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자로 게재된 데이빗 코트라이트(David Cortright)의 "지금 우리가 해
야하는 것(What We Do Now)"을 등록합니다.
5월 15일자 한겨레(!)에서 미국 내 반전평화운동에 대한 평가 글이라고 소
개하길래 찾아봤더니, 여러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특히 미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
로 광범위하게 형성된 반전평화 운동이 이라크 종전 이후 어떤 목표를 가
지고 나아갈 것인지를 토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너무 빠른 종전이 우리
가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 의제를 제안합니다.
-국방부가 아닌 민간이 집행하는 이라크 국민에 대한 대대적인 인도적 지
원과 경제적 보조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군사적 서비스를 제공한) 페르시아만에 파견된 미
군 장병(특히 사병들)에 대한지지, 지원
-군대의 귀환
-이란에 대한 전쟁 및 군사적 위협 반대
-석유를 위한 전쟁 반대
-중동 지역에서의 평화(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
-중동 지역에서 무장해제("대량살상무기로부터 자유로운 지대", 즉 이라크
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한 것은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어야 함)
이어서 저자는 부시 행정부의 선제적 예방전쟁 전략을 비판하면서 대량살
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더 안전하고 비용이 덜 드는, 궁극적으로는
더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대안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저자는 이라크와 북한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 잠재국의 무장해제를 지지한
다고 밝히면서 (이들에 대한) UN 무기 사찰단의 엄정한 감시, 외교적 해
결, 군사적 수단이 아닌 정치적 수단을 통한 정책지지 유도 등을 강조합니
다. 동시에 무장해제는 궁극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NPT
에 대한 미국 및 핵보유국의 이중적 관점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
자는 이를 수행하기 위해 일정한 강제력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UN의 권위
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무기력하게 후퇴합니다. 또 무장해제를 위해 경제
적 원조와 안전보장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도 저자
는 UN 안보리의 승인이라는 조건만 갖춰진다면 미국은 필요한 경우 군사
적 개입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미끄러지고 맙니다(물론 역으로 안보리의
승인이 없다면 무력개입은 불가능하지만...).
결론적으로 저자는 미국의 정치적 방향과 지도력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
하다고 하면서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 행정부의 재선을 저지하는 것
이 당면한 과제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반전평화운동, 그
중에서도 대중적인 시민들의 운동이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초 제가 기대했던 반전운동에 대한 평가글로서는 턱없이 거리가 먼 것이
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아마 미국 내에서 반전평화 운동에 동참했
던 대중들의 심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참고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특
히 결론부분의 경우, 낙천낙선운동-햇볕정책-(반미없는) 촛불시위-노무현
당선-정계개편으로 이어지는 국내 지형과 유비되어 흥미롭습니다.
한편, <<더 네이션>>에 기고되는 다른 글 중에서도 부시의 일방주의적 정
책을 비판하면서 UN으로 복귀할 것을 주장하는 '순진무구한' 글들이 많이
있던데요, 저의 경우 민주당( 및 이의 지지세력)이 다음 대선에서 이를 강
력히 주장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섣부를지는 모르겠지만
911 이후 '선제적 예방전쟁'은 이전의 '페리 프로세스'를 대체하는 미국
의 새로운 대외전략(당파를 초월한)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어쨌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원문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thenation.com/docprint.mhtml?i=20030421&s=cort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