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이: 정보공유연대 강성룡 김인수 오병일, 민의련 권미란 이백윤 정혜주. (소책자가 한 20페이지 정도 되는데 강제실시에 대해 설명해 놓은 부분만 정리하였습니다.)



강제실시 일곱 고개


- 첫째고개 : 특허제도란 무엇인가요?

특허는 개발자에게 일정한 기간(현재 20년)동안 배타적으로 그 발명을 실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보상을 해줌으로써 개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동시에 특허 발명을 공개하여 지식의 확산과 보급을 촉진시키려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 특허법 1조 1항에는 “이 법을 발명을 보호,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 둘째고개 : 강제실시란 무엇인가요?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e)란 특허권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특허 발명을 타인이 실시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허는 개발자에 대한 보호와 함께, 사회 공공의 이익의 균형을 고려하고 있으며, 특허권의 공정한 행사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바로 강제실시입니다. 우리나라 특허법 제107조(통상실시권 설정의 재정)에서 강제실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제31조에서도 강제실시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 셋째고개 : 어떤 경우에 강제실시를 시행하나요?

강제실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특허발명이 특정 기간 동안 시행되지 않을 경우, 국가 긴급사태나 기타 극도의 위기 상황, 혹은 공공의 비영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시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당수의 국민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높은 의약품 가격으로 인하여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 넷째고개 :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실시를 시행한 적이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강제실시가 시행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즉, 특허법 내 강제실시 관련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 되어있는 상황이지요. 2002년 1월 30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강제실시가 청구되었습니다. 글리벡문제해결과의약품의공공성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에 대해 강제실시를 청구한 것입니다. 하지만, 특허청에는 청구양식조차 구비되어있지 않았고, 이후에도 국내 특허청은 강제실시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좀 고쳐져야 할 듯, 글리벡 강제실시도 우리나라에서 3번째 청구였습니다. 물론, 이전의 2건은 3년 이상 불실시였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강제실시는 글리벡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어제 보니 앞에서 기자회견 하느라 그랬는지, 급조 팻말도 만들어 놓고...= _ =;;;)


- 다섯째고개 : 다른 나라에서도 강제실시를 시행하고 있나요?

대부분의 나라에서 특허법 내에 강제실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캐나다, 영국, 미국에서는 주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의약품, 컴퓨터, 레커차(tow truck), 소프트웨어, 생명공학기술 관련 특허에 대해 강제실시를 발동해 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100건이 넘는 불공정 거래 행위 사건에서 항생제, 합성 스테로이드, 생명공학특허를 포함한 많은 특허에 대해 강제실시를 허용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발명의 공공적 실시가 오히려 더욱 필요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선진국의 압력으로 거의 강제실시가 시행된 적이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해외 사례를 참고하십시오.


- 여섯째고개 : 강제실시를 하면 어떠한 효과가 있나요?

특허는 특정 기업에게 일정 기간 동안 독점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제품의 가격을 자기 마음대로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남반구 민중들은 높은 가격 때문에 의약품에 전혀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드렁, AIDS 치료를 위한 칵테일 요법에는 1년에 15,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00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이것은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1인당 GNP의 10배입니다. 강제실시를 하면, 독점을 무력화함으로써, 의약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설사 시행되지 않더라도, 강제실시의 위협만으로도 상당한 가격 인하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또한, 생산이 독점되지 않음으로써 제품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지면, 특허가 해외 기업에 있는 경우, 강제실시를 통해 자국의 제품생산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일곱째고개 : 강제실시를 하면 개발 의욕을 저해하지 않을까요?

의약품이 있어도 접근할 수 없는 상황처럼, 특허에 의한 독점이 오히려 공익을 훼손한다면, 특허제도가 존속할 의미가 없습니다. 문제는 특허가 사적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강제실시 제도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특허권의 남용을 방지하고 공공 이익의 균형을 실현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특허로 인한 독점 가격은 제약기업의 혁신 비용 또는 투하 자본의 회수 수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약회사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대부분의 신약 개발의 경우 제약기업이 시작하지 않고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나 대학교에서 초기 개발을 시작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이 팔리는 5가지 약물의 개발에서 공적 자금에 의한 연구가 77~95%에 이르고 있습니다.



[참고] 소책자 서문


자본은 더욱더 큰 몸뚱이를 갖기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파괴당하는 자의 모두는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거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잃어간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에 의해 간혹 전세가 역전되기도 하지만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둘러싼 갈등 역시 이 숙명적인 관계설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업는 자의 살 권리를 가진 자의 이윤추구의 권리보다 열등하게 위치지어 있고, 특허라는 놈이 ㄸ거하니 버티고 있어 우열관계의 재설정을 더욱 힘들게 한다.

작년 7월부터 지나치게 높은 약가-약기 있어도 약을 먹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했던 핵심요인이다-를 인하할 것을 요구했던  환자들과 글리벡공대위의 지극히 당연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없어 현재까지 투쟁을 지속하게 된 이유는 노바티스(주)의 무한적 이윤추구 행위를 특허권이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 상황에서 공대위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청원하고 규탄하는 것뿐이었다. 노바티스(주)의 지탄받아 마땅한 반인륜적 행위는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정당화되었다.

지적재산권의 보호라는 미명하에 자리를 특고 있는 특허는 자본에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독점이윤을 보장해주며 반대로 공공의 이익과는 적대적이라는 것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그리고 특허권은 더욱 확대/강화되고 있다. 우리는 천문학적인 독점이윤의 추구와 그로 인한 민중의 삶의 파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공공의 이익'이 '이윤'에 의해서 통제되어서는 안되며, 사회적 공공성의 강화를 통해 자본의 무한이유추구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적재산권 강화, 이로 인한 독점이윤의 확대에 맞서는 민중운동진영의 무기로 강제실시가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강제실시는 특허가 야기하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완충기제로 위치지어 왔고, 강대국들은 국익을 보호하기위해 수시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강제실시가 특허제도를 보완하고 강대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기능이 아닌, 특허권을 무기로 한 반민중적 독점이윤추구행위를 저지하고자 하는 민중운동진영의 훌륭한 무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책은 강제실시라는 친숙하지 않은 개념에 대해 이해를 돕고 쟁점을 보다 명확히 하기위해, 강제실시에 대한 궁금증을 보다 쉽게 정리하였으며, 해외에서 실시된 강제실시의 사례를 수집하였다.

이 작은 책이 신자유주의 질서가 옹호/강화하는 지적재산권에 반대하는 민중운동진영의 투쟁을 열어젖히는 데에 자그마한 보탬이 되길 바란다.



[성명] 생명권을 넘어선 특허권은 존재할 수 없다!

-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강제실시 청구


초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지난 2004년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난 바로 오늘까지 푸제온은 한국 에이즈 환자들에게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약이다. 연간 2,2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절대로 약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로슈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푸제온 특허에 대한 로슈의 독점적 권한은 로슈의 이러한 ‘살인적 의지’가 한국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로슈가 푸제온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형, 무형의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제약회사의 살인적 의지 앞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허권이 곧 독점권, 합법적 살인권이 되어 있는 현재 시스템 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강제실시 뿐이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인 강제실시를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있다.


WTO TRIPS 협정에 의하면 각 국가는 ‘공중의 건강과 영양을 보호하고 사회경제적 및 기술적 발전에 극히 중요한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을 촉진하기’ 위하여 강제실시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한국 특허법 106조와 107조는 강제실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허법 제 106조는 특허발명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있어서’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상업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정부가 특허발명을 실시하거나 제3자에게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허법 제 107조는 ‘특허발명의 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에는 강제실시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는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며 강제실시를 허여하는데 있어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지난 2002년 글리벡 강제실시 청구를 기각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발표된 WTO의 ‘TRIPS 협정과 공중의 건강에 대한 각료선언문’에는 (1) 회원국이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TRIPS 협정이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할 수 없다’는 점과, (2)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특히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WTO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협정이 해석되고 이행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강제실시를 발동함에 있어서 그 어떤 WTO 회원국도 이를 ‘방해할 수’ 없다는 국제적 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 방기일 뿐이다.


강제실시는 지적재산권, 특허권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파렴치한’ 제도가 아니다. 특허 제도를 기반으로 구축된 지적재산권 제도는 단순히 특허권자의 사익을 보상해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술의 공개와 발전을 통한 공공의 이익 향상을 위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강제실시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서 오히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특허권에 대한 정당한 규제 방안일 뿐이다.


초국적 제약회사가 독점권을 무기로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약가는 이미 환자 개인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재정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예산처는 현재 의료비 증가 속도라면 2025년에는 의료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으며 미 보건복지부는 의료비가 현재와 같이 증가를 계속할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우스워 보일 수준의 엄청난 국가적 재정 위기가 올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의료비 증가의 가장 주된 원인은 신약과 신의료기기에 대해 제약사들이 책정하는 엄청난 가격 때문이고, 한국도 여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복지부는 의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함에 따라 2006년부터 약제비적정화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은 신약 약가를 책정하는데 있어서 제약회사와 건강보험공단간의 약가 협상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독점적 생산지위를 보장받은 제약회사가 공급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약가 협상은 단지 ‘제약회사가 공급을 거부하지 않을 수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제약사가 원하는 가격을 들어주거나’ 혹은 ‘환자들이 죽어가도 외면하는 것’ 둘 중 하나일 뿐이고, 현재 푸제온 문제에 대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은 바로 두 번째이다.


더 이상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외면할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된다. 특허권은 생명권을 넘어설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한국HIV/AIDS 감염인연대 KANOS와 정보공유연대IPLeft 명의로 푸제온 강제실시를 청구한다. 푸제온 강제실시는 더 이상 한국에서 특허권이 생명권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천명하는 의미를 지닐 것이다. 정부는 푸제온 강제실시를 통해 이 당연한 진실을 지켜내야 한다.


2008년 12월 23일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사회진보연대, 이윤보다인간을,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신당연대회의, 진보전략회의,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