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협정: 북한 핵문제 근본해결로서의 평화협정의 틀과 윤곽
李 三 星 (한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005년 10월 7일
아래는 이날 토론회를 보도한 기사입니다.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반도 평화협정, 남-북-미-중 4자가 직접 체결해야"
이삼성 교수 "남북당사자론과 2+2 논리 넘어서야"
출처: 프레시안 2005-10-07 오전 10:04:14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9.19 공동성명에 언급되면서 '평화포럼' 참가국과 평화협정 당사자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사회에서 평화협정 체결의 지배적인 논리가 돼 왔던 '남북 당사자주의'와 '2+2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두 가지 논리는 우리 사회의 보수 진영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기본틀로 설정되어 온 것들이어서 관심을 끈다.
이삼성 한림대 교수는 7일 오후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개최된 평화통일연구소(www.spark946.org) 창립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정전협정의 당사자였던 미국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에 당사자가 되는 것이 왜 바람직하지 않은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남, 북, 미, 중이 직접 당사자로 참여하는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고집이 평화협정 체결의 걸림돌?
토론회에 앞서 공개된 발표문에 따르면 이 교수는 남북한이 미국과 중국을 배제하고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은 '자주성'을 가장한 채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간과하는 '위험하고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남북이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미국과만 협정을 체결하려고 하는 북한의 태도가 한반도 평화체제 성립에 근본적 걸림돌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교수는 그러나 "과거 북한이 요구해 온 평화협정 체제에 미국이 응하지 않은 것은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북한과 협상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평화협정 체제가 정전협정에서 다뤄진 핵심 사안들(외국군대의 철수 등)의 더 한층의 진전된 이행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주한미군의 완전철수가 아니더라도 그 문제에 관해 일정한 정치적 타협점을 찾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북한이 정전협정 비서명을 이유로 한국에 대해 협정당사자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협정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하고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문제를 비롯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오는 한 북한에게 당사자 문제는 근본적인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2+2 논리'는 과연 '자주적'인가
이 교수는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 등 한국 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2+2' 형식의 평화협정, 즉 남북이 체결 당사자가 되고 중국과 미국이 보장하는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을 들이댔다.
이 교수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시도하는 것은 남한이 아닌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 때문이기에 "(평화협정은) 남북한 상호간의 의무와 미국에 대한 북한의 의무 이행을 규정할 뿐 아니라 미국이 한반도에서 북한에 대해 이행해야 할 의무들 역시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협정"이 돼야 한다며 미국의 책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평화협정은 '공허하고 실효성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미국과 중국을 '보장자'로 삼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과 중국을 남북한에 대한 합법적 감독자의 위치에 올려놓음으로써 '자주'의 원칙에 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개념과도 근원적으로 배치된다"며 이는 '19세기적 불평등 조약의 성격을 내포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남북 당사자론이 내세우는 '자주성'의 논리가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를 결정할 수 있고 그 긴장구조의 당사자 위치에 있는 미국을 그런 위치에서 비켜설 수 있게 만드는 담론적 효과를 낳는다"며 "이 논리에 따르면 미국은 한반도 긴장구조의 밖에 위치해 있는 것이 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위기의 본질에 관한 진실의 절반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도 낳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한반도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관련 당사국을 평화협정 체제에 참여시키는 것은 한반도에 대한 '개입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평화촉진의 행동을 이행하는 세력'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이고, 이것이 바로 "자주외교의 불가결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정면응시를 피해온 '정관언학(政官言學)
이 교수는 미국을 '보장자'로만 참여시키려는 '2+2 논리'가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집요하게 정당화돼 온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현상을 침범해서는 안 될 성역으로 간주해 왔기 때문으로 "미국이 직접 당사자가 되는 협정은 어떤 형태로든 주한미군의 지위와 한미동맹 체제에 불가피하게 중요한 변화를 수반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을 평화협정의 직접적인 당사자로 끌어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비현실적이라는 '체념' 때문으로, 특히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적인 협상을 철저하게 거부하면서 그같은 체념이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고착됐다는 것이다.
셋째는 미국 당사자론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과 같다는 논리에 대한 원천적인 회피의식 때문으로, 이런 의식이 "우리 지식인사회 역시 북한과의 '거리 좁히기'의 결정체일 수밖에 없는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서까지도 그 본질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왔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왜 평화체제에 동의했나
한편 이 교수는 미국이 9.19 공동성명에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약속한 것은 '커다란 정책전환'이라고 평가하며 그 이유를 분석했다.
부시 행정부가 그간 취해 온 일방주의적 대북정책이 북핵을 폐기하는 데 오히려 장애였음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이 교수는 "9.11 이후 미국이 벌인 대테러 전쟁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유럽, 러시아, 중국의 경계가 강화됐다"며 "중동에서와 달리 북한 문제를 군사적으로 압박하려는 시도는 한국, 중국, 러시아 등 강력한 국제적 저항세력이 존재하기에 미국의 행동을 제약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은 상호주의적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책만이 대안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온 북한이 그 핵심 내용으로 거론해 온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북미간에 타협점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미국이) 동아시아 군사전략에서 한반도를 전진기지로서보다는 완충지역으로서, 그리고 주한미군은 그 완충지역의 관리자 역할로 조정함으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북한과 일정한 타협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공동성명의 취지와 2004년 2월 제2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시사하기 시작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틀은 미국이 직접적인 당사자로 참여하는 형태를 말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협정 당사자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진행될 수 있으나, 미국이 남북한 및 중국과 더불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용의를 밝힌 것 자체가 한국 정부와 그 주변에서 제시해온 "2+2"의 논리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황준호/기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반도 평화군축과 평화협정’의 방안과 경로
평화·통일연구소 토론회 열기 후끈 자료집 동나
출처 : 프로메테우스 2005년 10월 7일
강정구 교수의 ‘통일내전’ 주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평화·통일연구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 주최의 <한반도 평화군축 및 평화협정 방향 제시>라는 토론회가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평통사 부설 평화·통일연구소의 창립1주년 기념토론회는 리영희 교수의 강연과 더불어 강정구 교수가 사회를 맡아서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리영희 교수의 강연과 이삼성 교수의 발제 특히 강정구 교수의 출연으로 인해 청중석은 빈자리 없이 가득 찼고 준비된 자료집도 모자라 추가로 준비해야 했다.
평화협정과 평화군축의 주제 민간 차원 토론은 처음
이날 토론회는 “핵문제 해결 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정세 전반을 조망하고 평통사 명의로 제안된 ‘남북평화군축토론회’를 준비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홍근수 이사장은 여는 말에서 “평화협정과 평화군축의 주제를 가지고 민간 차원에서 그 구체적이고 실현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날 토론회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리영희 명예이사장이 ‘9.19 베이징공동선언 이후 동북아 정세’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리영희 이사장은 차분한 어조로 동북아정세와 과거 미국의 태도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 뒤 “남북이 노력해서 미국에게 전쟁의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당부로 강연을 맺었다.
본격적인 토론은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한반도 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군축 방안’을 논했고 2부는 ‘한반도 평화협정의 상과 평화체제 구축 경로’를 다루었다.
2시 2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된 1부 토론은 김승국씨(한미관계연구회)가 사회를 맡았고 이철기 교수(동국대 국제관계학)가 <한반도 군사적 신뢰 구축과 평화군축 방안>를 발제했다. 이장 교수(국민대 행정대학원), 백승주 연구위원(한국국방연구원), 박기학 상임연구위원(평화∙통일연구소)이 토론에 나섰다.
4시 35분부터 역시 두 시간 동안 진행된 2부 토론은 강정구 교수(동국대 사회학, 평화·통일연구소 소장)가 사회를 맡았고 이삼성 교수(한림대 정치외교학)가 <한반도 평화협정의 상과 평화체제 구축 경로>라는 논문을 발제했다. 최철영 교수(대구대학교 법학부), 조민(통일연구원), 고영대 상임연구위원(평화∙통일연구소)이 토론에 나섰다.
베이징 공동성명에서 미국 NCND 정책 벗어나
이철기 교수는 지난 9월 19일 2단계 제4차 6자회담의 결과 베이징에서 합의한 ‘공동성명’에 한반도 군축과 관련 매우 의미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며 그 가운데 미국의 NCND 정책의 변화를 꼽았다.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규정한 1항은 몇 가지로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첫째, 미국이 유지해온 이른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ing nor denying)정책을 넘어서서, 남한 내에 미국의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이다. 둘째, 북한에 대한 불가침을 약속한 것이다. 재래식 무기에 의한 불가침뿐만 아니라, 핵무기로 공격하거나 공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보보장(NSA: negative security assurance)을 재확인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동성명」 1항은 “한국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접수 및 배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고, 자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배비”는 ‘설치(installation)’ · ‘전개(deployment)’ · ‘비축(stockpiling)’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과 미국이 남한 영토 내에 이 같은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한 것이다. 이 교수는 “핵무기를 ‘비핵국 영토’에 ‘배비’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사실 NPT의 규제 범위를 넘어선 파격적인 약속을 미국이 한 것을 의미한다. 핵무기국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NPT 제1조는 핵무기의 제조·획득을 원조·장려·권유하지 않을 의무와 핵무기 및 그 관리를 이양하지 않을(not to transfer) 의무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핵무기의 관리를 영토국에 이양하지 않는 한, 핵무기 배치는 금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남북한의 군축제안의 비교와 세 가지 원칙
이 교수는 남북한의 군축제안을 ‘접근방식’, ‘감축대상 우선순위’, ‘감축 방법’ 등 세 측면으로 비교했다. 한국은 단계적·점진적 방식으로 정치적 군사적 신뢰구축 후에 군비감축이라면 북한은 동시적·포괄적 방식이다. 한국은 무기 감축을, 북한은 병력 감축을 우선한다. 이 교수는 “그러나 최근 국방개혁 논의가 무기가 증가되고 병력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한국 입장에 변화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감축방법으로 한국은 군사력을 수적으로 과다 보유한 측이 먼저 감축하여 상호동등수준 달성 후 상호 균형감축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병력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하여 남북이 각기 10만 명 병력을 동수 보유하며 이에 상응해 무기를 감축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반도 군축의 원칙으로 ‘안정성’, ‘호혜성’, ‘통일지향성’을 제시했다. 이어 한반도 군축을 위한 조건으로 ‘상호 공격능력의 제거’, ‘병력의 대폭적 감축’, ‘주한미군문제의 해결과 미국의 군사적 위협 해소’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남북한의 병력은 합하여 180여만 명에 달해 이는 세계군사최강국인 미국이나 러시아의 병력 수보다도 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일국가의 적정군사력은 2010까지의 추산 인구를 8천만으로 할 때 인구 대비 0.3%~0.35% 수준인 24만~28만 명 정도를 들었다.
이철기 교수는 “국방부가 9월 13일 발표한 국방개혁안은 17.1만 명의 병력 감축계획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에 있어서도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며 “ 그 기본 방향과 골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에 수립한 ‘국방개혁 5개년 계획’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당시 개혁안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국방개혁안은 여전히 과도한 병력을 유지하는 “병력집약형의 ‘대병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20년도 목표연도의 상비병력 규모를 50만 명으로 잡고 있는데, 이는 “출산률 저하에 따른 병력 수급 인력의 감소를 감안하면 자연감소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국경선이 긴 - 8만 키로 -러시아보다 육군이 많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지적하며 병력 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늘은 ‘지극히 기계적인’ 말만 하겠다”
1부 토론이 김승국 사회자의 적극적인 논쟁 유발로 토론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돌았다. 2부 토론 시작하기 전 강정구 교수는 “무슨 말만 하면 문제가 된다”며 자신이 최근의 사회적 논란의 주인공이 된 점을 감안해 토론 사회자이지만 “혹시 구속 안 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오늘은 ‘지극히 기계적인’ 말만 하겠다”라고 말해 청중들이 모두 웃었다.
강 교수는 “1953년 때 정전협정을 맺었는데 법적으로는 정전상태고 이런 일시적인 평화상태를 53년이나 끌어왔다”며 “계속 해서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를 만드는데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2부 토론 ‘한반도 평화협정의 상과 평화체제 구축 경로’의 발제자 이삼성 교수는 90년대 중반 클린턴 행정부의 ‘4자 회담’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통해 미국이 북미관계의 진전을 회피하기 위해 다자회담을 활용해온 측면을 지적했다. 그러므로 앞으로 다자회담이 북미관계의 진전을 위해서 한반도 평화협정에 미국이 ‘보장자’가 아니라 ‘당사자’로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 행정부의 태도와 북한의 대응 등도 상세히 설명했다. 가령 클린턴 행정부가 북미간 합의 이행을 4자회담을 활용해 지연시키자 북한은 98년 8월 말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고 그리하여 미국이 북미관계를 복원시키려 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2002년 가을 이후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국제적인 압박의 틀로 6자회담을 선택하자 북한은 핵보유선언을 통해 대응했다.
한편 클린턴 행정부는 북미관계의 복원에 나서며 4자회담을 미련 없이 버렸는데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의 합의라는 형식을 통해 4자간 평화협상의 틀을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나서야
미국이 당사자가 될 경우 주한미군의 지위와 주둔 문제가 안건으로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2+2의 논리로 남북의 ‘당사자주의’를 주장했는데 이 교수는 “북한에게 협정체결의 당사자로 한국이 포함되느냐 아니냐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발제문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2+2의 논의’의 예로 임종석 의원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평화협정의 직접체결 당사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은 그것을 보장한다”는 2+2의 논리는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용의를 밝힌 이후에도 정치권 일부와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향후 전개될 수 있는 평화협정 협상국면에서 인식의 혼란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여전한 것처럼 보인다.
열린우리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2005년 8월 18일 의원 칼럼난에 올려진 임종석 의원의 “2+2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한다”는 글은 1990년대 뿐 아니라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한반도에서 가능하고 바람직한 평화협정의 틀에 관해 그 논리가 가진 현실적 호소력과 함께 그에 대한 한국 지식인사회의 무비판적 수용이 얼마나 광범한 것인가를 상기시켜준다. 임종석은 “한반도 평화협정은 남북한의 주도성과 국제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남과 북이 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는 <2+2 평화협정>이 실현가능성과 효과의 면에서 선택가능한 유일한 방안이다”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논리의 근본적인 결함은 “남과 북이 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중국이 보증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그리고 국제법적으로 어떤 논리적인 현실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가에 대해 깊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현가능성과 효과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2+2의 틀이 왜 타당하지 않은지 여기서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이 논리가 지난 10여년간 한국정부와 한국 안보관련 전문가집단이 주창하고 또한 미국이 음양으로 동조하는 가운데, 미국을 협정의 한 직접당사자로 포함하는 협정틀을 거부하는 태도가 아직도 여전히 뿌리깊다는 사실을 통감하기 때문이다.}(자료집 32쪽)
한반도 평화협정이 담아야할 구체적 내용들
이삼성 교수는 한반도 평화협정이 담아야할 구체적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한반도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진척과 그것을 관철하고 지속하는 엄정한 검증체제를 구축하는 방법과 일정을 정한다.
2) 북미관계 정상화 일정 확정-북한에 대한 비핵화 검증체제 적용시기와 강도를 북미관계 정상화의 일정과 적절하게 조응시키되, 가급적 외교관계 정상화 일정을 앞당긴다.
3) 남북한 군축의 논의와 실행 장치를 정한다.
4) 서해 5도 등 정전협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영토문제를 해소한다.
5)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군 일정을 정한다.
6) 북한의 미사일통제체제(MTCR) 가입 일정을 논의하고 여기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한반도 도입 중단을 연계한다.
7) 평화체제 구축 진행 일정에서 적절한 지점에서 북한의 국제인권 협약 가입을 권고한다.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평화협정은 북한에 대해 국제법적인 구속력을,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는 미 의회 상원의 비준을 거치게 되는 것이므로 국제법적이고 국내법적인 구속력을 갖는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안전보장을 받아내기 위해 평화협정에 집착하는 것은 그런 효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평화협정을 포함한 모든 국제규범은 언제라도 강대국들의 필요에 따라 권력정치에 유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미중 사이에 일정한 세력균형이 형성되어 있는 오늘날의 조건에서 남북한과 미중이 함께 참여하여 합의해내는 한반도 평화협정은 일정하게 힘의 균형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국제규범으로서의 구속력을 갖게 될 것으로 희망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그 평화협정이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평화통일에 가장 이상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을 갖추도록 설계하고 관철해내는 외교적 비전과 노력은 소중한 의미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주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