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도 위험하다
탈레반 공격 본격화ㆍ빈 라덴 건재
이라크에서 치안부재ㆍ통제불능의 늪에 빠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수렁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탈레반 세력이 활동을 강화함에 따라 아프간
곳곳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오사마 빈 라덴도 건재하다는 소
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점점 미국이 1980년대 소련처럼 ‘제2의 아프
간’에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아프가니스탄 치열한 교전 지속. 지난 주에만 양측 합쳐 90여명 사망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등지에서 새로운 자원자들의 합
류로 탈레반 세력이 자신들의 이전 활동무대인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동부
에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며 아프간 관료와 서구 외교관 및 포로들 말
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중순 이래로 자불주(州)를 비롯한 아프간 남동부지역에
서 치열한 교전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교전으로 지난 달 31일
미군 2명이 동부 파크티카주에서 사망한 것을 비롯, 지금까지 미군 35명
이 사망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또한 아프간 관료에 따르면 지난 8월에도 카불 남부의 와닥주와 로가르주
에서 교전이 벌어져 9명의 경찰관이 사망했다. 이처럼 아프간 정부와 미군
에 협조하고 있는 아프간인들에 대한 공격이 계속돼 지금까지 2명의 경찰
간부와 2명의 친정부 학자 및 30명 이상의 경찰관들이 사망했다.
한편 지난주에도 탈레반 세력 및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 사이에 치열한 전
투가 벌어져 양측 희생자가 90명에 이르렀다고 AP 통신 등이 30일(현지시
간) 전했다.
유엔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남동부지역은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지역
으로 변했으며 재건움직임과 투자활동이 둔화돼 카불 정부 및 미군지지자
들과 이 지역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파슈툰족은 점차 소원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탈레반 전술 변화 “미군뿐만 아니라 아프간 관료 등에도 공격, 심리전
사용하기도”
탈레반들이 이렇게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탈레반 세력의 전술에도 변화
가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서구 외교관들의 말에 따르면 탈레반
의 공격대상은 이제 미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프간 정치인과 관
료 및 구호활동단체직원들도 포함되고 있는데 유엔은 보고서를 통해 “구
호활동단체직원들에 대한 공격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
한 것이다.
또 팻 도노후 연합군 사령관에 따르면 탈레반 세력은 지역에 따라 다른
전술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크티카주 및 파크티아주 지
역에서는 탈레반은 과감하게 미군세력과 직접 교전을 벌이지만 다른 지역
에서는 미군차량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나 폭탄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탈레반들은 이렇게 공세적인 전술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
리전도 사용하고 있다”고 서구 외교관들은 밝혔다. 탈레반세력 지도자인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명의의 오디오테잎이 지난 6월 이래 계속 뿌려지고
있는데 이 테잎은 “점령군과의 성전을 강화하기 위해서 10명의 지도위원
회가 꾸려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탈레반 세력은 “미군과 국
제사회는 언젠가는 떠나갈 것이고 자신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탈레반 세력은 과거와는 달리 유화전술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과는 달리 면도를 했거나 노래를 들으며 다니는 사람들에
게 간단한 설교만 하고는 그냥 보냄으로써 “웃음과 친근함”으로 다가서
고 있다고 비영리 단체인 아프가니스탄 NGO 단체의 닉 다우니 안보담당관
이 밝혔다.
이렇게 점차 탈레반의 전술이 다양해지면서 아프간에서 위험지역이 늘어
남에 따라 남부 최대 도시인 칸다하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호단체들의 수
가 50%까지 줄어들었으며 유엔의 활동지역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12월에나 되어서야 1백20명 정도의 미군을 칸다하르에
새로 파견할 계획으로 있어 유엔 및 서구 외교관들은 앞으로 아프간에서
의 치안에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사마 빈 라덴 건재, 제 2의 9.11 테러 위한 회의 개최”
한편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대규모 테러 회의를 개최하는 등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
호(9월 8일호)가 보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미군의 집중적인 추적에도 불구하고 행적이 묘연했던 “빈 라덴
은 아프간 쿠르나주 산악지대에서 세 아들과 함께 자유롭고 안전하게 머물
러 있다”고 뉴스위크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빈 라덴이 주최한 테러 회의에는 알-카에단 행동조직 지도자들과 체
첸, 우즈베키스탄 등지의 급진 이슬람 단체 지도자들이 모두 참석했는데
회의에서 빈 라덴은 “중대한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
해졌다.
이와 관련 탈레반 고위 소식통은 “빈라덴은 생물 무기 사용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그의 계획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또 이 소식통에 따르면 “생물무기를 이용한 빈 라덴의 다른 공격계획은
9.11 테러를 기획했던 알-카에다의 핵심지도자인 할리드 샤이크 모하메드
가 지난 3월 체포되는 바람에 연기된 것 뿐”이라고 전했다.
빈 라덴은 또 이 회의에서 심복인 사이프 알-아딜을 알-카에다의 이라크
조직책으로 임명했으며 종교지도자 및 기업인 등에게 가능한 한 알-아딜
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도 작성해 줬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이라크만으로도 힘겨워하는 부시 정부에 아프간은 또 다른 시련으로 다가
오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김한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