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4.12.13
참담한 네 번째 대통령 담화, 즉각 탄핵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헌정 복원을 위해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 직무를 즉각 정지할 방안은 탄핵뿐이다
1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네 번째 대국민 담화문 발표는 다시 한번 듣는 이들에게 참담함과 분노를 느끼게 했다. 그는 거대 야당이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다면서,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가 이를 막기 위한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군대를 동원해 입법부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어떻게 합헌적인 통치 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윤 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문제 삼으며 총선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만큼이나 중요한 선거 결과 승복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행태다. 이번 대국민 담화를 향후 이어질 재판과 탄핵 심사 과정을 예비하는 모두발언으로 활용하며, 극우보수층을 결집하고 동원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이는 이미 심각한 한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을 더욱 극단적 방향으로 몰고 갈 우려가 크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은 지난 담화에서 2선 후퇴 후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거취를 당에 맡기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인사권을 행사하고 법률안을 재가하며 계속해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둘 때마다 “광란의 칼춤”을 추는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대통령 직무정지가 즉각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자명하게 보여준다. 스스로 헌정과 국정을 논할 자격을 내던져 놓고, 아무런 반성 없이 총선 불복과 직무수행 의지를 드러내며 헌정의 가장 큰 위협으로 남아 있는 윤 대통령의 직무를 즉각 정지할 방안은 이제 탄핵소추안 가결뿐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함께 침몰하려는가
그러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여전히 내분 속에서 사실상 윤 대통령 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7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집단으로 불참한 데 이어, 12일에는 새 원내대표로 ‘원조 친윤’ 권성동 의원을 선출했다. 게다가 대통령 담화에 부응하듯, 홍준표 대구시장과 윤상현 의원은 비상계엄령 선포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입법부의 정당이, 대통령의 입법부 무력화 시도를 옹호할 수 있다는 현실이 경악스럽기만 하다.
심각한 헌정 파괴 사태와 혼란 속에서도 국민의힘 의원의 대다수가 그 심각성을 도외시하고 당리당략과 사익만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와 운명을 일임한 당의 상황 인식이 이렇게 참담하다면, 국민의힘의 운명 역시 결국 대통령의 운명과 함께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찬성해야 할 것이다.
탄핵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1차 탄핵소추안 투표불성립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인식과 행보를 보건대, 심각한 위기에 처한 한국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즉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말 그대로 첫걸음일 뿐, 곧바로 헌정 질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수호와 헌정 복원을 위한 시민과 사회운동의 역할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압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몇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개혁하고 권력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논의와 구상이 필요하다. 이번 계엄 사태는 막대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 1인의 기질과 행보로 인해 극단적으로 나라가 휘청일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고, 오직 대통령직을 둘러싼 여당과 야당의 극한 대립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상황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것 역시 보여주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처럼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이 이번에도 무마된다면, 한국 정치와 헌정의 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이미 두 번 반복된 역사를 다시금 반복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