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7/16
[왜냐면] ‘건강보험 하나로’ 어떻게 볼 것인가 / 최윤정

공적재원을 확대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하려면 민간중심적 병원운영체계의 공공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17일 출범을 앞두고 언론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만1000원의 기적’이라고 하여, 1만1000원 더 내서 ‘건강보험 하나로’ 마음 놓고 병원을 이용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시민회의의 전략은 공공재정을 확보하는 방법과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방법 모두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 먼저, 보험료를 선제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다음으로, 공적재원을 확대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현재의 민간중심적인 병원운영체계의 공공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선제적 보험료 인상은 합당하지 않다. 월 1인당 보험료는 2004년 3만3000원에서 2008년 5만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총 보험료는 15조6000억원에서 25조원으로, 60% 증가했다. 반면 국고지원은 3조5000억원에서 4억원으로 단지 16% 증가했을 뿐이다.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에서 국고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18%에서 2008년 14%로 감소했다. 법대로라면 그동안 보험료가 인상된 비율만큼 국고지원도 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국민들이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며, 현재는 국민들이 먼저 양보한다고 정부, 자본에 요구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시민회의는 전체 의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반해 공공의료비는 그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차액인 사적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공공의료비 비율이 증가하면 국민의료비 증가추세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상위의 영미, 서유럽 국가들로 우리나라는 해당되지 않으며 비교 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공공병상 비율은 73%이지만 우리나라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지디피 상위의 오이시디 국가들 중 공공병상 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도 있지만 이들 국가들 중 병원 신설, 병상 감축·추가 규제가 지역 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되지 않고 있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규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병원의 소유 구조가 대부분 민간중심인데다, 병원 운영에 대한 규제도 없다는 얘기다.

건강보험부담은 2004년에서 2007년까지 49% 증가했지만(주로 보험료 인상을 통해) 그에 비해 보장성은 61.3%에서 64.6%로 3.3% 증가했을 뿐이다. 이는 건강보험부담이 증가하는 동시에 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본인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장성<E02C>(건강보험부담)/(법정본인부담+비급여본인부담+건강보험부담)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부담이 늘더라도 본인부담(법정+비급여)이 함께 증가한다면 보장성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다. 총 의료자본의 증대, 개별 의료자본의 거대화 경향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수가지급체계 개혁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총 의료자본의 증가를 추동하는 대형의료자본의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신설, 증축, 병상 수 증가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한편 의료 서비스 수준의 지역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방 국립대를 포함한 공공병원을 육성하는 안이 나와야 한다. 기존의 재정지원은 양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공공병원들의 재정독립성을 요구하면서 공공의료 서비스는 파편적으로 상대화시키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윤 획득’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할 것을 전제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공공병원이 제대로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지원이 필요하며 경영난을 겪는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윤정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