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신경제 심포지엄']
옹호론-과열론
"마술은 시작" - "거품 빠진다" (2000/04/07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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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한 신경제(new economy)가 미국경제를 이끌어 갈 것인가, 아니면 신경제 과열을 막아야 할 것인가"
미국의 정재계 지도자들이 백악관에서 신경제의 미래에 관해 일대 논쟁을 벌였다.
이번 논쟁은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의 변동폭을 보인 지 하루 만에 열린 터라 전세계 경제계의 관심을 끌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5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등 내로라하는 민.관 경제계 인사 20여명을 백악관에 초대, 신경제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른바 "백악관 신경제 심포지엄"이다.
백악관의 이스트룸에 자리잡고 하루 온종일 열띤 토론을 펼친 정.재계 거물들은 신경제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파와 우려를 나타내는 두 파로 갈라졌다.
자신의 재임시 공적을 은근히 뽐내고 싶어하는 클린턴 대통령과 첨단기업 최고봉 게이츠 회장 등이 대표적인 "신경제 옹호파"에 속한다.
이들은 최근의 주가 급락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술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며 신경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월가의 그린스펀"으로 불리는 애비 코언 골드만삭스그룹 투자정책위원장이 가세해 "지난 10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미국 증시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낙관론을 폈다.
이에 맞서 그린스펀 의장을 필두로 한 "과열론자"들은 첨단기술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너무 빨리 성장하는 데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과열에 대해 강하게 우려했다.
또 금리인상이 증시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최선책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경계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로저 앨트먼 전 미국 재무장관도 "최근의 증시 불안이 신경제 거품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는 조짐"이라며 "앞으로 더 강도높은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은 신경제를 운영함에 있어 구경제의 미덕이 돼온 "신중함" "위험에 대한 경계자세" "투철한 리얼리즘" 등을 상실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과열론'..수요가 공급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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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에 거품이 끼였다고 주장하는 "과열론" 진영에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 로저 앨트먼 전 재무 부장관,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경제학 교수 등이 속해 있다.
특히 미국 경기과열현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인플레 우려를 표명한 그린스펀의 말 속에는 내달 금리를 최고 0.5%포인트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 앨런 그린스펀 =지난 4년간 상품과 용역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증가는 잠재적 공급능력 확대를 훨씬 초과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경계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통화정책은 인플레하지만 금리 인상은 주가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 로렌스 서머스 =신경제와 구경제가 기반이 다르기는 하나 신중하게 운영돼야 한다.
신경제를 운영함에 있어 구경제의 미덕으로자리잡았던 "신중함" "투철한 리얼리즘" 등을 잃어서는 안된다.
지난 1970년대에는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와 실업률, 금리가 모두 올랐으나 오늘날 경제는 정보기술(IT)가 핵심이 되면서 저인플레. 저실업률.저금리라는 "3저" 현상을 초래했다.
따라서불황이 닥쳐와도 예전 같았으면 실직했을 인력을 정보기술 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재훈련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로저 앨트먼 =앞으로 주식시장은 급격한 조정국면에 들어설 것이다.
최근 주가가 한바탕 요동을 친 것은 이러한 조정의 전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첨단기술주들은 가장 타격이 클 것이다.
그마나 인텔 시스코 등 일부 우량기업들에 투자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 윌리엄 노드하우스 =신경제가 지금의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넌센스다.
지금까지 인플레 압력은 잘 통제돼 왔으나 언제까지나 현재의 저인플레.고성장이 지속되리라고 보는가.
고평가된 시장은 당장은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으나 절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 프레드 버그스텐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무역적자 규모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시장에서 일제히 발을 빼는 "패닉 반응"과 달러화의 급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달러화의 급락은 금리인상과 증시의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옹호론' .. 생산성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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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 "옹호론" 진영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빌 게이츠 MS 회장, 애비 코언 골드만삭스그룹 투자정책위원장, 제임스 갈브레이스 텍사스대 경제학 교수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신경제가 생산성과 경기순환의 법칙을 다시 쓰고 있다"며 신경제를 예찬했다.
<> 빌 클린턴 =우리는 미국 역사상 최장기 호황과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심오한 경제 변혁의 한복판에서 만났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인류의 빈곤문제도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신경제의 힘이 모든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위험고조,무역적자 증가 등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도 사실이다.
<> 빌 게이츠 =첨단기술 시대에 의해 교육과 민주적 개혁 및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적 차원의 진보가 시작됐다. 그러나 마술은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며 기술은 앞으로도 무한한 진보와 혁명을 해 나갈 것이다.
컴퓨터가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고 터득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 애비 코언 =신경제가 뒷받침하는 미국 증시의 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다. 우리는 지난 10년여간 증시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최근 증시의 극심한 소용돌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불길한 조짐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 제임스 갈브레이스 =현재 미국 경제는 양호하며 경기확장은 앞으로 4~8년까지 계속될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왜 자꾸 금리를 올려서 파티를 망치려고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성장에 한계가 있고 (저성장으로 인한) 실업의 우려가 있다한들 아무도 그 시점을 알 수 없지 않는가. 이런 맥락에서 FRB의 금리인상은 선방이 아니라 자기파괴 행위다.
시장이 다소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올바른 리더십과 FRB의 조화로운 정책이 조화를 이룬다면 미국 경제는 성장과 번영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