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물 시장 규모는 상수도 5조1400억원, 하수도 4조8000억원에 이른다. 1993년에 시작된 생수시장 매출액은 연 3천 5백 억 원에 이르고 있고, 정수기 시장은 1조 원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상수도 보급률은 86%, 유수율(정수장에서 보낸 물 중 손실 없이 도착하는 비율, 사라지는 비율은 누수율)은 84%에 이른다. 반면, 지방상수도의 경우 평균 유수율 78.4%, 농어촌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 33%, 섬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은 28.7%에 불과하다. 국민의 11%인 519만 명에게 여전히 상수도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6월 수도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물 관련 산업 육성 정책’ 등을 발표함으로써 민간자본, 특히 초민족 물자본이 상수도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경로를 사실상 완전개방 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이 진행된 이래, 한국의 물 관련 정책은 ‘단계적 사유화’의 과정을 밟아왔는데, 최근의 일련의 조치들로 외국자본에 의한 물의 완전 사유화가 머지않았음이 분명해 졌다. 지난 7월, 인천시가 세계 1위의 물 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사와 사업 위탁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그 분명한 징표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와 초국적 자본의 물 사유화 기도에 맞선 사회운동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9월 21일 ‘물 사유화 저지․사회 공공성 강화 공동행동(추)’가 출범하였고, 이에 앞서 인천에서도 지난 9월 7일 ‘사회공공성 강화․민영화 반대 우리물 지키기 시민공대위’가 출범했다. 이미 지난 몇 년 간 전주, 안동, 서울 암사정수사업소 등에서 상수도사업 민간 위탁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서 승리를 이루어낸 바 있는데, 다시 한 번 전면적 민영화, 초민족 물자본의 진입에 맞선 투쟁이 시작되고 있다. [%=사진1%] 지역 간 불균형과 양적 확대 중심의 한국의 물 정책 한국에서 물과 관련한 체계적인 국가 정책은 1960-70년대에 마련되었다. 당시 정부 주도 하에 각종 개발 정책들이 수립되었는데,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년), 국토 종합개발계획(1972년) 등이 수립되던 시기 수자원 종합개발 10개년 계획(1966년)이 만들어졌다. 그 후 1981년에서 2001년까지 수자원 장기종합개발기본 계획을 시행해 왔다. 이와 같은 각종 개발정책들은 발전주의적 한국 경제 전략의 중요한 요소였다. 근 30년에 이르는 한국 정부의 물 관련 정책은 댐 건설 계획과 상수도 보급률 확대 등이 중심이었다고 평가된다. 1960년에서 1990년 초까지 700여개의 댐이 건설되었는데, 전체 물 사용량 중 댐이 담당하는 분량은 40%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댐 건설 사업은 상수도 사업에 대한 과잉 중복투자에 의해 주도 되었고, 건설산업의 호황을 부추겼다. 이와 같은 댐 건설 사업은 주로 인구 증가와 산업단지 조성에 대응한 물 사용량 확보를 명분으로 했다. 당시의 산업의 발전은 불균등한 지역개발의 기초 위에서 대도시 및 공업도시를 집중 육성하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 졌다. 이러한 방향 하에서 물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및 공공재의 확대, 가격 안정화를 위한 국가의 개입은 저임금 노동력의 활용, 그리고 값싼 산업용수 제공을 통한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또한 각종 공단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수에 의한 물의 오염은 발전을 위한 기회비용쯤으로 간주되었다. 현재 한국의 물 관련 정책의 주요 문제점으로 물 공급, 가격, 재원 등에 있어 지역 간 불균형 문제와 환경적 요인까지를 고려한 종합적인 물 관리 정책의 부재 등이 지적된다. 이는 발전주의적 경제전략 하에서 추진된 기능주의적 물 정책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단계적 물사유화’ 정책 재정적 독립과 투자 유치를 통한 지방정부의 자립적 발전을 강제하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1960-70년대 이후 누적되어온 한국의 물 정책의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1990년대 이후 상수도 사업의 부분적 민간참여는 꾸준히 확대되었고, 민간 위탁의 제약조건은 완화되어 왔다. 민간 위탁은 민간 기업이 지방정부로부터 상수도 사업의 운영 및 관리에 대한 권한을 양도받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사유화의 초기 단계라 볼 수 있다. 이런 정책방향이 종국적으로 완전한 물 사유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정부가 추진해온 수도 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구상을 정리하여 발표한 ‘물 관련 산업 육성방안’을 통해 극명하게 확인된다. 정부는 한국의 물 산업 방향이 “공급과 관리, 감독 기능을 분리”하여 민간이 공급을, 정부는 관리, 감독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역할을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별․광역시 상수도 사업을 지방공사화하고, 수자원 공사가 지역의 상수도 사업을 통합 및 위수탁 하도록 함으로써 공공부분 내의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자원공사 스스로가 국제 물 산업시장으로 진출, 세계 3위의 기업에 도전해 보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천시가 베올리아와 체결한 양해각서는 주목의 대상이다. 베올리아사는 매출액및 급수인구 기준 세계 1위 업체로써, 온데오사(에너지 관련 그룹인 ‘수에즈’의 물 서비스 부문)와 함께 세계 민간 물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초국적 물 기업이다. 베올리아사의 경우 유수율 제고 사업, 고도 정수 처리 기술, 사업 공동 추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수자원공사와 이미 체결한 가운데, 2002년부터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작회사를 통해 인천 송도․만수 지역의 하수처리 사업에 진출해 있을 뿐 아니라, 2001년에는 마산에서 수자원공사와 공동으로 유수율 제고사업에 진출하려다 지역 사회운동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되었던 경험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가 유수율 제고, 신기술 접목을 통한 장기발전 등을 명분으로 베올리아사와 사업 추진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인천시 당국과 상수도사업 본부는 기술협조 차원의 협약이라고 해명하지만, 인천시가 외국자본에 의한 상수도 사업 사유화를 최초로 시도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오히려 더 유력한 현실로 보인다. 결국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하에서 추진된 한국의 물 사유화 정책은 단계적 사유화라 볼 수 있다. ‘정부중심, 민간의 부분 참여 체제(상수도공사)’ - ‘민간참여 확대 및 상수도 사업자 민영화 추진’ -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통한 완전 사유화’로 이어지는 정책 흐름 가운데, 현재는 2단계를 지나 3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이라 하겠다. 정부가 이와 같은 단계적 사유화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 개의 다른 경로들을 통해 추진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합․수렴해 나가는 것이 전제가 될 것이다. 즉, 수도법 개정, ‘물 관련 산업 육성 정책’ 등을 통한 상수도사업 구조 개편 뿐 아니라, 공공부분 구조조정과 ‘총액인건비제’로 상징되는 정부부문 구조조정을 통한 정부의 관련 사업 및 기능 축소, 그리고 한미 FTA, WTO 도하개발 아젠다 협상 등을 통한 공공부문 시장개방과 외국인 투자의 확대 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되었을 때만 정부의 물 사유화 구상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위한 철의 삼각동맹이 강제하는 공공서비스 사유화 세계적으로 물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사유화 정책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과 동일한 경로를 그리며 확대되어 왔다. 특히 주변부-반주변부에서 공공서비스 사유화는 1980년대 이후 세계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한 금융위기와의 연관 하에 추진되었다. 세계은행과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관들은 금융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경제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개발․실행했는데, 외채와 차관을 제공하는 대가로 각국 정부에 공공서비스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을 가하면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의 자산매각을 요구했다. 특히 상수도 사업 사유화에 대한 개입은 세계은행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전 대륙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체 투자액의 절반 가량이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은행과 연관되어 활동하는 대륙별 개발은행이나 각종 신용평가 기관들도 공공 서비스 개발 프로그램이나 기술 지원에 개입하여(물론 이들이 물을 비롯한 공적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을 지원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수익성 확대를 조건으로 내거는 방식을 통해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부추긴다. 한편 WTO나 FTA와 같이 무역과 투자의 규범을 강제하는 국제적 기구, 협약들도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직․간접적으로 추동한다. WTO의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 하에서 회원국들은 “모든 서비스의 점진적 자유화”를 추진해야 하며, 현재도 진행 중인 DDA 협상은 개방을 위한 협상 방식으로 집단적 형태를 도입하려 한다. 이러한 일련의 협약 내용들을 통해 각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종의 최소개방 기준이 설정되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한미 FTA 협상에서 다루어지는 ‘투자조항’은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을 완화할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로써 공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전면 개방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국제기구들로부터 개방과 구조조정을 강제 당한 많은 국가들은 경제적 기반을 침식당했고, 국가의 재정수단은 극도로 약화되었다. 반면, 실업은 급증하고, 빈곤은 확대되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그러한 압력에 굴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적극적인 구조조정, 투자유치 전략을 선택했다. 물론 여기에는 각종 인민주의적 수단을 활용하여 대중의 불만에 영합하면서 실제로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세력들이 성장하고, 사회운동이 후퇴한 정치적 조건이 주요한 기반이 되었다. 결국 공공서비스 사유화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각종 기구와 협약들, 특히 IMF, 세계은행 등의 국제금융기구들, 그리고 WTO, FTA 등의 무역기구 및 협약,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능동적 실행주체인 각국 정부 간의 철의 삼각동맹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국제기구들은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강제하면서, 가난한 나라의 공공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한 것이 공공부문의 실패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사유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1980년대 제3세계 국가 집권세력의 대부분은 초국적 자본과 결탁하여 그들과 스스로의 이해를 위해 국가의 자원을 팔아치우고, 사유화의 실패를 더 많은 사유화와 초민족 자본의 이해를 보장하는 정책으로 일관한 자들이었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그리고 경제적으로 이행기에 있는 많은 동유럽의 구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이러한 조건 속에서 물과 각종 공공서비스 사유화 정책을 시행해 왔다. 세계적으로 물이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완전히 사유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정도는 10-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유화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그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기 위한 토론과 투쟁의 장으로! 물 사유화가 가져올 파괴적 결과는 이미 우리 앞에 도착한 현실이다. 우선, 민간자본의 참여가 확대 될수록, 이윤을 확대하고 상승한 운영비를 보존하려는 목적에서 수도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하다. 온데오가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경우 2001년에서 2004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수도요금이 35%, 40%, 30%나 인상되었다. 남아공의 경우도 온데오가 진출한 1994년에서 1996 사이 요금이 600%나 증가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 양산하고 있는 실업과 빈곤을 감안한다면, 물 사유화 아래서 엄청나게 많은 인구가 물을 사용할 권리 자체를 박탈 당하게 될 것이다. 또한 물 사유화는 공공부문(정부부문과 공기업을 포함)의 구조조정과 함께 추진되기 때문에, 관련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 노동권 후퇴 역시 필연적이다. 사실 한국의 상수도 산업이 낙후한 것은 이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충분한 인력확보 문제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인천의 경우만 해도 베올리아와의 기술합작의 주요 근거가 유수율 제고지만, 공무원노조는 “유수율 업무와 관련 각 사업소별로 현재 1년에 2개소 정도의 신규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완료된 구역에 대해서는 유지관리가 어려우며, 유수율 업무는 최소 4인 이상이 팀을 이뤄야 하는 사업으로 담당자들이 지속적인 인력 확보를 요구하였으나 묵살당해 왔다”고 시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즉, 상수도사업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공적 책임구조를 유지하면서 인력, 재정 등을 확대, 정상화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술제고라는 사유화의 명분은 많은 국가들에서 사실상 인력감축의 명분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물 관련 공기업의 노동자 7,600명 중 사유화 정책으로 절반이 넘는 4,000 여명이 명예퇴직을 당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역시 1,000여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당했다. 또한 사유화 정책은 유수율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안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 마닐라의 서부지역의 경우, 누수율을 56%에서 32%로 줄이기로 합의하고 마이닐라드라는 물기업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누수율은 오히려 14%나 증가하여 70%에 이렀다. 뿐만 아니라, 물 사유화를 시행한 대부분의 지역의 누수율이 공공부문이 담당하는 것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 밖에도 기술혁신, 사업의 확장을 위한 투자 등 사유화의 청사진으로 제시되었던 대부분의 조항들은 실현되지 않았다. 반면 운영비용은 급증했다. 결국 물 사유화 정책은 직접적인 사업수익, 그리고 공기업에 대한 주식 지분 확대 등을 통해 초민족 자본의 이윤을 확대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또한 정부부문을 포함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이다. 그 결과는 대량해고와 실업, 그리고 공공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권리 후퇴, 초민족 자본의 투자 확대로 인한 경제적 불안정성의 증대 등의 이중, 삼중의 형태로 노동자 민중들에게 전가된다. 이러한 결과들이 지구 곳곳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면서 물 사유화에 저항하는 사회운동, 시민들의 저항과 대응도 그만큼 성장해 왔다. 브라질,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많은 국가들에서 물 사유화를 저지하는 투쟁을 넘어, 시민들의 연합적 힘을 통해 물에 대한 민중적 통제를 실험하는 대안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의 물 사유화 저지 투쟁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강제하는 삼각동맹이라는 구조적 제약 안에서 민족국가 스스로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개혁을 수행하며, 세계화 정책에 편승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물 사유화 및 공공서비스의 사유화에 맞선 투쟁은 초민족 자본의 이해를 중심으로 공공서비스를 재편하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기초로 해야 한다. 그러한 지향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물 사유화에 반대하는 투쟁, 공공부문 및 공무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 한미 FTA를 비롯한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들이 해당 지역, 노동조합 등 각각의 현장에서부터 상호 결합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중의 기본적 권리를 어떻게 공격하고 파괴하는지, 권리의 주체인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획을 준비하자. 물 사유화 반대투쟁을 통해 자본의 세계화를 넘어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는 투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자.
9.17 전국노동자대회를 對노무현 정권 투쟁대회로! [%=사진1%] 노동자의 권리와 자존심을 팔아넘긴 노사정 야합 지난 9월 11일 한국노총은 경총, 대한상의, 노동부, 노사정위가 참여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자존심을 팔아 기득권을 유지하는 야합을 단행하였다. 대표적인 내용은 ▲기업단위 복수노조 도입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3년 유예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 폐지, 필수공익사업 범위에 혈액공급, 항공, 증기/온수공급, 폐/하수처리업 추가, 필수공익사업에 쟁의행위 중 필수업무 유지의무 부과 ▲필수공익사업에 대해 대체근로 허용 ▲부당해고 판정시 근로자의 요청으로 복직 대신 금전보상 가능 ▲정리해고 사전 통보기간 차등 설정(현행 60일에서 60일~30일로)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 벌칙조항 삭제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합의안에 복수노조와 관련된 내용이 빠진 것이다. 복수노조 문제는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특히 이미 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거나 유령노조, 어용노조 민주화 혹은 무노조 사업장에서의 노조 조직화를 위해 기본적인 필요조건이다. 이는 단순히 조직률 제고 뿐 아니라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복수노조 허용은 지난 97년부터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10년간 적용이 유예되어 온 바, 이번에야말로 도입하나 했더니 또 다시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되었다. 전임자 임금문제가 노조 보존을 위해 절박하다면 이를 금지하려는 정부와 자본을 비판하고 광범위한 반대운동을 조직할 일이지 노동자의 기본권을 희생시켜 맞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보존된 노조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늘리고 필수업무 유지의무를 부과하며 파업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은 파업권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그렇지 않아도 철도, 전기, 가스, 병원, 통신 등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파업은 지배세력의 이데올로기 공격과 교묘한 대체인력 투입으로 파업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되면 파업의 최소한의 효과마저 봉쇄당할 것이 뻔하다. 부당해고 판정 시 금전으로 보상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해고자의 처지를 이용하여 원직복직 대신 돈으로 해결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결국 한국노총은 조직보존을 하고, 자본은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노조결성 가능성을 봉쇄하며, 정권은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과 파업권 제한을 챙기는 ‘야합’을 했다. 노동자의 대의와 권리는 그들에게 먹잇감이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와 함께 가는 노동운동의 추악한 말로 노무현 정권과 자본 세력은 '신자유주의와 함께 가는 노동운동', ‘위기관리 파트너로서 노동운동’을 원한다. 이미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한국노총 위원장은 상반기에 KOTRA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협력약정서를 체결하고 6월말 미국에서 열린 국가 투자유치설명회에 노동계 대표랍시고 참여해서 투자유치 활동을 펼쳤다. 그것은 '건전하고 책임 있는 노동운동'을 할 터이니 초국적자본은 불안해하지 말고 한국에서 이윤추구 활동을 벌이라는 것이다. 이번 노사정 야합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노조 스스로가 신자유주의 위기관리 체제의 일부가 되어 노동자의 권리를 해체하고 저항을 억압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이를 사회적 대화 혹은 사회적 타협으로 포장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노총 스스로가 전체 노동자 앞에 무릎 꿇고 야합을 백배사죄해야 마땅한데도 ‘민주노총 타도’ 운운하며 민주노총 규탄집회까지 연 것은 노조‘운동’이기를 포기한 집단의 추악한 말로를 그대로 드러낸다. 노조운동 무력화를 노리는 노무현 정권 노사정야합에 이어 정부는 그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여 곧바로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무수히 지적된 것처럼 노무현 정권의 노사관계로드맵은 노동운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의 결정판이다. 즉, 비정규법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노동의 불안정화를 제도화시키는 것이라면, 노사관계로드맵은 이에 대한 노동운동의 운동과 저항을 봉쇄하는 것으로서 양자가 한 몸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노사관계로드맵은 한미 FTA와도 연결된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윤추구 활동을 촉진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하려는 자유무역협정은 한국 노조운동의 무력화 조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미국 자본 측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법규제에서 민법규제로 전환, 쟁의행위 중 대체인력 투입 허용, 파업 찬반투표 절차 강화,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을 요구해 왔는데 이는 노사관계로드맵의 내용과 일치한다. 노무현 정권은 노조의 권리를 제한하여 초국적자본의 투자환경을 개선시키고 개방에 대비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민주노조운동에 말하는 것 민주노총 역시 이번 야합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노총의 맞바꾸기 방안을 충분히 예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거의 방관했고 제대로 된 항의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민주노총이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노동운동의 관점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탓이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자체가 협상, 즉 주고받기 공간이며 압도적인 대중투쟁이 담보되지 않으면 협상에서 양보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수세적인 상황에서 협상에 참여했고, ‘민주적 노사관계를 위한 8대 요구안’을 내세웠지만 선언적 의미 이상을 띠기 힘들었다. 또한 협상을 중심에 놓다 보니 조합원 대중을 교육하고 투쟁으로 조직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들만의 사회적 합의’에 들러리가 된 것이다. 이번 사태의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협상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협상장의 파트너가 된 것이 문제였고 대중 교육과 운동을 중심에 두지 않은 것이 뼈아픈 오류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위기관리 체제 하에서 상층으로부터의 교섭과 협상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새로운 운동과 주체 형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하자. 노무현 정권에 종말을 고하자 뒤늦게 민주노총이 ‘노동자 살인정권, 노동기본권 개악 야합정권’을 규탄하면서 연맹별 규탄기자회견과 10월 총파업 투쟁을 내걸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투쟁전선 구축에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체 노동운동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기 때문이다. 이번 야합사태에 대한 분노를 결집시키고, 비정규 법안과 노사정로드맵의 본질을 교육/선전하여 투쟁동력을 모아 나가야 한다. 지역과 현장의 다양한 투쟁의 타격대상을 신자유주의 노무현 정권으로 정확히 맞추고 하중근 열사투쟁, 한미FTA/평택투쟁, 비정규법개악/노사관계로드맵 저지투쟁이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될 수 있도록 하자. 이러한 의미에서 하반기 투쟁의 출발이 될 9월 1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노무현 정권에 대한 투쟁대회로 만들자.
오늘 새벽을 기해 평택 대추리 도두리 일대에 대한 강제철거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제까지 평택미군기지확장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결과이며,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결과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더욱 높은 화력과 기동력을 가진 군대를 갖고자 해왔으며, 언제 어디서든 전쟁을 즉각 수행할 수 있는 군대로 미군을 재편하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는 이러한 미국의 "진짜 전쟁 기지"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후 이 내용을 제대로 공개조차 하지 않은 채 평택 미군기지확장을 위해 온갖 강압적인 수단과 방법을 써왔다. 특히 올해 5월4일~5일에는 대추리 대추분교에 대한 강제철거와 대규모 진압군 병력 투입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민중들을 구타하고 연행했다. 그리고 평택 팽성땅 주민들에게 협박과 회유, 일상 생활의 규제 등을 통해 한반도를 전쟁기지화하고자 하는 지배계급들의 목표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정부는 오늘 또다시 평택 대추리 도두리에 대한 전면적인 침탈을 시작했다. 국방부는 브리핑을 통해 태연자약하게 "내년 초 부지조성 공사를 위해서는 이번 주 내에 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으며 바로 오늘 새벽 1만 8천여명의 전투경찰 병력과 500여명의 용역철거반원들이 마을로 진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마을 외곽에서 투쟁을 벌이던 대오 중 20여명이 연행되었고, 대추리 현지에서 마을을 지키고 있던 평택지킴이 7명이 연행되었다. 그리고 주민들이 현재 살고 있는 생가 2채를 포함하여 마을 전체가 파괴되고 있는 중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는 전투경찰들의 군화발 소리와 포크레인의 굉음에 묻혀졌다. "사람이 살고 있다. 강제철거 중단하라"는 평택 주민들의 절규는 노무현의 비열한 미소 속에 가려지고 말았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걱정되어서 그 새벽 시간에 2만에 가까운 병력과 수백의 용역을 동원하여 강제철거를 진행한단 말인가. 미국의 전쟁 놀음을 기꺼이 찬양하고, 스스로 전쟁의 행렬에 "참여"하겠다는 이 "참여정부"는 민중의 평화적 생존권과는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 얼마나 만인공노할 일인가. 노무현 정권은 도저히 씻지 못할 죄를 짓고 있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일들로 이미 민심이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졌다. 이번 평택 미군기지확장을 위한 강제철거 역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전민중의 분노를 일깨워줄 것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민중들을 무참히 짓밟은 한국의 지배계급은 영원한 역사의 죄인들로 남을 것이다. 이들의 죄는 전 민중의 단결된 투쟁으로 심판할 것이다. 대추리 도두리에 대한 강제철거를 즉각 중단하라! 연행자를 석방하고 노무현은 사과하라! 평택 미군기지 확장 계획을 원천 무효화하라!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파기하라! 미국과 노무현 정권의 한반도 전쟁기지화 계획을 반대한다! 2006년 9월 13일 사회진보연대
어제, 9월 12일(화)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기획단 4차 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사회진보연대, 한총련, 노동자의힘,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전농, 한청, 부산민중연대 등이 참가했습니다 (민주노동자전국회의가 참관했습니다). 1, 2, 3차 회의는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어제 4차 회의는 정대연 정책위원장이 작성, 제출한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논의 결과보고>와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안(초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안에 대한 사회진보연대의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반전반미평화 투쟁을 중심으로 민중운동의 연대와 단결을 확장한다, 2) 민중연대투쟁의 지역적, 대중적 토대를 확장한다, 3) 조직운영의 민주성을 고양하여 연대운동의 기풍을 쇄신한다는 것은 상설공동투쟁체를 표방한 민중연대가 출범할 당시부터 제기한 것이며, 사회진보연대는 이를 제안하고 동의했기 때문에 민중연대에 참여해 활동을 펼쳐온 것이다. - 정대연 위원장에 제안한 것은 이와 같은 초기 목적을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건설의 근거로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민중연대가 이러한 목적을 지금까지 충분히 성취하지 못하고 있는 객관적 조건을 분석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바로 이러한 필수적 계획이 결여되어 있다. - 예컨대 당면투쟁이 FTA 범국본, 평택범대위, 하중근 열사대책위 등 민중연대 외부의 연대기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민중연대 참가단체들이 각 연대기구에 참여하고, 민중연대 중앙사무처 활동가들도 연대기구에 파견되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민중연대 집행위 등에서는 각 사업에 대한 보고만을 청취할 뿐, 별도의 논의안건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 조건에서 민중연대의 역할을 무엇이고, 어떤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새로운 조직이 건설되어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민중연대 또는 새로운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 한편 새 조직 건설과 관련하여 비공식적으로 논의되어온 ‘의결구조 개혁’, ‘통일연대와 통합’ 등의 문제가 지금까지 투명하게,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못했다. 예컨대 초기에 언급되던 대의원구조는 단체별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참가단체에게 결정사항에 대한 구속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이번 안에서는 대의원구조를 두지 않더라도 의결구조를 개혁하고 ‘다수결의 원리’를 도입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상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통일연대와 통합도 일부 단체만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을 뿐, 과연 새로운 조직이 앞으로 어떤 통일사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한 상이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지금까지 통일연대 사업이 반미반전사업을 제외하면 주로 교류사업과 반한나라당 투쟁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민중연대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 따라서 조직발전기획단이 제출하는 ‘조직발전안’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조직발전기획단의 명의로 문서가 운영위, 수련회, 대표자회의 등에 제출되는 것은 부적합하다. 기획단 회의에서 이런 문제를 두고 토론을 진행하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조직발전안(초안)이 전원합의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기획단 회의에서 토론된 내용도 첨부해서 차기 운영위원회(9월 14일)에 제출하자고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일단 기획단 운영은 종료하되 운영위원회에서 조직발전안에 대한 추가 토론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면 기획단을 재소집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논의가 대체로 초기 각 단체들이 품었던 의견들이 반복되어 논의되고, 계속 평행선을 유지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민중연대투쟁의 활성화를 위해서 민중연대가 자임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사회진보연대도 더 많이 토론을 진행해야 할 듯합니다. 자료를 첨부합니다.
지난주 노동자집회에서 배포한 '신자유주의 분쇄! 노무현 퇴진! 공동투쟁본부(준)' 명의의 유인물입니다.
FTA 반대 투쟁을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으로! [%=박스1%]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도구, FTA WTO DDA 협상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현재, 양자간 다자간 FTA는 더욱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략회의에 참가한 활동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FTA의 정치적, 경제적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FTA는 초민족자본들이 WTO 협상보다 빠르게, 그리고 심도 깊게 무역자유화를 추진하는 데 주요한 경로가 되었다. FTA는 세계은행, IMF, 여타 개발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들과 함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확산하고 제3세계 국가의 경제를 통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 국제개발청(USAID)을 위시로 한 원조기구들의 각종 원조 프로그램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 제3세계에 원조를 제공하는 대가로 민영화나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 붙이는 것이다. 더불어 FTA는 단지 경제적 범위에 그치는 것이 아닌데, 미국은 자신의 외교 전략에 동의하는 국가들만 추려서 FTA를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동의 국가들과 FTA를 체결하면서 이스라엘 수출품에 대한 보이콧을 해제하라고 요구한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대테러 전쟁’을 지지하는 세력을 확산하는 데 FTA를 활용한다. FTA는 군사주의의 팽창과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미국과 초민족자본에게는 경제적 이해를 넘어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FTA의 정치적·경제적 의미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확보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모인 활동가들이 이에 맞서는 전략을 논의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FTA에 반대하는 논리를 구성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국익’이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산업을 방어하자는 논리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익이라는 논리를 넘어 현재 FTA가 심화하는 신자유주의 질서가 민중의 보편적 권리를 파괴하는 것이며, 이를 넘어선 대안적인 세계를 구상하자는 합의를 모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미 많은 활동가들이 국익과 산업별 이해라는 논리가 가지는 맹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각 국 정부가 FTA를 추진하면서 보조금이나 GDP 성장률과 같은 수치를 들어 민중을 부문별 이해당사자로 분할하는 교묘한 논리에 대한 규탄이 회의 내내 계속되었다. 또한 FTA를 반대하는 사회운동이 지향해야 할 바는 민중 스스로가 조직하고 제기하는 보편적 권리에 입각한 것이어야 함도 강조되었다. 최근 라틴 아메리카에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에 대한 라틴 아메리카 활동가들의 평가를 예로 들 수 있다. ALBA가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사회운동들이 그 동안 벌여온 투쟁과 토론의 영향을 받아서 탄생한 것이며,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지양하고 연대와 민중의 생존이라는 원리에 입각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실현됨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ALBA의 일환으로 건설되고 있는 송유관 부지를 위해 그 곳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이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라틴 아메리카의 활동가들은 민중의, 민중에 의한 대안이 천연자원에 대한 민중의 권리, 거주의 권리, 생존의 권리, 식량주권과 같은 민중의 권리들이 보편화되고 실현되는 것임을 명확히 하면서 지속적으로 운동들 간의 토론과 연대를 확장해야 함을 역설했다. 서로의 경험을 교류하고 배우다 1) 태국 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과 FTA 협상을 시작했다. 태국의 탁신 총리가 이끄는 정권은 태국 현대사에서 가장 강력한 정권으로 평가받는다.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해왔고, 기업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태국의 활동가는 ‘공동지배’라고 표현했다). 이런 강력한 정권 하에서 태·미 FTA 반대 운동을 펼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라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태·미 FTA의 의미에 대해서 폭로하고, 운동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태·미 FTA 반대 투쟁에 주축은 농민들과 HIV 감염인들이다. 탁신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농촌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태국의 활동가는 이를 탁신이 라틴 아메리카의 인민주의 정권들에게서 배워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을 조직화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태국의 사회운동들은 탁신 정권의 농업 정책이 태국의 경제와 사회 전반을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하는 흐름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소농들의 이익과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 농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임을 폭로하고, 계속해서 농민들을 조직하려 애썼다. 태·미 FTA 반대 투쟁의 주요 축인 HIV 감염인들의 경우, 의약품 특허, 지적재산권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관심사라고 밝혔다. 태국에서 성산업이 매우 크다는 것이야 유명한 사실이고, 이런 성산업은 주로 이를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국가의 묵인 하에서 활성화되었다.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매우 가난하고 그 때문에 성산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초국적 제약회사들이 FTA를 통해 약가를 올릴 경우 목숨을 잃는 지경에 처하는 것이다. 이들 중 한 활동가는 회의장에 앉은 모든 이들에게 “당신들에게 FTA 반대 투쟁은 목숨을 건 싸움인가?”하는 질문을 던졌다. FTA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중의 삶을 파괴한다는 우리의 주장이 그 동안 얼마나 진정과 무게를 담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우리의 투쟁과 운동이 더욱 발전해야만 하는 절박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2) 에콰도르 에콰도르에서 농민운동을 하고 있는 루시오는 에콰도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은 전미자유무역지대(FTAA)를 실현하려는 계획이 난항을 겪자 개별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고 에콰도르 정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4월 에콰도르에서 미국과의 FTA에 반대하는 거대한 시위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대학생인 호니 몬테스데오카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루시오는 이런 투쟁이 조직된 과정을 설명했다. FTAA에 반대하는 투쟁을 진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FTA 협상이 진행되자 해안 지역의 어민 단체, 농민 단체, 원주민 단체, 노동조합, 환경운동 단체, 사회운동 단체들이 활발하게 FTA 반대 운동에 결합했다. 이들은 방방곡곡을 다니며 FTA에 대해 교육하고 사람들을 조직하는 운동을 펼쳤다. 더불어 에콰도르 운동들은 대륙적 차원과 국제적인 차원에서 사회운동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전략을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이에 대해 강력한 탄압으로 맞섰지만, 탄압이 강해질수록 FTA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미국은 FTA를 체결하기 위해 USAID를 활용했다. USAID가 에콰도르의 무역대표단을 훈련하도록 재정을 지원했고, FTA 체결 후 이익이 있을만한 부문에 대한 연구를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의 단체와 민중에게는 재편될 경제체제 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고 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FTA 협상을 반대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의 봉기가 거세지자 정부는 미국의 석유회사 옥시덴탈의 부정부패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내몰렸고, 에콰도르 정부가 옥시텐탈과의 계약을 취소하자 미국은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에콰도르의 사회운동들은 이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과의 FTA 협상을 끝까지 저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하고, 대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모색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생태와 농업의 문제를 연구하고, 식량주권의 의미를 농민과 그 밖의 민중들과 공유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3) 칠레 칠레는 이미 36개 이상의 FTA를 체결한 국가다. 칠레에서 FTA의 효과는 민영화를 위한 법, 제도 정비에서 가장 먼저 표면화되었다고 한다. 공공 부문의 모든 것이 민영화되고 있는데, 가장 놀라운 것은 해역조차 민영화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해역을 민간 기업들에게 팔아넘기고 있는 것이다. 민영화된 해역에서 그 기업이 아닌 다른 이들은 조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칠레의 어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칠레에서는 이런 민영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새롭게 조직되고 있다. 피노체트 독재 하에서 사회운동이 거의 궤멸되었는데, 최근 민영화를 반대하는 운동으로 새롭게 조직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원주민, 농민, 학생들이 주축을 이루고, 민영화된 연금제도(이는 피노체트 정권 하에서 실행되었다) 하에서 노후의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가세하고 있다. 게다가 수도뿐만 아니라 강물까지도 사유화되면서 민영화 반대 운동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운동들은 서로 통합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칙은 국가와 정부에 대한 자율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칠레에는 재야의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여성이자 독재 정권 하에서 고문을 당했고, 민주화 운동을 벌였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FTA를 모두 인정하고, 신자유주의적인 정책 기조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운동의 전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칠레에서 온 카밀라는 최근 세계은행까지도 시민의 참여를 말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들이 민중을 신자유주의 통치성에 포섭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략을 모색하자, 연대를 강화하자 소개한 국가의 경험 외에도 참가한 활동가들이 소개한 다른 모든 사례들이 FTA에 맞서 투쟁하는 모든 운동들에게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했다. 배제된 땅 아프리카에서조차 이윤을 찾으려는 초민족자본들과 이를 지원하는 국가, 국제기구들은 경제파트너쉽협정(EPA)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아프리카에 들어오고 있다. 내전과 기아, 처참한 빈곤 속에서 시달리는 아프리카 민중들은 이런 협정이 기회인지 위험인지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너무나 빈곤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발전이라도 이뤄야하지 않겠냐는 절박한 심정이 기대로 표출되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회운동들은 이런 현실 속에서 민중을 조직하고 운동을 형성하기 곤란한 조건에 처해있음을 토로했고, 그 하에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고 이에 맞선 저항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밝혔다. 그 구체적인 상황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FTA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그 본질을 알리고, 운동의 주체로 조직하기 위한 사회운동들의 노력이 모든 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사회운동들에게 서로의 투쟁의 교훈을 공유하고 공동의 전략을 모색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일은 너무나 절박했다. 아래로부터의 조직화가 강조되었고, 국제적인 연대의 중요성도 제기되었다. 대중교육의 중요성, 신자유주의와 FTA를 연계시키는 문제, 정부와 국제기구들의 포섭과 배제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는 문제, 서로의 투쟁과 인식을 일상적으로 교류하는 문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교훈과 제안이 도출되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밥 먹는 시간과 두 번의 쉬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회의가 진행되었지만, 그도 모자랄 정도였다. 이 전략회의가 어떤 구속력이 있는 결의를 모으자는 취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제안을 모아서 정리하는 것으로 회의는 끝을 맺었다. 구체적인 제안들 ·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을 알 수 있도록 FTA 반대 투쟁의 지도를 그리자. ·정보와 분석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 지금까지 나온 연구자료, 교육 자료를 공유하고, 앞으로 나올 자료들을 축적하자. ·FTA는 무엇인지, 그것의 영향은 무엇인지를 종합하는 간결한 자료를 만들자. 행동제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회운동들의 연대와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워크샵을 한·미 FTA 4차 협상 기간에 한국에서 개최하자. ·이경해 열사가 자결한 9월 10일에 FTA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전 세계 공동행동을 벌이자. 한·미 FTA 반대 투쟁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전략회의에 참가한 많은 활동가들의 경험은 FTA가 노동자민중의 삶과 권리를 담보로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제일 뿐임을 말해준다. FTA는 전 세계를 신자유주의적인 질서로 재편하는 과정이며, 이런 신자유주의적인 질서는 필연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삶과 날카롭게 대치될 수밖 에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좀 나은 FTA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FTA의 문구를 바꾸거나 협상 과정 자체를 민주화하는 것은 일시적인 성과일 수는 있지만, 역설적으로 FTA의 영향을 보완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한·미 FTA 반대 투쟁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미 FTA 반대 투쟁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과 연결되지 못하고,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 재편을 심화하면서 온 민중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대 투쟁과 연결되지 못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싸우는 세계의 민중들과 연결되지 못하면서 협상을 저지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진정한 성과도 아닌 것이다. 한·미 FTA 반대 투쟁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만들어야 한다.
캐나다에서 에이즈를 말하다 너무 먼 당신, 에이즈 [%=박스1%] 미국에서 최초로 에이즈가 게이(gay)에게서 발견되었을 때 이를 '게이 돌림병'이라고 불렀다. 미국은 가족주의와 가부장제를 옹호하기 위해 정상적인(?) 성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은 게이에게 '성적으로 문란하여' 결국에는 '천벌'을 받은 것이라고 에이즈 발병원인을 규정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에이즈에 걸리기 쉬운 집단을 '부도덕한 이들'이기 때문에 천형이 내려졌다는 식으로 공격했다. 부도덕하지 않은 나, 성적으로 문란하지 않은 나, 역시 성적으로 문란하지 않을 것이 확실한(?) 배우자, 애인. 그래서 나는 에이즈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에이즈에 걸린 이들을 비난하는데 동참하고 있지는 않은지. 질병은 환자가 처한 사회적 조건과 살아온 모습을 반영한다. 하지만 흔히 개인이 '몸관리를 잘 못해서'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많고, 환자가 되면 ‘보호와 지원’이 아닌 '정상'생활에서의 ‘퇴출’을 당한다. 직장검진 전에 노동자가 혈압이 높게 나올까봐 청심환을 먹고 가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전염성질병의 경우 '세균, 바이러스를 나에게 옮길 수 있는'이라는 비과학적인 의심은 바이러스와 감염인을 동일시한다. 몇몇 전염성질병에는 도덕성을 결부시킨다. 한센병, 결핵, 에이즈=더러운, 천한, 가난한, 성적으로 문란한 자. 그래서 이들을 격리시키고 비난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다. 특히 에이즈의 경우 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공격하는 수단이다.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여성, 성노동자, 흑인들이다. 캐나다에 간 이유 16차 국제에이즈회의가 8월 13일~18일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되었다.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에이즈회의에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있는 에이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관료, 국제기구 관계자, 제약회사, 과학자, 연구자, 정책가들이 모인다. HIV/AIDS 감염인들은 이 회의를 그들만의 잔치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감염인의 관점에서 에이즈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하면서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왔다. 이번 16차 회의의 주제는 '결정하고 실천할 때 Time to deliver'이다. 지금까지의 논의와 해결책을 실행하기 위해 책임을 져야할 때라고 주제가 결정된 것은 에이즈가 발견된 지 25년이 된 지금 에이즈확산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국제에이즈회의에서는 주요 의제 5가지에 대한 전시, 토론, 심포지움, 영화제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주요 의제는 에이즈 확산을 중단시키기 위한 연구 촉진, 치료와 예방을 확대하기 위한 인적자원의 유지와 증대, 감염인 개인과 공동체의 결합 증대, 답변을 진척시키기 위한 새로운 지도력 형성, 현장으로부터 배우기이다. 한국에서는 나프(Nopi Narara HIV/AIDS people)공동체,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한국 HIV/AIDS 감염인연대, 한국 HIV/AIDS감염인협회 등의 단체 및 개인이 최초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참여하였다. 우리는 토론토에 오기 전 한달 반 동안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주범이 무엇인지를 토론했다. 에이즈는 의학적으로 수혈, 성행위를 통해서, 그리고 에이즈에 걸린 산모에서 태아에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감염되어 면역력이 약해지는 질병이고 사회적으로는 성차별, 인종차별, 성소수자 차별, 빈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해 확산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질병이다. 따라서 이런 사회적인 요건들에 의해 가장 피해가 심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에이즈발병률이 높다. 에이즈문제를 종식시키기 위해 요구하고 싸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토론은 시작되었다. 그래서 에이즈를 둘러싼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우리는 우선적으로 자유무역협정과 한국의 에이즈예방법의 문제를 제기하기로 하였다. 이것은 국내문제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염인의 관점에서 감염인의 방식으로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의 에이즈환자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진1%] 예방과 치료 사이에서 국제사회는 에이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방과 치료를 두고 오랜 공방을 벌였다. 세계지도자라고 불리는 이들과 선진국 정부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예방'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에이즈환자들은 G8국에 '당장 아프리카를 치료하라, 당장 에이즈를 치료하라'고 주장했다. 왜냐면 선진국 정부는 성소수자, 흑인, 외국인, 여성, 성노동자, 가난한 자들을 위해 돈을 쓰기 싫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예방정책은 국내거주자만을 관리하고, 에이즈에 걸린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를 퍼트리지 않도록 통제하기 위한 수준만큼 치료를 하는 것이다. 예방과 치료사이의 공방은 마치 ‘예방은 비감염인을 에이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개인적 조치이고’, ‘치료는 에이즈환자를 위한 것처럼’ 예방과 치료가 분리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에이즈를 예방하는 것과 에이즈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반비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예방정책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에이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도록 했고, 그들이 유지하고자 하는 사회를 굳건히 하는데 적절히 이용되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성공했다. 그들의 예방정책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첫째, 에이즈는 사스나 조류독감처럼 전 세계적인 질병이지만 국내거주자만 관리하려 한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외국인에게 HIV검사를 강요하고 있다. 장기체류외국인이 입국할 때 HIV양성반응이 나오면 입국할 수 없고, 국내에 거주하던 외국인이 HIV양성이 되면 강제출국을 당하게 된다. 둘째, 한국정부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성노동자, 마약사용자,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여성 등을 비정상적이고 비도덕적인 존재로 규정을 하고 이들을 타깃으로 이들을 차별을 하는 예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부시대통령의 에이즈예방정책이 대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데, '금욕, 순결, 그래도 안되면 콘돔을 사용하라'이다. 한국의 예방법에는 대표적으로 감염인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행위를 했을 경우 처벌하게 하는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 감염인을 실명관리와 감시하게 하는 신고·보고 조항, 외국인, 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검진조항이 있다. 여러분이 성행위를 할 때 콘돔을 사용하는지 아닌지를 검사하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이 존재한다면 어떻겠는가? 콘돔만으로 에이즈확산을 막을 수 없는 증거들 '개인의 잘못된 행위'나 '안전한 성행위를 하지 않은 개인의 실수(?)'만으로 에이즈의 확산을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녀노소, 인종,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남반구와 북반구의 구분 없이 비슷한 비율로 에이즈가 발병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흑인이 더 많이 감염되고,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더 많이 감염되고, 비율로 따졌을 때 동성애자의 감염 비율이 높고, 여성이 감염의 온상지로 여겨진다. 흑인이, 동성애자가, 인도와 아프리카의 가난하고 덜 문명한 이들이, 성노동자들이 덜 윤리적이고, 덜 똑똑하고, 더 분별력이 없고, 덜 합법적이고, 비정상적인가? 2004년 7월 14일 UN에서 '여성과 HIV/AIDS: 위기에 직면'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는 아프리카에서 결혼한 젊은 여성이 결혼하지 않은 비슷한 연배의 여성보다 더욱 위험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이것은 성불평등과 차별 때문이다. 특히 더 나이 많은 남편에게 콘돔을 사용할 것과 여성이 원하는 성행위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남편이 있는 여성보다 과부가 치료에 관한 정보를 찾기가 더 쉽다고 한다. 발표자는 부시의 에이즈정책 '금욕, 순결, 콘돔을 사용하라(Abatain, Be faithful, Comdomise)'를 비판하면서 성평등과 여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없다면 국제적으로 에이즈에 대항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활동가는 부시의 정책에 대해 ’내 남편이 제일 위험하다‘고 표현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감염인의 58%가 여성이고, 15~24세의 젊은 여성은 같은 나이의 남성보다 HIV에 감염될 위험이 2.5배나 높다. 대부분 재산권이 없는 그녀들은 에이즈치료제를 사먹을 수 없다. 그녀들에게 재산권과 성평등이 보장되지 않는 한 그녀들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여성운동진영이 에이즈운동을 하고, 에이즈운동이 여성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유니세프는 'Children on brink 2004' 보고서를 통해 에이즈로 인해 고아가 된 어린이가 2%(1990년)에서 28%이상(2003년)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지역에서 2000년 이후 380만 명의 어린이가 에이즈로 부모를 잃었고, 2010년까지 1850만 명의 어린이가 에이즈로 인해 고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아시아는 아프리카에 비해 전체 감염률은 낮지만 전체고아의 수는 두 배이다. 2003년에 아시아에서 고아는 8760만 명이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4340만 명이다. 임신 중 에이즈치료제를 먹으면 수직감염을 예방할 수 있지만, 치료제가 공급되지 않아서 많은 아이들이 감염된 채로 태어나고, 이후에도 기본적인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에게 필수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세우고 있는 국가는 매우 희박하다. 개발도상국에는 감염된 어린이의 치료를 위한 간단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 용량에 맞춰 어린이가 먹기 쉽도록 에이즈치료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도 없다. 태국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가는 '제약회사는 감염된 어린이에게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UNAIDS(유엔에이즈계획, the United Nations Programme on HIV/AIDS)에 따르면 감염된 어린이는 2003년 기준으로 북미에 500명, 유럽에 500명이다. 따라서 거대제약사들은 어린이 에이즈치료제가 선진국시장에서 큰 이윤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 활동가들은 어린이에 대한 치료와 지원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재정적 문제라고 말한다. 어린이 감염이 점점 증가하는 것이 그들 부모가 무지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해서인가?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FTA, 당장 에이즈를 치료하라 애보트는 아프리카를 아예 배제하고 에이즈치료제를 만들었다. 애보트가 생산하는 에이즈치료제 로피나비어가 냉장보관 형태로 만들어졌고,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의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수 년 전부터 에이즈환자와 의사는 에이즈치료제를 열에 안정한 형태로 만들 것과 약값을 인하할 것을 요구해왔다. 2004년 방콕에서 있었던 15차국제에이즈회의에서 애보트는 열에 안정한 형태로 만들 것을 약속했다. 그래서 애보트는 열에 안정한 알약형태의 알루비아 Aluvia를 출시했고, 8월 13일에 '개발도상국에서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저소득국가와 중진국에서 연간 환자당 가격을 2200달러로, 아프리카와 최빈국에서는 연간 환자당 500달러로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보트의 약속은 공허하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아프리카 지역의 환자에게 연간 500달러는 죽음을 부르는 가격이다. 에이즈치료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로슈, 애보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길리어드 등 몇 개의 초국적제약회사에 의해 판매되고 있고, 이들은 특허권을 통해 생산, 판매에 있어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격 또한 유럽과 미국에서 팔릴 수 있는 최대의 가격을 요구를 한다. 이들 제약회사 외에는 에이즈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아무 곳에도 없냐면 그것은 아니다. 인도, 브라질, 남아공,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짐바브웨 등 많은 국가에서 에이즈치료제를 국내에서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공공제약회사를 통해서 혹은 강제실시를 통해서 혹은 인도의 복제약 수입을 통해서 말이다. 그런데 초국적제약회사는 FTA를 통해 특허권과 정보독점권을 더욱 강화하여 값싼 약을 공급하고자 하는 정부, 국제기구의 노력과 환자들의 투쟁을 무력화시키려 한다. 우리나라는 에이즈치료제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2000년 이후에 세상에 나온 약들이 많이 들어와 있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로슈의 푸제온이다. 푸제온은 2004년에 보험등재가 되었지만 로슈가 요구한 가격에 못 미치게 보험약가가 결정이 되어 아직까지 판매를 하고 있지 않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지역에는 1차 치료제조차 충분히 공급되고 있지 않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지역은 에이즈환자의 수는 엄청나지만 돈 없는 대륙이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버린 땅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한국 등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제약회사의 이윤에 의해 생명을 좌지우지 당하는 문제는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에이즈치료제의 필요성에 대한 결정을 환자나 의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회사가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에이즈 치료는 초국적제약회사의 이윤을 충족시켜 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초국적제약회사를 상대로 하는 싸움은 한 국가내에서만 하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에이즈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투쟁은 국제적이어야 하고, 국제연대가 중요하다. 그리고 FTA는 의약품의 공급, 약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에이즈치료제가 무상공급이 될 것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민간보험이 활성화되면 에이즈환자는 더욱 의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다. 지금도 에이즈환자는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감염인 인권증진이 에이즈예방이다 에이즈를 '게이 돌림병' 혹은 부도덕한 이들에 대한 천형으로 여기는 인식은 에이즈문제를 에이즈에 걸린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고, 에이즈환자에 대한 응징을 해야 하고 혹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주범을 통제해야한다는 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나는 에이즈와 무관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을 비난하는데 동참하게 만들었다. 결국 한국정부를 비롯하여 많은 국가에서 에이즈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예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에이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은 이미 에이즈환자들에 의해 제시되었다. 성평등과 여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없다면 국제적으로 에이즈에 대항할 수 없다. 성노동자에게 인권과 노동권을, 마약사용자에게는 깨끗한 주사기공급과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당장에는 모든 이에게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값싼 복제약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여 무상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에이즈환자에게 어떤 치료제가 필요한지 결정하고 국제적으로 공동의 연구개발을 하여 그 결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의 에이즈환자들은 에이즈위기를 감염인의 관점으로 감염인의 방식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감염인 인권과 에이즈예방이 반비례한다는 입장은 에이즈를 더욱 확산시킬 뿐이다. 이제는 'HIV가 아니라 제약자본의 탐욕이 우리를 죽인다'고 외치는 감염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예방'의 사전적 의미는 탈이 나는 원인을 미리 제거하여 탈을 막는 것이다. 그러면 탈이 나는 원인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예방조치의 방향은 달라진다. 에이즈는 전 세계적으로 성차별, 인종차별, 성소수자차별, 빈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원인 때문에 에이즈환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 FTA 문제, 초국적제약자본에 의한 생명권박탈 등의 문제가 전 세계 에이즈환자의 공통의 문제이다. 우리는 에이즈확산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을 감염인 인권증진이라고 부른다. 즉 감염인 인권증진운동은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사회구조와 차별을 바꾸는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