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4.03.28

민주노총 지지정당에서 진보당은 삭제되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
점입가경, 진보당의 야권연대 행태
 
진보당의 야권연대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니라 연합정당’이라고 강변하더니, 민주당의 후보 교체 요구를 수용해 자신의 대표단(장진숙 공동대표)을 사퇴시키고 정혜경 전 진보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을 총선예비후보로 교체했다.
 
그뿐만 아니다. 민주노총,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과 함께 진보정치를 일구겠다는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렸다. 3월 2일 민주노총과 진보4당은 진보단일후보로 노동당 이장우를 확정하고 3월 4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이 후보를 민주노총 후보로도 결정한 바 있는데, 3월 12일 진보당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울산 지역구 선거연합을 위해 이장우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김태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보름도 안 되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제주시을 지역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녹색정의당에서 강순아 후보가 출마했지만, 진보당 송경남 예비후보는 김한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며 후보 출마를 포기했다. 이제 진보당 제주도당 당원들은 민주노총 조합원과 지역주민에게 녹색정의당이 아니라 민주당에 투표하라 호소할 것이다.
 
 
정치양극화를 부추긴 진보당
 
진보당의 이런 행태는 예견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진보당 윤희숙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통합비례정당에 참여를 선언하면서,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에서도 전국적 연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양보가 없는 한 지역구에서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진보당으로서는 지역구에서의 전국적 선거연합 또한 당의 사활이 걸린 방침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진보당은 86곳의 지역구 중 울산 북구 윤종오 후보만 제외하고, 85명이 단일 후보로 나섰다가 79.1%(68명)가 경선도 하지 않고 용퇴했다(3월 11일 기준). 그나마 경선을 한 곳은 17곳에 불과했고, 부산 연제에서 1명만이 승리하고 나머지는 모두 민주당 후보에 패배했다. 말이 좋아 용단이지 실상은 비례연합 3자리와 지역구 2곳을 양보받고 진보당이 민주당에 지역구 몰아주기를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1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국민의힘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지원군을 얻었다. 70여 곳이 넘는 지역구에서 진보당은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진행되는 부천시의원 보궐선거에 민주당-진보당 단일후보인 진보당 이종문 후보의 모습이다. '진보당'보다 '민주당'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출처: 이종문 후보 페이스북]
 
민주당은 자신의 통합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완전한 주도권을 행사했다. 진보당 몫의 후보는 물론 시민사회 몫의 후보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공천을 주도했다. 통합비례정당에 참여한 정당에 지역구까지 포함한 전체 의석수를 지정해주고,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약속받았다. 한 정치학자의 지적대로 더불어민주연합은 준(準)위성정당이 아니라 하이퍼(hyper), 즉 최고수준의 위성정당으로서 기능을 한 것이다. 중소정당들을 줄 세워 정치양극화를 부추긴 매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야권연대를 위해 녹색정의당은 물론 민주노총 후보와의 약속도 저버리고, 이재명 민주당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진보당의 행태는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한 결과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을 분열로 내몬 진보당과 양경수 집행부
 
3월 21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에서도 진보당에 대한 지지철회는 집행되지 않았다. 도리어 일부 중집 성원들은 ‘진보당이 문제면 녹색정의당도 문제’라는 억지를 펴며 진보당 지지 철회를 막았다. 위성정당을 비롯해 보수양당 지지를 금지한 77차 대의원대회 결정을 양경수 집행부가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면서 무화된 것이다. 이는 진보당의 복권을 위해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희생한 것이다.
 
이제 가맹산하조직은 각자의 판단대로 총선에 임하게 될 것이다. 진보당의 총선대응을 지지하는 간부들은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울산 북구와 부산 연제 등 몇몇 지역구를 제외하고는, 70여 곳이 넘는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어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진보정당이 출마한 지역이 있는데도 말이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에 반대한 간부들은 민주당이 아닌 진보정당을 찍어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민주노총 대대에서 결정한 총선방침이 형해화되면서 민주노총이 정치적 분열 상태로 내몰린 것이다.
 
 
정치양극화시대, 야권연대라는 미망

오늘날 이재명 민주당이 극단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정당정치의 기본 룰마저 파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연대를 통한 성장전략이 진보정당운동의 새 길을 열 수 있을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제3지대의 존재감이 크게 줄어든 2024년 총선은 그 어느 해보다 양당 체제 하에 치러진 선거로 기록될 것이고,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은 양당정치 체제의 파열구를 내기는커녕 정치양극화를 오히려 더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국혁신당의 등장은 정치양극화 상황에서 비례연합을 통한 소수정당의 생존가능성조차 의문을 던진다.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연합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 방증하듯, 더 확실한 친민주당 세력이 존재할 때, 비례연합을 통한 소수정당의 존립 근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 당시 노동당에서 분열한 기본소득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합류했다. 2024년 총선에서 기본소득당은 자력으로 당선이 어려워지자 ‘비례로 당선된 의원이 또 비례로 출마하는가’라는 비아냥을 무릅쓰고 한 번 더 민주당 위성정당에 합류했다. 대안세력으로 성장하는 것보다 자당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한, 진보당 역시 기본소득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 지지정당에서 진보당은 삭제되어야 한다
 
진보당은 자당의 생존을 위해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들과 단호히 단절해야 한다. 진보대단결을 주장하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으로 입장을 바꾼 진보당의 표리부동한 태도에 대해서는 엄중히 평가해야 한다. 급기야 민주노총을 분열로 내몬 것에 대해, 이번만큼은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 스스로 민주당과의 공조를 구실로 노동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킨 건 없는지, 인민주의가 횡횡하고 정치양극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대안세력으로 성장하려면 노동운동 스스로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대답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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