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4.10.23
북한은 러시아의 침략전쟁 동조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침략전쟁으로 뭉친 북러 협력 강화는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
2024년 10월 18일 한국 국정원은 북한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7개 여단 병력 1만 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하고 1,500명가량의 북한 군인이 우크라이나로 1차 이동했으며 북한에서 러시아로 컨테이너 1만 3,000개 이상 분량의 무기 수송이 이루어졌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공개했다. 10월 20일 CNN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에서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어 설문지와 러시아 군사시설에서 북한 억양의 목소리가 들리는 영상을 보도했다. 10월 21일 UN 안보리 회의에서 황준국 한국 유엔 대사와 바바라 우드워드 영국 유엔 대사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설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북한을 강하게 규탄했다. 반면, 유엔 주재 북한 대표와 바실리 네벤지아 러시아 유엔 대사는 이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파병설을 부인했다. 10월 23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언급하면서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들을 상대로 뒷수습이 불가능한 망발”을 한다고 비난했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 세계 여론이 이번 사태에 일제히 비판을 가하는 가운데 한국 사회운동의 일부 단체는 북한 파병설을 별다른 근거 없이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며 이번 사건의 국제적 파장에 주목하기보다 국내정치에 천착했다. 그러나 이번 북한 파병설은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을 바탕으로 공개되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들이 후속 보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설사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지원 규모가 한국정부가 주장하는 정도에 못 미치더라도 일련의 사건은 북한이 러시아의 침략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더욱 구체화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송두리째 간과하고 국내정치와 정부 외교방향 지적에 치중하는 것은 도리어 중대한 국제정세 위험을 정쟁에 이용하는 근시안적인 처사다.
2024년 6월 1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은 강화하고 있다. 민간인 사상자를 다수 발생시킨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제 무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번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설 또한 지난 6월 이후 점차 강화해온 북‧러 군사협력이라는 맥락이 있었기에 세계 여론이 황당무계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지원하면서 얻고자 하는 대가는 분명하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핵무기 기술, 군사 정찰위성 기술,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 기술을 이전받아 군사력을 증강하는 한편, 무엇보다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무기 보유 강대국인 러시아로부터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이를 통해 북한은 한층 더 과감히 대남 군사 위협을 감행할 수 있으며,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화하려는 야심을 국제사회에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북‧러 군사협력은 단순히 양국 간의 문제를 넘어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2024년 10월 22일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 정상은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하며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다극화된 세계 질서’로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국이 영토 팽창을 목적으로 침략전쟁을 감행하고, 이러한 불법적 행위에 주변국을 동원하며, 다른 강대국이 이를 묵인하는 행태는 결코 ‘대안적 세계’의 모습이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그치지 않고 전쟁을 확산할지나, 이번 전쟁이 추가적인 충돌과 전쟁, 폭력의 연쇄로 이어질지 아닐지의 여부는 진정한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 첫걸음은 북한의 침략전쟁 동조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북한은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동조하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세계 평화에 반하는 방향으로 더욱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행태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