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타결이 발표된 직후, 가까운 한 활동가는 울먹이면서 얼마나 투쟁을 열심히 했는데, 이럴 수가 있냐며 울분을 터트린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이어 한미 FTA추가협상이 최종 타결된 6월 29일 오후, 서울 곳곳에서는 한미 FTA체결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가 있었고, 범국민총궐기대회를 주관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오종렬 정광훈 공동대표는 불법집회 감행과 ‘시내 교통을 마비!’시켰다는 이유로 7월 4일 구속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여의도 빌딩에 걸려있는 “한미 FTA 타결 환영”, “자본시장통합법 재정 환영”이란 커다란 플랜카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제 한미 FTA 반대투쟁의 열기는 그 플랜카드를 넘어서지 못할 만큼 주춤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한미 FTA 반대 투쟁이 1년 이상 계속되는 중에도 EU와의 FTA가 추진 중이었고 이제 중국, 일본 심지어 남미의 메르꼬수르와의 FTA가 잘 짜여진 각본처럼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약간은 패배적인 그리고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의 일들에 막연히 낙관적인 패를 던지면서 오늘도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문뜩 책장에 진열해 논 반세계화 투쟁을 담은 세계 각국의 비디오 테이프들을 보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얘기하려고 한 것들이 떠올랐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 영상들의 이미지가 눈앞으로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다시 본다는 것, 그리고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들이 바로 미래를 얘기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되새겨 본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운동』 5월호의 「나프타 이후 멕시코의 변화와 현실」과 「신자유주의 지속 불가능한 성장 :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경험」은 약간은 주춤하고 있는 한미 FTA 투쟁을 돌아보게 하고 장밋빛으로 그려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선을 다시 상기하게 한다. 정지영, 「나프타 이후 멕시코의 변화와 현실」, 『사회운동』 2007년 6월호 한국사회에서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이 대중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돌아본 사례가 바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겪은 멕시코의 과거와 현실이다. 마낄라도라의 현재로 대표되는 나프타의 효과는 멕시코 민중의 삶을 분명 과거와 다른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민중들의 삶이 파괴되는 현장을 경제적 수치가 아니라 투쟁을 통해서 그리고 생생한 증언들을 통해서 이미 확인한 바가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본격화 되면서 이런 멕시코의 현실은 누군가에 의해 왜곡되고 있었다. 한미 FTA 체결을 위해 정부에서 제작한 화려한 영상광고와 출판물들은 멕시코의 현실을 우리와는 다른, 정말 ‘남의 나라’ 얘기로 치부하였고 각종 연구소들은 자유무역협정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또는 한국 경쟁력 강화와 선진화라는 기조를 가장 충실히 지지해온 연구소라고 한다면 단연 <삼성경제연구소>를 꼽을 수 있다. 정지영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회원국 경제에 미친 영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는 이런 왜곡에 쐐기를 박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보고서는 “객관적 실증 분석을 시도”하면서 “멕시코 경제난의 원인을 나프타가 아니라 오랜 정치·경제·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며 내부개혁의 부진으로 개방 효과를 최대화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지영은 “보고서의 실증 분석 결과나 구체적인 수치가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하면서도 이 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정리하고 있다. “이것은 순전히 경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이고 계급적인 문제다.”고 꼬집어 얘기하고 있다. 즉 “나프타가 멕시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것은, 나프타가 멕시코의 신자유주의적 전환 과정에서 가진 의미는 무엇이었고 이 과정에서 약속된 미래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실현되었는지 또는 실현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가운데 결론을 맺어야 할 문제다.”라는 것이다. 정지영의 글은 멕시코가 나프타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한 국가의 선택이 아니며 나프타 이후 멕시코 경제난은 일국 차원의 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국가의 위기를 (반)주변주, 제3 세계 국가들로 이전하는 과정”에 멕시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나프타는 세계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과정에서 “이를 심화하고 안착시키는 데 중요한 매개이자 그 절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어서 “나프타 이후 멕시코는 번영했는가?”라는 소제목의 글에서는 수출과 경제성장, 외국인직접투자, 고용과 실업, 농업 분야 걸친 평가와 현실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꼭 먹어봐야 쓴 줄 아나? 중요한 것은 멕시코의 과거와 현재가 수치로 어떻게 변했다는 것이 아니다.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느냐가 핵심이다. 우리가 멕시코 사례를 받아들이면서 마치 한국이 우주의 안드로메다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그리고 ‘객관적’인 수치라고 윽박지르면서 너네 분석이 잘못되었다고 홀리는 건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꼭 먹어봐야 쓴 줄 아냐는 말처럼 꼭 한미 FTA를 해봐야 그 결과를 알겠냐는 말이다. 1998년에 제작된 <티셔츠 속에 감춰진 착취>1) 라는 다큐멘터리는 나프타가 발효된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멕시코 민중의 현재를 자세히 그리고 있다. 미국 UCLA에 갓 입학한 여학생 알렌 벤야민은 학교 주변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티셔츠의 원산지가 미국이 아닌 것을 보고 누가 그 티셔츠를 만들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멕시코의 티셔츠 공장을 찾아가서 자유무역지대의 미국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착취 실태를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1999년에 제작된 <은폐>2) 라는 작품은 중미 자유무역지대 노동자들의 고통과 투쟁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그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을 경제 수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보여주고 있다. 나프타 실행 이후, 풍요와는 거리가 먼 멕시코 민중의 모습 앞에서 ‘경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와 지속 불가능한 성장: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경험」(『사회운동』 2007년 6월호)의 아르헨티나 동포 김선희 씨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 개혁의 모범생 아르헨티나의 현실도 멕시코와 다르지 않다. 김선희 씨는 “경제 위기가 치안의 악화나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1년에 제작된 <아르헨티나, 혁명은 시작되다>3)와 2005년에 제작된 <그들 역시 투쟁한다>4)에서는 경제위기에 따른 민중 생활의 붕괴와 그에 대항하는 투쟁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한미 FTA 홍보 광고로 ‘설득력 없는 주장’을 보여주기보다는 이들 다큐멘터리 작품에서 그려진 민중의 삶이 더 확실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대안 세계화의 상 찾기 입 아프게 아니 손 아프게 자유무역협정의 비극적 효과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잔인함을 계속 얘기해야 하는 이 상황을 한번 돌아보자. 한미 FTA를 두고 국민에게 정부는 한번 해보자고 계속 지르고 언론은 이런 상황을 부추기면서, 삼성경제연구소를 위시한 각종 연구소는 그 뒤에서 끊임없이 근거를 만들어주고 있다. 한편 한미 FTA 반대 투쟁을 경과하면서 이렇게 배포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환상을 깨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왔다. <사회운동>의 [대안세계화를 향하여]라는 꼭지는 이런 노력의 하나였고, 이를 넘어서 대안 세계화의 상을 찾고자 모색하는 공간이다. [대안세계화를 향하여]에서는 세계에서 전개되는 사회운동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투쟁, 그리고 대안 세계를 위한 회의들을 조망해오고 있다. 한미 FTA협상이 타결된 지금,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면서 대안세계화를 전망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인 그 상을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티셔츠 속에 감춰진 착취 Sweating for a T-Shirt> 27분, 미국, 98년 글로벌 익스체인지 제작, 서울국제노동영화제 2회 상영작본문으로 2)<은폐 Something to Hide> 26분, 미국, 99년 캐서린 도너 감독, 서울국제노동영화제 4회 상영작본문으로 3)<아르헨티나, 혁명은 시작되다 1부, 2부> 123분, 미국/아르헨티나/영국, 2001~2002년 빅노이즈필름, 노동자의 눈, 의식적 시네마, 서울국제노동영화제 6회 상영작본문으로 4)<그들 역시 투쟁한다> 30분, 아르헨티나, 2005년 노동자의 눈 제작, 서울국제노동영화 9회 상영작본문으로
한미 FTA 협상 타결이 발표된 직후, 가까운 한 활동가는 울먹이면서 얼마나 투쟁을 열심히 했는데, 이럴 수가 있냐며 울분을 터트린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이어 한미 FTA추가협상이 최종 타결된 6월 29일 오후, 서울 곳곳에서는 한미 FTA체결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가 있었고, 범국민총궐기대회를 주관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오종렬 정광훈 공동대표는 불법집회 감행과 ‘시내 교통을 마비!’시켰다는 이유로 7월 4일 구속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여의도 빌딩에 걸려있는 “한미 FTA 타결 환영”, “자본시장통합법 재정 환영”이란 커다란 플랜카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제 한미 FTA 반대투쟁의 열기는 그 플랜카드를 넘어서지 못할 만큼 주춤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한미 FTA 반대 투쟁이 1년 이상 계속되는 중에도 EU와의 FTA가 추진 중이었고 이제 중국, 일본 심지어 남미의 메르꼬수르와의 FTA가 잘 짜여진 각본처럼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약간은 패배적인 그리고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의 일들에 막연히 낙관적인 패를 던지면서 오늘도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문뜩 책장에 진열해 논 반세계화 투쟁을 담은 세계 각국의 비디오 테이프들을 보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얘기하려고 한 것들이 떠올랐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 영상들의 이미지가 눈앞으로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다시 본다는 것, 그리고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들이 바로 미래를 얘기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되새겨 본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운동』 5월호의 「나프타 이후 멕시코의 변화와 현실」과 「신자유주의 지속 불가능한 성장 :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경험」은 약간은 주춤하고 있는 한미 FTA 투쟁을 돌아보게 하고 장밋빛으로 그려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선을 다시 상기하게 한다. 정지영, 「나프타 이후 멕시코의 변화와 현실」, 『사회운동』 2007년 6월호 한국사회에서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이 대중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돌아본 사례가 바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겪은 멕시코의 과거와 현실이다. 마낄라도라의 현재로 대표되는 나프타의 효과는 멕시코 민중의 삶을 분명 과거와 다른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민중들의 삶이 파괴되는 현장을 경제적 수치가 아니라 투쟁을 통해서 그리고 생생한 증언들을 통해서 이미 확인한 바가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본격화 되면서 이런 멕시코의 현실은 누군가에 의해 왜곡되고 있었다. 한미 FTA 체결을 위해 정부에서 제작한 화려한 영상광고와 출판물들은 멕시코의 현실을 우리와는 다른, 정말 ‘남의 나라’ 얘기로 치부하였고 각종 연구소들은 자유무역협정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또는 한국 경쟁력 강화와 선진화라는 기조를 가장 충실히 지지해온 연구소라고 한다면 단연 <삼성경제연구소>를 꼽을 수 있다. 정지영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회원국 경제에 미친 영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는 이런 왜곡에 쐐기를 박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보고서는 “객관적 실증 분석을 시도”하면서 “멕시코 경제난의 원인을 나프타가 아니라 오랜 정치·경제·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며 내부개혁의 부진으로 개방 효과를 최대화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지영은 “보고서의 실증 분석 결과나 구체적인 수치가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하면서도 이 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정리하고 있다. “이것은 순전히 경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이고 계급적인 문제다.”고 꼬집어 얘기하고 있다. 즉 “나프타가 멕시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것은, 나프타가 멕시코의 신자유주의적 전환 과정에서 가진 의미는 무엇이었고 이 과정에서 약속된 미래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실현되었는지 또는 실현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가운데 결론을 맺어야 할 문제다.”라는 것이다. 정지영의 글은 멕시코가 나프타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한 국가의 선택이 아니며 나프타 이후 멕시코 경제난은 일국 차원의 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국가의 위기를 (반)주변주, 제3 세계 국가들로 이전하는 과정”에 멕시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나프타는 세계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과정에서 “이를 심화하고 안착시키는 데 중요한 매개이자 그 절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어서 “나프타 이후 멕시코는 번영했는가?”라는 소제목의 글에서는 수출과 경제성장, 외국인직접투자, 고용과 실업, 농업 분야 걸친 평가와 현실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꼭 먹어봐야 쓴 줄 아나? 중요한 것은 멕시코의 과거와 현재가 수치로 어떻게 변했다는 것이 아니다.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느냐가 핵심이다. 우리가 멕시코 사례를 받아들이면서 마치 한국이 우주의 안드로메다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그리고 ‘객관적’인 수치라고 윽박지르면서 너네 분석이 잘못되었다고 홀리는 건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꼭 먹어봐야 쓴 줄 아냐는 말처럼 꼭 한미 FTA를 해봐야 그 결과를 알겠냐는 말이다. 1998년에 제작된 <티셔츠 속에 감춰진 착취>1) 라는 다큐멘터리는 나프타가 발효된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멕시코 민중의 현재를 자세히 그리고 있다. 미국 UCLA에 갓 입학한 여학생 알렌 벤야민은 학교 주변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티셔츠의 원산지가 미국이 아닌 것을 보고 누가 그 티셔츠를 만들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멕시코의 티셔츠 공장을 찾아가서 자유무역지대의 미국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착취 실태를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1999년에 제작된 <은폐>2) 라는 작품은 중미 자유무역지대 노동자들의 고통과 투쟁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그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을 경제 수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보여주고 있다. 나프타 실행 이후, 풍요와는 거리가 먼 멕시코 민중의 모습 앞에서 ‘경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와 지속 불가능한 성장: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경험」(『사회운동』 2007년 6월호)의 아르헨티나 동포 김선희 씨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 개혁의 모범생 아르헨티나의 현실도 멕시코와 다르지 않다. 김선희 씨는 “경제 위기가 치안의 악화나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1년에 제작된 <아르헨티나, 혁명은 시작되다>3)와 2005년에 제작된 <그들 역시 투쟁한다>4)에서는 경제위기에 따른 민중 생활의 붕괴와 그에 대항하는 투쟁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한미 FTA 홍보 광고로 ‘설득력 없는 주장’을 보여주기보다는 이들 다큐멘터리 작품에서 그려진 민중의 삶이 더 확실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대안 세계화의 상 찾기 입 아프게 아니 손 아프게 자유무역협정의 비극적 효과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잔인함을 계속 얘기해야 하는 이 상황을 한번 돌아보자. 한미 FTA를 두고 국민에게 정부는 한번 해보자고 계속 지르고 언론은 이런 상황을 부추기면서, 삼성경제연구소를 위시한 각종 연구소는 그 뒤에서 끊임없이 근거를 만들어주고 있다. 한편 한미 FTA 반대 투쟁을 경과하면서 이렇게 배포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환상을 깨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왔다. <사회운동>의 [대안세계화를 향하여]라는 꼭지는 이런 노력의 하나였고, 이를 넘어서 대안 세계화의 상을 찾고자 모색하는 공간이다. [대안세계화를 향하여]에서는 세계에서 전개되는 사회운동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투쟁, 그리고 대안 세계를 위한 회의들을 조망해오고 있다. 한미 FTA협상이 타결된 지금,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면서 대안세계화를 전망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인 그 상을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티셔츠 속에 감춰진 착취 Sweating for a T-Shirt> 27분, 미국, 98년 글로벌 익스체인지 제작, 서울국제노동영화제 2회 상영작본문으로 2)<은폐 Something to Hide> 26분, 미국, 99년 캐서린 도너 감독, 서울국제노동영화제 4회 상영작본문으로 3)<아르헨티나, 혁명은 시작되다 1부, 2부> 123분, 미국/아르헨티나/영국, 2001~2002년 빅노이즈필름, 노동자의 눈, 의식적 시네마, 서울국제노동영화제 6회 상영작본문으로 4)<그들 역시 투쟁한다> 30분, 아르헨티나, 2005년 노동자의 눈 제작, 서울국제노동영화 9회 상영작본문으로
[논평] 최저임금, 결정으로 끝이 아니다
- 2008년 최저임금 결정에 부쳐-
2008년 적용될 법정 최저임금액이 시급기준 3,770원으로 결정됐다. 민주노총이 요구했던 시급 4,480원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한다’는 최저임금법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는 ‘최악임금’ 수준의 실망스런 결정이다.
최저임금제도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아울러 모든 임금노동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을 통한 임․단협으로 보호되지 못하는 미조직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삶의 질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이 그 나라의 노동조건과 노동인권 수준을 드러내는 주요한 지표 중 하나로 이해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같은 최저임금이 사용자단체의 ‘억지 동결주장’으로 전년 대비 8.3% 인상에 머문 점은, 과연 우리나라 사용자와 정부가 노동인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감시․단속직 노동자에게도 적용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이 벌어진 점을 주목한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대규모 해고사태 등이 벌어질 때, 정부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었다. 사용자단체는 한발 더 나아가 이 같은 현상을 최저임금 동결의 논리적 근거로 댔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저임금제도는 임금액 결정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 제도의 취지에 맞게 이를 시행하고 보완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위원회가 ‘적용제외 대상인 장애인의 명확한 기준 마련 등에 대한 대정부 제도개선 건의문’을 채택했다고 하나, 턱없이 미흡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적용제외 대상 축소 ▲차등적용 철폐 ▲노동자 평균임금 50% 수준의 최저임금 법제화 ▲공익위원 선출방식 개선 등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에 당장 나서야 한다.
또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운동은 현재의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저임금 비정규노동자 주체화의 계기로 최저임금 투쟁을 새롭게 기획해야 할 것이다. 경총은 올 초부터 경제성장률을 근거삼아 동결 주장을 일관해왔다. 이런 논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최저임금 선에 묶여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의 권리, 생활의 권리를 조직하고 투쟁을 확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저임금노동자집중행동’을 전개한 생활임금운동기획단의 문제의식과 실천이 전체 노동자운동의 실천과 연대로 확산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07.6.28.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
정부는 금속노조 파업에 대한 거짓 선전과 탄압을 중단하고
한미FTA 체결을 즉각 중단하라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한미FTA 저지 총파업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비난과 탄압이 거세다. 이들은 이번 파업이 국민도 조합원도 지지하지 않는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비난하며 노동자와 시민을,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분열시키는데 총력을 다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가 흔들리지 않고 파업의 의지를 꺾지 않자 정부는 "과거에는 공권력 투입을 가급적 자제했지만 이번 총파업과 관련해서는 파업 초기부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이상수 노동부 장관)며 대규모 물리력을 투입해서라도 파업을 기필코 막겠다고 나서고 있다. 1년 전에는 포항에서 하중근 건설노동자를, 2년 전에는 전용철, 홍덕표 농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공권력이 자제한 수준이란다. 이보다 강력한 공권력 투입이 또 어떠한 결과를 불러 올 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정부와 재계는 이번 파업이 파업 절차도 지키지 않았을 뿐더러 노동조건의 개선과 무관한 정치적 파업이므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FTA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어떠한 파업도 '불법'으로 매도하고 탄압해 온 정부에게 이번 파업을 절차 운운하며 불법으로, 비민주적 결정으로 매도할 자격은 없다. 아니 절반 이상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토론이나 의사수렴 없이 협상을 하고 체결을 향해 무조건 돌진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야 말로 반민주이고 불법이다.
정부와 재계는 한미FTA로 한국경제와 국민 전체에게 어마어마한 이득이 돌아오고 특히 최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완성차 부문에서 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밥그릇 깨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미FTA로 이득을 보는 것은 자동차산업 자본일 수는 있지만 노동자는 아니다. 한미FTA로 한국 자동차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지도 의문이지만 한국의 자동차 수출 증가가 노동자들의 몫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
현대자동차가 북미 지역에 수출하는 자동차 중 현지 생산 비율은 이미 절반을 넘었고 더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는 2010년 해외공장 생산 규모를 현행 25%에서 50%인 310만대까지 확장하고 국내 공장은 내수를 해외 공장은 현지 판매를 전문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미FTA는 국내 자동차 자본의 미국 진출에 더욱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결국 대미 수출의 증가로 인한 한국 현지에서의 자동차 생산의 증가분은 매우 적은 수준일 것이다. 당연히 추가적인 투자, 새로운 고용의 창출분도 매우 적다. 더구나 대미 수입의 증가로 인한 내수시장 중심의 국내 공장의 생산량 감소를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국내 공장의 물량의 감소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한미FTA의 체결로 자본의 권력은 더욱 강력해 진다. '이행의무부과 금지조항' 하나만으로도 고용승계 의무, 내국인 일정 비율 고용 의무, 기술이전, 현지생산품 사용 의무 등의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결코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은 한미FTA의 수혜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한미FTA로 인한 국내외 자동차산업 자본의 세계적 이동의 자유의 확대와 소유권의 안전한 보장은 모든 자동차산업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고 권리를 파괴할 뿐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과잉투자 된 자동차산업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생산기지를 세계화하여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고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강화하고 고용 불안을 자극하여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왔다. 한미FTA와 같은 자유무역협정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한다.
이것이 바로 한미FTA의 본질이다. FTA는 일부 자본에게 보다 자유롭게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일 뿐이다. 농업 등 일부 산업에서는 피해가 생길지 모르지만 자동차나 섬유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은 커다란 이득을 보고 이러한 이득이 국민 전체에게 분배된다는 한미FTA 추진의 근거가 금속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그 허구성이 낱낱이 폭로되고 있다. 정부와 재계가 유독 완성차 부문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며 공세를 가하는 것은 이들의 투쟁이 FTA의 본질을 명확히 폭로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한미FTA 저지 파업은 노동조건의 개선과 무관한 정치파업, 불법파업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정치적' 권리의 행사다. 한미FTA 저지 파업은 일부 노동자의 '밥그릇 지키니'나 혹은 '밥그릇 깨기'가 아니라 민중의 삶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숭고한 투쟁이다.
정부와 재계는 이번 파업에 대한 거짓 선전과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공권력 투입 협박을 중단하라. 나아가 한미FTA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장밋빛 미래를 가져 올 것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낱낱이 폭로되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라. 지금 당장 한미FTA 체결을 중단하라!
우리는 금속노조, 민주노총과 함께 아니 이 땅의 모든 노동자-시민들과 함께 한미FTA 체결을 저지시키는 그 날까지 끝까지 싸워 갈 것이다.
2007년 6월 25일
광주인권운동센터,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노동자의힘, 노동전선,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자연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복지연대, 사회진보연대, 이윤보다인간을,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전국학생행진(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