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과 NGO들의 '빈곤퇴치'의 한계 - 빈곤 철폐는 민중의 힘으로!
10월 17일은 UN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UN은 1993년 총회에서 빈곤퇴치의 날을 정한 데 이어, 2000년 총회에서는 밀레니엄개발목표(MDGs)1를 통해 2015년까지 절대빈곤과 기아를 대폭 감축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2004년 9월 결성된
UN과 NGO들의 '빈곤퇴치'의 한계 - 빈곤 철폐는 민중의 힘으로!
10월 17일은 UN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UN은 1993년 총회에서 빈곤퇴치의 날을 정한 데 이어, 2000년 총회에서는 밀레니엄개발목표(MDGs)1를 통해 2015년까지 절대빈곤과 기아를 대폭 감축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2004년 9월 결성된
연금기금 금융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의 완성 국민연금에 관한 한 2007년은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만하다. 제도시행이 1988년에 시작해 올해로 20년이 됨으로써, 완전노령연금 수급자가 내년부터 배출될 예정이다. 또한 올해를 경과하며 국민연금 적립기금 200조원 시대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2003년에 시작되어 4년을 끌어온 국민연금법 개정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관심을 끌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준비되어온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작업이 지난 9월 11일 정부안으로 발표,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입법이 예고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몇 가지 개혁과제가 남겨져 있다. 국민연금 개혁을 발판 삼아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특수직역연금의 개혁이 준비 중이고, 또한 4대 사회보험 징수 일원화를 위한 입법이 추진 중이다. 2003년 연금개혁에 착수하던 당시 정부는 재정안정화, 사각지대 해소, 기금운영체계 개편을 연금개혁의 3대 과제로 제시했다. 4년여에 걸친 논란 끝에, 지난 7월 기초노령연금 도입과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국민연금법이 개정되었는데, 재정안정화, 사각지대가 주요한 명분이었다. 연금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 기금운영체계 개편 문제가 남아있던 셈이다.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이 발표되자, 각종 언론들은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과 함께 한국경제가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며 연일 환호성을 쏟아냈다. 이러한 반응만으로도 개편안의 대략적인 내용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개편안의 골자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정부로부터 독립시켜 민간투자 전문가로 구성한다는 것인데, 두 말할 나위 없이 그동안 착실히 추진되어온 연금기금의 금융투자 확대방안에 적합한 기금운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상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주장처럼 이번 정부의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은 완성될 수 있는가? 현재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지배적인 논리 하에서 연금개혁의 완성이란 존재할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듯이, 7월의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재정고갈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단지 '지연'된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 재정추계 당시 2047년 정도로 예측되었던 재정고갈 시한은, 연금 급여율을 60%에서 40%로 낮춤으로써 2060년 정도로 지연되었을 뿐이다. 기금운용 체계 개편 문제 역시 표면적으로는 정부냐 민간이냐 따위가 핵심 쟁점인 듯 보이지만, 본질적인 쟁점은 이러한 재정고갈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연금기금의 금융투자 확대에 대한 많은 비판들을 피해갈 수 있는 논리로 정부와 신자유주의자들은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재정고갈 압박을 완화해 갈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라는 주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몇몇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률을 1% 높이면, 연간 약 2조원 정도의 수익이 생기고, 기금 고갈 연도를 4년 정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기금운용 체계의 개편은 국민연금 개혁의 완성이라기보다, 차라리 국민연금을 상시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 개혁의 기본 방향은 물론 연금기금의 금융화, 운용수익률의 극대화가 될 것이다. 정부 개편안의 주요 내용 정부는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 대표성·투명성, 기금분할의 다섯 가지를 개편의 방향으로 설정한 후1) 다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체계 개편안을 제시하고 있다. 1)현재 비상설, 보건복지부 소속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와 정부로부터 독립, 2)현재 21명(정부 7인, 민간 14인)인 위원회 위원 구성을 7인(모두 민간)으로 개편, 3)위원 추천은 신설되는 기금운용위원추천위원회(정부 5인, 민간 6인)를 통해 함, 4)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 내의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행하던 기금운용의 집행은 기금운용공사를 신설하여 함, 5)정부의 권한은 위원 및 공사 사장의 임면, 신설되는 '국민연금기금관계장관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에 출석·발언, 의견제시하는 것으로 제한. 이번 정부 개편안의 보다 구체적인 실체는 이미 앞서서 차근차근 추진되어온 연금기금의 금융투자 확대를 위한 각종 조치들과 함께 바라볼 때만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즉 이번 개편안이 기금운용을 어떤 틀에서 할 것인가라는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개혁이라면, 그 형식을 규정하는 내용은 이미 마련되어 실행되어 왔다. 정부는 지난 2004년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전반의 주식투자를 제한하는 제도적 요인을 제거하는 '기금관리기본법'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연금기금 운용의 기본 방향, 목표와 관련되는 기본 내용을 담고 있는 '국민연금 중장기 기금운용 마스터플랜' 수립하여, 이를 바탕으로 매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안)'을 마련해 왔다. '마스터플랜'은 연금기금의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몇 가지의 포트폴리오 선택지를 비교 검토한 끝에 해외투자, 주식투자, 대체투자의 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최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연간 목표 수익률을 약 6%로 잡고, 2014년까지 해외투자를 25%로 확대하며, 그 중간단계로 2009에는 해외투자 비중을 11.7%, 주식투자 비중을 10% 내외, 대체투자를 3%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지난 6월 발표된 2008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을 보면, 이러한 정부의 기금운용 구상은 목표가 이미 초과달성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외투자는 주식과 채권을 합쳐 약 13.7%, 국내주식 17%, 대체투자 2.9%로 구성되는 목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투자에 활용되는 여유자금은 86조 7,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기금운용위원회의 기능, 그리고 위원들이 갖추어야 할 최상의 덕목은 금융 투자 전문가로서의 면모이다. 최적 자산배분에 대한 판단, 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투자 위험관리 등에 있어서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실제 정부 개편안은 운용위원회 위원 자격을 금융 또는 투자 분야에 대한 연구 경력이 5년 이상인 자,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국제금융기구에서 투자업무를 5년 이상 담당한 자, 변호사·공인회계사·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증 소지자로 금융·투자 또는 기업 감사업무를 5년 이상 담당한 자, 기타 이에 준하는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를 통해 극적으로 드러난 바와 같이 금융투자의 불안정성은 상존하는 것이고, 역량 있는 투자전문가들이나, 철저히 계산된 위험 허용범위 따위로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극히 낮은 수준의 투자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연금기금의 천문학적인 규모 상 노동자들이 떠안게 되는 피해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만일 한국의 2008년 투자 액수인 87억 원 규모에서 0.1%의 투자 손실이 일어난다고만 가정해도, 그 피해액수는 1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 되는 것이다. 금융화 비판 관점의 부재가 초래한 자충수 사실 기금운용체계의 정부로부터의 독립 문제는 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온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의 오랜 숙원과제 중 하나였다.2) 시민단체들의 주요 관심사는 가입자 대표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과 이를 통해 기금운용 지배구조의 민주성, 투명성 등을 제고하는 것에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마치 기금운용의 책임과 권한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과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거짓은 아니다. 그러나 개편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시민단체들의 관심사와는 정확히 역행하는 방향으로 흘렀다고 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의 구상이 사회보험의 기본 도입 취지와 원리를 반영한 노-사-정 협의 체제를 지향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철저히 금융화된 자본주의의 이해당사자(stakeholder) 모델에 입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의 개편안에 대한 비판은 주로 운용위원회와 추천위 구성에 관련된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현행 운용체계는 위원회 위원 21명을 정부 인사(위원장 포함 7인), 가입자 대표 12인(노동자 3인, 사용자 3인, 지역가입자 6인), 관계 전문가(2인)들로 구성하고 있다. 개편안은 독립성의 원칙에 따라 정부 관계자를 모두 배제하고, 민간위원 7인으로만 구성을 하는데, 그 자격요건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또한 추천위원회의 경우 민간에 할당된 6인 중 가입자 대표는 노동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각 1인씩이고, 공익대표가 3인 포함되게 되어 있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은 이루게 되었지만, 가입자 대표의 참여 및 발언력은 운용위원회, 추천위원회를 통틀어 거의 배제된 것이다. 이와 같이 시민단체들의 입장에서 자기모순적인 결과가 나타난 사례는 그 전사(前史)가 없지 않다. 민주노동당이나 시민단체들이 정부로부터 기금운용위원회가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연금기금을 빌려다 쓰고 이자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식으로 연금기금을 제주머니의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에 대한 비판과 이런 파행적인 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고안이 필요하다는 고민의 결과였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금운용체계 개편에 대한 고민에 앞서, 1999년 개정된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이하 공자기금법)의 개정에 반영되어 있다. 정부가 각종 공적기금을 강제적으로 예탁하게 하고, 이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공자기금법의 개정을 시민단체들이 앞서서 이끌었던 것이다. 이것이 자기모순적인 결과인 이유는 사실 공자기금법에서의 강제 위탁 규정 폐지 문제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일 뿐 아니라,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98년, 세계은행이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강제한 요구사항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의 요구가 있은 직후, 한국 정부는 공자기금법의 개정과 함께 국민연금법 개정3)을 거의 동시에 단행했다. 이를 계기로 연금기금의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는 점차 감소, 중단되고, 금융투자 중심의 기금운용이 실행되어 왔다. 연금기금 운용체계 면에서도 국민연금공단 내에 전문가조직인 기금운용본부를 신설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즈음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팽창을 주도한 것은 기관투자자들이었고, 여기서 연기금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세계은행은 세계적으로 공적연금 개혁의 신자유주의적 규범을 만들어 각 국가들의 연금개혁에 개입하면서 연금기금을 금융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각종 노력을 강구해왔다. 여기에는 공적연금 제도를 축소, 적립식으로 전환하고 사적연금을 확대하는 등의 연금제도의 측면뿐 아니라, 연금기금 지배구조를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투자자 중심으로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1998년 당시 한국이 처한 상황은 이러한 요구를 강제하기에 매우 호기였다. 이와 같은 맥락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연금개혁이 세계은행이 강제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어 온 것은 1998년 당시 개혁부터라 할 수 있으며, 이번 개편안 역시 그 시나리오에 따라 조금씩 움직여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적연금의 지배구조를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논리에 따라 재편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력을 제거하는 동시에, 금융투자의 원리를 이식해 온 것이다. 당시 한국의 운동진영 내에서는 금융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절로, 사후적인 평가이기는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입장이 처한 현재의 상황은 금융화 비판의 관점이 부재한 가운데 초래된 자충수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후적인 평가 차원에서라도 이러한 비판이 정당하며 또한 중요한 이유는 현재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개편안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응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시민단체들은 한결 같이 가입자 대표의 배제와 정부의 영향력이 은폐된 형태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현 체계 내에서도 가입자 단체의 발언력과 영향력이라는 것은 사실상 매우 미비하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그 발언력과 영향력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이다. 참여연대를 주축으로 구성된 <연금제도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10년 간 정부 부처들이 연금기금의 정치적 활용을 시도했으나 과반을 이룬 가입자 대표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이번 안은 기금의 주인인 가입자의 대표성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다. … 기금운용의 안정성과 기금운용 정책의 공공성을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참여와 감시 기능은 철저히 확보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부의 정치적 활용은 제거의 대상이고, 금융적 활용은 용인 가능한 것인지, 혹은 불가피한 대안인 것인지, 현재와 같이 이미 기금운용의 기본방향이 수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금운용의 안정성과 공공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왜 연금기금의 금융화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가?4) 금융화에 반대하는 운동 속에서 대안을! 위와 같은 상황은 사회운동 일반이 연금기금 문제에 대해 고민이 빈약함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사회운동 내에서 연금기금의 활용방안에 대한 입장으로는 사회복지, 공공주택 등에 대한 공적투자 형태가 계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적 수준에서 제기되어 왔다. 또한 이와 같은 공적투자가 현재의, 그리고 앞으로 증가할 연금기금 규모를 충분히 감당할 수 없으며, 이 역시 결국 정부 지배구조가 가지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로, 최근에는 사회책임투자가 연금기금 활용의 대안적인 방안으로 제안되어 왔다. 한편, 이와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적립방식의 연금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여 적립된 기금을 소진시키는 방안이 제안되어 왔는데, 사회진보연대 역시 연기금 금융화 비판의 맥락에서 이와 같은 대안을 발전시킬 것을 주장해왔다. 그 동안의 논의는 이러한 입장 사이의 쟁점이 '실현가능성' 여부인듯한 지형을 형성해왔다. 즉, 원칙적으로 적립기금의 해소가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지만, 기금 해소의 방법적 측면, 그리고 부과방식의 기본 전제인 세대 간 연대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인가 등에서의 대안부재가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의, 특히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국민연금법 대응 과정에서의 논의와 현재 정부 기금운용체계 개편에 대한 입장의 편차들을 보건데, 진정한 쟁점은 단기간 내의 실현가능성 여부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비판, 그리고 금융화 비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연금기금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연금개혁을 비판하는 앞선 글들5)에서 연금개혁 문제는 단지 연금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으며, 금융화 비판의 문제의식의 기반 위에서 민중적 관점, 연대의 원리에 입각한 사회보장의 원리, 재생산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을 제안했다. 이는 사실상 연금개혁 문제가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반대하는 운동 속에서만이 해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었다. 현재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약 210조이고, 이는 2005년 한국 경상 GDP의 약 30%에 이르는 규모이며, 2006년 9월 기준으로 국내 상장 주식시가 총액 674조원의 약 30%에 이르는 액수이다. 물론 이는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1997년에 이미 세계적으로 공·사적 연금기금 적립액은 14조 달러로, 세계 GDP 대비 50%, 세계 주식시가 총액의 61%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민주의적 전망을 가지는 운동세력들과 금융화에 상대적으로 덜 적응된 우파들이 서로 상반된 의미에서 '연기금 사회주의'를 거론하고 있는 상황 역시 연금기금 문제가 단지 제도설계나 운용체계 개편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연금개혁과 관련하여 지금 사회운동 내에 필요한 것은 섣부른 대안이나 단발성 아이디어가 아니다. 일차적으로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반대하는 운동 속에 연금개혁 문제를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연금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확인하고, 대안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중적 토론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금융투자 수익률 제고를 통해 재정안정성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중들의 입을 통해 제기될 날이 오는 것도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닐 듯하다. 사회진보연대 역시 가까운 시일 내에 관련 동향소개와 보다 정선된 입장을 『사회운동』 지면에 담아냄으로써, 이러한 논의가 활성화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드린다. 1)세계은행은 연금기금 지배구조의 주요 원칙으로 독립성, 책임성·투명성, 명확성, 자율성, 내부통제를 제시하고 있다.본문으로 2)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4년 11월, 현애자 의원 대표발의로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 및 상설화, 추천위원회 구성,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 설립 등, 전체적인 틀은 이번 정부 개편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운용위원회(총 21~22인)에 정부인사 참여(3인) 및 가입자대표, 공익대표 참여 확대, 그리고 가입자 대표 참여 비중이 큰(총 7인 중 5인) 추천위원회 구성 등에 있어 정부안과 차이가 있다. 본문으로 3) 국민연금 급여율을 70%에서 60%로 인하하고, 국민연금 급여산식에서 1:0.75로 설계되어 있던 균등부분과 비례부분을 1:1로 조정하여 소득재분배 효과를 낮추는 것, 연금 수급연령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본문으로 4) 연금기금을 활용하여 해외 투기자본으로 부터의 한국 자본시장의 방어, 기업지배구조 개선활동 등을 주장해온 경제개혁센터의 경우, '민간위원 경력연수 요건을 10년 이상으로 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KIC) 운영위원의 경우와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짧다. 한국투자공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국민연금의 민간운용위원의 전문성 요건이 오히려 더 완화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10년으로 늘리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요건이고, 가급적 투자관리(investment management) 전문가들로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와 같이 운용위원의 투자 전문성을 보다 높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본문으로 5)『월간 사회운동』(http://www.movements.or.kr)에 관련된 많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본문으로
연금기금 금융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의 완성 국민연금에 관한 한 2007년은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만하다. 제도시행이 1988년에 시작해 올해로 20년이 됨으로써, 완전노령연금 수급자가 내년부터 배출될 예정이다. 또한 올해를 경과하며 국민연금 적립기금 200조원 시대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2003년에 시작되어 4년을 끌어온 국민연금법 개정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관심을 끌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준비되어온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작업이 지난 9월 11일 정부안으로 발표,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입법이 예고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몇 가지 개혁과제가 남겨져 있다. 국민연금 개혁을 발판 삼아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특수직역연금의 개혁이 준비 중이고, 또한 4대 사회보험 징수 일원화를 위한 입법이 추진 중이다. 2003년 연금개혁에 착수하던 당시 정부는 재정안정화, 사각지대 해소, 기금운영체계 개편을 연금개혁의 3대 과제로 제시했다. 4년여에 걸친 논란 끝에, 지난 7월 기초노령연금 도입과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국민연금법이 개정되었는데, 재정안정화, 사각지대가 주요한 명분이었다. 연금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 기금운영체계 개편 문제가 남아있던 셈이다.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이 발표되자, 각종 언론들은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과 함께 한국경제가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며 연일 환호성을 쏟아냈다. 이러한 반응만으로도 개편안의 대략적인 내용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개편안의 골자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정부로부터 독립시켜 민간투자 전문가로 구성한다는 것인데, 두 말할 나위 없이 그동안 착실히 추진되어온 연금기금의 금융투자 확대방안에 적합한 기금운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상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주장처럼 이번 정부의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은 완성될 수 있는가? 현재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지배적인 논리 하에서 연금개혁의 완성이란 존재할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듯이, 7월의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재정고갈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단지 '지연'된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 재정추계 당시 2047년 정도로 예측되었던 재정고갈 시한은, 연금 급여율을 60%에서 40%로 낮춤으로써 2060년 정도로 지연되었을 뿐이다. 기금운용 체계 개편 문제 역시 표면적으로는 정부냐 민간이냐 따위가 핵심 쟁점인 듯 보이지만, 본질적인 쟁점은 이러한 재정고갈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연금기금의 금융투자 확대에 대한 많은 비판들을 피해갈 수 있는 논리로 정부와 신자유주의자들은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재정고갈 압박을 완화해 갈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라는 주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몇몇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률을 1% 높이면, 연간 약 2조원 정도의 수익이 생기고, 기금 고갈 연도를 4년 정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기금운용 체계의 개편은 국민연금 개혁의 완성이라기보다, 차라리 국민연금을 상시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 개혁의 기본 방향은 물론 연금기금의 금융화, 운용수익률의 극대화가 될 것이다. 정부 개편안의 주요 내용 정부는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 대표성·투명성, 기금분할의 다섯 가지를 개편의 방향으로 설정한 후1) 다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체계 개편안을 제시하고 있다. 1)현재 비상설, 보건복지부 소속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와 정부로부터 독립, 2)현재 21명(정부 7인, 민간 14인)인 위원회 위원 구성을 7인(모두 민간)으로 개편, 3)위원 추천은 신설되는 기금운용위원추천위원회(정부 5인, 민간 6인)를 통해 함, 4)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 내의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행하던 기금운용의 집행은 기금운용공사를 신설하여 함, 5)정부의 권한은 위원 및 공사 사장의 임면, 신설되는 '국민연금기금관계장관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에 출석·발언, 의견제시하는 것으로 제한. 이번 정부 개편안의 보다 구체적인 실체는 이미 앞서서 차근차근 추진되어온 연금기금의 금융투자 확대를 위한 각종 조치들과 함께 바라볼 때만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즉 이번 개편안이 기금운용을 어떤 틀에서 할 것인가라는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개혁이라면, 그 형식을 규정하는 내용은 이미 마련되어 실행되어 왔다. 정부는 지난 2004년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전반의 주식투자를 제한하는 제도적 요인을 제거하는 '기금관리기본법'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연금기금 운용의 기본 방향, 목표와 관련되는 기본 내용을 담고 있는 '국민연금 중장기 기금운용 마스터플랜' 수립하여, 이를 바탕으로 매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안)'을 마련해 왔다. '마스터플랜'은 연금기금의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몇 가지의 포트폴리오 선택지를 비교 검토한 끝에 해외투자, 주식투자, 대체투자의 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최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연간 목표 수익률을 약 6%로 잡고, 2014년까지 해외투자를 25%로 확대하며, 그 중간단계로 2009에는 해외투자 비중을 11.7%, 주식투자 비중을 10% 내외, 대체투자를 3%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지난 6월 발표된 2008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을 보면, 이러한 정부의 기금운용 구상은 목표가 이미 초과달성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외투자는 주식과 채권을 합쳐 약 13.7%, 국내주식 17%, 대체투자 2.9%로 구성되는 목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투자에 활용되는 여유자금은 86조 7,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기금운용위원회의 기능, 그리고 위원들이 갖추어야 할 최상의 덕목은 금융 투자 전문가로서의 면모이다. 최적 자산배분에 대한 판단, 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투자 위험관리 등에 있어서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실제 정부 개편안은 운용위원회 위원 자격을 금융 또는 투자 분야에 대한 연구 경력이 5년 이상인 자,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국제금융기구에서 투자업무를 5년 이상 담당한 자, 변호사·공인회계사·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증 소지자로 금융·투자 또는 기업 감사업무를 5년 이상 담당한 자, 기타 이에 준하는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를 통해 극적으로 드러난 바와 같이 금융투자의 불안정성은 상존하는 것이고, 역량 있는 투자전문가들이나, 철저히 계산된 위험 허용범위 따위로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극히 낮은 수준의 투자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연금기금의 천문학적인 규모 상 노동자들이 떠안게 되는 피해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만일 한국의 2008년 투자 액수인 87억 원 규모에서 0.1%의 투자 손실이 일어난다고만 가정해도, 그 피해액수는 1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 되는 것이다. 금융화 비판 관점의 부재가 초래한 자충수 사실 기금운용체계의 정부로부터의 독립 문제는 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온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의 오랜 숙원과제 중 하나였다.2) 시민단체들의 주요 관심사는 가입자 대표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과 이를 통해 기금운용 지배구조의 민주성, 투명성 등을 제고하는 것에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마치 기금운용의 책임과 권한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과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거짓은 아니다. 그러나 개편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시민단체들의 관심사와는 정확히 역행하는 방향으로 흘렀다고 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의 구상이 사회보험의 기본 도입 취지와 원리를 반영한 노-사-정 협의 체제를 지향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철저히 금융화된 자본주의의 이해당사자(stakeholder) 모델에 입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의 개편안에 대한 비판은 주로 운용위원회와 추천위 구성에 관련된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현행 운용체계는 위원회 위원 21명을 정부 인사(위원장 포함 7인), 가입자 대표 12인(노동자 3인, 사용자 3인, 지역가입자 6인), 관계 전문가(2인)들로 구성하고 있다. 개편안은 독립성의 원칙에 따라 정부 관계자를 모두 배제하고, 민간위원 7인으로만 구성을 하는데, 그 자격요건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또한 추천위원회의 경우 민간에 할당된 6인 중 가입자 대표는 노동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각 1인씩이고, 공익대표가 3인 포함되게 되어 있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은 이루게 되었지만, 가입자 대표의 참여 및 발언력은 운용위원회, 추천위원회를 통틀어 거의 배제된 것이다. 이와 같이 시민단체들의 입장에서 자기모순적인 결과가 나타난 사례는 그 전사(前史)가 없지 않다. 민주노동당이나 시민단체들이 정부로부터 기금운용위원회가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연금기금을 빌려다 쓰고 이자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식으로 연금기금을 제주머니의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에 대한 비판과 이런 파행적인 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고안이 필요하다는 고민의 결과였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금운용체계 개편에 대한 고민에 앞서, 1999년 개정된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이하 공자기금법)의 개정에 반영되어 있다. 정부가 각종 공적기금을 강제적으로 예탁하게 하고, 이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공자기금법의 개정을 시민단체들이 앞서서 이끌었던 것이다. 이것이 자기모순적인 결과인 이유는 사실 공자기금법에서의 강제 위탁 규정 폐지 문제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일 뿐 아니라,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98년, 세계은행이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강제한 요구사항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의 요구가 있은 직후, 한국 정부는 공자기금법의 개정과 함께 국민연금법 개정3)을 거의 동시에 단행했다. 이를 계기로 연금기금의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는 점차 감소, 중단되고, 금융투자 중심의 기금운용이 실행되어 왔다. 연금기금 운용체계 면에서도 국민연금공단 내에 전문가조직인 기금운용본부를 신설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즈음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팽창을 주도한 것은 기관투자자들이었고, 여기서 연기금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세계은행은 세계적으로 공적연금 개혁의 신자유주의적 규범을 만들어 각 국가들의 연금개혁에 개입하면서 연금기금을 금융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각종 노력을 강구해왔다. 여기에는 공적연금 제도를 축소, 적립식으로 전환하고 사적연금을 확대하는 등의 연금제도의 측면뿐 아니라, 연금기금 지배구조를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투자자 중심으로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1998년 당시 한국이 처한 상황은 이러한 요구를 강제하기에 매우 호기였다. 이와 같은 맥락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연금개혁이 세계은행이 강제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어 온 것은 1998년 당시 개혁부터라 할 수 있으며, 이번 개편안 역시 그 시나리오에 따라 조금씩 움직여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적연금의 지배구조를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논리에 따라 재편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력을 제거하는 동시에, 금융투자의 원리를 이식해 온 것이다. 당시 한국의 운동진영 내에서는 금융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절로, 사후적인 평가이기는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입장이 처한 현재의 상황은 금융화 비판의 관점이 부재한 가운데 초래된 자충수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후적인 평가 차원에서라도 이러한 비판이 정당하며 또한 중요한 이유는 현재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개편안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응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시민단체들은 한결 같이 가입자 대표의 배제와 정부의 영향력이 은폐된 형태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현 체계 내에서도 가입자 단체의 발언력과 영향력이라는 것은 사실상 매우 미비하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그 발언력과 영향력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이다. 참여연대를 주축으로 구성된 <연금제도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10년 간 정부 부처들이 연금기금의 정치적 활용을 시도했으나 과반을 이룬 가입자 대표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이번 안은 기금의 주인인 가입자의 대표성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다. … 기금운용의 안정성과 기금운용 정책의 공공성을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참여와 감시 기능은 철저히 확보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부의 정치적 활용은 제거의 대상이고, 금융적 활용은 용인 가능한 것인지, 혹은 불가피한 대안인 것인지, 현재와 같이 이미 기금운용의 기본방향이 수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금운용의 안정성과 공공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왜 연금기금의 금융화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가?4) 금융화에 반대하는 운동 속에서 대안을! 위와 같은 상황은 사회운동 일반이 연금기금 문제에 대해 고민이 빈약함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사회운동 내에서 연금기금의 활용방안에 대한 입장으로는 사회복지, 공공주택 등에 대한 공적투자 형태가 계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적 수준에서 제기되어 왔다. 또한 이와 같은 공적투자가 현재의, 그리고 앞으로 증가할 연금기금 규모를 충분히 감당할 수 없으며, 이 역시 결국 정부 지배구조가 가지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로, 최근에는 사회책임투자가 연금기금 활용의 대안적인 방안으로 제안되어 왔다. 한편, 이와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적립방식의 연금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여 적립된 기금을 소진시키는 방안이 제안되어 왔는데, 사회진보연대 역시 연기금 금융화 비판의 맥락에서 이와 같은 대안을 발전시킬 것을 주장해왔다. 그 동안의 논의는 이러한 입장 사이의 쟁점이 '실현가능성' 여부인듯한 지형을 형성해왔다. 즉, 원칙적으로 적립기금의 해소가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지만, 기금 해소의 방법적 측면, 그리고 부과방식의 기본 전제인 세대 간 연대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인가 등에서의 대안부재가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의, 특히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국민연금법 대응 과정에서의 논의와 현재 정부 기금운용체계 개편에 대한 입장의 편차들을 보건데, 진정한 쟁점은 단기간 내의 실현가능성 여부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비판, 그리고 금융화 비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연금기금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연금개혁을 비판하는 앞선 글들5)에서 연금개혁 문제는 단지 연금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으며, 금융화 비판의 문제의식의 기반 위에서 민중적 관점, 연대의 원리에 입각한 사회보장의 원리, 재생산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을 제안했다. 이는 사실상 연금개혁 문제가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반대하는 운동 속에서만이 해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었다. 현재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약 210조이고, 이는 2005년 한국 경상 GDP의 약 30%에 이르는 규모이며, 2006년 9월 기준으로 국내 상장 주식시가 총액 674조원의 약 30%에 이르는 액수이다. 물론 이는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1997년에 이미 세계적으로 공·사적 연금기금 적립액은 14조 달러로, 세계 GDP 대비 50%, 세계 주식시가 총액의 61%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민주의적 전망을 가지는 운동세력들과 금융화에 상대적으로 덜 적응된 우파들이 서로 상반된 의미에서 '연기금 사회주의'를 거론하고 있는 상황 역시 연금기금 문제가 단지 제도설계나 운용체계 개편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연금개혁과 관련하여 지금 사회운동 내에 필요한 것은 섣부른 대안이나 단발성 아이디어가 아니다. 일차적으로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반대하는 운동 속에 연금개혁 문제를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연금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확인하고, 대안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중적 토론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금융투자 수익률 제고를 통해 재정안정성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중들의 입을 통해 제기될 날이 오는 것도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닐 듯하다. 사회진보연대 역시 가까운 시일 내에 관련 동향소개와 보다 정선된 입장을 『사회운동』 지면에 담아냄으로써, 이러한 논의가 활성화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드린다. 1)세계은행은 연금기금 지배구조의 주요 원칙으로 독립성, 책임성·투명성, 명확성, 자율성, 내부통제를 제시하고 있다.본문으로 2)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4년 11월, 현애자 의원 대표발의로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 및 상설화, 추천위원회 구성,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 설립 등, 전체적인 틀은 이번 정부 개편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운용위원회(총 21~22인)에 정부인사 참여(3인) 및 가입자대표, 공익대표 참여 확대, 그리고 가입자 대표 참여 비중이 큰(총 7인 중 5인) 추천위원회 구성 등에 있어 정부안과 차이가 있다. 본문으로 3) 국민연금 급여율을 70%에서 60%로 인하하고, 국민연금 급여산식에서 1:0.75로 설계되어 있던 균등부분과 비례부분을 1:1로 조정하여 소득재분배 효과를 낮추는 것, 연금 수급연령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본문으로 4) 연금기금을 활용하여 해외 투기자본으로 부터의 한국 자본시장의 방어, 기업지배구조 개선활동 등을 주장해온 경제개혁센터의 경우, '민간위원 경력연수 요건을 10년 이상으로 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KIC) 운영위원의 경우와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짧다. 한국투자공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국민연금의 민간운용위원의 전문성 요건이 오히려 더 완화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10년으로 늘리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요건이고, 가급적 투자관리(investment management) 전문가들로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와 같이 운용위원의 투자 전문성을 보다 높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본문으로 5)『월간 사회운동』(http://www.movements.or.kr)에 관련된 많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본문으로
물 민영화․사유화에 다름 아닌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 계획을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8월 10일, 서울시는 산하 19개 사업소를 민간위탁하고, 그 중 상수도사업본부는 2012년까지 공사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상수도 공사화 계획의 첫 단계로서 지난 8월 24일에는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중 231명을 타 부서에 배치하거나 감축한다는 정원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 통과시켰다.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는 비록 당장은 “공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점진적으로 천만 서울시민의 수돗물을 민영화․사유화한다는 계획이기에 가히 충격적이며, 우리는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서울시는 오랜 동안 상수도 공사화 또는 민영화 계획을 고민해왔으나 시민들의 반발을 의식, 보류해왔다. 그러나 7월 16일 정부가 “물산업 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을 공표, 국가 정책으로서 물 민영화․사유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하자,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발표 이후 터져 나온 전 사회적 반발을 의식했는지, 상수도 공사화 계획을 심지어 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공무원노조의 상수도사업본부장 면담과 언론보도를 통해 공사화 계획이 확인되었으며, 최근 상수도노동자 144명 재배치 및 87명 감축 계획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공사화 계획이 공식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나 서울시는 상수도를 공사화, 즉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사화 함으로써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는 등 그럴싸한 그림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기만이다. 정부의 물산업화 정책에 의하면, 공사화는 공사화로 끝나지 않는다. 일단 소규모 상수도를 수자원공사로 통폐합하고 대규모 광역시 상수도는 공사화 한 다음, 이 여러 개의 공기업을 상호경쟁 시키면서도 동시에 민간기업과 초국적 기업의 동참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시장경쟁 논리를 도입하여 전국 수도 사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 계획이 어찌 민영화․사유화 계획이 아닌가?
더군다나 지자체 직영 서비스에 대한 ‘공사화’는 정권과 자본의 새로운 민영화․사유화 정책임을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다. 공기업․공공서비스에 대한 소유권을 단번에 매각하려 하다가 노동자 파업 등 전 사회적 반발에 부딪히자 정권과 자본은 이제 전략을 바꾸어 주식상장이니 위탁이니 공사화니 법인화니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자본에 팔아넘기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이번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는 1천만 서울시민의 생명줄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고 자본에 넘기겠다는 술책이다.
사실, 서울시 상수도를 공사화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수년에 걸쳐 인원 자연감축과 자동화로 자체적인 효율화를 이루어 왔으며, 대대적인 노후 수도관 교체와 선진 기술 도입으로 수질도 한층 개선됐다. 유수율과 보급률도 90%를 넘겼으며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누누이 지적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었듯이, 물 민영화․사유화는 재앙이다. 수도요금에 대한 지자체의 보조금이 없어지면서 수도요금은 폭등하여 물 양극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경영성과와 수익성 높이는 데 혈안이 되면서 공급은 불안정해지고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명목 하에 수질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불안은 물론이다. 공무원 퇴출제와 함께 이미 구조조정의 칼날이 노동자들을 겨누고 있지 않는가.
서울시는 서울시민의 생명줄을 이윤논리에 내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기능을 확대하고, 시민들이 믿고 바로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만들어 제공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열악한 전국 곳곳 소규모 상수도를 재정적, 기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오히려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오늘은 유엔이 지정한 빈곤 철폐의 날이다. 또한 사유화 반대 국제 공동행동의 날이기도 하다. 유엔 경제․사회․문화권위원회는 “물은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공공재”라고 규정한 바 있으며, “국가는 물과 물 시설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의무를 지니며, 물과 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모든 차별을 방지해야 한다.”라고 선포한 바 있다. 그런데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이 나라 정부는 오히려 물을 민영화․사유화하여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악화시키려고 있다.
우리는 빈곤 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오히려 빈곤을 초래하는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 계획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며, 나아가 지방상수도에 대한 위탁관리 등 모든 형태의 물 민영화․사유화 계획을 철회할 것을 정부와 각 지자체에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 환경단체, 노동조합과 빈민단체는 빈곤 철폐를 염원하면서 자연자원과 공공재를 지키고자 하는 전 세계 민중들과 연대하여 정부와 서울시, 각 지자체의 물 민영화․사유화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투쟁할 것임을 공언하는 바이다.
2007년 10월 17일
물 사유화 저지․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행동
:'필수서비스 사유화에 관한 아시아노동자대회와 전략회의'참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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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사유화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미 지난 IMF 위기 직후부터 정부는 외환위기와 재정위기를 빌미로 공공부문에서 돈 될 만한 공기업을 앞뒤 가리지 않고 팔아치워 왔다. 그러나 공공부문 사유화는 소유권의 이전을 넘어, 민중이 값싸고 질 좋은 공공서비스에 접근하여 이를 누릴 권리를 제한, 파괴하는 과정이었다. 통신부문은 민간자본의 수중으로 넘어간 지 오래며, 그 결과 사람들은 높은 통신요금과 잦은 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부문은 사유화 시도가 발전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부딪쳐 제동이 걸렸으나 최근 다시 주식상장 방식으로 사유화가 추진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철도, 상수도 등이 사유화 단계를 밟고 있다. 특히 상수도는 최근 정부가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긴급한 이슈로 떠올랐다. 먹는 물까지 민간자본의 손에 넘기는 것은 많은 해외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요금 폭등과 수질저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07년 7월 8일~12일 태국에서는 ‘필수서비스(물과 전력) 사유화에 관한 아시아 노동자대회와 전략회의’가 열렸다. 아시아 전역에서 인간 생존의 기본 권리인 물과 전력의 사유화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현황을 분석하고 공동의 전략과 운동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였다. 이 회의는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JS-APMDD)> 주최로 개최되었다. <주빌리사우스>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지역에서 외채에 거부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적 연대운동체이며, 제국주의 지배와 외채, 국제금융기구,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등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주빌리사우스 아시아태평양>은 특히 IMF, 세계은행과 WTO 등 국제금융기구들이 강제하고 있는 공공부문 사유화에 중점을 두고 아시아 지역의 반사유화 노동자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각국에서 노동자들을 투쟁의 핵심 주체로 세우고자 한다. 국내에서 전국공무원노조(이하 공무원노조)와 공공연맹은 2004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