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운행시간 중 4~5시간을 LPG 충전소에서 줄을 서야 한다. 가뜩이나 수입이 적은데 운행시간까지 뺐기면서 매일 사납금 220위안(약 4만 원)과 연료비 60위안(약 1만1천 원), 식대 20위안(약 3천6백 원)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중국 간쑤성 란저우 시에서 일어난 택시 파업에 동참한 한 택시노동자의 얘기다. 란저우 시에는 총 6,700대의 허가받은 택시가 운행되는데, 가스충전소는 23곳에 불과하고 그 중 주요 충전소 3곳이 4월 말부터 수리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틀간 진행된 파업에는 총 3,000여 대의 택시가 동참했다.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택시노동자 파업
이제 중국에서는 택시 파업이 일상이 되고 있다. 작년 8월 저장성 항저우시에서 대규모 택시 파업이 일어난 뒤, 전국으로 번진 택시 파업은 진정되기는커녕 버스 파업과 운송트럭 파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2월에 쓰촨성 청두시와 베이징시에서 택시 파업이 있었고, 3월에는 쓰촨성 네이쟝시와 충저우시, 저장성 원저우시, 산둥성 옌타이시, 간쑤성 핑추안시, 광둥성 산터우시, 4월에는 허난성 카이펑시, 5월에는 간쑤성 란저우시에서 택시 파업이 벌어졌다.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벌어진 베이징시의 택시 파업은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택시 파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26일 몇몇 택시노동자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파업을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택시노동자의 생계보장을 요구하며 운행을 중단하자는 내용의 글은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다음 날부터 벌어진 파업에는 베이징시 영업용 택시 6만5천 대 가운데 60% 이상인 4만여 대가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2월 7일에 소비자 휘발유를 3.3% 인상하겠다는 조치를 내린 데 따른 파업이었다. 중국의 휘발유 가격은 2010년 4월 이래 약 14%나 인상되었지만, 베이징의 택시요금은 2006년부터 동결된 상태였다.
중국 정부의 택시 파업 대응
주동자 일부가 공안에 체포되기는 했지만 베이징시의 택시 파업은 중국 당국의 대응을 이끌어내는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2월 28일 중국 교통운수부와 인력자원 및 사회보장부, 전국총공회 등은 공동으로 ‘택시업계의 조화로운 노동관계 건설활동’ 규정을 마련하고, 3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규정은 택시운전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주 1일 휴무를 의무화하고, 2년에 걸쳐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차난과 식사난, 주유난, 화장실난을 중점으로 해결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현재의 하청도급제를 대신하여 통상적인 노동계약에 기초한 직접고용제를 추진하고, 사납금, 사회보험, 임금, 휴식 등을 노사가 협의하도록 하는 단체협상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핵심을 비껴가는 것이었다. 2인이 한 대의 택시를 공동으로 운행하며 24시간 단위로 교대하는 베이징시의 경우, 휴일 규정이 문제가 아니었다. 사납금과 운행요금이 그대로인 채 일주일에 하루를 쉬게 되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 뻔했다. 회사와 노동계약을 맺더라도 보증금을 걸고 차량을 임대하여 매일 사납금을 내면서 운행해야 하는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이 같은 조치가 무색하게 중국 정부는 3월 19일에 유가를 7%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2월 7일에 3.3%를 인상한 지 채 한 달 보름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정부는 전국의 택시노동자들에게 300위안 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연이은 유가 인상의 충격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월 26일에 쓰촨성 네이쟝시에서 택시 파업이 일어났고, 가까운 충저우시에서도 이틀간 택시 파업이 벌어졌다. 27일에는 저장성 원저우시를 비롯해한 산둥성 옌타이시, 간쑤성 핑추안시 등에서도 파업이 일어났다. 중국 정부는 공안을 동원하여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폭력을 행사했고,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와 불참한 노동자 간에도 충돌이 빚어졌다.
고유가와 고물가, 높은 사납금 그리고 불안한 노동자의 지위
중국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8천700개의 택시회사가 총 100만 대의 택시를 보유하고 있으며, 택시노동자 수는 총 200만 명에 달한다. 개인택시는 없고, 대부분 회사로부터 택시를 임대해 영업을 하고 사납금을 내는 형태로 운영된다. 사납금 규모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베이징시의 경우는 대략 하루 200위안(약 3만6천 원), 항저우시와 란저우시 등은 하루 220위안(약 4만 원) 정도이다. 택시노동자가 사납금 외에도 연료비와 유지비, 수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세계 석유 시장의 불안정으로 인한 유가 인상과 중국의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물가 인상은 중국 택시노동자의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전국적인 택시 파업의 시발점이 된 2011년 8월의 저장성 항저우시 택시 파업의 경우, 택시 기본요금이 8년째 10위안으로 동결된 상태에서 하루에 소모되는 연료비는 200위안을 넘었다. 사납금 등을 제외하면 택시노동자의 수중에 떨어지는 금액은 전체 수입의 20% 이하에 불과했다. 당시 2011년 6월의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4%로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14.4% 오른 식품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택시요금이 동결된 동안 월세는 약 300% 올랐다.
중국의 택시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최저임금 보장과 초과근무수당은 어불성설이며, 각종 사회보장과 복지혜택으로부터도 소외받는데다, 노조 설립에서조차 차별을 받는다.
중국 내 유일한 노조 조직인 중화총공회의 지역 조직들은 오랜 기간 동안 택시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을 거부해왔다. 기업의 틀 내에서만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2008년 충칭시에서 대규모 택시 파업이 일어난 이후, 노조화 추진 방향으로 선회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직접고용제로의 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중화총공회는 2011년 말 현재 전국 택시업계의 공회 조직율이 77.39%, 노조가입률은 69.32%이며, 단체협상은 개별 도시별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2012년 말까지 전국 택시 기업의 80% 이상, 성 소재지 도시의 경우는 100% 노조를 조직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2011년 8월 항저우시 택시 파업 당시에도 직고용으로 전환하지 못한 파업노동자들은 여전히 노조설립을 허가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었다.
중국 택시산업의 뇌관, 택시 면허
지난 4월 중순, 허난성 카이펑에서 1,000여 명의 택시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켰다. 택시노동자들은 진압하는 공안에 격렬하게 저항하며 많은 부상자를 낳았다. 같은 달 정저우시에서는 택시노동자 100여 명이 시청 앞에 택시를 대놓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모두 지방정부가 택시노동자에게 발급한 택시 면허를 반납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시위였다.
택시 면허는 중국의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큰 투자이다. 일례로 카이펑시의 택시 면허는 1996년에 차량과 면허를 패키지로 묶어 19만8천 위안에 교부되었으며, 쓰촨성 청두시의 10년짜리 택시 면허는 2002년에 30만에서 40만 위안 사이에 거래됐다. 중국이 개방 정책을 시작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택시 운전이 고소득 직종으로 인기가 높아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택시 운전에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 10여년 간 지방정부들은 개인에게 발급된 택시 면허를 회수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회수된 택시 면허는 기간제 계약 방식으로 일부 개인과 택시회사들에 배분된다. 노동조건이 악화된 택시 시장을 규제하는 데 개인들보다는 택시 회사를 통하는 편이 더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택시 면허 회수에 따른 보상대책을 제시하지 않아 택시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낳고 있다.
택시 면허 발급 방식은 지방정부마다 제각각이다. 윈저우시는 소수의 택시 운전사들에게 영구 면허를 발급하고, 이 면허를 타인에게 임대할 수 있는 권한도 같이 부여했다. 이 경우 택시 회사는 사실상 면허 소지자들의 대행사가 되고, 그 계약관계의 마지막에 실제 택시노동자들이 위치하게 된다. 대부분이 지방 출신의 농민공들인 이 택시노동자들은 수입의 상당 지분을 대행사를 통해 또는 직접 택시 면허 소유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윈저우시에서는 2009년에 택시 파업이 있었고, 2012년 3월에는 연이어 두 번의 택시 파업이 벌어졌다.
택시노동자 투쟁과 정부의 책임
중국 택시노동자들의 고통과 불만이 극에 달해 있지만 해결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택시 산업에 관한 규정들이나 법규들이 지방정부마다 제각각인데다, 그마저도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택시 산업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오히려 택시노동자들을 더 자극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고물가와 고유가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택시노동자들의 고통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노사정 회의체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나, 현재 중국 택시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조직이 분명치 않다. 전국총공회가 직접고용제 확산을 추진하며 택시 회사 내에 노조를 설립하고, 단체협상을 위한 체계를 만들고 있지만, 전국총공회에 대한 택시노동자들의 불신이 만만치 않다. 총공회는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택시노동자들을 대표하지 않는데다, 그동안의 단체협상에서도 큰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중국의 택시노동자들은 지난 몇 년간 스스로 저항운동을 조직하며 정부와 사측에 자신들의 요구를 명확히 했다. 자체적으로 대표자를 내세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정부나 사측과 협상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 문제는 중국 정부와 택시 회사들이 택시노동자들을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느냐이다.
특히 유가와 택시요금을 책정하고, 택시 면허의 발급을 관리하며, 택시 산업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관하는 중국 정부는 택시노동자들의 고통에 응답할 책임과 의무가 막중하다. 중국 정부는 택시노동자들을 당당한 주체로 인정하고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