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비상시국대회로 결집하자 노동자의 죽음 대선 직후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현대중공업사내하청 이운남 열사, 한국외대 이호일, 이기연 열사 등 노동자의 죽음이 이어졌다. 1월 8일에는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서 한 노동자가 목을 매었다 발견되어 현재 중태 상태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더불어 쌍용차 노동자의 쾌유를 기원한다. 공교롭게도 대선 직후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 죽음들의 직접적인 원인은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과 가압류, 민주노조 파괴공작, 해고의 고통과 생계난, 다른 노동자의 죽음에 의한 심리적 충격 등이다. 근본적으로는 박근혜의 당선이 노동자운동을 더 힘들게 만들어 각자가 어렵게 싸우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절망과 공포가 작용한 것, 또한 박근혜 당선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 5년 내내 탄압받고 배제되고 짓밟혀온 노동자의 처지가 지속되는 상황, 통합진보당 사태로 붕괴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지도집행력이 현저히 떨어진 민주노총 등 노동자운동 내외부의 비관적 상황이 그 원인일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누적되어 온 노동배제, 노동탄압의 문제가 안타까운 죽음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근본적 원인에 대한 투쟁을 박근혜 정권 하에서 펼치고 민주노조 운동 내부의 혁신과 단결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더 이상의 노동자 죽음을 막고 노동자를 살리는 투쟁을 시급히 전개해야 할 것이다. 당면 투쟁과제를 우선 살펴보자. [%=사진1%] 노동자를 죽이는 괴물 우선 상상을 초월한 노조탄압 문제가 있다. 특히 복수노조가 합법화된 이후로 사측이 직장폐쇄→용역투입→어용노조설립→민주노조 고립으로 이어지는 전술을 쓰면서,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징계, 해고, 폭행, 임금차별, 손배가압류 등 그야말로 적대시 정책이 극에 달해 있다. 현대차비정규직의 경우 2012년 8월, 11월, 12월 파업 과정에서 사측의 관리자, 경비대, 용역경비 등이 투입되어 비정규직 간부를 폭행·납치하고 조합원들을 폭행하는 작태가 비일비재했다. SJM에서는 용역들이 마치 전쟁터마냥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무기를 휘둘러 유혈낭자한 무법천지를 만들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말살시키려는 자본과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는 국가정책의 야만성에 그 원인이 있다. 또한 손배가압류 문제도 심각하다. 최강서 열사의 유서에도 “태어나 듣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이라는 손배가압류 액수가 적혀 있다. 금속노조 집계에 따르면 1월 현재 산하 노조의 손배 청구액수가 약 709억 원, 가압류 청구액수가 48억 원에 달한다. 쌍용차지부 손배 약 232억 원, 가압류 약 29억 원, KEC지회 손배 161억 원, 한진중공업지회 손배 158억 원(민주노총에는 1억 원),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손배 94억 원, 전주비정규직지회 손배 22억 원, 가압류 1억 원, 아산비정규직지회 손배 16억 원, 유성기업 손배 40억 원, 그리고 한국쓰리엠, 발레오만도, 진방스틸, DKC, 보쉬전장, 상신브레이크, 만도 등 투쟁사업장 어느 곳이든 손배가압류가 걸려 있지 않은 곳이 없는 상황이다. 손배가압류는 10년 전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와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등 한 해 내내 이어진 열사들의 죽음으로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었다. 노동쟁의에 대해 자본이 거액의 손배가압류 칼날을 휘두르면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쌍용차와 현대차비정규직 투쟁으로 대표되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노동자를 옭죄고 있다. 수출-재벌 중심의 한국 자본주의 구조에서 저성장 시대에 자본은 노동력 비용 절감과 노동력의 신축적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 사용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에게는 생계의 파탄과 저임금 및 노동강도 강화를 의미할 뿐이다. 이로 인해 이미 쌍용차에서는 23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현대차비정규직에서도 수많은 열사와 징계, 해고자들이 발생했다. 이렇듯 노동자를 죽이는 괴물의 실체는 분명하다. 더 이상 죽음을 당하기 전에 괴물에 맞설 운동의 무기를 마련해야 한다.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 지난 12월 24일 민주노총이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여 26일에 준비모임이 열렸다. 잇따른 열사들의 죽음이 상징하는 엄중한 시국을 반영하듯 31개 단체 50여 명이 참석하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약칭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하기로 했고 1월 4일에 57개 단체 80여 명이 참석하여 비상시국회의를 공식적으로 결성했다. 비상시국회의는 1월 5일 ‘다시 희망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울산 현대차비정규직의 철탑 고공농성장과 부산 한진중공업 투쟁 현장에 가서 집회를 개최했다. 희망버스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희망버스가 다시 시동을 건 것으로 생각했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으나 3천여 명의 대오가 결집하여 연대를 실현했다. 비상시국회의는 ‘한진중공업 손배가압류 철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쌍용차 정리해고 철폐, 유성 민주노조 탄압중단, 공무원 해고자 복직 등 당면한 노동문제의 해결과 철탑 등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무사귀환’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노동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시국회의의 목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상황은 열사들의 죽음과 주요 노동 이슈가 결합되어 있는 국면이고, 시기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비상시국회의는 우선 정권 출범 시기까지 당면 현안 투쟁을 비상하게 조직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단위는 역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라고 할 수 있다. 1월 8일 열린 시국대토론회에서도 희망버스와 같은 사회적 연대만으로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고, 무엇보다 조직된 노동조합 운동이 투쟁의 동력과 기반을 만들어내고 투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민주노총은 한진중공업 손배가압류 철회,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유성기업 노조탄압 중단, 공무원노조 해고자 복직을 5대 긴급현안 요구로 하여 총력투쟁을 한다는 방침이다. 비상시기에 맞게 체계와 조직력을 긴장감 있게 복구해야 할 것이다. 금속노조 역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3대 이슈 해결을 걸고 1월 말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각급 단위 노조 활동가들과 제 노동자 민중운동 세력이 비상한 상황에 맞는 긴장감을 가지고 투쟁 조직화에 나서야 할 때다. 1월 19일 비상시국대회로 결집하자 현 시기의 투쟁 조직화가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민주노조 운동의 향방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 꼭 돌아와서 승리해주십시오”라는 최강서 열사의 처절한 요청에 민주노조운동은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절망과 공포를 걷어내고 어떻게 자신감을 회복할 것인가? 중차대한 질문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 출발점은 1월 19일 5시 서울역광장에서 열릴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조탄압 분쇄 비상시국대회’이다. 이 날 3시에는 용산참사 4주기 추모대회도 예정되어 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노동자를 살리는 투쟁을 벌이자.
하이디스, 두 번째 쌍용차
[금융과 노동] 2013년의 노동운동
낙담이 아니라, 진지한 반성과 각오가 필요하다 [%=사진1%]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1.6%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헌정 사상 최초의 과반대통령, 최초의 여성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등 많은 수식어가 붙었다. 양 후보의 정책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게다가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이른바 3대 의혹(NLL 대화록,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댓글 알바 의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정 투표율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75.8%를 기록했다. 대선이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 양 진영 간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특히 보수 유권자층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1 구도로 치러진 첫 대선이었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이인제, 이회창 등을 포괄하는 보수연합을 창출했고, 야권도 심상정 예비후보가 등록을 포기하고 안철수, 이정희 후보가 모두 사퇴함에 따라 민주통합당 주도의 민주연합을 완성했다. 양 진영의 역량을 최고조로 집중시킨 총력전에서 MB 심판론이 패배한 것이다. MB 심판론의 패배, 참여정부 심판론의 승리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기 확대된 양극화와 권위주의적 정치를 비판했고, 이에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적 무능과 아마추어 정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대응했다. 가령, 문재인 후보가 반값등록금 시행을 미룬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를 비판하면, 박근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에 등록금이 폭등했다고 반박했다. 양 진영 모두 집권 기간 동안 실패했다는 점을 드러내는 제살 깎아먹기식 책임전가 논쟁이었다. 사실 모든 국민들은 지난 10여 년 간 집권세력이 달라지더라도 민중들의 삶의 조건은 꾸준히 악화되어왔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없고, 양 진영 모두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것만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양 진영은 과거 집권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일정한 단절과 쇄신을 꾀해왔다. 박근혜는 당명개정과 좌클릭을 시도해서 ‘이명박근혜’라는 공격으로부터 일정하게 벗어나고자 했고,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새정치 선언과 친노동행보 등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단일화 이벤트의 흥행을 이뤄내지 못했고 그 결과 안철수 사퇴 후 늘어난 15-20% 정도의 중도층을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또 노동운동의 침체상황에서 친노동행보는 ‘관리’의 차원이었지 효과적인 득표전략은 아니었다. 여전히 문재인은 노무현의 적통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고, 참여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박근혜의 공격을 넘어설 수 없었다. 반면, 박근혜는 경제민주화 등 핵심 정책에서 일정한 후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확대, 복지, 정치개혁 등에 있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과오로부터 거리를 둔 상태에서, ‘준비된 변화냐 무책임한 변화냐’라는 쟁점을 형성했다. 또 아버지 박정희의 ‘잘 살아보세’성장 신화를 등에 업고, 경제위기 극복을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자신에 대한 지지로 이끌어냈다. 그 결과 경제위기 상황에서‘현직의 위기’를 돌파하는 예외적 성과를 얻었다. 민주세력의 무능의 결과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세대구성의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20-30대는 줄어들고 50-60대는 증가했지만, 연령대별 지지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매 선거 때마다 그렇듯 여전히 높은 지역주의의 벽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보수후보가 수도권에서 대패하지 않는 한 무조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대구성의 변화나 여전히 강고한 지역주의만으로 MB 심판론의 패배, 참여정부 심판론의 승리, 박정희 시절 경제성장 향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실 박근혜에 62.5%의 지지(출구조사)를 보낸 50대 유권자 층은 10년 전 노무현 지지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충북, 강원, 제주, 경기, 인천에서 모두 패배했고, 그나마 승리한 서울지역에서도 득표율 격차는 3.2%포인트 차로 매우 적었다. 중요하게 평가해야할 점은 민주세력의 무능이다.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실정으로 인해 이번 선거는 야권에 기본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야권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불만에 힘입어 6.2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등을 놓고 자신들의 집권 경험에 대한 뚜렷한 반성이 없는 상태에서 모순적인 입장을 남발했다.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와 한미동맹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이명박 정부만 비판하려는 이들의 전략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적 무능과 아마추어 정치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즉, 이들은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실제로 2011년 민주당 지지율은 몇몇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항상 한나라당에 비해 열세였고 손학규, 유시민, 문재인 등 유력 야권주자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박근혜의 지지율보다 낮았다. 이 때문에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만이 대선 승리를 위한 유일한 카드로 사고되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문재인은 내용없이 ‘정권교체’만 반복적으로 주장하면서 자신의 공약조차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가령,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에 높은 지지율을 보인 50대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은퇴 후 자산과 소득에 대한 실리적이고 전망적인 투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양측 모두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할 때, 정년 연장, 하우스푸어 대책, 주택연금 가입연령 하향 조정 등 이들의 노후불안을 타겟팅한 세부정책에 호소하는 새누리당의 전략이 보다 주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능한 민주세력을 뒤쫓은 민중운동 2008년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 당권을 장악한 세력은 반MB 야권연대를 내세우며 실패한 민주세력의 뒤를 쫓았다. 이들은 민주세력의 모순적 입장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2012 총대선에서 일정한 의석과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주류화의 길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구 집권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고 동시에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강화하고자 했다. 통합진보당은 반MB 야권연대에 헌신하기 위해 민주당보다 더 과격하고 원색적인 MB 비난을 자신의 역할로 상정한 듯 했다. 대선 TV 토론에서 문재인과 이정희의 역할분담은, 지난 시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 내 좌파로서 할당받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무원칙한 야권연대를 비판하면서 출마한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는 민중운동의 독자적이고 통일적인 대응을 모색하던 여러 세력을 폭넓게 규합하지 못한 채 민중운동 내 하나의 정파로서 개별 대응했다. 양 세력은 민중운동 전반의 우경화와 분열을 극복하는데 기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안적 이념,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 결과 김소연 후보는 0.1%(16,687표), 김순자 후보는 0.2%(46,017표)의 득표를 얻는데 그쳤다. 민중운동은 야권연대의 자장 안으로 급속히 휩쓸려 들어갔다. 민중운동이 자신의 핵심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을 전개하기 보다는, 야권이 설정한 의제를 중심으로 한 집회에 대중조직을 동원하는 행태가 반복되었다. 그 결과 총대선을 경과하면서 민주노총 주요 산별조직들은 자기 이해에 따라 실용적으로 야권 후보와의 협약에 매진했고, 민주노총은 이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아무런 대선방침도 투쟁계획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5년 간 민중운동은 이명박 비판에 성공하였나 지난 시기 민중운동은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을 상실해왔다. 자연스레 지배세력에 대한 정세적이고 근본적인 비판을 하는데도 한계를 보였다. ‘MB 쥐새끼’같은 풍자, 경제민주화에 노동의제를 하나둘 끼워 넣는데 급급한 실용주의가 근본적 비판을 대체해버렸다. 압도적 득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정부’라고 부르면서 자족적 비난에 머물렀다.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가 박정희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와 달리 쇄신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비판할지에 대한 논점은 박근혜를 ‘유신의 딸’, ‘공주’라고 부르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이처럼 객관적 현실로부터 거리가 있고 설득력이 부족한 과격 비난과 악마화는 대중운동의 확대 보다는 기존 지지층 내부의 자기위안의 의미가 강했고 따라서 대중적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요소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올 대선 이명박 정부가 대중적으로 심판받지 못한 점에 대해 민중운동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해야할 부분이 많다. 민중운동이 독자적 이념에 기반을 두고 비판과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는 한 자신의 저변을 확대할 수 없고, 나아가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은 요원하다. 기껏해야 민주세력 내 좌파로 자리매김 될 뿐이다. 낙담보다는 반성이 필요한 때다. 박근혜 정부의 성격과 향후 전망 박근혜 정부는 무엇보다 직선제 도입 이래 최초의 과반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형식적 대표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국회도 여대야소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안철수의 신당 창당과 맞물린 이합집산의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인수위는 물론,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운영은 상당히 안정적일 것이다. 외교 정책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이 지속될 것이다. 박근혜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ISD의 경우 해외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대선 뒤로 미뤄뒀던 KTX 민영화, 송도 영리병원 설립 등 민영화 공세도 강행될 것이다. 국방 정책 역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한미동맹의 현대화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다. 대북 정책에서도 박근혜는 ‘신뢰 프로세스’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등을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겠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위기관리 전략이 한층 강화되는 변화도 나타날 것이다. 박근혜는 이명박의 747 공약과 달리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당선되었다. 성장보다는 위기극복과 중산층 복원을 내세웠고, 이를 위해 임기 내에 고용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과 기업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지원,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복지 확대가 상징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격은 경제위기와 양극화에 따라 대중적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후반부에 내걸 수밖에 없었던 ‘공정사회’론과 총대선 국면에서 여야가 공히 제기한 경제민주화-복지국가론에 대한 일정한 수용에 기초해있다. 즉, ‘저성장시대 위기관리’가 올 대선을 거치며 형성된 지배세력 내 컨센서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유럽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 성장세도 둔화된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이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례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코스피가 15%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위기가 심화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언제든 위기에 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거시안정화에 종속된 일정한 분배정책은 언제든 다시 역행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이 가진 모순으로 인해 대중의 불만은 언제든 여러 형태로 다시 분출할 수 있다. 노동자 민중운동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세적이고 근본적인 비판과 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한 태세를 갖추자 2012년 한 해 동안 진보정당의 우경화, 대중운동의 분할과 무기력이 지속되어온 결과 현재 민중운동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박근혜 당선 직후 안타까운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듯 이 어려움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막막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박근혜는 인수위와 정부 초기 일정한 개혁조치를 단행할 것이고, 이는 양극화 완화, 중산층 복원, 정치개혁 등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문재인에 투표한 48% 국민과의 대통합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조직되어있지 않은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 정책이 실질화할 것임을 예고함으로써 새 정부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중운동, 조직된 노동자의 투쟁은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험난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각성이 시급하다. 운동을 재개하고 새 정부에 맞서 투쟁태세를 갖추기 위해서 우선 민주노총을 재정비하고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구성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가 직선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민주노총 내 세력 간 충분한 합의 노력을 바탕으로 차기 지도부를 ‘원칙있는 단결 지도부’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현재의 정파 간 세력구도 하에서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안정적인 사업집행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으로서 기본적인 집행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향후 투쟁에서 있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현장과 지역에서의 혁신 노력도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기존 정파별 구도를 넘어 무너진 현장을 복원하고, 민주노조 운동을 강화하는 데 동의하는 활동가들이 지역·산업별로 새롭게 결집해야 한다.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세우기 위해, 경제위기 하에서 정부와 자본의 전략을 정확히 분석하고 각 산업 및 사업장, 각 지역별 대응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노조운동의 진전을 위해 각 정파 및 의견그룹들이 기존의 관성화된 노동조합 활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혁신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진당 출범 이후 전통적인 노동자 민중운동의 정체성이 해체되고 노선적 분할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반신자유주의 정치·사회운동의 혁신과 공조를 추구해야 한다. 각 정파·세력 별로 취약한 영향력을 보완하고 각 지역, 부문운동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박근혜 정부 시기 운동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공동실천을 모색해야한다.
누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
죽음을 부르는 노동탄압 중단하라!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노동탄압으로 목숨을 잃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 최강서 동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노동탄압 없는 해방세상에서 영면하시길 빈다. 또한 슬픔에 사무쳐 있을 유가족과 동료, 조합원 동지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차강서 열사가 서른 다섯 살의 젊은 나이에 7살, 5살 배기 아들들과 부인, 함께 싸워 온 동지들을 뒤로 한 채 세상과 작별한 것은 지난 이십 여 년 간 노동탄압을 자행해 온 한진중공업 사측에 온전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10년 정리해고와 그에 대한 투쟁, 309일 간의 김진숙 동지의 85호 크레인 농성과 ‘희망버스’를 통한 사회적인 연대로 정리해고가 철회되었고 1년 만인 지난 11월 9일에 해고자들이 복직했다. 그러나 회사는 곧바로 무기한 휴업을 시작했고 158억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더욱이 기업별 노조를 만들어 갈등을 조장했고 최근에는 노조 사무실까지 강제폐쇄하겠다고 하는 등 노동탄압으로 일관하였다. 언제까지 자본은 정리해고와 노동탄압, 천문학적인 손배청구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인가. 2003년 노무현 정권 출범 직전에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가 손배가압류에 분신으로 항거하고 같은 해 한진중공업 김주익, 곽재규 열사가 노동탄압과 손배가압류에 죽음으로 항거하지 않았는가. 노무현, 이명박정권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자본의 노동배제, 노동탄압의 야만적 행태가 쌍용차를 비롯하여 한진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타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닌가. 국민대통합을 얘기하기 전에 이러한 자본의 야만을 통제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막는 조치부터 즉각 취해야 할 것 아닌가. 죽음을 부르는 노동탄압 중단하라! 사회적 타살 중단하라! 손배가압류 철폐하라!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민주노조 사수’, ‘손배철회’ 유지를 받들어 열사 투쟁대책위와 함께 싸워나갈 것을 다시금 다짐한다. 2012. 12. 22 사회진보연대 www.pssp.org
세계이주민의 날과 이주노동자
노조답게 투쟁해서 승리를 거머쥐다 [%=사진1%] 12월 13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 연세대분회가 원청인 연세대학교와 현 용역업체 퇴출 및 고용 ‧ 단협 승계를 담은 협약서를 체결했다. 대학이 용역업체를 통한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뿐만 아니라 단체협약까지 문서의 형태로 보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조 탄압에 맞선 질긴 싸움 연세대분회의 투쟁은 작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7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사측의 어용노조 건설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연세대분회는 작년 9월 21일 청소용역업체 중 하나인 제일휴먼에 조합원의 부당해고를 항의하러 갔다 복수노조를 설립하려던 정황이 담긴 업무보고서를 발견했다. 이 업무보고서에는 노무사와 협조하여 노동자들에게 복수노조 설립필요성을 느끼게 할 것, 복수노조 설립 시 경우의 수를 면밀하게 검토할 것, 복수노조 설립 시 필요한 창립총회안, 규약안, 행정관청 설립신고서 신고 등 구체적인 점검사항까지 적혀있었다. 한진중공업 투쟁 당시 용역투입으로 유명해진 장풍HR이라는 용역회사도 작년 6월 말 노조에 통보도 없이 노무사를 불러 복수노조 교육을 진행하였다. 연세대분회는 작년에도 이러한 상황을 언론에 알리며 연세대에 용역업체 퇴출을 촉구하며 천막농성까지 진행했지만, 원청을 압박하여 용역업체 퇴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결국 중간관리자들의 퇴출로 마무리되었다. 그 뒤 연세대에는 연세대분회를 제외한 2개의 청소‧경비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제일연세노동조합’이 우선 세워졌고, 지난 1월에는 ‘연세대시설관리지역노동조합’이 생겼다. 작년 가을 용역업체 퇴출투쟁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연세대분회는 관리자들의 회유와 협박으로 어용노조로 넘어간 조합원들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왔다. 또 신규조합원 조직화에도 힘을 써 청소‧경비 외 주차관리 노동자들도 올해 새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다. 연세대분회는 벼리고 있던 칼을 이번 집단교섭 투쟁에서 빼들었다. 제일휴먼 ‧ 장풍HR ‧ 아마노코리아를 퇴출시켜라! 청소용역업체인 제일휴먼과 장풍HR은 어용노조를 설립하여 이를 빌미로 서경지부의 집단교섭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 주차관리 용역업체인 아마노코리아 역시 2012년에 연세대분회에 가입한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다. 연세대분회는 이 세 업체의 퇴출을 걸고 투쟁을 시작했다. 투쟁 과정에서 용역업체가 아니라 원청인 연세대학교가 어용노조 설립을 직접 기획했다는 정황이 밝혀졌다. 제일휴먼 현장관리자였다 해고된 김아무개 씨가 어용노조 설립과정을 폭로한 것이다. 김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연세대 총무팀장은 매일 아침 8시 30분 용역업체 소장들을 불러 모아 ‘아침 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원하청은 어용노조 설립을 함께 기획하고 그 과정을 점검했다. 또한 총무처장은 “살아남고 싶으면(재계약하고 싶으면) 노조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연세대분회 조합원들은 당연히도 원청 연세대학교를 규탄하고, 직접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11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인 투쟁을 선포하고, 본관에 찾아가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였지만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추운 겨울임에도 고령의 조합원들은 학교 안에 천막을 치고 투쟁을 벌였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은 5일 만에 2만 명을 넘겼다. 그럼에도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12월 11일, 연세대분회 뿐 아니라 서경지부 조합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서경지부 총력결의대회가 연세대에서 열렸다. 그리고 집회참석자들 모두 본관의 찬바닥에 눌러앉았다. 아무 답변도 받지 못한 채 나갈 수는 없다는 결의였다. 끝까지 ‘나는 모르는 일이다’ 로 일관하던 연세대 총무처장은 본관점거 3시간 만에 “2013년 미화, 경비, 주차관리용역 공개입찰 시 노동조합을 탄압한 적이 있거나, 부당 노동행위를 행한 용역업체는 입찰에 배제할 것을 약속합니다.” 라는 중간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2월 13일, 노동조합을 탄압한 현 용역업체와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선정될 시 조합원의 고용 및 단체협약을 승계토록 한다는 최종합의서를 작성했다. 노동조합의 완승이었다. [%=사진2%] 연세대분회 투쟁 승리의 의미 연세대분회의 투쟁 승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로 대학 비정규직 투쟁 최초로 원청인 대학 당국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업체와 재계약하지 않으며 고용 및 단체협약을 승계한다는 합의서를 받아냈다는 것이다. 투쟁과정에서 드러났다시피 원청은 겉으로는 용역업체가 하는 일을 모르는척 발뺌하지만, 실은 어용노조를 적극 건설하고 노동탄압을 자행하는 용역회사를 선호하고 이를 직접 조장하기도 한다. 이번에 원청이 직접 이러한 용역업체와 계약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앞으로는 원청과 용역업체의 노동탄압 팀플레이가 약화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회사는 민주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는 절대 발붙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장풍HR에 대한 요구안 중 첫 번째는 한진중공업 용역투입에 대한 사과였다. 연세대 청소용역노동자들과 한진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역도, 소속된 노조도 다르지만 민주노조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지역과 업종을 넘어선 연대는 이렇게도 가능하다. 세 번째는 복수노조 시행 이후 사측이 사주하여 만든 어용노조로 인해 민주노조가 대표노조 위치를 잃거나 탄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실력으로 돌파했다는 것이다. 장풍HR이 주도해서 만들어진 노동조합에서는 위원장과 조합원 30명이 단체로 다시 연세대분회에 가입했고, 투쟁과정을 지켜보던 주차관리 노동자들도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투쟁하는 민주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자 머뭇거리던 어용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한두명씩 연세대분회로 돌아오고 있다. 지금 당장 어용노조를 없애지 못하더라도, 민주노조다운 싸움이 무엇인지를 노동자들에게 보여준다면 악법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