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국토의 절반 이상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 지난 9월 2, 3일 양일 간 나토가 이끄는 아프가니스탄평화유지군(ISAF)은 탈레반을 상대로 ‘눈사람작전(Operation Snowman)’이라는 대규모 군사공격을 감행했다. 그 결과 탈레반 200명이 사살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동시에 나토군 측 사상자들도 수십 명 발생했다. 그 와중에 칸다하르에서는 영국군 헬기가 탈레반에 의해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남부 헬만드(Helmand) 일부 지역은 이미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영국언론인 가디언 인터넷판 2006년 10월 20일자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의 승리란 절대 없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교전상황은 이라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격렬하다는 영국군 여단장 애드 버클러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이는 현재 나토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얼마나 실현 불가능한 전략들에 매달리고 있는지 반증해준다.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패배한 탈레반은 몇 년 사이 국제정치무대로 재등장했고, 그사이 그들의 무장력은 규모나 기술면에서 나토를 허우적거리게 만들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해왔다. 군사공격으로 알 카에다 혹은 탈레반을 무력화시키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들은 9·11 직후에는 미국 사회 내에서 비주류에 속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침공 5년 후 탈레반 부흥과 함께 다시 힘을 얻었다. 그만큼 탈레반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부대와 진지를 갖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 대한 필수 구호활동을 병행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확고한 지지와 원조를 바탕으로 게릴라 군사행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 결과 아프가니스탄 남부 대다수 지역에서는 손쉽게 탈레반 지배구조가 성립되었고,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기 위해 점점 북부로 무섭게 돌진하고 있는 상태이다. 미군과 나토(NATO)1)에 의한 지옥의 문 한편 격렬한 교전이 빈번하고 현지 점령상황은 입맛대로 돌아가지 않자 위기의식이 한층 고조된 나토는 최근 들어 군사공격과 검문 실시 강도를 대폭 높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을 더 큰 희생자로 만드는 결과를 낳아 민심이반을 대량으로 부추기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한 예로 10월 29일 라마단 폐막 축제가 열렸던 밤에 나토의 공습으로 민간인 60명 이상이 그 자리에서 살해되는 범죄가 발생하는 등, 10월 말 나토 군사공격과 관련한 기사들을 종합해 보면 단 2주 만에 민간인 사망자만 100명 이상이었다. 최근 유엔이 참여한 공동 보고서에는 11월 아프가니스탄 사망자 수는 전 달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올 해 들어 전체 사망자 수는 3천 700명 이상이며, 이 중 민간인 희생자는 1천명 이상 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국제인권법학회 회장 셰리프 바시오니(M. Cherif Bassiouni) 교수는 아프간인권위원회(AHRC)와 함께 유엔 산하의 독립적 인권전문가로 1년간 현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사한 외국군들의 만행을 보고2)한 바 있다. 그는 미군 주도 외국군들이 일반 주택에 난입해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잡아가며, 감옥 안에서는 “성적 고문, 구타, 학대 그리고 사망에 이르는 물리적 힘의 사용” 등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그는 미군 주도의 외국군들이야말로 법체계의 타락을 가져온 장본인들이며, 법적 질서를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다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과정들은 나토가 주력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안보’와 ‘경제개발’이 허울을 뒤집어 쓴 수사적 표현에 불과한 것임을 말해준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원조가 아니라 미국의 점령원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지배자들의 일부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석유와 가스 저장고이자, 파키스탄과 이란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중앙아시아의 유리한 전략지점이기에 이곳에 대한 통제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미국과 나토의 주요 연합국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정치구도를 짜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성사시키기 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쉽게 손을 떼지 않을 것이다. [%=사진2%] ‘민주주의’와 ‘여성 해방’이라는 거짓말 한편 부시 대통령은 카불의 정권교체가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선사하고 여성들의 해방을 불러들일 것이라 자신했다. 그의 주장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구체화할 수 있는 막강한 도덕적 명분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는 완벽한 기만이자 위선이다. 미국은 CIA와 협력해 온 하미드 카르자이를 대통령으로 앉힌 뒤, 각 종족과 부족별 지도자들의 뒷받침을 획득하기 위해 탈레반 공격에 협조해 온 ‘북부 동맹(Northern Alliance)’ 군벌들에게 공직을 대거 안배했다. 북부동맹은 국내 마약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여성들을 납치, 집단 강간하는 등 아프간 민중들을 경제적 성적으로 착취해 온 범죄 집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버트 피스크 국제분쟁 전문 기자는 첫 국방부 차관을 맡았던 압둘 라쉬드 도수툼(Abdul Rashid Dustum)의 이력에 대해, "북부 동맹에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카불 외곽 지역에서 수없이 강탈과 강간을 저질러 온"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지난 7월 카르자이 정권은 탈레반의 악명 높은 여성인권유린 정책의 일환이었던 ‘선행증진악행방지(Promotion of Virtue and Prevention of Vice)’ 부서를 부활시켰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의 하수인’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흔들리는 정권 기반을 다지려는 목적으로 과거 탈레반의 여성 억압 정책들을 복원시키는 방식을 취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회유하려 들고 있다. 심지어 올해 5월에 새로 인선한 내각 각료들 중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극단적 후퇴현상까지 보였다. 따라서 오늘 날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의 성적권리가 진전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성적 인권유린에 앞장서 온 군벌 혹은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야말로 오히려 점령의 수혜를 입으며 여전히 권력자의 한가운데 있다. 아프간 민중의 분노와 군사점령 실패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게 끝없는 혼돈과 무질서를 초래했다. 다국적 싱크탱크인 센리스(www.senliscouncil.net)가 낸 최근 보고서에는,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이 받고 있는 심각한 생존권의 위협들이 잘 나와 있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유아들은 4명 중 1명꼴로 평균 5세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기아나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어떤 지역에서는 임산부 사망률이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고 되었다. 특히 아편 재배 금지 정책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존수단이 직접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센리스는 이제 더 이상 미군과 나토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책임질 수 없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재건과 개발, 평화정착을 하나도 이뤄내지 못했고, 무분별한 행동들도 중앙정부와 지역 주민들 사이의 관계만 악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미국의 중동 장악의 출입구였던 아프가니스탄 점령은 명백히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핵심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몰아세운 ‘탈레반 악마화’가 물거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게는 미국과 나토가 공모하는 점령의 협력체제들이야말로 자신들의 기본적 삶의 조건들을 더 파탄시키는 악의 세력으로 비춰질 뿐이다. 서구식 이데올로기의 일방적인 강요, 반민중적 정책, 심화되는 빈곤과 폭력 등은 민중들의 분노를 부추기며, 98년의 미 공습 때처럼 또 한 번 탈레반의 힘을 역으로 키워주었다. 이제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면 단기간에 승리할 것이라는 보편적 원칙에 가까웠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나토군은 지금 당장 철수해야 하며 모든 점령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 1) 2003년 8월,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는 2001년 12월부터 아프가니스탄 치안유지를 맡아 온 국제평화유지군(ISAF)으로부터 지휘권을 무기한 인수해 군사작전을 직접 주도하고 있으며, 미군은 나토와는 별개로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투입해 대테러전을 수행하고 있다. 본문으로 2) Report of the Independent Expert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Afghanistan, March 2005 본문으로
[%=사진1%] 국토의 절반 이상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 지난 9월 2, 3일 양일 간 나토가 이끄는 아프가니스탄평화유지군(ISAF)은 탈레반을 상대로 ‘눈사람작전(Operation Snowman)’이라는 대규모 군사공격을 감행했다. 그 결과 탈레반 200명이 사살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동시에 나토군 측 사상자들도 수십 명 발생했다. 그 와중에 칸다하르에서는 영국군 헬기가 탈레반에 의해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남부 헬만드(Helmand) 일부 지역은 이미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영국언론인 가디언 인터넷판 2006년 10월 20일자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의 승리란 절대 없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교전상황은 이라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격렬하다는 영국군 여단장 애드 버클러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이는 현재 나토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얼마나 실현 불가능한 전략들에 매달리고 있는지 반증해준다.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패배한 탈레반은 몇 년 사이 국제정치무대로 재등장했고, 그사이 그들의 무장력은 규모나 기술면에서 나토를 허우적거리게 만들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해왔다. 군사공격으로 알 카에다 혹은 탈레반을 무력화시키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들은 9·11 직후에는 미국 사회 내에서 비주류에 속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침공 5년 후 탈레반 부흥과 함께 다시 힘을 얻었다. 그만큼 탈레반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부대와 진지를 갖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 대한 필수 구호활동을 병행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확고한 지지와 원조를 바탕으로 게릴라 군사행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 결과 아프가니스탄 남부 대다수 지역에서는 손쉽게 탈레반 지배구조가 성립되었고,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기 위해 점점 북부로 무섭게 돌진하고 있는 상태이다. 미군과 나토(NATO)1)에 의한 지옥의 문 한편 격렬한 교전이 빈번하고 현지 점령상황은 입맛대로 돌아가지 않자 위기의식이 한층 고조된 나토는 최근 들어 군사공격과 검문 실시 강도를 대폭 높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을 더 큰 희생자로 만드는 결과를 낳아 민심이반을 대량으로 부추기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한 예로 10월 29일 라마단 폐막 축제가 열렸던 밤에 나토의 공습으로 민간인 60명 이상이 그 자리에서 살해되는 범죄가 발생하는 등, 10월 말 나토 군사공격과 관련한 기사들을 종합해 보면 단 2주 만에 민간인 사망자만 100명 이상이었다. 최근 유엔이 참여한 공동 보고서에는 11월 아프가니스탄 사망자 수는 전 달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올 해 들어 전체 사망자 수는 3천 700명 이상이며, 이 중 민간인 희생자는 1천명 이상 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국제인권법학회 회장 셰리프 바시오니(M. Cherif Bassiouni) 교수는 아프간인권위원회(AHRC)와 함께 유엔 산하의 독립적 인권전문가로 1년간 현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사한 외국군들의 만행을 보고2)한 바 있다. 그는 미군 주도 외국군들이 일반 주택에 난입해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잡아가며, 감옥 안에서는 “성적 고문, 구타, 학대 그리고 사망에 이르는 물리적 힘의 사용” 등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그는 미군 주도의 외국군들이야말로 법체계의 타락을 가져온 장본인들이며, 법적 질서를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다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과정들은 나토가 주력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안보’와 ‘경제개발’이 허울을 뒤집어 쓴 수사적 표현에 불과한 것임을 말해준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원조가 아니라 미국의 점령원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지배자들의 일부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석유와 가스 저장고이자, 파키스탄과 이란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중앙아시아의 유리한 전략지점이기에 이곳에 대한 통제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미국과 나토의 주요 연합국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정치구도를 짜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성사시키기 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쉽게 손을 떼지 않을 것이다. [%=사진2%] ‘민주주의’와 ‘여성 해방’이라는 거짓말 한편 부시 대통령은 카불의 정권교체가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선사하고 여성들의 해방을 불러들일 것이라 자신했다. 그의 주장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구체화할 수 있는 막강한 도덕적 명분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는 완벽한 기만이자 위선이다. 미국은 CIA와 협력해 온 하미드 카르자이를 대통령으로 앉힌 뒤, 각 종족과 부족별 지도자들의 뒷받침을 획득하기 위해 탈레반 공격에 협조해 온 ‘북부 동맹(Northern Alliance)’ 군벌들에게 공직을 대거 안배했다. 북부동맹은 국내 마약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여성들을 납치, 집단 강간하는 등 아프간 민중들을 경제적 성적으로 착취해 온 범죄 집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버트 피스크 국제분쟁 전문 기자는 첫 국방부 차관을 맡았던 압둘 라쉬드 도수툼(Abdul Rashid Dustum)의 이력에 대해, "북부 동맹에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카불 외곽 지역에서 수없이 강탈과 강간을 저질러 온"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지난 7월 카르자이 정권은 탈레반의 악명 높은 여성인권유린 정책의 일환이었던 ‘선행증진악행방지(Promotion of Virtue and Prevention of Vice)’ 부서를 부활시켰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의 하수인’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흔들리는 정권 기반을 다지려는 목적으로 과거 탈레반의 여성 억압 정책들을 복원시키는 방식을 취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회유하려 들고 있다. 심지어 올해 5월에 새로 인선한 내각 각료들 중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극단적 후퇴현상까지 보였다. 따라서 오늘 날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의 성적권리가 진전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성적 인권유린에 앞장서 온 군벌 혹은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야말로 오히려 점령의 수혜를 입으며 여전히 권력자의 한가운데 있다. 아프간 민중의 분노와 군사점령 실패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게 끝없는 혼돈과 무질서를 초래했다. 다국적 싱크탱크인 센리스(www.senliscouncil.net)가 낸 최근 보고서에는,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이 받고 있는 심각한 생존권의 위협들이 잘 나와 있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유아들은 4명 중 1명꼴로 평균 5세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기아나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어떤 지역에서는 임산부 사망률이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고 되었다. 특히 아편 재배 금지 정책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존수단이 직접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센리스는 이제 더 이상 미군과 나토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책임질 수 없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재건과 개발, 평화정착을 하나도 이뤄내지 못했고, 무분별한 행동들도 중앙정부와 지역 주민들 사이의 관계만 악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미국의 중동 장악의 출입구였던 아프가니스탄 점령은 명백히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핵심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몰아세운 ‘탈레반 악마화’가 물거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에게는 미국과 나토가 공모하는 점령의 협력체제들이야말로 자신들의 기본적 삶의 조건들을 더 파탄시키는 악의 세력으로 비춰질 뿐이다. 서구식 이데올로기의 일방적인 강요, 반민중적 정책, 심화되는 빈곤과 폭력 등은 민중들의 분노를 부추기며, 98년의 미 공습 때처럼 또 한 번 탈레반의 힘을 역으로 키워주었다. 이제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면 단기간에 승리할 것이라는 보편적 원칙에 가까웠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나토군은 지금 당장 철수해야 하며 모든 점령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 1) 2003년 8월,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는 2001년 12월부터 아프가니스탄 치안유지를 맡아 온 국제평화유지군(ISAF)으로부터 지휘권을 무기한 인수해 군사작전을 직접 주도하고 있으며, 미군은 나토와는 별개로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투입해 대테러전을 수행하고 있다. 본문으로 2) Report of the Independent Expert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Afghanistan, March 2005 본문으로
[%=사진1%] 유례없는 거대한 감옥 현재 팔레스타인에는 거대한 장벽이 건설되고 있다. 2002년 4월 이스라엘 정부는,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인 거주지로 폭발물을 반입시키는 것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안보 울타리’ 계획을 내놓았다. 이 계획에 따라 인구밀집지역에서부터 시작해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 요르단 계곡을 완전히 분리하는 3단계 장벽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002년 6월부터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주변에 건설되기 시작한 고립장벽은 완성될 경우 총 길이 730km에 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한 군사분계선의 길이가 260km 정도이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이 건설 중인 서안지구의 고립장벽은 두 가지 형태인데 하나는 콘크리트 장벽이고, 다른 하나는 전기 철조망이다. 깔낄리야, 툴카렘, 동예루살렘 등지에는 베를린 장벽의 두 배에 가까운 높이 8m의 콘크리트 장벽이 건설되고 있으며, 그 밖의 지역에는 3m 높이의 전기 철조망을 둘러치고 있다. 이와 함께 30~100m에 이르는 전기 철조망의 ‘완충지대’,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는 감시 초소, 겹겹이 쳐진 철조망, 군 순찰대, 발자국용 모랫길, 참호, 감시 카메라, 감지 장치를 설치하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스라엘 출입을 완전 봉쇄하고 있다. 1단계 장벽 건설로 이미 여러 개의 마을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었으며, km당 약 4백 7십만 달러, 총 건설비용 약 34억 달러로 추정되는 이 대공사는 서안지구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벽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지역 자체가 미증유의 거대한 감옥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기로서의 장벽 이 거대한 장벽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팔레스타인의 땅을 빼앗는 것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것처럼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이스라엘인들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장벽이 건설되어야 하는 위치는 분명하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국경인 ‘녹색선(Green Line)’ 안쪽이거나 최소한 ‘녹색선’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어떠한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경을 침범하여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장벽 건설 1차 단계에서만 약 167㎢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영토를 빼앗았으며, 1만 8천여 명의 팔레스타인 민중이 장벽과 이스라엘 영토 사이에 갇힌 채 서안지역으로부터 고립되었다. 북부 지역의 경우는 1단계 동안 장벽의 서쪽 16개 마을이 사실상 이스라엘에 합병되었으며, 50개의 마을이 팔레스타인 땅으로부터 분리되었다. 예루살렘의 경우에는 장벽이 성지와 이스라엘의 점령촌을 둘러싸, 3단계 공사가 끝날 경우 예루살렘의 90%가 이스라엘에 합병된다. 남부 지역의 베들레헴과 헤브론도 장벽에 완전히 둘러싸일 예정이다. 가자지구는 약 140만의 인구가 365㎢ 안에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인데, 수년째 장벽과 철조망으로 싸여 있다.1) 이스라엘은 고립장벽 건설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지역 전체 면적의 58%에 달하는 약 3,400㎢에 이르는 방대한 팔레스타인 영토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나머지 42%의 땅덩어리 역시 이스라엘인 정착촌과 그들이 사용하는 관통도로가 사방으로 나 있어 올곧이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길을 포장하기 위해 장벽의 ‘완충지대’ 주변을 대규모로 파괴하고 있으며, 장벽 근처에 있는 집과 학교를 부수고 주민들을 추방하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인 아미라 하스(Amira Hass)는, “안보상의 이유들과 중립적이고 관료적인 군사명령의 언어 뒤에 숨겨진 것은 축출을 위한 통로”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사진2%] 수자원 약탈 이스라엘은 고립장벽 건설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수자원을 약탈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필요한 물을 대부분 요르단강과 요르단강 서안지역의 지하수로 충당하고 있다.2) 요르단강의 단 3%만이 이스라엘 영토 내에 있지만, 요르단강은 이스라엘 물 수요의 60% 가까이를 담당한다. 또한 이스라엘은 서안지역에서 공급할 수 있는 수자원의 82%를 끌어다 쓰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은 그 나머지만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역을 점령한 1967년의 전쟁3)은 사실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일간의 전쟁으로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를 비롯하여 요르단강 서안과 골란고원 등을 빼앗은 이스라엘 정부는 다음과 같은 군사명령서를 발표했다. 공식적인 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아무도 물 시설을 설치하거나 소유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물을 사용하고자 신청하는 자에게 허가를 거절하거나, 어떤 설명 없이 면허를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관계당국은 허가증이 없는 어떤 수자원이라도, 소유주가 기소되지 않았을지라도 탐색하고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후 1982년까지 이스라엘 군대에 의해 통제되던 요르단강 서안지역의 수자원은, 현재는 이스라엘의 전국 물 관리 시스템에 통합되었다. 가뭄과 이스라엘의 과도한 물 사용으로 고갈되고 있는 수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물 사용을 극도로 제한해왔다. 1999년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7개의 우물만을 팔 수 있도록 허가받았을 뿐인데, 게다가 그 우물은 깊이 140m를 넘을 수가 없었다. 반면 이스라엘인들에게는 깊이 800m까지 허용되었다. 이러한 수자원의 독점이 고립장벽 건설을 통해 가속되고 있다. 장벽 건설 1단계 동안 이스라엘은 36개의 우물을 몰수했으며, ‘완충지대’안에 있는 14개의 또 다른 우물을 파괴하겠다고 협박했다. 2000년 기준으로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관개용수의 단 2% 밖에 공급받지 못하는 팔레스타인의 수자원을 독점하기 위한 파괴와 약탈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판 아파르트헤이트 이스라엘군은 장벽에 ‘출입구’를 만들어 놓고 있지만, 농민들이 자신의 땅에서 농사지을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4)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침범으로 고립된 녹색선 안쪽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고립장벽 너머에 있는 병원이나 학교, 직장에 가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군이 지키고 있는 검문소를 통과해야만 하는데, 보안상 이유로 검문소를 봉쇄하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공유하고 있던 생활권이 장벽 건설로 인해 일방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안지구 북부에 위치한 칼킬리야 지역이다. 이 지역은 현재 단 한 곳의 검문소만이 외부와 연결되었을 뿐 지역 전체가 장벽에 둘러싸여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칼킬리야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외부로 이동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역 경제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장벽 건설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이스라엘에 의해 통행의 권리마저 제한당하면서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자신들의 주요 수입원을 박탈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땅을 떠날 것이고, 그들이 떠난 마을은 이스라엘인들로 채워져 자연스럽게 이스라엘 영토로 편입될 것이다. 떠나지 않더라도 생계 수단을 박탈당한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극도의 경제적 곤궁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스라엘은 결국 팔레스타인 민중의 생계에 치명타를 가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를 건설할 영토와 경제적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장벽을 해체하라! 이스라엘이 장벽을 건설하며 비옥한 땅과 수자원을 빼앗아 가는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은 생명과 땅도, 이동의 자유도, 가족과 이웃들을 만날 권리마저도 빼앗기고 있다. 미국의 역사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학살과 추방으로 시작되었다면, 이스라엘의 역사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학살과 추방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두 국가는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할 것도 없이 총과 탱크로, 돈과 언론으로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집단들이다.5) 이들은 국제연합의 결의안도,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도 비웃으며 제국주의적 패권을 휘두르고 있다.6) 평화와 희망의 역사는 국가 간의 거래나 허울뿐인 국제기구를 통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거대한 고립장벽 건설과 군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과 야만을 자행하는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의 제국주의 군사 패권을 막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전 세계 민중의 연대와 직접 행동뿐이다.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저항을 계속해왔다. 제국주의의 야만과 학살에 맞선 반전평화의 직접행동이, 팔레스타인 민중들에 대한 실천적 연대가 절실한 때다. - 고립장벽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이미 건설된 장벽을 모두 철거하라! - 장벽 건설 과정에서 몰수된 땅을 팔레스타인에 반환하라! -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 전역에 대한 군사 공격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민중의 생존을 보장하라! 1) 이스라엘은 지난 수십 년간 서안지구에 불법적으로 정착촌들을 만들고, 이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녹색선’을 침범해왔다. 유엔은 조사를 통해 장벽이 건설되기 전에도 이스라엘의 차단벽들과 기간시설, 그리고 점령촌들이 서안지구에서 50개의 차단된 팔레스타인 고립지구를 만들어냈다고 추정했다. 본문으로 2) 중동문제 전문가인 이완 앤더슨(Ewan Anderson)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에 매우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처가 되었다. 수자원은 다른 어떤 정치적인 또는 전략적인 요소보다도 더욱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다.” 본문으로 3)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제3차 중동전쟁. 이스라엘은 1956년 제2차 중동전쟁으로 점령했다가 다음해 철군했던 이집트의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를 비롯하여 서안지구와 골란(Golan)고원을 점령하고, 동예루살렘을 합병했다. 수십 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했으며, 이스라엘은 점령지에 점령촌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본문으로 4) 별다른 설명 없이 폐쇄된 검문소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다 자신들의 땅으로 가기 위해 ‘허가 없이’ 검문소를 통과한 팔레스타인 농민들이 체포되고 마을에 대한 집단 보복이 자행되기도 했다. 본문으로 5) 제 4회 고립장벽 건설반대 국제공동행동 성명서 中 본문으로 6) 2003년 10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보안장벽이 불법임을 천명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 보안장벽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총회의 결의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또한 2004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고립장벽이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달 20일 유엔 총회에서는 ‘보안장벽 철거’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반대 6표 중 2표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것이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은 직후 토미 라피드 이스라엘 법무장관은 “우리는 헤이그 법정이 아닌 우리 최고법원이 내린 결정에 따를 것”이라 말했지만, 서안지구 장벽의 일부 구간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부당한 고통을 주고 있다며 일부 구간에 한해 우회 루트를 찾도록 정부 측에 명령한 이스라엘 대법원의 판결 역시 이행되지 않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