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서비스 사유화에 관한 아시아노동자대회와 전략회의'참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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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사유화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미 지난 IMF 위기 직후부터 정부는 외환위기와 재정위기를 빌미로 공공부문에서 돈 될 만한 공기업을 앞뒤 가리지 않고 팔아치워 왔다. 그러나 공공부문 사유화는 소유권의 이전을 넘어, 민중이 값싸고 질 좋은 공공서비스에 접근하여 이를 누릴 권리를 제한, 파괴하는 과정이었다. 통신부문은 민간자본의 수중으로 넘어간 지 오래며, 그 결과 사람들은 높은 통신요금과 잦은 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부문은 사유화 시도가 발전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부딪쳐 제동이 걸렸으나 최근 다시 주식상장 방식으로 사유화가 추진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철도, 상수도 등이 사유화 단계를 밟고 있다. 특히 상수도는 최근 정부가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긴급한 이슈로 떠올랐다. 먹는 물까지 민간자본의 손에 넘기는 것은 많은 해외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요금 폭등과 수질저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07년 7월 8일~12일 태국에서는 ‘필수서비스(물과 전력) 사유화에 관한 아시아 노동자대회와 전략회의’가 열렸다. 아시아 전역에서 인간 생존의 기본 권리인 물과 전력의 사유화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현황을 분석하고 공동의 전략과 운동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였다. 이 회의는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JS-APMDD)> 주최로 개최되었다. <주빌리사우스>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지역에서 외채에 거부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적 연대운동체이며, 제국주의 지배와 외채, 국제금융기구,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등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주빌리사우스 아시아태평양>은 특히 IMF, 세계은행과 WTO 등 국제금융기구들이 강제하고 있는 공공부문 사유화에 중점을 두고 아시아 지역의 반사유화 노동자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각국에서 노동자들을 투쟁의 핵심 주체로 세우고자 한다. 국내에서 전국공무원노조(이하 공무원노조)와 공공연맹은 2004년부터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미 FTA 체결의 선결과제로 제시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지난 4월에 재개되었으나, 검역조건에 맞지 않는 뼛조각과 척수가 계속 발견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미 FTA반대 운동은 미국산 소고기가 광우병의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이슈화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을 장담하면서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형식 논리로 일관하고 있는데, 수입과 검역에 대한 무원칙한 대응으로 미국의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국민의 건강권과 농민의 생존권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수입만 막으면 되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지고, 농민의 삶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광우병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나 한․미 FTA 외에도 많은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현안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여유도 필요하다. [%=사진1%] 미국산 소고기만 문제인가? 한국에서 광우병이 이슈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말에 광우병의 안전지대라고 생각한 독일, 이탈리아에서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발견되고 프랑스의 까르푸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감염된 소고기의 유통 의혹이 번지면서 광우병 문제가 전 유럽을 휩쓸었다. 이때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한국에까지 확산되었다. 당시에 정부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고, 한국은 전통적으로 소의 부산물을 먹었으나 인간 광우병이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광우병 청정지역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감정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언론과 광고를 통해 국민을 계몽하면 문제가 사라질 것처럼 행동했다. 정말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막으면 국내에서 광우병의 위험은 사라지는 것일까? 2000년 이후 광우병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면 국산 소고기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는 2000년 12월과 2001년 1월에 각각 육골분 사료와 남은 음식물 사료를 소, 양과 같은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행위를 금지했다. 영국은 1988년, 미국은 1998년부터 이런 조치를 취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늦은 것이다. 또 유럽과 일본에서는 모든 동물에게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반추동물에게 반추동물1)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만 금지하고 있어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교차 오염2)의 위험이 높다. 국내에는 250만 두 가량의 소가 있는데 2006년에 그 중 6,016 두에 대해서 광우병 검사를 했다. 이를 비율로 따지면 0.24%이다. 전수 검사를 시행하는 일본에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0.1%를 검사하는 미국보다는 나은 것일까? 문제는 검사한 소의 90% 이상이 정상 도축된 건강한 소라는데 있다. 축산 농가들이 의심이 가는 소나 폐사 한 소에 대한 신고를 꺼리기 때문에 건강한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한 것이다. 정부는 광우병 검사를 실질화 하기 위한 계획 대신에 폐사 한 소를 신고하면 30만원을 준다는 사탕발림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실정이 이러하다 보니 정부도 광우병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농림부는 작년에 국제수역사무국에 광우병 등급 신청을 하려다가 신청 직전에 포기하였다. 등급판정을 신청했다가 미국과 같은 2등급(광우병 위험 통제국가)을 받을 경우를 우려한 것이다. 한국의 광우병 위험 수준이 미국과 같은 정도라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부분적으로나마 제한할 근거를 찾기 어려워 협상에 치명적이었다. 국제수역사무국은 2005년 5월에 등급 판정 기준 중의 하나를 '광우병 검사 마리 수'에서 '광우병 고위험 군에 대한 검사이냐, 정상 도축소에 대한 검사이냐'로 변경했다. 한국과 같은 광우병 관리체계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인간이 먹었을 때 걸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인간광우병)이 국내에서 발병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는 연간 26명 정도의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병은 알 수 없는 이유로 100만 명 당 0.5~1명에게 발병하는데 인간광우병과 증상이 유사하여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부검과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그 동안 국내에는 전문 부검시설이 없고 유족들이 부검을 반대해 정확한 진단을 할 수가 없었다. 대표적으로 2001년 인간광우병으로 의심이 가는 젊은 환자가 있었지만 부검을 못해서 정확히 진단을 할 수 없었다.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대부분 50대 이상에서 발생하지만,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환자의 평균 연령이 27세로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 전문가들도 자인하는 것처럼 한국은 광우병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광우병은 하나의 현상일 뿐! 상황이 이러한데 왜 미국산 소고기 수입만 문제가 됐을까? 우리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이슈화되고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대중적으로 확산된 과정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회적 이슈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투쟁과 담론의 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위험'과 '공포'도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인지된다. 미국산 소고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도 광우병 위험 요인이 국내에 풍부하게 존재했지만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유통되지 않은 것이다. 광우병은 대중이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선정적인 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언론과 운동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한․미 FTA 반대 운동도 광우병의 위험을 강조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채택해왔다. 광우병은 초식동물에게 육식을 강제한, 자연 생태계에서는 결코 발생하지 않는 일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현대문명(또는 자본주의)의 괴기스러움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소가 소를 먹는 동종식육은 식인 행위와 유비되어 "문명세계와 문명인"의 공포를 가중시킨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식인풍습으로 발생한 쿠루병, 양의 스크래피, 밍크 뇌종 등과 광우병(소해면상뇌증)의 원인과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과학의 지지를 받는다.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유력한 근거가 있고,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인간이 "미친소"와 유사한 증상으로 죽기 때문에 공포는 배가된다(고상하게 죽을 수도 없다!). 또 누구나 먹는 소고기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염되고, 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제도 없고, 치사율이 100%다. 더군다나 잠복기가 길어서 10년 전에 먹은 소고기 때문에 내일 내가 죽을 수도 있다니.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그 문제가 충분히 숙고되었고, 실제로 20여 년에 걸쳐 영국 등지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이다. 하지만 인간광우병에 감염된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더 안전한 소고기'를 먹거나 채식을 하는 것이 대안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광우병은 세계적 식량체계에서 생산된 먹거리가 가지는 문제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 세계적 식량체계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광우병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거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원인을 제대로 인식해야한다. 미국 축산의 역사와 광우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광우병은 소에게 스크래피에 감염된 양 또는 광우병에 걸린 소의 육골분 사료를 먹인 데서 비롯되었다. 1980년대부터 목축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곡물사료를 절약해서 이윤을 보장받기 위해 소에게 육골분 사료를 먹였다. 광우병 발생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과정을 조금 더 긴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광우병과 같은 최근의 전세계적 식품 파동은 20세기에 녹색혁명을 통해 정착된 산업화된 농업과 세계화된 식품생산 및 유통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광우병은 산업화, 공장화된 자본주의 축산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세기 초부터 미국에서 진행된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축산에서의 생산성 혁명을 일컫는 말)은 생산성의 측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가능케 했다. 이 미국식 농업․축산 체계가 하나의 모델로 전세계에 확장되었기 때문에 광우병 발생의 구조를 미국 축산의 역사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은 농약과 비료를 다량 투입하여 하나의 특화된 작물을 생산하는 단작으로 곡물 생산의 혁명적 증가를 이루어냈다. 트랙터, 탈곡기 등 석유로 작동하는 농업기계를 사용하고 제초제, 살충제, 질소비료 등 화학투입물을 이용하여 자연의 생산력을 자본의 생산력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생태적으로는 그동안 한 덩어리로 이루어져 오던 농업, 임업, 축산 사이의 순환성과 연결성이 파괴되었다. 수천 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농산물의 다양성이 불과 몇 개의 작물로 획일화(단작)되면서 농약으로 인한 토양 및 수질오염, 토양 비옥도 저하, 생물 다양성 훼손, 수자원 고갈, 병해충 창궐과 같은 각종 생태적 문제가 야기되었다. 축산도 이제 가축을 가두어 놓고 필요한 사료, 영양제, 항생제를 투입하는 시스템으로 완전히 변모하였다. 예전처럼 집 마당이나 목초지에 소, 돼지, 닭, 염소 몇 마리를 키우던 목가적인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공장이나 다름없는 축사에서 움직일 틈도 주지 않고 사육하는 체제로 바뀐 것이다. 미국은 대공황으로부터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1935년 '농업 조정법'을 개정하여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고 국내 농산물 가격을 국제가격보다 높게 지지했다. 농가보호와 녹색혁명의 성공으로 잉여 농산물이 증가했는데 이를 1950년대에는 원조 물자로 해외에 처분했다. 처음에는 무상 원조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상업 가격으로 유통시킨 원조 정책으로 카길 같은 거대 곡물상이 부를 축적하고, 전세계에 미국식 농업관행과 식문화가 이식되었다. 대공황과 녹색혁명은 미국 축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공황으로 곡물가격이 떨어지자 미국 축산업자들은 저렴한 곡물을 가축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1950년대 이후에는 값싼 잉여 농산물이 본격적으로 동물의 사료로 전환되었다. 한편 1950년대 말부터 비육장이 성업하는데 비육장은 점차 교외로 이전한 도축장과 통합되었다. 20세기 전반까지 미국에는 도축장이 도시의 중심에 위치했다. 하지만 도축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환경개선의 요구가 높았고 강력한 정육노조를 무력화하고 값싼 이주노동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도축장을 교외로 이전한다. 교외에서는 도축장과 비육장을 지리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다. 또 도축장은 정육장과 구분이 불가능해지는데 냉장과 포장 기술의 발전으로 도축한 소를 그 자리에서 부위별로 자르고 포장해서 출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축장과 이웃하고 있는 비육장은 도축되기 전에 소의 몸집을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수소는 보통 3~5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1400kg 정도의 곡물사료를 먹고 호르몬제, 항생제를 맞으면서 180kg 가량을 찌운다. 이렇게 되어 1960년대에 비육-도축-정육이 결합된 미국식 축산의 골격이 잡히게 되었다. 송아지를 키우는 전통적인 목축업자의 일과 정육한 소고기를 판매하는 소매업 등 나머지 부문은 1970년대 이후에 통합되기 시작한다. 1970년대 초에 미국정부는 국제수지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서 농산물 수출을 추진했다. '1973년 농업법'으로 잉여농산물과 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생산 제한을 해제하고 수출을 장려했다. 잉여 농산물 정책 변화로 미국이 세계농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자 유럽과 미국 간의 시장 쟁탈전이 과열되었다. 이 과정에서 초국적 농기업은 제3 세계 농업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수직적 통합으로 농자재 산업과 영농, 유통, 가공, 판매를 장악한다. 현재 미국의 4대 정육업체인 콘아그라, IBP(타이슨 푸드), 엑셀(카길), 내셔널 비프는 미국 소의 84%를 도살한다. 또 이들은 비육장 운영이나 선계약과 입도선매 방식의 종속적 공급으로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의 20%를 관리하고 있다. 카길은 세계 최대의 사료 업체이기도 하다. 농업자금 대출 부문도 초국적 농기업에 통합되고 있는데 농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서 농민은 그 기업이 제공하는 송아지와 사료 구입을 약속해야 한다. 목축업자도 농민처럼 초국적 농기업의 자본축적 과정에서 위험성 높은 한두 부문을 떠맡는 일종의 도급 노동자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수직적 통합과 독과점으로 자영 목축업자는 소의 가격을 낮추어 팔 수밖에 없어서 수익과 생존에 압박을 받았다. 광우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육골분 사료가 1980년대 초부터 확산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한편 육골분 사료를 생산하는 것은 랜더링 산업(rendering industry)이다. 미국에서 가축의 40%는 고기로 소비되지만 뼈, 머리, 내장, 피 등 나머지 60%는 버려진다. 이것을 재가공하여 동물성 지방과 사료를 생산하는 것을 고상한 용어로 랜더링(우리말로 옮기면 동물부산물가공?)이라고 한다. 랜더링 산업의 원료로는 도축장에서 나오는 가축의 부산물 외에도 소매점, 식당 등에서 버려지는 고기 부산물, 폐기름, 남은 음식물 등이 사용된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는 병들거나 죽은 가축, 애완동물의 사체 등도 널리 사용되었다. 미국에서 연간 2,000만 톤 정도 발생하는 동물 부산물은 생태적 순환에서 괴리된 대량 육식 문화의 이면이다. 동물 부산물을 가공하여 유용한 물건을 만든다는 의미의 랜더링 산업은 역사 이전부터 있었지만, 근대적인 랜더링 산업은 19세기 말에 성립되었다. 원래 랜더링 산업의 주요 생산물은 비누제조의 원료로 사용되는 동물성 지방이었다. 1950년에 미국 랜더링 산업은 50만 톤의 동물성 지방을 비누 제조업에 공급했다. 하지만 비누의 원료가 화학 합성물로 대체되면서 동물성 지방의 수요가 급감한다. 랜더링 산업은 새로운 수요를 개척해야했고 이것이 동물성 사료의 개발로 이어졌다. 현재 랜더링 산업에서 동물성 사료의 비중은 생산량 기준으로 약 55%로 530만 톤 가량의 동물성 사료가 매년 생산되고 있다. 만약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가 전면 금지된다면 랜더링 산업에게는 큰 재앙일 것이다. 한편 랜더링 과정도 독립적인 사업에서 도축장 옆에 설치된 초국적 농기업의 한 공정으로 대체되는 추세이다. 미국이 동물성 사료를 계속 허용하는 데는 랜더링 산업과 초국적 농기업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안을 세계화하고 지역화하기 위하여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막는다고 해도 광우병을 낳은 공업적 축산과 초국적 자본이 장악한 세계적 식량체계는 지속될 것이다. 설사 광우병이 사라진다고 해도 조류독감과 같은 새로운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이번에는 그 장소가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가 아니라 제3 세계나 한국일 수도 있다. 생태적 질병의 형태로 나타나는 농업과 생태의 위기를 치료할 근본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면 광우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한․미 FTA와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의 대안은 한우의 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것이 성공하여 유기농 축산까지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유기농을, 어떤 사람들은 채식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지불하는 돈에 따라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그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동물성 사료로 기른 수입 소고기를 먹고 호르몬이 듬뿍 쳐진 우유를 마실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목록을 늘리는 것은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현실적인 힘(신자유주의 세계화)이 생태적 순환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생태적 이상 사회를 상상하거나 실험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세울 수도 없다. 농업시장이 전세계적으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에 대한 민족적 통제를 주장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시장개방 반대를 요구하는 것은 위기를 지연시킬 수 있지만 위기가 발생하는 구조는 변화시키지 않는다. 한국도 녹색혁명, 백색혁명을 거치면서 석유와 화학합성물을 고투입하는 농업이 일반화되어 있다. 광우병과 같은 농업위기, 생태위기에 대한 대안은 초민족 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세계적 식량체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자본의 세계화'에 '민중의 세계화'로 맞서는 것뿐이다. 최근 남미의 비아 캄페시아(Via Campesina)나, 무토지 농민운동(MST) 등 주변부를 중심으로 초민족 자본의 지배에 저항하는 농민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말리 셀링게에서 비아 캄페시나를 비롯한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이 '식량주권포럼'을 열고 식량을 위한 국제회의 선언문3)을 채택했다. 대안세계화 농민운동의 이념으로 제시되고 있는 식량주권은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농업에 대한 민족적 통제를 재확립하자는 요구가 아니다. 닐레니 선언은 식량주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식량주권은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안전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이며, 또한 민중들이 그들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 생산 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식량주권은 식량체계와 정책의 중심을 시장과 기업의 요구가 아니라 생산과 공급,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하며 동시에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식량주권은 현재 초국적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식량체계에 맞서 지역적 생산자들을 중심에 둔 식량, 농업, 소목축업, 어업 체계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한다. 식량주권은 지역, 국민경제와 시장을 우선시하고, 독립적인 농민, 어민, 목축인과 환경적․사회적․경제적 지속가능성에 기초한 식량생산, 공급, 소비에 권한을 부여한다. 식량주권은 모든 민중에게 공정한 수입을 보증 할 수 있는 투명한 무역과 소비자가 식량과 영양물을 관리 할 수 있는 권리를 증진시킨다. 식량주권은 우리의 토지, 영토, 물, 종자, 가축, 생물의 다양성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권리가 식량 생산자에게 있다는 점을 보증한다. 식량주권은 남녀, 민중, 인종, 사회계급, 세대 사이에 불평등과 억압이 없는 새로운 사회관계를 의미한다." 식량주권은 생물 다양성을 존중하고, 영농 지식과 토지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옹호한다. 또 생태적인 영농과 농민의 경제적 자립을 추구하고, 여성농민의 권리를 옹호한다. 지역적인 먹거리 생산과 소비도 강조하는데 이를 통해 농민뿐 아니라 모든 민중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한다. 광우병을 발생시키는 신자유주의 농업체계를 변혁하고, 미국식 금융세계화를 전면적으로 이식하는 한․미 FTA에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식량주권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마련해야한다. 이것은 수입반대나 정책대안 제시로 환원되지 않는 것으로 차라리 새로운 농민운동, 생태환경운동을 만드는 문제이다. 새로운 운동의 형성, 다른 말로 운동의 혁신은 농업․생태 위기를 방기한 여타 사회운동과 농민운동, 생태환경운동의 반성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1) 되새김동물. 위가 4~5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위를 이용하여 먹이를 소화한다. 소과, 사슴과, 낙타과, 기린과 등의 많은 초식동물이 포함된다. 본문으로 2) 미국과 한국에서는 반추동물에게 반추동물로 만든 육골분 사료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 돼지, 닭의 내장과 뼈, 고기로 만든 사료는 여전히 허용하고 있다. 또 돼지와 닭에게 반추동물의 육골분 사료를 먹이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교차오염은 우선 반추동물로 만든 육골분 사료를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경우에 발생한다.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으나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싼 돼지, 닭의 사료를 소의 사료로 사용할 수 있고, 사료 생산과정이나 축산과정에서 반추동물 육골분 사료가 다른 사료에 미량이라도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교차오염은 광우병과 유사한 질병에 걸린 가축(이 가축은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육골분 사료를 먹었을 것이다)을 사료로 만들어 소에게 먹일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원인이 스크래피에 걸린 양의 육골분 사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위원회도 "미국 정부가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있는 원료를 동물용 사료로 이용하는 한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미국뿐 아니라 동물성 사료를 허용하는 국가는 모두 교차오염의 위험이 있다.본문으로 3) 닐레니(Nyeleni) 선언, 번역 전문은 사회진보연대 자료실 1039번 참고.본문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미 FTA 체결의 선결과제로 제시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지난 4월에 재개되었으나, 검역조건에 맞지 않는 뼛조각과 척수가 계속 발견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미 FTA반대 운동은 미국산 소고기가 광우병의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이슈화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을 장담하면서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형식 논리로 일관하고 있는데, 수입과 검역에 대한 무원칙한 대응으로 미국의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국민의 건강권과 농민의 생존권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수입만 막으면 되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지고, 농민의 삶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광우병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나 한․미 FTA 외에도 많은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현안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여유도 필요하다. [%=사진1%] 미국산 소고기만 문제인가? 한국에서 광우병이 이슈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말에 광우병의 안전지대라고 생각한 독일, 이탈리아에서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발견되고 프랑스의 까르푸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감염된 소고기의 유통 의혹이 번지면서 광우병 문제가 전 유럽을 휩쓸었다. 이때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한국에까지 확산되었다. 당시에 정부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고, 한국은 전통적으로 소의 부산물을 먹었으나 인간 광우병이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광우병 청정지역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감정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언론과 광고를 통해 국민을 계몽하면 문제가 사라질 것처럼 행동했다. 정말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막으면 국내에서 광우병의 위험은 사라지는 것일까? 2000년 이후 광우병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면 국산 소고기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는 2000년 12월과 2001년 1월에 각각 육골분 사료와 남은 음식물 사료를 소, 양과 같은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행위를 금지했다. 영국은 1988년, 미국은 1998년부터 이런 조치를 취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늦은 것이다. 또 유럽과 일본에서는 모든 동물에게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반추동물에게 반추동물1)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만 금지하고 있어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교차 오염2)의 위험이 높다. 국내에는 250만 두 가량의 소가 있는데 2006년에 그 중 6,016 두에 대해서 광우병 검사를 했다. 이를 비율로 따지면 0.24%이다. 전수 검사를 시행하는 일본에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0.1%를 검사하는 미국보다는 나은 것일까? 문제는 검사한 소의 90% 이상이 정상 도축된 건강한 소라는데 있다. 축산 농가들이 의심이 가는 소나 폐사 한 소에 대한 신고를 꺼리기 때문에 건강한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한 것이다. 정부는 광우병 검사를 실질화 하기 위한 계획 대신에 폐사 한 소를 신고하면 30만원을 준다는 사탕발림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실정이 이러하다 보니 정부도 광우병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농림부는 작년에 국제수역사무국에 광우병 등급 신청을 하려다가 신청 직전에 포기하였다. 등급판정을 신청했다가 미국과 같은 2등급(광우병 위험 통제국가)을 받을 경우를 우려한 것이다. 한국의 광우병 위험 수준이 미국과 같은 정도라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부분적으로나마 제한할 근거를 찾기 어려워 협상에 치명적이었다. 국제수역사무국은 2005년 5월에 등급 판정 기준 중의 하나를 '광우병 검사 마리 수'에서 '광우병 고위험 군에 대한 검사이냐, 정상 도축소에 대한 검사이냐'로 변경했다. 한국과 같은 광우병 관리체계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인간이 먹었을 때 걸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인간광우병)이 국내에서 발병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는 연간 26명 정도의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병은 알 수 없는 이유로 100만 명 당 0.5~1명에게 발병하는데 인간광우병과 증상이 유사하여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부검과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그 동안 국내에는 전문 부검시설이 없고 유족들이 부검을 반대해 정확한 진단을 할 수가 없었다. 대표적으로 2001년 인간광우병으로 의심이 가는 젊은 환자가 있었지만 부검을 못해서 정확히 진단을 할 수 없었다.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대부분 50대 이상에서 발생하지만,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환자의 평균 연령이 27세로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 전문가들도 자인하는 것처럼 한국은 광우병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광우병은 하나의 현상일 뿐! 상황이 이러한데 왜 미국산 소고기 수입만 문제가 됐을까? 우리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이슈화되고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대중적으로 확산된 과정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회적 이슈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투쟁과 담론의 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위험'과 '공포'도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인지된다. 미국산 소고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도 광우병 위험 요인이 국내에 풍부하게 존재했지만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유통되지 않은 것이다. 광우병은 대중이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선정적인 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언론과 운동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한․미 FTA 반대 운동도 광우병의 위험을 강조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채택해왔다. 광우병은 초식동물에게 육식을 강제한, 자연 생태계에서는 결코 발생하지 않는 일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현대문명(또는 자본주의)의 괴기스러움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소가 소를 먹는 동종식육은 식인 행위와 유비되어 "문명세계와 문명인"의 공포를 가중시킨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식인풍습으로 발생한 쿠루병, 양의 스크래피, 밍크 뇌종 등과 광우병(소해면상뇌증)의 원인과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과학의 지지를 받는다.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유력한 근거가 있고,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인간이 "미친소"와 유사한 증상으로 죽기 때문에 공포는 배가된다(고상하게 죽을 수도 없다!). 또 누구나 먹는 소고기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염되고, 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제도 없고, 치사율이 100%다. 더군다나 잠복기가 길어서 10년 전에 먹은 소고기 때문에 내일 내가 죽을 수도 있다니.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그 문제가 충분히 숙고되었고, 실제로 20여 년에 걸쳐 영국 등지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이다. 하지만 인간광우병에 감염된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더 안전한 소고기'를 먹거나 채식을 하는 것이 대안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광우병은 세계적 식량체계에서 생산된 먹거리가 가지는 문제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 세계적 식량체계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광우병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거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원인을 제대로 인식해야한다. 미국 축산의 역사와 광우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광우병은 소에게 스크래피에 감염된 양 또는 광우병에 걸린 소의 육골분 사료를 먹인 데서 비롯되었다. 1980년대부터 목축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곡물사료를 절약해서 이윤을 보장받기 위해 소에게 육골분 사료를 먹였다. 광우병 발생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과정을 조금 더 긴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광우병과 같은 최근의 전세계적 식품 파동은 20세기에 녹색혁명을 통해 정착된 산업화된 농업과 세계화된 식품생산 및 유통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광우병은 산업화, 공장화된 자본주의 축산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세기 초부터 미국에서 진행된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축산에서의 생산성 혁명을 일컫는 말)은 생산성의 측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가능케 했다. 이 미국식 농업․축산 체계가 하나의 모델로 전세계에 확장되었기 때문에 광우병 발생의 구조를 미국 축산의 역사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은 농약과 비료를 다량 투입하여 하나의 특화된 작물을 생산하는 단작으로 곡물 생산의 혁명적 증가를 이루어냈다. 트랙터, 탈곡기 등 석유로 작동하는 농업기계를 사용하고 제초제, 살충제, 질소비료 등 화학투입물을 이용하여 자연의 생산력을 자본의 생산력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생태적으로는 그동안 한 덩어리로 이루어져 오던 농업, 임업, 축산 사이의 순환성과 연결성이 파괴되었다. 수천 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농산물의 다양성이 불과 몇 개의 작물로 획일화(단작)되면서 농약으로 인한 토양 및 수질오염, 토양 비옥도 저하, 생물 다양성 훼손, 수자원 고갈, 병해충 창궐과 같은 각종 생태적 문제가 야기되었다. 축산도 이제 가축을 가두어 놓고 필요한 사료, 영양제, 항생제를 투입하는 시스템으로 완전히 변모하였다. 예전처럼 집 마당이나 목초지에 소, 돼지, 닭, 염소 몇 마리를 키우던 목가적인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공장이나 다름없는 축사에서 움직일 틈도 주지 않고 사육하는 체제로 바뀐 것이다. 미국은 대공황으로부터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1935년 '농업 조정법'을 개정하여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고 국내 농산물 가격을 국제가격보다 높게 지지했다. 농가보호와 녹색혁명의 성공으로 잉여 농산물이 증가했는데 이를 1950년대에는 원조 물자로 해외에 처분했다. 처음에는 무상 원조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상업 가격으로 유통시킨 원조 정책으로 카길 같은 거대 곡물상이 부를 축적하고, 전세계에 미국식 농업관행과 식문화가 이식되었다. 대공황과 녹색혁명은 미국 축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공황으로 곡물가격이 떨어지자 미국 축산업자들은 저렴한 곡물을 가축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1950년대 이후에는 값싼 잉여 농산물이 본격적으로 동물의 사료로 전환되었다. 한편 1950년대 말부터 비육장이 성업하는데 비육장은 점차 교외로 이전한 도축장과 통합되었다. 20세기 전반까지 미국에는 도축장이 도시의 중심에 위치했다. 하지만 도축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환경개선의 요구가 높았고 강력한 정육노조를 무력화하고 값싼 이주노동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도축장을 교외로 이전한다. 교외에서는 도축장과 비육장을 지리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다. 또 도축장은 정육장과 구분이 불가능해지는데 냉장과 포장 기술의 발전으로 도축한 소를 그 자리에서 부위별로 자르고 포장해서 출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축장과 이웃하고 있는 비육장은 도축되기 전에 소의 몸집을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수소는 보통 3~5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1400kg 정도의 곡물사료를 먹고 호르몬제, 항생제를 맞으면서 180kg 가량을 찌운다. 이렇게 되어 1960년대에 비육-도축-정육이 결합된 미국식 축산의 골격이 잡히게 되었다. 송아지를 키우는 전통적인 목축업자의 일과 정육한 소고기를 판매하는 소매업 등 나머지 부문은 1970년대 이후에 통합되기 시작한다. 1970년대 초에 미국정부는 국제수지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서 농산물 수출을 추진했다. '1973년 농업법'으로 잉여농산물과 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생산 제한을 해제하고 수출을 장려했다. 잉여 농산물 정책 변화로 미국이 세계농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자 유럽과 미국 간의 시장 쟁탈전이 과열되었다. 이 과정에서 초국적 농기업은 제3 세계 농업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수직적 통합으로 농자재 산업과 영농, 유통, 가공, 판매를 장악한다. 현재 미국의 4대 정육업체인 콘아그라, IBP(타이슨 푸드), 엑셀(카길), 내셔널 비프는 미국 소의 84%를 도살한다. 또 이들은 비육장 운영이나 선계약과 입도선매 방식의 종속적 공급으로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의 20%를 관리하고 있다. 카길은 세계 최대의 사료 업체이기도 하다. 농업자금 대출 부문도 초국적 농기업에 통합되고 있는데 농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서 농민은 그 기업이 제공하는 송아지와 사료 구입을 약속해야 한다. 목축업자도 농민처럼 초국적 농기업의 자본축적 과정에서 위험성 높은 한두 부문을 떠맡는 일종의 도급 노동자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수직적 통합과 독과점으로 자영 목축업자는 소의 가격을 낮추어 팔 수밖에 없어서 수익과 생존에 압박을 받았다. 광우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육골분 사료가 1980년대 초부터 확산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한편 육골분 사료를 생산하는 것은 랜더링 산업(rendering industry)이다. 미국에서 가축의 40%는 고기로 소비되지만 뼈, 머리, 내장, 피 등 나머지 60%는 버려진다. 이것을 재가공하여 동물성 지방과 사료를 생산하는 것을 고상한 용어로 랜더링(우리말로 옮기면 동물부산물가공?)이라고 한다. 랜더링 산업의 원료로는 도축장에서 나오는 가축의 부산물 외에도 소매점, 식당 등에서 버려지는 고기 부산물, 폐기름, 남은 음식물 등이 사용된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는 병들거나 죽은 가축, 애완동물의 사체 등도 널리 사용되었다. 미국에서 연간 2,000만 톤 정도 발생하는 동물 부산물은 생태적 순환에서 괴리된 대량 육식 문화의 이면이다. 동물 부산물을 가공하여 유용한 물건을 만든다는 의미의 랜더링 산업은 역사 이전부터 있었지만, 근대적인 랜더링 산업은 19세기 말에 성립되었다. 원래 랜더링 산업의 주요 생산물은 비누제조의 원료로 사용되는 동물성 지방이었다. 1950년에 미국 랜더링 산업은 50만 톤의 동물성 지방을 비누 제조업에 공급했다. 하지만 비누의 원료가 화학 합성물로 대체되면서 동물성 지방의 수요가 급감한다. 랜더링 산업은 새로운 수요를 개척해야했고 이것이 동물성 사료의 개발로 이어졌다. 현재 랜더링 산업에서 동물성 사료의 비중은 생산량 기준으로 약 55%로 530만 톤 가량의 동물성 사료가 매년 생산되고 있다. 만약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가 전면 금지된다면 랜더링 산업에게는 큰 재앙일 것이다. 한편 랜더링 과정도 독립적인 사업에서 도축장 옆에 설치된 초국적 농기업의 한 공정으로 대체되는 추세이다. 미국이 동물성 사료를 계속 허용하는 데는 랜더링 산업과 초국적 농기업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안을 세계화하고 지역화하기 위하여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막는다고 해도 광우병을 낳은 공업적 축산과 초국적 자본이 장악한 세계적 식량체계는 지속될 것이다. 설사 광우병이 사라진다고 해도 조류독감과 같은 새로운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이번에는 그 장소가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가 아니라 제3 세계나 한국일 수도 있다. 생태적 질병의 형태로 나타나는 농업과 생태의 위기를 치료할 근본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면 광우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한․미 FTA와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의 대안은 한우의 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것이 성공하여 유기농 축산까지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유기농을, 어떤 사람들은 채식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지불하는 돈에 따라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그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동물성 사료로 기른 수입 소고기를 먹고 호르몬이 듬뿍 쳐진 우유를 마실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목록을 늘리는 것은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현실적인 힘(신자유주의 세계화)이 생태적 순환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생태적 이상 사회를 상상하거나 실험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세울 수도 없다. 농업시장이 전세계적으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에 대한 민족적 통제를 주장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시장개방 반대를 요구하는 것은 위기를 지연시킬 수 있지만 위기가 발생하는 구조는 변화시키지 않는다. 한국도 녹색혁명, 백색혁명을 거치면서 석유와 화학합성물을 고투입하는 농업이 일반화되어 있다. 광우병과 같은 농업위기, 생태위기에 대한 대안은 초민족 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세계적 식량체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자본의 세계화'에 '민중의 세계화'로 맞서는 것뿐이다. 최근 남미의 비아 캄페시아(Via Campesina)나, 무토지 농민운동(MST) 등 주변부를 중심으로 초민족 자본의 지배에 저항하는 농민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말리 셀링게에서 비아 캄페시나를 비롯한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이 '식량주권포럼'을 열고 식량을 위한 국제회의 선언문3)을 채택했다. 대안세계화 농민운동의 이념으로 제시되고 있는 식량주권은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농업에 대한 민족적 통제를 재확립하자는 요구가 아니다. 닐레니 선언은 식량주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식량주권은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안전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이며, 또한 민중들이 그들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 생산 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식량주권은 식량체계와 정책의 중심을 시장과 기업의 요구가 아니라 생산과 공급,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하며 동시에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식량주권은 현재 초국적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식량체계에 맞서 지역적 생산자들을 중심에 둔 식량, 농업, 소목축업, 어업 체계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한다. 식량주권은 지역, 국민경제와 시장을 우선시하고, 독립적인 농민, 어민, 목축인과 환경적․사회적․경제적 지속가능성에 기초한 식량생산, 공급, 소비에 권한을 부여한다. 식량주권은 모든 민중에게 공정한 수입을 보증 할 수 있는 투명한 무역과 소비자가 식량과 영양물을 관리 할 수 있는 권리를 증진시킨다. 식량주권은 우리의 토지, 영토, 물, 종자, 가축, 생물의 다양성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권리가 식량 생산자에게 있다는 점을 보증한다. 식량주권은 남녀, 민중, 인종, 사회계급, 세대 사이에 불평등과 억압이 없는 새로운 사회관계를 의미한다." 식량주권은 생물 다양성을 존중하고, 영농 지식과 토지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옹호한다. 또 생태적인 영농과 농민의 경제적 자립을 추구하고, 여성농민의 권리를 옹호한다. 지역적인 먹거리 생산과 소비도 강조하는데 이를 통해 농민뿐 아니라 모든 민중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한다. 광우병을 발생시키는 신자유주의 농업체계를 변혁하고, 미국식 금융세계화를 전면적으로 이식하는 한․미 FTA에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식량주권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마련해야한다. 이것은 수입반대나 정책대안 제시로 환원되지 않는 것으로 차라리 새로운 농민운동, 생태환경운동을 만드는 문제이다. 새로운 운동의 형성, 다른 말로 운동의 혁신은 농업․생태 위기를 방기한 여타 사회운동과 농민운동, 생태환경운동의 반성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1) 되새김동물. 위가 4~5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위를 이용하여 먹이를 소화한다. 소과, 사슴과, 낙타과, 기린과 등의 많은 초식동물이 포함된다. 본문으로 2) 미국과 한국에서는 반추동물에게 반추동물로 만든 육골분 사료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 돼지, 닭의 내장과 뼈, 고기로 만든 사료는 여전히 허용하고 있다. 또 돼지와 닭에게 반추동물의 육골분 사료를 먹이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교차오염은 우선 반추동물로 만든 육골분 사료를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경우에 발생한다.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으나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싼 돼지, 닭의 사료를 소의 사료로 사용할 수 있고, 사료 생산과정이나 축산과정에서 반추동물 육골분 사료가 다른 사료에 미량이라도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교차오염은 광우병과 유사한 질병에 걸린 가축(이 가축은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육골분 사료를 먹었을 것이다)을 사료로 만들어 소에게 먹일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원인이 스크래피에 걸린 양의 육골분 사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위원회도 "미국 정부가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있는 원료를 동물용 사료로 이용하는 한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미국뿐 아니라 동물성 사료를 허용하는 국가는 모두 교차오염의 위험이 있다.본문으로 3) 닐레니(Nyeleni) 선언, 번역 전문은 사회진보연대 자료실 1039번 참고.본문으로
‘생태위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언론 보도에서도 ‘지구온난화’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환경오염’이 공장에서 배출되는 가스나 폐수와 같은 ‘공해’로만 생각되던 때와 달리,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에게 인식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춰 지배세력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요새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태양광 발전소 등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관광 단지 조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청난 규모의 태양광 발전-관광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멀쩡한 숲을 밀어버리겠다는 웃지 못할 계획들마저 쏟아지고 있다. 생태를 위한다며 도리어 생태를 파괴하려는 지배 세력의 황당한 대응은 지구적 차원에서는 좀 더 복잡하고 교활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동안 대표적인 시장 실패의 사례였던 환경과 생태에 적극적으로 시장 논리를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생태위기의 원인을 은폐하고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중심으로 생태 위기의 원인을 살펴보고, 생태 위기에 대처한다는 명목 아래 자연의 상품화, 공공재의 상품화를 가속시키고 있는 지배 세력의 대응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생태적 가치에 대한 사회운동 내부의 인식과 실천을 강화할 수 있는 고민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남으로 창을 내면 더워 죽소 올여름 역시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와 열대야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전체의 기온은 약 0.6℃ 정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상승한 한국의 기온은 1.5℃ 정도로 상승폭이 2.5배에 달한다. 1960년대에는 하루 평균 기온이 30℃가 넘은 일수가 서울은 3일, 광주는 4일, 대구는 34일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이 수치가 서울 18일, 광주 20일, 대구 75일로 급격하게 늘었다. 지난 9월 5일부터 갑자기 쏟아진 집중호우로 제주를 비롯한 남해안 일대가 큰 피해를 입은 것처럼,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해마다 아열대성 게릴라 폭우 현상이 수해의 주된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기상학 전문가들은 한반도 일부 지역은 이미 아열대 기후로 바뀐 상태라고 말한다. 북반구의 경우 기온이 1℃ 올라가면 기후대는 평균 200-250㎞ 정도 북상한다. 이를 한반도에 적용시켜보면 대전 날씨가 목포 날씨로, 평양 날씨가 대전 날씨로 변한다는 말이다. 경남 진해에서 열리는 군항제는 1962년 4월 13일,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열렸다. 벚꽃 축제로 유명한 이 군항제는 벚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맞춰 3월말부터 4월초에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진해시의 4월 평균온도가 점점 올라, 올해에는 3월 23일부터 4월 8일에 진행되었다. 애초의 4월 13일보다 무려 22일이나 앞당겨졌다. 실제 진해시의 4월 평균온도는 2005년 기준 14.6℃로 1965년의 11.5℃보다 무려 3.1℃나 올랐다. 최근 10년 동안 보건당국에 신고된 말라리아 환자는 연평균 2317명으로, 이전 10년에 비해 45배에 달한다. 말라리아는 1960년대까지 창궐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79년 ‘한국에서의 박멸’을 선언한 후 14년 동안 한 명도 발병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엔 해마다 1,000-4,000명 정도가 말라리아에 걸리고 있다. 해외에서 걸려 입국하는 경우는 3% 정도일 뿐 대부분이 국내 발병환자다. 열대성 전염병인 뎅기열도 2001년 최초로 6건이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시는 평소 같으면 눈이 내렸을 한겨울에도 기온이 무려 22℃까지 오르면서 때 아니게 벚꽃이 피는가 하면, 유럽 또한 ‘1200년 만에 가장 따뜻한 12월’을 보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은 남유럽 날씨가 고온다습 형태로 변하면서 와인 생산지까지 바뀌고 있다. 대표적 와인 산지인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서는 포도 품질이 저하되고 포도주스처럼 단 맛이 강해져 첨가물까지 쓰는 처지라고 한다. 이 지방의 첫 포도 수확 시기는 1978년 10월 16일, 1998년 9월 14일에서,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8월 24일이었다.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1000년 이상 포도와 와인을 제조해온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도 대형 와인업자들은 포도원 부지를 옮기기 위해 북쪽 지역 땅을 사들이고 있다. 대안 아닌 대안들 환경오염과 생태위기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지배 세력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전체 200개 토론 가운데 17개가 기후변화 관련된 주제로 채워졌으며, 6월에 열린 G8 정상회의에서도 기후변화가 핵심 의제로 등장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지구 온난화 등의 문제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달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노력을 강조하면서 환경과 관련한 시장의 형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공유재로 인식되어 왔던 환경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편입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논리다. 지배 세력의 이러한 논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협약이다. [%=박스1%] 1) 국제배출권 거래제 국제배출권 거래제는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온실기체의 감축에 합의한 국가들끼리 온실기체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하는 제도다. 일정량의 온실기체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일종의 재산권으로 규정하여 가격을 매긴 다음 이를 기후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국가나 기업들은 자신들이 합의한 감축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감축 목표량 초과달성으로 여분의 배출권을 가진 다른 국가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다. 결국 오염 물질을 대기에 배출할 수 있는 권리-대기의 배타적 사용이라는 의미에서 공유지의 사유화-를 통해 대기 자체를 상품화한다. 또한 국제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기체의 배출 총량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선진국의 책임을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 국제배출권 거래제가 처음으로 명시된 기후변화협약의 교토의정서에는 각국의 1990년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기준으로 삼아 감축률이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애초에 배출량이 많은 나라일수록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 따라서 선진국은 기후변화의 진원지인 자신들의 탄소 집약적 생활양식을 유지할 수 있고, 비싼 투자가 요구되는 청정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과거 온실기체를 배출한 결과로 현재 부를 누리고 청정기술을 개발한 선진국이 가난하고 낙후된 기술을 보유한 개도국에게 지구온난화의 비용을 전가하는 효과를 낳는다. 2) 토지 및 삼림 이용 대표적인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된 발생원은 첫째가 에너지 사용이며, 두 번째가 산림의 파괴다. 나무는 내부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대기로부터 탄소를 흡수한다. 따라서 산림이 파괴되어 분해되면 내부의 탄소가 배출되어 대기에 축적되며,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토지이용, 토지용도변경 및 산림’(Land Use, Land Use Change and Forestry. 이하 LULUCF) 사업으로 산림과 토지의 이산화탄소 흡수․저장 기능을 인정․활용하는 것이 국제기후협상의 다른 주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토지와 산림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다양한 생물종이 상호의존하고 있는 그물망으로서의 토지와 산림의 위치와 기능은 삭제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기능만 남는다. 따라서 LULUCF 사업에 따라 조림 사업이 진행된다면 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수종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단일 수종 확산은 생물 다양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지역생태계의 기본 질서를 교란하게 된다.3) 또한 LULUCF 사업은 에너지체제 전환의 노력을 감소시킨다. 정유 업계나 선진국들처럼 현재의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체제를 바꾸고 싶지 않은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LULUCF 사업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아직까지 토지이용과 용도 변경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에너지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보다 저렴한 방법을 택하려는 것이다. 3) 공동이행제도와 청정개발체제 공동 이행제도와 청정개발체제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거나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이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 등을 이전하여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분을 자국의 감축량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선진국에는 보다 저렴한 감축 기회를 제공하고 개발도상국 국가에는 선진기술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후변화의 일차적 책임자인 선진국이 자국 내에서 취해야할 조치들을 유보하고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투자 상대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보다 저렴한 감축기회를 자국의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소진시키면서 감축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A국가가 B국가에서 대규모 조림사업을 진행할 경우 이후 B국가는 자국에 할당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방안-일반적으로 더 비싼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감축 부담이 없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켜야 할 시점이 왔을 때 저렴한 감축 방안들은 이미 선진국들이 써버려 값비싼 방안들만 남게 될 경우 개발도상국의 미래 세대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더구나 선진국들이 LULUCF 사업을 청정개발체제의 방안으로 이용하게 되면 개도국의 토지와 산림이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조림 사업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토지를 장기 임대하고 있는 실정인데,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이들 나라의 국민에게는 커다란 고통이 되고 있다. ‘시장’은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성장만을 추구하며 자연을 착취하는 산업사회 때문에 발생한 생태적 위기다. 지배세력은 연구 및 기술개발과 자본의 재배치를 통해 생태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얘기하는 대안은 전 세계적 불평등과 자연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역사적 책임을 교묘하게 은폐하고 있을 뿐이다. 흔히 이제 한창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는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것이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얘기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전체 온실가스의 80%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의 연소를 통해 배출되어 50-200년 동안이나 분해되지 않고 대기에 머물면서 지구 복사열을 흡수하여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면서 기후변화를 가져온다. 다시 말해 현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산업화 과정동안 배출되어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 것이다. 이는 일찍이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오랜 산업화 과정에서 장기간 화석연료를 연소시켜온 선진국에게 기후변화의 역사적 책임이 있음을 말해준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대기 공유지의 흡수 능력을 과도하게 남용해왔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에도 다르지 않다.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총 규모면에서나 1인당 배출 규모면에서도 개발도상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개발도상국들에서 산업화가 진전되고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지면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격차는 여전히 크다. 그리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분류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 역시 문제다. 흔히 이산화탄소의 바출량이 많고 배출잠재력이 크다고 얘기되는 중국이나 인도의 경우 국가의 배출규모는 1999년 기준으로 세계 2위와 5위에 이르고 있지만, 1인당 배출에 있어서는 OECD 평균인 10.96톤과 큰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세계 평균치인 3.88톤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생태위기는 결국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다 재앙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지역별로 그리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인구집단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후변화에 대한 물리적 노출정도나 사회․경제체제가 다르고, 변화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나 기술의 수준 및 정도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생태위기의 파괴적 효과는 일반적으로 부유한 나라보다는 가난한 나라에, 부유한 이들보다는 가난한 이들에게 훨씬 더 큰 타격을 입힌다.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계층일수록 일상생활과 산업이 자연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며, 제도나 기술, 재정적 적응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4)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전까지 경작하던 농작물을 더 이상 경작할 수 없게 되거나 가뭄으로 지하수가 마르거나 홍수 때문에 오염되기라도 한다면, 이들이 겪는 피해는 1차 산업의 비중이 낮고 잘 정비된 상수도와 물류 공급 체계를 갖추고 있는 선진국들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다.5) 또한 부유한 사회가 기후변화로 겪게 될 손실은 교통이나 통신 시설과 같이 보상․복원이 가능한 형태가 대부분이나, 가난한 사회의 손실은 인명의 손실과 같이 복원과 보상이 불가능한 형태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어떤 나라에는 그저 해변이 줄어드는 문제지만, 작은 도서 국가들에는 거주할 수 있는 영토가 사라지는 문제다. 더불어 공공재의 사유화는 이러한 피해를 훨씬 증폭시킨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세계은행의 촉구로 수도요금을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물 공급을 중단하자, 한 지역에서만 10만 명 이상이 콜레라에 걸리고 220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에 가뭄이 닥치자 주민들이 사용하는 우물은 바닥이 드러났지만, 자카르타의 호화 골프장들은 각각 하루에 1천 톤의 물을 사용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실제 물의 부족분보다 사유화로 인해 훨씬 더 적은 양만을 얻을 수 있다. 생태위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물과 같은 공공재가 사유화되고, 대기마저 상품화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민중들은 생태위기의 파괴적 효과를 몇 배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이러한 파괴적 효과는 계급 내부의 약자들에게 한층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생태위기의 문제는 결국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윤 확보를 위해 민중을 착취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자본의 비열함은 생태위기에 대한 태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재의 국제 정책이나 기구들은 자연의 상품화와 기후시장의 형성을 통해 불평등을 심화․확대시키면서, 위기의 원인을 은폐시킨다. 사회운동 내에서 생태적 가치가 공유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그동안 ‘인간의 자연 정복’은 인류 진보의 척도가 되어왔다. 자연에 대한 정복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공유지에 처음으로 나무 말뚝이 박힌 이래 그 속도는 가히 놀라울 정도로 빨라져, 이제는 인간의 세포에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었다. 이러한 정복과 착취의 후과가 이제 고스란히 생태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드러나고 있는 생태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하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속 불가능한 상태까지 자연을 착취하는 사회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그 어떤 방법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생태 위기에 대한 지배 세력의 대응이 가져 올 문제점들을 분명하게 폭로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모색이 시급한 시점이다.
‘생태위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언론 보도에서도 ‘지구온난화’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환경오염’이 공장에서 배출되는 가스나 폐수와 같은 ‘공해’로만 생각되던 때와 달리,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에게 인식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춰 지배세력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요새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태양광 발전소 등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관광 단지 조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청난 규모의 태양광 발전-관광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멀쩡한 숲을 밀어버리겠다는 웃지 못할 계획들마저 쏟아지고 있다. 생태를 위한다며 도리어 생태를 파괴하려는 지배 세력의 황당한 대응은 지구적 차원에서는 좀 더 복잡하고 교활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동안 대표적인 시장 실패의 사례였던 환경과 생태에 적극적으로 시장 논리를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생태위기의 원인을 은폐하고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중심으로 생태 위기의 원인을 살펴보고, 생태 위기에 대처한다는 명목 아래 자연의 상품화, 공공재의 상품화를 가속시키고 있는 지배 세력의 대응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생태적 가치에 대한 사회운동 내부의 인식과 실천을 강화할 수 있는 고민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남으로 창을 내면 더워 죽소 올여름 역시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와 열대야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전체의 기온은 약 0.6℃ 정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상승한 한국의 기온은 1.5℃ 정도로 상승폭이 2.5배에 달한다. 1960년대에는 하루 평균 기온이 30℃가 넘은 일수가 서울은 3일, 광주는 4일, 대구는 34일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이 수치가 서울 18일, 광주 20일, 대구 75일로 급격하게 늘었다. 지난 9월 5일부터 갑자기 쏟아진 집중호우로 제주를 비롯한 남해안 일대가 큰 피해를 입은 것처럼,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해마다 아열대성 게릴라 폭우 현상이 수해의 주된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기상학 전문가들은 한반도 일부 지역은 이미 아열대 기후로 바뀐 상태라고 말한다. 북반구의 경우 기온이 1℃ 올라가면 기후대는 평균 200-250㎞ 정도 북상한다. 이를 한반도에 적용시켜보면 대전 날씨가 목포 날씨로, 평양 날씨가 대전 날씨로 변한다는 말이다. 경남 진해에서 열리는 군항제는 1962년 4월 13일,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열렸다. 벚꽃 축제로 유명한 이 군항제는 벚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맞춰 3월말부터 4월초에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진해시의 4월 평균온도가 점점 올라, 올해에는 3월 23일부터 4월 8일에 진행되었다. 애초의 4월 13일보다 무려 22일이나 앞당겨졌다. 실제 진해시의 4월 평균온도는 2005년 기준 14.6℃로 1965년의 11.5℃보다 무려 3.1℃나 올랐다. 최근 10년 동안 보건당국에 신고된 말라리아 환자는 연평균 2317명으로, 이전 10년에 비해 45배에 달한다. 말라리아는 1960년대까지 창궐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79년 ‘한국에서의 박멸’을 선언한 후 14년 동안 한 명도 발병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엔 해마다 1,000-4,000명 정도가 말라리아에 걸리고 있다. 해외에서 걸려 입국하는 경우는 3% 정도일 뿐 대부분이 국내 발병환자다. 열대성 전염병인 뎅기열도 2001년 최초로 6건이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시는 평소 같으면 눈이 내렸을 한겨울에도 기온이 무려 22℃까지 오르면서 때 아니게 벚꽃이 피는가 하면, 유럽 또한 ‘1200년 만에 가장 따뜻한 12월’을 보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은 남유럽 날씨가 고온다습 형태로 변하면서 와인 생산지까지 바뀌고 있다. 대표적 와인 산지인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서는 포도 품질이 저하되고 포도주스처럼 단 맛이 강해져 첨가물까지 쓰는 처지라고 한다. 이 지방의 첫 포도 수확 시기는 1978년 10월 16일, 1998년 9월 14일에서,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8월 24일이었다.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1000년 이상 포도와 와인을 제조해온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도 대형 와인업자들은 포도원 부지를 옮기기 위해 북쪽 지역 땅을 사들이고 있다. 대안 아닌 대안들 환경오염과 생태위기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지배 세력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전체 200개 토론 가운데 17개가 기후변화 관련된 주제로 채워졌으며, 6월에 열린 G8 정상회의에서도 기후변화가 핵심 의제로 등장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지구 온난화 등의 문제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달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노력을 강조하면서 환경과 관련한 시장의 형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공유재로 인식되어 왔던 환경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편입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논리다. 지배 세력의 이러한 논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협약이다. [%=박스1%] 1) 국제배출권 거래제 국제배출권 거래제는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온실기체의 감축에 합의한 국가들끼리 온실기체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하는 제도다. 일정량의 온실기체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일종의 재산권으로 규정하여 가격을 매긴 다음 이를 기후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국가나 기업들은 자신들이 합의한 감축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감축 목표량 초과달성으로 여분의 배출권을 가진 다른 국가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다. 결국 오염 물질을 대기에 배출할 수 있는 권리-대기의 배타적 사용이라는 의미에서 공유지의 사유화-를 통해 대기 자체를 상품화한다. 또한 국제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기체의 배출 총량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선진국의 책임을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 국제배출권 거래제가 처음으로 명시된 기후변화협약의 교토의정서에는 각국의 1990년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기준으로 삼아 감축률이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애초에 배출량이 많은 나라일수록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 따라서 선진국은 기후변화의 진원지인 자신들의 탄소 집약적 생활양식을 유지할 수 있고, 비싼 투자가 요구되는 청정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과거 온실기체를 배출한 결과로 현재 부를 누리고 청정기술을 개발한 선진국이 가난하고 낙후된 기술을 보유한 개도국에게 지구온난화의 비용을 전가하는 효과를 낳는다. 2) 토지 및 삼림 이용 대표적인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된 발생원은 첫째가 에너지 사용이며, 두 번째가 산림의 파괴다. 나무는 내부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대기로부터 탄소를 흡수한다. 따라서 산림이 파괴되어 분해되면 내부의 탄소가 배출되어 대기에 축적되며,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토지이용, 토지용도변경 및 산림’(Land Use, Land Use Change and Forestry. 이하 LULUCF) 사업으로 산림과 토지의 이산화탄소 흡수․저장 기능을 인정․활용하는 것이 국제기후협상의 다른 주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토지와 산림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다양한 생물종이 상호의존하고 있는 그물망으로서의 토지와 산림의 위치와 기능은 삭제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기능만 남는다. 따라서 LULUCF 사업에 따라 조림 사업이 진행된다면 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수종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단일 수종 확산은 생물 다양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지역생태계의 기본 질서를 교란하게 된다.3) 또한 LULUCF 사업은 에너지체제 전환의 노력을 감소시킨다. 정유 업계나 선진국들처럼 현재의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체제를 바꾸고 싶지 않은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LULUCF 사업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아직까지 토지이용과 용도 변경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에너지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보다 저렴한 방법을 택하려는 것이다. 3) 공동이행제도와 청정개발체제 공동 이행제도와 청정개발체제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거나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이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 등을 이전하여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분을 자국의 감축량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선진국에는 보다 저렴한 감축 기회를 제공하고 개발도상국 국가에는 선진기술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후변화의 일차적 책임자인 선진국이 자국 내에서 취해야할 조치들을 유보하고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투자 상대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보다 저렴한 감축기회를 자국의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소진시키면서 감축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A국가가 B국가에서 대규모 조림사업을 진행할 경우 이후 B국가는 자국에 할당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방안-일반적으로 더 비싼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감축 부담이 없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켜야 할 시점이 왔을 때 저렴한 감축 방안들은 이미 선진국들이 써버려 값비싼 방안들만 남게 될 경우 개발도상국의 미래 세대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더구나 선진국들이 LULUCF 사업을 청정개발체제의 방안으로 이용하게 되면 개도국의 토지와 산림이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조림 사업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토지를 장기 임대하고 있는 실정인데,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이들 나라의 국민에게는 커다란 고통이 되고 있다. ‘시장’은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성장만을 추구하며 자연을 착취하는 산업사회 때문에 발생한 생태적 위기다. 지배세력은 연구 및 기술개발과 자본의 재배치를 통해 생태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얘기하는 대안은 전 세계적 불평등과 자연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역사적 책임을 교묘하게 은폐하고 있을 뿐이다. 흔히 이제 한창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는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것이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얘기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전체 온실가스의 80%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의 연소를 통해 배출되어 50-200년 동안이나 분해되지 않고 대기에 머물면서 지구 복사열을 흡수하여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면서 기후변화를 가져온다. 다시 말해 현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산업화 과정동안 배출되어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 것이다. 이는 일찍이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오랜 산업화 과정에서 장기간 화석연료를 연소시켜온 선진국에게 기후변화의 역사적 책임이 있음을 말해준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대기 공유지의 흡수 능력을 과도하게 남용해왔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에도 다르지 않다.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총 규모면에서나 1인당 배출 규모면에서도 개발도상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개발도상국들에서 산업화가 진전되고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지면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격차는 여전히 크다. 그리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분류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 역시 문제다. 흔히 이산화탄소의 바출량이 많고 배출잠재력이 크다고 얘기되는 중국이나 인도의 경우 국가의 배출규모는 1999년 기준으로 세계 2위와 5위에 이르고 있지만, 1인당 배출에 있어서는 OECD 평균인 10.96톤과 큰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세계 평균치인 3.88톤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생태위기는 결국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다 재앙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지역별로 그리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인구집단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후변화에 대한 물리적 노출정도나 사회․경제체제가 다르고, 변화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나 기술의 수준 및 정도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생태위기의 파괴적 효과는 일반적으로 부유한 나라보다는 가난한 나라에, 부유한 이들보다는 가난한 이들에게 훨씬 더 큰 타격을 입힌다.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계층일수록 일상생활과 산업이 자연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며, 제도나 기술, 재정적 적응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4)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전까지 경작하던 농작물을 더 이상 경작할 수 없게 되거나 가뭄으로 지하수가 마르거나 홍수 때문에 오염되기라도 한다면, 이들이 겪는 피해는 1차 산업의 비중이 낮고 잘 정비된 상수도와 물류 공급 체계를 갖추고 있는 선진국들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다.5) 또한 부유한 사회가 기후변화로 겪게 될 손실은 교통이나 통신 시설과 같이 보상․복원이 가능한 형태가 대부분이나, 가난한 사회의 손실은 인명의 손실과 같이 복원과 보상이 불가능한 형태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어떤 나라에는 그저 해변이 줄어드는 문제지만, 작은 도서 국가들에는 거주할 수 있는 영토가 사라지는 문제다. 더불어 공공재의 사유화는 이러한 피해를 훨씬 증폭시킨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세계은행의 촉구로 수도요금을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물 공급을 중단하자, 한 지역에서만 10만 명 이상이 콜레라에 걸리고 220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에 가뭄이 닥치자 주민들이 사용하는 우물은 바닥이 드러났지만, 자카르타의 호화 골프장들은 각각 하루에 1천 톤의 물을 사용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실제 물의 부족분보다 사유화로 인해 훨씬 더 적은 양만을 얻을 수 있다. 생태위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물과 같은 공공재가 사유화되고, 대기마저 상품화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민중들은 생태위기의 파괴적 효과를 몇 배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이러한 파괴적 효과는 계급 내부의 약자들에게 한층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생태위기의 문제는 결국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윤 확보를 위해 민중을 착취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자본의 비열함은 생태위기에 대한 태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재의 국제 정책이나 기구들은 자연의 상품화와 기후시장의 형성을 통해 불평등을 심화․확대시키면서, 위기의 원인을 은폐시킨다. 사회운동 내에서 생태적 가치가 공유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그동안 ‘인간의 자연 정복’은 인류 진보의 척도가 되어왔다. 자연에 대한 정복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공유지에 처음으로 나무 말뚝이 박힌 이래 그 속도는 가히 놀라울 정도로 빨라져, 이제는 인간의 세포에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었다. 이러한 정복과 착취의 후과가 이제 고스란히 생태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드러나고 있는 생태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하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속 불가능한 상태까지 자연을 착취하는 사회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그 어떤 방법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생태 위기에 대한 지배 세력의 대응이 가져 올 문제점들을 분명하게 폭로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모색이 시급한 시점이다.
[공동성명서]
한국진보연대 출범, 이대로는 안 된다!
한국진보연대가 9월 16일 본 조직 출범을 이미 기정사실인 것처럼 날짜를 못 박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9월 11일 대의원대회에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출범 준비 중인 한국진보연대가 민주노총이 표방한 ‘진보진영 총단결체’와 명실상부하게 부합하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또한 현재 조건에서 민주노총이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결정내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의원대회에서 보다 신중하게 대중적 토론을 벌일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한국진보연대 출범에 대해 우려는 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전국민중연대와 같은 연대운동체가 질적으로 발전된 또 다른 연대체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민중운동 내의 광범위한 토론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토론과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특정 정치세력의 일방적 의도에 따라 연대운동체를 재편하는 것은 연대운동의 가징 기본적인 원칙을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전국민중연대와 한국진보연대의 조직구성을 살펴볼 때 분명히 드러납니다.
전국민중연대는 30여 개의 부문조직과 약 10개의 지역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국민중연대 가입 단체 중에서 15개에 가까운 단체들이 한국진보연대에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이미 지난 해 2006년 10월 전국민중연대 대표자회의에서 진보진영 상설연대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고, 또 다른 일부는 기간 전국민중연대 활동의 편향성에 회의감을 느껴서 전국민중연대 사업에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지역 조직 중에서 한국진보연대 가입이 공식적으로 결정된 조직은 광주, 경남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현재 한국진보연대는 자신이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학생, 여성 등 모든 부문, 계층이 망라된 조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왜곡하는 주장입니다. 현재 한국진보연대를 구성하는 ‘부문단체’의 상당수는 특정 정치세력의 조직이지, 진정으로 그 부문의 운동 전반을 포괄하는 명실상부한 부문단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여러 정치세력이 공존하는 부문단체의 경우에는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수결 표결과 같은 절차를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지역 연대운동체의 경우, 한국진보연대 관련 논의가 아예 진행되지 않거나, 심각한 경우 한국진보연대 가입단체로 갈 것이냐는 문제를 두고 기존 연대체가 파괴되는 결과도 발생했습니다.
다시 한 번 주장합니다. 연대운동체는 연대운동에 참여하는 여러 운동세력들의 자연스러운 욕구와 필요에 따라 제기되어 사실상 만장일치의 합의로 추진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유독 한국진보연대 관련 사업이 추진 과정에서 이처럼 심각한 이견이 표출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둘째, 한국진보연대가 전국민중연대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냐는 것입니다. 전국민중연대가 다른 사안별, 사업별 연대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지역 민중연대가 상설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최근 지역 민중연대가 어떻게 활동을 했는지 반성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전국민중연대의 지역조직의 상당수는 개점 휴업 상태에 있었습니다. 전국민중연대 결성 이후 아예 지역 민중연대 결성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도 존재하며, 활동을 하더라도 전국민중연대나 한미FTA 범국본과 같은 중앙조직의 전국투쟁방침을 전달하고 특정시기에 대중동원을 집행하는 ‘행정체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상당수의 전국민중연대 지역조직이 진정한 의미의 지역운동 조직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현재 지역 민중연대 활동의 토대를 재구축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역 차원에서 반민중적 신자유주의 자본운동을 명확히 이해하고, 지역 차원의 운동 전략과 운동전선을 형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운동단체의 의지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 투쟁, 사회적 빈곤에 대한 투쟁, 반전평화운동, 진보적 인권운동, 이주노동자운동 등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대안적 연대운동의 상을 형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진보연대 결성은 중앙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기존 통일연대와 민중연대 (사무처 수준의) 통합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이라기보다는 특정 정치조직의 사업의 ‘편의성’을 고려한 형식적인 재편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지역운동의 발전전략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광범위한 토론 속에서 민중연대 활동의 발전방향을 도출해내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현재와 같이 전국민중연대를 형식적으로 재편한다는 시도는 결국 지역운동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운동을 소외시키거나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욱 큽니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노총은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을 전면 재고해야 합니다. 특히 지도부가 밝혀온 바처럼 진보진영 상설연대체가 그토록 중요한 문제라면, 그럴수록 대의원대회에서 표결 등의 형식적 ‘통과’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 대중과 ‘연대운동 방향’에 대한 전면적 토론과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금까지도 한국진보연대 출범을 둘러싸고 민주노총 주요 의결기구에서는 여러 차례 심각한 의견 충돌이 나타났습니다. 이 상태에서 가입을 강행하는 것은 반쪽짜리 연대를 묵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조합원조차 알지 못하는 민주노총 상급단체를 하나 두는 형국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결국 조합원 동지들에게 연대운동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킬 것입니다.
노동자 민중운동의 진정한 연대는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이 진정으로 동감하고 헌신적인 활동을 결의할 수 있는 운동의 내용을 마련하고,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운동체 건설의 경로를 밟아나갈 때만 가능합니다. 지금은 무리하게 조직 출범을 강행할 때가 아니라, 전국적-지역적 수준의 폭넓은 연대운동에 대해 전면적으로 토론하고 실천할 때입니다.
2007년 9월 11일
노동자의힘 사회진보연대 새날을여는정치연대 이윤보다인간을 전국학생행진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