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3.05.01
[노동절특별호] 진보정당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정치방침은 실패한다
민주노총 선거연합정당의 문제점
4월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는 양경수 위원장이 제출한 선거연합정당안을 토론했다. 이 안은 민주노총 정치세력화가 민주노동당 분당, 통합진보당 부정경선과 폭력 사태로 파국을 맞은 역사를 외면하고, ‘통합’만 강조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성찰 없이는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분당의 원인, 패권주의와 북한에 대한 편향적 인식
민주노동당 분당의 결정적 원인은 당내 자주파의 패권주의였다. 자주파는 지구당위원장 선거를 비롯한 각종 당직·공직을 장악하려 위장전입, 당비 대납, 집단 주소 이전와 같이 상식을 초월하는 행태를 보였다. 또한 당내 선거규정을 개정해 다수파에게 유리한 1인 다표제를 도입하여 주요 당직을 차지했다.
자주파의 편향적 대북 인식은 분당의 또다른 원인이었다. 2006년, 자주파는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결의문 채택을 무산시켰다. 중앙 당직자가 남한 정치 동향 및 민주노동당 내부 성원의 인적사항 등을 담은 보고서를 북한에 보낸 ‘일심회 사건’까지 터지며 갈등이 심화했다. 17대 대선 참패 뒤 꾸려진 비대위는 당내 갈등을 해소하려는 혁신안을 제출했지만, 자주파가 이를 거부하여 분열의 길을 걸었다.
폭력사태로 얼룩진 진보대통합
2012년 통합진보당 폭력사태를 통해, 민주노동당 분당의 역사를 망각한 ‘진보대통합’의 결말을 확인할 수 있다. 분열의 씨앗은 2011년 민주노동당(잔류파), 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 국민참여당이 합당하여 통합진보당을 결성한 것 자체에 있었다. 이념 차이를 무시한 채,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 대상으로 삼았으니 당내 노선갈등이 불가피했다.
민주노동당 내 갈등을 초래했던 자주파 내 당권파는 반성 없이 패권주의를 재연했다. 2012년 총선 이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투표에서 주민번호를 도용하고 조작한 대리투표와 이중투표가 확인됐다. 이에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비례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안을 표결에 부치자, 이를 거부한 당원들이 회의장에 난입하여 단상을 점거하고 회의를 진행하던 공동대표단을 폭행했다.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 철회
통합진보당 결성과 분열은 민주노총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2012년 김영훈 집행부가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와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과의 선거연합을 총선방침으로 통과시켰다. 신자유주의 노선을 계승하는 국민참여당과 합당한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반대여론이 상당했음에도 총선방침 통과를 강행한 것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비례대 표 경선 부정논란과 폭력사태가 발생하면서 민주노총 총선방침에 성토가 쏟아지자, 결국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를 철회했다.
선거연합정당 추진, 역사에 대한 성찰이 먼저다
민주노총이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려면 진보정당 분열의 역사가 던진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민주노동당 분당과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는 패권주의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민주노총 선거연합정당은 어떻게 다수파의 패권주의를 제어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보장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둘째, 민주노동당 자주파는 북한 핵무장을 자위용으로 인정하고, 북한 인권문제와 세습 문제에 침묵하여 당내 갈등을 초래했다. 현재 북한은 선제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고 남한을 향해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천명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주의에 동조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연합정당은 국제 정세와 북한 핵위기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