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8546 건강관리서비스법, 의료민영화로 통하는 길 [기고] 건강관리서비스가 아니라 1차 의료기관 강화해야 천상정(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2010.09.27 18:13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것은 이미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TV를 비롯한 매스컴을 통해서 건강하게 사는 법에 대한 소개가 연잇고 있으며, 건강을 증진시키는 각종 상품들이 홍수를 이룬다. 건강을 위한 음식, 각종 약품, 건강보조기구 등이 대표적인 건강 상품이다. 이에 더해 건강이나 노후 보험과 같은 상품들과 같이 간접적으로 건강을 보장한다는 광고들도 넘쳐난다. 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건강관련 상품들이 넘쳐나고 있는 요즘, 보건복지위원장인 변웅전위원장을 비롯하여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소속 국회의원 11명이 ‘건강관리서비스 입법안’을 발의했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그리고 이후에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법안은 과연 우리의 건강을 향상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줄까? 건강관리서비스법이 없어서 건강관리가 안되었나? 보건복지부는 법안의 목적이 만성질환 예방과 국민의료비 절감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개인의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개인별 맞춤형 상담·교육·실천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건강관리서비스 제도"를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주요 내용은 정기적 건강상태 점검 및 생활습관 개선 등을 위한 상담 교육, 영양 및 운동 프로그램 설계 및 지도, 원격 의료(u-health) 기기·전화·이메일·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한 건강상태 모니터링이다.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은 의료 행위를 제외한 건강 증진 지원 활동을 실시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이전에 비해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며, 높은 평균 수명과 발달한 의료 기술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요소들 역시 증가하고 있다. 과도한 노동과 경쟁적인 사회 시스템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울증 치료제·커피·술·피로회복제와 같은 각종 각성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 시간과 높은 자살률은,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따라서 예방이나 상담 프로그램을 통한 일상적 건강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건복지부 역시 건강관리서비스 제도의 목적이 여기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사실 위와 같은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단순히 병에 걸렸을 때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서 건강관리·질병예방·치료·재활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건강관리와 질병예방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일차의료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으로 폭넓은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역의 보건소는 인력 부족과 열악한 시설로 인해 지역주민의 건강관리와 질병예방과 관련한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질병치료와 예방접종 등의 기본적 업무를 하기에 급급하다. 지역사회 1차 의료의 대부분은 병원 및 약국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런 곳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 주변 의원들과 병원, 심지어는 종합병원들과 무한경쟁해야 하는 상화에서 지역주민들과의 안정적인 관계가 지속되기 어렵고,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1차 의료기관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상담과 교육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껏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방치하거나 심화시켜왔다. 1차·2차·3차에 이르는 의료전달체계 구축에는 소홀한 채로 대형병원에 대한 규제를 풀어서 무한경쟁체계에 이르게 했으며, 동네 의원들이 대형병원과 직접 경쟁해야만 하도록 했다. 대형병원들의 외래 진료를 대대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지역의 의원들이 안정적으로 1차의료에 집중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었으며 또한 1차의료 수준에서 중요한 건강관리와 질병예방을 할 수 있는 제도적·사회적 환경을 조성하지 않아 의원들이 수익이 나는 질병치료에 집중한다. 이러한 상황을 더 부추기는 것은 무조건적인 행위별 수가제의 적용인데,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는 지역 주민의 건강을 증진시켜서 질병을 줄이는 것보다는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의원의 수익 창출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상황의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꾸준히 제기되었던 1차 의료 수준에서 주치의제도 확립, 의료전달체계 구축, 영리추구 중심의 보건의료체계 개혁 등이 제기되었지만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는 무시하고 무차별적인 영리화만을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라는 또 다른 제도를 통해서 1차 의료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은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방법이다. 게다가 법안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는 모양새는 정부 당국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 건강의 양극화와 환자들이 겪을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건강관리서비스법안에 따르면 일정한 시설, 장비 및 인력을 갖추고 기초자치단체의 개설허가만 받으면 개인이나 법인, 의료인이나 비의료인, 영리와 비영리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또한 일정한 교육을 통해 형성된 ‘건강관리서비스요원’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비(非)의료인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통제 기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건강관리서비스는 돈벌이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서비스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건강보험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치료행위를 제외한 모든 건강관리서비스의 비용을 이용자들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비스의 질은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고, 그 이용은 경제력에 따라 나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돈 많은 사람들만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서민들은 질 낮은 받을 것이 우려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 중산층과 서민층도 이용할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낙관은 기대에 불과하다. 돈벌이가 목적이 된 상황에서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서비스’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돈 있으면 고급 서비스, 돈 없으면 저질 서비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를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확대과정에서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면 규모가 큰 건강관리회사들은 고급서비스의 제공과 결합된 고가의 의료보험 상품을 개발할 것이고, 이는 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가의 서비스가 꼭 훌륭한 건강관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돈 내는 만큼 건강관리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고, 이에 따라 건강수준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 양극화가 지역 양극화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각자가 느끼고 있는 건강상의 문제들은 사실 비슷한 직업군이나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과 공통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들은 비슷한 지역 공동체 안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영세 농가가 밀접해 있는 지역, 공단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소득 수준과 환경에 처해 있고, 건강상의 문제들도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영세하고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지역에 건강관리회사들이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은 결국 의료민영화로 통하는 길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이 보건의료분야의 신성장 동력으로서 일자리 창출 및 관련 산업발전 기틀 마련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조원의 시장 형성과 3만 8천여 명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고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크게 바뀌는 모습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자본에게 또 하나의 돈벌이 영역만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건강관리서비스 법안과 함께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원격건강관리(u-health)이다. 이미 올 10월부터 SKT 등 IT 대기업과 서울대 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들이, 3년 동안 521억 원을 투자하여 대규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화상을 통한 질문과 최첨단 의료 기기를 통한 원격진료가 핵심적인 내용인데, 이는 안전성 검증이 되지 않은 방식인데다가, 진료의 정확성이 떨어져 진단과 처방이 잘못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민영영리기업과 민영의료보험을 통해 관리되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원격 진료를 통해 대형병원과 연계될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건강관리서비스는 민간의료보험, 대형병원과 결합하여 의료자본의 체계적인 돈벌이를 더 용이하게 만드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 개인질병정보가 민간영리기업과 민영보험회사에 유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실손형 보험 시장의 확대를 위해 개인질병정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업계는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을 통해서 방대한 개인정보를 취득할 것이다. 이를 통해 보험회사들은 실손형 민영보험상품에 건강관리서비스를 포함시켜 판매하고 직접 건강관리 회사를 운영하거나 연계 회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확장할 것이다. 질병정보는 실손형 의료보험 가입자 선별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며, 이는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직접적 피해가 됨과 동시에 실손형 의료보험시장의 확대는 건강보험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2008년 촛불 집회에서 의료민영화가 쟁점이 되면서, 정권은 이를 추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의료민영화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로 건강관리서비스이다. 건강관리서비스는 결코 대중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나마 국가에서 보장하고 있는 의료공급체계를 왜곡시킬뿐더러, 돈 낼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서비스가 달라져 건강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또한 건강관리상품으로 제공되는 것들도 실질적인 진단과 상담에 있기보다는,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기가 쉬운 원격 진료나 민영보험상품 개발에 치중될 것이다. 9월 정기국회에 계류된 건강관리서비스법을 막아내고, 정말 대중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 불평등의 원인과 실체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대안을 찾는 것이 진정한 숙제이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소속 국회의원 11명이 발의한 ‘건강관리서비스 법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안은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상담 및 교육, 영양 및 운동 프로그램, U-헬스(원격의료) 기기 등을 활용한 건강상태 모니터링을 건강관리서비스로 정의하고, 이를 새롭게 제도화·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 법이 국민건강 증진과 만성질환 예방 효과를 낳을 것이며,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 중산층과 서민층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보건의료분야 신성장 동력으로서 일자리 창출 및 관련 산업발전 기틀 마련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은 의료를 거대자본들에 내맡기는 의료민영화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은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 영역을 완전히 시장에 내맡기겠다는 것이다. 즉, 건강관리서비스는 별도의 민간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비용은 전적으로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건강관리서비스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므로 이는 민간보험회사들의 이윤 창출 시장이 된다. 민간보험회사들은 보험 상품에 건강관리서비스를 포함해 판매하고 혹은 직접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운영하거나 연계 회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확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강관리서비스기관에 축적된 개인 질병정보가 민간보험회사에 유출되어 실손형 의료보험 가입자선별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 건강관리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건강위험도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병원에서의 불필요한 고액 검사들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한편 U-헬스를 통해 대형병원의 원격진료가 가능해지면 민간영리기업과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관리되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원격 진료를 통해 대형병원과 연계될 것이다. 즉 민간의료보험회사-대형병원-민간영리기업(건강관리서비스회사)을 잇는 거대 의료자본이 탄생할 길을 열어주고 이들이 돈을 벌어들일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결국 건강관리서비스는 의료민영화의 한 경로이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은 건강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건강관리서비스가 민간에서 이루어지고 이와 연계한 민간보험이 활성화되면서 의료비는 급격히 증가할 것이고 계층 간 의료이용과 건강수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부는 다양한 가격대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기 때문에 서민층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내는 돈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돈 있는 사람들은 ‘고급 건강관리서비스’를 이용하고, 돈 없는 사람들은 ‘저급 건강관리서비스’를 이용하고, 그나마도 없는 사람들은 건강서비스의 영역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건강관리서비스’가 민간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면, 이를 구실로 현재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소의 건강증진·질병예방 서비스나 병원에서 수가는 없지만,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상담·교육 프로그램이 축소될 것이다. 의료민영화 시도,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중단하라! 2008년 촛불 집회에서 의료민영화가 쟁점이 되면서, 정권은 이를 추진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9년 초부터 다시 조심스럽고도 끈질기게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건강관리서비스이다.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질병예방’이 중요하고,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에 보건의료운동은 오래전부터 일차의료강화와 주치의제도를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을 외면해오던 정부가 이제 와서 ‘건강관리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의 질병예방을 자본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라고 하는 것은 기만적이다. 정부는 이름만 바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건강관리서비스법’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 2010년 9월 10일 사회진보연대
동산병원 환자식당 외주철회, 직고용 쟁취 투쟁 진행 중 지난 7월 2일,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동산병원 환자식당 노동자들의 투쟁 계획 수립을 위한 지역 활동가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어떤 참석자가 조합원들이 하루빨리 어떻게라도 복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뒤이어 동산병원 영양실 분회 조합원이 말했다. 환자들하고 약속을 했단다. 꼭 투쟁에서 이겨서 병원이 환자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동산병원에 고용되어서 복직되겠다고, 그럼 훨씬 더 나은 환자 밥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임금 삭감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바뀐 외주업체와 계약을 하지 않았고, 해고된 이후에 일주일만 싸우면 현장에 복귀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예상했던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유인물을 들고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환자식당 외주로 인해 환자 밥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당연한 사실에 호응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그녀들의 투쟁 목표는 조금씩 커져갔다. 현재 90일째 투쟁을 이어가는 그녀들은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과 의료 공공성을 확보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수많은 환자들과 시민들과 했던 약속이 그녀들을 결의시키고, 힘을 북돋고 있다. 50명 전원 해고통보와 선별계약, 이미 예견된 사실 2010년 5월 31일, 20여명의 동산병원 환자식당 노동자들이 당일까지 자신들이 일했던 조리실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무섭기도 했지만 바로 다음날이면 자신들은 해고자의 신분이 되기 때문에 그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2007년 동산병원 직원에서 (주)한화 직원으로 2007년이 되기 전에는 동산병원이 환자식당을 직접 운영했고, 노동자들도 직접 고용했다. 비록 비정규직이긴 했지만 그녀들은 동산병원 직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자, 병원은 즉시 식당을 (주)한화로 넘겼다. 외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용이 불안해지자 그녀들은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고,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동산병원 영양실분회 조합원이 되었다. 조합 가입 이후 투쟁을 진행했지만 외주화를 막지는 못했고, 결국 (주)한화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임금은 기본급 107만 원으로 수당을 포함시켜도 기본급과 별반 차이 없는 금액이었다. “동산병원의 한 식구라고 생각해요. 걱정마십시오” (주)한화로 외주를 결정한 동산병원 원장이 조합원들에게 한 말이다. 원장은 고용을 책임지겠다고, 걱정 말라고 했고, 속는 셈치고 믿었던 그 말에 결국 배신당한 것이다. ‘최저임금 못 받겠으면 식당에서 나가라.’ 쥐꼬리만한 임금에서 더 깎으려 드는 그놈들은 50명을 전원해고한 후 선별고용했다. 2007년도에 이미 예견된 사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당하고 나니 억울하고 분하기 짝이 없다. (원청)동산병원 -> (하청)풀무원 ECMD -> (재하청)유니토스 동산병원의 환자식당 외주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1차 하청을 주다 못해 2차 하청까지 받아들이고 나니 노동자들의 임금은 당연히 예전보다 적어질 수밖에 없었고, 환자 밥의 질 역시 낮아지게 됐다. 노동자들에게는 겨우 107만 원의 임금에서 10~20만 원 삭감을 요구했다. 환자 밥은 개판이었다. 젓가락이 나가면 안 되는 정신병동에 젓가락이 나가고, 단무지가 반찬으로 올라가고, 쉰내가 나는 나물이 올라가는 등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환자 밥은 단순히 한 끼 때우는 밥이 아니라 치료식이라는 점을 모르고 있는 급식업체 풀무원 ECMD 때문이고, 현저히 낮아진 단가로 밥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구지역의 경북대학교 병원, 영남대학교 병원 등 큰 대학병원들은 환자식당을 직접운영한다. 투쟁이 시작되고, 지역 언론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시시때때로 제기하고 있지만 꿈쩍도 안하고 있는 배짱 좋은 동산병원이다. 벌써 3개월째, 가을을 준비한다 푹푹 찌는 답 안나오는 대구날씨에 커다란 환풍기가 더운 열기와 소음을 뿜어내고 세탁실에서는 빨래 삶는 냄새 환자식당에서 나오는 짬밥(음식물 쓰레기) 냄새...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골재원 노동조합 동지들이 동산병원 농성장에 와보고는 본인들의 대구 시내 천막농성장은 호텔 같다고 한다. “일주일만 버티면 해결될 줄 알았어요.” 조합원들은 환자식당을 점거하고 며칠만 지나면 최소한 복직 정도는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벌써 3개월째다. 6월 1일, 해고에 저항하고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당일 새벽에 구사대와 경비업체 직원들이 식당 밖에 있는 대오를 둘러싸고 폭력을 휘둘러 쫓아냈다. 그 과정에서 동산병원 직원이 투쟁에 결합한 경북대학교 병원 간부를 밀쳤고, 그대로 넘어지면서 벽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뇌출혈을 입었다. 현재 몇 개월이 지났지만 그 간부는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있다.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여성노동자들이다보니 점거 농성은 힘겨운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 보다도 식당 밖으로 나가서 환자들을 만나고 시민들을 직접 만나서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고 싶었다. 6월 16일 식당 입구에 거점 농성장을 꾸리고, 24시간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매일 저녁 6시 집회, 주 1회 지역집중집회, 풀무원 본사 항의 상경투쟁 등 농성장의 하루는 바쁘게 흘러간다. 50여개의 지역시민사회대책위 구성으로 더 큰 힘을 받다 투쟁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시민사회단체 대책위가 구성되었다. 노동조합을 탄압한 역사가 있고, 환자 밥을 가지고 돈벌이를 하는 동산병원을 규탄ㆍ압박하기 위해 50여개의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모였다. 각종 기자회견, 언론홍보, 대구시내 곳곳에 현수막이 걸렸고, 관련 영상이 대구 MBC에 방영되어 동산병원을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현재는 30여 일째 릴레이 농성을 동산병원 정문에서 진행하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긴 싸움을 준비한다 그녀들은 달라졌다 처음에는 임금 삭감 없는 복직이 중요했고,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 불안을 느끼지 않기를 바랐다. 물론 환자 밥이 외주업체로 넘어가면서 문제가 많다는 사실도 알고는 있었다. 투쟁을 하면서 점점 병원이 환자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한다는 사실이 분노스러웠다. 또한 투쟁을 하면서 만났던 환자, 보호자와 서문시장의 시민들에게 했던 말이 책임감으로 다가오면서 반드시 이 싸움을 이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반드시 이겨서 병원이 환자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조합원들도 병원 직원으로 일해야 한다고 결의를 다진다. 조합원들은 3개월간 지역의 많은 투쟁사업장과 연대하면서 주변에 이렇게 투쟁하는 동지들이 많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집회 때 마다 참석해주는 지역 동지들과 철야농성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동지들을 보면서 연대라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느낀다. 농성장 프로그램으로 조합원 교육을 시작하니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감탄한다. 쉽지 않은 투쟁, 그러나 긴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그나마 도움이 되었던 실업급여도 끝나간다. 어차피 실업급여로 생계가 유지되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끊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진다. 남편과 아이들도 조금씩 채근한다. 악랄한 동산병원에 대한 분노와 동지들에 대한 책임감과 의리로 악착같이 투쟁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동산병원 정규직 분회 동지들이 영양실 분회 싸움에 함께 한다면 훨씬 더 큰 힘이 될 수 있으련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쉽지 않은, 아니 어려운 투쟁이다. 그렇지만 조합원들과 많은 동지들은 이번 투쟁에서 밀리면 앞으로 지역투쟁이 어려워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 고생하고 있는 많은 동지들이 있다 술 한잔 걸치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조합원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이화자 분회장님과 간부들이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가야 한다고 등 두드려 주는 조합원들이 있다. 명절과 휴가를 반납하고 매일같이 각종 회의와 투쟁계획을 논의하는 투쟁 상황실(민주노총 대구본부, 공공노조 대경본부,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동지들이 있다. 그리고 지역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는 동지들이 있다. 나는? 우리 지부의 활동도 있기에 조야한 편집 솜씨로 종종 선전물 만들고, 철야농성 당번밖에 못하지만 그렇게라도 보탬이 되려고 한다. 이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과 투쟁의 의지로 끈질지게 싸워서, 조합원들이 늘 얘기하는 아줌마의 파워를 보여줬으면 한다. 싸우자! 이기자! ^^
“건강보험 하나로?...‘100만원 상한제’가 더 낫다” [기고]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 보장성 강화로 통합해야 최윤정(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2010.08.13 20:10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의 문제점 국민들이 1만 1천원을 더 내서 걱정 없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7월 중순에 깃발을 올렸다. 그러나 보건의료운동을 포함한 운동 진영 내에서도 이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강화되었지만 건강보험료는 더 많이 뛰었다. 반면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의 비중은 줄었다. 기업의 부담률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낮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이 곧 보장성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을 수 있을까. 만약에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험료 인상을 제기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이러한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늘어나는 지출을 벌충하기 위해서 보험료 인상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운동과 노동운동이 선제적으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의제화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건강보험료 인상이 보장성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의료비 지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낭비적인 의료공급 구조 때문에 돈이 새어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의 확충과 보장성 강화가 괴리되는 현상을 핵심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선제적 보험료 인상이라는 프레임으로는 의료민영화, 낭비적 공급구조, 국가의 책임성을 중심적인 문제로 제기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대안 담론을 형성하는 동시에, 공급체계의 개혁을 포함하는 실질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운동이다. 대안으로 제기된 ‘100만원 상한제’ 운동 건강보험 하나로가 문제가 되면서 대안적인 운동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개인이 보험료를 제외한 의료비로 연 100만원 이상을 부담하지 않는 ‘100만원 상한제’ 운동을 제안했다.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는 목표는 비슷하나 운동의 초점은 다르다. 우선 재원을 국고지원 증대, 사회보장세 신설로 조달하자고 제안하며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전략 하에서는 의료비 지출구조를 제어하지 않는다면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하기 위한 국가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지출 억제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국민들은 ‘예측 불가능한 고액의 진료비’ 때문에 불안해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다. 100만원 상한제가 실시된다면 민간의료보험의 수요를 크게 줄여 의료민영화 추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행 건강보험도 보험료 부과 수준에 따라 200~400만원의 본인부담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급여항목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초음파, MRI 등 비급여 부문은 해당사항이 아니다. 대부분의 고액진료비는 이러한 항목 때문에 부과된다. 의료비 상한제가 전체의료비에 적용이 되지 않는 이상 그 의미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100만원 상한제’ 운동은 비급여를 포함한 실질적인 상한제를 요구하고 있다. 비급여 통제, 공급체계 개혁이 중요한 고리 전체 의료비 통제를 위해서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를 총액예산제, 포괄수가제로 바꿔야 한다. (행위별 수가제는 개별 의료행위에 따라 진료비를 지불하기 때문에 고가진료, 과잉진료를 유발한다. 포괄수가제는 개별 의료행위 내용에 관계없이 어떤 질병을 치료하는데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총액예산제는 1년 총예산을 책정하고 의료비 지출을 그 한도 내에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가체계 개편이 만능의 해결책은 아니다. 수가체계를 개혁하더라도 비급여 부문에 대한 통제 방안이 확실하지 않으면 병원은 이를 활용해서 이윤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의료비 부담도 계속된다. 따라서 비급여 문제를 핵심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의료비가 최소한의 규제의 영역에 들어오기 위해서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어야 한다. 법정비급여 중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문제는 아무리 ‘식상’한 내용일지라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이는 단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영리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며, 앞으로 새로 창출될 비급여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의 맥락에 존재하는 것이다. 임의비급여에서는 중증질환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고액의 비급여 약제 및 의료기술이 문제가 된다. 포괄수가제 도입을 통해서 새로운 약제 및 의료기술을 포괄할 수 있다. 하지만 총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초국적 제약기업의 신약, 고가의료장비의 과다 사용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는 문제가 남는다. 한편 비급여를 완전히 없애려면 병원에 대한 국가지원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병원이 비급여에 의존하여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당장 없애면 경영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병원 경영의 문제를 기존과 같이 수가인상, 편법 수익창출 행위 보장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하면 안 된다. 오히려 각 병원에 대한 정부보조금를 늘리고 이에 따른 감독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 올바르다. 수가제도 개혁-비급여 통제-병원에 대한 정부의 보조/감독이 하나의 묶음으로 다루어진다면 의료비 문제와 공급체계 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강력한 틀이 될 수 있다. 결국 실질적 100만원 상한제는 공공의료 강화와 분리될 수가 없다. 의료민영화 저지, 보장성 강화를 내건 통합적 운동을 건설하자 ‘건강보험 하나로’가 이슈가 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경각심이 오히려 늦추어진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 물론 보장성 강화와 의료민영화 저지는 논리적으로 연관성이 있다. 의료민영화가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리적 연관성이 실천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개각으로 보건의료부 장관을 교체하면서 다시 영리병원을 비롯한 의료민영화 추진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8월 말에 당장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법률이 추진되고 있고, 하반기에는 건강관리사업을 시장화하려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이 큰 쟁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의료민영화 악법을 막아내는 운동을 시급히 기획해야 한다. 그 속에서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 대안적 담론과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100만원 상한제’ 안이 ‘건강보험 하나로’ 안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설정되는 프레임이 명확하고, 비급여 통제, 공급체계 개선과의 연관 관계가 보다 명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두 운동이 목표로 하는 것은 같다. 대의에 따라 통합적이고 강력한 운동이 건설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어떠한 운동도 대중적 동력을 얻지 못하고 상층의 언론 플레이와 정당 대상의 로비활동에 머물 것이다. 좋은 안을 만든다고 운동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난 보건의료운동의 성과들을 모아내고 이를 통합적 흐름으로 조직하자.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건강보험 하나로 추진세력을 비롯해 모두가 함께 토론해보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운동 논란에 대하여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의 문제점 국민들이 1만 1천원을 더 내서 걱정 없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7월 중순에 깃발을 올렸다. 그러나 보건의료운동을 비롯한 운동 진영 내에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강화되었지만 건강보험료는 더 많이 뛰었다. 반면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의 비중은 줄었다. 기업의 부담률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낮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이 곧 보장성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을 수 있을까. 만약에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험료 인상을 제기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늘어나는 지출을 벌충하기 위해서 보험료 인상을 노리고 있다. 의사와 병원의 이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자신들이 받는 수가를 올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운동과 노동운동이 선제적으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의제화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건강보험료 인상이 보장성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의료비 지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낭비적인 의료공급 구조 때문에 돈이 새어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의 확충과 보장성 강화가 괴리되는 현상을 핵심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선제적 보험료 인상이라는 프레임으로는 의료민영화, 낭비적 공급구조, 국가의 책임성을 중심 문제로 제기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대안 담론을 형성하는 동시에, 공급체계의 개혁을 포함하는 실질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운동이다. 대안으로 제기된 ‘100만원 상한제’ 운동 건강보험 하나로가 논란이 되면서 대안적인 운동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개인이 보험료를 제외한 의료비로 연 100만원 이상을 부담하지 않는 ‘100만원 상한제’ 운동을 제안했다.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는 목표는 비슷하나 운동의 초점이 다르다. 우선 재원을 국고지원 증대, 사회보장세 신설로 조달하자고 제안하며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전략 하에서는 의료비 지출구조를 제어하지 않는다면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하기 위한 국가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지출 억제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100만원 상한제는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요구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높이자는 제안보다 수용성도 높다. 우리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대부분 ‘예측 불가능한 고액의 진료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100만원 상한제가 실시된다면 민간의료보험의 수요를 크게 줄여 의료민영화 추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행 건강보험도 보험료 부과 수준에 따라 200~400만원의 본인부담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급여항목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초음파, MRI 등 비급여 부문은 해당사항이 아니다. 대부분의 고액진료비는 이러한 항목 때문에 부과된다. 의료비 상한제가 전체의료비에 적용이 되지 않는 이상 그 의미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100만원 상한제’ 운동은 비급여를 포함한 실질적인 상한제를 요구하고 있다. 비급여 통제, 공급체계 개혁이 중요한 고리 전체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를 총액예산제, 포괄수가제로 바꿔야 한다. (행위별 수가제는 개별 의료행위에 따라 진료비를 지불하기 때문에 고가진료, 과잉진료를 유발한다. 포괄수가제는 개별 의료행위 내용에 관계없이 어떤 질병을 치료하는데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총액예산제는 1년 총예산을 책정하고 의료비 지출을 그 한도 내에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가체계 개편이 만능의 해결책은 아니다. 수가체계를 개혁하더라도 비급여 부문에 대한 통제 방안이 확실하지 않으면 병원은 이를 활용해서 이윤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다른 방식으로 생겨나는 의료비 부담도 계속된다. 따라서 비급여 문제를 핵심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의료비가 최소한의 규제의 영역에 들어오기 위해서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어야 한다. 법정비급여 중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아무리 ‘식상’한 내용일지라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이는 단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영리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며, 앞으로 새로 창출될 비급여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의 맥락에 존재하는 것이다. 임의비급여에서는 중증질환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고액의 비급여 약제 및 의료기술이 문제가 된다. 포괄수가제 도입을 통해서 새로운 약제 및 의료기술을 포괄할 수 있다. 하지만 총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초국적 제약기업의 신약, 고가의료장비의 과다 사용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는 문제가 남는다. 한편 비급여를 완전히 없애려면 병원에 대한 국가지원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병원이 비급여에 의존하여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당장 없애면 경영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병원 경영의 문제를 기존과 같이 수가인상, 편법 수익창출 행위 보장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하면 안 된다. 오히려 각 병원에 대한 정부보조금를 늘리고 이에 따른 감독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 올바르다. 수가제도 개혁-비급여 통제-병원에 대한 정부의 보조/감독이 하나의 묶음으로 다루어진다면 의료비 문제와 공급체계 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강력한 틀이 될 수 있다. 결국 실질적 100만원 상한제는 공공의료 강화와 분리될 수가 없다. 의료민영화 저지, 보장성 강화를 내건 통합적 운동을 건설하자 ‘건강보험 하나로’가 이슈가 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경각심이 오히려 늦추어진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 물론 보장성 강화와 의료민영화 저지는 논리적으로 연관성이 있다. 의료민영화가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리적 연관성이 실천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개각으로 보건의료부 장관을 교체하면서 다시 영리병원을 비롯한 의료민영화 추진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8월 말에 당장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법률이 추진되고 있고, 하반기에는 건강관리사업을 시장화하려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이 큰 쟁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의료민영화 악법을 막아내는 운동을 시급히 기획해야 한다. 그 속에서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 대안적 담론과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100만원 상한제’ 안이 ‘건강보험 하나로’ 안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설정되는 프레임이 명확하고, 비급여 통제, 공급체계 개선과의 연관 관계가 보다 명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두 운동이 목표로 하는 것은 같다. 대의에 따라 통합적이고 강력한 운동이 건설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어떠한 운동도 대중적 동력을 얻지 못하고 상층의 언론 플레이와 정당 대상의 로비활동에 머물 것이다. 좋은 안을 만든다고 운동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난 보건의료운동의 성과들을 모아내고 이를 통합적 흐름으로 조직하자.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건강보험 하나로 추진세력을 비롯해 모두가 함께 토론해보자.
한겨레, 7/16 [왜냐면] ‘건강보험 하나로’ 어떻게 볼 것인가 / 최윤정 공적재원을 확대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하려면 민간중심적 병원운영체계의 공공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17일 출범을 앞두고 언론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만1000원의 기적’이라고 하여, 1만1000원 더 내서 ‘건강보험 하나로’ 마음 놓고 병원을 이용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시민회의의 전략은 공공재정을 확보하는 방법과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방법 모두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 먼저, 보험료를 선제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다음으로, 공적재원을 확대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현재의 민간중심적인 병원운영체계의 공공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선제적 보험료 인상은 합당하지 않다. 월 1인당 보험료는 2004년 3만3000원에서 2008년 5만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총 보험료는 15조6000억원에서 25조원으로, 60% 증가했다. 반면 국고지원은 3조5000억원에서 4억원으로 단지 16% 증가했을 뿐이다.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에서 국고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18%에서 2008년 14%로 감소했다. 법대로라면 그동안 보험료가 인상된 비율만큼 국고지원도 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국민들이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며, 현재는 국민들이 먼저 양보한다고 정부, 자본에 요구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시민회의는 전체 의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반해 공공의료비는 그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차액인 사적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공공의료비 비율이 증가하면 국민의료비 증가추세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상위의 영미, 서유럽 국가들로 우리나라는 해당되지 않으며 비교 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공공병상 비율은 73%이지만 우리나라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지디피 상위의 오이시디 국가들 중 공공병상 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도 있지만 이들 국가들 중 병원 신설, 병상 감축·추가 규제가 지역 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되지 않고 있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규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병원의 소유 구조가 대부분 민간중심인데다, 병원 운영에 대한 규제도 없다는 얘기다. 건강보험부담은 2004년에서 2007년까지 49% 증가했지만(주로 보험료 인상을 통해) 그에 비해 보장성은 61.3%에서 64.6%로 3.3% 증가했을 뿐이다. 이는 건강보험부담이 증가하는 동시에 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본인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장성<E02C>(건강보험부담)/(법정본인부담+비급여본인부담+건강보험부담)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부담이 늘더라도 본인부담(법정+비급여)이 함께 증가한다면 보장성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다. 총 의료자본의 증대, 개별 의료자본의 거대화 경향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수가지급체계 개혁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총 의료자본의 증가를 추동하는 대형의료자본의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신설, 증축, 병상 수 증가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한편 의료 서비스 수준의 지역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방 국립대를 포함한 공공병원을 육성하는 안이 나와야 한다. 기존의 재정지원은 양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공공병원들의 재정독립성을 요구하면서 공공의료 서비스는 파편적으로 상대화시키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윤 획득’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할 것을 전제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공공병원이 제대로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지원이 필요하며 경영난을 겪는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윤정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에서는 한국 보건의료운동의 과제와 전망을 밝히기 위해 연구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보건의료 분석을 시작으로 다음과 같은 주제로 자료를 올릴 예정입니다. - 자본주의 보건의료 분석 - 해외 보건의료운동과 사회의학 -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역사와 현황 - 한국 보건의료운동의 역사와 보건의료운동의 과제 <자본주의 보건의료 분석> 목차 I. 마르크스주의적 보건의료 분석 1.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질병의 원인 2. 자본주의적 의료의 역할 3. 의료제도 II. 자본주의적 보건의료의 역사와 보건의료의 금융화 1. 자본주의의 발전과 19세기의 보건의료 2. 법인자본주의의 발전과 20세기 보건의료 3. 보건의료의 금융화 4. 보건의료의 금융화의 영향 III. 페미니즘적 관점 1. 대중보건의료와 여성건강운동 2. 현대적 가족형태와 여성의 질병 3. 생명공학기술과 재생산의 분절화 IV. 보건의료에 관한 생태학적 관점 1. 현대의학에 대한 비판적 관점 2. 생태학적 관점의 발전 3. 생태학적 관점과 보건의료
7/13 참세상 ‘건강보험 하나로’는 기적을 이룰 수 없다 [기고] 병원자본 통제없이 돈 더 내도 보장성 강화는 어렵다 최윤정(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2010.07.13 15:26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7월 17일 출범을 앞두고 언론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만1천원의 기적’이라며, 건강보험료 1만 1천원을 더 내서 ‘건강보험 하나로’ 마음 놓고 병원을 이용하자는 얘기다. 즉 보험료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인상해서 이를 통해 국가지원과 사용자부담도 ‘자동적으로’ 같이 올리고, 공적재원을 대폭 확대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회의의 전략은 공공재정을 확보하는 방법과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방법 모두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 먼저, 보험료를 선제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맞지 않다. 공적재원을 확대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현재의 민간중심적인 병원운영체계의 공공적 변화가 필수다. 당연히 의료민영화 저지가 함께 가야한다. 우리나라는 의료공급기관의 소유구조가 민간중심인데다 그런 병원들을 통제할 시스템조차 미흡하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공공재정을 확충하더라도 보장성을 제대로 강화할 수 없다. 선제적 보험료 인상이 답인가 선제적 보험료 인상은 합당하지 않다. 월 1인 당 보험료는 2004년 3만 3천 원에서 2008년 5만 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총 보험료는 15.6조 원에서 25.0조 원으로, 60% 증가했다. 반면 국고지원은 3.5조에서 4.0조로, 단지 16% 증가했을 뿐이다.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에서 국고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18%에서 2008년 14%로 감소했다. 지난 7년 동안 정부는 법률로 규정된 국고지원금을 과소지원했고 그 누적액이 3조 6900억 원에 이른다. 법대로라면 그동안 보험료가 인상된 비율만큼 국고지원도 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국민들이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데도, 현재는 국민들이 먼저 양보한다고 정부와 자본에게 요구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정부와 자본은 보건의료체계를 이윤창출의 영역으로 구축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를 위한 의료민영화가 강력하게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공적재원 확충이 국민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인가 시민회의는 전체의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공공의료비는 그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차액인 사적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공공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늘려서 그 격차를 줄이자고 제안한다. 무엇보다 공공의료비 비율이 증가하면 국민의료비 증가추세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들면서 공공의료비를 대폭 확충함으로써 전체의료비와 공공의료비 간의 격차 확대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공공의료비 비율이 증가하면 전체의료비 증가율을 제어하는 효과가 있다는 근거로 시민회의는 OECD 국가들을 분석한 자료를 든다. 그러나 이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국가들은 GDP 상위의 영미, 서유럽 국가들로 우리나라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 비교대상인 OECD 국가들의 평균 공공병상 비율은 73%이지만 우리나라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GDP 상위의 OECD 국가들 중 공공병상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도 있지만(벨기에, 독일, 일본, 네덜란드) 이들 국가들 중 병원 신설, 병상 감축/추가 규제가 지역 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되지 않고 있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규제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병원 소유구조가 대부분 민간중심인데다, 병원 운영에 대한 규제도 없다는 얘기다. 이런 공급체계 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공적재원 확충으로 전체의료비 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선 곤란하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비 비중은 OECD 국가에 대비해 확실히 낮다. 하지만 공공의료비 증가만으로 보장성 확대와 사적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공적재정이 병원의 이윤추구 행위를 적절히 규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장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시민회의는 기존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항목으로 전환해서 보장성을 늘리고 이에 추가로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이 100만 원을 넘으면 이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 건강보험이 전액 부담”하는 의료보험상한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시민회의의 구체적 안을 보면 비급여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를 급여로 전환하는 등의급여 대상 항목의 열거만 있지, 민간중심의 병원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먼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그동안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부당하게’ 늘어왔던 비용이다. 환자의 진료와 관련이 없고, 병원의 수입을 위해 부당하게 환자들에게 부담을 지웠던 것이므로 규제를 강화해 그 비용을 줄여야지, ‘부당한 수익’을 건강보험재정으로 충당해 주는 것은 맞지 않다. 선택진료비를 급여화 해주고 추후에 병원이 수입원으로 또 다른 ‘부당한’ 비급여를 만들어내면 그것 또한 급여화해 줄 것인가. 이런 통제로 인해 병원 운영에 재정적 어려움이 생긴다면 그것은 정부보조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비급여 서비스를 급여화 하는 것과 정부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같은 비용이 들더라도 공급기관의 통제에 있어서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개별적 의료행위에 대한 재정적 규제를 높이는 것이지만, 공공적 의료서비스 전반에 대한 정부지원은 병원의 공공적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더 포괄적인 규제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진료비는 폐지되거나 최소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고 상급병실료는 신설, 증축하는 병원에 70% 이상을 다인실 병상으로 하는 것을 시작으로 규제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새롭게 창출되는 부적절한 비급여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의 문제를 포함하는 것이다. 비급여가 확산되는 한 실질적인 100만원 상한제는 불가능한 것이다. 건강보험부담은 2004년에서 2007년까지 49% 증가했지만(주로 보험료 인상을 통해) 그에 비해 보장성은 61.3%에서 64.6%로 3.3% 증가했을 뿐이다. 이는 건강보험부담이 증가하는 동시에 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본인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장성=(건강보험부담)/(법정본인부담+비급여본인부담+건강보험부담)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부담이 늘더라도 본인부담(법정+비급여)이 함께 증가한다면 보장성 확대효과는 제한적이다. 본인부담이 느는 것은 개별의료행위 당 수가를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인부담의 증가의 문제가 수가체계의 문제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보험자본이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의료인의 행위를 감시, 통제하는 기전으로 활용된다. 총 의료자본의 증대, 개별 의료자본의 거대화 경향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수가지불체계 개혁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총 의료자본의 증가를 추동하는 대형의료자본의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신설, 증축, 병상 수 증가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개별 의료자본의 증식이 가능하게 하는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은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치명적이다. 한편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이유는 이들 병원의 치료성적이 좋고 그런 서비스를 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 서비스 수준의 지역적 격차를 줄여가야 하는데, 기존의 수도권 대형병원들에 대한 규제와 함께 지방 국립대를 포함한 공공병원을 육성하는 안이 나와야 한다. 기존의 재정지원은 양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공공병원들의 재정독립성을 요구하면서 공공의료서비스는 파편적으로 상대화시키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윤 획득’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할 것을 전제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공공병원이 제대로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지원이 필요하며 경영난에 있는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공적재원이 병원의 이윤추구에 활용되고 있는 현재 구조에서 공적재원 확충을 통해 전체 의료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시민회의는 병원자본과의 적대관계를 덮어두고 병원 통제 방안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단지 ‘통제 방안을 명시하지 않은’ 문제가 아니라 현 보건의료문제의 핵심적 원인을 보지 않는 문제이다. 병원의 이윤 추구 행위를 통제하지 못하면 보장성을 강화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과 보장성 강화 투쟁은 별도의 다른 투쟁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보장성 확대를 위한 공급기관 통제를 보장성확대 운동과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을 연결시킬 수 있는 유효한 요구안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