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공격 프로그램의 역사로 본 우주 군사화
임필수 |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올해 1월초 중국이 위성공격(ASAT) 미사일 발사 실험을 실시한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연합뉴스, "中, 이달 인공위성 요격미사일 발사 실험", 2013년 1월 6일) 그 말이 떠돈 기본적 근거는 중국이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1월 11일에 위성공격 무기 실험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직전에도 미국 고위 장교가 중국의 임박한 위성공격 실험을 우려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중국이 실제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2007년 위성공격 실험을 실시했다. 지상 850km의 지구저궤도를 비행하는 중국의 노후한 기상위성 풍운(FengYun)-1를 목표물로 삼아 이동식 지상발사 미사일로 충돌,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1985년 미국의 실험 이후 최대의 파괴적 효과를 초래했다. 엄청난 양의 우주 잔해(쓰레기)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그 후 2010년 중국은 우주궤도가 아닌 저고도에서 탄도미사일로 발사된 모의 탄두를 파괴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2010년 실험은 위성이 직접 대상은 아니었으나 동일한 발사대와 요격체를 사용했기 때문에, 즉 본질적인 기술적 차이가 없기 때문에 위성공격 실험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미국의 각종 매체들은 만약 중국이 위성공격 실험을 실시한다면 2007년 실험보다 더 높은 궤도를 목표로 할 것이며 일부 분석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의 항행 위성이 이용하는 지구 중궤도(지상 2만km)를 목표로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위치지정시스템(GPS)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분석가들은 중국도 중궤도를 이용할 의사가 있기 때문에 우주 쓰레기를 양산할 위험이 있는 실험을 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중국은 핵무기고의 활용도를 최대화하기 위해 중국의 새로운 위성항행 시스템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당장 직접적인 위성공격 실험을 실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2008년 러시아와 중국은 ‘우주공간에 무기 배치 예방에 관한 조약’ 초안을 군축회의에 제출했다. 이 초안은 (사실상 미국이 앞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위성공격 무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중요한 조항을 담고 있었으나 자국의 위성공격 무기 개발이나 배치를 제한하는 조항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또한 2009년 11월 공군사령원 쉬치량(許其亮) 장군은 “우주로 확대되는 군비경쟁이 불가피하다. 본토방위에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벗어나 공중과 우주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중국 공군을 변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동북아에서 우주의 군사화를 위한 시도는 미국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8년 미국은 이지스함의 해상발사 미사일방어 시스템으로 고도 240km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지스 요격기술은 일본과 공동으로 개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일본도 위성공격 능력 중 일부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이지스 시스템은 장래에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나 한국에도 판매될 수 있다.) 일본 중의원은 2012년 6월 14일 내각위원회를 열어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활동을 ‘평화 목적으로 제한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JAXA법 개정안을 공산당을 제외한 여야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일본은 이미 첩보위성과 미사일방어(MD)에 사용하는 조기경계위성을 운영하고 있으나, 법안 개정으로 일본의 우주군사화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도 국가우주위원회,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나로우주센터 등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래에 강대국 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시작은 우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기경보, 정찰, GPS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위성들이 첫 번째 공격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위성을 표적으로 삼는 군사계획의 수립이나 우주기반 무기의 구축은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갈등 또는 전쟁 유발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으며 심각한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의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의 2012년 보고서, <위성공격 프로그램의 역사>(
http://www.ucsusa.org/nuclear_weapons_and_global_security/space_weapons/policy_issues/a-history-of-anti-satellite.html)를 바탕으로 위성공격 무기란 무엇인지, 그 개발 동기는 어떠했는지, 그 정치군사적 함의는 무엇인지 살펴 보겠다.
인공위성의 중요성
지금까지 5,000개 이상의 인공위성이 지구궤도로 발사되었고 그 중 950개 이상이 현재 작동 중이다. 인공위성의 파괴는 위험한 규모의 우주 잔해(쓰레기)를 창출함으로써 우주환경에 피해를 끼친다. 나아가 중요한 위성, 예를 들어 정찰위성의 장애나 손실은 곧 분쟁으로 상승되거나 예상할 수 없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위성에 대한 실제 공격이 아니더라도 위성을 표적으로 삼는 계획이나 우주기반 무기의 구축은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그림] (출처: 미항공우주국(NASA) 궤도 잔해 담당국) 나사가 현재 추적하고 있는 지구 저궤도의 물체들을 컴퓨터로 형상화한 이미지. 이중 5%만 기능 중인 인공위성이고 나머지는 잔해들이다. (점들은 실제 크기가 아니다.)
우주시대의 초기 수십 년간 군사위성은 주로 통신, 정찰,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기경보, 기상자료 수집, 무기통제 검증과 같은 목적에 사용되었다. 군사위성은 여전히 그러한 수동적 지원 기능을 담당하지만 지금은 전시에 ‘전투력 강화’를 위해 훨씬 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다. 보안 통신이나 다량의 비보안 통신, 조준 및 항행 서비스, 기상 예측, 전투평가 등. 이러한 기술의 적용은 주로 미국이 주도했으나 다른 국가도 점점 더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위성기반 서비스는 점점 더 우리의 삶에 필수적 요소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NAVSTAR(항행원조위성시스템)/GPS(지구위치결정시스템)라 불리는 위성기반 항행 시스템은 미국 군대가 군사적 목적으로 구축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그것이 전 세계 사용자를 위한 ‘세계적 공익시설’이라고 선언했다. 2000년에 클린턴은 미국이 더 이상 ‘선택적 사용성’(민간 부문의 사용을 제한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오차를 발생시키는 방법)을 유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50-60년대: 초기 위성공격무기와 미사일방어시스템, 우주 조약
1960년 5월 1일 미국의 U-2 정찰기가 최고도를 유지하며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소련의 방공망에 걸려 상공 2만여 미터 지점에서 S-75 미사일에 맞아 격추되었다. 그에 따라 미국은 정찰위성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한 반면, 1962년 7월 소련은 국제연합 법률소위원회에 미국의 위성정찰 중단을 촉구하는 초안을 제출했다. 그 후 50년간 미국과 소련은 우주의 군사화를 향한 상호경쟁을 강화했다. 양국은 위성공격을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일부 외교적 조치는 종종 그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그러한 조치에는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 정식명칭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규칙에 관한 조약’), 위성공격 무기 예산지원과 실험을 제한하는 미국 의회의 결의, 러시아의 자발적 실험중단 선언이 포함된다.
1960년대, 미국은 소련의 궤도폭탄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 ABM(탄도미사일요격)/ASAT 시스템 개발을 추진했다. 소련의 궤도폭탄은 지구 저궤도에 진입한 후 목표물 공격을 위해 지구로 귀환한다는 아이디어에 근거했다. 궤도폭탄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사정거리에 제한이 없으며, 궤도비행을 하기 때문에 목표지역이 어디인지 드러내지 않는다. 궤도폭탄은 지구 남반구로부터 북미지역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피할 수 있다. 우주조약은 지구궤도에 핵무기 배치를 금지했으나, 궤도에 무기를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고, 소련은 실제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고 실험을 실시했기 때문에 조약 위반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림] 1960년대 초반 소련 모스크바 시가행진 중인 GR-1. 초기 궤도폭탄 모델인 GR-1 미사일 개발은 완수되지 못했으나, 소련은 실제 능력을 보유한 것처럼 서방국가들을 기만하기 위해 시가행진을 활용했다.
당시 미국은 정밀유도 시스템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요격미사일은 메가톤급 핵무기를 탑재하여 파괴가능 범위를 최대한 확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소련도 1960년대에 모스크바를 방어하기 위한 핵무기 탑재 요격미사일을 개발했고, 1977년 이후 배치했다. 소련의 요격미사일은 다양한 디자인이 존재했으나 모두 핵무기를 탑재했다. 소련의 요격미사일은 위성공격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었으나 그리 훌륭한 옵션으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우주공간에서 핵폭발은 무차별적이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발 후 몇 주 동안, 저궤도의 방사선 증가로 더 많은 인공위성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무기 사용은 부분적핵실험금지조약(PTBT)을 위반한다. (하지만 무기 보유는 조약 위반이 아니다.)
1960-70년대: 소련의 공유궤도 위성공격 무기, 양자협정의 발전
소련의 유일한 위성공격 전용 시스템은 공유궤도(공공전) 전략에 입각했다. 즉 재래식 폭발물을 탑재한 위성공격 무기가 목표물 위성과 같은 궤도에 진입하여 근접거리로 이동, 목표물을 파괴한다는 구상이다. 시스템 실험은 1963년에 시작되었다. 실험 결과, 일곱 번 근접 또는 ‘파괴’에 성공했고, 서방의 분석가들은 소련의 시스템이 고도 230~1,000km의 궤도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1972년에 체결된 탄도미사일제한조약(ABM 조약)은 조약 준수를 검증할 각 국가의 기술적 수단에 대해 간섭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이는 암묵적으로 미국의 정찰위성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1976년 소련은 공유궤도 위성공격 무기 실험을 재개하여 사용가능 범위를 고도 150~1,600km로 확대할 수 있다고 보여주었다. 1978~82년 동안에도 1년에 1회 정도 실험이 시행되었고 1993년에 해체되었다. 수년 동안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키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위성공격 기술에 다시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미국이 개발 중이던 우주왕복선의 경우, 현재에는 위성공격 능력을 지닌 것으로 보는 이들이 거의 없지만, 당시 소련은 미국 우주왕복선이 위성과 랑데뷰하여 화물실에 회수할 능력을 지녔다고 보았다.
1980년대: 미국의 전략방위구상과 소련의 공중발사 위성공격 시스템
1982년 6월 미국은 신세대 위성공격 무기 실험을 발표했다. 그것은 공중발사 소형비행체(ALMV)라 명명된 것으로, 고고도를 비행 중인 F-15에서 발사하는 2단계 미사일이었다. 미사일은 저궤도의 목표 위성을 향해 고속으로 충돌하여 파괴하는 ‘운동에너지 파괴’ 또는 ‘충돌 파괴’ 전략에 입각했다. 이는 공유궤도 전략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렵지만 몇 가지 장점이 있었다. 첫째, 공유궤도 무기는 목표 위성의 궤도평면이 머리 위에 있을 때만 발사될 수 있는데 비해, 미국의 신세대 무기는 언제라도 공격이 가능했다. 둘째, 공격무기 발사부터 목표물 파괴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었다.
[그림] F-15에 ALMV를 장착하는 장면
1983년 봄 레이건 대통령은 ‘우주전쟁’(Star Wars) 계획이라 불린 전략적방위구상(SDI)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미사일방어 시스템 개발 의지를 밝혔다. SDI는 다양한 유형의 우주기반 요격체 개발을 계획했는데 이는 위성공격 능력을 내장한 것이었다. 소련은 자체 미사일방어 시스템 개발 의사를 발표하여 미국의 SDI 계획에 대응했으며, 우주기반 무기의 금지를 제안하고 위성공격 무기 실험의 일방적 중단을 선언하면서 상당한 외교적 노력도 기울였다.
1985년 10월 미국은 ALMV 시스템으로 노후한 인공위성 솔윈드를 555km 고도에서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실험은 위성공격 무기의 파괴적 결과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솔윈드는 추적 가능한 250개의 우주잔해를 남겼고, (최소 직경 10cm 크기의) 800~900개 조각도 남겼다. 이러한 잔해는 충돌을 통해 다른 위성을 파괴할 수 있다. 그에 따라 1985년 12월 미국 의회는 위성공격 실험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1980-90년대: 미국의 MIRACL/ KE-ASAT 시스템, 소련의 레이저 ASAT 시스템
미국 공군은 새로운 위성공격 무기, 즉 지상기반 레이저 시스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ALMV와 같은 충돌파괴 시스템도 장점이 있지만 (예를 들어 기상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고, 성공 여부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상당한 우주잔해를 발생시킨다. 지향성 전자기파 에너지(레이저 또는 고출력 극초단파) 기반 무기는 사정거리가 제한적이고 기상 상태에 의존하지만 우주잔해가 훨씬 적고 공격 측이 누구인지 은폐할 수 있다. 또한 레이저는 공격 강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위성의 센서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수도 있고 영구적 장애를 가할 수 있다. 해군도 메가와트급 중적외선고급화학레이저(MIRACL)와 시라이트 광선조준기를 개발했다.
[그림] 중적외선고급화학레이저에 사용되는 시라이트 광선 조준기
당시 정보 보고서는 소련도 레이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의 인공위성과 탄도미사일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보았다. 1989년 미국 대표단은 의심 시설로 지목했던 카자흐스탄의 사리 샤간 레이저 연습시설을 시찰했다. 하지만 이 시설에는 위성을 추적하기 위해 애쓰는 저출력 레이저만 있었다. 소련의 레이저 시스템이 심각한 위협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 의회는 1991~95년 우주 물체에 대한 MIRACL 실험을 금지시켰다.
금지 기간이 지나자 1997년 미 공군은 지상 420km 궤도에 있는 인공위성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실험이 방어적 목적을 지닌 것이라 말했지만 (즉 미국의 위성이 레이저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라 밝혔다) 소련은 그것이 ABM 조약 위반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미 육군도 지상기반 위성공격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것은 운동에너지 위성공격(KE-ASAT) 프로그램이었다. 반면 미국 군사위성 운영책임을 맡고 있는 공군은 KE-ASAT이 초래하는 우주잔해로 인한 위험성이 그 유용성보다 훨씬 크다며 육군의 프로그램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2000년대: 우주기반 무기와 위성공격 능력에 관한 미국의 관심 부활
2000년대 초반 미국정부는 우주기반 무기와 위성공격 능력에 관해 더욱 공격적인 접근법을 채택했다. 2002년 미국은 일방적으로 ABM조약에서 탈퇴했다. 비공개 예산에 기초한 새로운 대규모 위성공격 무기 계획이 세워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인공위성 전파방해 시스템을 배치했고, 지상발사 중간궤도 요격미사일을 설치했고(이는 저궤도 인공위성을 공격할 수 있다), 우주기반 미사일 방어 시험대를 제안했다.
부시 행정부는 우주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했다. 여기에는 우주물체의 추적능력 개선, 새로운 발사·추진 기술, 경량 센서, 요격체 등이 포함되었다. 고에너지 레이저 기술도 대규모 재정을 얻었다. 인공위성 관련 기술도 소형화, 경량화에 중점을 두었고, 지상으로부터 유도 없이 다른 우주선과 접촉할 수 있는 능력도 강조되었다. 이러한 기술은 우주지뢰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소형 비행체가 목표 위성에 접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공격적, 방어적 시스템을 배치하기 위해선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시스템 도입에 큰 야심을 품었지만, 이 분야는 시간이 지나며 결국 다른 분야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렸다. 현재 이러한 기술은 어떤 수준에 도달했나 살펴보자.
① 인공위성 전파방해: 인공위성과 지상의 사용자 간 무선통신에 대한 전파방해는 업링크(지상에서 위성으로 데이터 전송)나 다운링크(위성에서 지상으로 데이터 전송) 양자 모두에서 시도될 수 있다. 그러나 다운링크가 훨씬 취약한데, 지상 수신장치가 위성신호를 받지 못하게 전파방해를 시도하면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정지궤도에 있는 상업용 인공위성에 대한 전파방해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2년 미국은 지상기반 통신방해 시스템(CCS)를 배치했는데, 구체적 능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② 위성 기동: 다른 위성에 접근할 수 있는 위성은 본질적으로 다른 위성에 손실을 가할 수 있는 위성공격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위성은 저기술, 비폭발 수단을 사용할 수 있고 우주잔해를 남기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NASA는 자동랑데뷰기술시범(DART) 프로그램을 위해 2005년에 위성을 발사했다. 이 위성은 지상의 인간의 지원 없이 자동으로 목표 위성에 접근하고자 했다. 그러나 두 위성이 충돌하면서 임무는 실패로 끝났다. 미 공군은 현재에도 랑데뷰/초근접 기술을 개발 중이다.
③ 지상기반 레이저: 지상기반 레이저는 운용상 결점들이 있지만 관련기술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 공군의 스타파이어 광학연습소(SOR)는 신속히 움직이는 물체(예를 들어 인공위성)를 추적할 수 있는 망원경과 적응광학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된 기술이 바로 지상기반 레이저 무기에 필요한 것들이다.
[그림] 스타라이어 광학연습소(SOR)에서 상공의 한 점으로 녹색 레이저를 발사하는 장면. SOR은 뉴멕시코주 알버커키의 커크랜드 공군기지에 위치한 미공군 연구실험실이다. SOR의 광학장비는 위성 추적을 위해 설계된 적응광학시스템을 갖춘 3.5m 망원경을 포함한다.
④ X-37B 우주비행기: 우주비행기(space plane), 즉 지구궤도에서 귀환하여 활주로에 자동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라는 개념은 미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미 공군은 2010년 4월 무인우주선 X-37B를 발사하여 거의 1년간 지구궤도에 머물게 했고, 2011년 3월에 2차 발사를 실시했다. 미 공군이 프로그램의 예산이나 목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길 거부했기 때문에 일부 관측가들은 X-37B가 특수한 군사적 목적을 지녔고 특히 위성공격 또는 우주기반 무기의 시험대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우주비행기는 다른 대안에 비해 위성공격 임무를 수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니다. 우주비행기는 대기권 재진입을 위해 날개와 방열막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히 무겁다. 이처럼 추가적 질량 때문에 우주비행기는 발사하기에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우주공간에서 기동하기에 더 어렵다. 지구로 귀환할 필요가 없는 다른 시스템이 위성공격 임무를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쉽게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X37B는 발사 후 1시간 이내에 지구상 어디에라도 공격을 가할 수 있고, 우주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것을 요격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공할 군사장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한다.)
[그림] 페이로드페어링(보호덮개) 내에 있는 무인우주선 X-37B
또한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도 위성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미사일방어 시스템은 탄도미사일 요격에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증명되더라도 (탄도미사일은 요격을 피하기 위한 대항수단을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위성공격에는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인공위성은 예상할 수 있는 궤도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지상에서 정밀하게 위치를 측정할 수 있고 미리 공격계획을 수립하여 목표물 파괴에 필요한 만큼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중앙 알래스카의 포트그릴리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배치된 지상발사 중간궤도 방어(GMD) 시스템의 요격기는 우주공간으로 파괴체를 운반할 수 있다. 2008년 미국은 이지스함의 해상발사 미사일방어 시스템으로 고도 240km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지스함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은 다른 국가에도 위성공격 능력을 부여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지스 요격기술은 일본과 공동으로 개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장래에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나 한국에도 판매될 수 있다.
[그림] 2008년 2월 미국은 하와이 서쪽 바다의 전함에서 발사된 미사일로, 무능화된 위성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자들은 위성에 실려 있는 연료들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까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그 작전이, 미국의 미사일방어 프로그램에 있는 위성요격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위장이었다고 의심했다.
미국의 공중발사 레이저(ABL) 프로그램은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메가와트급 레이저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지녔다. 이 역시도 탄도미사일보다는 저도고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우주의 군사화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
우주조약은 다른 국가의 우주 이용에 관한 이해관계를 존중하고 국제법을 준수하여 활동하는 한 모든 국가가 평화적 목적으로 우주를 이용할 자유를 지닌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우주조약은 인공위성에서 대한 고의적 공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았고, 다른 우주 이용 국가를 위협하는 위성공격 무기 실험을 금지하지도 않았다.
‘우주공간에서 무기경쟁의 예방’(PAROS)은 군축회의에서 오랫동안 의제로 다뤄졌다. (군축회의는 다자간 군비통제/군축 협정을 협상하기 위해 설립된 포럼으로 1979년에 설립되었고 현재 회원국은 65개국이다. 군축회의는 국제연합의 공식기구가 아니지만 국제연합 사무총장이 지목한 대표가 군축회의의 사무총장을 맡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군축회의는 연례보고서를 국제연합 총회에 제출한다. 1990년대에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다뤄졌고, 최근에는 핵분열물질감축조약(FMCT), 우주에서 무기경쟁 예방을 위한 조약(PAROS), 핵 비무장, 소극적 안전보장(NSA) 등 의제가 다뤄지고 있다.) PAROS에 관한 특별 실무그룹은 1985년에 설립되어 1994년까지 운영되었지만 거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2006년 미국은 자국의 우주 사용 접근권을 제한하는 모든 종류의 새로운 법률체제나 기타 메커니즘에 반대한다는 조항을 ‘국가우주정책’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위성공격 무기에 대한 제한이 없다면 위성공격 위협은 계속 확산될 것이며 미국은 자국 위성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08년 러시아와 중국은 ‘우주공간에 무기 배치 예방에 관한 조약’ 초안을 군축회의에 제출했다. 이 초안은 위성공격 무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중요한 조항을 담고 있었으나 자국의 위성공격 무기 개발이나 배치를 제한하는 조항은 거의 없었다. 즉 러시아와 중국의 초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 지구궤도에 어떤 종류의 무기도 배치하지 않는다.
• 우주 물체에 대해 위협을 가하거나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 다른 국가에 그러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조장하거나 지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초안은 다음과 같이 중요한 조항이 누락되었다.
• 지상기반 위성공격 무기의 개발, 실험, 배치를 금지한다는 조항의 누락
• 무기로도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의 위성을 제한한다는 조항의 누락.
• 구체적 검증 방안에 대한 조항의 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6월에 발표된 국가우주정책에서 군축회의를 통한 외교적 노력에 더 큰 개방성을 보이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미국은 그것이 만약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검증 가능하고,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안보를 개선한다면 [우주에서의 활동과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군비통제 조치를 위한 제안들과 개념들을 검토할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의 정책은 군비통제 조치에 관한 초안을 작성하고 제출하기 위해 적극적 지도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협상에 관한 소극적 지지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로 미국 부차관보은 군축회의에서 ‘협상이 아닌’ 토론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지속할 것이라 밝혔다.
2012년 미국은 유럽연합과 다른 국가들과 함께 ‘우주활동에 관한 국제행동규범’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우주잔해 발생을 줄인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위성요격 실험을 실시한 중국을 견제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주의 군사화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아직도 매우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2013월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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