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4.04.09

러시아의 UN 대북제재위원회 해체,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선물인가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러협력을 규탄한다

사회진보연대
3월 28일 UN(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UN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구성이 무산됐다. (중국 또한 기권을 선언했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나머지 13개국은 찬성했다.) 이로써 2009년부터 UN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해온 대북제재위는 현 패널의 임기인 4월 30일을 마지막으로 활동이 종료되어, 사실상 해산 수순을 밟게 되었다. 황준국 주UN 한국대사는 이를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에 비유하며, “러시아가 국제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한 공동의 책임을 지닌 안보리를 무시하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규탄했다.
 
 
UN 대북제재위 해체의 의미
 
대북제재위가 사라진다고 해서 안보리 대북제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대북제재 준수를 감시하는 국제기구는 사라지게 되었다. 안보리 회의 직전인 3월 20일에 발간된 마지막 대북제재위 보고서는 각종 밀수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정제유 수입량이 제재 이전의 1/3 미만, 석탄 수출이 1/5 미만으로 줄어들었다고 추정했으며, 자본재 수입 금지도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재 해킹, 사이버 공격 등 사이버 금융범죄가 북한의 가장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전체 외화 수입의 50% 차지)으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자금원(개발비용의 약 40% 차지)이라고 소개하며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많은 사이버 도둑”이라는 표현을 인용했다. 전문가 패널은 2017~2023년 북한이 가한 것으로 의심되는 50여 건의 사이버 공격 사례, 피해액 약 30억 달러(2022년 10억 달러, 2023년 7.5억 달러)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제 이러한 사항들을 조사하는 역할이 한국 등 관련국의 몫이 된 것이다.
 
 
러시아는 왜 자국이 찬성했던 UN 대북제재를 해체하는가
 
모든 UN 대북제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동의하에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로 북한의 전폭적인 침공 지지에 화답하여, 안보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응하는 규탄안과 새로운 제재에 거듭 반대를 던지고 북한의 “안보 우려”를 옹호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북한의 무기 지원이 필요해지자, 러시아는 불과 몇 년 전 스스로 합의했던 UN 대북제재를 대놓고 무력화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2023년 9월 북러정상회담 당시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안보리에서의 사안(대북제재)도 논의 주제가 되고 있다. 북한 동무들과 UN 대북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UN 대북제재가 북한과의 협의 대상임을 명확히 했다.
 
북한과의 모든 무기 거래, 군사기술 교환은 UN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나, 북러정상회담은 북한의 무기 지원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의 인공위성 기술 이전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 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에 성공했다. 2월 1일, 러시아 외무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편향되었다”며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두둔하기도 했다.
 
이러한 북러협력의 결과인 대북제재위 해체는 곧 대북제재 체제를 해체하려는 시도다. 러시아는 안보리 회의에서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과 연계하여 전체 대북제재에 1년 기한의 일몰 조항, 즉 1년 뒤 제재가 자동으로 사라지게 하는 조항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도 연 2회에서 1회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애초에 다른 국가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상의 대북제재 해체안을 들고 온 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구성을 무산시킨 것이다. 러시아 언론은 김성 주UN 북한 대사가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대북제재위 해체는 자국의 전쟁범죄와 대북제재 위반을 감추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3월 대북제재위 보고서는 러시아의 북한 무기 불법 수입으로 추정되는 여러 사례를 담고 있다. 2월 28일 국방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실어 보낸 컨테이너가 지난 반 년 간 6700여 개에 달하며, 이를 통해 포탄 수백만 발이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북한으로 보내는 컨테이너에도 무기 부품이 포함돼 있어, 북한이 이를 활용해 무기를 완성한 뒤 완성품을 다시 러시아로 보냈거나 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제재위 보고서는 북한이 보낸 포탄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290km 떨어진 탄약고로 운반되는 등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직행하는 정황을 밝혀냈다. 또한 UN 안보리 대북제재가 북한과의 합작사업, 협력체 운영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북한-러시아 합작회사가 81개나 된다고 보고했다. 마찬가지로, 제재를 위반하고 러시아 고용주가 북한 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한 250건을 확인했다.
 
 
북러협력 가속화,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것
 
이와 같이 북러 간 협력은 한편으로는 북한의 무기 지원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지속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과 대북제재 무력화로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지속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위험천만한 북러협력의 실태에는 침묵한 채,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사는 것만을 우려하며 “실리 외교, 균형 외교”를 주장한다. “전쟁도, 지금의 국제질서도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2월 19일 정강정책연설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법을 위반하여 이웃 나라를 침공하고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러시아의 침략전쟁에 눈감는 것은 무력을 동원한 팽창주의에 굴종하는 것이다. 심지어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북한과 군사협력을 벌이고 대북제재 해체에 앞장서는 와중에 이를 비판하지 않으며 “실리 외교, 균형 외교”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민주당은 “한러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한러관계 관리”는 러시아가 이러한 행태를 중단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일 수 없다.
 
사회운동은 러시아의 대북제재위 구성 거부권 행사가 상징하는 북러협력이 의미하는 바를 직시하고,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며 UN과 NPT(핵무기비확산조약)로 대표되는 전후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이들의 행태를 규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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