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특별법이 필요하다.
2014.6.26
박준도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
지난 4월 16일, 세월호는 우리에게서 너무도 많은 것을 앗아갔다. 들뜬 마음 가득 수학여행을 떠났을 학생들과 선생님들, 갖가지 사연과 함께 살뜰한 섬을 찾아 승선한 이웃들, 그리고 자신의 삶에 헌신하고자 했던 승원들까지, 300여명의 시민들을 한꺼번에 앗아갔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을 그 기막힌 시간이 흘렀다. 국무총리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과했다. 그리고 그 시간도 흘렀다.
‘실종자 구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 유가족들이 처음 세상을 향해 내민 손길이다. 2달여가 지났지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누가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지고 있고, 무엇이 바뀔 것 같은지,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제 그만 눈물을 거두고 아이들 하늘나라로 보내주세요. 우리와 같이 살아가요.’ 이 말을 건네줄 면이 서질 않는다.
"저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반 ***의 엄마입니다. 제 자식이 왜 죽었는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서명에 함께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누군가는 연민의 손을 내밀 것이고, 누군가는 제 자식 일이라며 어깨를 두드려 줄 것이다.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에 홍대․신촌 앞에서만 수 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지나쳤다가도 발길을 되돌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꾹꾹 눌러 쓰는 시민들까지… 각자 사연과 이유를 가지고서.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이’라고 간주하기에는 가당치도 않은 인물을 총리로 내세웠다가 망신을 당했다. 그리고나서 슬그머니 국무총리 사의를 반려했다.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을 막겠단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라는 자는 <그래도 규제는 개혁되어야 한다>며, 세월호 침몰 사고와 규제완화는 연관이 없다고 강연하고 다닌다. 아무런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이건 아니다’라며 선부터 긋고 나선 것이다.
청해진 해운 관계자들은 첫 공판에서 과적과 개축 잘못은 인정하지만 화물 고박(고정)은 내 책임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적이나 부실 고박이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리고 또 다른 관계자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문제는 법리상 별개의 사안이라며 역시 선을 그었다.
‘최종 책임은 저에게’라며 대통령이 눈물을 떨구던 장면이 아직도 뇌리에 가득한데, 모두 다 선부터 긋고 나선다. 세월호 참사 책임 차원에서 시작된 개각인데 ‘이 정도 인물이면 되지 않겠소?’라고 대통령부터 선을 긋고 나서니, 세상 모두가 다 ‘이 정도에서’하며 선을 긋기 시작한다. 오늘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유임하며 선을 하나 더 그었다. ‘더 이상은 안 되오.’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는 탐욕스러운 사업주가 있고, 규제를 포기한 정부가 있으며, 이들과 결탁된 다양한 이권세력들도 있다. 구조에 실패한 무능한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여기에는 이 사건을 덮으려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다 ‘힘과 권력이 있는’ 자들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특별법’이 필요한 것은 이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다. 유가족과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고, 어떤 권력기관의 개입에도 방해받지 않는, 성역 없는 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특별법이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 곤란한 이들은 ‘특별법’의 제정을 한사코 반대한다. 그래서 이들은 유가족을 욕되게 하고 특별법 제정 취지를 혼탁하게 만들어, 진상을 규명하려는 시민들의 의지를 꺾으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특별법’은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우리의 행동이 필요하다.
“이 아이가 제 아들입니다.” 서명하는 이들에게 한 아버지가 사진을 꺼내 보여준다. 서명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아들과의 아스라한 추억을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은 거다. 물끄러미 바라보다 대답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생하세요.”
특별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