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3월 16일 한겨례신문에 실린 김상조교수의 경제시평 '우리사주조합 잠재력'에 대한 반론입니다.
한겨레 신문에도 보냈으나 잘하면 독자투고란에나 실리면 다행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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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제와 소수주주운동의 반노동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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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재경부가 밝힌 바와 같이 2차 기업개혁의 기본방향성은 '기업들이 그 규모에 관계없이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국제기준에 부합되도록 정비'하는 데에 있다. 이를위해 재경부는 지난해 8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하였고, 2000년 1월에는 세계은행(IBRD)의 지원아래 '기업지배구조 개선 법무부 자문단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1차 기업개혁이 외환위기의 진화를 위한 단기적 조치들(기업퇴출과 정리해고)를 통해 매우 급박하게 이루어진 것에 비한다면 매우 더딘 진행이다. 그러나 정부의 2차 기업개혁이 한국경제와 기업지배구조에 미칠 변화는 보다 근원적이고 폭넓다. 또한 IMF 구제차관의 조건을 매개로 한 김대중정부와 재벌간의 단선적인 줄다리기로 이루어졌던 1차 개혁과 달리 2차 기업개혁은 OECD, IBRD를 비롯한 세계기구들의 직간접적 개입과 국내 시민운동 및 초민족 자본들의 참여가 함께 어우러지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게된다. 바로 이같은 2차 기업개혁의 중심에 소수주주운동과 우리사주제가 있다.
소수주주운동의 기본정신은 'OECD기업지배구조원칙'상의 '주주동등 대우원칙'에 근거한다. 주주이익을 중심으로 기업경영을 평가하는 자본시장중심의 기업지배구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주권리의 일반적 강조를 넘어 소수주주권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등 자본시장이 발달한 나라들에서 시장중심적 기업지배구조를 선도하는 요체는 바로 소수주주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몇 년간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운동 주도의 소액주주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운동 단체들의 소액주주운동들은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재벌개혁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외피를 제공해줄뿐 실제로는 외국인 주주와 초민족적 기관투자자들의 힘과 이해에 근거한 운동이다. 한국증시에 30억 달러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미 템플턴그룹이 5대 재벌 주주총회에서 참여연대와 함께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LG-데이콤과 합의를 이끌어낸 사례는 대표적이다.
그래서 일부논자들은(예를 들어 밑의 김상조 교수)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다른 주체로서 우리사주조합의 '잠재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사주제는 기본적으로 집단적 성과급제에 불과하다. 자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사주제는 임금총액에서 변동급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임으로써 그만큼 임금구조를 신축화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그 결과 자본가들은 호황-경기회복기에 노동자들에게 주어졌던 보상을 아무런 수고도 들이지않고 되돌릴 수 있는 편리함을 가진다. 또한 우리사주제의 진정한 '잠재력'이란 노동자들이 가지는 자본통제의 '잠재력'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지배구조개혁의 잠재력일뿐이다. 애초에 우리사주제는 19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도입된 이후 1997년 증권거래법에 이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제도이다. 관련 법률의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우리사주제는 개발시대에 자본시장 활성화 또는 기업공개의 촉진방안으로 출발하였고,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기업구조조정과 대량해고의 대안으로 제기되었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우리사주제는 정부의 2차 기업개혁정책과 연관되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운동과 우리사주제가 공유하고 있는 소유-경영의 분리와 주주권리 보장을 통한 자본(주식)시장 중심적 기업지배질서로의 전환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첫 번째 효과는 금융세계화에 부합하는 기업지배구조의 아메리카화이다. 국제적 기업지배구조 정책의 모태가 되는 OECD기업지배구조원칙은 표면적으로는 각국간의 상이한 지배모델을 모두 수용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식 모델의 원칙적 우위아래 놓여있으며, 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OECD 원칙의 도입은 보다 직접적인 아메리카적 지배모델의 수용으로 드러나고 있다. 두번째 효과는 자본시장의 활성화와 경제의 투기화이다. 시장과 경영 투명성의 제고와 소수주주권의 보호, 사외이사제 확대등의 정책들은 결과적으로는 기업경영 평가의 유일기준을 장단기적 주주이익에 도맡기게된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같은 변화는 기업경영의 사회적 통제 가능성과 공공성에 대한 치명적 공격일 수 있다.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의 위험은 이제 어떠한 사회적 통제로부터도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해방된 꼬삐풀린 시장의 위험으로 한단계 발전되어가는 것이다. 세 번째 효과는 노동의 불안정화와 기업내 의사결정구조에서 노동조합
과 노동자들의 체계적인 배제이다. 우리사주제나 소수주주운동을 통한 노동자의 기업경영-소유참가는 어디까지나 이해관계자의 일주체로서 이루어지는 일이지 노동자들의 단결에 기초한 운동이 아님이 확인되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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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경제시평] 우리사주조합 잠재력
뉴스제공시각 : 2000/03/16 01:46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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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다.
특히 이번 정기 주주총회는 구제금융사태 이후의 기업구조조정 성과를 주주들로부터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코스닥 열풍에 떠밀려 재래시장 취급을 받고 있는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의 경우 주주들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는 낮은 주가로 인해 한차례 홍역을 치를 것이 틀림없다.
그 결과 자사주 소각 등의 주가관리대책을 내놓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럴 돈이 있으면 배당률을 높이거나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훨씬효과적인
주가관리대책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하여튼 `주주 무서운 줄 알게 된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주주총회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른바 시민운동의 최대 히트상품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액주주운동이다.
소액주주운동은 시장원리가 가장 철저하게 작동하는 주식관련 제도를 이용하여 공익적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시민운동의 일대 혁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소액주주의 권리가 과잉 대표됨으로써 오히려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민단체가 무슨 권리로 기업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하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양적으로만 차이가 날 뿐, 질적으로는 평등한 주주의 권리(그것이 소액주주의 것이든 대주주의 것이든 간에)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나온 것이며, 나아가 총수의 권리만이 과잉 대표됨으로써 독단경영이 이루어져온 후진적 기업지배구조의 현실을 은폐하고 있다.
둘째, 소액주주운동이 외국인투자가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진행됨으로써 결국 이들의 이해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액주주운동은 국부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트로이의 목마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그 자체로는 유효할지 모르나,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의 창출 없이는 국부의 증진도 국민경제의 안정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경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소액주주운동의 의미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평가가 곧 소액주주운동이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였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한다면, 전문가그룹의 헌신에 기초한 공익적 시민운동으로서의 소액주주운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액주주운동이 `운동'에 그치지 않고 `제도화된 현실'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의 이해를 스스로 대변하는 집단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우리사주조합이다.
1999년 9월말 현재 735개 상장기업 중 97.8%에 해당하는 719개사에 우리사주조합이 결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평균 2.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정도 지분이면 상법과 증권거래법에 규정되어 있는 소액주주권 대부분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조건이다.
특히 우리사주조합은 해당기업의 내부자인 종업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대한 정보(information)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기업경영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자 하는 동기(incentive)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보와 동기를 동시에 갖춘 종업원들이 소액주주권리행사의 주체로 나선다면, 앞서 언급한 두가지 유형의 비판은 일말의 설득력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종업원의 재산형성을 운에 맡겨버리는 이른바 `생산적 복지'의 수단으로만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사주조합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종업원이 기업경영을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수단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사주조합이 조합원 전체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총회 또는 대의원회가 민주적으로 구성·운영되어야 하며, 종업원들이 주식 구입대금을 마련하는데 대한 금융·세제상의 지원책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