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3.08.29

민주노총 집행부는 패권주의 망령을 부르는가

정치방침·총선방침 일방 강행 반대한다

사회진보연대
 
1. 대대 소집 일방 강행, 패권주의 망령을 소환하다
 
8월 28일(월) 양경수 집행부가 임대 소집을 강행했다. 지난 8월 17일(목) 민주노총 중집은 밤샘 토론을 하고도 민주노총 정치방침·총선방침에 대한 가맹·산하 조직 대표자들의 총의를 모으지 못했는데, 그런데도 임시대대 일방 강행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는 집행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안을 대의원 대회에서 표결해 관철하겠다는 것으로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에서의 합의정신을 부정하는 것일뿐더러, 대의원 표결로 반대파를 굴복시키겠다는 패권적 행태일 뿐이다. 지금 양경수 집행부는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분열을 초래한 패권주의 망령을, 민주노총 무대로 소환하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진보대연합정당’이 합의제로 운영될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정치방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진보정당 건설은 진보정치세력 간 단결을 높여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런데 막상 자신들이 주장한 정치·총선방침이 반대에 부딪히자, 중집 논의를 무시하고, 대의원대회에서 표결해 결정하자고 한다. 집행부가 공언한 합의제 운영이란 이런 것인가? 그렇게 탄생한 ‘진보대연합정당’을 어느 누가 민주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민주노총 집행부는 ‘진보대연합정당’ 운영이 소수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는 다수결주의, 특정 정파의 이해에 따라 패권적으로 운영될 것임을, 당 건설 전부터 예고하고 있을 뿐이다.
 
더 가관인 것은 어떤 안이 어떻게 상정될지조차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4·24 임대에서 집행부는 토론 부족을 인정하고 지역과 현장에서 충분한 토론이 전제되어야 함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임대를 보름 남짓 남긴 이 순간에도, 대의원은 물론 가맹산하조직 대표자조차 어떤 안이, 어떻게 상정될지 세부 내용을 모르고 있다. 심지어는 위원장 직권 상정, 독단 상정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도대체 어느 노동조합이 자신의 정치·총선방침을 논의하는데, 상정될 안을 짐작해서 토론한단 말인가? 그것도 보름 남짓 만에 말이다. 양경수 집행부는 민주노총 정치방침·총선방침 논의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전인미답의 방식을 선택했다. 바로 정치·총선방침 대대 일방 강행, 위원장 직권 상정 말이다.
 
 
2. 결국은 분열을 초래할 ‘진보대연합정당’ 방안
 
이 수많은 의문과 비판에도 집행부가 선거연합정당 방안을 밀어붙인다면, 파국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진보대연합정당’안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가맹산하조직 대표자 다수가 반대의견을 밝혔고, 지난 4·24 임대에서는 수백 명의 대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것이다.
 
진보정당도 대부분 선거연합정당 방안에 대해 반대하거나 소극적이다. 정의당은 혁신재창당을 공언하면서도 “인위적 통합보다는 내년 총선 과정에서 공동의 공천 전략 등을 추진하면서 신뢰의 토대를 하나씩 쌓아나가는 게 필요한 시점”(2023.6.25)이라며 민주노총의 선거연합정당 논의에는 부정적임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노동당 역시 “진보정치는 ‘재통합과 회귀’가 아니라 ‘재정립과 교체’가 필요”(2023.6.19)하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녹색당도 선거연합정당 방안에는 소극적이다. 오로지 진보당만이 민주노총의 논의를 존중해 당내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만일 민주노총 정치방침·총선방침이 집행부의 일방강행, 직권상정을 통해 선거연합정당 방안이 표결로 결론 나고, ‘진보대연합정당’ 창당까지 본격화되면, 여기에는 양경수 집행부를 지지하는 진보당만 참여할 공산이 크다. 민주노총의 정치·총선방침 논의가 진보당의 간판만 바꿔주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진보대연합정당’이 진보당의 득표력 이상을 얻기란 결코 쉽지않다. 패권적으로 추진된 정당, 진보당에서 이름만 바뀐 정당이라는 평가를, 시민들은 물론 조합원으로부터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대연합정당’ 방안은 민주노총 내부의 갈등과 분열로 이어질 것이다. 패권적으로 추진된 만큼 정치방침·총선방침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권위가 약해질 것인 데다, ‘진보대연합정당’이 가게 될 정치적 행보와 예상되는 총선 결과를 대의원·현장간부·조합원들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노총 집행부는 진보정당 분화의 역사에서 확인된 정파 갈등을 민주노총 내로 전이시키려 하고 있다.
 
 
3. 대대 일방 강행은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것
 
양경수 집행부의 대대 일방 강행은 민주노총 혁신, 진보정치의 혁신을 거부하는 것이기도 하다. 4·24 임대 이후 정치방침·총선방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당건설 방안만 토론된 것이 아니다. 정치 사회운동 주체로서 민주노총의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제고해야 하고, 이를 위한 변화와 혁신 방안들이 민주노총 논의기구에서 토론되기도 했다. 야권연대에 무비판적이었던 진보정치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고, 민주노총도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의 등장에 따른 국제정세 변화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런데 집행부는 이 모든 논의는 뒤로 한 채, 선거연합정당 건설을 위해 일방적으로 대대 소집을 공고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연합정당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 수 확보’를 목적으로 ‘묻지마 통합’을 앞세워 졸속으로 창당한 통합진보당의 오류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대대 일방 강행은 민주노총을 갈등과 분열로 내몰 뿐이다.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민주노총 위기를 가속할 뿐인 대대 일방 강행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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