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 주장
- 경제자유구역법 폐기를 위한 총력투쟁에 나서자.
작년 11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이 올 상반기 중 시행령 마련을 거쳐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바로 며칠 전에는 정부 관련 부처간의 협의를 위한 시행령 가안이 제출되었다.
경제자유구역은 김대중정부 당시 제기되었던 동북아비즈니스중심국가 구상이 동북아중심국가건설이라는 이름으로 노무현 정부로 계승되면서, 그것의 주요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중심국가 구상은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내외적 조건 속에서 제출되고 있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와 유럽의 견제라는 세계경제체제의 오래된 축은 최근 들어 중국의 급속한 개방과 높은 성장잠재력이라는 변수에 의해 변화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동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던 일본경제는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취할 수 있는 유력한 생존의 길은 지정학적 위치를 십분 활용하여 중국경제의 성장, 그리고 중국시장으로 진출하는 초민족자본의 전략에 철저하게 적응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내적인 조건으로 눈을 돌려보자면, 이는 김대중정권 당시 본격화되어 노무현정권으로 계승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모든 것이 자명해 진다. 신자유주의정책은 자본의 금융적 확장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한국경제 전반을 재구조화하는 과정이었다. IMF 위기상황에서 집권한 김대중정권은 외자유치를 모든 국가경제정책의 잣대로 삼았으며, 이는 노무현정권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외자유치를 명분으로 온갖 신자유주의적인 처방이 가해졌고, 그 결과 노동자 민중에게는 구조조정, 정리해고, 비정규직화라는 처참한 현실만이 남겨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은 고갈되었으며, 노동자 민중을 출혈적으로 쥐어짜고 투기적 금융자본에 국가경제의 생사를 내맡기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한국의 지배세력은 더 이상 한국경제의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이러한 구상에 정확히 일치한다. 현재 이의 주요 내용은 물류 - 비즈니스- 금융 거점을 마련하여 동북아에서의 물류, 금융, 비즈니스 중심지로 한국을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 광양, 인천의 경우 공항과 항만 시설 등을 근거로 우선 지정대상지역으로 일찌감치 낙점되었다. 특히 인천의 경우 물류거점화의 기본 조건인 국제공항과 항만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며, 서울과의 인접성으로 인한 행정서비스와 같은 제반 조건의 편리함 등을 근거로 성공가능성이 어느 곳보다 높은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송도는 금융과 IT중심(1300여 만평)으로, 영종 일대의 경우 물류와 주거, 관광단지(4000여 만평)로 김포매립지는 주거, 화훼단지(540여 만평)로 개발한다는 계획 하에 개발이 한창이다. 이 세지역 외에도 서울(금융센터 중심), 경기도(IT단지 중심)의 경우도 거의 지정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러한 구상에 있어 정부는 동북아중심국가라는 비젼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내용에 있어서는 초민족기업들의 아태지사, 금융기관을 유치하거나, 보다 값싼 비용으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 배회하는 부실한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것과 같이 궁극적으로는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한마디로 말해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국경을 넘나들며 투자와 철수를 밥먹듯이 하는 금융자본의 투기성, 불안정성에 국가경제의 미래를 내맡기고, 이를 위해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기각시키고 의료, 교육, 환경 등 공공의 권리를 노골적으로 포기한다. 법안에 따르면 경제제유구역안에서의 파견은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며 월차휴가, 생리휴가는 무급화되며, 단체행동권은 제한된다. 외국인들이 이용할 교육, 의료 시설 등은 자국의 것을 그대로 들여오는 수준으로 허용되된다. 이는 조기유학을 마다하지 않고 민간의료보험 도입, 의료시장 개방을 기꺼워하는 한국의 부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사실상 공공서비스 개방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환경관련 규제도 외국자본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환경부담금도 면제된다. 이 밖에도 법인세, 종합토지세, 재산세 등의 조세나 임대료 등도 50%에서 100%수준으로 면제된다. 최근에는 외국자본의 유입에 있어 기본적인 법적 근거가 되는 '외국인 투자 촉진법'을 개정하여 외국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현금지원제)과 해당지자체에 대한 포상금지급까지 추진하겠다는 산업자원부의 입장발표가 있기까지 하였다.
경제자유구역 시행령이 공식 제정되는 이번 상반기 중, 법안과 이러한 구상자체를 완전 폐기시키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모든 운동진영이 투쟁에 나서야 할 시기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범대위 등의 투쟁 체제가 갖추어져 있는 상황이고, 인천지역의 경우 우선 지정대상 지역으로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얼마전 지역의 모든 운동단위들이 망라된 대책위 구성이 결의되었다. 그리고 22일 시청 앞에서의 대책위 결성식 및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31일의 지역집중집회가 준비중이다. 민주노총의 경우, 주5일제 쟁취, 경제자유구역 저지, 최저임금 및 비정규노동자 보호법안 쟁취 등을 목표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6월말 경 진행한다는 계획이며, 이중 경제자유구역 투쟁의 경우 해당지역에서의 지역총파업을 조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많은 연맹, 단위노조의 사정에 의해 애초 6월로 상정된 임단협 시기집중 투쟁이 7월로 연기되면서, 임단협과 경제자유구역 투쟁은 결합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경제자유구역 투쟁에 대한 지역으로부터의, 아래로부터의 결의와 계획은 제출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WTO개방과의 연관 하에 현재 주요 투쟁동력이 되고 있는 전교조, 보건의료노조, 공항관련 노조 등 몇몇 직종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경제자유구역 내의 여러 조건들은 일반화·전국화 될 것이며, 이는 노동권 전반의 후퇴로 결과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경제자유구역을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투쟁이 지역으로부터, 단위노조의 결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 지역동향
- 전국공무원노조, 노동3권 완전쟁취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진행 중
작년 3월 법외 노조로 출범한 전국공무원노조는 노조의 전신인 직장협의회 당시부터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방침에 맞서 단호히 투쟁해 왔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2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1) 노동법 개정을 통한 공무원 노동3권 보장 2)직접교섭을 통한 실질적 노동조건 개선 3)공직사회개혁 주체로서 동반자적 역할 정립이라는 대정부 중앙교섭 3대 원칙을 확정하였다. 이러한 원칙 하에 공무원노조는 공동교섭 방침을 정하고, 지난 3월부터 본조를 중심으로 한 대정부 중앙교섭과 해당 지자체를 상대로 한 지역본부, 지부 차원의 교섭을 진행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20일, '공무원 노동조합법안'을 올 하반기 중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는 노동부의 입장발표가 있었다.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의 일부(체결권)와 단체행동권이 빠진 1.5권만을 허용하겠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준비중이던 22일, 23일 이틀간의 노동3권 완전쟁취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압도적 가결을 통해 노정교섭을 이끌어 내고, 대정부 총력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인천지역본부의 경우 감사제도 개선, 변형적 주5일근무 폐지, 공무원 정년보장 등 공동교섭 5대 요구안이 포함된 인천시 특별 단체교섭 12대 요구안을 마련하여, 인천시를 상대로 교섭을 추진 중이었다. 노조는 지난 5월 15일 "교섭 가능 여부에 대한 통보를 19일 6시까지, 교섭날짜를 20일 10시로 요청한다"는 공문을 발송하였으나, 인천시는 이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보내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시 당국의 이러한 행위는 노조법에 위배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공식 단체협약을 체결한 부평지부나 남동지부의 경우에 비추어 보아도 최소한의 정당성이 없다. 22일, 23일 찬반투표의 성사, 가결을 위해 연구지부, 계양지부를 비롯한 인천본부 산하 여러 지부들이 동별 순회간담회 등을 개최하며 조합원 교육과 조직화에 만전을 기해왔다. 이러한 공무원노조의 투쟁에 대해 보수세력들은 '나라가 흔들린다', '공무원까지 밀어붙이기 파업인가' 등의 온갖 흑색선전을 일삼으며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공무원노조 노동3권 쟁취는 새삼 법적 근거나 국제적 기준을 재론하지 않더라고 지극히 정당하다. 정부의 반쪽짜리 노동조합 인정 방침에 맞서 공무원노조 노동3권 쟁취하자!
● 쟁점
- '국가위기대응특별법'제정 방침, 위기에 처한 노무현 정권의 자충수
지난 4월 초 발생한 한 초등학교 교장의 자살 사건 당시 보수세력들에 의해 주도되었던 '전교조 죽이기'가 화물연대 파업, 한총련의 5·18 광주투쟁에 대한 정부의 비상식적 강경대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일, 급기야는 '국가위기대응특별법'이라는 전근대적인 법을 제정하겠다는 정부의 입장발표가 있었다. 교육부의 NEIS강행 방침에 맞선 전교조의 연가투쟁, 22일, 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진행 될 공무원노조는 앞의 흐름을 잇는 위기세력으로 이미 지목 당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 내에서는 이 밖에도 주5일 근무제, 이주노동자 문제, 추곡수매가 결정과 FTA(자유무역협정), 새만금사업문제, 시내버스·택시·건설중장비·화물선 문제, 방사능 폐기장 건설문제,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문제 등 올 상반기에서 하반기까지 예정되어 있는 운동진영의 투쟁과제 중 20여개를 거론하며, "정부에 도전하는 이익단체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는 진단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정부가 제정하겠다는 '국가위기대응특별법'의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이 논의된 지난 20일 국무회의 당시 정부 국무조정실이 제출한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 시스템 구축’이라는 보고서에는 국가경제와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중대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가 차원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할 수 있는 특별법을 연내에 제정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가의 주요 기간산업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국가가 ‘업무복귀명령권'을 강제 발동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이 법은 1947년 제정된 미국의 전국노사관계법, 통칭 태프트-하틀리법(Taft-Hartley Act)을 원용으로 하고 있다. 태프트-하틀리법은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 때 국가가 안보를 빌미로 법원의 허가를 얻어 노동자들을 강제로 업무복귀 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데, 이 법은 와그너법과 함께 미국 노동운동이 반공· 체제적응형 운동이 되는 것의 기초가 되었다. '국가위기대응특별법' 제정방침의 직접적 계기가 화물연대 파업이었다는 점도 미국의 태프트-하틀리법과의 연관성을 깊이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이 법은 제정 이후 대규모 노조파업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번번이 사용되어 왔는데, 가장 가깝게 작년 9∼10월 미국에서 발생한 서부항만 파업 당시 부시정부는 이 법에 근거해 강제개입을 선언하고 직장복귀 조치를 취하였었다.
이러한 퇴행적이고 보수회귀적인 조치들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를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노무현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가 노동운동에 의해 친노동정책으로 오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운동이 도를 넘어 날뛰고 있는 꼴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각종의 이익집단들이 국가를 힘으로 굴복시키려고 하는 사회적 갈등이 위기수준에 이르러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교조 사태 당시 사태의 본질을 전교조 - 교장단 회의·교총간의 대립으로 몰아가려는 정부측의 대응을 통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의 본질은 이런 것이다. 발단은 이미 전교조 사태 당시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적 발전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선 이후, 더 이상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서의 비젼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는 냉전적 보수세력들의 처절한 몸무림,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이러한 흐름에서 일정하게 비껴 서있던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 노무현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이 당선되던 시점부터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것으로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고작 위기를 관리하고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노사모', '386'이라는 지극히 불안정한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노무현정부로서는 이조차도 쉬운 일일 수 없다. 한총련이 광주에서 시위를 벌이게 된 직접적 계기였던, 방미 당시 노무현이 취한 태도 역시, 노무현 정부가 처한 이러한 조건을 정확히 드러내주는 것이다. 다만, 북핵문제라는 변수와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사회적 갈등에 맞선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예상보다 빨리 노무현정부에게 위기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즉, 현재 위기는 노무현 정부 내부에 있다.
지금 노무현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위기대응특별법'과 같은 '사회국가적 갈등의 관리를 위한 국가적 매뉴얼'이 아니다. 정부 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 현안' 은 길게는 수십 년에 이르도록 노동자 민중들이 투쟁했던 사안들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당장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이러한 투쟁들에 국가적 위기, 이익단체들의 과격행동이라는 흑색선전을 덧씌워 강경대응에 나서는 것은 더욱 심각한 사회적 갈등만을 초래할 것이며, 노무현 정부에게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전교조, 화물연대, 한총련, 그리고 공무원노조, 농민 등 정당한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국가위기대응특별법' 제정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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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구역법 폐기를 위한 인천지역 결의대회"
- 일시 : 5월 31일(토) 2시
- 장소 : 부평역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