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생산할수록, 더 손해 보는 외투기업들
2012년 02월 29일 (수) 편집부 labortoday
한지원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국GM과 르노삼성은 한국의 대표적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한국GM의 인천·군산·창원·보령 공장에서 1만6천여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부산 공장과 서울 본사에는 5천여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두 기업은 해당 지역 고용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 기업에서 지난해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자동차를 더 만들수록 회사 수익률이 더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아직 공식자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GM은 2010년에 비해 4천억원 이상 순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아예 1천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지난해 81만대의 완성차와 125만대의 반조립 자동차(KD)를 생산했다. 2010년에 비해 완성차는 7만대, 반조립품은 15만대를 더 생산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완성차 24만대를 생산했다. 2010년보다 3만대 가량이 줄어들었지만 예외적으로 많이 팔렸던 2010년을 제외하면 이전보다 6만대 이상 많이 생산한 수치다.
도대체 이들 기업에서는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먼저 한국GM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한국GM이 2010년과 비슷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면 약 7천500억원 정도의 순익을 기록해야 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약 1천억원 정도의 순익만 났다. 6천500억원 가까운 비용이 2010년에 비해 더 지출됐다는 건데, 2009년과 같이 환율이 널뛰기를 한 것도 아니고, 공장에 큰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임금도 수년간 동결돼 있다가 지난해 약간 인상됐으니 국내 상황만으로는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국내 광고 확대에 따른 비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예전 광고비를 감안하면 많아 봐야 500억원 내외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1년 GM은 세계 자동차생산 1위를 탈환한 것은 물론 2000년대 들어 자동차 부문에서 가장 큰 이익을 냈다. 지난해 GM은 전년보다 56만대 많은 927만대의 차를 생산했고, 순익은 93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43%가 늘어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GM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GM이 지난해 56만대 더 생산한 차 중에 36%인 20만대는 한국GM이 직접 만들어 냈거나, 반조립품을 공급한 것이었다. 또한 2010년 이후 GM을 살린 차로 평가받는 크루즈는 한국에서 개발된 차다. GM의 회복과 성장을 이끈 것은 한국GM이었지만, 정작 한국GM에는 돈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르노삼성도 비슷한 경우다. 르노삼성은 2007년까지 18만대 정도의 차를 팔아 2천억원 정도의 순익을 내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차가 매년 엄청나게 더 팔리는데 회사 수익률은 추락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2010년에는 창사 이래 가장 많은 27만대를 판매해 간신히 적자를 면하더니, 지난해에는 24만대를 팔았지만 아예 적자 상태가 됐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는 이 기간 동안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측이 주도하는 사원대표자위원회가 노조를 대신해 임금인상을 억제했고, 기계가 감당할 수 있는 최고치까지 라인속도가 올라갔다. 내수가 약간 줄었다고 하나, 르노그룹에서 한국 판매는 유럽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여전히 2위였고, 르노삼성 자동차는 중동·남미·중국 등에 전년보다 2만대 넘게 더 팔렸다. 이러한 가운데 르노그룹은 금융비용 및 세금 전 이익(EBIT)이 전년보다 96%나 증가했다. 닛산 역시 쓰나미에도 불구하고 꽤 좋은 성적을 거뒀다.
결국 두 기업이 이렇게 수익성이 떨어진 이유는 초국적기업 내부의 거래관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수출이 늘어나고, 그룹 내부의 거래규모가 커지면서 순익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모두 자신의 영업망이 아니라 본사의 영업망을 통해 수출을 한다. 부품수급부터 신차 사양 선택에 이르기까지 본사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 이뤄진다. 르노삼성은 핵심부품인 엔진과 미션 관련 일체를 르노닛산 그룹에서 가져와 차를 생산한다. 한국GM은 디트로이트 본사인 GM국제본부(GMIO)의 계획에 따라 생산·수출 일체가 이뤄진다. 한국 경영진은 이른바 바지사장에 가깝다. 아주 작은 부품 교체 하나도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이렇다 보니 본사에서 수출 단가·부품 매입가·신차 개발비용·각종 라이선스 비용을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 한국 법인의 수익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르노삼성의 경우 엔화로 닛산에서 엔진과 미션을 수입하는데,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르노삼성은 매우 큰 손실을 입었다. 사실 그룹 내부의 거래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등을 상호 보완해 줄 수 있지만 닛산은 외환 이익을, 르노삼성은 외환 손실을 보도록 방치했다.
현재 이 두 기업의 경영진들은 노동자들에게 수익성 향상을 위해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강도를 더 높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외국인 투자기업인 한국GM과 르노삼성은 한국 노동자들이 만들어 낸 가치를 국외로 빼돌리며, 정작 한국 노동자들에게는 더 많은 수탈을 감당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기업 노동자들은 경영진의 수익성 타령에 위축될 것이 아니라 그룹 내에서 자신들이 만들어 낸 가치에 대해 공세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문제는 수익성이 아니라 두 기업의 노동자들이 얼마만큼 단결된 힘으로 ‘쫄지 않고’ 싸울 수 있는가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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