화된 빈부격차 확대와 고용불안, 노동통제 강화가 그 본질일 터이다. 그러나 현실의 많은 노동자 시민들에게 금융위기는 뉴타운이나 대박경제와 관련된 허구적인 개발주의적 신화의 실패로 인한 좌절감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세종시와 4대강 문제 역시 이러한 개발주의적 허상에 대한 반발과 관련된다. 즉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 아파트 문제와 주가 불안이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들어 분명해진 부동산 대세하락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게 압승을 안겨주었던 뉴타운 건설 실패와 맞물리면서 한나라당의 개발주의 선동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형성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첫째, 이러한 대중적 불만이 실제적인 자산소유 여부와 상관없는 대다수의 노동자 시민들이 공유하는 허구적인 개발주의적 신화의 예정된 실패로 인한 좌절감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고, 나아가 둘째, 그러한 좌절감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나 정치에 대한 집단적 대중적 저항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대안 없는 정치적 불신이나 반정치적 정서의 (모든 정당, 정치인 특히 현직에 대한) 형태로 표출된다는 점이다. 선거 직전까지 한나라당 압승으로 나타나던 판세가 불과 며칠 사이에 뒤집힌 사태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명박정권의 무능과 억압적 보수주의, 민주당의 무능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근저를 이루었겠지만, 사태를 보다 극적인 형태로 연출한 것은 정치적인 정박점을 잃고 표류하는 대중정서다. 즉 선거이전에 나타난 한나라당에 대한 높은 지지가 민심의 보수화가 아니었듯이, 한나라당 패배로 역전된 투표결과 역시 며칠사이에 민심이 진보 개혁적으로 돌아섰다고만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반발 때문에 민주당을 찍었지만 민주당이 자신들을 완전히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대표자와 피대표자간의 균열과 괴리가 크고 대표자들이 미디어나 이미지에 의존하다보니 감정적 과장이 크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행태가 역으로 대중들의 정치적 냉소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분석에 따르면, 여론조사기법의 신뢰도 같은 기술적 요인들을 따지기에 앞서, 원래 한나라당에 주어졌던 지지도 역시 현실에 대한 대중적 불만이 구정권에 대한 반발의 형태로 나타났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불과 3년 전에 ‘놈현스럽다’는 말을 국어사전에 등재시키네 마네 하던 상황을 떠올려 보라! 당시 ‘놈현스럽다’는 항간의 우스갯소리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과 국가권력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불신과 분노를 대변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에서 사회 경제적 불평등과 민주주의 위기에 맞서는 좌익적인 이념과 실천들이 대안을 형성을 하지 못한 가운데, 불안정한 대중정서를 이용할 뿐이고 그 위험성을 강화하는 방식의 반MB연합 류의 포퓰리즘 정치가 힘을 얻는다는 데 있다. 반민중적인 정권을 심판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힘을 키우기보다는 대중적 분노의 힘을 소진시키고, 그 불안정성만을 키울 뿐인 포퓰리즘 정치의 위험이 대안 좌파형성의 정치적 토양을 침식하는 형국인 것이다. 후보단일화 프레임이 아닌 사회운동 프레임으로 진보대연합을 ‘MB정권을 심판하자’는 좋은 뜻과는 달리 민주대연합과 반MB연합이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는 핵심이유는, 그것이 민주당 주도의 ‘후보단일화 프레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을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표몰이로 동원할 뿐이며, 이명박은 안된다는 감정적 선동이 모든 정책적 계급적 이념적 차이를 압도하는 포퓰리즘이기 때문이다. 반MB연합의 승리로 세종시나 4대강 사업과 같은 지역개발정책이나 무상급식 같은 부분적인 정책수정은 가능할지 몰라도, FTA나 노동악법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근간이 변경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의 선거놀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MB정권을 심판하자’는 ‘사회운동 프레임’으로서의 진보대연합의 실현 여부가 우리의 관심사였다. 선거준비 초반기까지 양 진보정당은 원칙으로나마 <先진보대연합, 後반MB연합 활용>을 천명했다. 민주당이 지닌 현실적인 힘의 우위를 진보진영의 선 단결을 통해 완화시킨 뒤에, MB정권 심판이라는 대의와 민주당의 현실 득표력이라는 실리를 챙기자는 현실론이었다. 그러나 양 진보정당은 처음부터 ‘사회운동 프레임’으로서의 진보대연합을 생각하기보다는, 진보양당간의 ‘후보단일화 프레임’으로서 진보대연합을 추진했다. 그 결과 선거 준비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자마자 작은 단일화 프레임인 진보대연합은 큰 단일화 프레임인 반MB연합에 압도당하게 되었고, 민주노동당이 먼저 반MB연합을 따라 떠나고, 진보신당은 독자노선과 반MB연합 사이를 우왕좌왕하며 주저앉게 되었던 것이다. 뒤늦게 미약한 힘이나마 몇몇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사회운동 단위들이 진보양당간의 先진보대연합을 추진하기 위한 테이블 구성을 시도했으나, 그때는 이미 시기적으로 뒤늦었고, 지역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세력의 힘이 전체 선거 판도를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탓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결과를 민주대연합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세인식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관점이다. 나아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다수파를 포함한 민주대연합파들은 벌써부터 2012년 민주당과의 공동 집권, 공동내각구상을 공개석상에서 천명하고 공식적인 문건에서 언급하고 있는 지경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수도권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불출마하거나 사퇴했다. 이를 대가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인천 남동구과 동구 구청장을 얻었다. 또 그 외에 울산 북구청과 142석의 지방의회 의석을 얻는 선전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승리가 민주당의 포퓰리즘적인 선거연합의 일부분일 수는 있어도, 선거 이후 노동자 민중운동의 성장과 단결을 전진 시키는 것에 어떻게 기여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MB만은 안된다, MB만은 피하고 보자는 식의 평가는 자족적이다. 물론 특정 시점과 조건에서는 불가피한 ‘차악의 정치’, ‘방어적 선거정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진보정치의 이념과 노선,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그러한 특정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데 충분히 노력했는지, 패권적인 민주당 중심의 무분별한 야권단일화 바람에 줄서기를 하며, 콩고물을 챙기는 데 급급했는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더욱이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온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운동혁신의 노력을 한순간에 부정하는 행위를 전술적이고 일시적인 방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나 크다. 한편으로는 탄압받는 노동자들을 찾아 현안문제의 해결을 약속하며 지지를 부탁하고 그 뒤에서는 민주당과의 정책공조로 권력 분점이니 공동 집권이니 하는 전략을 전략이랍시고 내세우는 것은 노동자 정치를 팔아먹는 작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노조탄압을 막는 방어막으로서의 효과 역시 단순한 주관적 안도감을 넘어서는 어떤 효과가 있을 수 있는지는 불분명한 일이다. 오히려 위기에 빠진 노동자운동이 근본적인 자기혁신을 이루는 것을 막아서고 장기적인 대안전략 마련을 유보하면서 기득권 지키기와 자기만족적 양보교섭을 일상화시킬 위험이 커질 것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좌파를 자임하며 분당한 진보신당 역시, 5+4에 참가했다가 뒤늦게 내쫓기다시피 독자노선을 선택했으나, 당의 사활을 걸었던 서울시장선거와 경기도선거에서조차 민주당과의 연합에 관해 서로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했다. 광역의원 3석을 포함해서 25석의 기초의원을 당선시켰다지만, 진보신당의 이번 선거결과는 당의 존립과 정체성을 위협할 만한 지경이다. 이러한 진보신당의 실패는 진보신당 스스로가 짊어져야할 몫이겠지만, 민주대연합에 우선하는 진보대연합을 주도하고 상징했던 정치세력, 민주노동당이 아닌 좌파 진보정당을 자임했던 정치세력의 실패라는 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대안 좌파 형성의 험로에서,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고립과 분열을 이겨내자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대중운동과 이념에 기반하지 않은 노동자 정치가 발붙일 곳은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 끝까지 사퇴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견지했으나 3%대의 저조한 득표율과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지경에 빠지게 된 진보 정치인 노회찬의 현실이 그러하다. 길은 하나다. 무너진 원칙을 바로 세워 다시 나가는 것이다. 당장의 일시적인 고립을 두려워해서 민주당과의 연합을 노동자 민중에게 강변하는 자기 기만에 빠진다면, 무너진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복원과 계급형성 이행전략 대안의 수립은 마지막 남은 재생의 싹마저 철저하게 파괴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구체적인 기반과 진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회운동노조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사회운동노조가 주동이 되는 노동자대중운동만이 정치적 고립과 분열을 극복할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당장 지방선거 이후 이명박 정권은 한편으로는 기왕에 조성된 대북긴장정책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위기를 동반하며 심화 확산된 경제-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하여, 늦춰진 건설사 워크아웃과 공공부문 선진화정책을 필두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공세에 나설 것이다. 민주당의 선거 승리로 잠시 잠깐 이명박의 공세가 늦춰지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 당선된 민주당 당선자들은 1998년의 김대중이 그랬듯이 파탄난 지방재정적자를 해소하는 해결사로 나서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위기의 격랑과 한반도 전쟁위기 국면이 더욱더 심화된다면, 민주당과의 연합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끊임없는 양보와 굴종만을 강요할 뿐이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반MB연합의 정치로 노동자 정치를 팔아먹을 것인가, 표류하는 민심의 큰 흐름을 다잡아, 노동자민중운동의 힘을 믿고 의지하면서 노동자 민중정치가 직면한 고립과 분열의 난관을 이겨나갈 것인가! 이것이 지방선거 이후 노동자 사회운동의 연합을 통한 대안좌파 형성의 험로 앞에 놓인 첫 번째 갈림길이다. [보론] 반MB연합 비판의 쟁점들 다양한 반MB연합들의 공통요소와 진정한 쟁점 반MB연합은 스펙트럼이 넓고 각양각색의 모양새를 지닌다. 민주당이나 친노세력과의 선거연합이나 정책연합을 지칭하는 협의의 연합전략을 기본으로, (진보대연합을 포함하는) 이명박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운동, 조직, 연합의 형태와 내용을 반MB라고 부르는 광의의 틀까지 다양하다. 명칭에서도 민주대연합이라는 좀 더 모호한 개념이 혼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반MB연합과 연대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본질적 요소들이 있다. 그것은 이명박정권과의 대결을 당면 전선의 기본 성격으로 하되, 급진적인 대중운동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주요 전술형태로 삼으며, 반MB 선거승리를 다른 과제들에 우선시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계급적 사상적 기준보다는 MB정권에 대한 찬반을 기준으로 연대연합의 틀을 짠다는 것이다. 특히 당면 전선의 성격이나 연대연합의 기준을 반MB로 규정하는 것은 이명박정권의 등장으로 인해 지난 10여 년간 형성되어온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조건이 바뀌었다는 강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개혁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의 퇴행이 전선의 성격을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돌려놓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민주주의연합이냐 반신자유주의연합이냐는 쟁점이다. 하지만 이명박정권은 반신자유주의전선의 대척점에 위치하며, 민주주의는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중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반신자유주의가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반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 운동과 배치되는 것도 아니며, 현 시기에 요청되는 민주주의 운동이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의 알리바이가 되어서도 곤란하다. 더욱이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이명박정권과의 시급한 대중적 정치적 대결은 회피하면서, 부분적인 경제투쟁이나 복지정책 요구에 집중하는 활동인 것인 양 볼 수는 없다. 반신자유주의가 새로운 민주주의(운동)의 재구성과 같은 대안적 혁신과제에 맹목적이라는 억측도 존재하는데, 그것은 반신자유주의가 현시대의 민주주의 재구성의 특수한 형태라는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즉 반신자유주의연합이냐 민주주의연합이냐 식의 논쟁은 수많은 이념과 전략전술적인 쟁점들이 얽혀있는 거대한 문제이지만, 이러한 본질론적인 쟁점만으로는 분명한 운동적ㆍ정치적 쟁점이 드러나지 않거나 왜곡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쟁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주체역량을 고려한 계급역관계에 대한 판단과 연대연합전략의 수립의 쟁점, 즉 민주당과 친노파가 주도하는 반MB연합이 아니라, 노동자민중 주도의 반신자유주의적 반MB연합은 가능한가라는 문제다. 하지만 반MB연합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민주노동당 주류들 역시, 민족민주운동 세력의 자기발전 전략으로 반MB를 사고하는 것이지, 민주당-친노파에 일방적으로 투항하는 계획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의 초점은 단순히 민주당과 친노파의 신자유주의적 본질을 폭로하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초점은 현재의 계급역관계, 즉 정세를 가로지르는 전략전술적 목표가 과연 반MB 선거승리인지, 다수의 반MB연합론이 호언장담하는 노동자민중진영 주도의 반MB연합은 실재하는지, 반MB연합의 계급적 헤게모니는 무엇인지에 맞추어져야 한다. 반MB연합은 민주당 주도의 후보단일화 선거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반MB연합은 민주당의 패권적인 후보단일화를 밀어붙이는 정치협상 테이블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이명박정권을 심판하자는데 반대할 좌파는 없다. 반MB투쟁을 노동자민중과 좌파 정치세력이 아니면 누가하는가 말인가! 문제는 민주당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단순한 선거정치가 아니라 진정으로 ‘MB정권을 심판하자’는 ‘사회운동 프레임’으로서의 정치연합의 실현이다. ‘나쁜 정권을 심판하자’는 당위적 모토만 받아들이면서, 어떤 내용의 정치연합인지, 누가 주도하는 심판인지, 심판의 결과는 어떤 것인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정권은 반신자유주의운동이 정면으로 부딪혀 대결할 수밖에 없는 억압적 보수주의 정권이다. 그러나 ‘MB정권에 대한 선거승리’가 현 시기 노동자민중운동이 직면한 사활적인 최우선 과제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MB정권을 선거에서 패배시켜야만 우리운동이 살아남는다는 식의 레토릭은 반MB선거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과장어법일 뿐이다. 반MB선거가 산적한 다른 노동자투쟁 과제들이나 진보의 재구성과 같은 전략과제들을 압도하고 뒷전으로 미루어 마땅하다고 볼 합당한 근거는 없다. 현재의 정세와 선거구도 아래에서 반MB 선거 승리는 민주당의 선거승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노동자민중운동의 승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MB정권이 얼마나 반민중적인지, MB정권의 탄압이 얼마나 거센지에 관한 항변이 반MB선거연합을 무조건적으로 합리화시켜줄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MB연합을 노동자민중운동의 주동적 전략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결국은 민주당의 선거승리를 위해 반신자유주의적인 운동의제를 포기 양보하고, 노동자민중운동을 구(舊)집권세력의 정치적 품안에 내던지는 것에 불과하다. 비판적 지지 20년의 지난 역사에 뒤이어 5+4의 경험에서 다시 한번 증명된 바와 같이, (진보정당에게 약속했던) 부분적인 양보조치와 합의안들을 일순간에 뒤집어버리는 민주당의 기만적인 패권성은 그저 말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합의를 뒤집은 것은 협상파트너로 나섰던 민주당 지도부가 아니었다. 판을 깬 것은 “우리는 종교 자원봉사 집단이 아니라 정치정당”이라며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기당 지도부에게 항의한 민주당 지역대의원들의 반발이었고, 이러한 반발은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의 현실적인 힘의 관계를 반영한 객관적인 정치구조의 자연스러운 작동 결과인 것이다. 만약 이런 현실적 정치구조가 바뀌지 않는 가운데, 또 다시 2012년 총선-대선에서 민주대연합을 다시 추진하고 노동자민중의 주도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현실정치구조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순진무구한 정치적 무지의 소산이거나, 민주당과의 뻔한 야합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 사기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민중적인 정권을 심판하자는데 이견을 달 수 없다거나, 선거에서 MB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야당연합이 승리하는 것이 노동자민중운동을 탄압해온 반민중정권을 퇴진시키기라도 하는 것인 양 혼동하는 것은 합리적 토론을 억압하고 객관적인 현실을 왜곡할 뿐이다. 실질적인 정책적 측면을 봐도 그렇다. 선거초반기에 진보신당을 몰아내는 것으로 파탄난 5+4에서 논의된 정책의제들을 보면, 반MB연합은 세종시나 4대강 사업과 같은 지역개발정책이나 무상급식 같은 부분적인 정책수정을 포함할 뿐, FTA나 비정규직 노동악법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근간에는 어떤 수정도 가하지 않는다. 물론 이전 개혁정권시절과 비교할 수 없는 강도로 교사 공무원 노조 등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노조말살정책이 자행되고 있고, 탄압에 대한 긴급한 방어가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교육감의 등장과 같은 선거결과들이 전교조 탄압저지투쟁에 큰 힘을 보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표면적으로나마 정치정당의 직접적인 선거개입이 금지된 가운데, 전교조의 조직적 역량과 진보사회단체들의 개입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조건 아래 치러진 교육감선거의 특수한 사례가 반MB연합을 정당화시켜 줄 수는 없다. 교육감선거에서 승리한 지역에서 노조탄압저지운동이 간접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선거승리만으로 탄압이 저지되는 것도, 선거승리가 노동조합과 진보사회운동을 대체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MB에 대한 선거승리가 대중적인 사기진작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운동과 진보정치의 조직적 성과를 포기하고 정치사상적 독자성을 훼손하면서, 얻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중적 사기진작이 결국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환호가 될지는 고민해볼 일이다. 반MB연합이 가지는 포퓰리즘적 특성과 위험들 이러한 반MB연합의 정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일반화된 포퓰리즘 정치가 가지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공유한다. 첫째, 인민대중에 대한 감정적 호소를 통해 그들을 동원하지만, 이념과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인민대중을 (운동과 정치의)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소수정치세력의 표몰이 대상으로 동원할 뿐이다. 야당이 된 민주당과 친노 세력들은 이른바 소통을 새로운 정치덕목으로 제시하면서, 인민대중을 대변하고 그들을 향해 직접 호소하지만, 그 내용은 별다른 내용 없이 지극히 감정적인 호소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구정권 탓을 할 뿐이고, 민주당은 모든 것이 MB탓이라는 말뿐이다. 반MB연합은 이념 없는 반정권정서, 사회운동 없는 현직정권 선거 심판론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미 노무현 자신이 생전에 한나라당과의 공동정부구성을 제안했을 정도로 여야 정당들간의 정책적 사상적 차별성은 없어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역설적이지만 이들 간의 중도주의적인 수렴이 진행될수록, 정치계급 내부의 다툼은 점점 더 극단적이고 과장된 감정적 어법으로 난잡하게 진행된다. 이러한 대결은 한편으로는 차별성이 없어진 정치 계급 내 생존경쟁의 한 방식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도무지 해결방안을 찾기 어려운 경제위기와 불가피한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위기비용전가 정책들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주목하고 극복해야할 지점은 노동자운동과 진보정당들이 이러한 포퓰리즘적인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을 대중적으로 효과적이고 강력한 선전 전략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하면서 서서히 답습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대중들은 정치적 구심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지만, 진보세력은 신뢰할 만한 세력으로 자신을 확립하는 데 실패했다. 진보정치세력은 사회운동 정당으로서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진보정당의 후보들은 나머지 보수정당들의 후보들과 거의 유사하게 인식되었다. 얼마나 득표를 했고 얼마나 많은 의석을 당선시켰는가도 중요하겠지만, 진보정치세력이 대중들에게 어떤 세력으로 인식되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사회운동을 선거라는 공간에서 구체화하는 데 실패한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진보정당들의 선거활동, 특히 반MB연대 류의 선거활동은 참신성만을 강조하고 다양해보이기를 추구할 뿐, 이념적으로 불분명했으며, 근본적인 원인진단이나 해법보다는 이러저러한 것들을 해주겠다는 식의 포퓰리즘적인 정책들, 예컨대 무상급식처럼 한국의 교육문제를 호도하는 정책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선전선동을 쉽고 대중적으로 간략한 감성적 어법으로 한다고 해서 모두 포퓰리즘은 아니다. 잘못된 것은 참신성이나 이미지와 같은 감성적 선전방식에 지나치게 골몰한 나머지, 사회운동적인 정치의 기본을 져버리기 시작한 점이다. 무엇 무엇을 해주겠다던가, 이런저런 이미지 선전에 골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러저런 것들을 함께 바꿉시다, 이런 운동을 벌이자는 제안과 논쟁, 대안제시가 선거운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실의 모든 문제를 오로지 MB와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저지른 말실수 같은 것들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처럼 선동한다든가, 그 같은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을 대중적인 정치선전의 전부로 착각한다든가, 몇몇 시혜적인 부분적 복지공약을 진보정치의 금과옥조인 것처럼 호도한다든가, 심지어는 자본가 기업중심의 지역개발정책을 노동자시민들의 허구적 욕망으로 가공하면서 노동자 시민을 위하는 길인 양 떠드는 활동 등은 냉정히 비판 평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서민적이거나 친노동자적인 수식어를 사용하지만 근본적인 정책전환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시혜적인 복지정책의 부분적 도입에 그칠 뿐이다. 말은 친노동자적이지만 자본주의적 근간을 위협할 만한 사안에 관한 행동은 여느 보수주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정권은 항상 서민과 함께 할 것을 386의 언어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개혁정권은 비정규악법을 제정하고, 집회현장에서 노동자 농민들을 구타살해하고, 한미FTA를 추진하고, 평택미군기지이전과 이라크 파병을 자행했다. 민주당 대표는 올해 민주노총 메이데이 집회 연사로 나섰다. 거기서 그는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MB정권을 심판하자고 외쳤다. 하지만 유시민 국참당 후보는 5+4에서 끝까지 비정규직 사용제한사유에 합의하지 않았고, 한명숙이나 다른 야당후보들도 지역복지를 이야기하면서도 노무현정권 시절 제정된 노동악법들과 FTA, 파병 등과 관련한 정책전환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오로지 MB 탓, 4대강 탓, 세종시 탓이었다. 한나라당과 다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이미 실시 중인 부분 무상급식을 확대 시행하겠다는 정도였다. 셋째, 포퓰리즘은 좌파의 퇴조 이후 반신자유주의전선 안팎에서 좌파를 참칭하면서, 대안좌파 형성의 노력을 좌초시킨다. 포퓰리즘이 그 자체로는 나빠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포퓰리즘은 겉으로나마 가난한 인민들의 편임을 자임하고, 부자들과 억압적 보수주의와 격렬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나쁜 것은 말과 행동을 달리하면서 좌파를 참칭하기 때문에 전선을 교란시키면서 대안 좌파의 형성과 발전을 지체시키고 가로 막기 때문이다. 물론 진보정치와 노동자운동의 혁신이 지체된 모든 책임을 포퓰리즘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에 대한 포퓰리즘 정치세력의 포섭력이 강화될수록 노동자운동의 실리주의적 경향과 지배정치 의존적인 경향은 강화되어 왔다. 나아가 이제 우리는 반MB연합이나 ‘연합의 정치’라는 형태로 진보정치, 진보정당들의 포퓰리즘화가 확산되어가는 사태를 크게 우려해마지 않는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평가를 통해 작은 이득을 버리고, 반MB라는 대의를 택했다고 했다. 또 반MB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선봉에서 싸운 것은 진보정당과 노동자운동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득표수보다 많은 무형의 이득을 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씨 또한 선거이후 줄기차게 ‘연합의 정치’라는 화두를 던지며, 진보신당이 안티노무현, 안티민노당의 좁은 틀을 깨고, 국민참여당과 민주당의 일부를 포함하여 대중의 반MB열망을 대변하는 광폭 정당으로 재탄생돼야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같은 주장은 마치 한국판 제3의 길을 주창하는 것처럼 들린다. 유럽의 제3의 길이 사민주의를 신자유주의와 공명하는 사회 자유주의로 변질시켰다면, 연합의 정치가 주창하는 새로운 전망은 코포러티즘적 지향을 가지는 민주노총 상층의 일부와 사민주의적 지향을 가지는 진보정당의 일부를, 민주당의 일부와 촛불정치세력 등과 한데 묶는 포퓰리즘적인 연합의 정치로 변질시키고자 하는 듯하다. 추측컨대 현재는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2012 공동 집권 전략이 더 힘을 받고 있는 듯하지만, 만약 민주당이 선거에서 대패했었다면, 진보신당의 일각에서 추진 중인 촛불연합 류, 제3의 길 류의 연합정치가 더 힘을 얻었을 것이다. 결국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일부가 추진 중인 연합의 정치는 거의 비슷한 선거정치 틀 내에서 경쟁 중인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공동의 원칙으로 강조했었던 이른바 先진보대연합-後민주대연합론 역시 계급정치실현을 위한 사회운동 계획을 앞세우는 전략이 아니라 진보양당간의 후보단일화(=진보대연합)를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앞서 추진한다는 선거 전략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진보대연합의 실패와 반MB민주대연합으로의 흡수는 후보단일화 전략이라는 선거 전략적 경쟁의 결과이며, 반MB선거연합을 상위의 대의(?)로 전제한 결과였던 것이다.(단지 그 비중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포퓰리즘은 노무현의 영정을 둘러맨 민주당, 친노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무현식의 본연의 정치가적 포퓰리즘에 뒤이어, (반MB 야권 후보단일화 선거프레임의 일정한 성공을 배경으로) 여러 진보 개혁적 정당들과 그들의 선거연합들이 주동이 되는 보다 진화되고 공격적인 형태의 좌파적 포퓰리즘과 다양한 연합의 정치가 난립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 반MB연합은 공동 집권 전략을 추진 중인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주류, 진보신당 일부가 공유하는 전략이자, 부재한 이념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있다. 단지 좌파를 참칭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적인 정치일정을 포함한 구체적인 수준의 전략을 노동자 민중운동의 다수가 자신의 전망으로 내세우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지방선거 이후 엇갈리고 있는 평가와 진보정치 재편전략 논란은 이행기적 혼란의 일부라는 점을 말이다.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가 시시각각 진행 중인 정세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현 시기 정세를 분석하고 새로운 좌파적 전망을 수립할 준거를 잃는 것이다. 반한나라당 선거와 야당후보들의 당선을 위한 합종연횡을 기획하는데 골몰하기보다는, 노동자 사회운동의 재건과 새로운 계급적 단결의 형성을 위한 혁신과제들과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맞선 반신자유주의 노동자 사회운동들이 선차적이고 사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반MB연합에서의 헌신성을 높이자는 전략과 노동자 사회운동의 대안적 주도권을 형성해 내자는 전망은 전혀 다른 계급적 사상적 근거를 지닌 두 개의 대립되는 전략이며, 이 두 전략은 멀지 않은 시기에 서로 대립투쟁 관계에 돌입될 운명에 놓여있다.
6ㆍ2 지방선거가 끝난 후 평가가 분분하다. 그러나 선거과정이 그랬듯이 평가에서도 ‘MB심판에 대한 대중의 민심’, ‘민주대연합의 승리’라는 진단 이외의 다른 쟁점들은 여전히 잠복되거나 억압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른바 반MB연합에 비판적이거나 거리두기를 했던 세력, 조직들은 평가에 신중하거나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그 과정과 결과만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낼 효과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 선거 직후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완주를 두고 형성된 여론지형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전주곡처럼 들린다. 선거전술로서 진보대연합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운동의 독자성에 대한 회의와 부정을 포함하는 주장들도 이미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대연합 구도가 형성되는 데 기여했던 정치적ㆍ정책적 쟁점들을 더욱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시도들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이미 드러났듯이, 이와 같은 정치지형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운동방향이 민주대연합을 넘어서려는 시도에 대해 상당한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 평가는 향후 전개될 정세와 정치지형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적 구도와 몇 개의 단일 이슈 중심의 ‘신자유주의 네거티브 선거’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대체로 민주당의 완승, 한나라당의 대패로 요약된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민주당은 7석, 정당 비례대표 35.1%을 차지했고 한나라당은 6석, 정당 비례대표 39.8%를 얻었다. 그리고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후보가 경남과 제주 광역단체장으로 당선되었다. 의석수만으로는 아주 큰 차이가 아니지만, 이전 지방정부 수권정당이 한나라당 일색이었던 현실에 비추어 상당한 변화라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는 과거의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11개 지방정부를 수권하였다. 민주당이 광주와 전남 두 곳을, 열린우리당이 전북 한 곳을 수권하였고, 제주는 무소속 당선이었다. 의석수만 놓고 보자면, 이번 선거에 비할 데 없는 한나라당의 완승이었다. 또한 2002년의 지방선거에서는 선거 직선제가 본격화된 1987년 이후 치러진 모든 종류의 선거를 망라하여 가장 큰 폭의 표차를 만들며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 선거를 통해 획득한 표는 총 880만 표로 487만 표를 얻은 민주당을 393만 표만큼 앞섰다. 그 결과 광역단체장 의석은 한나라당 11석, 민주당 4석, 자유민주연합 1석으로 배분되었다. 2002년 처음으로 도입되었던 정당 투표를 기준으로 해도 한나라당은 859만 표, 민주당은 479만 표로 380만 표 차를 벌였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정작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방선거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몇 가지 경향성이다. 우선 야당이 지방선거에서 단연 우세하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도 정권심판론이 회자되는데, 이는 이번 선거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역대 총선결과를 함께 놓고 본다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며, 특히 정권 말기에 선거가 치러질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이 투표성향이 일관되게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2년 선거가 가장 대표적이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같은 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따라서 정권심판론은 선거에서 승리한 세력의 주도력을 확인해 주기보다는, 대중의 일관된 정치적 경향성이 해체되고 정치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규정할 만한 고유한 특징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과거의 지방선거는 대체로 집권정당 심판이라는 정치적 구호와 지역별 발전전략이 결합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번 지방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몇 개의 단일이슈 중심의 전국적 구도가 유지되었다. 물론 각 지역마다 특수한 지역적 쟁점이 없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세종시 논란 등 몇 개의 단일 이슈를 중심으로 전국적 구도가 확고하게 짜인 것이 이번 지방선거였다. 전국적 쟁점에 근거해 오히려 지역적 쟁점이 확장되기도 했는데,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사회운동의 고민을 돌아보면 이와 같은 차이는 명확해진다. 당시 사회운동의 활동은 한미 FTA 반대운동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에 집중되어 있었다. 사회운동 주체들이 선거공간을 활용하여 이러한 운동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역별 쟁점을 중심으로 형성된 선거지형 속에서 전국적 사안을 쟁점화하기란 매우 힘들었다. 보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차이는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 그리고 선거구도의 정치적 성격을 말해준다.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집회·시위의 자유(서울광장)란 쟁점은 민주당과 개혁주의 세력들의 입장에서 한나라당과는 평행선을 달리는 정치적 소재지만, 진보진영과도 이미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반면 한미 FTA, 비정규직 문제, 파병문제, 노동법 개악 등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일말의 공유지반도 없는 수많은 이슈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것도 쟁점화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그리 많지 않은 정책적 차이가 매우 과장·극대화된 신자유주의 세력들간의 네거티브 선거였다고 집약해 볼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근거를 더 보태자면 선거의 속성상 집권여당에 대한 정치공세를 위해 빠질 수 없었던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문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기조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한 이는 경제위기가 쟁점화되는 순간 민주당이 내놓을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이 같은 선거구도는 민주당과 개혁주의 성향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기획·주도되었다.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을 포함하여 구성된 5+4 연석회의에서 선거연합의 전제조건으로 정책적 의제들을 ‘필터링’했던 과정을 상기해보자. 한미 FTA, 비정규직 문제를 민주당이 거부하여 협상이 지체될 때마다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중재자를 자임했다. 그러나 중재의 내용은 번번이 민심을 명분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단결하라는 주문이었다. 민주노총 정치방침의 역설적 지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이후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현장의 정치활동 붕괴, 정치방침 수립의 어려움이 항상 거론되어 왔다. 그를 극복하기 위한 취지로 진보정당 대통합운동이 작년부터 개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가 치러졌고, 민주노총의 대응은 혼란과 무기력 그 자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올 3월 경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민주노총 정치방침은 수많은 논쟁과 수정 과정을 거쳐 5월 중순 경 최종 확정되었다.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쟁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가 복수 출마할 경우, 특히 그 중에 진보정당의 후보가 독자출마와 ‘반MB연합 후보’로 나뉠 경우의 방침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논의는 5+4 연석회의의 합의사항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즉 기초의원이나 비례의원의 경우 복수의 진보정당 후보에 대한 추천, 지지를 열어두는 방향으로, 그리고 그 외 부문의 경우 양쪽 모두 지지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민주당 후보인 반MB연대 후보 지지를 열어두는 방향으로 정치방침을 수정해 나갔다. 이러한 방침 아래서 진보정당 통합을 위한 서약서나 광역단체장 복수 출마의 경우 조합원에 한해 지지후보로 결정한다는 단서조항은 형식적인 의미 이상을 가지질 수 없었으며, 실제로 각 지역에서 쉽게 무력화되었다. [%=박스1%] 이러한 정치방침이 사실상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의미했다는 사실은 민주노총 지역본부마다 지지후보가 결정된 과정이나 실제 진행된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16개 광역단체장 후보에 대한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판단은 다음과 같이 세 개 그룹으로 나뉘었다. 민주노총 지지후보를 결정한 지역 5곳(강원, 경기, 경북, 전남, 충북), 복수 출마로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지역 7곳(광주, 대구, 대전, 서울, 울산, 인천, 전북), 마지막으로 지지후보가 없는 곳(경남, 부산, 제주, 충남). 이 중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두 번째 그룹은 대부분 진보신당이 독자 출마를 한 지역이다. 그리고 지지후보가 없는 지역은 대부분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모두 출마하지 않은 지역이다. 지지후보를 결정한 첫 번째 경우도 내막을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경기의 경우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심상정 후보 지지를 형식적으로는 결정했으나, 실제로는 정책협약식을 통해 유시민 후보를 지지한 사실이 알려져 있다. 강원의 경우 민주노동당 후보가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결정되었으나 중도 사퇴하여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였다. 그리고 대구와 전남의 경우 민주노동당 후보가 지지후보로 결정되었으나, 알다시피 이들 지역은 민주노동당의 독자출마가 전체 선거 판세에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곳들이다. 따라서 온전한 의미에서의 민주노총 지지후보는 충북 정도라 할 수 있었다. 충북의 경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3개 진보정당이 합의를 통해 진보신당의 후보를 단일후보로 추대하였고 민주노총 충북본부도 지지후보로 승인하였다. 그러나 실제 득표율은 대구의 5.61%, 전남의 10.86%에도 한참 못 미치는 2.84%에 불과했다. 노동조합 기층의 실제 선거활동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상황전개를 되짚어 본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민주대연합’을 성사시키는 데 시민단체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민주노총이었다. 그리고 민주노총 선거활동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정치방침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선거 시기 소속 조직과 조합원들의 정치활동 방향과 지침이라는 본래의 의미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각 지역 본부들이 선거연합 전술을 판단하는 데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였다. 즉 이번 선거에서의 이른바 야권연대, 민주대연합의 실제 내용이 후보연합전술을 의미하고,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각기 다른 판단을 하는 조건에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각 지역본부가 ‘공식적으로는 할 수 없는 활동’과 ‘비공식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활동’을 지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범공공부문 노조의 적극적 선거대응과 ‘보편적 복지’ 쟁점 산별노조들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에 많은 관심을 두고, 나아가 직간접적인 선거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인 곳은 단연,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그리고 보건의료노조이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각기 시국선언 참여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 노조활동에 대한 전면적 탄압이 지속되던 가운데, 민주노동당에 대한 후원금 납부를 빌미로 한 대대적인 징계가 진행 중에 있다. 따라서 징계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는 교육감과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노조탄압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선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다면, 보건의료노조는 자신의 운동과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선거에 능동적으로 개입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일이년 전부터 쟁점화시켜 온 ‘보호자 없는 병실’을 비롯하여 의료민영화, 영리병원, 의료법 개악 반대를 정책요구로 내걸고 이를 수용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였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이들 세 노조의 선거활동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전제 하에서 ‘당선 가능한 후보’에 대한 지지·지원에 집중되었다. 특히 민주노동당 지지 경향이 강했던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민주노동당이 ‘민주대연합’에 가담하자, 공개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지원활동을 벌였다. 선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산별노조가 주로 범공공부문의 노조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공공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이 지속되고, 최근에는 노동조합을 아예 무력화시키려는 집중포화가 이어져 왔던 상황과 관련되는 문제다. 이러한 조건에서 기층의 대응력과 활동력이 축소·붕괴된 노조의 경우 상당한 타협과 정부가 제시하는 노동조합 노선에 대한 적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사실상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이전 민주당 정부 집권시절에도 정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탄압 양상은 노조의 활동력이 상당 부문 붕괴된 가운데 그 ‘체감도’가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현재의 집중적인 탄압에 대응하기 위해 선거나 정치권의 권한과 같은 제도적 수단을 활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층의 활동력을 복구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공세적인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매우 우려스러운 결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이번 지방선거가 민주노총 특히 범공공부문 노조들 내에 이른바 ‘보편적 복지’ 쟁점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민주노총 내에서의 복지 관련 논의는 ‘사회연대전략’ 논쟁 당시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 제안처럼 전사가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 담론, 그리고 그 정책과제로 기획·제기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 당시 예고편으로 등장하여 이제 본격적인 활동이 개시되고 있는 ‘건강보험 하나로’ 사업은 이전의 논쟁지형을 훨씬 초과하는 쟁점들을 내재하고 있다.(건강보험 하나로 쟁점은 이 책 중 ‘건강보험 하나로, 어떻게 볼 것인가’(최윤정, 김동근)를 참조하라) 보편적 복지 담론이 그 내용 면에서 몇 년 전 사회연대전략의 재판인 듯 보이지만, 그 주체나 추진 방식은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사회연대전략이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진보진영 내부에 복지 확대를 위한 정책적 우선순위나 경로창출 방식을 제안한 것이었다면(물론 좁은 의미에서 볼 때), 현재 제기되고 있고 특히 지방선거 이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보편적 복지 논의는 정치세력의 재편을 전제로 하는 정치적 기획의 성격이 강하다. 즉 민주대연합 구도를 지속해 나가려는 민주당 개혁세력과 시민단체들에게 보편적 복지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과 제휴할 수 있는 유력한 매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이미 무상급식, 보호자 없는 병실, 기초노령 연금의 현실화 등 노동자운동 내의 복지 관련 요구를 상당부분 수렴하였다. 대부분의 정책과제들이 민주당의 기존 입장과는 일치하지 않거나 반대되는 것들이다. 선거 이후 민주대연합을 적극 추진했던 여러 정치세력들은 ‘보편적 복지’를 내건 다양한 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부영, 이수호, 주대환 등이 주축이 되어 최근 구성된 ‘(가칭)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가 대표적이다. 또한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비롯하여 보편적 복지 담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그룹들은 지방선거 이후 보편적 복지를 중심으로 정치세력이 새롭게 재편되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책적 쟁점을 다루는 데 노동자운동이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지형과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복지확대에 대한 낙관적 기대나 개별 정책과제에 대한 지지 차원으로만 최근의 보편적 복지 논의에 접근하는 것은 의도하지 않은 정치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범공공부문 노조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시적인 입장과 활동을 드러내지 않은 공공노조의 경우 ‘보편적 복지’ 노선에 대한 지지 경향이 강한 만큼 현재와 같은 논의지형이 어떤 방향으로든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공공노조뿐 아니라, 지방선거에 비해 전국적 차원의 정책적 쟁점화가 더 용이한 총선, 대선 등 중앙선거 일정을 준비하면서 범공공부문 노동조합을 포섭, 순치하기 위한 개혁세력의 시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전국적 정치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역의 시민단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대연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은 지역에서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많은 지역에서 중앙의 5+4 연석회의에 소속된 시민단체과 계통성을 확보하면서 시민단체간 연대구조가 형성되고, 중앙의 활동을 모사하여 공동의 지역정책 의제를 제안하고 선거연합을 구축하기 위한 활동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중앙의 논의가 그러했듯 지역의 활동 역시 실제로는 진보정당, 야권후보들간의 후보연합전술을 중재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몇몇 지역에서는 ‘풀뿌리 정치 강화’를 기조로 지역의 진보적인 의제를 구축하고 진보진영 내부의 통합력에 근거한 유의미한 선거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오히려 예외적일 만큼 지역에서의 후보단일화 바람은 거셌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앙의 논의에 비해서 훨씬 통합력과 강제력 있는 후보연합을 성사시키기도 하였다. 전국 최초의 ‘야권단일화’에 이어, 최초의 ‘수도권 진보정당 구청장 당선’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인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알려져 있듯이 인천은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진보정당 간의 ‘진보대연합’ 합의 역시 가장 최초로 이루어진 곳이다.) 지역 내의 정치구도, 정치세력간의 관계와 영향력을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추상적인 원칙과 기준 중심의 중앙의 논의보다 후보조정 논의에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요컨대 시민단체들의 정치 활동은 낙천낙선운동이 꾸준히 진화해온 결과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연합, 그리고 후보 발굴 사업을 통한 자체 후보출마 등 과거 어느 선거보다 매우 적극적인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추동한 동인은 과연 무엇일까? 이른바 ‘공동정부’ 구성 등을 내세우며 당선자 인수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통해 그 일단이 이미 드러났다. 또한 더욱 세부적인 양상은 앞으로 지방정부 운영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개입방식을 통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우선하여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과 자원에 관계된 문제다. 중앙의 시민단체들의 경우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의 정치적 협력관계가 이명박 정부 들어 해체된 이후 그를 상쇄하기 위한 다양한 정치적 기획을 추진해왔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지방선거를 압도한 몇몇의 정치적 단일 이슈 역시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 시민단체의 정치적 지위나 지방정부 및 개혁세력과 분점할 수 있는 정치적 자원, 그리고 선점할 수 있는 자유주의적 정책이슈가 중앙에 비해 매우 협소하다. 또한 이러한 조건을 극복해 나갈 만한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역량도 대체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단적으로 촛불집회를 통해 쟁점화 된 정치적·정책적 의제들이 지역 차원에서는 좀처럼 대중적으로 확장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의 시민단체들 대부분은 일관된 운동노선을 정립하지 못하고, ‘풀뿌리 자치운동-지역적 의제개발’과 ‘정책적 개입 중심의 상층운동’ 사이를 실용적으로 오간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지방정부 수권이 장기화되고 이명박 정부 집권 아래서 시민단체들의 활동기반은 점차 축소되는 과정을 밟아 왔다. 이러한 조건에서 시민단체들이 유용하게 선택할 수 있는 운동경로는 중앙으로부터 형성되는 전국적 구도와 정치적 쟁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역 차원에서 지방정부를 비롯한 제도적 영역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주력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 시민단체의 그러한 활동방식과 정치적 지향이 결합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을 제공했다. 이른바 민주대연합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단호한 태도와 입장 앞서 짚은 내용들은 민주노총이 이번 지방선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 주요 쟁점에 대한 평가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구조적인 문제와 운동 과제에 대한 평가가 심도 깊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쟁점들이 포함될 것이다. 우선 민주노총이 근 십여 년에 걸쳐 추진해온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현재적 진단과 평가는 어떠한가? 이번 지방선거는 진보정당의 양적 성장, 선거활동 중심으로 추진되어온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운동이 분당이라는 정치적 조건 아래서 실질적으로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는 계기였다. 그렇다면 다시 문제는 어떠한 정치세력화운동인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역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며,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사회운동 조직의 역할은 무엇인가 역시 놓칠 수 없는 쟁점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운동에서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영향력과 정치적 지위는 매우 역설적인 방식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사회운동 조직은 극도의 무기력, 무능력을 드러냈다. 지역의 정치자원을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 분점하기 위한 시민단체 주도의 활동경향과 단절하고, 지역 노동자운동, 사회운동 정치력을 강화하는 운동 전략에 대한 모색이 다시금 본격화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자 운동, 사회운동의 운동과제들이 자유주의적 정치쟁점에 포섭되거나 억압되지 않기 위한 정치적 기획과 대응역량의 구축이라는 과제가 있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노동권의 요구를 정치 쟁점화하기 위한 더욱 공세적인 운동기획은 물론, 개혁주의 세력들에 의해 주도되는 정책적 이슈를 다룰 때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요구를 부차화하거나 분리하지 않는 신중한 접근이 모색되어야 한다. 결국 이와 같은 쟁점과 과제는 이른바 ‘민주대연합’, 그리고 그 실체로서 제안되고 있는 여러 형태의 사회개혁과 정치재편 논의에 대한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의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할 것이냐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로 간의 크지 않은 차이를 과장하면서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쟁점들을 은폐·축소하는 신자유주의 지배세력 일반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단호한 비판이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학교현장을 바꾸기 위한 대중운동을 활성화하자 이번 6ㆍ2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전국 12개 시ㆍ도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와 동시에 진행되었다. 교육감은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이후 이미 주민 직선으로 뽑은 바 있다. 하지만 법 개정 시점 때문에 대부분 임기가 1~2년에 불과한 반쪽짜리 교육감이었다. 이번에 비로소 임기 4년을 꽉 채울 교육감을 선출한 것이다. 교육의원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9월 관련 법률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교육의원은 각 시·도 의회에서 교육·학예에 관한 의안 등을 심사·의결하는 ‘교육위원회’의 과반수를 구성한다. (나머지는 시·도 의원이 차지한다.) 교육의원은 전국 77개 선거구별로 1명씩 선출하는데, 서울의 경우 8개 선거구에서 8명을 뽑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시민들이 부지기수였다. 5월 20일 본 선거가 시작된 이후에도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결과 60% 이상의 유권자가 교육감 후보에 대해 ‘무응답 또는 모름’이라고 답변했고, 20% 내외만이 ‘교육감 후보를 알고 있다’고 답변했을 정도로 낮은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반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진보성향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50%를 넘어 보수성향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두 배 이상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진보진영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 대거 출마와 당선 진보진영은 서울을 필두로 하여 경기, 인천, 강원, 충북, 전남, 전북, 경남, 경북, 광주, 부산, 대구, 울산에서 12명의 교육감 후보(8명 전교조 출신, 4명 교수 출신)와 26명의 교육의원 후보를 출마시켰다. 그 결과 서울 곽노현(방통대 교수), 경기 김상곤(현 교육감), 강원 민병희(도 교육위원), 광주 장휘국(현 교육위원), 전북 김승환(전북대 교수), 전남 장만채(전 순천대 총장) 등 6명의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교육의원도 서울 3명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16명이 당선되었다. 진보진영은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에 상당한 역량을 투여했는데, 이는 전교조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라는 정세와 함께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제도의 몇 가지 유리한 지형을 배경으로 한다. 시국선언교사 탄압, 단체협상 시정명령, 조합원 명단 공개, 정당가입과 정치자금 후원 탄압 등 전면적인 전교조 탄압 상황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선거 공간에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엄호할 필요성이 절박했다.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 일제고사 등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면서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향후 대중투쟁에 유리한 지형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당의 선거개입 금지규정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체제 하에서 대중운동을 기반으로 한 진보진영의 개입공간을 열어주었고, 교육감 및 교육의원 후보자 선정에 있어서도 정당 개입금지와 교육 경력 규정이 상대적으로 진보진영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보수후보가 난립하고 보수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도 높지 않아 민주진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조ㆍ중ㆍ동을 필두로 한 보수 세력은 ‘전교조 없는 학교’, ‘교원평가 전면시행’ 등 반전교조 공세를 강화했고 좌파 교육감 후보진영에 대한 경찰의 직접적인 개입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무원칙한 반MB연대’의 강력한 규정 속에서 진행된 교육감 선거 일각에서는 서울 교육감 선거를 두고 진보대연합의 성공적 사례로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번 지자체 선거는 반신자유주의를 명확히 하지 않는 ‘무원칙한 반MB연대’, 이른바 ‘나눠 먹기식 반MB연대’의 구도가 주도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중심으로 노동조합과 진보 3당, 사회단체들이 진보진영의 서울시장 후보단일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으나,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의 일방적 사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 지지선언으로 무산되었다. 이런 구도 하에서 서울 교육감 선거구도는 ‘노동자운동, 진보진영의 대단결과 강화’라는 원칙보다도 당선가능성을 중심으로 반MB연대의 중심인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의 공조를 중심으로 선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교육감 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과 인지도, 이른바 ‘로또 교육감 선거’에 따른 정당 줄 투표 효과로 인한 어려움 등으로 인해 민주당과의 공조를 중심으로 한 ‘반MB연대’의 경향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구도 하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와의 선거공조는 현실적으로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반MB연대’의 구도 하에서 진보진영의 교육감 선거목표는 최소한의 방어와 당선을 중심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교원평가 등 노동조합운동의 중요한 쟁점에 대해서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선본의 입장을 합의, 방어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였다. 또한 전교조에 대한 강력한 탄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민주진보교육감을 당선시켜 대중투쟁의 유리한 지형을 형성하는 것이 2차적인 목표였다. 결론적으로 진보진영의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범시민추대위 구성과 경선과정에 대한 평가: 진보진영 독자적 역량 구축의 실패 지자체 선거 구도와 별도로 서울 교육감 선거가 진보진영 주도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내적인 원인과 한계가 존재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진보진영의 내적 역량의 취약함이다. 범시민추대위 경선 과정에서 진보테이블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한 지배계급의 일부로서 민주당’에 대한 원칙적 입장에 근거해서 이른바 민주당 성향의 직접적인 범시민추대위 참여에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관철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은 본선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중앙, 지역 선본을 책임질 수 없는 진보진영의 취약한 역량으로 인해 다양한 경향의 선본 참여를 반대할 수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우선 범시민추대위원회 구성과 경선과정에 대해서 살펴보자. 지난 해 12월부터 ‘교육희망네트워크’(전교조와 주류 시민단체ㆍ지역교육시민단체 중심의 전국적 규모의 연대단위)와 ‘서울교육공공성추진본부’(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전교조 서울지부, 진보정당, 서울지역 시민운동단위를 포괄하는 연대단위)를 중심으로 진보진영과 시민운동진영의 정치적 균형을 고려한 회의 틀을 통해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 관련 공동대응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후 2010년 1월 13일 60여 개 단체가 참가한 ‘2010 서울시 민주진보 교육감 교육위원 후보 범시민추대위원회’가 출범하여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다. 민주당과의 반MB연대는 곧 바로 당선 가능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초기부터 민주당의 개입을 둘러싸고 시민운동진영과 진보운동진영 간에 팽팽한 갈등이 형성되었다. 진보테이블의 경우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교육감 선거에 대한 후보 개입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전교조 탄압과 교원평가를 포함한 주요한 쟁점에 원칙 있게 대응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고자 움직였으나, 시민운동의 경우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야당과의 폭넓은 공감대를 고려한 행보를 지속했다. 단일화 방식(시민공천단, 운영위원 단체 투표, 여론조사 반영 비율), 단일화 일정(조기 단일화와 4월 말 단일화)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갈등과 논란이 지속되었다. 당초 2월 중순, 늦어도 3월 초 경선을 완료하고 전국교육감 선거 및 교육의원 선거 등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하였으나 최종적으로 3월 18일 곽노현 후보, 이부영 후보, 최홍이 후보, 박명기 후보, 이삼열 후보 등 5명이 후보등록을 완료하였다. 4월 14일에서야 시민공천단 투표 30%(3.29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운영위원 단체 시민공천단 미배정), 운영위원 단체투표 20%, 여론조사 50%를 반영하여 교수, 노동, 인권, 장애운동의 지지를 받은 곽노현 후보가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의 과열과 후보 선출 일정의 지연 탓으로 4.29에서야 교육감 선본이 꾸려졌다. 따라서 교육감 선거와 교육의원 선거의 체계적인 공조와 지원은커녕 각각의 선거대응도 시간에 쫓겨 급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범시민추대위의 구성과 관련하여 첫 번째 평가의 지점은 진보진영의 독자적인 교육감 선거대응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부재했다는 것이다. 2008년 선거에서 양 진영 간의 내부 갈등이 심각했고 상반된 선거평가로 인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독자적 대응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다. 설사 양 진영이 참가하는 범시민추대위원회 건설이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했다고 해도 진보진영의 주도권을 형성하기 위해서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중심으로 진보진영 내부의 선거대응 체계구축과 후보선정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한 지점은 명확히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서울본부 임원선거 및 집행부 교체 문제 등 현실적 난관이 존재했다.)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방법과 시기를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경선 이탈을 염두에 둔 세력에게 지속적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진보진영의 내적인 준비와 실력의 부족이었다. 이는 이후 선거 전 과정에 거쳐 최소한의 방어적 개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진보진영 전체가 동의할 만한 자신의 후보를 선정하는데 실패한 상황에서 민교협, 교수노조 등이 추대한 곽노현 후보의 경선 캠프 구성 과정에 신속히 결합하지 못한 점이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대중조직 내부의 입장정리가 어려운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으나, 진보진영이 긴밀히 결합하지 않고 곽노현 후보의 내부 경선캠프가 꾸려진 후에는 후보에 대한 진보진영의 개입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신속히 움직였어야 했다. 후보의 강력한 주도권, 진보진영의 취약한 선본 결합 곽노현 선본의 경우, 선거자금 차용과 선본 구성 전반에 걸쳐 후보 주도권이 강력하게 관철되었다. 특히 선본이 후보를 중심으로 7-8개 그룹 이상의 광범위한 연합세력으로 구성되다보니 후보 중심의 구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당초 진보테이블은 범시민추대위가 추천하는 단일 집행위원장 체계와 전략기획회의(컨트롤 타워)의 설치를 골자로 한 선본 구성안을 제안하였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반대로 다수 연합세력의 참여로 인해 다수의 공동선본장과 공동집행위원장 체계가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었다. 한편 지역선본을 구성할 때 48개 지역연락사무소 중 노동조합과 진보진영의 참여가 지극히 저조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지구협의회가 지역선본을 주도할 역량이 부재했고 전교조의 경우 법적인 제약으로 직접적인 결합이 어려웠다. 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의 경우 직접적인 정당개입이 금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 동시 선거로 인해 실질적 역량이 부재했다. 또한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각각 교육희망네트워크와 서울교육공공성추진본부 단위로 참여하여 공동된 행보가 어려웠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진보진영이 선본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본체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핵심 사업이 선본의 공식적인 체계인 집행위위원회와 각 집행단위의 논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 후보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후보-정책위원장을 중심으로 교원평가 등 주요 핵심 쟁점과 관련한 사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내적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김대중, 노무현과 함께 하겠습니다’ 현수막 사건의 원인이기도 했던 홍보전략회의가 집행위원회의 통제도 받지 않고 후보가 추천한 다수의 외부 전문가 집단 주도로 운영된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공동집행위원장도 6명으로 지속적으로 확대, 공동선본장도 임의로 다수 확대하는 등 갈등적인 쟁점을 선본 체계에서 책임 있게 결정하기 어려운 조건이 형성되었고 따라서 대중조직의 외부적, 정치적 개입이 불가피했다. 이러한 선본체계의 문제점으로 인해 교원평가를 둘러싼 선본 내 갈등이 반복되었고 급기야 진보테이블이 철수했다 복귀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박스1%] ‘진보 단일후보 대 보수 다수후보’ 유리한 선거구도, 핵심 쟁점을 이슈화하는데 실패 이번 교육감 선거는 단일 민주진보 후보와 다수의 보수후보가 대결하는 유리한 구도였다. 서울의 경우 내부 경선의 과열과 후유증으로 인해 선본 구성과 교육의원 선거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으나, 5월 20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민주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달성했다. 하지만 보수진영의 경우 바른교육국민연합을 중심으로 반전교조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당초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를 비롯하여 경선 이탈과 결과 불복 등으로 다수의 후보가 난립했다. 공정택 전 교육감의 비리사건으로 인해 진보성향에 대한 지지가 50%를 넘어서는 것도 유리한 구도였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 및 후보에 대한 낮은 인지도, 1번과 2번 정당번호 줄 투표 효과로 인해 선거막바지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선거가 막바지까지 고전을 면치 못한 원인은 앞서 살펴본 교육감 선거의 지형이 한축이라면, 다른 한축은 핵심 정책 혹은 쟁점을 이슈화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유리한 선거구도와 선거 막판 선관위의 공보물 누락 사건 등의 변수가 없었다면 선거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책이슈와 관련하여 진보진영은 뚜렷한 핵심 이슈를 제기하지 못했다. 시민추대위 경선과정이나 선본 활동과정에서 교원평가 등 민감한 쟁점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는 존재했으나 핵심 쟁점과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기획이 부재했다. 교육감 권한 밖에 사안이라도 전국적인 민주진보 교육감 공조 차원에서 현행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핵심적인 문제와 대안(특히 국립대 법인화, 입시제도 등)을 여론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조직하지 못했다. 이원희의 ‘부적격교원 10% 퇴출’, 김영숙의 ‘사교육 없는 학교’라는 정책메시지에 비해 곽노현 후보가 비중 있게 제기했던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메시지는 그다지 파괴력을 갖지 못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은 내용에 있어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현 정세에서 메인 슬로건으로 부적절했다. 오히려 예비공보물에서 사용된 ‘MB 특권교육 심판, 공정택 부패교육 심판’을 강조해야 했다. 반전교조 프레임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과 소위 명문대 입학을 갈구하는 학부모층의 표심을 고려한 ‘교육적 교원평가 시행, 대학입시 대응능력 강화’ 등 내부의 우경화된 정책메시지는 사회적으로 이슈도 되지 못하고 선본 내의 갈등만 양산했다. 한편 진보테이블은 각 분야의 정책역량을 결집시키고 풍부한 대안을 제출하지 못한 한계가 존재했으나, 선본 내 정책위원회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인간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연대, 좋은 교사운동’ 등으로 구성된 ‘2010 서울교육감 시민선택의 공약평가’에서 곽노현 후보가 가장 우수한 등급을 받기도 하였다. 반전교조 프레임에 대한 과도한 강박과 전국민주진보교육감후보 선거공조의 중도반단 3월 24일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와 전국 교육감 예비후보 16인의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 협약식을 시작으로 전국의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정책공조가 시작되었다. 이어 4월 16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전국의 범민주 진보개혁 교육감ㆍ교육의원(총 22명 참여)과 함께 6ㆍ2 지방선거에서 제시할 10개 교육개혁 방향과 11개 정책과제를 담은 공동제안서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전국교육자치포럼 주최로 ‘전국 범민주진보개혁 교육감 교육의원 예비후보 합동 세미나’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도 함께 참여했다. 이후 본격적인 선거를 앞두고 5월 7일 12개 민주진보 교육감 공동정책발표 기자회견이 추진되었으나 불현듯이 취소되었다. 기자회견이 취소된 것은 ‘반전교조 프레임’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는 경기도 김상곤 선본의 입장이 주요 원인이었다. 경기도 선본은 자연스런 접촉이 아닌 경우 전국 혹은 수도권 민주진보교육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조ㆍ중ㆍ동 등 보수 세력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교원평가 등 주요 정책에 대해 ‘합리적 교원평가’ 수준의 공동입장 표명이 전제되지 않으면 공동행보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5월 7일 기자회견 준비과정에서 전교조 및 대부분의 시도교육감 후보는 민감한 쟁점인 교원평가를 10대 공약에 넣는 것에 반대했으나, 경기도 선본의 입장은 달랐다. 결국 기자회견문까지 작성된 상황에서 경기도 김상곤 후보의 불참통보로 기자회견이 취소된 것이다. 동일한 인식 탓에 김상곤 후보는 5월 16일 전국교사대회에도 불참했다. 이는 5월 19일 ‘수도권 혁신교육 벨트 추진 민주진보단일 교육감후보 공동기자회견’의 추진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었다. 당초 경기도 선본 담당자와 서울 선본 정책위원장 간에 4개의 공통공약(혁신학교 도입, 친환경 무상급식, 교육적 교원평가, 보수교육비리 척결)을 합의하고 기자회견을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 선본에서의 이견으로 ‘교육적 교원평가’를 뺀 3대 핵심공약과 10대 공약으로 조정하기 위한 협의를 다시 진행했는데, 경기도 선본의 입장과 맞지 않자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취소하였다. 5월 27일에 취소되었던 기자회견이 다시 추진되었는데, 이때는 서울 선본의 내부적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경기도 선본의 입장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서울 선본에서 진보테이블이 철수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곽노현 후보는 선거 막바지 고전하는 상황에서 경기 김상곤 후보와의 공조인가, 내부적 합의의 존중인가 양자택일 상황에서 경기 김상곤 후보를 선택했다.) 이번 선거에서 교원평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아닌 상황에서, 경기도 선본의 반전교조 프레임에 대한 과도한 강박이 오히려 전국적인 민주진보 교육감 선거공조와 파급효과를 만드는데 커다란 갈등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민주진보교육감 당선, 대중운동 활성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6월 9일 곽노현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박재동 화백을 취임준비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준비위원 43명, 고문 10명, 자문그룹인 지도위원 15명 등 모두 83명으로 취임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최민희 전 방통위 부위원장(행정), 김용일 부산해양대 교육학과 교수(공약실현), 김진욱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취임준비·대외협력) 등이 각 분과위원장을 맡았고 김윤태 우석대 사범대 교수가 비서실장을 맡았다.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향후 분과위원으로 결합하긴 하였으나 진보진영이 포함되지 않은 채 후보의 측근과 주류 시민운동 중심의 인선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곽노현 당선자의 행보를 둘러싸고 좌파, 우파 양측에서 여러 가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진보테이블은 ‘곽노현 당선자’가 일정한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지닌다고 평가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당선자 본인의 입장이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으며, 이것은 실망할 성질의 것이 아니고 객관적인 사실이자 조건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선자의 행보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학교현장을 바꾸어 내기 위해서 끈기 있고 일관성 있게 대중운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중앙정부 정책과 제도적 장벽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진보 교육감의 당선 이후 전교조 운동의 환경은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장 교사들에게 현 정부의 강경한 전교조 탄압공세에 비해 민주진보 교육감의 작은 개혁의 성과가 너무도 커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작은 과실들로 인해 학교 현장으로부터 민주진보교육감을 지켜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이 있을 수도 있다. 현장 조합원을 수동화시키는 상층 협상 중심의 청원형 운동이 강화될 수도 있다. 또한 민주진보 교육감 시대는 각급 학교현장의 문제에 대해 많은 정책전문성이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제한된 역량 속에서 활동가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아주 중요한 상황이 될 것이다. 그저 주어진 요구에 따라 사람을 배치하다보면 정책대응 중심으로 치우칠 것인 뻔하다. 학교현장과 지역에서 조합원과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학습하고 실천하며 새로운 활동가들을 재생산하는 역량의 공백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 민주진보 교육감의 당선은 일정한 제도적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제도개혁은 운동의 주체적 역량의 강화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모래 위의 성’일 뿐이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교육감과의 시의적절한 토론과 논쟁에 유능하게 개입하면서도, 교육감과의 상층협상에 의존하기보다는 일관된 계획을 가지고 학교현장을 바꾸어내고, 지역 차원의 대중운동을 활성화시키는 대중사업과 대중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또한 곽노현 교육감 시대 교육정책에 대한 진보운동의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서 전교조 서울지부를 중심으로 ‘서울교육공공성추진본부’의 재편 혹은 확대강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의 문제는 전사회적인 문제이다. 비정규직이 일반적 고용형태가 되고, 노동자의 기본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수준, 바닥을 향한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구조 하에서 ‘교육을 통한 평등’은 몽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교육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변혁과 분리되어 사고할 수 없다. 또한 교육감의 권한 밖이지만 대학의 구조와 대학입시제도를 떼어 놓고 초중고등학교의 개혁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전체 노동자운동 차원에서, 전국적인 민주진보 교육감들의 공조를 통해 교육감 권한을 넘나들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맞서 사회적 논쟁과 대안을 제출하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