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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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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개발이 분단갈등을 해소하는것은 아닙니다.

김타균 | 녹색연합 정책부
▶ 반갑습니다.우선 현대상선에 의한 금강산 개발이 환경자원을 파괴한다는 입장들이 환경단체들에서 발표되곤 하는데요, 구체적인 자료나 근거를 들어 설명해 주시죠.
김타균부장(이하 김) 금강산은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잇는 백두대간의 허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한 고리가 깨지면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마련이죠. 금강산에는 23종의 희귀포유류를 포함하여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자원이 산재해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대가 금강산 개발을 위하여 작성한 보고서는 북한측이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을 뿐,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탐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국립공원이라는 남한의 명산들도 무참히 훼손되고 있는데, 백두대간의 중요한 축인 금강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은 절대로 막아야죠.

▶ 현대측에서도 환경친화적 개발을 하겠다고 발표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 하지만 현대측의 보고서는 금강산에 어떠한 생물이 살고 있으며, 따라서 어떠한 규모로 얼마나 훼손될지에 대한 기초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금강산의 사회적/문화적 가치에 대해서는 아예 고려도 하고 있지 않죠. 또한 개발이라고 하는 것이 대규모 위락시설 건설로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지요.

▶ 위락시설, 오락시설 건설을 통한 환경파괴의 실례들이 국내외적으로 많은 것으로 압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시죠.
▷ 워낙 사례가 많아서...(웃7음) 대표적인 사례는 덕유산이라고 할 수 있죠. 며칠간의 동계아시안 게임을 위하여 국립공원을 훼손하고 쌍방울에게 무제한 개발을 허용하는... 새만금 간척사업도 그렇구, 설악산 국립공원 훼손도 사회적으로 이야기되지는 않지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환경파괴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문제는 개발과 훼손의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사회적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역주민은 주변부화 될뿐 대기업과 지방단체, 지주들의 이권이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죠. 때문에 주민은 몇 푼의 보상금으로 쫓겨나는..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입니다. 금강산 개발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 ‘사회적 합의’라고 말씀하신 것 같은 데 좀더 설명을 해 주시죠.
▷ 금강산 관광을 하는 사람들이 남한 중심인데, 이를 바라보는 북한주민의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안하잖아요? 이 속에서 발생한 남북한의 이질감, 혹은 북한주민의 상대적 허탈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점에 대한 진지한 고찰없이 점점 서로의 골을 깊게 만드는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부분이죠. 더군다나 금강산 개발이 남한에서조차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재벌의 상업논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민족의 감정, 분단의 감정이라는 것이 교묘하게 자본에 의하여 상업화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죠. 여기에 대해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 어쩌면 우리부터 이러한 논리에 너무 쉽게 젖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게 대기업이 노리는 바일 수도 있구...

▶ 남한이나 북한정부에 의한 규제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 남한 정부의 경우에는 사실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규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봐야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얼마전 발표한 ‘환경보전 지침서’인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참..(웃음) 가령, ‘생물들이 서식하는 공간이라고 생각되면 500미터 거리를 두고 개발하라’ ‘골프장은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지형에 건설해라’라는 식이예요.. 북한정부의 경우에는 비록 경제적으로는 낙후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환경보전의 의지는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군요. 일례로 도로확충 과정에서 소나무 군락지형을 파괴하려는 현대측의 입장을 저지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앞으로도 북한이 현대라는, 혹은 다른 자본의 힘을 얼마나 견제할 수 있느냐는 미지수입니다.

▶ 남한 정부의 경우 남북경협의 일환으로 금강산 개발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방을 유도하기 위하여 북한에 적절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이죠.
▷ 정부로서는 어떻게 하면 북한을 개방시킬 것인가의 수단으로 기업을 활용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저희는 좀 다르게 봅니다. 환경파괴 문제와 더불어 한편으로 남한의 공해산업을 북한으로 이전하려는 계획도 나오고 있으니까요. 서해안/두만강/신의주 등의 개발사업 등이 북한지역을 공해산업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어요. 지금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기업이 자행하고 있는 환경파괴나 지난 93년 원진레이온의 중국매각 등의 사례가 있잖아요. 때문에 금강산의 보존 뿐만 아니라 통일이후의 환경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이 진행되어야 하지요. 95년에 남북환경 연구자들이 방콕에 모여서 논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러한 지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어요. 2차 모임은 남북 정치적 관계에 의해 무산되었지만요.

▶ 북한지역에서의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활동계획이 있다면?
▷ 한편으로는 국제적인 환경단체에 북한 환경자원의 의미를 각인시키고 남북한 당국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이 있겠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나 국제회의를 통해서 진행할 생각입니다. 다르게는 정부나 현대, 북한정부에 구체적이고 세밀한 공동조사작업을 제안하고 환경가이드라인을 모색하는 과정이 있을 겁니다.

▶ 금강산 파괴나, 공해산업의 북한이전에 대한 반대운동을 펼침에 있어 ‘환경’문제만을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가령, 환경파괴 문제의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건만 되면 북한관광을 가고 싶어하잖아요. 이중적인 생각이죠. 그 논리의 이면에는 ‘분단의 장벽을 넘어 신비의 산을 드디어 볼 수 있다’라는, 분단의 감정이 교묘하게 상품화되는 거잖아요? 남한 자본이 이러한 논리로 교묘히 환경파괴를 은폐시키는 것에 대한 반대와 폭로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교과서적인 질문이라 더 드릴 말씀이..(웃음) 덧붙이자면, 그러한 이데올로기적 대응과 함께 이를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겠죠. 하지만 이러한 지점은 조금 멀리 보면서 준비해야겠죠.

▶ 더 덧붙이실 말씀이 있다면요..
▷ 우선 명함이나 하나 주시죠..(웃음) 지적하신대로 금강산 개발이 환경파괴의 문제로만 국한되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50년 분단의 감정이 대기업에 의해 포장되고 상품화되는 것도 문제지요..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려나가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금강산 개발이 남북한의 또다른 이질감을 낳는 것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예요.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의 금강산 개발은 분단모순의 해소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된다고 할 수 없어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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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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