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최저임금, 결정으로 끝이 아니다
- 2008년 최저임금 결정에 부쳐-
2008년 적용될 법정 최저임금액이 시급기준 3,770원으로 결정됐다. 민주노총이 요구했던 시급 4,480원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한다’는 최저임금법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는 ‘최악임금’ 수준의 실망스런 결정이다.
최저임금제도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아울러 모든 임금노동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을 통한 임․단협으로 보호되지 못하는 미조직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삶의 질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이 그 나라의 노동조건과 노동인권 수준을 드러내는 주요한 지표 중 하나로 이해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같은 최저임금이 사용자단체의 ‘억지 동결주장’으로 전년 대비 8.3% 인상에 머문 점은, 과연 우리나라 사용자와 정부가 노동인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감시․단속직 노동자에게도 적용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이 벌어진 점을 주목한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대규모 해고사태 등이 벌어질 때, 정부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었다. 사용자단체는 한발 더 나아가 이 같은 현상을 최저임금 동결의 논리적 근거로 댔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저임금제도는 임금액 결정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 제도의 취지에 맞게 이를 시행하고 보완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위원회가 ‘적용제외 대상인 장애인의 명확한 기준 마련 등에 대한 대정부 제도개선 건의문’을 채택했다고 하나, 턱없이 미흡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적용제외 대상 축소 ▲차등적용 철폐 ▲노동자 평균임금 50% 수준의 최저임금 법제화 ▲공익위원 선출방식 개선 등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에 당장 나서야 한다.
또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운동은 현재의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저임금 비정규노동자 주체화의 계기로 최저임금 투쟁을 새롭게 기획해야 할 것이다. 경총은 올 초부터 경제성장률을 근거삼아 동결 주장을 일관해왔다. 이런 논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최저임금 선에 묶여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의 권리, 생활의 권리를 조직하고 투쟁을 확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저임금노동자집중행동’을 전개한 생활임금운동기획단의 문제의식과 실천이 전체 노동자운동의 실천과 연대로 확산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07.6.28.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
정부는 금속노조 파업에 대한 거짓 선전과 탄압을 중단하고
한미FTA 체결을 즉각 중단하라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한미FTA 저지 총파업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비난과 탄압이 거세다. 이들은 이번 파업이 국민도 조합원도 지지하지 않는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비난하며 노동자와 시민을,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분열시키는데 총력을 다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가 흔들리지 않고 파업의 의지를 꺾지 않자 정부는 "과거에는 공권력 투입을 가급적 자제했지만 이번 총파업과 관련해서는 파업 초기부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이상수 노동부 장관)며 대규모 물리력을 투입해서라도 파업을 기필코 막겠다고 나서고 있다. 1년 전에는 포항에서 하중근 건설노동자를, 2년 전에는 전용철, 홍덕표 농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공권력이 자제한 수준이란다. 이보다 강력한 공권력 투입이 또 어떠한 결과를 불러 올 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정부와 재계는 이번 파업이 파업 절차도 지키지 않았을 뿐더러 노동조건의 개선과 무관한 정치적 파업이므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FTA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어떠한 파업도 '불법'으로 매도하고 탄압해 온 정부에게 이번 파업을 절차 운운하며 불법으로, 비민주적 결정으로 매도할 자격은 없다. 아니 절반 이상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토론이나 의사수렴 없이 협상을 하고 체결을 향해 무조건 돌진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야 말로 반민주이고 불법이다.
정부와 재계는 한미FTA로 한국경제와 국민 전체에게 어마어마한 이득이 돌아오고 특히 최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완성차 부문에서 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밥그릇 깨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미FTA로 이득을 보는 것은 자동차산업 자본일 수는 있지만 노동자는 아니다. 한미FTA로 한국 자동차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지도 의문이지만 한국의 자동차 수출 증가가 노동자들의 몫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
현대자동차가 북미 지역에 수출하는 자동차 중 현지 생산 비율은 이미 절반을 넘었고 더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는 2010년 해외공장 생산 규모를 현행 25%에서 50%인 310만대까지 확장하고 국내 공장은 내수를 해외 공장은 현지 판매를 전문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미FTA는 국내 자동차 자본의 미국 진출에 더욱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결국 대미 수출의 증가로 인한 한국 현지에서의 자동차 생산의 증가분은 매우 적은 수준일 것이다. 당연히 추가적인 투자, 새로운 고용의 창출분도 매우 적다. 더구나 대미 수입의 증가로 인한 내수시장 중심의 국내 공장의 생산량 감소를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국내 공장의 물량의 감소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한미FTA의 체결로 자본의 권력은 더욱 강력해 진다. '이행의무부과 금지조항' 하나만으로도 고용승계 의무, 내국인 일정 비율 고용 의무, 기술이전, 현지생산품 사용 의무 등의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결코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은 한미FTA의 수혜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한미FTA로 인한 국내외 자동차산업 자본의 세계적 이동의 자유의 확대와 소유권의 안전한 보장은 모든 자동차산업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고 권리를 파괴할 뿐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과잉투자 된 자동차산업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생산기지를 세계화하여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고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강화하고 고용 불안을 자극하여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왔다. 한미FTA와 같은 자유무역협정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한다.
이것이 바로 한미FTA의 본질이다. FTA는 일부 자본에게 보다 자유롭게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일 뿐이다. 농업 등 일부 산업에서는 피해가 생길지 모르지만 자동차나 섬유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은 커다란 이득을 보고 이러한 이득이 국민 전체에게 분배된다는 한미FTA 추진의 근거가 금속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그 허구성이 낱낱이 폭로되고 있다. 정부와 재계가 유독 완성차 부문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며 공세를 가하는 것은 이들의 투쟁이 FTA의 본질을 명확히 폭로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한미FTA 저지 파업은 노동조건의 개선과 무관한 정치파업, 불법파업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정치적' 권리의 행사다. 한미FTA 저지 파업은 일부 노동자의 '밥그릇 지키니'나 혹은 '밥그릇 깨기'가 아니라 민중의 삶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숭고한 투쟁이다.
정부와 재계는 이번 파업에 대한 거짓 선전과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공권력 투입 협박을 중단하라. 나아가 한미FTA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장밋빛 미래를 가져 올 것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낱낱이 폭로되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라. 지금 당장 한미FTA 체결을 중단하라!
우리는 금속노조, 민주노총과 함께 아니 이 땅의 모든 노동자-시민들과 함께 한미FTA 체결을 저지시키는 그 날까지 끝까지 싸워 갈 것이다.
2007년 6월 25일
광주인권운동센터,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노동자의힘, 노동전선,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자연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복지연대, 사회진보연대, 이윤보다인간을,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전국학생행진(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