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fax - 소식지 7호 ( 2003년 8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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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국민들을 상대로 한 희대의 사기극, 국민연금 개편안

- 국민연금 개편안은 민중의 소득을 도둑질한다

국민연금 개편이 눈앞에 다가왔다. 정부는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것으로 개편안을 잠정 확정하고, 10월 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2004년 소득대체율을 55%로 인하, 2008년부터는 50%로 인하, 보험료율은 2010년 10.38%로 인상, 2030년 15.90%까지 인상). 그런데 이런 정부의 개편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 할만하다.

첫째, 무조건 2배의 기금을 적립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논리에 따르면 현재의 국민연금은 2047년이면 기금이 소진될 수 있는 불안정한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2070년까지 연금 수급자들에게 지급할 금액의 두 배를 적립해두어야 한다. 그 액수를 보면 두 배 적립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70년에 지급해야하는 돈은 대략 1,20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돈의 두 배를 쌓아두겠다는 것은 2,400조원의 돈을 만들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역사가 2070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국민연금 측은 2071년, 2072년에도 계속해서 두 배의 적립기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2070년에 우리나라 노인들이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는 이상 해마다 1,200조에 가까운 돈이 지출된다는 말이고, 이것의 두 배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이 돈은 또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올해는 2070년을 목표로 계산을 했으니, 5년 후에는 2075년을 목표로 계산해서 보험료 또 올리고, 받는 돈 더 깎으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계속해서 보험료율은 올리고 받는 돈은 줄인다는 말이다.

둘째는, 그래서 제대로 노후소득이 보장되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그 출발부터 국민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라는 것이었고, 그 기본취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정부는 말하고 있다. 이 취지가 제대로 실현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개편안은 분명 스스로 이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지급하는 액수가 퇴직 직전 소득의 60%인데, 이것이 너무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60%라는 숫자가 은폐하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코 이 60%라는 액수를 받아본 적도, 받을 수도 없다는 점이다. 40년 동안 쉬지 않고 연금보험료를 납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이 퇴직 직전 소득의 60%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실직, 휴직 등으로 40년을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는 평균적으로 퇴직 직전 소득의 30%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2070년이 되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재의 지급액이 충분하니 받는 돈을 깎을 수 있고, 모자라는 부분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적인 연금에 가입해서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하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연금 개편안이 국민을 상대로 한 희대의 사기극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그렇게 모인 돈이 어디에 쓰일 것인지는 뻔하다. 현재 국민연금에 모여있는 돈만 해도 100조, 앞으로 70년 동안 쌓일 돈이 2,400조.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체도, 어떤 기금도 이 정도의 규모를 가질 수는 없다. 이 거대한 돈이 갈 곳이라곤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국민연금 기금을 주식시장에 투입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에도 국민연금의 기금을 끌어다 쓴다는 발표가 나기도 했다. 이런 식이라면 자본시장에는 거대한 원천이 될 수 있겠지만, 가입자들에게는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조금 받아가야 한다는 강요만이 남는다. 이쯤에서 우리는 살기 어려운 민중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어마어마한 적립금을 만들겠다는 시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국민연금 재정의 '위기'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렇다면 정부가 이런 사기극을 성사시키기 위해 근거로 들고 있는 것들을 살펴보자. 가장 강력한 근거는 아무래도 국민연금 재정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관념이다. 2047년이면 국민연금의 기금이 고갈된다는 연구 결과는 이런 관념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연금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 민중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결국은 국민연금의 위기도 해결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진단만을 고려사항으로 삼아 재정을 늘리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고민했고, 그 결과가 현재의 개편안이다. 결국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발생하는데, 국민연금이 민중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사라지고, 어떻게든 제도 자체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재정을 모아야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제도 자체를 유지시키기 위해 돈을 더 내고, 덜 받아가라는 개편안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재정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에 대한 방안이 제출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신자유주의의 공세 하에서 민중의 노후소득까지도 금융의 팽창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융 기법과 방식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현재의 자
본의 전략은 민중의 임금과 소득을 예외로 하지 않는다. 민중의 소득을 겨냥한 자본의 공세가 점차 자본에게 필수적인 전략이 되면서 보험, 증권, 은행 등의 금융 영역에서 개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금융상품을 다양화하는 방식이 일반적이 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카드빚 대란이나 어린이 교육보험, 종신보험 등 점차 다양해지는 보험상품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자본의 공세가 거대한 자금이 집중되어있는 가능성을 가진 국민연금의 영역을 그대로 둘 리가 없다. 아니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더욱 거대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현재 국민연금의 개편안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재정고갈을 막기 위해서 두 배의 적립기금을 형성해야한다고 말한다. 애초에 민중들의 노후소득 보장은 고려대상이 아닌 것이다.


- 노령화 사회가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현재 국민연금의 재정 위기를 말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노령화 사회의 급속한 진전이다. 출산율이 계속해서 낮아지면서 인구구성비 중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층 비율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몇몇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되면 2040년 경에는 인구의 1/3정도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받게되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어나서 재정이 더욱 악화된다고 말한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연금 수급자들에게 지급하는 돈이 당시에 노동하는 경제인구의 보험료에 일부 의존함으로써 세대간 재분배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령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 그만큼 젊은 세대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노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많은 기금을 적립해두고 앞으로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지금의 노동인구가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착된다. 그리고 당연히 받아 가는 돈도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한 사회에서 노령인구가 인구의 1/3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 상황은 단순히 연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노령인구를 부양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가 다시 만들어져야 하고, 여러 제도들이 그에 맞춰 정비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은퇴한 노인들에게 연금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문제를 노령인구가 국민연금의 재정을 위협하니 지금부터 더 많은 돈을 내고, 그 때가 되어서는 받는 돈은 줄이고, 부족한 부분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적연금으로 채우라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다. 즉, 노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모색과 고민은 필요하되, 노인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축소하거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소리다.


- 중요한 것은 민중의 노후소득 보장이다!

만약 우리가 자본이 아닌 민중의 입장에서 국민연금의 문제를 말한다면, 중요한 것은 은퇴한 후 민중들의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제가 달라야한다. 결국 현재 국민연금 개편안을 둘러싼 싸움은 그 원칙을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첫째, 국민연금의 과도한 적립을 반대해야 한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거대한 적립기금을 형성하려는 것은 민중의 이해가 아니라 자본의 이해에 따른 것이다. 이것은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을 금융 시장에서 활용하는 것과 더불어 사적연금의 팽창과도 연관이 되는 것이다. 결국 민중의 임금과 소득을 금융의 팽창을 위한 원천으로 삼으려는 시도에 대한 반대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적립률을 2배로 고수하려는 것은 국민연금의 재정을 안정화시키지도 못할뿐더러 민중의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따라서 둘째, 현재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의는 민중의 안정적이고 완전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방향에서 우선적인 것은 돌아오지도 않을 돈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서 배제되고 있는 비정규직·임시직·일용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농민과 빈민과 같은 지역가입자들의 과중한 부담을 해결하는 것이다. 셋째,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재원조달 경로를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 만약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을 명확히 한다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재정위기를 빌미로 민중의 주머니를 터는 것은 명확히 거부되어야 한다. 오히려 직접세를 통해 국고지원을 확대하는 것, 현재 국민연금 제도 하에서 360만원으로 규정되어 있는 최상위 소득기준을 없애는 것과 같은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국민연금 개편안에 맞선 투쟁은 신자유주의적 금융화 공세에 맞서는 투쟁이다.


<지역동향>
인천지하철 노조, 계속되는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 중

8월 20일 인천지하철 공사 본사 앞에서는 '합의 사항 이행 부당징계 철회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인천지하철 조합원 1차 결의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투쟁은 지난 6월 말 궤도연대 차원에서 진행되었던 연대파업 이후 공사 측에 의해 지속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노조탄압에 맞선 것이었다. 연대파업 당시 인천지하철 노조는 신생노조라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5일간의 투쟁을 모범적으로 수행해냈으며, 지하철 안전운행과 관련한 많은 합의들을 이끌어 내었다. 그러나 그야말로 합의안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공사 측은 특별팀까지 꾸려가면서 파업참가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를 시작하였고, 심지어 미참가 조합원들에게는 특별 수당까지 지급하는 등 전근대적인 노무관리의 전형을 보여주어 왔다.

그 결과 파업 이후 위원장, 사무국장, 조직부장의 조합 지도부 3인이 곧바로 구속되어 현재 재판을 진행 중에 있으며, 다른 조합 간부 4인도 고소 고발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 밖에도 지난 7월 초 9명의 조합원이 이미 징계된 가운데, 19일의 인사위원회를 거치며 32명의 조합원에 대한 징계가 단행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노동조합에 대한 징계와 고소고발로 일관하고 있는 공사 측은 그 뒤에서는 파업당시부터 계속되어 온 인사비리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폭로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비리 연루자들을 승진시키는 등의 파렴치한 행위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공사 측의 작태는 파업 당시의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전면 파기하는 것일 뿐 만 아니라, 올 초 대구참사 이후 터져 나온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현재의 지하철 경영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공사 측은 인천지하철 노동자들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지금껏 자행된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와 고소고발을 전면 백지화해야 할 것이다. 지하철 안전운행의 일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 팔짱기고 앉아서 공사 측의 노조탄압을 묵인하는 인천시 역시 합의사항 이행 등에 있어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난 6월의 인천지하철 파업투쟁이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하는 상징적인 과정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으로 거듭나려는 인천지하철 노조의 노력과 결단의 결실임을 지역 운동사회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에 계속되는 노조탄압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인천지하철 노조의 투쟁에 지역 운동사회가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연대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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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몬학습지 이은옥교사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집회
- 매주 월요일 11시 / 구몬 부개지국 사업국 앞
- 매주 월∼금, 12∼7시 / 종로 본사 앞 거리농성

◆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 희생없는 주5일제 도입촉구!
근로기준법 개악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
- 8월 23일(토), 2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