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제 1 : 이슬람과 테러를 둘러싼 오해 (이슬람문화연구소 이희수 교수)
- 발제 2 : 이슬람과 테러에 대한 왜곡된 정보전달 비판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미니)
- 토론 1 : 한국 시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무슬림 - 이스탄불문화원장 에르한)
- 토론 2 :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 (언론기자 -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
- 토론 3 : 테러방지법 비판 (테러방지법반대국민행동 박성희 민가협 간사)
<토론내용 - 정리:이라크모니터팀>
발제 1 : 이희수
이슬람과 테러 : 제국주의 미국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허상
26년동안 이슬람 세계에서 필드워크를 해 왔지만, 911 이전에는 한 번도 테러나 위해의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 신문을 보면 너무 위험한 곳에 다녀온 것 같다.
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 방송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참여해서, 당시 현지에서는 언론에서도 매일 얘기되고, 지식인들 사이에 동의가 형성돼 있던 견해를 소개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미국의 중동 전략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따라서 미국과 사전 모의가 있었을 것이고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됐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 얘기는 토론 참석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고 결국 녹화방송이었던 까닭에 방송되지 못 했다. 당시 이라크는 우리 나라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였는데도 이런 견해를 소개하는 것 자체가 죄악시되는 분위기였다.
또 다른 경험을 얘기하고 싶다. 중동 관련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에게 “이란”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라는 퀴즈를 내곤한다.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악의 축’, ‘테러지원국’이다. 그런데 이란은 우리나라와 4번째로 교역량이 많은 나라다. 이란의 건설 플랜트 수주에서 한국이 1위이며, 가전제품의 80%, 자동차의 35%가 한국 제품이다. 이란은 우리가 원유를 2번째로 많이 수입해오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떠오르는 것은 악의 축, 테러지원국 뿐이다. 미국에게 악의 축인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선의 축이 아닐까? 얼마 전 테러대책반 강연을 갔는데 경찰 한 명이 지금 국내에 이란인 2400명이 있는데 1:1로 감시하고 있다면서 귀찮다는 말을 해서 화를 낸 적이 있다. 이란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지 전혀 모르는 소리인 것이다.
그럼 중동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떨까? 한마디로 근면, 성실이다. 70, 80년대 중동에서 쉬지 않고 일하던 한국인의 모습에 대한 이미지가 가장 강하다. 그래서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높은 것 같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이 이 지역에까지 도달했다. 카이로에 가면 아랍어를 유창하게 하는 배용준의 ‘겨울연가’를 볼 수 있다. 너무 인기가 많아서 한 번 방영된 뒤 몇 주 뒤 바로 재방영에 들어가서 현재 방영 중이다. 만일 비슷한 스토리의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였다면 방영조차 안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동과 이슬람을 싸잡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만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테러 얘기를 하려면 국가테러리즘을 얘기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국가테러리즘을 얘기하지 않고 어떻게 테러를 논할 수 있을까. 사실 테러리스트 분류도 미국 중심이다. 알다시피 현재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미국 CIA의 손에 큰 사람들이다. 이들이 친미적일 때는 테러리스트가 아니고 반미가 되면 테러리스트가 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언론들은 통신사 기사 번역해서 올리기 바빠 우리 잣대, 우리의 프리즘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의 적을 우리의 적으로 그리고 있다. 다행히 2002년 이후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이 상당히 커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의 시각에서 이슬람과 중동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발제 2 : 미니
이슬람은 테러리즘인가?
-> 발제문 참조
토론 1: 에르한 아타이
무슬림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고 싶다. 나에게 이슬람은 모기나 파리 조차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종교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이슬람이 전 세계 사람들의 미움과 걱정을 사고 있는지” 또 그렇다면 “이 사태에 대한 이슬람의 책임은 없는지”가 나의 고민이다.
내가 좋아하는 꾸란 말씀을 하나 인용하겠다. “지상에 해악을 끼치지 아니한 자 가운데 만일 한 사람을 죽이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고 한 사람을 살리면 세계 모든 사람을 살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선지자 무하메드께서는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슬람을 믿고 남에게 편안함을 주며 해를 입히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답하셨고, 이슬람에서 가장 훌륭한 행동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 모두에게 인사하고 음식을 먹을 때 초대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이것이 이슬람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지하드가 뭐냐는 질문에 “큰 지하드, 작은 지하드가 있다. 작은 지하드는 나를 공격하는 사람과 전쟁하는 것이지만 큰 지하드는 내 마음 속의 악행과 전쟁하는 것이다. 그래서 너희들은 큰 성전에 나서라”고 말씀하셨다. 무슬림에게 정말 중요한 지하드는 자신의 나쁜 마음과 싸우는 것인데 지금은 전혀 잘못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칼리페 요메로는 전쟁에 나가는 군인들에게 ‘밭과 과일 정원들을 해치지 말라. 어떤 종교든 예배중인 신앙자들에게 손대지 말라.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을 존경하라. 민간인들을 죽이지 말라. 들어가는 지역의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말라’고 명했다. 그런 군인들이 전쟁에 나가서 무슨 일을 했을지 상상해보라.
물론 이슬람 세계의 문제도 있다. 이 지역은 대부분 19세기부터 식민지였다. 주로 민족주의와 종교에 기댄 독립 운동이 있었다. 그러나 그 뒤 권력을 잡은 자들은 서구의 영향을 받아 정치를 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보장받는데 주로 관심이 있었다. 왕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부를 독점하는 경우, 미국의 지지 받았던 사담 후세인 등이 그렇다. 그러자 국민들은 지도자를 좋아하지 않고 계속해서 식민지 시대처럼 느낀다.
그렇다보니 무지함, 가난함, 나라 안 여러 민족 사이의 분쟁이 이슬람세계의 문제가 되었다. 또 다른 나라가 잘 사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게 되고 잘 사는 나라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오사마 빈 라덴처럼 미국이 아프간 전쟁 당시 키우던 인물이, 이제 다른 방식으로 미국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슬람 나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진정한 이슬람 나라는 없다. 국가가 이슬람 법으로 다스려져야 하고 모든 국민들이 이를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리고, 테러의 개념 정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누구에게는 테러리스트이고 누구에게는 독립운동가인 상태가 아닌가.
한국 내에도 20만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한국에서도 세계화를 자주 얘기하지만, 진정한 세계화란 다른 문화를 좀 더 넓게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것은 문제다. 유태인 학살 때문에 모든 독일인이나 모든 기독교인을 테러리스트라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토론 2: 박인규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
배우려는 자세로 나왔고 많은 것을 배웠다.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가 주어졌는데 이는 언론이 바람직하지 못 하다는 얘기 아닌가. 원론적인 얘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언론의 역할이란 한 마디로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사실(fact)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철수하는 것 가지고 38년만의 철수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부분적인 얘기일 뿐이다. 가자 지구에서 정착촌은 21개 뿐인데 서안 지구에서는 수십만명이 살고 있다. 샤론이 일방적으로 가자지구를 조금 떼주고 서안 지구를 먹겠다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 가자 지구에서 돌아가는 사람에게는 가족당 25만 달러를 지급하고 있으며, 현재 가자지구 철수를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기자가 6천명이라고 한다. 팔레스타인 가옥이 3천 채 파괴될 동안 보도 하지 않아던 기자들이 말이다. 가자 철수의 의미란 국제적 협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서안을 먹겠다는 계획인 셈인데 이게 언론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특히 국제 문제에 대해 총체적 진실을 한국 언론이 전하지 못 하고 있나. 한국이 기본적으로 외국의 역사적 지식에 일천하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언론은 매일 일어난 새로운 사건을 쓰는게 기본이 되고 그럼 그 텍스트가 필요한데, 그것이 이른바 서방측 텍스트다. 깊이있는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를 받아 적다보면 가자 철수가 중요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력을 갖춘 기자가 아랍 지역에 상주하면서 기사를 쓴다면 다르겠지. 그러나 일단 서방 언론에 대한 정보 의존이 제일 큰 한계라고 본다. 일본 같은 경우 프리랜서 언론인이 꽤 있고 이들이 팔레스타인 등에 상주하면서 깊이 있는 기사를 낸다. 이를 시도하는 분들이 한국에도 몇 분 계시지만 아직 부족한 셈이다.
또 하나는 우리 나라의 위상 자체가 미국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건국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안보 우산 등 미국의 영향은 매우 크다. 국민들이 이라크 전쟁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군사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경제 안보 등에서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소파를 평등하게 개정한다 하더라도 주한미군 전면 철수를 전국민적인 목소리로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 사람이 역사에 무지하다는 책을 하나 봤다. 중동에서도 이란, 오스만 제국 등에서 의회 수립 등 민주주의 노력이 있었는데 이를 막은 것이 바로 식민주의자들이었다. 특히 이란 같은 경우 영국과 미국이 정부를 무너뜨리고 왕정을 세운 바 있지 않냐. 중동지역에서 미국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기 국익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우디는 1년에 수십명씩 참수되는 나라인데도 미국이 문제를 삼지 않는다. 얼마전까지도 미국의 최대 관심사가 유럽과 동아시아였는데 이제 중동으로 돌리고 있다. 중동에서의 문제점이 기본적으로 미국의 무리한 세계전략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프레시안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테러도 미군에 대한 테러와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분명 다르다고 본다. 83년 레바논에서 미군이 자살폭탄으로 200명 죽어서 철수한 적 있다. 주로 이렇게 군인을 대상으로 하다가 90년대 후반 이후 민간인 대상으로 바뀐 것 같다. 저항이라고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무조건적인 것은 아닌 것을 안다. 마드리드는 스페인 총선, 런던테러는 G7 회의를 노린 것이긴 했다. 또 미국의 강경 정책이 이란의 강경파 당선을 낳았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보도에 반영되려면 아직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토론 3. 박성희
테러방지법 입법 주장의 위험성
발제자가 주로 남자다.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 자리를 앞쪽으로 바꿨다. 한 사회에서도 여성이 자꾸 소외받다보면 테러를 하게 되지 않을까.(웃음)
테러방지법에서 그 이름자체보다, 한 사회에 법제가 도입된다는 것이 그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2001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매년 테러방지법 입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래서 겨울마다 여의도에서 살고 있다. 또 논의에 앞서 국가보안법은 48년, 형법은 53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형법이 제정될 때가 전쟁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전시상황에 입각해서 형법을 제정했다. 그래서 우리 형법은 전시형법으로서 매우 가혹한 법이다. 국가보안법은 더 심하다는 것을 알고 들어주기 바란다.
테러방지법은 2001년 11월 국정원이 느닷없이 입법청원했다. 이것이 무산되자 2003년에는 국회 발의로 형식을 바꿨다. 그리고 국회 공청회 등에는 국정원 직원이 시민사회보다 참석자가 3배 이상 참가하기도 하는 등 국정원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16대 국회에서는 법안심사소위까지 가기도 했다. 당시 소위의 문제 때문에 다행히 중단,무산되었지 우리가 막은 것은 아니다.
테러방지법은 올 3월 15일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정보위에 법안을 상정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김선일 씨 이후로 끊임없이 물밑에서 논의하고 있었다.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렸는데, 조성태, 안영근, 최성, 김성곤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열린우리당을 주로 만나면서 테러 관련해서 어떤 대책이 있는지 면담을 요구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다가 8월 21일 조성태 의원이 의원서명 중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에서 2001년부터 시민안보를 어떻게 지킬지 논의하자고 할 때는 무시하더니 자기들끼리 법안을 마련해서 추진 중인 것이다.
이 2개 안은 매우 유사하며 국정원 입법 시도 법안과 비슷하다. 여기에는 대테러센터를 국정원에 두게 되어 있다. 대테러센터의 임무 중 일부는 국정원이 이미 하고 있는 고유 업무이며 테러 관련 인물 진행 정황을 탐지하는 것은 국정원에 수사권을 부여하게 된다. 또 테러정보 통합관리 부분은 모든 정보를 국정원이 통제, 재생산되는 상황마저 예견할 수 있다. 이런 위험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시 국가 정보기관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내주게 될 수 있는 법안이다.
테러 관련한 법안이 없지 않다. 아웅산 테러 당시 통합방위법 제정 등 대테러 활동이 이미 여러 기구, 법을 통해 예비되고 있다. 그리고 전시형법인 우리 형법에는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내용이 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천공항 테러 보안대책협의회 과장이 런던 테러 이후 인터뷰에서, 테러가 일어나자 바로 이 협의회가 가동되었으며 출입국 관리 등 탁월하게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7월 19일 경찰 대테러 센터가 문을 열고 경찰특공대가 테러 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정원이 이렇게 이 법에 목을 매는 까닭은 국정원의 권한과 임무 확대 때문이다. 경찰 보안국도 사실 만만치 않다. 직제가 일제부터 대한민국으로 흡수. 그래서 경찰이 과도하게 보안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직제가 할 일이 줄자 새로운 업무로 떠오르고 있는 대테러 업무를 두고 경찰과 국정원이 싸우고 있는 셈이다.
논의되는 법제가 인권 침해 우려가 있으면 신중해야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많은 의원실을 찾아다녀도 토론 준비가 된 의원도 거의 없다. 실질적 민주주의를 논의하는 단계라고 하는데도, 테러에 대해서 원인이 무엇이고 그래서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를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다른 의견에 대해서 너무 배타적이다. 테러가 왜 일어나는지 생각해보자는 것 자체도 위험시한다. 이대로 의원들끼리 얘기되거나, 이런 식으로 공론화되면 코앞에 닥친 테러라는 공포물을 가지고 이성적인 토론이 불가능 할 거라는 걱정이 든다.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질의, 응답>>
지은 : 많은 기사에 애매하게 나오는 “이슬람단체”라는 용어가 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사용하고 계시는지.
박인규 : 이라크 내에서 저항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슬람 세력인지 민족주의 세력인지 모르는 것 같다. 이슬람 세력이라는 추정을 하고 그래서 그냥 그런 용어를 쓰는 것 같다.
자마일이라는 기자가 10개월 이상 자르카위를 추적했는데 현존인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런 기사는 뉴욕타임즈 등에 안 나온다. 하지만 매일 기사를 쓰다보니 매일 기사꺼리를 주는 언론을 베끼게 된다. 기본적 한계는 기자들이 이런 내용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없다는 것이다.
언론 내부로 가서 보자면, 우리 나라에는 신문사 순환 보직이라는 제도가 있다. 2-3년 하면 다른 부서로 돌린다. 게다가 국제부 내에서도 고참은 미국, 일본 가고 초보 기자들이 중동 가는 식이다. 그러니 깊이있는 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자들이 공부를 하면서 해야하겠지만. 나만해도 아랍어를 모르니까 영어로 된 진보 매체, ZNET이나 커먼 드림스 등 참고하려고 애쓰지만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렵다.
물꽃 : 미군에 대한 테러랑 민간인 테러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언론에서 사실 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군사 공격까지 민간인 공격인 것처럼. 프레시안에서 이라크 보도할 때 그런 점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
박인규 : 전 CIA 국장 울시는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 같은 경우 단순한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정치적 지도자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정치적 목표와 메시지를 가지고 테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테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중동의 석유 자원에 대한 서방측의 탐욕, 그리고 아랍측의 비민주화 이렇게 2가지를 문제라고 지적한다.
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것이 건설적인 대안이냐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이다. 대안은 그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테러가 그런 과정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영섭 : 이희수 선생님 대테러 대책반과 간담회 하셨다고 했는데 궁금하다.
이희수 : 강연은 여기저기 많이 간다. 대테러대책반 강연 가서 들은 얘기다. 이슬람권 이주노동자 중 테러지원국 출신 노동자들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를 하고 밀착 감시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사관 직원, 유학생 이주노동자 모두 포함된다. 이란인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서 국가 안보를 지키겠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선의 축 국가인데도 미국의 이해구도에서 악의 축으로 보면서 감시, 의심하는 것이 공무원의 기본 인식이라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
청중 : 에르한씨에게 질문드리겠다. 주변 분 중 최근 테러 관련된 조사를 받았거나 감시를 받고 있는 듯한 경험을 한 사례가 있는지.
에르한 : 많이 있다. 우리 단체도 받았다. 내가 속한 이스탄불문화원은 민간문화원이다. 한국에서 터키 문화를 알려보자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청, 국정원 등에서 와서 문화원은 왜 건립했냐, 한국에는 왜 왔냐, 어떤 일을 하냐,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묻는다. 어떤 때는 한국 내 모든 터키 사람 리스트 가지고 와서 한 명씩 아냐 모르냐 묻기도 했다. 터키의 어떤 이슬람 단체와 관계있는지 묻기도 한다. 사실 국가에서야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한다. 또 우리는 단체이고 조직이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고 본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상관없는 터키 유학생까지 집에까지 찾아가고 그런 질문을 해댄다. 이슬람이라는 것 말고 터키는 테러와 관계도 없다. 보호하러 오셨겠지만, 무슬림 예배보는데에도 경찰이나 혹은 얼굴보면 국정원 사람이라고 써 있는 사람이 항상 나와계시다.
물꽃 : 앞으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활동 계획은 어떤 것이 있는지.
박성희 : 지루하게 되풀이되고 있는데 그런만큼 국회 내 작업은 이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시민사회, 국회 양측에서 테러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관점과 의제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가정보원같은 비밀정보기구가 개혁되어야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 민주적이라는 것 상당히 허상이라고 본다. 따라서 논쟁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그냥 이 법이 입법되어야 한다 말아야 한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래서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젊은 학자들, 테러에 대한 연구자들 등과 함께 노력하려고 한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되어야 위험성을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정기국회 때 서명한 국회의원들을 면담할 계획이긴 하지만 이것보다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바로 : 질문을 좀 더 이어서 하고 싶다. 국정원이 자기 연명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 아닐까 싶은데 국회보다는 바로 이 국정원을 개혁해야 하지 않을까.
박성희 :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미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국정원의 규모와 예산은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오직 대통령만 안다. 이것 자체가 문제다.
과거부터 존재하는 여러 조직과 제도에 대해 민주적 잣대를 가지고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국정원은 중정 이후 계속 청사와 방대한 규모의 인력, 권력을 누리고 있다. 국회 업무 보고도 93년에 처음 시작됐다. 거기에 기무사령부, 경찰청 등도 개혁의 대상이다.
시민안보, 인간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민주적인 기관으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
청중 : 최근에는 그래도 군대가는 것이 당연한 것만이 아니라 거기 폭력이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인식하게 되었다. 국정원이 도청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해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그 전에는 전혀 몰랐던 일들인데 일상에서 이를 느끼는 것이 그나마 좀 나아졌다는 증거다. 이런 때에 이슬람과 테러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넘어설 뿐 아니라 더 큰 연대로 한국 사람들이 모두 평화를 요구하고, 주한미군도 필요 없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여러가지 왜곡된 시선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희수 : 짧게 마무리하는 말을 하고 싶다. 이슬람 테러 얘기를 하는데, 국제적 이슬람 테러 연계조직은 없었다. 팔레스타인에 있는 하마스, 헤지볼라, 이슬람 지하드 등이 예전에 말하던 소위 테러 조직이지만 이들은 팔레스타인, 레바논 내에서 자치 투쟁하는 단체였다. 이들이 미국에 가서 활동한 적 없다. 이들은 지역 단위의 자발적 저항조직이다. 하마스는 자치정부다. 그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익과 다르니까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거다.
그런데 알카에다가 911에서 국제연계테러가 역사상 처음 드러낸 셈이다. CIA가 키운 3천명의 최정예 요원이 세계에 흩뿌려진 것이고 이들이 역사에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과 지역 투쟁 단체와는 차이가 있다. 지역에서 투쟁하는 단체들은 대중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제연계 테러 조직은 대중 지지가 없다. 그냥 미국이 만들어낸 비극적 산물인 것이다.
대중 지지 없이 지리멸렬해가던 국제연계테러조직이 이라크에 가서 힘을 얻고있다. 그래서 전공자들이 보기에도 누가 저항 조직인지 테러조직인지 알기 너무 어렵다. 어떤 점에서 군과 민간인 구분으로 테러 규정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라크에서 십만, 팔레스타인에서도 민간인이 계속 죽어가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못 하냐는 정서가 현장에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