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금융군사세계화인가, 민중의 평화와 보편적 권리인가 [%=사진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후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배 세력의 입장을 보여주는 중대한 문제다. 최근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미 동맹의 공고화와 미국과의 경제통합을 통해서 이후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많은 이들이 이런 발전 방향이 한국의 민중들에게 미칠 영향은 매우 해악적이고 파괴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지배 세력은 이를 변경할 수 없는 것으로 못 박고 어떠한 논의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한․미 동맹의 공고화와 한․미 FTA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사안이지만, 민중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전혀 가질 수 없고 오히려 공권력의 폭력은 민중의 저항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한․미 FTA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분석하고, 더 많이 토론하는 것, 그리고 이에 기초해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투자 및 무역의 자유화 1947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자본주의 질서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은 관세율을 낮추고 관세를 제외한 모든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무역의 자유화를 관장하기 위해서 체결되었다. 당시 GATT가 추진하는 무역 자유화의 대상은 주로 공산품에 한정되었다. 이런 GATT가 점차 그 대상과 범위를 확장하게 되는 과정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1970년대 미국 경제가 여러 요인들로 그 지위를 위협받게 되면서 이를 역전시키기 위해 달러 안정화 조치와 이자율 인상이 추진되고 이를 통해 세계의 자본을 미국에 집중시키면서 금융화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것은 이전에 금융에 가해졌던 각종 제약조치가 철폐되는 과정이었고 금융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세계의 자본을 미국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의 자유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달성되어야 했고, 이를 위한 미국의 압력이 거세졌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는 자본의 전략이 놓여있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이 개시된 것이다. 1980년대 라틴 아메리카를 휩쓴 외채위기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금융세계화의 규범을 확산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 나라들의 외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한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시장 자유화, 관세 인하, 국유 산업의 민영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경제 개방, 정부 규제의 축소, 소유권 보장 등의 규범을 부과했다. 이런 규범을 통해 제3세계 국가들의 천연자원, 농업, 공공 서비스는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추구에 희생되었다. 더불어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세계화되고, 이 속에서 기업의 인수․합병, 직접투자, 주식투자, 투기 등이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을 추구하는 주요한 방법이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GATT를 중심으로 한 세계 무역체계 내의 변화가 동반된다. 농업과 서비스가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포함되고, 증권시장에서의 각종 투자를 보장하는 규범이 추가되며, 지적재산권과 같이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들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GATT의 8차 무역라운드인 우루과이라운드에서는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이 이후 다뤄야하는 의제로 설정되고, 우루과이라운드의 성과를 바탕으로 1995년 WTO가 출범한다. 이후 2000년 4차 WTO 각료회의를 통해 합의된 도하개발의제(DDA)에는 농업협상의 3대 목표, 서비스협상의 방식, 환경이슈 추가, 싱가포르 이슈(투자, 무역원활화, 정부조달투명성, 경쟁) 협상을 5차 각료회의 이후 개시할 것 등이 담겨있다(결국 싱가포르 이슈에서는 무역원활화만 협상 의제가 되었다.). 그러나 DDA는 세계적인 대안세계화 운동의 저항과 회원국들 사이의 이견으로 아직 개시되지 못하고 있다. 양자간․다자간 FTA는 WTO가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WTO DDA가 포괄하는 협정의 대상과 개방의 수위를 훨씬 심화시킨 것들로 채워진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시대, 자유무역이란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대상을 포함하고 자유화의 수위를 높인다. 금융적 방식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조치가 자유무역의 확산을 위한 WTO, FTA 등을 통해 확립된다. 결국 금융화와 개방은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미국의 정책 미국은 1980년대 이후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확산하기 위해 양자간, 다자간 지역적 무역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트리플 트랙 통상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중에서 미국이 가장 선호했던 것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자유무역의 규범을 확산하는 다자간 무역협상이었다. 하지만 유럽통합과 같은 지역화 흐름이 대두되고 WTO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미국은 경쟁적 자유주의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차별을 우려한 다른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미국과 FTA를 맺도록 압박하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무역 자유화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FTA는 더 이상 단순히 교역확대(자유로운 무역)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지배력과 활동력을 보장하는 메커니즘을 확산하고 이식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미국의 금융적 지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FTA를 통상정책의 핵심적인 기제로 활용한다.1) 이것은 크게 두 가지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WTO DDA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을 의제에 추가하기로 결정은 했으나, 그 세부적인 내용은 DDA를 통해 결정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DDA 협상은 제대로 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농산품 수출국이자, 각종 서비스 산업의 선두주자이며, 지적재산권을 통해 엄청난 로열티 수익을 향유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매우 불만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미국은 양자간, 지역적 FTA를 통해 이런 난항을 돌파하고, 다자간 무역협정에도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미국이 체결하려는 FTA의 표준안은 DDA 협상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의제들을 핵심으로 하고, 그 규범 수위도 DDA보다 훨씬 높임으로써2) FTA가 다자간 무역협정의 지렛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9․11 이후 자유무역에 새로운 안보 위협의 대두를 억제하는 주요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세계화에 통합될 수 있는 나라들과 그렇지 못한 나라들을 구분하면서3), 후자를 안보의 주된 위협으로 상정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자신을 금융세계화에 편입시키려 노력하는 국가들은 위협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나라들이나 통합되고자 해도 그럴만한 시장도 자원도 없어 배제되는 나라들의 경우는 테러리즘이 발생하는 곳으로 간주된다. 미국은 자유무역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여 정치적․사회적 불안정성을 축소시킨다는 구상 하에 이런 나라 중 일부를 FTA 등을 통해 선별적으로 금융세계화의 규범을 이식하여 자유무역 체제 내에 묶어두려 한다.4) 점차 다른 나라들에게도 이런 규범을 강제하며 자유무역을 확산하면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안정성을 유지하려 한다. 그리고 이를 거부하는 국가들은 불량국가로 분류되고, 군사적인 방식을 통해 신자유주의 질서를 이식한다. 실제로 이라크 전쟁 이후 이라크 경제에는 대규모 사유화 조치가 예정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최근 미국이 FTA의 상대로 삼았던 국가들은 대부분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교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경제적 효과도 크지 않은 국가들이고 주로 대미 종속성이 강한 나라들임을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은 단순히 경제적인 목표보다는 종합적인 대외 전략 목표를 염두에 두고 FTA를 추진해왔다. 개방 및 개혁 의지가 강한 국가들이나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는 데 적극 지지․기여하거나 향후 협력이 필요한 국가들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한․미 FTA를 통한 초민족적 자본의 한국 경제 지배력 강화 한․미 FTA 또한 미국의 현재 무역과 투자 자유화 전략에 부합한다.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서 여러 이득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의 전략도 실현할 수 있다. 순 경제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FTA 경제효과 시뮬레이션 결과 한․미 FTA는 미국에 약 300억 달러의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한다.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지적재산권 강화, 각종 서비스 산업에서의 추가적인 개방 요구와 미국식 규범과 법률의 이식, 투자에 있어서의 제한 철폐 등 한․미 FTA가 타결된다면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득은 막대하다.5)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 FTA가 한국 경제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더욱 심화하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 초민족적 자본의 활동과 지배력은 더욱 강화한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행되면서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입할 것을 요구했다.6) 김영삼 정권은 세계화라는 용어를 도입하며 이런 개방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했는데,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농업을 개방하고, OECD 가입을 위해 금융자유화 조치를 약속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과된 IMF 구제금융 협약을 거치면서 한국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었고,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은 한국사회의 주어진 기준이 되었다. 그 결과 노동의 불안정화, 빈곤의 심화, 외국인 투자자의 이득 확대, 한국 경제의 종속성 심화와 같은 한국 경제, 사회 전반의 심대한 재편이 일어났고, 이것은 민중의 삶과 권리를 담보로 한 것이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는 한국 경제, 사회 전반의 신자유주의적인 재편을 더욱 가속하고 심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분명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확대․강화하여 초민족적 자본의 활동 반경을 넓히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질서를 창출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맞물려있다. 정치, 군사, 경제를 아우르는 한․미 동맹의 확대․강화 더불어 최근 한․미 관계 전반에 있어서 중요한 사안들이 진척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부시 미 대통령은 경주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동맹 강화, 9.19 북핵공동성명 이행 합의 추진, 한․미 경제협력 강화를 핵심 주제로 한 경주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후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고, 또 그 얼마 후 한․미 FTA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 말 그대로 양국 간에 정치, 군사, 경제를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동맹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초민족적 자본의 이해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 즉 금융세계화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 신속하게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전략적 유연성, 선제공격, 신속기동군 창설 등으로 구체화된다.7)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평택을 이 새로운 전략을 위한 미군기지로 내놓았다는 것은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하위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다. 한․미 FTA는 경제적인 차원에서 미국과의 통합을 심화하는 것인데, 이는 금융세계화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의 초민족화된 자본(또는 그 길을 지향하는 자본과 지배세력)에게도 사활적인 과제가 됨을 의미한다. 군사적인 동맹과 경제적인 통합이 서로를 강화하여 미국의 이해에 한국을 일치시키는 경향이 강해질 것도 분명하다. 최근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하면서 한국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지역적 협력에 관한 논의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3국의 FTA나 한․중, 한․일 FTA도 모색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지역 블록 구상도 제기되고 있다.8) 또 한 편으로 동아시아 지역은 남한과 북한, 중국과 일본 등 민족주의적 갈등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 FTA를 통한 한․미 관계의 전반적인 동맹 강화는 이런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지위를 다시 공고히 하는 데 유용하다. 한․미 FTA는 미국의 경쟁적 자유주의 전략에 따라 주변 지역에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초민족적 자본의 활동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자유무역 체제를 더욱 확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을 매개로 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을 한국이 합의함으로써 한․미․일 삼각동맹의 범위가 동아시아 전체로 확장되는 계기가 된다. 미국과의 경제통합으로 나아가는 길 한․미 FTA 추진에 있어서 미국보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더 강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미 FTA는 한국 농업의 붕괴, 글로벌 스탠더드 이식, 서비스 부문의 개방, 투자의 자유화와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고, 이런 결과들은 한국의 민중에게 해악적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런 결과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기어이 한․미 FTA를 타결하겠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장기불황에 빠져있다. 경기회복은 매우 짧고 경기침체는 매우 오래 이어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참여라는 미명 하에 여러 이질적인 지지층을 규합하여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권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문제다. 경제위기 하에서 이질적인 지지층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불만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정치 전망을 제시하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최근 양극화 담론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내재한 반(反)민중적인 결과들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어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집권세력은 당연히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은 성장잠재력의 약화, 사회양극화의 심화,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새로운 미래 위험요인이 한국경제의 당면 문제라고 명시하면서 각종 처방전을 쏟아내고 있다. 한․미 FTA 또한 이런 미래 위험요인에 대처하는 적극적인 우리의 노력이라고 포장하는데, 개방과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제2의 장기 성장 전략, 우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한․미 FTA를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을 선진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9)등을 주장한다. 제2의 장기 성장 전략인 한․미 FTA는 양국간 교역을 활성화하고 미국은 물론 제3국으로부터 외국인 투자를 증대시킴으로써 성장잠재력을 확보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이는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의 이런 주장이 현실화될 것인지도 미지수이지만, 정부가 현재 한국사회의 위기에 대한 대응을 미국과의 적극적인 경제통합의 방향에서 진행하고 있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1997년 IMF 구제금융협약을 통해 신자유주의 개혁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온 결과, 이에 적응한 일부 산업과 기업은 주가상승과 수출확대를 통해 팽창에 성공했다. 세계경제의 위기와 한국경제의 장기불황 속에서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초민족적 자본과 대자본은 미래의 전망이 결코 밝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다. 한․미 FTA는 이런 불안한 상황을 미국과의 경제통합을 심화하여 타개해 나가겠다는 지배세력의 전망을 의미한다. 한․미 FTA가 무역촉진, 외국인 투자 증대 등의 결과를 가져오고, 일부 기업과 산업에게 이득이 되겠지만, 이것의 이면은 민중의 삶과 권리의 파괴다.10) 미국 주도의 금융․군사세계화인가, 민중의 평화와 보편적 권리인가 최근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비판의 핵심 요지는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동북아 지역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통해 영향력을 높일 수 있었으나 FTA 체결로 미국 편에 완전히 들어가면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FTA를 추진함으로써 노무현 정부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라는 제1의 국정목표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비판한다. 그의 이런 비판은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한․미 FTA를 비판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면서, 한․미 FTA를 저지하려는 운동 진영 내에서도 환영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위에서 밝혔듯이 한․미 FTA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적극적으로 조응해 들어가는 것을 자신의 미래로 삼는 한국 정부와 지배세력의 핵심적인 경로다. 여기서 정태인 식 비판은 결코 현재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적이다.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의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참여정부의 목표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그 영향력에 위협이 되는 갈등과 분쟁을 미국을 대신해 나서서 조정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정태인은 이런 기본적인 구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이런 조정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자 위치를 차지해야 하고, 이를 먼저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는 입장이다. 이런 비판은 현재의 핵심적인 쟁점을 가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가로막는다. 한․미 FTA는 전략적 유연성을 핵심으로 하는 한․미 동맹의 강화와 맞물리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문제다. 미국 주도의 군사․금융세계화에 적극적으로 편입되어 초민족적 자본의 수탈과 착취를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자신의 미래로 짊어질 것인가가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다른 세계로 나아갈 것인가! 바로 이것이 지금 한․미 FTA를 둘러싼 문제의 핵심이다. 민중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하며, 이에 대한 저항을 폭력으로 억압하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전면적 투쟁이 요구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한․미 FTA와 전략적 유연성이 강제하는 미래를 거부하고 민중의 평화와 보편적인 권리가 실현되는 다른 세계를 향한 운동이 절박한 과제인 것이다. 1) 이는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FTA의 숫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부시 행정부 1기 동안만 10개국과의 FTA가 체결되었는데, 이는 미국이 1985년 이스라엘과 최초로 FTA를 체결한 후 2000년까지 FTA를 체결한 국가가 단 5개국에 불과했던 것과 대비를 이룬다. 본문으로 2) 대표적인 것이 지적재산권 협정이다. 미국은 WTO에서 논의되고 있는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조차 충분하지 않다고 간주하고 있으며, FTA 협상이 TRIPs 이상의 높은 보호방식(TRIPs-Plus)을 요구하고 관철시켜왔다. 미국이 호주, 싱가포르와 체결한 FTA이 그러했으며, 한․미 FTA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본문으로 3) 2002년, 미 국방성 병력변환국에서 나온 공개정책문서를 보자. 세계화가 심화․확산되면서 두 집단의 국가들이 서로 경쟁한다. 스스로를 내적으로 조정하여 부상하는 세계 규칙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나라들(예를 들어 서방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 푸틴의 러시아, 아시아의 신흥 경제들)과 정치적․문화적 경직성이나 지속적이고 처참한 빈곤으로 인해 그런 국내적 재배치를 거부하거나 달성할 수 없는 나라들(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의 대부분 국가들). 우리는 전자를 세계화의 역동적 중심부(Functioning Core)로, 후자를 통합되지 않은 틈새(Non-Integrating Gap)로 명명한다. (Barnett and Gaffney, 2002.) 본문으로 4) 미국이 모로코, 요르단과 맺은 FTA가 대표적인 사례다. 본문으로 5) 한․미 FTA가 한미 양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와 각 산업별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자료에서 다뤄졌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www.nofta.com을 참조하라. 더불어 한․미 FTA가 한국의 민중들의 삶과 권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간략하게 분석한 사회진보연대 입장으로는 정지영, 「한․미 FTA를 저지하자!」, 『사회운동』, 2006년 3월호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6) 그 이전 시기,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이익보다는 정치, 군사적 이익을 추구했다. 냉전 시기 미국은 역개방 정책을 통해 자신의 시장을 열어주면서, 미․일 동맹을 기본으로 하여 한국과 대만을 사회주의권에 대한 쇼케이스로 육성했다. 본문으로 7)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관해서 더 자세한 것은 권태훈, 「미국의 군사전략과 전략적 유연성의 의미」, 『사회운동』, 2006년 5월호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8) 이런 동아시아, 그리고 좀 더 넓게는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동남아시아의 경제적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최근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97년 아시아 위기를 계기로 일본은 엔화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통화기금을 제안하며 화폐동맹을 결성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구상은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고, 이후 미․일 동맹은 더욱 강화된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심화하고자 하는 미국은 APEC, FTA 등을 구상한다. APEC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적 주도권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개방적 지역주의 전략을 내포한 것이었다. 본문으로 9) 관계부처합동, 「한미 FTA Q&A: 최근 비판론을 중심으로」, 2006, 4, 21. 본문으로 10) 일부의 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의 핵심 쟁점이 개성공단 상품의 원산지 규정문제라고 한다. 이는 애초에 노무현 정부의 의도가 FTA와 전략적 유연성을 주고 한반도 문제(특히 개성공단)를 받아내자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만약 미국이 개성공단 상품을 인정하지 않으면 노무현 정부도 FTA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첫째, 개성공단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주로 중소기업이며, 대기업과 초민족적 자본의 입장에서 개성공단 문제가 한․미 FTA를 좌초시킬 정도로 중요한가, 둘째, 지난해 위폐와 마약과 같이 북한의 불법거래자금을 차단하고 나서면서 강경한 태도를 취했던 미국이 북한에 달러가 유입될 수 있는 하나의 경로인 개성공단 문제를 인정할 것인가 등의 문제를 고려해 본다면, 이런 주장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미국 주도의 금융군사세계화인가, 민중의 평화와 보편적 권리인가 [%=사진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후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배 세력의 입장을 보여주는 중대한 문제다. 최근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미 동맹의 공고화와 미국과의 경제통합을 통해서 이후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많은 이들이 이런 발전 방향이 한국의 민중들에게 미칠 영향은 매우 해악적이고 파괴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지배 세력은 이를 변경할 수 없는 것으로 못 박고 어떠한 논의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한․미 동맹의 공고화와 한․미 FTA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사안이지만, 민중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전혀 가질 수 없고 오히려 공권력의 폭력은 민중의 저항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한․미 FTA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분석하고, 더 많이 토론하는 것, 그리고 이에 기초해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투자 및 무역의 자유화 1947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자본주의 질서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은 관세율을 낮추고 관세를 제외한 모든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무역의 자유화를 관장하기 위해서 체결되었다. 당시 GATT가 추진하는 무역 자유화의 대상은 주로 공산품에 한정되었다. 이런 GATT가 점차 그 대상과 범위를 확장하게 되는 과정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1970년대 미국 경제가 여러 요인들로 그 지위를 위협받게 되면서 이를 역전시키기 위해 달러 안정화 조치와 이자율 인상이 추진되고 이를 통해 세계의 자본을 미국에 집중시키면서 금융화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것은 이전에 금융에 가해졌던 각종 제약조치가 철폐되는 과정이었고 금융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세계의 자본을 미국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의 자유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달성되어야 했고, 이를 위한 미국의 압력이 거세졌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는 자본의 전략이 놓여있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이 개시된 것이다. 1980년대 라틴 아메리카를 휩쓴 외채위기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금융세계화의 규범을 확산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 나라들의 외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한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시장 자유화, 관세 인하, 국유 산업의 민영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경제 개방, 정부 규제의 축소, 소유권 보장 등의 규범을 부과했다. 이런 규범을 통해 제3세계 국가들의 천연자원, 농업, 공공 서비스는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추구에 희생되었다. 더불어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세계화되고, 이 속에서 기업의 인수․합병, 직접투자, 주식투자, 투기 등이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을 추구하는 주요한 방법이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GATT를 중심으로 한 세계 무역체계 내의 변화가 동반된다. 농업과 서비스가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포함되고, 증권시장에서의 각종 투자를 보장하는 규범이 추가되며, 지적재산권과 같이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들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GATT의 8차 무역라운드인 우루과이라운드에서는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이 이후 다뤄야하는 의제로 설정되고, 우루과이라운드의 성과를 바탕으로 1995년 WTO가 출범한다. 이후 2000년 4차 WTO 각료회의를 통해 합의된 도하개발의제(DDA)에는 농업협상의 3대 목표, 서비스협상의 방식, 환경이슈 추가, 싱가포르 이슈(투자, 무역원활화, 정부조달투명성, 경쟁) 협상을 5차 각료회의 이후 개시할 것 등이 담겨있다(결국 싱가포르 이슈에서는 무역원활화만 협상 의제가 되었다.). 그러나 DDA는 세계적인 대안세계화 운동의 저항과 회원국들 사이의 이견으로 아직 개시되지 못하고 있다. 양자간․다자간 FTA는 WTO가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WTO DDA가 포괄하는 협정의 대상과 개방의 수위를 훨씬 심화시킨 것들로 채워진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시대, 자유무역이란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대상을 포함하고 자유화의 수위를 높인다. 금융적 방식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조치가 자유무역의 확산을 위한 WTO, FTA 등을 통해 확립된다. 결국 금융화와 개방은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미국의 정책 미국은 1980년대 이후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확산하기 위해 양자간, 다자간 지역적 무역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트리플 트랙 통상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중에서 미국이 가장 선호했던 것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자유무역의 규범을 확산하는 다자간 무역협상이었다. 하지만 유럽통합과 같은 지역화 흐름이 대두되고 WTO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미국은 경쟁적 자유주의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차별을 우려한 다른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미국과 FTA를 맺도록 압박하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무역 자유화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FTA는 더 이상 단순히 교역확대(자유로운 무역)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지배력과 활동력을 보장하는 메커니즘을 확산하고 이식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미국의 금융적 지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FTA를 통상정책의 핵심적인 기제로 활용한다.1) 이것은 크게 두 가지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WTO DDA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을 의제에 추가하기로 결정은 했으나, 그 세부적인 내용은 DDA를 통해 결정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DDA 협상은 제대로 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농산품 수출국이자, 각종 서비스 산업의 선두주자이며, 지적재산권을 통해 엄청난 로열티 수익을 향유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매우 불만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미국은 양자간, 지역적 FTA를 통해 이런 난항을 돌파하고, 다자간 무역협정에도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미국이 체결하려는 FTA의 표준안은 DDA 협상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의제들을 핵심으로 하고, 그 규범 수위도 DDA보다 훨씬 높임으로써2) FTA가 다자간 무역협정의 지렛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9․11 이후 자유무역에 새로운 안보 위협의 대두를 억제하는 주요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세계화에 통합될 수 있는 나라들과 그렇지 못한 나라들을 구분하면서3), 후자를 안보의 주된 위협으로 상정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자신을 금융세계화에 편입시키려 노력하는 국가들은 위협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나라들이나 통합되고자 해도 그럴만한 시장도 자원도 없어 배제되는 나라들의 경우는 테러리즘이 발생하는 곳으로 간주된다. 미국은 자유무역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여 정치적․사회적 불안정성을 축소시킨다는 구상 하에 이런 나라 중 일부를 FTA 등을 통해 선별적으로 금융세계화의 규범을 이식하여 자유무역 체제 내에 묶어두려 한다.4) 점차 다른 나라들에게도 이런 규범을 강제하며 자유무역을 확산하면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안정성을 유지하려 한다. 그리고 이를 거부하는 국가들은 불량국가로 분류되고, 군사적인 방식을 통해 신자유주의 질서를 이식한다. 실제로 이라크 전쟁 이후 이라크 경제에는 대규모 사유화 조치가 예정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최근 미국이 FTA의 상대로 삼았던 국가들은 대부분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교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경제적 효과도 크지 않은 국가들이고 주로 대미 종속성이 강한 나라들임을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은 단순히 경제적인 목표보다는 종합적인 대외 전략 목표를 염두에 두고 FTA를 추진해왔다. 개방 및 개혁 의지가 강한 국가들이나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는 데 적극 지지․기여하거나 향후 협력이 필요한 국가들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한․미 FTA를 통한 초민족적 자본의 한국 경제 지배력 강화 한․미 FTA 또한 미국의 현재 무역과 투자 자유화 전략에 부합한다.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서 여러 이득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의 전략도 실현할 수 있다. 순 경제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FTA 경제효과 시뮬레이션 결과 한․미 FTA는 미국에 약 300억 달러의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한다.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지적재산권 강화, 각종 서비스 산업에서의 추가적인 개방 요구와 미국식 규범과 법률의 이식, 투자에 있어서의 제한 철폐 등 한․미 FTA가 타결된다면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득은 막대하다.5)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 FTA가 한국 경제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더욱 심화하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 초민족적 자본의 활동과 지배력은 더욱 강화한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행되면서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입할 것을 요구했다.6) 김영삼 정권은 세계화라는 용어를 도입하며 이런 개방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했는데,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농업을 개방하고, OECD 가입을 위해 금융자유화 조치를 약속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과된 IMF 구제금융 협약을 거치면서 한국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었고,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은 한국사회의 주어진 기준이 되었다. 그 결과 노동의 불안정화, 빈곤의 심화, 외국인 투자자의 이득 확대, 한국 경제의 종속성 심화와 같은 한국 경제, 사회 전반의 심대한 재편이 일어났고, 이것은 민중의 삶과 권리를 담보로 한 것이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는 한국 경제, 사회 전반의 신자유주의적인 재편을 더욱 가속하고 심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분명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확대․강화하여 초민족적 자본의 활동 반경을 넓히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질서를 창출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맞물려있다. 정치, 군사, 경제를 아우르는 한․미 동맹의 확대․강화 더불어 최근 한․미 관계 전반에 있어서 중요한 사안들이 진척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부시 미 대통령은 경주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동맹 강화, 9.19 북핵공동성명 이행 합의 추진, 한․미 경제협력 강화를 핵심 주제로 한 경주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후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고, 또 그 얼마 후 한․미 FTA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 말 그대로 양국 간에 정치, 군사, 경제를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동맹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초민족적 자본의 이해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 즉 금융세계화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 신속하게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전략적 유연성, 선제공격, 신속기동군 창설 등으로 구체화된다.7)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평택을 이 새로운 전략을 위한 미군기지로 내놓았다는 것은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하위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다. 한․미 FTA는 경제적인 차원에서 미국과의 통합을 심화하는 것인데, 이는 금융세계화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의 초민족화된 자본(또는 그 길을 지향하는 자본과 지배세력)에게도 사활적인 과제가 됨을 의미한다. 군사적인 동맹과 경제적인 통합이 서로를 강화하여 미국의 이해에 한국을 일치시키는 경향이 강해질 것도 분명하다. 최근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하면서 한국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지역적 협력에 관한 논의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3국의 FTA나 한․중, 한․일 FTA도 모색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지역 블록 구상도 제기되고 있다.8) 또 한 편으로 동아시아 지역은 남한과 북한, 중국과 일본 등 민족주의적 갈등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 FTA를 통한 한․미 관계의 전반적인 동맹 강화는 이런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지위를 다시 공고히 하는 데 유용하다. 한․미 FTA는 미국의 경쟁적 자유주의 전략에 따라 주변 지역에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초민족적 자본의 활동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자유무역 체제를 더욱 확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을 매개로 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을 한국이 합의함으로써 한․미․일 삼각동맹의 범위가 동아시아 전체로 확장되는 계기가 된다. 미국과의 경제통합으로 나아가는 길 한․미 FTA 추진에 있어서 미국보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더 강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미 FTA는 한국 농업의 붕괴, 글로벌 스탠더드 이식, 서비스 부문의 개방, 투자의 자유화와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고, 이런 결과들은 한국의 민중에게 해악적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런 결과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기어이 한․미 FTA를 타결하겠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장기불황에 빠져있다. 경기회복은 매우 짧고 경기침체는 매우 오래 이어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참여라는 미명 하에 여러 이질적인 지지층을 규합하여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권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문제다. 경제위기 하에서 이질적인 지지층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불만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정치 전망을 제시하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최근 양극화 담론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내재한 반(反)민중적인 결과들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어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집권세력은 당연히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은 성장잠재력의 약화, 사회양극화의 심화,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새로운 미래 위험요인이 한국경제의 당면 문제라고 명시하면서 각종 처방전을 쏟아내고 있다. 한․미 FTA 또한 이런 미래 위험요인에 대처하는 적극적인 우리의 노력이라고 포장하는데, 개방과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제2의 장기 성장 전략, 우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한․미 FTA를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을 선진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9)등을 주장한다. 제2의 장기 성장 전략인 한․미 FTA는 양국간 교역을 활성화하고 미국은 물론 제3국으로부터 외국인 투자를 증대시킴으로써 성장잠재력을 확보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이는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의 이런 주장이 현실화될 것인지도 미지수이지만, 정부가 현재 한국사회의 위기에 대한 대응을 미국과의 적극적인 경제통합의 방향에서 진행하고 있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1997년 IMF 구제금융협약을 통해 신자유주의 개혁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온 결과, 이에 적응한 일부 산업과 기업은 주가상승과 수출확대를 통해 팽창에 성공했다. 세계경제의 위기와 한국경제의 장기불황 속에서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초민족적 자본과 대자본은 미래의 전망이 결코 밝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다. 한․미 FTA는 이런 불안한 상황을 미국과의 경제통합을 심화하여 타개해 나가겠다는 지배세력의 전망을 의미한다. 한․미 FTA가 무역촉진, 외국인 투자 증대 등의 결과를 가져오고, 일부 기업과 산업에게 이득이 되겠지만, 이것의 이면은 민중의 삶과 권리의 파괴다.10) 미국 주도의 금융․군사세계화인가, 민중의 평화와 보편적 권리인가 최근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비판의 핵심 요지는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동북아 지역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통해 영향력을 높일 수 있었으나 FTA 체결로 미국 편에 완전히 들어가면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FTA를 추진함으로써 노무현 정부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라는 제1의 국정목표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비판한다. 그의 이런 비판은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한․미 FTA를 비판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면서, 한․미 FTA를 저지하려는 운동 진영 내에서도 환영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위에서 밝혔듯이 한․미 FTA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적극적으로 조응해 들어가는 것을 자신의 미래로 삼는 한국 정부와 지배세력의 핵심적인 경로다. 여기서 정태인 식 비판은 결코 현재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적이다.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의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참여정부의 목표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그 영향력에 위협이 되는 갈등과 분쟁을 미국을 대신해 나서서 조정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정태인은 이런 기본적인 구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이런 조정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자 위치를 차지해야 하고, 이를 먼저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는 입장이다. 이런 비판은 현재의 핵심적인 쟁점을 가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가로막는다. 한․미 FTA는 전략적 유연성을 핵심으로 하는 한․미 동맹의 강화와 맞물리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문제다. 미국 주도의 군사․금융세계화에 적극적으로 편입되어 초민족적 자본의 수탈과 착취를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자신의 미래로 짊어질 것인가가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다른 세계로 나아갈 것인가! 바로 이것이 지금 한․미 FTA를 둘러싼 문제의 핵심이다. 민중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하며, 이에 대한 저항을 폭력으로 억압하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전면적 투쟁이 요구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한․미 FTA와 전략적 유연성이 강제하는 미래를 거부하고 민중의 평화와 보편적인 권리가 실현되는 다른 세계를 향한 운동이 절박한 과제인 것이다. 1) 이는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FTA의 숫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부시 행정부 1기 동안만 10개국과의 FTA가 체결되었는데, 이는 미국이 1985년 이스라엘과 최초로 FTA를 체결한 후 2000년까지 FTA를 체결한 국가가 단 5개국에 불과했던 것과 대비를 이룬다. 본문으로 2) 대표적인 것이 지적재산권 협정이다. 미국은 WTO에서 논의되고 있는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조차 충분하지 않다고 간주하고 있으며, FTA 협상이 TRIPs 이상의 높은 보호방식(TRIPs-Plus)을 요구하고 관철시켜왔다. 미국이 호주, 싱가포르와 체결한 FTA이 그러했으며, 한․미 FTA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본문으로 3) 2002년, 미 국방성 병력변환국에서 나온 공개정책문서를 보자. 세계화가 심화․확산되면서 두 집단의 국가들이 서로 경쟁한다. 스스로를 내적으로 조정하여 부상하는 세계 규칙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나라들(예를 들어 서방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 푸틴의 러시아, 아시아의 신흥 경제들)과 정치적․문화적 경직성이나 지속적이고 처참한 빈곤으로 인해 그런 국내적 재배치를 거부하거나 달성할 수 없는 나라들(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의 대부분 국가들). 우리는 전자를 세계화의 역동적 중심부(Functioning Core)로, 후자를 통합되지 않은 틈새(Non-Integrating Gap)로 명명한다. (Barnett and Gaffney, 2002.) 본문으로 4) 미국이 모로코, 요르단과 맺은 FTA가 대표적인 사례다. 본문으로 5) 한․미 FTA가 한미 양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와 각 산업별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자료에서 다뤄졌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www.nofta.com을 참조하라. 더불어 한․미 FTA가 한국의 민중들의 삶과 권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간략하게 분석한 사회진보연대 입장으로는 정지영, 「한․미 FTA를 저지하자!」, 『사회운동』, 2006년 3월호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6) 그 이전 시기,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이익보다는 정치, 군사적 이익을 추구했다. 냉전 시기 미국은 역개방 정책을 통해 자신의 시장을 열어주면서, 미․일 동맹을 기본으로 하여 한국과 대만을 사회주의권에 대한 쇼케이스로 육성했다. 본문으로 7)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관해서 더 자세한 것은 권태훈, 「미국의 군사전략과 전략적 유연성의 의미」, 『사회운동』, 2006년 5월호를 참조하라. 본문으로 8) 이런 동아시아, 그리고 좀 더 넓게는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동남아시아의 경제적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최근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97년 아시아 위기를 계기로 일본은 엔화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통화기금을 제안하며 화폐동맹을 결성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구상은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고, 이후 미․일 동맹은 더욱 강화된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심화하고자 하는 미국은 APEC, FTA 등을 구상한다. APEC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적 주도권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개방적 지역주의 전략을 내포한 것이었다. 본문으로 9) 관계부처합동, 「한미 FTA Q&A: 최근 비판론을 중심으로」, 2006, 4, 21. 본문으로 10) 일부의 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의 핵심 쟁점이 개성공단 상품의 원산지 규정문제라고 한다. 이는 애초에 노무현 정부의 의도가 FTA와 전략적 유연성을 주고 한반도 문제(특히 개성공단)를 받아내자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만약 미국이 개성공단 상품을 인정하지 않으면 노무현 정부도 FTA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첫째, 개성공단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주로 중소기업이며, 대기업과 초민족적 자본의 입장에서 개성공단 문제가 한․미 FTA를 좌초시킬 정도로 중요한가, 둘째, 지난해 위폐와 마약과 같이 북한의 불법거래자금을 차단하고 나서면서 강경한 태도를 취했던 미국이 북한에 달러가 유입될 수 있는 하나의 경로인 개성공단 문제를 인정할 것인가 등의 문제를 고려해 본다면, 이런 주장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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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 한․미 양국 정부는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에 정권의 명운을 건 듯, 어떠한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임기 내에 체결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앞서 한․미 양국은 전 세계 주둔 미군을 새로운 유형의 전쟁 및 분쟁에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재편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조응하도록 주한미군을 재편하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공고히 하여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초민족 금융자본의 이윤창출에 안전성을 꾀하는 한 편, 한․미 FTA를 체결함으로써 한국의 경제․사회 전반에 미국식 기준을 확산하여 초민족 자본의 권한을 극대화하고, ‘서비스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첨단화함으로써 금융세계화에 더욱 깊숙하게 편입하겠다는 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의 ‘비전’이다. 벌써부터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 재편 계획의 일환인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주민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하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동원하여 민중의 생존권과 주권을 짓밟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비전’이 몰고 올 파괴적인 효과는 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기지화, 농업․농촌의 붕괴, 빈곤의 심화, 노동권․여성권․건강권․교육권 등 민중의 권리의 파괴로 민중의 삶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에,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를 위한 투쟁이 전국적인 투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가 결성되는 등 한․미 FTA 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 또한 본격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세계적인 민중 삶의 위기를 야기하는 ‘금융․군사세계화’에 맞서 강력하게 분출하고 있는 ‘대안세계화운동’의 관점에서 한․미 FTA 반대투쟁의 의미와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금융․군사세계화’ Vs. '대안세계화‘
1970년대부터 전 세계를 휩쓴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등장한 ‘금융세계화’는 자본의 위기를 민중에게 전가하는 과정이다. IMF, 세계은행, WTO와 같은 국제적인 금융․무역기구들은 금융자본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한편, 국경을 초월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각 국에서 폭발한 외채․외환위기를 매개로 도입된 IMF․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2001년 개시되어 현재까지 협상이 진행 중인 ‘도하개발의제’가 그것이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적 경제통합을 꾀하는 양자간․지역별 자유무역협정(FTA)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정확하게 민중의 권리를 공격하며 세계의 부와 자원을 자본주의 중심부로 집중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어서, 이에 대한 불만과 저항은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은 세계화의 이익을 방어하고 저항을 무력화하는 바탕이 된다. 즉, 현재의 금융세계화는 군사력에 의해 뒷받침되며 전쟁과 폭력을 동반한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각 국의 노동자, 농민, 여성, 원주민, 이주노동자들은 이러한 위기에 대한 국가들의 무기력을 넘어 인민의 권리를 자율적으로 실현하고 공동체와 사회를 재건하며, 사회․경제적인 변혁을 추동하는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퇴행적인 ‘국수주의’, 코퍼러티즘에 기반을 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와 구별되는 ‘대안세계화’라는 이념을 형성하고 있다. 1999년, 우루과이 라운드의 뒤를 잇는 새로운 무역라운드가 출범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시애틀에 결집했을 때, 지배계급과 주류언론은 이를 두고 ‘세계화라는 대세를 거스르는 시대착오적인 세력들’이라며 ‘목표와 지향이 불분명하여 곧 사그라질 흐름’이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시애틀 투쟁 이후 이러한 사회운동들의 국제적인 연대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으며, 2001년 등장한 ‘세계사회포럼(WSF)’을 매개로 하여 약탈과 파괴를 획책하는 ‘금융․군사세계화’를 거부하고, 민중의 권리에 바탕을 둔 대안적인 전망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의 무장봉기에서 세계사회포럼까지: 대안세계화운동의 흐름 개괄
대안세계화운동이 세계적인 흐름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을 주요한 계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1994년 1월 1일 개시된 멕시코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의 무장봉기를 그 발단으로 볼 수 있다. 이 날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 사이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날로,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은 이 날을 기점으로 멕시코의 뿌리 깊은 사회 구조적 모순과 NAFTA로 가시화 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폭력에 대한 저항을 선언했다. NAFTA를 체결하기 위해 멕시코 정부는 1917년부터 지속해온 토지공유제인 ‘에히도(Ejido)'를 폐지했다.1) 이는 곧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자치권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의 봉기는 이에 연원한다. 이들은 투쟁의 과정에서 멕시코 정부의 언론 통제를 통한 고립작전에 맞서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투쟁을 세계에 알려냈으며, 1996년 7월에는 자신들의 근거지 정글에서 국제적인 회합을 개최했다. 이 회합은 싸빠띠스따의 투쟁을 국제적인 쟁점으로 만들어내고, 또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연결시키는 데 기여했다.2)
199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추진된 다자간투자협정(MAI)은 싸빠띠스따 무장봉기 이후 다시 한 번 세계적인 공동행동을 촉발했다. 이 협정이 사회운동들의 타깃이 된 이유는, ‘단기성 투기자본’까지 투자로 간주하는 등 투자의 범위를 넓게 정의하고, 투자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사회운동들은 이를 ‘초국적 자본을 위한 권리 헌장’으로 규정하고, 이 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투쟁을 비롯하여, 호주, 미국, 유럽 곳곳에서 이 협정에 반대하는 투쟁이 진행되었다. 사회운동들은 이러한 흐름을 모아 1998년 10월 파리에서 ‘MAI 반대 국제민중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국제상공회의소를 점거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이러한 투쟁의 성과로 프랑스와 캐나다가 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결국 OECD 내에서 ‘투자자유화 협정’을 체결하려던 시도는 좌초되었다.3) 이 투쟁을 계기로 ‘초국적 투기자본에 대한 통제’는 사회운동의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MAI 반대투쟁의 경험은 1999년 시애틀 투쟁으로 이어진다. 시애틀 3차 WTO 각료회의는 우루과이라운드의 뒤를 잇는 WTO 뉴라운드의 출범을 목표로 했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공산품뿐만 아니라 농업과 서비스를 WTO 내의 이슈로 포괄해 내었다면, 뉴라운드에서는 이 두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무역자유화 방안과 투자자유화, 지적재산권 강화 등 새로운 의제를 포함시켜 WTO의 활동범위를 확대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이른바 ‘시애틀 전투’로 인해 보기 좋게 무산되었고,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의 굵직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북반구 NGO를 중심으로 하는 회담장 내 로비전략(장내전략)’과 ‘사회운동․대중조직들의 대중투쟁(장외전략)’ 중 어느 쪽이 중심인지 분명하지 않았고, 제기된 요구도 너무 다양해서 어느 한 쪽으로 수렴되기도 힘들었다. 미국노총(AFL-CIO)은 중국의 WTO 가입으로 미국보다 노동기준이 낮은 중국노동자들과 미국노동자들이 ‘밑바닥을 향한 경쟁’을 하게 되어, 미국의 노동조건이 ‘하향평준화’할 것이라며 ‘중국의 WTO 가입 반대’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또한 WTO 협정 안에 ‘무역기준’과 관련된 조항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내걸었다. ‘밑바닥을 향한 경쟁’을 일정정도 완화하여 ‘일자리’를 보호하려는 의도였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마찬가지로 WTO 협정 안에 ‘환경기준’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하였다. 여기에다 ‘자유무역’을 통한 개발의 혜택이 전 세계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개도국 및 최빈국’ 정부의 주장까지 더해져, 시애틀 투쟁은 ‘지향이 불분명한 투쟁’으로 묘사되었으며, 다양한 운동들의 ‘무지개 동맹’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각 국 각료들의 발을 묶어 회의에 참가하지 못하게 해 결국 ‘각료회의 무산’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던 직접행동은 그 뒤 프라하, 제노바에서도 재현되었다. 또한 ‘자유무역이 빈국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선동에 대한 세계 민중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2001년 1월에는 세계사회포럼이 시작되었다. 시애틀, 워싱턴 등지에서 일어난 국제적인 시위의 성과를 모아내고, 이를 계기로 새롭게 형성된 사회운동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공유하여 이를 뛰어넘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1차 세계사회포럼 당시 ‘시애틀 3차 WTO 각료회의 반대투쟁 이후 성장해 온 운동들’이라고 밝힌 여러 조직들이 주축이 되어 ‘세계사회운동총회’가 개최되었는데, 이 회의는 매년 개최되어 세계 사회운동이 집중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을 밝히고, 국제적인 공동 행동을 조정하고 이에 대한 결의를 모으는 역할을 해왔다. 2003년 3회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세계 사회운동들의 교류와 소통을 상시적으로 이루어내자는 취지에서 ’세계사회운동네트워크'를 건설하게 된다.4) 그 이후에 벌어진 2001년 6월 제노바 G8 정상회의 반대투쟁, 2002년 이라크 침공 직전에 열렸던 2․15 국제반전공동행동 등은 바로 ‘세계사회운동총회’를 매개로 조직되고 조정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조직된 2003년 칸쿤 5차 WTO 각료회의 저지투쟁, 2005년 홍콩 6차 WTO 각료회의 저지투쟁은 시애틀 투쟁과 몇 가지 점에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우선, 회담장 안에서 개도국․최빈국 정부를 지렛대 삼아 협상의 방향을 트는 전술보다는 장외에서 대중적인 직접행동을 펼치는 전술이 더욱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무역협정 내 노동․환경 기준 마련’보다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 중단’이 중심적인 주장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초국적 자본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처들이 공격하는 민중의 제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투쟁의 목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에, 식량주권, 토지․종자․농업지식에 대한 농민의 권리 확대, 물, 에너지, 교육, 보건의료, 문화에 대한 상품화/사유화 반대, 지적재산권 확대 반대 - 의약품 접근성 확대, 이주자 상품화 반대 -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시민권 확대 등의 요구가 제기되었다.
시애틀 투쟁을 계기로 사회운동이 다시금 활발해지고, '도하개발의제‘라는 새로운 무역협상라운드에 반대하는 투쟁이 거세짐에 따라,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은 커다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국가들은 WTO를 통한 협상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한편, 이러한 다자간 협상보다 훨씬 체결이 용이한 양자간, 지역별 협정을 병행하여 추진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미국은 NAFTA의 범위를 미주대륙 전체로 확장하는 ‘전미자유무역협정(FTAA)' 체결을 시도하고 있으며, 에콰도르, 볼리비아, 콜롬비아, 태국, 한국 등 개별 국가와의 양자간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양자간․지역별 자유무역협정 또한 사회운동들의 의제가 되었으며, 대륙을 아우르는 ’지역 연대‘가 이러한 협정을 매개로 하여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연대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미주대륙이다. 이 지역의 사회운동들은 <미주사회동맹>(Hemisperic Social All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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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 한․미 양국 정부는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에 정권의 명운을 건 듯, 어떠한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임기 내에 체결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앞서 한․미 양국은 전 세계 주둔 미군을 새로운 유형의 전쟁 및 분쟁에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재편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조응하도록 주한미군을 재편하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공고히 하여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초민족 금융자본의 이윤창출에 안전성을 꾀하는 한 편, 한․미 FTA를 체결함으로써 한국의 경제․사회 전반에 미국식 기준을 확산하여 초민족 자본의 권한을 극대화하고, ‘서비스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첨단화함으로써 금융세계화에 더욱 깊숙하게 편입하겠다는 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의 ‘비전’이다. 벌써부터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 재편 계획의 일환인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주민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하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동원하여 민중의 생존권과 주권을 짓밟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비전’이 몰고 올 파괴적인 효과는 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기지화, 농업․농촌의 붕괴, 빈곤의 심화, 노동권․여성권․건강권․교육권 등 민중의 권리의 파괴로 민중의 삶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에,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를 위한 투쟁이 전국적인 투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가 결성되는 등 한․미 FTA 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 또한 본격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세계적인 민중 삶의 위기를 야기하는 ‘금융․군사세계화’에 맞서 강력하게 분출하고 있는 ‘대안세계화운동’의 관점에서 한․미 FTA 반대투쟁의 의미와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금융․군사세계화’ Vs. '대안세계화‘
1970년대부터 전 세계를 휩쓴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등장한 ‘금융세계화’는 자본의 위기를 민중에게 전가하는 과정이다. IMF, 세계은행, WTO와 같은 국제적인 금융․무역기구들은 금융자본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한편, 국경을 초월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각 국에서 폭발한 외채․외환위기를 매개로 도입된 IMF․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2001년 개시되어 현재까지 협상이 진행 중인 ‘도하개발의제’가 그것이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적 경제통합을 꾀하는 양자간․지역별 자유무역협정(FTA)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정확하게 민중의 권리를 공격하며 세계의 부와 자원을 자본주의 중심부로 집중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어서, 이에 대한 불만과 저항은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은 세계화의 이익을 방어하고 저항을 무력화하는 바탕이 된다. 즉, 현재의 금융세계화는 군사력에 의해 뒷받침되며 전쟁과 폭력을 동반한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각 국의 노동자, 농민, 여성, 원주민, 이주노동자들은 이러한 위기에 대한 국가들의 무기력을 넘어 인민의 권리를 자율적으로 실현하고 공동체와 사회를 재건하며, 사회․경제적인 변혁을 추동하는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퇴행적인 ‘국수주의’, 코퍼러티즘에 기반을 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와 구별되는 ‘대안세계화’라는 이념을 형성하고 있다. 1999년, 우루과이 라운드의 뒤를 잇는 새로운 무역라운드가 출범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시애틀에 결집했을 때, 지배계급과 주류언론은 이를 두고 ‘세계화라는 대세를 거스르는 시대착오적인 세력들’이라며 ‘목표와 지향이 불분명하여 곧 사그라질 흐름’이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시애틀 투쟁 이후 이러한 사회운동들의 국제적인 연대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으며, 2001년 등장한 ‘세계사회포럼(WSF)’을 매개로 하여 약탈과 파괴를 획책하는 ‘금융․군사세계화’를 거부하고, 민중의 권리에 바탕을 둔 대안적인 전망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의 무장봉기에서 세계사회포럼까지: 대안세계화운동의 흐름 개괄
대안세계화운동이 세계적인 흐름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을 주요한 계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1994년 1월 1일 개시된 멕시코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의 무장봉기를 그 발단으로 볼 수 있다. 이 날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 사이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날로,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은 이 날을 기점으로 멕시코의 뿌리 깊은 사회 구조적 모순과 NAFTA로 가시화 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폭력에 대한 저항을 선언했다. NAFTA를 체결하기 위해 멕시코 정부는 1917년부터 지속해온 토지공유제인 ‘에히도(Ejido)'를 폐지했다.1) 이는 곧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자치권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의 봉기는 이에 연원한다. 이들은 투쟁의 과정에서 멕시코 정부의 언론 통제를 통한 고립작전에 맞서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투쟁을 세계에 알려냈으며, 1996년 7월에는 자신들의 근거지 정글에서 국제적인 회합을 개최했다. 이 회합은 싸빠띠스따의 투쟁을 국제적인 쟁점으로 만들어내고, 또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연결시키는 데 기여했다.2)
199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추진된 다자간투자협정(MAI)은 싸빠띠스따 무장봉기 이후 다시 한 번 세계적인 공동행동을 촉발했다. 이 협정이 사회운동들의 타깃이 된 이유는, ‘단기성 투기자본’까지 투자로 간주하는 등 투자의 범위를 넓게 정의하고, 투자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사회운동들은 이를 ‘초국적 자본을 위한 권리 헌장’으로 규정하고, 이 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투쟁을 비롯하여, 호주, 미국, 유럽 곳곳에서 이 협정에 반대하는 투쟁이 진행되었다. 사회운동들은 이러한 흐름을 모아 1998년 10월 파리에서 ‘MAI 반대 국제민중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국제상공회의소를 점거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이러한 투쟁의 성과로 프랑스와 캐나다가 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결국 OECD 내에서 ‘투자자유화 협정’을 체결하려던 시도는 좌초되었다.3) 이 투쟁을 계기로 ‘초국적 투기자본에 대한 통제’는 사회운동의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MAI 반대투쟁의 경험은 1999년 시애틀 투쟁으로 이어진다. 시애틀 3차 WTO 각료회의는 우루과이라운드의 뒤를 잇는 WTO 뉴라운드의 출범을 목표로 했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공산품뿐만 아니라 농업과 서비스를 WTO 내의 이슈로 포괄해 내었다면, 뉴라운드에서는 이 두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무역자유화 방안과 투자자유화, 지적재산권 강화 등 새로운 의제를 포함시켜 WTO의 활동범위를 확대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이른바 ‘시애틀 전투’로 인해 보기 좋게 무산되었고,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의 굵직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북반구 NGO를 중심으로 하는 회담장 내 로비전략(장내전략)’과 ‘사회운동․대중조직들의 대중투쟁(장외전략)’ 중 어느 쪽이 중심인지 분명하지 않았고, 제기된 요구도 너무 다양해서 어느 한 쪽으로 수렴되기도 힘들었다. 미국노총(AFL-CIO)은 중국의 WTO 가입으로 미국보다 노동기준이 낮은 중국노동자들과 미국노동자들이 ‘밑바닥을 향한 경쟁’을 하게 되어, 미국의 노동조건이 ‘하향평준화’할 것이라며 ‘중국의 WTO 가입 반대’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또한 WTO 협정 안에 ‘무역기준’과 관련된 조항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내걸었다. ‘밑바닥을 향한 경쟁’을 일정정도 완화하여 ‘일자리’를 보호하려는 의도였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마찬가지로 WTO 협정 안에 ‘환경기준’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하였다. 여기에다 ‘자유무역’을 통한 개발의 혜택이 전 세계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개도국 및 최빈국’ 정부의 주장까지 더해져, 시애틀 투쟁은 ‘지향이 불분명한 투쟁’으로 묘사되었으며, 다양한 운동들의 ‘무지개 동맹’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각 국 각료들의 발을 묶어 회의에 참가하지 못하게 해 결국 ‘각료회의 무산’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던 직접행동은 그 뒤 프라하, 제노바에서도 재현되었다. 또한 ‘자유무역이 빈국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선동에 대한 세계 민중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2001년 1월에는 세계사회포럼이 시작되었다. 시애틀, 워싱턴 등지에서 일어난 국제적인 시위의 성과를 모아내고, 이를 계기로 새롭게 형성된 사회운동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공유하여 이를 뛰어넘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1차 세계사회포럼 당시 ‘시애틀 3차 WTO 각료회의 반대투쟁 이후 성장해 온 운동들’이라고 밝힌 여러 조직들이 주축이 되어 ‘세계사회운동총회’가 개최되었는데, 이 회의는 매년 개최되어 세계 사회운동이 집중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을 밝히고, 국제적인 공동 행동을 조정하고 이에 대한 결의를 모으는 역할을 해왔다. 2003년 3회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세계 사회운동들의 교류와 소통을 상시적으로 이루어내자는 취지에서 ’세계사회운동네트워크'를 건설하게 된다.4) 그 이후에 벌어진 2001년 6월 제노바 G8 정상회의 반대투쟁, 2002년 이라크 침공 직전에 열렸던 2․15 국제반전공동행동 등은 바로 ‘세계사회운동총회’를 매개로 조직되고 조정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조직된 2003년 칸쿤 5차 WTO 각료회의 저지투쟁, 2005년 홍콩 6차 WTO 각료회의 저지투쟁은 시애틀 투쟁과 몇 가지 점에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우선, 회담장 안에서 개도국․최빈국 정부를 지렛대 삼아 협상의 방향을 트는 전술보다는 장외에서 대중적인 직접행동을 펼치는 전술이 더욱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무역협정 내 노동․환경 기준 마련’보다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 중단’이 중심적인 주장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초국적 자본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처들이 공격하는 민중의 제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투쟁의 목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에, 식량주권, 토지․종자․농업지식에 대한 농민의 권리 확대, 물, 에너지, 교육, 보건의료, 문화에 대한 상품화/사유화 반대, 지적재산권 확대 반대 - 의약품 접근성 확대, 이주자 상품화 반대 -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시민권 확대 등의 요구가 제기되었다.
시애틀 투쟁을 계기로 사회운동이 다시금 활발해지고, '도하개발의제‘라는 새로운 무역협상라운드에 반대하는 투쟁이 거세짐에 따라,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은 커다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국가들은 WTO를 통한 협상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한편, 이러한 다자간 협상보다 훨씬 체결이 용이한 양자간, 지역별 협정을 병행하여 추진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미국은 NAFTA의 범위를 미주대륙 전체로 확장하는 ‘전미자유무역협정(FTAA)' 체결을 시도하고 있으며, 에콰도르, 볼리비아, 콜롬비아, 태국, 한국 등 개별 국가와의 양자간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양자간․지역별 자유무역협정 또한 사회운동들의 의제가 되었으며, 대륙을 아우르는 ’지역 연대‘가 이러한 협정을 매개로 하여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연대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미주대륙이다. 이 지역의 사회운동들은 <미주사회동맹>(Hemisperic Social Alliance),
[기획연재] 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의 쟁점과 노인수발보험법의 문제점(1) 노무현 정부는 2002년 대선 당시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후 「노인보건복지종합대책 실행계획」(2002.10)과 「참여복지 5개년 계획」(2004.01)에서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 계획이 발표되었고 당정협의를 거쳐 「노인수발보험법안」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안정적 노후, 노인복지가 강조되고 있다.1) 가족 구성원이 맡아왔던 노인과 장애인 등 장기요양보호 대상자들을 보살피는 일은 사회적으로 공동의 책임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복지를 사회적으로 보장하자는 애초의 취지가 의심스러운 법안이 추진 중이다. 현재 정부안대로라면 노인수발보험은 모든 개인에게 과도한 보험금을 부과하고, 수발서비스를 받는 개인의 가족에게 그 책임이 전가될 우려가 높다. 보험금의 높은 본인부담률은 결국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민간복지서비스로의 이탈로 이어지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책임이 떠넘겨질 것이다. 또한 복지서비스를 운영하는 주체는 민간업체로 설정되어 있어서 복지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될 우려가 높다. 이에 지난 4월 19일 <장기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요양연대회의>)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요양연대회의>는 준비과정에서 작년 6차례에 걸친 노동시민사회단체 간담회를 통해 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을 위한 네 가지 원칙(전 국민을 대상으로/국고지원 50% 확보/재가서비스 중심/관리운영의 효율성)을 수립하고,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등의 실천을 벌여왔다. 장기요양보장제도를 둘러싼 쟁점은 공동체가 노인 등 요양이 필요한 이들을 어떻게 책임지고,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가 하는 문제와 연관된다. 이는 보살핌이 가족 구성원에 의해 지탱되거나 가정 밖에서 여성의 출혈적 노동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제도 마련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가라는 쟁점을 동반한다. 이후 기획을 통해 장기요양보장제도를 둘러싼 쟁점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면서 빈곤층을 포함하는 포괄적 사회보장, 공적 운영체계 마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노동권 확보방안 등을 다루고자 한다. 안정된 노후, 누구에게 어떻게 보장되는가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최종 결과」를 보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은 아이 수)이 1.08%까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7쇼크 이래로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며 이는 항상 충격으로 묘사된다. 이런 출산율 저하와 동시에 거론되는 것이 고령화 문제다. 정부와 언론은 출산율저하와 고령화를 한국사회 성장동력의 해체 위기로 설명하며 한편으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 여성, 노인 인력 활용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인부양이나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강화는 필연적이다. 2002년 10월「노인보건복지종합대책 실행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2004년 1월「참여복지 5개년 계획」에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 계획이 발표되는 등 노인 부양을 위한 확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강조되어왔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사회보험 형식으로 「노인수발보험법」을 입법 추진하는 것으로 일단락되고 있다. 정부는 노인수발보험이 값비싼 유료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부유층과 무료․실비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저소득층 사이에서 아무런 사회보장도 받지 못하던 중산층 노령인구에 대한 수발서비스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제도라며 홍보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노인수발보험이 요양과 치료가 필요한 노인층에 대한 포괄적 보장제도로 기능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보험금의 높은 본인부담률은 노인요양의 문제를 가족구성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것이다. 안정된 노후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일부 부유층에게는 값비싼 민간 보험상품과 양로시설이 보장되고,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에게는 사회복지 생활시설이 보장되지만(물론 이 시설들에는 의료진이 배치되어 있지 않고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며 저임금을 감내하는 시설 노동자들이 있다) 이 어디에도 해당될 수 없는 상당수 노인층이 자신의 힘으로, 또한 사회적 권리로서 요양, 치료, 수발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길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2)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은 많은 공백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표1> 법안의 주요내용 [%=박스1%] 먼저, 서비스의 주된 내용이 목욕, 간병 등의 신체활동지원과 가사지원분야에 한정되어 있어, 노인요양의 문제를 가사간병 지원 정도로 축소시키고 있다. 적용 대상을 65세 이상 노인인구와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로 분류하고 있음에도 의료지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 서비스의 전달체계와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치명적 공백이다. 또한, 사회보험의 형태로 법안이 준비 중이지만, 서비스 운영비용에 대한 책임이 각 개인들에게 고스란히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안은 입법예고 당시의 건강보험제도와 같이 지역가입자 급여비의 50%를 국고 지원하는 안에서 후퇴, 이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예고한 바 있으며 현재 보험료 60%/국고 지원 20%/본인부담률 20%의 안이 추진 중이다. 정부는 평가관리원을 따로 설립하는 안을 철회하고 건강보험공단을 보험자로 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매우 모호하게 설정되어 있다.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각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를 지도감독기관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민간시설이나 서비스 제공업체를 연결하는 역할 이외에는 제도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한 규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각종 공약(空約)들만이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방문간호시설 등 재가서비스 제공시설 개설권이 남발되어 민간시설이 난립할 우려가 있다. 또한 심각한 문제는 일본의 개호보험의 사례처럼 서비스 제공이 파견업으로 설정되어 해당노동자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현재 간병인 노동자나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려해보았을 때, 난립한 민간시설을 매개로 서비스 제공노동자의 지위가 파견노동자로 제도화될 수 있다. 이런 일자리의 상당수는 여성으로 채워질 것이며 이들은 서비스 제공에 있어 대상자와 직접 대면하는 긴장과 과도한 서비스 부담을 안고 있는 한편, 교육이나 서비스 질 확보를 위한 방안이 없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 제공하는 이 모두에게 제대로 된 권리가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간병인 노동자가 과도한 의료 책임을 지고 있듯, 수발서비스 제공 노동자에게 전가될 위험이 높은 과도한 의료 책임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 충원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요양연대회의>의 요구와 과제 <요양연대회의>는 현재 노인층에 한정된 수발서비스 개념을 ‘장기요양’ 개념으로 전환하여 시혜로서가 아닌 보편적 권리로서 공적 요양서비스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공적 서비스 전달체계 등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요양’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 권리로서의 노인 복지라는 개념 정립 등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요양연대회의>에는 현재 각종 시민․사회 단체와 보건의료 단체 등이 결합하고 있다. 이 문제가 올바른 ‘제도’를 만드는 데 국한된 것이 아니라면 광범위한 시민사회단체의 토론과 실천을 통한 요양서비스의 재개념화, 권리로서의 장기요양쟁취,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공적 운영 체계 확립 등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요양연대회의> 요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장애인을 포함, 전 국민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제도로 설계하라 2> 국가의 부담을 소요재정 50%로 정하고 법에 명시하라 3> 본인일부부담율을 10% 이하로 최소화하라 4> 요양인정등급의 5등급판정체계를 법에 명시하고 점진적 확대방안을 마련하라3) 5> 법정 급여를 요구에 맞게 다양화하라4) 6>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강화하라 7> 시설 및 인력의 공공성을 강화하라5) 1)현재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은 경로연금 이외에는 없다. 경로연금은 교통요금할인(그나마도 철도공사에 의해 할인제도가 축소되고 있다) 등 현물서비스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노인층은 가족 구성원에게 노후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본문으로 2)보건복지부는 광주 남구/수원시/강릉시/안동시/부여군/북제주군 등 6개 시군구를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해 지난 2005년 7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1차 시범사업 분석을 실시했다. 지난 5월 18일 부여군에서 시범지역에 대한 시민단체 참관이 이루어졌는데 등급판정조사-욕구조사 등으로 이루어지는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확인된 바는 요양, 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에게 가사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재활, 치료 등 의료서비스가 절실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1년에 한번 요양전문관리사에 의해 서비스 내용을 선정 받고 나면 재가서비스 위주의 가사 지원 등에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요양시설, 의료원의 확충이라는 전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단순 가사 지원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제도의 공백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의료 지식/기술이 부족한 수발서비스 노동자의 과중한 책임으로 이어질 것인데 민간업체 위주의 인력 공급 계획을 통해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 물론 수입구조가 없는 노인층이 한 달에 5~6만원 이상의 부담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농촌지역에 집중된 독거노인들은 자산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에 해당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런 높은 본인부담 문제는 결국 부담비용을 그 자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다. 5월 18일 부여군에서 이루어진 재가서비스 등급판정조사와 면담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이루어지는 수발서비스를 받기 위해 매달 5만 원 가량을 지출할 수 있겠냐고 묻자 조사대상자(80세 할머니)는 현재 수입구조가 전혀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단 직원들은 방문지를 나서며 버젓이 “노인 분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액수이지만 자녀분들이 다섯 분이라니까….”라며 그 ‘자녀분들’에게 직접 전화를 할 의사를 밝혔다. 본문으로 3)현재의 등급판정 체계로는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경증 만성질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중증 이상의 장기요양 필요자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악화되기를 기다렸다가 보호 위주의 서비스만을 제공하게 될 우려가 높다. 본문으로 4)장기요양인정자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급여의 확대가 필요하다. 의료시설 사용 시 비급여 항목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엄청나게 높은 부담을 지게되는 현실이 변화되어야 한다. 본문으로 5)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안」의 내용은 일본의 개호보험과 유사하다. 개호보험은 사회복지기호구조개혁의 일환으로서 추진되어 왔는데, 개호보험의 실시에 의한 일본의 고령자복지에서 나타난 최대의 구조변화는 노인요양서비스 공급의 규제완화로 시장화를 이루어낸 것이다. 영리법인의 대량진출이 이루어지고 서비스 제공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 심지어 민간영리법인의 서비스로부터의 무책임한 철수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지금 이런 개호보험의 모델을 수용해 요양서비스 기관을 민간사업자 비영리법인 단체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 재가시설에 있어서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
[기획연재] 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의 쟁점과 노인수발보험법의 문제점(1) 노무현 정부는 2002년 대선 당시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후 「노인보건복지종합대책 실행계획」(2002.10)과 「참여복지 5개년 계획」(2004.01)에서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 계획이 발표되었고 당정협의를 거쳐 「노인수발보험법안」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안정적 노후, 노인복지가 강조되고 있다.1) 가족 구성원이 맡아왔던 노인과 장애인 등 장기요양보호 대상자들을 보살피는 일은 사회적으로 공동의 책임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복지를 사회적으로 보장하자는 애초의 취지가 의심스러운 법안이 추진 중이다. 현재 정부안대로라면 노인수발보험은 모든 개인에게 과도한 보험금을 부과하고, 수발서비스를 받는 개인의 가족에게 그 책임이 전가될 우려가 높다. 보험금의 높은 본인부담률은 결국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민간복지서비스로의 이탈로 이어지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책임이 떠넘겨질 것이다. 또한 복지서비스를 운영하는 주체는 민간업체로 설정되어 있어서 복지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될 우려가 높다. 이에 지난 4월 19일 <장기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요양연대회의>)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요양연대회의>는 준비과정에서 작년 6차례에 걸친 노동시민사회단체 간담회를 통해 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을 위한 네 가지 원칙(전 국민을 대상으로/국고지원 50% 확보/재가서비스 중심/관리운영의 효율성)을 수립하고,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등의 실천을 벌여왔다. 장기요양보장제도를 둘러싼 쟁점은 공동체가 노인 등 요양이 필요한 이들을 어떻게 책임지고,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가 하는 문제와 연관된다. 이는 보살핌이 가족 구성원에 의해 지탱되거나 가정 밖에서 여성의 출혈적 노동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제도 마련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가라는 쟁점을 동반한다. 이후 기획을 통해 장기요양보장제도를 둘러싼 쟁점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면서 빈곤층을 포함하는 포괄적 사회보장, 공적 운영체계 마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노동권 확보방안 등을 다루고자 한다. 안정된 노후, 누구에게 어떻게 보장되는가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최종 결과」를 보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은 아이 수)이 1.08%까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7쇼크 이래로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며 이는 항상 충격으로 묘사된다. 이런 출산율 저하와 동시에 거론되는 것이 고령화 문제다. 정부와 언론은 출산율저하와 고령화를 한국사회 성장동력의 해체 위기로 설명하며 한편으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 여성, 노인 인력 활용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인부양이나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강화는 필연적이다. 2002년 10월「노인보건복지종합대책 실행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2004년 1월「참여복지 5개년 계획」에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 계획이 발표되는 등 노인 부양을 위한 확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강조되어왔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사회보험 형식으로 「노인수발보험법」을 입법 추진하는 것으로 일단락되고 있다. 정부는 노인수발보험이 값비싼 유료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부유층과 무료․실비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저소득층 사이에서 아무런 사회보장도 받지 못하던 중산층 노령인구에 대한 수발서비스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제도라며 홍보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노인수발보험이 요양과 치료가 필요한 노인층에 대한 포괄적 보장제도로 기능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보험금의 높은 본인부담률은 노인요양의 문제를 가족구성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것이다. 안정된 노후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일부 부유층에게는 값비싼 민간 보험상품과 양로시설이 보장되고,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에게는 사회복지 생활시설이 보장되지만(물론 이 시설들에는 의료진이 배치되어 있지 않고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며 저임금을 감내하는 시설 노동자들이 있다) 이 어디에도 해당될 수 없는 상당수 노인층이 자신의 힘으로, 또한 사회적 권리로서 요양, 치료, 수발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길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2)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은 많은 공백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표1> 법안의 주요내용 [%=박스1%] 먼저, 서비스의 주된 내용이 목욕, 간병 등의 신체활동지원과 가사지원분야에 한정되어 있어, 노인요양의 문제를 가사간병 지원 정도로 축소시키고 있다. 적용 대상을 65세 이상 노인인구와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로 분류하고 있음에도 의료지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 서비스의 전달체계와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치명적 공백이다. 또한, 사회보험의 형태로 법안이 준비 중이지만, 서비스 운영비용에 대한 책임이 각 개인들에게 고스란히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안은 입법예고 당시의 건강보험제도와 같이 지역가입자 급여비의 50%를 국고 지원하는 안에서 후퇴, 이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예고한 바 있으며 현재 보험료 60%/국고 지원 20%/본인부담률 20%의 안이 추진 중이다. 정부는 평가관리원을 따로 설립하는 안을 철회하고 건강보험공단을 보험자로 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매우 모호하게 설정되어 있다.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각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를 지도감독기관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민간시설이나 서비스 제공업체를 연결하는 역할 이외에는 제도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한 규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각종 공약(空約)들만이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방문간호시설 등 재가서비스 제공시설 개설권이 남발되어 민간시설이 난립할 우려가 있다. 또한 심각한 문제는 일본의 개호보험의 사례처럼 서비스 제공이 파견업으로 설정되어 해당노동자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현재 간병인 노동자나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려해보았을 때, 난립한 민간시설을 매개로 서비스 제공노동자의 지위가 파견노동자로 제도화될 수 있다. 이런 일자리의 상당수는 여성으로 채워질 것이며 이들은 서비스 제공에 있어 대상자와 직접 대면하는 긴장과 과도한 서비스 부담을 안고 있는 한편, 교육이나 서비스 질 확보를 위한 방안이 없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 제공하는 이 모두에게 제대로 된 권리가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간병인 노동자가 과도한 의료 책임을 지고 있듯, 수발서비스 제공 노동자에게 전가될 위험이 높은 과도한 의료 책임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 충원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요양연대회의>의 요구와 과제 <요양연대회의>는 현재 노인층에 한정된 수발서비스 개념을 ‘장기요양’ 개념으로 전환하여 시혜로서가 아닌 보편적 권리로서 공적 요양서비스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공적 서비스 전달체계 등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요양’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 권리로서의 노인 복지라는 개념 정립 등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요양연대회의>에는 현재 각종 시민․사회 단체와 보건의료 단체 등이 결합하고 있다. 이 문제가 올바른 ‘제도’를 만드는 데 국한된 것이 아니라면 광범위한 시민사회단체의 토론과 실천을 통한 요양서비스의 재개념화, 권리로서의 장기요양쟁취,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공적 운영 체계 확립 등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요양연대회의> 요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장애인을 포함, 전 국민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제도로 설계하라 2> 국가의 부담을 소요재정 50%로 정하고 법에 명시하라 3> 본인일부부담율을 10% 이하로 최소화하라 4> 요양인정등급의 5등급판정체계를 법에 명시하고 점진적 확대방안을 마련하라3) 5> 법정 급여를 요구에 맞게 다양화하라4) 6>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강화하라 7> 시설 및 인력의 공공성을 강화하라5) 1)현재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은 경로연금 이외에는 없다. 경로연금은 교통요금할인(그나마도 철도공사에 의해 할인제도가 축소되고 있다) 등 현물서비스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노인층은 가족 구성원에게 노후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본문으로 2)보건복지부는 광주 남구/수원시/강릉시/안동시/부여군/북제주군 등 6개 시군구를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해 지난 2005년 7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1차 시범사업 분석을 실시했다. 지난 5월 18일 부여군에서 시범지역에 대한 시민단체 참관이 이루어졌는데 등급판정조사-욕구조사 등으로 이루어지는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확인된 바는 요양, 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에게 가사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재활, 치료 등 의료서비스가 절실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1년에 한번 요양전문관리사에 의해 서비스 내용을 선정 받고 나면 재가서비스 위주의 가사 지원 등에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요양시설, 의료원의 확충이라는 전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단순 가사 지원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제도의 공백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의료 지식/기술이 부족한 수발서비스 노동자의 과중한 책임으로 이어질 것인데 민간업체 위주의 인력 공급 계획을 통해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 물론 수입구조가 없는 노인층이 한 달에 5~6만원 이상의 부담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농촌지역에 집중된 독거노인들은 자산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에 해당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런 높은 본인부담 문제는 결국 부담비용을 그 자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다. 5월 18일 부여군에서 이루어진 재가서비스 등급판정조사와 면담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이루어지는 수발서비스를 받기 위해 매달 5만 원 가량을 지출할 수 있겠냐고 묻자 조사대상자(80세 할머니)는 현재 수입구조가 전혀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단 직원들은 방문지를 나서며 버젓이 “노인 분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액수이지만 자녀분들이 다섯 분이라니까….”라며 그 ‘자녀분들’에게 직접 전화를 할 의사를 밝혔다. 본문으로 3)현재의 등급판정 체계로는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경증 만성질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중증 이상의 장기요양 필요자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악화되기를 기다렸다가 보호 위주의 서비스만을 제공하게 될 우려가 높다. 본문으로 4)장기요양인정자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급여의 확대가 필요하다. 의료시설 사용 시 비급여 항목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엄청나게 높은 부담을 지게되는 현실이 변화되어야 한다. 본문으로 5)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안」의 내용은 일본의 개호보험과 유사하다. 개호보험은 사회복지기호구조개혁의 일환으로서 추진되어 왔는데, 개호보험의 실시에 의한 일본의 고령자복지에서 나타난 최대의 구조변화는 노인요양서비스 공급의 규제완화로 시장화를 이루어낸 것이다. 영리법인의 대량진출이 이루어지고 서비스 제공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 심지어 민간영리법인의 서비스로부터의 무책임한 철수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지금 이런 개호보험의 모델을 수용해 요양서비스 기관을 민간사업자 비영리법인 단체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 재가시설에 있어서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