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il 로 받은 성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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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 고산동 서경만씨 살인사건 관련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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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오후 2시 50분경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에서 서경만씨(66세)가 피를 흘린채 숨져있는 것이 집주인에 의해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서씨는 눈 주위에 멍이 들어 있었고 앞니 2개가 빠진 채 입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목격자의 증언에 의하면, 서씨는 전날 밤 11시 50분경 미군과 함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으며, 곧 방에서 싸우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서씨는 한국 전쟁 당시 가족들과 헤어져 혼자 살아왔으며, 어릴 때 병을 앓은 뒤 말을 할 수 없는 청각 장애인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해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발생한 신차금씨, 이정숙씨 사건과 지난 달 1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미군전용클럽 종업원 김모씨 살인사건에 이어 불과 1년 사이에 네 번째로 발생한 미군에 의한 기지촌 여성 살해 사건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전투력 보존이라는 명목으로 미군 당국과 한국 정부에 의해 정책적으로 육성되고 있는 기지촌의 성산업을 통해서,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범죄의 피해에 아무런 대책없이 노출되어 있다. 또한 매춘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편견과 사회적 단절로 인해서, 기지촌의 여성들은 이렇게 반복되는 범죄 피해에 대해서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이야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강요당하고 있다. 미군의 성폭력으로부터 '일반' 여성들을 보호하고, 미군들의 성적 욕구 해소와 사기 진작이라는 명목으로 묵인되어온 기지촌의 매매춘은, 매춘여성 개개인의 인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오로지 성적 서비스 제공자로서만 규정지을 뿐이다.
또한, 한국과 미국 정부간에 체결된 불평등한 주둔군지위협정(SOFA)으로 인해서, 사건이 발생한 곳이 한국이며 피해자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찰에서는 미군 가해자에 대한 수사는 물론 신병 확보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범죄 예방의 선결 조건인 가해자에 대한 정확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미군에 의한 기지촌 여성의 범죄 피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은 '미국' 군인에 의한 '한국' 여성의 살인 사건인 동시에, '여성'이 '군인', '남성'에게 살해된 사건이기도 하다. 약소국의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희생을 강요하는 제국주의와 군사주의, 그리고 외세에 기생하는 식민 권력, 성녀와 창녀라는 여성에 대한 이중적인 성적 기준을 끊임없이 재생산해내는 가부장제와 여성에 대한 성적 상품화를 조장하는 기형적인 자본주의 모두에게 이 사건의 책임이 있다.
따라서, 희생자를 '고귀하고 순결한 민족의 딸'로 규정지음으로써 모든 책임을 미군에게만 전가시키고, 평생동안 기지촌에서 살아오면서 겪었을 한 '여성'으로서의 고통과 억압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살아서는 '양공주'로 멸시되던 기지촌 여성이 미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후에는 '민족의 딸'로 이야기됨으로써, 한 여성의 인권이 오직 민족 문제를 제기하는 도구로서만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한 여성으로서의 인권과 생전에 겪었을 고통보다, 가해자가 '미국'의 군인이라는 것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남성주의적 민족운동 진영의 논리에 반대한다. 민족주의 담론이 기지촌 여성 개개인의 고통받는 삶과 인권을 외면해서는 안되며, 기지촌 여성의 죽음이 오직 '반미'라는 논리를 정당화시키는 데에만 이용되어서도 안된다. 기지촌은 지난 50년 동안 그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 안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미군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같은 민족의 편견과 착취에 고통받아 왔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는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의 재발 방지와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 다음의 사항을 미군 당국과 한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 우 리 의 요 구 -
1. 한국 경찰은 이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밝히고, 용의자를 조속히 검거하라.
2. 신차금씨, 이정숙씨 사건 등 기지촌 여성의 사망 사건에 대한 정확한 재조사를 실시하라
3.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4. 기지촌 여성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라.
5. 미군 범죄의 근절과 엄정한 사법 처리를 위하여 한미행정협정을 전면 개정하라
새움터, 군사주의와 매매춘에 반대하는 여성주의자 연대,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 관악여성모임연대,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 동덕여자대학교 행동위원회, 반성폭력학칙제정을위한연대회의, 살맛나는세상, 서울여자대학교 여성모임 '날개달기', 성균관대학교 총여학생회, 성균관대학교 율전 총여학생회, 수원대학교 여성행동위원회, 숭의여자전문대학 여성행동위원회, 세종대학교 여성위원회(준), 아주대학교 총여학생회, 여성노동권확보를위한여성노동모임,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연세대학교 여성주의모임 '13번째'·문과대학 여성모임 '모반'·여성학생활도서관·여성주의문화실험모임 'WOM'·Delta Feminists #2, 원광보건전문대학 여성행동위원회 '들꽃', 이화여자대학교 여성위원회, 전주대학교 여성위원회, 학내성폭력근절과여성권확보를위한여성연대회의, 한립대학교 여성위원회, 한양대학교 여성위원회, 호원대학교 여성행동위원회, 홍익대학교 여성주의모임 '딴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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