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트레일러에 박태헌씨 사망]

경찰, "횡단보도 위 사고 불구 피해자 과실"

김치관/송정미 기자(tongil@tongilnews.com)

잇단 미군 범죄와 사건 사고가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미군 캠프 마켓 소속 25톤 대형 트레일러에 박태헌(45, 여)씨가 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21일 낮 12시 25분경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42 백마장입구 삼거리에서 캠프 마켓 기지쪽으로 향하던 예스캄 소속 박상진(31)씨가 운전하던 미군 트레일러가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박태헌씨를 보지 못하고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평경찰서 한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단서 아래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숨진 박씨가 횡단보도 맞은편 신호등이 고장나 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길을 건너다 정차후 출발하던 트레일러에 치여 사고가 났다며 숨진 박씨의 책임쪽에 무게를 두었다.

경찰측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 후 10여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현장조사를 자세히 진행했으며, 곧 뒤이어 119 구급차 두 대가 도착해 박씨를 세림병원으로 옮겼으나 병원측이 더 큰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요구해 성모자애병원으로 다시 옮겼고, 박씨는 이때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씨의 소지품에서 발견한 복지카드를 보고 동사무소로 연락해 유족들에게 사고 소식을 전해 유족들은 오후 4시 20분경에야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병원에 도착했으나 박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한다.

박씨는 10년전 남편과 별거하고 아들 김보람(12) 군과 어머니 이순도(73)씨와 함께 살고 있으며, 평소 다니던 갈릴리 교회를 나서 요리학원으로 가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또한 숨진 박씨는 청각장애 5급 장애인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주변 사람들에 의하면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것을 제대로 못알아 듣는 정도이며 요리학원 수업을 들을 정도로 정상적인 상태인 것으로 알렸다.

사고 현장 부근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모씨는 박씨가 숨졌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미군차 중에서 제일 큰 탑차 바퀴 뒤에 깔린 채 누워있는 것을 봤고 들것에 들리울 때 팔을 들어올리는 것으로 봐서 그 때는 분명히 살아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하고 "매일 새벽 5시부터 미군 차들이 시끄럽게 지나다니고 평소에 과속도 심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캠프 마켓의 용역업체 격인 예스캄에서 7년간 노무자로 일해온 가해자 박상진씨를 유치장에 수감하고 조사중이며 재판권은 한국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의 큰 오빠 박재규(55)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사고가 횡단보도 위에서 일어났으며, 트레일러가 중앙선을 침범한 상태이고, 경찰의 주장대로라면 트레일러가 일단 정차했다 출발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사망 사고가 날 수 있겠냐며 운전자의 과실이 클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경찰이 가해자에 대해 음주측정을 하지 않는 등 수사에 미진함도 있다고 보고 22일 경찰측에 유족 입회하에 현장 재조사를 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예스캄 측에서는 사고후 1시간여 후에 현장에 도착해 자체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용산 미8군에서도 헌병 5명 등 6명이 나와 현장에서 별도의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오빠 박재규씨는 "동생은 평소 성격이 엄청나게 깔끔해 신호를 안 지키는 일은 절대로 없다"며 "사고가 정확하게 규명되고 망자가 좋은데 가길 바란다. 모든게 원만하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밝혔다.

졸지에 엄마를 잃은 보람이는 "우울하지만 사람들이 용기와 희망을 줘서 힘이된다"며 "엄마가 거기서도 잘 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어머니 이순도씨도 "이제 좀 나아졌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해를 인천광역시 부평구 작전동 `인천 장례식장`에 안치하고 지하 2호 분양실(032-554-8452)에서 조문객을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아직 발인 시기는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의정부 두 여중생 사망사건을 비롯해 미군관련 사건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데 힘을 쏟아온 자통협(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실무자들은 밤늦게 사건 현장을 찾아 상황을 파악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미군에 의한 사건 사고가 수없이 되풀이 되고 있지만 파주에서 발생한 박승주씨 사망사건 처리에서 보듯이 유족들이 한결같이 원하는 명확한 진상규명은 결코 쉽지만은 않으며, 경찰과 미군의 수사태도도 하루아침에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조건에서 이번 사건의 처리 결과에 주목이 쏠리고 있다.

통일뉴스 2003-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