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한국정치 | 2023.05.12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은 타당한가?

외교를 정쟁의 소모품으로 삼으려는 민주당

사회진보연대
 
윤석열 대통령은 3월 6일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고, 3월 16일 일본에 방문하여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로부터 두 달 만인, 5월 8일에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답방하여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한일 정상은 5월 19일에 개막하는 G7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문재인정부 시기 냉각된 한일관계가 회복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은 한국수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해제했고, 이에 상응하여 한국 정부도 일본에 대한 WTO 제소를 취하했다. 중단되었던 셔틀외교도 재개하기로 했으며,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정상화와 경제안보 협의체를 출범하고,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5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를 복원했으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개인적 애도를 표명했다. 그리고 G7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히로시마 원자폭탄 한국인 피해자 위령비를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윤대통령이 한일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을 시작으로, 잇달아 일본과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관계를 정상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한·미·일 간의 안보와 경제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크다. 이러한 행보는 문재인정부의 외교기조와 확실한 선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생한 국제질서의 균열 속에서,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한 북한의 핵무력 완성과 중국의 대만침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공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 문재인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기반으로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형성하고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세력균형 역할을 자임하겠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제안했던 것과 달리, 윤석열정부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한일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문정부 시기 한일관계가 악화했으므로 민주당은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한일관계 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거친 말만 난무할 뿐 책임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명 대표는 일본과의 셔틀외교 재개를 “빵셔틀”이라 깎아내리고, 장경태 최고위원은 윤대통령의 방일을 “나라 팔아먹으러 간다”고 격하했으며, 고민정 최고위원도 “친일대통령”이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죽창가’선동에 이어 반일선동을 반복했다.
 
또한 문재인정부의 외교노선을 계승한 이재명 대표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윤석열정부가 미·일에 치우쳐 북·중·러와의 관계가 악화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문정부의 외교정책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도 실패했고, 균형외교라는 명분 아래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주의적 행보를 묵인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패한 정책을 어떻게 다시 적용할 수 있는지 답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비판은 타당한가?
 
일본과의 관계악화를 초래한 강제동원 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제3자 변제안을 제시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일본의 피고 기업 대신 판결금을 변제하는 방안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자금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이 재단에 출연하고 일본기업의 참여를 열어두었다. 그러나 일본의 피고 기업들은 참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3월 16일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 창설을 발표했다.
 
제3자 변제안에 반대하며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반역사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 및 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죄와 배상 촉구 결의안’(3/10)을 발의했다. 반대 근거로 첫째, 제3자 변제안이 2018년 대법원판결에 배치되며, 삼권분립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사법부의 판결을 행정부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인데 사실에 부합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공익과 관련된 재판인 경우,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고, 대법원도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미국도 외교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연방대법원이 국무부의 의견을 듣는 ‘법정 조언자’ 제도가 존재한다. 영국도 외교 문제나 국제법과 관련된 재판을 맡는 경우 외교부에 확인서를 보내 입장을 요청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리고 고도로 정치적인 사안일수록 국민의 정치적 대표자들이 판단을 내리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외교적 사안마저 사법부의 판단에 의존한다는 것은, ‘정치의 사법화’의 극단적 형태이며 실제로는 정치의 소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장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이 3월 29일 '일제 강제동원 굴욕해법 및 굴종적 한일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둘째로 윤정부의 해법이 일본의 ‘합법적 식민지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2018년 대법원판결은 청구권협정으로 불법적 식민지배 피해가 보상된 것이 아니므로 피해구제가 가능하다는 취지인데, 이러한 법원 판결을 수용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대법원판결대로 일본 피고 기업의 압류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 이외의 모든 외교적 해법은 ‘합법적 식민지배’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압류 자산 현금화로 일본과의 단교를 불사하는 것을 강제동원의 해법이라고 여기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동시에 문재인정부가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이 공동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소위 ‘1+1’를 제안했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합법적 식민지배’를 인정한다는 것인지도 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아서 문제라는 비판이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승소를 확정한 피해자 15명(생존자 3명 포함) 중 10명은 일본의 피고 기업 대신 재단으로부터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받는 방안을 수용했고, 최근에는 생존자 한 명도 기존 생각을 바꿔 판결금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해법을 수용한 피해자들의 뜻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해법제시 없이 반일 여론몰이에 몰두하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월 25일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4차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민주당이 제3자 변제안에 반대한다면 실현 가능한 해법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외신기자와의 간담회(4/11)에서 ‘집권하게 되면 강제동원 제3자 변제방식을 무효로 할 것이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해법을 ‘대일 항복문서’라고 비난하면서 정작 강제동원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밝히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
 
민주당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반일 정서에 의존하여 정략적 이해를 추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히 민주당이 일본 언론보도 등으로 촉발된 독도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쟁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여론몰이하는 모습은 문재인정부 시기 반일선동과 흡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대법원판결 이후 일본기업의 자산 현물화 시기가 도래하여 일본이 수출제한 조치를 결정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외교적으로 무능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외교적으로 개입하면 지지율이 하락할까 우려해서 외면하다가 파국을 초래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일본과의 관계악화를 ‘정치적 호기’로 간주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포착되었다는 점이다. 2019년 한일 갈등이 고조되던 시점에 “일본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내년 총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민주연구원 보고서를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배포했는데, 강력한 반일 메시지를 토해내라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조국 장관의 ‘죽창가’선동을 필두로 민주당 의원과 지지자들은 반일선동에 앞장섰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조치를 취해 한일갈등이 고조되던 2019년 7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죽창가'를 소개했다. [출처: 한겨레]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외교적 무능으로 일본과의 관계악화를 초래했으나, 수습보다는 정치적 이해를 좇아 반일민족주의를 선동했다. 오늘날에도 민주당에서 반성과 책임감 있는 대응을 찾아보기 어렵다. 윤정부가 제시한 해법이 문제라고 여긴다면 대안을 제시하고 진지한 논의에 임해야 하지만, 한층 과격해진 반일민족주의 선동만 난무했다.
 
 
균형외교, 실행가능한가?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은 한·미·일 간의 안보와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려는 구상 아래서 추진되었다.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도가 체제유지에 유리하다고 여기는 북한이 중·러와 밀착하는 것을 위협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고도화되면서 불안이 커지자, 핵무장 여론이 부상하는 것에 대응이 필요했다. 그래서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일본과의 관계복원 의지를 밝히고, 북·중·러로부터 항의를 감수하며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외교노선과 확실한 선을 그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한미동맹 의존도 줄어들고 미국과 중국과의 균형외교를 전재할 공간이 확대되면서, 한국이 역량을 발휘해 미·중 협력관계의 선순환구도를 조성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노선을 계승하며 균형외교를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윤대통령의 외교행보가 미국과 일본에 치중하여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를 경색시켰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외교노선은 실패로 판명 났다. 출발점인 남북관계 개선에 실패해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의사가 없으면 관계개선도 불가능한데, 그럼에도 문정부가 획기적 개선을 추구하다 보니 '조선반도 비핵화'(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핵동결 협상을 요구)를 두둔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면 NPT체제가 붕괴한다고 판단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또한, 문정부는 중국에 북한과의 중재를 바라며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삼갔다. 그 결과 문정부는 홍콩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폭력적 탄압,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문제, 대만 무력침공 위협에 침묵하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았다.
 
문정부의 외교노선을 다시 시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북한은 중러와 밀착하면서 UN 안보리 규탄결의도 무산시키고, 경제제재를 우회할 경로도 확보했다. 이처럼 북중러가 긴밀해지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에 나설 의지가 없다는 점도 확인된다. 소위 ‘균형외교’가 실현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민주당은 균형외교가 실패했고 재시도 역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반일감정을 부추겨 정략적 이해를 추구하려고 한다. 문재인정부는 강제동원 문제를 방치해서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 그럼에도 수습하기보단 반일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호기로 삼으려 했다. 이재명 대표도 강제동원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친일 매국정권”이라며 반일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속에서 외교를 정쟁의 소모품 삼아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행태가 위험천만하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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