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4.10.15

금투세, 결국 폐지 수순으로 가는가

‘금융 포퓰리즘’을 완성하는 민주당의 부화뇌동

사회진보연대
2025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선 연일 공방이 오간다.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금투세는 이자, 배당, 양도차익으로 구성된 금융소득 중 지금껏 국내주식 소액주주만 과세하지 않던 양도소득에 과세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금도 해외주식은 양도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국내주식이라 하더라도 대주주에 해당하면 양도소득세를 낸다.) 1978년 과세 편의성 때문에 도입한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번 만큼 내는’ 양도소득세를 도입하자는 대의 아래, 지난 10년간 과세 대상 범위를 확대해 온 끝에 2023년 1월 금투세 시행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흐름이 역전되었다. 그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내걸었던 “양도소득세 폐지” 7글자 공약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금투세 유예 법안을 제출해 시행을 한 차례 연기했고,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대폭 높여 그간의 정책 방향에 역행했으며, 급기야 2024년 새해 벽두에 대통령이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금투세 폐지를 공언한다. 우리는 이에 대해 1400만 개미(개인투자자)의 표심을 노린 ‘금융 포퓰리즘’이라며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사회운동포커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총선을 앞두고 ‘금융 포퓰리즘’으로 퇴행하는 윤석열 정부(2024.1.19.)> 참고.)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민주당은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혼란을 증폭시켰다. 금투세를 폐지하기 위해선 소득세법 개정이 필수기에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원칙을 견지했다면 금투세법은 예정대로 시행할 수 있었다. 민주당은 2022년 정부의 유예안을 합의해 준 이후 지난 2년간 허송세월하다 최근에는 당 대표를 필두로 시간을 끌며 여론을 살피고 있다.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는 정부의 금융 포퓰리즘을 완성하는 꼴이다.
 
 
민주당의 부화뇌동으로 폐지 수순으로 가는 금투세
 
10월 4일 의원총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아 결국 당 지도부에 금투세에 관한 입장 정리를 일임한 상황에서 2주가 지났다. 이재명 당 대표는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는 ‘이재명의 민주당’의 약한 고리가 되었다.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를 ‘재명세’라고 불리며 압박하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도 연일 이재명 대표의 입장을 물으며 집중포화를 쏟아낸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 대표의 입장 변화가 민주당의 입장 변화을 야기한 그간의 사정과 관련이 깊다. 이제 금투세 시행 여부는 이 대표의 결정에 달렸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0일 이재명 대표는 당 대표 재선에 출마하며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금투세가) 근본적으로는 거래세와 연동돼 있어서 함부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기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당론과 달리, 사실상 유예를 시사한 것이다. 이에 30여 명의 원내 인사로 구성된 ‘더좋은미래’에서는 “과세 대상이 극소수에 불과한 금투세의 시행 유예는 곧 자본시장 초고소득자에 대한 사실상의 부자 감세를 의미한다”며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당대표 선거 후보자 토론에서 김두관 후보가 금투세 유예는 부자감세라며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자, “연간 1억 원 정도로 올려 5년간 5억 원을 버는 데 대해선 세금을 면제하자”며 완화 방안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즉, 금투세 유예 언급이 당내에서 비판받자, 면세점을 인상해 시행하자는 취지로 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또다시 유예 쪽으로 입장이 바뀐 듯하다. 9월 29일 진행한 MBN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는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이 화가 날 만한 게 맨날 뺏기고 부당 경쟁으로 손해 보다가 가끔 한 번씩 돈 버는데, 거기에 다 세금을 내야 해 억울하다” “우리나라는 ‘지금은 하면 안 돼’라는 정서가 있어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이재명 대표의 입장 변화는 민주당에 자중지란이 일어난 주요 원인이 되었다. 당 대표를 위시해 김민석, 이언주 최고위원도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데 반대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당내 의견 지형이 급격히 바뀌었다. 지난 9월 24일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는 그동안 ‘금투세 시행’ 입장이던 민주당의 당론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시행과 유예로 팀을 나눠 토론을 진행했지만, 최근 방송에서 유예 입장으로 참여한 김현정 의원이 “사실 유예론에는 폐지까지 포함된 내용이다”라고 밝힌 것처럼 유예 입장은 폐지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시행 입장으로 토론에 참석한 이강일 민주당 의원이 항의 문자를 보낸 당원에게 “이번 토론은 역할극에 일부”라는 답장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출처: 경향신문]
 
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시행에 한 목소리를 냈던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6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입장을 선회했다. 그중 한 명인 정성호 의원은 “2년 유예는 대선, 3년 유예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문제가 되고, 4년 유예할 바에는 폐지가 맞다”며 처음으로 폐지를 주장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도 “폐지하고 나중에 다시 정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0월 4일 있었던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전반적으로 유예 내지 폐지 의견을 밝힌 의원이 더 많았다고 한다. 즉 7~9월을 거치며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 발맞춰 민주당의 당론이 변경되는 수순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예전부터 개인투자자의 표심에 민감했다. 투자자 집단의 압력에 굴복해 입장을 번복한 사례는 사실 전 정부 시기 금투세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금투세법을 도입하기 직전에 한 차례 더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고자 했다. 2021년부터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내린 뒤 2023년부터 금투세를 전면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증가한 개미들이 강력히 저항하자 민주당은 당론을 뒤집어 대주주 기준 완화를 없던 일로 했다. 어떻게 보면 금투세를 둘러싼 개미들의 저항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당시에도 그렇고, 2023년 말 정부의 금투세 유예안에 찬성했을 때도 그렇고, 현재 ‘시행, 유예, 폐지’를 두고 고심하는 상황을 봤을 때 민주당은 개인투자자와 금투세의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집단의 표심에 무척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개인투자자의 인적 구성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주식시장을 좌우하는 개인투자자의 비합리적 행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주식 개인소유자 수는 1,416만 명이며, 삼성전자의 소유주는 약 522만 명이다. 가히 주식 공화국이라 불릴 만하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총 거래대금 기준으로 6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해 여타 주식시장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한다. 미국, 일본 등 기관투자자가 주도하는 대다수 선진국에선 평균 30% 선이다.
 
[출처: 브릿지경제]
 
 
주식소유자는 코로나19 시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소유자의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경기도가 372만 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은 346만 명이다. 인구 대비 소유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단연 서울이다(38.9%).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가 315만 명으로 가장 많으며, 소유 주식수로는 50대가 가장 많다. 인구수 대비로 살펴보면 20대의 24.9%, 30대의 41.3%, 40대의 39.8%, 50대의 35.4%, 60대의 24.8%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코로나19 시기 주식시장 참여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상은 비단 2030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2019년 말과 비교했을 때, 2030의 신규유입비율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4050 역시 코로나19를 거치며 주식시장에 대거 합류했다. (2019년에는 20대의 5.6%, 30대의 15.2%, 40대의 18.8%, 50대의 17.4%, 60대의 15.0%가 주식을 보유했다.) 개인투자자의 인적 구성을 봤을 때, 정치권에서, 특히 민주당에서 왜 그렇게 개인투자자의 여론에 극도로 민감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런데 코스피 4000이라는 장밋빛 기대로 주식시장에 참가해 ‘돈이 물린’ 개인투자자의 여론이 자본시장을 좌우하는 게 정상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인투자자는 과잉확신, 복권형 주식 선호, 단기 군집거래 등 비합리적 거래 행태를 보이며, 단기간의 시세차익을 노려 거래회전율이 무려 연 1,600%에 달한다고 한다(자본시장연구원, 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형태, 2022). 하루 안에 주식을 사고파는 당일 매매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거래주식의 58%, 전체 거래대금의 48%를 차지했다. 당일 매매의 주인공은 단연 개인투자자였는데, 거래대금 기준 71.3%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빚투’도 증가했다.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신용융자의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최근에도 신용융자잔고가 6천억 원대에서 9천억 원 대로 한 달 새 무려 50%나 급증했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자 저가매수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용거래자의 경우 위험도가 높은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고 분산투자 수준이 낮아 높은 리스크를 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신용거래자의 거래빈도가 일반적인 개인투자자에 비해 3배 이상 높다(자본시장연구원, 개인투자자 신용융자거래 현황과 특징 분석 및 시사점, 2022). 상황이 이렇다면 ‘기업 밸류업’ 정책을 통해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달콤한 거짓 약속을 남발할 게 아니라, 빚을 내서라도 ‘한몫 챙기려는’ 개인투자자의 투기적 행태에 경종을 울려야 할 때가 아닌가.
 
 
금투세, 예정대로 시행해야
 
금투세가 도입되면 큰 손들이 빠져나가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공포감은 비상식적이다. 설사 금투세 시행으로 국내주식 자금이 대량 이탈하더라도 과도하게 저평가되어있다고 판단되면 다시 자금 유입이 이뤄질 것이다. 해외주식은 지금껏 22%의 양도소득 세금을 물었지만 지금도 투자가 매우 활발하다. 반대로 아무리 세금이 없어도 매력도가 떨어지면 자금유입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김준석 외, 2023)’에 따르면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유력한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한다. 한국 기업이 주주환원도 미흡한데 수익성과 성장성이 저조하다는 내용은 달리 말하면, 애초에 한국 증시가 ‘할인가’가 아니라 ‘제값’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보고서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으나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회계 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역시 기업 가치평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지적한다. 재벌체제로 인한 기업지배구조의 왜곡, 국제적인 회계기준에 미달하는 제도적 요인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에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은 곧 과도하게 높은 개인투자자 비중을 의미하는데, 역설적으로 ‘동학개미 운동’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어느 정도 이바지했음을 알 수 있다.
 
금투세는 개인투자자에만 세금을 물리는 독박 과세라는 주장 역시 상식적이지 않다. 기관투자자나 법인은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고, 외국인은 조세조약에 따라 자국에 세금을 낸다. 즉, 우리나라 개인투자자가 미국 주식에 투자해 양도소득을 얻으면 한국에 세금을 내고, 미국 시민이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해서 거둔 소득은 미국에 세금을 납부하는 원리다. 애초에 설정한 연 5천만 원의 면세점 역시 주식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상당히 높게 책정한 것이었다. 금투세 제정 태스크포스에서는 주식 양도소득세도 다른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것과 동일하게 250만 원의 공제한도로 권고했으나, 이후 기재부가 2천만 원으로 상향했고 최종안은 5천만 원으로 확정됐다. 금투세는 기존보다 과세 대상이 확대되긴 하지만 여전히 근로소득에 비해, 여타 금융소득에 비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한계가 많았다. 게다가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이미 인하한 증권거래세를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가.
 
민주당이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유예 내지 폐지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개미투자자에 자본시장이 좌우되는 비상식적인 행태가 반복될 것이다. 유예 결정을 내리게 되면 4년이 넘는 금투세를 둘러싼 혼선을 연장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더는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불확실성을 키워선 안 된다. 폐지 결정을 내리게 되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 저하라는 악영향이 남는다. 즉 이해집단이 정치권을 압박하면 10년이 넘는 기간 여야 합의로 추진한 정책도 번복 가능하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 금투세를 당리당략에 따라 활용할 생각 말고 지금이라도 정책 시계를 되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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