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있었던 제4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금융감독원 오갑수 부원장이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전략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연설문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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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사 말)
안녕하십니까. 금융감독원 부원장 오갑수입니다.
이번 제4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우리경제의 핵심 발전전략인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과 관련하여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처럼 귀중한 토론의 장을 마련해 주신 파이낸셜 뉴스와 ABN-AMRO 증권사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리며 바쁘신 가운데에서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귀빈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앞으로 21세기를 맞아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금융허브 구축전략과 정책과제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새로운 도약의 기회: 금융허브 구축전략)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오늘의 국제금융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습니다. 금융개방에 따른 국경간 자본이동의 가속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금융시장이 실시간으로 통합, 동조화되고 있으며 금융시장간 금융회사간 경쟁이 국경을 넘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들어 중국경제의 급성장을 계기로 기존의 미국·유럽 중심으로 재편되었던 세계경제에 중국, 일본과 우리나라로 이루어지는 동북아 경제가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외 금융경제 여건의 변화는 우리금융이 더 이상 국내에만 머무를 수 없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지난 97년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과거의 낙후된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금융 및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한편 과감한 국내시장의 개방을 통해 위기를 극복함은 물론 금융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켜 새롭게 도약하는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주변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거나 저성장에 머무를 때 우리는 높은 수준의 견실한 성장을 달성하였으며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외국인이 투자하고 경쟁과 자율의 원리에 의한 금융시스템 운영이 확충되는 등 우리경제의 모습은 크게 변모하였습니다.
여러분, 미래의 금융산업은 정보통신기술(IT)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국제적 인터넷망을 통한 실시간 금융거래와 다양한 파생금융상품 및 신종금융상품의 개발이 향후 금융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인프라나 기술력면에서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높은 교육수준으로 무장된 다수의 고급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미래금융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하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지리적으로 유리할 뿐 아니라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투명하고 건전한 금융·경제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80년대 성장경제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장기불황이 10년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개혁작업이 미진한 상황이며,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정부통제 및 규제유지 등으로 금융시스템 발전에 제약이 있습니다.
우리가 금융산업을 미래의 고부가 성장분야로 지향하고 우리나라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육성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새로운 정부도 동북아경제중심국가건설을 12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대통령직속으로 위원회를 설치하여 국가적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경제중심전략은 금융과 더불어 물류, 비즈니스 등 실물부문을 포괄하는 경제전체적 중심지 구축전략인데 이는 실물과 금융은 마치 수레의 양 바퀴와 같아 상호보완적·의존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허브 구축을 위한 정책과제)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남북 평화기조의 정착, 정치·경제의 안정,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등과 같은 전반적인 여건개선이 전제되어야 하겠습니다만 여기서는 금융부문을 중심으로 금융허브 구축을 위한 정책과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금융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금융의 시스템을 국제적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하겠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금융허브는 특정의 경제자유지역이나 별도 금융시장의 구축과 같은 외형상의 실체가 아니라 외국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자유롭게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운영시스템의 선진화를 필수요건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시장을 규율하는 제반 제도가 국제기준(global standard)과 정합성을 유지하며 시장의 투명성 및 공정성이 제고되고 회계제도와 기업지배구조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또한 주식시장과 채권 및 외환시장의 깊이와 폭을 넓히고 파생상품시장의 안정성을 높여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국제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의 금융회사가 외국의 선진 금융회사와 경쟁하면서 동북아 금융허브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가일층 제고하여야 합니다. 금융의 겸업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금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국제경쟁력이 미약한 부문에서는 자율적 구조조정과 대형화를 통하여 세계적인 일류 금융회사를 육성함으로써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발전과 금융회사의 건전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정책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향후 금융감독정책은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을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향상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정착되는 시장중심의 감독으로 전환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금융회사의 경영내용을 금융이용자가 쉽게 파악하고 우량한 금융회사를 비교·선택할 수 있도록 경영공시를 강화하는 등 시장의 자율적 감시기능을 활성화하겠습니다. 이러한 원리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등록법인에 대해서도 엄격히 적용해서 회계 및 경영의 투명성 제고, 기업 지배구조의 선진화 등이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금융의 국제화·겸업화에 대응하여 경쟁제한적 규제는 지속적으로 폐지·완화하되 금융시장 안정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기능은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부실발생을 방지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겠습니다. 과거 2단계에 걸친 금융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향상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경영투명성 및 효율성의 제고와 시장자율에 의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금융불안을 사전에 차단해 나가겠습니다.
끝으로 동북아 금융허브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우리의 금융·경제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기진단을 바탕으로 현실성있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 등 성공한 국제금융센타의 모범사례를 연구하고 중국, 일본과 비교한 우리의 장단점을 세밀히 점검함은 물론 전문가들과의 논의와 관계부처간의 유기적 협조를 통하여 세부전략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방안이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는 중장기 과제인 점을 인식하여 단계별로 추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선은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국내 금융 인프라를 선진화하고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 다음 단계로 주변국가와의 차별적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금융중심지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때에도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이 관련국가의 상호이익증진과 공조를 바탕으로 상생과 상승(시너지)의 효과를 도모한다는 기본정신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마지막 단계로 국제금융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서 국제금융시장과의 유대를 강화하여 명실상부한 역내금융허브가 되는 것입니다.
한편 경제, 금융시스템의 개선 이외에도 문화, 주거환경 및 언어 등 사회생활 여건을 선진화하여 외국인이 국내에서 불편없이 영업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금융허브 구축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겠습니다.
(맺음말)
동북아 금융허브의 추진은 21세기를 위한 우리 경제의 생존전략이며 발전전략입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동북아 금융허브구축을 위하여는 정부, 금융회사, 국민 등 모든 경제주체가 협력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장기적인 비젼과 정책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전략의 틀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금융회사와 시장 참여자는 업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계기로 인식하여 능동적·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우리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노력하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극복국가에서 미래의 동북아경제를 선도하는 중심국가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장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