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없이는 운동의 혁신도 없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진단과 제언
언론에 의해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이 공개되고, 피해자 및 대리인의 기자회견이 있은 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가 꾸려지면서 이제 쟁점은 성폭력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2차 가해에 대한 진상으로 모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고, 여기저기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시선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둘러싼 논쟁이 또 한번 예상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내외부를 막론하고 철저한 자기반성과 혁신을 촉구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성폭력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심하게 정파 대립이나 하고 있다는 개탄이나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 전혀 놀랍지도 않다는 자조 섞인 비관이 존재한다. 그러나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진상조사를 통해 일정 사건을 수습하고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면서 민주노총 혁신에 대한, 여성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소멸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철저한 사건 처리는 기본이다. 그러나 사건 처리를 넘어 진정 노동자운동의 혁신의 계기로 삼기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은 무엇인지를 논의할 수 있는 책임있는 자세와 뼈아픈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