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안요인 점검과 2003년 경제 전망

경제연구센터
주간경제 722호 2003.04.09

금융시장 불안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긴장 고조, 아시아 지역 괴질 등 악재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전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경제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 경제는 3.8%의 저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물가는 4%에 육박하고 10억 달러 내외의 경상수지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 경제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신용카드 부실 누적,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긴장고조, 아시아 지역 괴질 등 악재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전도 기대와는 달리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 혹은 올 연초와는 경제전망과 경기판단의 전제 자체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실제 최근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침체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수익이 감소하고 물가도 급등하고 있다.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급증으로 경상수지는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올 연초만 해도 이라크전의 개전 이후 경제전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국내경기는 세계경기와 더불어 미약하나마 동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라크전이 어떤 식으로 종결되든 우리 경제는 당분간 어려운 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이 뚜렷해지면서 경기침체의 골은 깊어지는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재화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우리 경제의 진로를 크게 좌우할 5대 위기 요인들을 하나씩 짚어보고 향후 우리 경제를 전망해 본다.


● 경제불안요인


1. 이라크전 장기화의 파장

향후 우리 경제의 진로를 좌우할 첫번째 변수는 역시 전세계적 관심사인 이라크전이 얼마나 장기화되느냐 일 것이다. 개전 2주일이 지난 현시점에서 전황에 대한 일반적인 예측은 이라크군의 거센 저항으로 인해 6주이내의 단기전보다는 2개월 이상의 중장기전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쟁기간이 길어질수록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표 1> 참조). 특히 미국의 경우 약 1,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전비부담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와 전쟁분위기의 연장에 따른 민간부문의 심리위축, 유가상승 등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전쟁에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경제적 후유증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내구재수요는 지난 2월 1.5% 하락으로 반전되었으며 신규주택 판매도 예상과는 달리 크게 하락함으로써 전쟁의 부정적인 효과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민간경제조사기구인 컨퍼런스보드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미국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9년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이다.

고유가도 미국경제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과거 경험을 통해 보더라도 고유가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제조업실적을 악화시켜 미국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IT 버블의 후유증과 주가하락, 공급과잉 문제 등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미국경기가 이라크전의 장기화와 고유가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날 경우 적어도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까지 상당기간 소비위축과 성장률 둔화 등 고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대외수요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우리 경제에도 수출부진과 성장률 하락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 고유가 당분간 지속

2/4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전망과 관련한 두번째 변수는 역시 국제유가의 조기 안정여부이다. 국내 주요산업의 높은 에너지의존도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이후 배럴 당 40달러(WTI기준)에 육박하는 강세를 보여왔던 국제유가는 이라크전 개전직후 단기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일시 하락세로 반전되어 27달러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개전초의 낙관적 전망이 후퇴하면서 유가가 다시 반등하는 등 국제유가는 전황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라크전과 국제유가의 향후 추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3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우선 전쟁이 6주내의 초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유가는 연평균 20~25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전황을 고려할 때 이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쟁이 2~3개월 정도의 중기전이 될 경우 연평균 유가는 30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전쟁이 3개월 이상의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가운데 전쟁이 주변지역으로 확산되고 이라크 영토내 유전의 파괴정도가 매우 극심해 지는 경우이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40 ~50달러의 폭등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유전지대 장악과 파괴유전의 조기복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전쟁이 장기화하더라도 유전파괴 규모가 커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장기전이 되더라도 국제유가는 당분간 30~35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전쟁 종결과 더불어 소폭 안정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량은 2/4분기 중에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나 전쟁이후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원유 재고충당을 위한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경우 민족분쟁으로 원유생산이 차질을 빚는 등 수급불균형 요인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제유가는 2/4분기이후 배럴당 25~30달러 수준을 중심으로 변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2003년 평균으로는 지난해 평균 26.1달러 보다 소폭 오른 28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 북핵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연하고 있는 북핵문제는 이라크전의 종결과 함께 전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북미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핵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대북정책 방향을 놓고 미국 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한미간 정책 갈등까지 불거질 경우 북핵문제로 인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단적인 대립으로 나아갈 경우 양측모두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미국의 다음 대선을 앞둔 2004년 중반까지는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체제안보가 전제된다면 타협이 더 나은 선택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북미간 협상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이다. 북미양측이 최종결과를 자기편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상대방을 압박할 경우 우리 경제에도 중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핵 문제가 국가신용등급의 하락과 외국인투자자금 이탈로 이어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국가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4. 외국인 투자자금의 향방

북핵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한 지난해 연말이후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우리 경제에는 커다란 부담이다. 지난 2월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북핵을 이유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positiv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전격 조정한 이래 국가신용등급의 하향조정 가능성은 우리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물론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상황에서 지난 1997년과 같은 위기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최근 늘어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과 단기외채가 일부 유출되어 원화약세와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2003년 현재 외환보유고를 통한 단기자본유출 방어능력(증권투자자금과 단기외채 등 단기유출가능액/외환보유고)는 97년에 비해 크게 양호한 상태이지만 증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금은 지난 97년의 9.6배로 늘어났다. 본격적인 ‘Sell Korea’의 가능성은 낮지만 자본시장 개방 이후 꾸준히 늘어난 외국투자 자금의 일부가 유출되어도 그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5. 금융시장 불안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이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회복하는 것도 향후 우리 경제의 중요한 과제이다. SK 분식회계사건은 직접적으로는 은행 등 채권단과 주주의 재정적 손실로 이어지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쌓아올린 우리나라 기업시스템에 대한 대내외 신뢰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SK글로벌 사태가 회사채 등 우리나라 금융시장 불안의 단초를 제공했다면 신용카드사의 부실과 부채상환능력에 대한 우려로 촉발된 카드채 문제는 비단 카드사 뿐만 아니라 투신사, 증권사, 은행 등 금융시장 전체를 크게 뒤흔들 잠재 불안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중순 MMF를 중심으로 투신사 펀드 환매요청이 몰리면서 야기된 유동성 위기는 정부의 신속한 시장안정 대책과 투신권의 카드채 펀드 발매로 일단 진정되었다. 그러나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카드사의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1년 말 3.8% 수준에 머물렀던 신용카드연체율은 2003년 1월 중 11.1%로 높아졌다. 최근의 경기부진을 고려할 때 연체율이 둔화되어 카드사 경영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규모로 발행되었던 카드사 CP(기업어음)가 올해 상반기중 만기도래하지만 카드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신사들이 상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고, 높은 발행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카드채의 신규 및 차환 발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3월 하순 증자 및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카드사 재무구조 개선과 수수료 인상 및 경비절감 등 수익성 개선 대책이 정부와 카드사를 중심으로 마련되었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되려면 총 8조원을 웃도는 카드사들의 부실채권(연체자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후속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시장 내부의 불안으로 시중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간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6. 괴질(SARS) 확산

최근 중국 등 동아시아지역에 이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괴질(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 파문의 경제적 파장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세계경제에서 그나마 성장엔진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 및 동남아지역 경제가 받을 타격이 우려된다. 관광과 생산, 소비, 수출 등 이 지역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성장률 하락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라크전과 고유가로 기초체력이 크게 약화된 세계경제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괴질의 파문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과 동남아지역의 성장둔화 및 소비위축은 휴대폰, 가전,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제품의 수출에 직접적인 감소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여행, 해운, 항공운수 등 관련산업의 실적악화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최근 우려되는 것처럼 괴질이 국내에 상륙해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심화되면서 침체기로 접어든 국내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 2003년 경제전망


성장률 3.8%로 둔화 가능성

우리 경제는 지난 2월까지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10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올 1/4분기를 고비로 침체 양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안요인과 경제내부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냉각되고 나아가 실제 지표가 빠르게 악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다 최근 물가 역시 고유가와 농산물 작황부진의 영향으로 급등하고 있다. 소비, 투자 등 수요부진으로 성장세가 급락하고 물가, 실업률 등 거시지표들이 악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일시적인 경기조정 국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기하강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6.3%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우리 경제는 내수부진이 심화되고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올 한해 3.8%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울러 유가상승, 수출가격 하락 등 교역조건 악화를 반영하는 GNI(국민총소득) 증가율은 상반기중 마이너스로 떨어져 체감경기는 2001년 경기침체기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 동안 내수가 크게 부진한 가운데서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아 온 수출이 2/4분기 이후에는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3월의 경우 월간 수출증가율은 1~2월의 평균 23.9%에서 17.5%로 낮아졌다. 2/4분기이후 수출부진은 지난해 2/4분기 이후 이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데 따른 기술적 반락효과와 더불어 반도체 가격의 하락 지속, 하이닉스에 대한 미 상무성의 고율 관세부과, 미국 등 주요국들의 내수위축으로 자동차, 가전 등 주력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발생한 아시아 지역 괴질도 중국 등에 대한 우리 수출에는 악재이다.

우리나라 수출을 2~3개월 선행하고 있는 OECD 경기선행지수의 증가율도 수출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4.9%(물량기준)를 기록했던 수출증가율은 올해 9%대로 낮아지고 특히 하반기중에는 2%대로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부진 심화

내수부문별로는 무엇보다 소비와 설비투자의 부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의하면 설비투자는 지난 1~2월 중 이미 -5.8%(전년동기비)의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라크전, 북핵문제, 신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 등 대내외 불확실성과 경기전망 악화에 따른 기업들의 심리 위축이 실제 투자부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될 경우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 2001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 불안요인이 빠르게 해소되지 않는 한 하반기에도 기업 설비투자는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부문의 경우 지난해 부진에다 경기안정을 위한 정부의 조기 재정집행 노력 등으로 여타 부문에 비해 사정은 다소 나을 것으로 보이나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올 연중 계속될 것으로 보여 3% 수준의 다소 미약한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소비 역시 1%대의 매우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극도로 위축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이 악화된 기업들의 임금지불능력이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반면 고용사정은 나빠지면서 가계부문의 실질구매력이 약화되는 데다 무엇보다 실물 및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가계부문의 불안심리가 소비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유가상승의 영향으로 2월까지 약 2억달러의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경상수지의 경우 올 연간으로 약 12억 달러 수준의 적자가 예상된다. 하반기 이후에는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고 서비스수지의 만성적인 적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연간 경상수지의 적자 반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물가불안 요인 산적

고유가와 원화약세는 물가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침체에 따라 총수요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지만 고유가와 원화약세에 따른 비용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농수산물 작황부진에 따른 계절적 효과는 연중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공공요금 현실화 및 풍부한 시중유동성에 따른 교육, 부동산 임차료 등 각종 서비스요금의 상승압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보다 높은 3.8%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성장과 기업실적 악화로 올해 고용사정은 지난해보다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반기 이후에는 내수, 특히 설비투자와 수출의 동반침체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11%에 달했던 지난해의 명목임금상승에 따른 부담도 기업들의 신규고용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실업률은 지난해 보다 높은 3.6%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노사관계는 신정부 출범과 더불어 주5일근무제 실시와 비정규직 차별해소, 경제특구법 및 산별교섭체제의 도입 각종 제도관련 이슈가 다수 제기되면서 노사간 첨예한 이해 조정에 상당한 진통과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기업수익을 올 임금협상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근로자측 요구가 높은 반면 기업측에서는 향후 경기침체에 따른 지불능력 약화를 우려하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도 예상된다.

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명목금리는 연평균 5.9%(회사채수익률 기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환율의 경우 북핵문제의 해결 전망이 가시화될 경우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있지만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에 대한 우려, 경상수지 악화,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등 약세요인이 더 우세해 2/4분기 중 달러당 1,260원, 하반기중 1,265원 등을 기록하며 약세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충격 완화와 불안 해소에 주력해야

경제불안요인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3%대 후반으로 떨어지고 물가는 4%를 위협하는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수준의 스태그플래이션이 도래할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반 경제 여건상 스태그플레이션에 매우 근접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정부정책은 이라크전 장기화 등 대외불안요인에 의한 충격을 완화하고 우리 경제내부의 불안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가계와 기업, 그리고 외국인투자자 등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해소시킬 수 있는 정책대안들도 적기에 강구되어야 한다.

우선 북핵문제를 한미 공조하에 평화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경제 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막기위한 적자재정 편성이나 투자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실물경제가 지나치게 하강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채권시장 마비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채권안정기금 조성 등 사전에 강력한 안정화 의지를 보임으로써 부실문제가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경기침체 국면을 맞아 법과 원칙에 입각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일도 경제안정을 위해 긴요하다. 아울러 괴질의 국내 침투 예상에 만전을 기하고 발생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토록 사전 대비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