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심화, 폭스콘 사태 등 노동자투쟁 촉발 … 전 세계 자본주의 질서 ‘균열’
2012년 05월 21일 (월)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78년 개혁개방 정책 이후로 중국의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그 그늘은 짙고 넓다. 동북재경대학의 ‘중국 소비 변화와 영향요소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도농 간 소득격차는 80년대 1.8~2.3배이던 것이 2009년에는 3.3배 수준으로 커졌다. 도시 주민의 주택·의료 보조와 자녀교육 지원 등 각종 사회복지까지 감안하면 실제 소득격차는 6배에 이른다. 도시지역 내에서도 최저 소득층의 수입은 85년부터 2009년까지 12배 증가했으나 중간층과 최고소득층은 각각 21배와 37배 증가해 격차가 커졌다.
20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펴낸 ‘아시아 지역 노동운동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 저임금 고강도 노동이 혼다 포샨공장 파업이나 푹스콘 사태 같은 노동자투쟁을 촉발하고 있다. 이는 다시 전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큰 균열을 내고 있다.
◇소득 불평등·노사분쟁 증가율 ‘세계 최고’=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소득불평등 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진행속도도 빠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80년대에 20%대에 머물다 2000년대 들어 40%대로 뛰어올랐다. 중국 정부가 2005년 이후 지니계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세계은행은 2009년의 중국 지니계수가 49%라고 추정했다. 일부 학자들도 중국의 지니계수가 이미 60%에 육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니계수가 40%를 넘으면 소득 불평등이 사회불안을 초래하는 위험수준으로 간주한다.
중국의 사회적 갈등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중국의 노사분쟁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공안국의 집단행동 통계에 따르면 90년대 중반 약 1만건에 달하던 집단행동이 2006년에는 6만7천건으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약 50%가 노동관련 집단행동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고인민재판소에 따르면 2008년 노동쟁의는 28만건으로 2007년에 비해 93.93% 증가했고, 2009년에는 상반기에만 17만건이 접수돼 전해에 비해 30% 늘었다.
사회 각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자 중국 정부는 소득불균형과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후진타오 정부는 ‘조화사회 건설론’을 내걸고 각종 노동자권익을 보호하는 입법조치를 단행하고 농민공과 도시노동력으로 나뉜 이중적인 노동시장의 점진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경우 2004년 고물가와 저임금을 견디지 못한 농민공들이 대도시 임금노동을 포기하고 귀향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동부와 남부의 생산밀집 지역에서 노동력 부족현상이 생기자 중국 당국은 그때까지 정체돼 있던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다. 지방정부에 따라서는 최저임금이 한 번에 40%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농민공 2세대 주축 된 노동자투쟁=이런 가운데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 노동자들은 사측의 대화창구로 작동하는 총공회와는 구별되는 자체 대표단을 내세워 연대파업을 조직하고 인터넷과 SNS로 투쟁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0년 5월 시작된 혼다 포샨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파업이다. 포샨공장 파업은 △월 기본급 800위안 인상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100위안씩 기본급 인상 △파업참가자 불이익 금지 △노조위원장 재선출 등 4대 조건을 내걸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파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민주적 노조 건설’이라는 정치적 요구를 내건 점에서는 중국 노동자투쟁사에 획을 그은 사건이다. 지식인 활동가들의 역할도 눈에 띈다. 폭스콘 사태를 비롯한 중국 내 노동자투쟁을 다룬 외신 기사들에서 신분을 감추고 위장 취업한 학출 활동가들의 발언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식인 활동가들의 참여가 사회적으로 노동자투쟁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 저임금 고강도 노동이 도를 넘은 중국에서 농민공 1세대와 달리 돌아갈 고향이 없는 농민공 2세대들은 혼다 포샨공장과 폭스콘의 사례에서처럼 싸우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 특이할만한 점은 중국 각지에서 터져 나오는 노동자투쟁이 전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큰 균열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최저임금 동향에 따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최저임금이 영향을 받고 초국적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다른 저개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중국을 거대한 시장으로 보면서도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할 생각만 했던 초국적기업들과 값싼 중국제 수입품에 기대어 유지되던 각국의 불안정 저임금 노동시장은 초조하게 중국 노동자들의 투쟁과 중국 정부의 대응을 바라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Tip. 농민공]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낙후한 농촌을 떠나 도시화된 해안지대 생산밀집지역 일자리를 찾아 온 하급 이주노동자. 매년 2% 내외로 증가해 2억2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 이 중 75%가량이 80~90년대 도시에서 태어난 ‘농민공 2세대’. 지난 2월 중국 정부가 농민공에 대한 차별 시정방침을 내놓음에 따라 농민공의 도시이주는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