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리다 청소년이 뿔났다 다음 아고라에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을 제안한 사람이 고등학생이란 것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그렇지 않아도 촛불시위가 이렇게 큰 촛불이 되도록 만든 1등 공신이 중고등학생 또래의 청소년이란 것에 입을 다물지 못하던 차였으니 말이다. 보수언론과 정부에서는 청소년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현상을 ‘전교조의 사주’라고 분석했다. 좀 유연하게 분석하는 이들은 ‘전교조 세대의 세례’라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둘 다 틀렸다는 것이 곧 밝혀졌다. 슬프게도 현재의 전교조는 청소년을 거리의 정치로 인도할 실력이 없다. 청소년을 거리로 내몬 주범은 다름 아닌 이명박 정부 자신이었다는 것은 한참이 지나서 거리에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상상 이상으로 형성되고 있다. 고등학생은 보다 노골적으로 계급 분할 교육에 놓여 있다. 덕분에 고등학생, 특히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의 위기감은 무척 높다. 실제로 일부 언론은 촛불시위에 중고등학생이 적극적으로 동참한 원인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극도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촛불시위에서 “광우병보다 입시 교육으로 먼저 죽겠다”고 외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을 보면 현재의 촛불시위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를 초과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그 핵심에 광우병 쇠고기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미친 소 미친 교육 이제 그만”이라는 구호는 굉장히 상징적이다. 최소한 광화문 거리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미친 교육’이란 등식이 성립되어 있다. 과잉경쟁을 합리화하고, 부자에게 더 많은 교육기회와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정책을 강행하려던 정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이제는 보수단체와 진보단체를 가리지 않고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입안자인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 내정자를 공식임명할 예정이다.) 수백 명의 교육학자들이 현재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연대서명을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미국식 교육정책의 전면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는 일본을 통해 변형된 미국식 교육정책을 이제 미국식 그대로 수용하자는 것이다. 한국교육의 모델은 해방 이전까지는 독일-일본형이었고, 해방 이후는 일본형을 근간으로 한 미국형이었다. 그런데 전두환과 신군부는 7.30 교육조치를 통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도입했다. 이러한 기조는 김영삼 정권 당시 5.31 교육개혁안으로 한 단계 비약하고,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좀 더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까지의 교육정책은 미국식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일본을 거쳐 수용된 일종의 변형된 미국식 교육정책이었다. 그래서 노무현과 이명박 정권은 일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미국식 교육제도를 수용하려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이 둘은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결을 조금 달리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중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교육권의 지방이양,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대학입학 자율화, 영어중시 교육 실시, 교원평가제 확대 실시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내용을 바탕으로 좀 더 나아간 것이다. 따라서 구 여권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미친 교육”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현 집권세력이 억울할 만도 하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자. 우선 교육권의 지방이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교사를 학교장이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지역교육청을 교육센터로 전환하는 것 등이다. 학교장이 교사를 임용하는 것은 미국식 임용제도로, 그 동안 독일과 일본의 영향으로 일괄 임용을 해왔던 관례를 깨는 것이라 우려가 크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교사임용으로 인해 교사의 교육노동에 대한 학교장의 통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후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도입하는 것이다. 교육단체들은 이 정책이 입시경쟁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기숙형 공립고 지정은 교통이 불편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없는 농어촌 지역에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공립고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스파르타식 학교의 탄생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서울시 교육청이 교육부보다 앞서 서울 시내에 3개 고등학교를 기숙형 학교로 지정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는 자립형 사립고에 미치지 못하지만, 귀족형 학교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이다. 재정적으로 좀 더 많은 부담을 할 수 있는 학생이 교육받아 좀 더 좋은 대학진학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마이스터고 50개 육성이란 정책도 결국 실업계(전문계) 귀족학교를 만들 것이란 점에서 자율형 사립고의 실업계(전문계)형 버전이라 할만하다. 이명박 정부의 과도한 영어교육중시는 직접적으로 불만을 일으키는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영어수업시수 확대, 영어전용교사제도 도입, 영어전용교실 설치 등을 추진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에 예산을 10% 감축할 것을 요구한다. ‘아랫돌 빼어 윗돌 괴는 식’의 정책으로 인해 학교는 저소득 학생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줄여 영어교육을 확대하는 셈이다. 광우병 쇠고기 사태에서도 드러나듯, 이명박 정부는 자율화라는 명목으로 과도한 시장의존증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존증은 약육강식, 우승열패의 정글법칙을 우리 사회에 그대로 통용되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학생과 교육단체, 그리고 양식 있는 시민은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대학입시 자율화만 해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라는 임의단체에 입시를 맡기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검토하지 않은 채, 정부가 추진해서 물의를 빚었다. 심지어 대교협에서조차 이 조치를 ‘독이 든 사과’라는 판단으로 거부하다가 최근에야 수용한 예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독재적인 신자유주의 노선 걸어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이 온건한 신자유주의 노선이었다면,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조금 더 나아간 신자유주의 노선이었다. 그런데 두 정부는 최소한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거쳐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려고 했다. 이른바 ‘위원회 천국’이 된 것도 형식과 절차를 중요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조금 달랐다. 개발독재의 향수 때문인지, 87년 체제에 따른 민주주의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과격했다. 내부의 저항은 사뿐히 즈려밟고, 외부의 저항은 무시하며 이른바 이주호 교육정책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 교육청은 청와대의 방침에 맞게 알아서 기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스타일과 교육정책이 쿠데타로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피노체트 정권의 그것과 닮아 있다고 분석한다. 1970년대 남미의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어느 나라보다 먼저, 심지어 영국과 미국보다도 앞서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진한 바 있다. 최악의 쿠데타와 인권유린으로 유명한 피노체트는 독재와 함께 계급에 따른 분할교육을 정당화하는 교육정책을 추진해 오늘날 칠레교육의 그늘을 만든 책임자로 지목된다. 지난 2006년 칠레의 교사와 중고등학생들은 이른바 ‘피노체트 교육법’을 넘기 위한 반신자유주의 동맹휴업을 벌였다. 한 달이 넘도록 지속된 이 투쟁에 당황한 칠레 정부는 학생과 교사에게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교육법을 마련할 것을 약속해야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칠레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교육법이 약속에 미달해 교사와 학생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가장 먼저 신자유주의를 수용했던 남미에서, 신자유주의는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가 사실상 변함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절차적 민주주의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시민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역린(逆鱗)을 건들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이 두 가지에서 시민들은 현 정부의 민주주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은 교육문제를 생존의 문제로 접근하고, 시민은 민주주의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이상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저항이 확산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자율화에 대한 청소년의 저항 자율화에 대한 청소년의 반응은 “두발자율화나 하지 쓸 데 없는 것을 자율화한다.”는 것이다. 0교시 보충수업, 심화와 보충을 가장한 우열반 편성, 학원 24시간 영업 등이 허용되면서 청소년은 교육정책의 최대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은 ‘잠 좀 자자’, ‘학원이 24시간 편의점이냐’는 피켓을 들고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기존의 교육부문 저항이 교사와 예비교사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청소년과 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무척 이채롭다. 최근의 청소년 운동은 1980년대 말 고등학생 운동 이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청소년은 현재의 교육정책이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혁명적 상황’ 또는 기존의 발상을 뛰어넘는 저항이 있지 않고서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미친 교육’에 맞서 싸워주지 않을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미친 소, 미친 교육 거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거리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무장했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 가끔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으로 흐르지만 바로 그런 이상주의적 순수성이 예측 불가능한 긍정성을 이끌어낸다. 사실 21년만에 수십만 명이 운집해서 촛불시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청소년의 이상주의적 순수성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농어촌 박탈감 심각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커져가는 도시와 농어촌 지역 간 교육격차를 더욱 부추겨 농어촌 지역민이 심각한 박탈감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아시다시피 현재의 평가구조 아래에서는 도시 학생의 학력이 농어촌 지역의 학력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학생의 점수와 학교 예산, 그리고 교사 평가를 연동하려다 보니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요즘 농어촌 지역에서는 어지간히 살만한 학생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진학 때 더 큰 도시로 이동한다. 그러다보니 농어촌에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집 학생이 남게 되어 학력 격차가 더 커지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농촌에 기숙형 공립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학력격차에 대한 처방이 기숙형 공립학교라는 것이 어이가 없지만, 그보다 어이없는 것은 기숙형 공립학교가 처음 만들어지는 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기숙형 공립학교 설립은 이 나라의 교육정책이 서울중심, 부자중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가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농촌보다는 도시,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 부모의 학력이 낮은 사람보다 학력이 높은 사람, 집안에 책이 거의 없는 집보다 많은 집, 학습의욕이 적은 사람보다 학습의욕이 높은 사람의 자녀가 학력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닉 데이비스는 『위기의 학교』에서 교사의 열정이 학생의 학력에 약 10%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바 있다. 학교라는 변수 이외의 조건이 학력에 미치는 영향이 무려 90%에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이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구조적으로 농어촌 지역 학생의 학력이 도시지역 학생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정책은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 현재 교육정책이 그대로 추진되면 농어촌지역 학교는 예산과 지원이 감소하고, 낙후학교라는 낙인이 찍히며, 농어촌지역 교사는 무능교사로 몰릴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농어촌지역의 정서는 “이 나라에 도시만 있고, 농어촌은 없냐!”는 박탈감으로 드러나고 있다. 브레이크는 일시적인 상황인가, 지속될 것인가? 이명박 정부로서는 현재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현재는 반(反)이명박 정부 정서, 반(反)학교시장화 정서라고 불러야 할 만큼 불만이 증폭되었다. 분명 정서적으로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교육 부문에서도 신자유주의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운 국면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조차 노무현 정부 말기처럼 정부의 권력이 공공연하게 도전받는 상황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이러한 불만을 대안적인 정책으로 수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즉 정서적 불만이 광범위하게 확인되지만, 교육개혁 차원으로 이끌 역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학교 울타리에 갇힌다면, 현재의 동력 상당부분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에서는 거리의 정치를 경험했기 때문에, 청소년이 기존과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가 장기화되면 결국 동력이 떨어져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즉 ‘시간이 약’이라는 입장이다. 상반된 입장이 공존하는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확실한데, 일시적인 상황이냐 아니면 앞으로 지속될 것인가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문에 한정한다면, 이 사태의 분수령은 교육감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7월 말 실시될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그 상징성 때문에 리트머스지가 될 것 같다. 이미 여러 신문에는 교육감 선거의 의미를 분석한 기사와 사설이 실렸다. 언론이 지적하듯, 이번 선거는 시민의 직접선거로 치러지게 되어 민심의 향방도 가늠할 수 있다. 그 중 7월 말에 실시될 서울시교육감 선거로 관심이 쏠려 있다. 이번 선거에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최선두에 서 있는 서울시 교육청에 현직 교육감을 포함하여 다수의 후보가 출마한다. 진보진영의 경우에도 ‘미친 교육’을 바꾸기 위해서 이번 선거에서 민중후보 전술을 마련했다. 만약 진보진영의 단일 후보가 당선되면 그 동안의 교육정책이 뒤집히는 일대 반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광우병 쇠고기보다 시험 스트레스로 먼저 죽겠다.” 이윤지(가명, A여고 1학년, 여)는 비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고등학생이다. 윤지는 고등학교 생활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그는 중학교 시절까지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었는데, 고등학교는 매달 치는 모의고사와 정기시험으로 인해 굉장히 힘들다고 토로한다. 윤지가 “광우병 쇠고기보다 시험 스트레스로 먼저 죽겠다”고 말하자 다른 친구가 공감한다는 표정을 짓는다. 최승현(가명, B중 1학년, 남)은 중학교 진학 이후 갑자기 늘어난 교육시간과 학원교육으로 힘들어 한다. 학교에서는 대통령의 새 교육정책으로 인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 특히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시험은 앞으로 학교예산과 연동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의 요구가 더 많다. 승현은 “요즘 선생님이 말만 꺼내면 ‘시험’, ‘시험’, ‘시험’이라 선생님이 싫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더욱 왜곡하고 있다. 이문지(가명, C중 2학년, 남)는 윤지의 동생이다. 문지는 공립중학교에 다니고 있고 부모가 전교조 조합원이기 때문에 입시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다. 최근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주중에 다녔던 학원을 끊었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은 높다. 문지는 영어중심의 교육정책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문지가 대학에 진학할 때는 토익처럼 수시로 영어시험을 쳐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박수민(가명, D여중 3학년, 여)은 비교적 높은 성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시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매한가지다. 요즘 수민은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학교예산을 배정하거나 교사 등급을 매길 것이라는 소문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수민은 한국교육이 경쟁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지나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의 판단은 다른 것인지 혼란스럽다. 봉화지역자활센터 김휘연 관장은 교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현재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저소득층 자녀, 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의 자녀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결국 그대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제안한다. 아이들의 상식으로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공공부문 민영화, 민간건강보험 도입, 학교시장화 정책 등이 모두 ‘미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왜 이렇게 무리해서 국민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아이들도 지금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라는 것을 알기에, 굳이 이 문제를 더 꺼내지는 않는다. 윤지와 승현, 문지, 수민은 아직까지 촛불집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 촛불집회가 있기 전까지, 그들에게 서울시청과 광화문은 서울나들이에서 봤던 서울의 볼거리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바로 그곳이 민주주의의 광장이 되어 있다. 윤지와 학생들은 조만간 서울시청과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하자고 이야기를 한다. 조금 먼 거리지만, 충분히 가볼만한 공간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민생파탄 빈곤확산 이명박을 규탄한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에 항의하는 촛불이 50일 넘게 밝혀지고 있습니다. 촛불은 위험한 먹거리에 대한 항의에서 출발했지만 건강보험을 민영화하고 교육 시장화을 강행하고 전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드는 개발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촛불의 저항을 많은 사람들이 21년 전 87년 민주화항쟁에 비유하곤 합니다. 독재타도와 민주쟁취를 외쳤던 87년 민주화항쟁의 저변에 노동기본권과 민주노조를 갈망하는 노동자민중이 있었듯, 촛불의 물결의 주체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촛불 배후 논란에 많은 사람들이 내가 바로 배후라고 화답했듯이, 입시경쟁에 찌들어가는 청소년, 비정규직 확대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장시간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 그리고 하루하루 뼈 빠지게 일해도 지긋지긋한 가난과 불안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이 땅의 수많은 민중들이 바로 촛불을 하나둘씩 켜는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빈곤과 불평등의 시대, 우리의 삶의 현실을 고발한다 사회양극화 시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확대, 정부와 정치권들은 앞 다투어 민중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것처럼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더욱 더 열심히 일하라고, 일을 통해 빈곤을 탈출하라고, 경제성장이 우리 모두를 구원할 것이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따름입니다.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격차는 무려 8.5배에 달합니다.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어도 자기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절반에 달하고 집 부자 상위 10위는 1,000채가 넘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IMF 외환위기라는 긴 터널을 지난 후에 우리에게 남은 것은 비정규직 60%,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200만. 금융피해자 700만. 이런 암담한 수치들입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통계 수치조차도 이러한데 실제 우리의 삶의 실상은 어떠합니까? 한국사회의 빈곤은 점점 심화, 확대되고, 빈곤층의 삶은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은 더 이상 먼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삶과 이웃과 아주 밀접하게 엮여 있습니다. 2005년 7월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5%인 700만 명이 빈곤층으로 집계되었습니다. 7명중 1명이 빈곤층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이 전반적으로 빈곤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1위를 차지하고 삶의 문화는 점점 고소비화 되고 있지만 생계형 자살은 줄어들지 않고 돈이 없어 수돗물이 끊기고 전기를 사용할 수 없어 촛불로 지새다 화재로 죽는 비상식적인 사연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신개발주의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대책 없이 쫓겨나는 세입자들은 나날이 늘어가고, 아무리 노동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제 몇몇 소수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민생해결을 둘러싼 정치세력들의 담론과 정책은 난무했지만 실제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없었고, 그들의 말 속에서 빈민 당사자의 요구가 담겨 있지는 않았습니다. 참여정부는 심화되는 빈곤 문제를 양극화라 칭하면서, 양극화해소를 위해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내세우며 사회서비스 확충과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전략, 저출산 고령화 대책 등 여러 복지정책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그 정책들은 실제로 빈곤을 해결하기보다는 관리, 은폐했고 빈곤을 구조적으로 심화, 확대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빈곤계층에 대한 제도적, 물리적 폭력과 차별을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2008년 여름 빈곤철폐현장활동은 “숨은 빈곤 찾기”라는 이름으로 빈곤을 확산하는 정책과 도시개발로 고통 받는 민중의 현실을 고발하고 우리 삶의 요구를 권리로서 모아나가고자 합니다. 2004년부터 진행해온 빈민현장활동을 넘어 빈곤철폐를 위한 대안적 요구를 함께 모색하는 계기로서 올해 빈활은 다음과 같은 목표로 추진될 것입니다. 첫째, 턱없이 낮은 빈곤선(=최저생계비)이 한국사회의 빈곤을 은폐,·축소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한국사회에 만연한 빈곤을 밝혀내고 재인식하고자 합니다. 죽지 않을 정도의 생계비 지원으로 수급자를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가고 빈곤선을 낮춰서 빈곤문제를 은폐하는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상대적 빈곤선 도입을 주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생계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고, 우리 삶의 권리에 대한 요구가 무엇인지를 모아나갈 것입니다. 둘째, ‘경제문화도시 마케팅 프로젝트’, ‘디자인 서울’ 이라는 명분으로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으로 자행되는 서울시의 빈민탄압을 규탄하고,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로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도시를 누구나 평등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로 바꿔나가기 위한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으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노점상, 철거민, 노숙인 등 도시빈민당사자의 목소리를 모아나갈 것입니다. 셋째, 정부의 사회양극화 해소, 사회통합이라는 담론 속에 사회서비스 확충이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전략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되어 그 본질이 숨겨진 채 확산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의 시장화와 사회적 일자리, 노동빈곤의 문제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복지와 노동의 이분법을 넘어서고 저임금비정규직을 강요하는 노동연계복지와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6월 29일부터 7월 6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다음과 같이 외치고 빈곤에 고통 받는 민중들과 연대하는 빈곤철폐현장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기조 변경 논란에 부쳐 [%=사진1%] 촛불을 꺼라? 지난 7월 5일(토) ‘국민 승리 선언을 위한 촛불 대행진’에는 주최 측 추산 50만 명이 참가했다. 정부 고시가 강행되고 정부와 검찰이 ‘촛불 시위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선언한 뒤였지만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중의 분노는 결코 사그라지지 않은 것이다. ‘고시철회, 협상무효’, ‘전면 재협상’과 각종 ‘친재벌/반민중 정책 중단’이라는 민중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고 ‘대국민담화’, ‘추가협상’과 같은 촛불시위를 잠재우기 위한 기만적인 술책도 바닥을 드러내자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 탄압을 전면화했다. 7월 6일(일)부터는 시청광장 주변의 통행을 차단하고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시작했다. 광우병 대책회의 주요 간부 수배에 이어, 7월 2일 민주노총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총파업을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없는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이석행 위원장 및 금속노조 간부 34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심지어는 촛불집회 홍보 전단을 동네에 부착하던 시민을 연행, 구속영장을 청구하는가 하면, 검찰은 조중동 불매 광고를 주도했다며 네티즌 20명에게 출국금지명령을 내리고 수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와 더불어 이명박은 촛불시위가 물가상승을 부추긴다거나 촛불시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조원에 이른다는 둥의 허무맹랑한 주장까지 동원하며 촛불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협상은 필요하지만 촛불집회는 줄여야? 상황이 이러한데 광우병 대책회의 소속 몇몇 시민단체들은 ‘촛불은 지속하되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식의 운동을 확산하자’고 주장하며 촛불시위의 기조와 방향을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7월 3일(목)에 열린 광우병 대책회의 운영위원회에서 몇몇 시민단체들은 ‣ 광우병 대책회의는 7월 12일과 7월 17일 촛불집회에 집중하고 나머지 날에는 각 참가단체가 자발적으로 촛불을 이어가도록 하고, ‣ 재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산쇠고기 불매운동을 중심 사업으로 전개하고, ‣ 정부가 재협상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권을 향해 민중의 의사를 표출하는 직접 행동의 장이 된 시청광장과 광화문에서의 거리 시위를 축소하고 일상적인 캠페인에 무게 중심을 싣자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 문제를 넘어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로 이미 확대된 의제를 다시 축소하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단체들은 재협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촛불집회는 접을 때가 되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서 촛불집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운동을 펼쳐나가겠다는 것이다. 광우병 대책회의는 중고등학생들과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촛불집회가 열린 후 이를 지원하고 확대할 것을 표방하며 결성되었다. 매일 열리는 촛불집회와 행진에 관한 여러 실무를 지원하는 한 편 집회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입장을 형성하여 발표하고, 함께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들을 제안/실행하고, 촛불집회의 진로를 둘러싼 논의의 공간을 여는 등의 활동을 통해 촛불집회가 지속되고 확대되는 데 기여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촛불시위의 지도부로서가 아니라 촛불시위의 적극적 참여자이자 지원부대로서 신뢰를 획득해 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기구로서 출발한 대책회의는 촛불시위에서 쏟아져 나온 목소리를 반영하여 ‣한반도 대운하 반대, ‣의료민영화 반대, ‣물/공공부문 사유화 반대, ‣ 학교자율화 반대, ‣공영방송 사수를 포함하여 의제를 확대했다. 6월 10일 ‘100만 촛불 대행진’에서는 촛불의 의지를 반영하여 ‘이명박 정권이 재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정권퇴진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그 전부터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중은 이명박 정권을 통해 이런 요구를 실현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며 ‘이명박은 물러나라’, ‘이명박 Out’이라는 구호를 전면화했다. 대책회의는 6월 10일 대회를 통해 선포한 ‘정권 퇴진도 불사’한다는 방침과 확대된 의제를 바탕으로 한 운동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를 두고 두 차례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렇듯 그 동안의 촛불시위는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투쟁의 방식과 요구를 함께 모으면서 운동의 흐름을 일구어 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대중의 의사와 무관하게 요구와 의제를 축소하고 정치적 방향을 전환하려는 몇몇 단체의 시도는 두 달간의 촛불시위에서 공동으로 형성해 온 촛불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불매운동으로 재협상을 실현할 수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조의 전환을 주장하는 단체들은 불매운동과 재협상 국민투표 요구 캠페인이 촛불시위를 대체하여 재협상을 실현할 수 있는 유력한 경로라고 주장한다. 한미 FTA 조기 비준을 위해 철저하게 미국 축산업계의 입장에 서서 졸속적으로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한 후, 촛불시위를 통해 표출된 민중의 건강권에 대한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며 정부 고시를 강행함으로써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도록 만든 이명박 정부에 책임을 묻는 정치적 행동을 축소하고서는 결코 재협상 요구를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불매운동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대책회의 활동을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단체들은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3불운동(안 먹고, 안사고, 안 팔기) 및 원산지 표시 실시 감시 등을 제시한다. 이는 협상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전가하기 위해 이명박 정권이 내세웠던 논리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이런 방식의 운동으로는 재협상 요구를 관철시킬 수도 없을뿐더러 문제의 원인을 은폐하는 효과만 낳을 뿐이다. 민중의 권리를 파괴하고 민중의 고통을 심화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한미 FTA를 통해 대미 무역을 확대하고 외자유치를 촉진하는 것 말고는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벗어날 별다른 대안이 없는 이명박 정권의 현실이 바로 ‘졸속협상’의 원인이다. 이를 끊임없이 문제 삼지 않고서는 재협상은 없다. 촛불을 배신한 민주당 한 편 7월 5일 촛불집회에 거당적으로 참석했던 민주당은 가축전염예방법 개정을 한나라당과 합의한 뒤 등원했다. 민주당은 촛불 시위가 활발하게 전개되던 5월에는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다가 6월에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요구하더니 결국 한나라당과의 합의를 명분삼아 촛불을 배신하고 등원한 것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합의한 내용은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추가협상 내용과 국민적 요구 및 국익을 고려해 개정”한다는 것뿐이다. 한나라당은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특정위험물질(SRM) 수입금지와 검역주권 확보 관련 내용을 개정안에 넣자는 민주당의 주장을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의 등원과 이어 진행될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은 촛불시위를 무마하기 위한 이명박의 술책이었던 ‘추가협상’의 내용을 다시한 번 확인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될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촛불 민심에 기대어 인기를 회복하려던 것에 불과했다는 민주당의 본심이 등원을 통해 분명해진 셈이다. 물러섬 없는 투쟁을 전개해야 현재 촛불시위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그동안 촛불시위가 제기해 온 쟁점은 미국산 쇠고기를 식탁에 올릴지 여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제 성장에 대한 근거 없는 환상을 유포하여 당선된 후 물가인상, 고용불안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민중에게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재벌 중심의 세계화를 달성하는데 혈안이 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한미 FTA 국회비준과 ‘공기업 선진화’로 이름을 바꾼 공공부문 사유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촛불시위를 철저하게 짓밟겠다고 나섰다.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의 상황에서 민중의 불안과 고통은 철저하게 외면한 채 재벌이 살 길만 찾아나서는 이명박 정부에게 분명 두 달여 동안 지속되어온 촛불시위는 장애물이다. 그러나 만약 현재 촛불집회가 여기서 무력하게 꺾이고 만다면 촛불집회로 촉발된 국면은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나아가 더욱 나쁜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명박이 대선에서 여유 있게 당선되고,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후 이명박 정부의 독주와 신자유주의 정책에 누가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인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7월 10일(목)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복당을 허용했다. 그들이 모두 복당한다면 한나라당 의석은 152석에서 177석으로 늘게 되며, 이미 입당 의사를 밝힌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최대 182석이 될 전망이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처음으로 개헌 선(재적 의원 2/3, 200석)에 이르는 거대 여당이 출현하는 것이다. 촛불집회가 여기서 무력하게 꺾이고 만다면 이명박 정부는 공안탄압이 실효성을 거둔 것으로 여기며 자신감을 얻을 것이며 한나라당은 결국 자신이 승리했다는 도취감에 빠질 것이다. 두 달간 촛불시위로 터져 나온 대중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한 체 이미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님을 선언해버린 이명박 정부, 개헌선에 육박한 한나라당. 누가 이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2008년 6월 24일 북부지역사회운동강좌에서 한 강연 PPT파일입니다. 아래의 <광우병과 곡물가격 폭등으로 본 자본주의 식량위기>를 요약한 것입니다.
2008년 6월 24일 북부지역사회운동강좌에서 한 강연 PPT파일입니다.
아래의 <광우병과 곡물가격 폭등으로 본 자본주의 식량위기>를 요약한 것입니다.
정책위원회입니다. 곧 발행될 사회진보연대 기관지 <사회운동>의 2008년 7-8월호 기사 중에 특집 "촛불집회와 사회운동"에 담긴 글들을 등록합니다. 촛불집회로 촉발된 현 정세를 진단하고 우리 운동의 과제를 전망하는 글들인데요, 시의성을 고려하여 먼저 자료실에 등록합니다. 특집 촛불집회와 사회운동 촛불집회, 어디로 갈 것인가 | 류미경 촛불행진, 노동자운동이 함께 하기 위해서 | 박준형 촛불시위의 쟁점들 | 이상훈
추가협상의 기만성과 이명박 퇴진 투쟁의 의미 [%=사진1%] 민중의 요구를 수용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권이 국민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지 불과 5일 만에 추가협상 내용을 반영한 <미국산 수입쇠고기 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하겠다고 결정했다.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은 6월 26일 발효되어 이날부터 2007년 10월 이후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즉각 재개된다. 정부의 고시 강행 결정과 함께 경찰은 ‘빠른 시일 내에 법과 원칙을 바로잡겠다며 두 달 가량 지속되어온 촛불 운동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본격화하고 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등 촛불시위 주최 단체 집행부 12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 엄정 조치를 할 것이며 채증자료를 정밀 분석해서 적극 가담자와 선동자에 대해서 추가 사법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 및 인터넷 방송에서의 불법 시위 선동과 조중동 광고 게재 기업 불매운동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전․의경 부상 및 장비파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겠다고 했다. 더불어 서울 시청 앞 광장 앞에 차려진 농성용 텐트도 철거하겠다고 했다. ‘촛불 죽이기’에 나선 보수단체의 폭력 난동은 묵과하더니, 25일 오후 고시 강행에 항의하기 위해 경복궁역에 긴급하게 모여든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했다. 뒤이어 촛불집회와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134여명의 시민들이 강제연행 되었다. 26일 새벽에는 경찰은 위험성 논란으로 지난 5월 31일 이후로 등장한 적이 없던 살수차까지 동원하여 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지난 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민중의 요구를 받아들일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고백했다. 무수한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국익'을 위한 정당한 선택이었으므로 청와대 및 내각 인사들을 몇 명 교체하는 것으로 성난 민심을 달랜 후 그 동안 걸어왔던 길을 계속 가겠다고 했다. 한미 FTA 말고는 경제를 살릴 방안이 없으니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공기업 민영화 역시 공기업 선진화로 이름만 바꾸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정부는 촛불운동을 폭력적으로 탄압하면서까지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오늘의 작태로 민중의 요구를 수용할 능력 역시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추가협의는 기만적인 거짓말일 뿐 정부는 추가협의 결과를 발표하며 “일련의 조치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준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추가협의를 통해 그동안 제기되었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확보했다는 정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26일 관보에 게재할 고시 내용은 4월 18일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고시하려던 내용과 비교할 때 본문은 한 글자도 다르지 않다. 다만 부칙의 3개 조항에 걸쳐 이번 추가협의 결과를 수록하고 있을 뿐이다. 부칙에 담긴 내용은 ‘30개월 미만 연령 검증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을 통해 과도기적인 민간자율조치를 양국 정부가 지지’한다는 점,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또는 척수를 수입자가 이들 제품을 주문하지 않는 한 수입하지 않는다는 점, 대표성 있는 표본에 대한 현지 점검 시 한국 정부가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특정 작업장을 점검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전에는 수입 금지되었던 곱창, 막창과 회수육(AMR), 분쇄육, 등뼈, 사골뼈, 꼬리뼈, 혀는 제한 없이 수입이 되며, 검역에 대한 권한 역시 수출용 작업장의 승인권과 취소권을 여전히 미국 정부에 두고 있으며, 동물성 사료 규제조치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제기된 우려를 해소할 만한 요소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마저도 미국 측이 보내온 협상 결과에 따른 서한과 내용상 차이가 커서 정부가 고시를 서두르며 촛불을 잠재우기 위해 협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포장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측 서한은 이번 추가 협의를 ‘협상’이 아닌 상업적 양해에 따른 과도기적 조치를 양국 무역대표가 순조롭게 하기 위한 방안 ‘논의’라고 규정하고 있다. 논의 결과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뇌, 눈, 척수, 머리뼈 등 4개 부위를 ‘수입중단’했다고 협상 결과를 보고했지만, 미국 측 서한에는 "한국에서 수요가 없는 뇌, 눈, 척수, 머리뼈 부위는 이제까지도 거래가 없었고 한국 내 시장 수요가 있을 때까지 이 같은 상업적 관행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확인했다."라고만 적혀있다. 결국 추가협상은 자신이 먹는 음식의 안전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국제무역체계에 대한 대중적인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명박 퇴진’ 구호 내걸고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을 지속ㆍ확장해 나가야 광우병 논란으로 촉발된 광범위한 대중적 저항은 취임한 지 100일이 갓 넘은 이명박 정부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리고 이제 두 달 가까이 지속되어 온 촛불 운동을 잠재우고 7%대까지 하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취할 방안은 남은 것이 없다. 추가협상과 대국민 담화, 청와대와 내각 인사 개편이 그 방안이었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대한 참여도가 줄었고 광우병 위험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되었기 때문에 고시를 강행하여 사태를 종결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판단은 오판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방안이라는 것이 민중들이 수십일 동안 거리로 쏟아져 나온 원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초반 이 운동은 ‘과학적 사실과 무관한 괴담과 근거 없는 공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폄하되었으며 따라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진행되면서 확산된 것은 괴담이 아니라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절대 다수 국민의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였고, 의료 민영화, 상수도 민영화, 학교 자율화 등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민중적 정책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물가폭등, 고용불안으로 인해 더욱 커지는 민중의 불안과 고통을 전혀 해결하지 못할 것이었기 때문에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시작된 민중의 저항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투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예상과 달리 고시 강행이 발표되자마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경찰의 무차별적인 연행과 폭력적인 진압을 무릅쓰고 완강한 투쟁을 전개했다. 이러한 투쟁의 기운이 고시 강행으로 하루아침에 꺾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또 한 번의 오산이다. 범국민 대책회의는 정부의 고시 강행에 반대하는 투쟁을 지속할 것이며 특히 6월 28일~29일 주말 동안 1박 2일 집중 투쟁을 다시 한 번 전개할 방침이다. 7월 2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민주노총은 26일 관보 개제와 동시에 검역이 재개되어 곧바로 유통될 미국산 쇠고기를 막기 위해 전국 곳곳에 있는 물류창고 봉쇄투쟁에 돌입했다. 모든 사회운동이 당장에는 추가협상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고시 강행을 규탄하는 이와 같은 투쟁에 온 힘을 다해 참여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제기되어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한미 FTA의 미국 내 비준을 위해 강행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현재의 국제무역체계가 초민족자본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것일 뿐 민중의 권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금융위기, 유가․곡물가 폭등으로 이미 불안정성이 심각하게 노출된 세계 경제에 더욱 깊숙이 편입하는 것 말고는 경제를 살릴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 촛불집회를 접고 모두가 경제를 살리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민중의 불안과 고통을 계속해서 무시한다면 민중의 분노는 언제고 폭발할 것이다. 국제적인 금융 불안과 유가 및 원자재가 폭등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갈수록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물가상승과 실업 확대로 인한 고통은 저소득층에게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식품 안전과 건강에 대한 민중의 우려를 철저히 무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유가를 비롯해 물가인상으로 더 큰 고통을 받는 서민과, 실업이나 비정규직 고용으로 신음하는 노동자에 대해 어떤 실질적인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두 달여 동안 전국을 뒤흔든 민중의 요구를 무시하고 오로지 ‘국제적인 신뢰’를 지키기 위해 고시를 강행한 이명박 정부를 향해 ‘퇴진’ 구호를 지속하는 것은 식품안전과 건강에서부터 물가와 고용에 이르는 삶 전반에 걸친 민중의 요구를 이명박 정부가 결코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달 가까이 민중들이 거리에서 외친 권리를 스스로 실현하기 위한 운동을 지속ㆍ확대해 나갈 것을 천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