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해외논단]미국의 대중국 전략
출처 : 한겨레신문
저자 : 윌든벨로
비밀문서로 분류돼 있는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 `아시아 2025'의 내용을 볼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여름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에 있는 미 해군 전쟁대학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를 담은 이 문서는 최근 공표된 국방부의 세계전략 문서인`조인트비전 2020'에도 주요 요소로 수용됐다.
`아시아 2025'는 5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으며, 중국의 부상이라는 지정학적 전개가 모든 시나리오에서 나타난다. 또 다른 상황 설정은 `미국에게 잠재적으로 선택가능한 파트너'인 지역세력으로서 인도의 부상이다. 전략적 동반자로서 인도의 역할은 미국으로 하여금 “엄격한 핵 비확산 정책을 재검토하도록” 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 결과 미국은 두가지 중요한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미국의 전략계획과 군사자원의 초점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시아 주둔 군사력을 상당히 증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시나리오는 “불안정한 중국”이다. 중국에 민족주의 정서를 유발하는 시도는 해외 모험주의로 경계된다. 도시와 농촌에 불안정을 낳는 완만한 경제붕괴로 훼손돼가는 중국 정부의 정통성을 되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남아를 침공하나 미 해군의 개입으로 좌절된다. 중국 정치는 하강곡선을 타게되며, 이런 하강은 2010년 중국 군부가 일으킬 사실상의 쿠데타를 계기로 가속된다. 쿠데타는 중국이 새로운 확장주의로 치닫는 계기가 된다. 이는 시베리아, 러시아 극동지역, 카자흐 등지의 에너지자원 강점을 목적으로 하며, 중·러 핵전쟁 위기로 이어진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강한 중국”이다. 중국은 아시아 대륙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동남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며, 중앙아시아에 사실상의보호령을 설정하는 동시에, 러시아 극동지역과 시베리아에 경제적으로 침투한다. 중국의 아시아대륙 통합은 미국·일본세의 해양지배력을 파괴하는 해양전략을 바탕으로 한다. 중국은 남지나해와 동남아 섬들을 잠식하고, 인도를 매수하며, 통일 한국을 중립화시키는 동시에, 일본을 고립시키고, 대만을 사실상 병합한다. 군사적 위협, 선별적 군사작전, 임기응변 외교의 결합으로, 중국은 일본의“영구적인 전략적 굴종”을 얻어내고,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동맹과 군사력주둔을 종식시킨다. 아시아는 중국이 지배는 하나 정복 또는 점령은 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는 식민주의 시대 이전시기의 종주국·종속국 관계와 비슷하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미국에게는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이때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는 균형추가 될 수도, 중국의 동맹세력이 될 수도 있다.
세번째 “새로운 남아시아 질서” 시나리오에서는 파키스탄의 만성적인 정치·경제적 위기 상태가 더 악화해 혼란상황이 빚어지나, 인도는 정치·경제개혁으로 더 강력해진다. 이슬람세력이 카슈미르에 침공하면 인도가 파키스탄의 핵미사일들에 재래식 공격을 가하고, 파키스탄은 핵무기로 보복공격에 나선다. 미국이 개입해 남아있는 파키스탄 핵무기들에 재래식 공격을 가하면서, 중국에는 개입하지 말도록 경고한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헤게모니 구축에 실패해 혼란이 초래되고, 이란·타지크·우즈베크가 같은 민족임을 내세워 이 지역 병합에 나선다. 이란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로 떠오른다. 이란은 “온건화와 민주화”로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이는 이란의 역할 증대에 기여한다. 인도와의 전쟁 뒤 파키스탄은 붕괴되며, 인도 군은 “질서회복과 지배권 확보”를 위해 파키스탄에 진입한다. 인도 연합국이 형성돼 지역 헤게모니 세력이 되고 걸프지역 국가들과 유대를 강화한다. 중국으로서는 큰 손실을 입는 상황이다. 중국은 대신 러시아 극동과 인도차이나 반도 및 인접국들에 침투하는 쪽으로 돌아선다. 아시아에 새로운 지역동맹이 탄생하며, 동맹의 주역은 미국·인도·이란이다.
나머지 “아시아의 재편성”과 “새로운 중국·인도 공동관리”라는 시나리오도 중국이 미국에 가장 큰 지역적 위협세력이 된다는 점을 경고한다. 미국이 아시아지역에서 주역으로 남으려면 전진적인 작전기지를 구축해야 한다, 인도의 전략적 위상이 높아진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중국·인도간 동맹관계 형성은 막아야한다는 점 등이 강조돼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미 국방부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 대한 관여 정책을 강조하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지원하는 정책은,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이 미국과의 투자·무역관계를 활용해 경제·전략적인 강국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비친다.
아시아인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보고서는 중국을 미국의 경쟁국으로 일관되게 인식하면서,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헤게모니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분쇄하겠다는 국방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 우리 시대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은 줄기차게 지배를 추구하는 미국이라는 사실을 보고서는 명확히 보여준다. 월든 벨로 필리핀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