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의 금융과 노동] 르노삼성, 민주노조 강화와 사회적 통제 절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르노삼성자동차는 한국에서 판매순위 3~4위를 다투는 큰 자동차 기업이지만 그 실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노조가 없어 내부 문제를 사회적으로 폭로할 계기도 없었고, 상장기업이 아니라서 공개된 기업 경영정보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8월에 설립된 민주노조의 활동과 사측의 탄압을 계기로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95년 설립된 삼성자동차를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이 인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는 10년 사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르노삼성이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했던 2003년 10만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은 지난해 27만대까지 늘었고 매출액도 1조6천억원에서 5조1천억원으로 커졌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자동차 생산과 매출액은 세 배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영업이익은 2006년부터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6년 매출액 2조6천억원에 2천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던 르노삼성은 2007년부터 영업이익이 줄더니 지난해 5조원이 넘는 매출에도 달랑 33억원의 영업이익만을 기록했다. 보통의 경영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국의 수많은 외투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기업이 어느 정도 커지고, 2008년부터 세계 경제위기로 본사가 경영위기에 처하자 르노삼성도 막무가내 ‘먹튀’ 경영을 감행한 것이다.
르노삼성의 자본유출은 르노그룹이 각종 명목으로 로열티 비용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르노삼성은 2003년 249억원에 불과했던 르노그룹에 대한 각종 비용지불을 2009년에는 2천100억원까지 늘렸다. 차 한 대당 르노그룹에 납입하는 돈이 2003년 22만3천원에서 2009년 113만원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르노그룹에서 매입하는 엔진·트랜스미션 등 부품비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올랐다. 르노그룹으로부터의 부품수입 비중이 매출액 대비 4.8%(2003년)에서 20.6%(2010년)로 급증했다. 이렇게 르노삼성에서 만든 부를 부당한 계열사 간 거래와 로열티로 모두 본사로 이전하다 보니 르노삼성에는 남는 돈이 없어졌다.
이렇게 본사로 가져갈 돈을 만들기 위해 르노삼성 경영진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착취를 가혹하게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르노삼성자동차의 생산직 1인당 차량 생산대수는 71.6대로 현대자동차(50대)·한국GM(60.7대)보다도 월등하게 높다. 심지어 르노삼성은 한 공장에서 6종의 차량을 생산하는 혼류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많아야 서너 종을 생산하는 한국의 다른 공장과 비교해 노동자들은 더욱 어려운 작업을 해야 한다. 르노삼성의 설비가 다른 업체에 비해 특별히 더 자동화된 것도 아니니 로노삼성의 노동자들이 그만큼 더 높은 노동강도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르노삼성의 노동자 임금은 현대차·한국GM보다 낮다.
르노삼성이 이렇게 자본유출과 노동수탈을 막무가내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노동권을 보호할 민주노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에서는 10년 넘게 지금까지 사원대표자위원회가 임금교섭은 물론 노동강도와 관련한 협의를 해 왔다. 하지만 자주적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사원대표자위원회의 교섭은 사실상 사측의 요구를 정당화하는 역할 이상을 하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르노삼성 노동자들은 마침내 올해 8월 노조를 설립했고,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9월에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무노조 15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여전히 노조를 강하게 탄압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간부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가 하면, 공장 곳곳에 노조탈퇴 동의서를 배치하고, 노조의 교섭요구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교섭을 늦추고 있다.
이제 한국GM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 제조 외투기업이자, 금속산업에서 막강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완성차 기업인 르노삼성에 대한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이 국제금속노련·프랑스노총과 체결했고, 르노삼성에도 적용되는 국제기본협약의 노조활동 보장, 보건안전 및 노동조건 보호, 노동시간 보호, 공정한 임금지급 등을 위반하고 있다. 금속노조 국제적 연대운동으로 르노삼성의 노동탄압을 알리고 국제기본협약이 지켜질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사회단체들은 르노삼성의 먹튀 경영을 알리고, 사회적으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