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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더 넓은 민주노조를 만들자 11월 10일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배포된 유인물입니다. 첨부파일을 다운받으세요. [사회화와 노동 특별호 9호] 1면 - 탄압을 넘어 새로운 87년을 기획할때 : 더 많은, 더 넓은 민주노조를 만들자 - 노동자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다시 세우자 2면 - 지금 전교조 투쟁에 필요한 것은 - 시간제 일자리 확산에 맞서 싸우자 - 휴일근로 연장근로 포함을 빌미로 근기법 개악? 3면 -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자 (인천공항 비정규직 파업투쟁, 학교비정규직 파업투쟁) - 원격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강화하라 - 맞춤형 억제전략, 한반도 평화를 보장할까? 4면 - 삼성전자의 추악한 진실 : 노동자 착취, 소비자 우롱, 재벌만 살찌우다 - 2013년의 전태일 - 삼성공화국을 바꾸기 위해 힘을 집중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악행이 결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오늘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의 서비스기사 한명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도급으로 기사들의 노동력을 불법적으로 착취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는 이유로 생계수단을 위협하는 등의 악행이 낳은 비극적인 결말이다. 고인이 된 최종범 금속노조 삼성전자지회 조합원은 삼성전자서비스에 29세에 입사하여 4년 동안 근무하면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처리건수로만 임금이 책정되는 기형적인 임금체계 속에서 극도로 낮은 급여와 고강도 노동에 고통 받아 왔다. 근속연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임금은 오르지 않고, 기본급은 겨우 최저임금만 보장되도록 책정되었다. 이 기본급도 온전히 받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차량유지비, 통신비, 식대 등이 공제되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채 80만원이 되지 않을 때도 부지기수였다. 전자제품 수리요청이 급격히 늘어나는 여름 성수기에는 상대적으로 처리건수가 많았지만, 해가 뜨기 전에 출근하여 자정이 넘어서까지 수리 업무를 배당받아야 하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연차와 월차 제도가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가족들과 외식 한번 하는 것도 꿈과 같은 일이었다. 향년33세의 고인은 배우자와 돌이 안 된 한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고인은 최근 들어 신혼의 행복한 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여 늘 죄스럽고 괴롭다는 말을 하곤 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삼성전자서비스가 본사 인력을 투입하거나 다른 센터에 조합원들의 수리 물량을 이관하는 이른바 “지역쪼개기” 노조탄압 정책을 피는 바람에 고인을 포함한 천안센터 서비스 기사들은 처리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천안센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서비스는 조합원에 대하여 노골적인 표적감사를 실시하며 악의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성수기가 끝나자마자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유례없는 공격적 감사는 그 대상의 무려 90%이상이 조합원임이 수치로서 밝혀졌다. 천안센터의 경우에도 전체 90여명의 직원들 가운데 감사대상이 8명이었는데 8명 모두가 조합원이다. 고인 역시 감사의 대상이었다. 고객만족도 평가 결과{해피콜(본사 확인 전화), VOC(고객클레임)}에 대한 문책도 고인에게 상당한 고통이었다. 삼성전자는 전자제품 업계에서 고객 서비스 만족도가 1위인 기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의 기사들은 협력업체의 직원이다. 그런데 서비스가 끝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만족도를 체크하는 것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한다. 도급을 위장하여 협력업체 기사를 직영 사원과 마찬가지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협력업체 사장에게 통보하면 사장은 점수가 낮은 서비스기사를 문책한다. 협력업체 사장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고인에게 고객 불만이 접수되었다. 그러자 천안센터 사장은 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였고, “고객을 o로 찔러서 oo버리라”는 등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게 무릎을 꿇고 빌던가 아니면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입을 막아버리라는 상식이하의 발언을 하였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천안센터 사장은 통화 내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섞어가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여 고인을 겁박했다. 최근 일어난 위 일련의 일들로 인하여 고인은 감당하기 힘든 심적 고통을 겪은 것이다. 그렇게 고인은 10. 30. 동료들과의 sns채팅창에 유서를 남기고 10. 31. 오늘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고인의 유서는 아래와 같다. “저 최종범이 그 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삼성이 죽였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이 죽였다. 삼성이 “노사전략문건”을 만들어 노동권을 죽이고, 인권을 죽이고, 결국 정직하게 한 평생 일한 노동자 한명을 죽이고야 말았다. 노동조합과 우리 공대위는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천안센터 사장, 삼성전자서비스, 그리고 삼성그룹이 져야할 사회적·법적책임이 무엇인지 매서운 결과로서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요구사항 1. 삼성은 고인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1. 노조탄압 목적의 표적감사 중단하라 1. 최저생계비마저 박탈하는 일감 빼앗기 중단하라 1. 조합원에 대한 부당한 인사발령 중단하라 1. 살인 메뉴얼로 판명된 노조파괴 전략문건 인정하고 사과하라 1. 비인간적 근로조건 개선하고 적정생계비 보장하라 1. 불법적·기형적 임금체계인 건당수수료체계 폐지하라 2013. 11. 4. 고 최종범 조합원을 기리며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謹弔
시간제 노동 확산이 가져올 결과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제고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확산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무수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가 저임금에, 고용불안이 심각하고, 사회보장혜택도 없는 일자리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새롭게 공공부문에서 창출할 일자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질의 일자리일 것이라 강조한다. 소위 네덜란드 모델을 한국에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밝히는 연구도 쏟아지고 있다. 현재의 시간제 일자리 확산 정책에 대해서 많은 논자들이 비판적 입장을 갖지만, 그 결론은 조금씩 다르다. 시간제 일자리의 확산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시간제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시간제 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후자의 입장은 한국의 노동조합도 네덜란드처럼 ‘도입반대’가 아니라 ‘시간제 노동자의 권리 확보’로 방향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1%]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한국에서 가능한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유명한 나라는 전체 노동자 중 37%가 시간제 노동자인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시간제 일자리의 65%가 정규직이고, 법과 단협으로 동일노동-동일노동조건을 보장한다. 시간제 노동자는 비례임금을 보장받으며, 각종 수당에서도 제외되지 않는다. 사회보장제도에 관해서도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 또한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시간제에서 전일제로의 전환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정부는 한국에 네덜란드 모델을 도입하겠다며 고용안정이 보장되고, 사회보험・교육 훈련 및 승진 ・시간당 임금에서 차별을 없애 시간제 일자리를 양질로 만들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에서 몇몇 제도를 보완한다고 하여 양질의 일자리가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한국은 시간당 임금 수준이 낮아, 전일제 일자리에서도 부족한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초과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시간당 임금의 비례원칙이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적은 시간 일할 수밖에 없는 시간제 노동자는 저임금에 시달리게 된다. 사회보험 역시 법적으로 권리를 보장한다 해도 실제로는 차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저임금인 비정규직은 4대 보험에 가입할 기회가 주어져도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이를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제 노동자 역시 같은 곤란에 처할 것이다. 시간당 임금이 낮은 한국의 노동구조 상,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또한 네덜란드 모델은 노사정의 안정적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 합의는커녕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조차 무시하며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는 정부의 의지 뿐 아니라 노동권에 대한 우호적인 사회 여론과 높은 조직률, 강력한 사민당이 존재했던 곳에서 가능했는데, 한국의 조건은 이와는 너무도 다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조차 노사정 합의는 노동조합을 노동법 개악의 들러리로 세우는 도구로 이용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성격 상, 시간제 일자리 개선책을 요구하는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양국 간 사회보장제도의 차이도 고려되어야 한다. 네덜란드는 기초연금(1층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평균 33%에 이르고, 국가에 의해 강제되는 직역연금(2층연금)까지 합하면 소득대체율이 70%에 이른다. 따라서 임금소득이 다소 적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된다. 네덜란드의 노인빈곤율은 2%로 OECD국가 중 가장 낮다.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현행 45%에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노인빈곤율은 45%에 육박하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인 것이다. 사회보장제도의 변화 없이 시간제 노동자만 늘린다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빈곤으로 내몰릴 것이다. 여성을 영원히 반쪽짜리 노동자로 시간제 일자리의 정책 대상이 여성이고, 실제로도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에 많이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네덜란드 모델은 ‘1.5인 소득자 모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주 생계소득자를 남성으로 설정하고, 정상가족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1인분의 온전한 소득을 얻어오는 남성이 없으면 생계 불안에 시달린다. 이는 소위 모범사례인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로, 한부모 가정은 정부로부터 생계 지원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생애소득의 감소는 은퇴 후 노후까지 영향을 미친다.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했던 여성은 은퇴 후에도 전일제에 종사했던 남성보다 현저히 낮은 연금을 받는다. 즉 여성은 평생 반쪽짜리 임금과 반쪽짜리 연금으로 자신의 삶을 유지해야 하며, 이는 여성의 자립을 가로막는다. 또한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의 일-가사 양립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전제한다. 이미 일과 가사의 이중부담에 허덕이는 여성들의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반쪽짜리 임금을 받으며 가사노동과 양육, 돌봄노동까지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일찍부터 1.5인 소득자 모델이 정착된 네덜란드는 유럽의 다른 국가들보다 보육시설 확충이 지체되었고,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가장 먼저 보육시설과 요양시설에 대한 예산이 줄어들어 여성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반쪽짜리 인간으로 못 박을 것이 아니라면, 시간제 일자리의 확산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 확산 막아내자 한국은 시간제 노동 비중이 OECD국가 중 상당히 낮은 편이다. 게다가 정부의 민간기업 시간제 컨설팅 사업은 계속 실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0년부터 28억 5천만 원을 들여 281개 업체에 컨설팅을 지원했지만, 새롭게 고용된 시간제 노동자는 647명뿐이었다. 정부가 밀어붙이고는 있지만, 자본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지레 시간제 노동의 확산을 현실 추세로 받아들이고 원칙을 접을 필요는 없다.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고용률을 눈속임하려는 정부의 시간제 정책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여성,고령층이 원한다’며 시간제 노동을 확산하려는 정부의 주장은 이미 시간제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질 때 거짓임이 드러날 것이다. 민주노총, 특히 전교조, 공공운수노조, 공무원노조는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비판함과 동시에 시간제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내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의 주요 대상이 될 청년, 여성, 고령층을 노동조합의 주체로 세울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국정감사 증인채택 무산 규탄한다! - 국회가 삼성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지난 10월 14일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언론을 통해 폭로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는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전략이 담겨있다. 그동안 삼성에서 노조 설립을 시도했던 직원들이 당했던 미행․사찰․징계해고 등 일련의 행위들이 치밀하게 기획된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자료가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심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증인채택동의안과 ‘삼성청문회’ 개최 동의안을 제출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이건희 회장 증인채택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만큼 부정적이었으며, 해당문건에 대한 진위파악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심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여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환노위 표결 처리를 강행했을 때 국감파행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문건을 제대로 검토해 보았다면, 인권 침해, 노조법 위반, 헌법 파괴 요소가 상당한 ‘범죄 계획서’나 다름없는 문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삼성 측이 해당 문건이 자신들의 것임을 인정했는데, 새누리당이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위’는 무엇인가? 문건에서 ‘문제사원’으로 언급되는 에버랜드의 노동자들(금속노조 삼성지회)은 문건공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문건은 ‘계획서’를 넘어, 그동안 그룹차원에서 실행해온 범죄행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문서이다.”라며 이건희 증인채택을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이 가진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권력에 의해 이 문제가 묻혀버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주일 만에 돌연 “삼성의 자료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바꾼 삼성이다. 이러한 삼성에게 스스로 자정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회는 뒷짐 지고 기다리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강하게 문제제기 하고 나서서, 진위를 밝히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검찰과 노동부 수사도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차원의 ‘삼성청문회’ 개최가 필요하다. 민주당도 청문회 개최에 동의한다던 입장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사안의 중요성에 걸 맞는 국회, 검찰, 노동부의 적극적 대응이 이뤄지길 촉구한다. 삼성이 이룬 눈부신 성과에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 이를 존중하지 않고,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노동권, 단결권을 배제해온 ‘무노조 경영’은 반드시 변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삼성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단결권을 지지하며, 이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2013년 10월 30일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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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의 파업에 연대하자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지난 23일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울대병원의 공공성을 위해 ‘적정진료시간 보장, 어린이 환자 식사 직영, 의사성과급제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병원 인력 충원, 임금인상, 병원 내 조직 문화 개선, 단체협약 개악안 철회’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도화선이 된 것은 서울대병원의 비상경영이다. 지난 7월 서울대병원은 비상경영을 발표하여 병원이 ‘개원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연말까지 6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 등이 맞물려 경영여건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10% 경비절감 등의 비상경영에 전사적인 동참을 요구했다. [%=사진1%] 비상경영, 의료경쟁의 결과 서울대병원이 비상경영을 발표하자 소위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의료원, 아산병원, 성모병원) 역시 비상 상태임을 밝혔다. 서울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형 병원에 공통으로 찾아온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90년대 중반 삼성의료원과 아산병원 등 재벌병원의 등장으로 인해 야기된 대형화·전문화·고급화 경쟁, 소위 의료계 군비 경쟁(Medical Arms Race)이다. 대형병원끼리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병원 신축, 첨단 고가 장비 도입 등 과열된 경쟁이 가속화됐다. 그 결과 2002년과 비교해 인구 천명당 병상 수는 4.8개에서 2010년 8.8개로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런 큰 폭의 변화는 OECD 국가 중에는 한국이 유일하다. 고가장비 도입 역시 현재 보유량 및 증가율이 모두 OECD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대형화, 첨단화는 국민 의료비 지출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OECD 기준 1인당 국민의료비는 2002년 966달러에서 2010년 2,035달러로 급격히 상승했다. 의료비 증가의 과실 대부분을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빅5 병원이 차지한 것이다.(2012년 상반기 기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급한 외래 급여비 중 40.5%가 빅5병원에 지급됨. 전체 요양 급여비중 5.3% 수준.)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의료비 지출 증가세가 둔화함에 따라 이들 병원들의 위기의식이 발동된 것으로 보인다. 즉, 비상경영이란 자신들이 촉발시킨 의료계 군비 경쟁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며 이는 자신들이 자초한 위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인력, 경비 등의 비용을 쥐어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서울대병원이 주장하는 위기는 그 정도가 과장된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지출로 처리한 매년 수백억원의 고유목적준비금과 정부보조금으로 상쇄되는 감가상각비, 2011년과 2012년 일시적으로 늘어난 퇴직급여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서울대병원은 경영위기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 다시 말해 비상경영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노조 역시 병원측에서 ‘고유목적사업 준비금’ 명목으로 520억원을 적립한 것을 감안한다면 적자가 아니라 수백억의 흑자라면서 근거 없는 비상경영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게다가 상황이 어렵다면서 2천억 원을 들여 암센터 증축, 호텔매입, 첨단복합외래센터, 심뇌혈관센터 등을 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문제제기, 의사 성과급 이번 서울대병원 노조 파업 요구사항 중에는 의사 성과급제 폐지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의사 성과급제에 왜 병원노동자들이 나서는 것일까. 바로 의사 성과급제가 의료비 상승, 과잉진료 및 부실진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의사 성과급제는 의사의 진료 및 검사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로 우리나라 병원의 38% 이상이 도입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 역시 2008년부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사들은 더 많은 성과급을 위해 진료량과 검사량을 늘린다. 진료시간은 줄어들며 부실해지고, 수술과 검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행해진다. 이 때문에 의사와 병원노동자 모두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게 되며 사고의 위험은 높아진다. 성과급의 재원은 주로 선택진료비다. 2010년 진료비 본인부담 실태조사 결과 선택진료비는 종합병원에서 환자 본인부담금의 31.1%로 본인부담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국립대병원중 선택진료비 비중이 8%대로 가장 높은데, 2010년 선택진료비 수입의 48.6%가 의사 성과급으로 쓰였다. 이에 따라 지난 5년 사이에 2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의사는 77명에서 110명으로 58.2% 증가했다. 고액연봉 의사 평균연봉의 29.3%가 선택진료 수당이었다. 의사 1인당 연간 5700만 원이 선택진료 수당으로 지급됐으며, 지난 한해 국립대병원 의사 중 선택진료비 수당을 가장 많이 받은 의사 역시 서울대병원 의사로 1억 8천만 원을 수령했다. 이처럼 의사성과급제는 1분 진료로 대표되는 진료의 부실화와 검사실적을 위한 과잉검사, 성과급 재원 마련을 위한 선택진료 확대 등 환자의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환자의 안전과 주머니 사정을 모두 위협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올바른 공공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이에 따른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무는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제공, 수익성이 낮아 민간이 의료제공을 기피하는 보건의료제공,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관련된 보건의료 제공, 교육·훈련 및 인력 지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이며, 이는 곧 공공병원임을 뜻한다. 한국의 공공병원의 비중은 전체의 5.8%(2012년 기준)이며, 병상 수는 10%에 불과하다. 서울대병원은 공공병원 중 가장 큰 규모의 병원이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빅5병원 중 하나로 꼽히며 공공병원임이 무색하게 민간병원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원격의료 도입에 앞장서는 등 의료 민영화 흐름에 선두주자로 나서기까지 한다. 이는 공공병원으로서의 책무에 반하는 것으로, 의료의 불평등을 더욱 고착화시킬 뿐이다. 1981년 미국 레이건 정부의 의료민영화의 결과가 극심한 불평등과 의료비 폭등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파업은 공공성을 망각하고 민간병원과의 무한의료경쟁에만 몰두하는 서울대병원에 대한 경종이다. 공공의료는 저소득층에 한정해서 시혜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은 의사 성과급제, 선택진료비 등 의료비 상승을 낳고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강남 건강검진 센터와 같이 특수계층을 위한 의료가 아닌 말 그대로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에 기여하는 진정한 ‘국가중앙병원’ 으로서 ‘국립서울대병원’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서울대병원을 ‘국립서울대병원’으로, 올바른 공공병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길, 그것은 바로 서울대병원 노조 파업에 연대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