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0.11.11

2020년 미국 대선 분석: 하나의 아메리카, 두개의 국민

사회진보연대
 
 
[출처: 한국일보]
 
 
현지시간 2020년 11월 7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평가받았던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결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후보를 상대로 역전하면서 선거인단 과반인 270석을 확보, 당선을 확정지었다.
 
트럼프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은 미리 예고했듯 대선 패배를 승복하지 않았고, 이에 미국 대선의 전통인 패자의 승복 선언을 통한 당선 확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우편투표에 대한 법적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두 달여 남은 임기동안 그의 권력을 활용한 정적에 대한 피의 복수가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언론, 심지어 트럼프의 사위까지도 승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선 불복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대선 승복과 탈세를 포함한 자신의 범죄 의혹에 대한 처벌을 교환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즈니스맨으로서 트럼프라면 정말 그러한 ‘거래’를 노려봄직도 하다.
 
어쨌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히 스스로 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자랑스러워 하던 미국에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그로 인한 폭력사태를 우려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여 미국 민주주의의 쇠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대선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요소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1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66.9%)뿐이라는 자조 섞인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이 신승을 거두었으나, 미국 국민이 바이든을 전폭적으로, 확고히 신임했다고 말할 수 없다. 선거 전에는 상원이 민주당 다수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되었으나, 이러한 예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나아가 민주당은 하원에서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나 지난 선거에 비해 의석을 잃었고, 공화당 의석은 늘었다. (현재 주지사와 주 입법부도 거의 균등하게 두 정당으로 나뉘어 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가 정당 시스템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정적 선거, 또는 재편성 선거라고 볼 수 없다. 즉 미국의 정치지형은 여전히 매우 유동적이고, 이른바 ‘트럼프주의’는 여전히 폭발력을 잃지 않았다.
 
 

대선 투표 결과 분석

 
2020년 미국 대선은 언급했듯 120년 만에 가장 투표율이 높았다. 이에 바이든은 7,500만 표를 획득, 역대 최다 득표 당선자가 되었다. 반면 트럼프는 7,000만 표를 획득해 역시 역대 최다 득표 낙선자가 되었다. 미국 역사상 대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 2위가 트럼프고 1위가 바이든이 되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트럼프가 획득한 표다. 그는 2016년의 6,600만 표와 비교해 약 400만 표를 더 획득했다. 2016년 임기의 시작부터 4년간 탄핵 사건, 탈세와 같은 부패 스캔들,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1위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의 끔찍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4년 전보다 더 많은 표를 획득한 것이다.
 
사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 트럼프 재임 3년간 연평균 2%의 경제성장을 이뤘고 수치로 나타난 경제실적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재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과거 선거를 되돌아 볼 때 임기 말년에 경제실적이 좋은 경우 대부분 재선에 성공한다는 데이터도 있었다. 2월만 해도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에 비해 높았고 (예를 들어 미국 에머슨 대학 조사에 따르면 48% 대 44%였다), 버니 샌더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지지도 대결에서 승리한다고 나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난 뒤에는 점차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석이 많아졌다. 바이든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된 3월부터 점차 비등하다가, 7월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확실한 우위를 점한 후로는 뒤집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특징적인 건 트럼프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인 30% 후반, 40% 초반의 지지율이 무너진 적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위기로 트럼프가 타격을 받았지만 그를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은 거의 이탈하지 않았는데, 최종적으로 대선 지지율이 48%대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엄청난 선전을 펼친 셈이다.
 
선거 결과를 보면, 경제적 소득수준에 따른 투표성향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선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예측했던 것과 달리 연령대, 젠더, 인종에 따른 투표성향도 과거에 비해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교육수준이 정치성향과 더 분명한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리적 위치도 정치성향과 관계가 있었다. 즉 공화당 투표자는 교외지역이나 농촌에 살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 투표자는 대도시에 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지만 (넓은 의미에서) 문화가 투표성향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교육수준-지리적 위치-문화적 성향이 투표 결과에 큰 연관이 있다는 말이다. (한편 외교정책은 유권자의 선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플로리다의 쿠바, 베네수엘라 공동체의 경우 정도가 그 예외라는 분석도 있다. 즉 특정한 남미 출신 공동체가 트럼프의 반(反)사회주의적 선동에 호응했다는 말이다. 이는 플로리다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설명하는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난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이끌었던 북부 러스트 벨트(미시간이나 펜실베이니아의 쇠퇴한 산업지대)를 바이든이 탈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관해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도시 백인과 흑인의 투표율이 상승했고, 2016년 선거와는 달리 이들이 제3당이 아닌 민주당에 투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16년 선거에서는 샌더스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에 실망하거나, 당선을 낙관하면서 제3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아주 적지 않게 있었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전국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하는 백인의 비율은 클린턴과 비교해 4%포인트 증가했는데, 주로 도시의 백인층, 노년층 등에서 나타났다. 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방역에 민감한 집단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사실상 포기한 데에 반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非)백인의 경우,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의 결과, 비백인 유권자의 투표수가 상당히 상승했고, 그 중에서도 히스패닉 유권자의 투표수가 비약적으로 상승해 바이든이 승리했다는 분석이 있다. 즉 비백인 유권자의 일부가 트럼프로 옮겨가 바이든에 대한 지지율 자체는 소폭 감소했으나, 늘어난 비백인 유권자의 절대적인 수가 많았기에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비백인 유권자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 상승에 주목해 선거 결과가 예상에 비해 이례적이라는 평도 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에 대한 흑인 유권자의 지지율이 8%에서 12%로 상승했다는 보도도 있는데, 이는 2016년보다 상승한 수치다. (어떤 출구 조사에서는, 45세 미만 흑인 유권자 중 21%가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결과도 있다.) 히스패닉계의 지지율도 마찬가지였는데, 2016년과 비교해 히스패닉 남성의 경우는 32%에서 36%로, 히스패닉 여성은 25%에서 28%로 각각 상승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19 위기가 비백인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했는데, 트럼프 측이 낮은 실업률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이들에게 전략적으로 선전했고, 이러한 선전이 얼마간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한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가 전개될 때,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적 언사를 덜 사용하고 ‘법과 질서’와 같은 담론을 더 사용한 게 약간이나마 유효했다는 평도 있다. 여러 유권자집단의 투표성향에 대한 더 세밀한 조사와 분석, 그 결과에 대한 해석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지금 당장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런데 교육수준-생활지역-문화가 투표성향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분석이 타당하다면, 미국이 일종의 ‘문화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즉 교육수준이 높은 도시의 엘리트와 교육수준이 낮은 교외, 농촌의 비엘리트간 대결이란 말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갈등 구도야말로 트럼프 본인이 원하고, 앞으로도 계속 창출해내려 하는 정치 구도일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대선 이후에도 트럼프주의가 여전히 강력히 작동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처: 경향신문]
 
 
 

트럼프의 사상 최다 득표 패배: 공화당은 앞으로도 트럼프주의 정당일 것인가?

 
이번 대선 과정 내내 트럼프는 핵심 지지층을 전혀 상실하지 않았고, 최종 대선 결과를 놓고 본다면 오히려 4년 전보다 득표수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라는 전례없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트럼프는 선전할 수 있었을까? 트럼프 지지자들은 한편으로는 중국이 질병의 원인 제공자라는 중국 책임론을 수용하거나, 다른 한편으로 이번 위기가 자연재해에 가깝다고 인식하면서 트럼프의 방역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통상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현직에 대한 지지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지자들은 트럼프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당연하다고 보기도 한다. 봉쇄정책으로 인한 피로가 누적되는 와중에 봉쇄정책에 반대하는 트럼프의 입장표명은 지지층 결집에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어떤 명분이든 간에, 애초부터 트럼프를 지지하던 유권자층에게 코로나 위기가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그만큼 지지층의 응집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는 계속해서 선거 결과에 재를 뿌리려 시도 중이며, 앞으로도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그 적법성을 공격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수의 지지자들은 바이든이 적법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거부할 것이다.
 
오늘날의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과 비슷한 관점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케이블 텔레비젼 채널, 라디오 방송, 팟캐스트만 듣고, 그런 웹사이트를 돌아볼 뿐이다. 모두가 공유하는 시민적 ‘교육과정’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는 미국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관점과 다르면 그 모든 것이 ‘가짜 뉴스’일 뿐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미국인들이 점점 더 분열된 각각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완전히 분열된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바이든의 적법성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계속 유지, 성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트럼프는 패배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벌써부터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 역사를 보면 클리블랜드 대통령처럼 징검다리 중임에 성공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말이 반드시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한 트럼프 본인이 대선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트럼프 집권 시기 트럼프의 공화당은 조지 W. 부시나 로널드 레이건의 공화당과는 너무나 다른 정당, 즉 현대 미국의 우파 포퓰리즘의 다른 이름인 트럼프주의 정당으로 변모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트럼프의 패배 이후, 공화당은 더 이상 트럼프주의 정당이기를 멈출 것인가? 이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다.
 
 
 

바이든의 최다득표 당선: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갈등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8월 19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찬조연설을 했다. 흥미롭게도 그가 연설 장소로 선택한 곳은 필라델피아 독립혁명 박물관이었다. 그는 연설의 서두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필라델피아에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의 헌법이 작성되고 서명된 곳입니다. 헌법은 완벽한 문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문서는 노예제의 비인간성을 허용했고, 여성과, 또한 재산을 소유하지 못한 남성의 참정권을 보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헌법 문서에는 미래 세대에 길을 제시하는 북극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것은 대의제 정부, 즉 민주주의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최고 이상을 더 훌륭히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내전과 쓰라린 투쟁을 거치면서 우리는 한때 버려졌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포함하도록 이 헌법을 개선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점진적으로 이 나라를 더 정의롭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나라가 되게 했습니다.”
 
국내 언론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필라델피아 독립혁명 박물관을 연설장소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트럼프에 의한 민주주의 위기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즉 미국의 헌법정신에 기초한 국민적 통합, 특히 인종 간 통합이다. 그는 2010년 재임 시절, 마틴 루터 킹 추모예배에서도 민권운동가들이 “이 나라를 포기하지 않았다”, “불완전하더라도 그들은 민주주의의 약속을 믿었고”, 또한 “미국이 계속해서 자신을 새롭게 하고, 완전한 통합을 이루어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반복해서 헌법 정신에 기초한 국민적 통합을 강조하는가? 트럼프가 선동하는 백인의 ‘종족적 민족주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잠재적인 민주당-바이든 지지층 내의) 좌파 정치, 운동 내에 존재하는 팽팽한 긴장과 갈등도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에이미 추아가 2018년에 낸 책 『정치적 부족주의』는 상징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후, 2017년 1월의 ‘여성행진’에 전국적으로 420만 명, 워싱턴 D.C.에만 50만 명이 모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대단한 성공으로 여겨졌으나, 그 이면에는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원래 조직위원회가 계획한 행진의 이름은 ‘백만 여성행진’이었는데, 이는 1997년에 있었던 매우 중요한 흑인 여성 저항운동의 이름이었다. 흑인여성들은 이러한 이름이 ‘도용’(appropriation), 즉 도둑질이라고 비난했다. “흑인 여성이 우리의 투쟁을 말할 때 썼던 이름을 백인 페미니스트가 갖다 쓰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백인 우월주의가 백인 페미니즘의 가면을 쓰고 흑인의 신체, 문화, 허스토리(herstory, 여성의 역사)에 얼마나 크게 해를 끼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완벽한 사례다”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주최 측은 비판을 수용해서 행사 이름을 바꾸고 비백인 활동가를 공동위원으로 받아들였으나, 갈등은 계속되었다. 한편에서는 백인 여성은 뒤로 물러서서 흑인 여성의 책을 읽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편에서는 백인 여성은 흑인 여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정하는 게 부적절하고, 흑인 여성이 분열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에이미 추아는 이런 움직임이 누가 ‘특권’을 가장 덜 가지고 있는지를 겨루는 제로섬 경쟁이 될 수 있다, 즉 ‘억압당하기 선수 올림픽’(Oppression Olympic)이 벌어질 수 있고 진단했다. 그런 제로섬 경쟁의 결과, 좌파 정치, 운동이 분열하고 서로 적대하게 된다. 다시 말해 가장 특권을 덜 가진 사람만이 진정한 발언권이 있고,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는 모두 특권을 옹호하는 집단일 뿐이라는 선긋기와 배제가 작동하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이처럼 이념, 노선에서 존재하는 팽팽한 긴장과 갈등은 현실 사회의 긴장과 갈등을 반영하는 것이며, 긴장과 갈등의 존재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전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오바마는 헌법 정신에 입각한 ‘더 완전한 통합’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셈인데, 당연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오바마 본인이 8년간이나 재임했지만, 그 후임을 트럼프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 길이 매우 험난하리라 예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국 사회에서 인종적 갈등이 계급적 갈등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자본주의가 점점 쇠퇴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계급타협 구조가 해체되면서, 계급적 갈등도 증폭되고 그와 중첩되는 인종적 갈등도 더 커질 수 있다.
 
 

독이 든 성배를 움켜쥔 바이든?

 
혹자는 바이든이 이제 막 독이 든 성배를 움켜진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상하원 선거결과를 볼 때, 바이든이 완전한 신임을 얻었다고 말할 수 없고, 실제로 내년 1월 결선투표에서 상원이 공화당 쪽으로 넘어가면 새 행정부가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트럼프 집권기를 거치며 보수적 기조가 강해진 연방대법원도 새 행정부에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트럼프를 거치며 행정부도 약화되거나 마비되어 제 기능를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트럼프가 계속 대중의 시야에 등장하면서 트럼프주의를 선동하고, 공화당을 계속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 할 수 있다. 또한 이번에 바이든과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 집단은 어떤 순간에라도 내적으로 폭발할 수 있다. 즉 언제라도 좌파, 온건파, 반트럼프 독립파 간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혹자는 선거 결과를 두고 ‘하나의 아메리카, 두 개의 국민’이라고 평했다. 바이든은 당선 연설에서 “분열하지 않고 통합하는 대통령, 공화당 주와 민주당 주를 가르지 않고 미국 전체를 보는 대통령이 되겠다”, “상대를 악마처럼 만들려는 시대는 여기서 끝내자”고 말했다. 과연 새로운 행정부가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여 어떤 길을 걸을지 세계가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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