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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9-10.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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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비정규직법 논란, 무엇이 쟁점인가

구준모 | 정책위원
이명박 정권의 비정규직법 개악 시도

7월 1일 오후 한나라당이 기습적으로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를 열어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환노위 위원장을 포함한 야당의원이 불참하여 법안상정의 적법성 논란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일단 6월 30일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함에 따라 7월 1일부터 기존의 비정규직법이 예정대로 시행된다.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과창조의모임은 30일 밤늦게까지 합의를 시도했으나 최대 쟁점인 법 시행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06년 11월 30일 노무현 정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을 합의해서 처리했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법이라고 하면 이때 제ㆍ개정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함께 일컫는다. 이로써 2007년 7월 1일부터 비정규직 사용기간(2년)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기간제법이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정부에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2009년 7월부터 100만 명이 넘는 근로자가 불안한 상태에 들어간다”고 말하며 고용대란설을 설파했다. 올해 3월 12일에는 노동부가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을 발표하여 현행 개정안이 윤곽을 드러냈고, 3월 13일에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3월 30일에는 기간제와 파견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4월 1일 국회에 제출되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간의 이견으로 상정이 무산된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6월 19일 환노위 3당 간사와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석회의는 6월 29일까지 9차례 열렸으나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되었다.
한나라당은 이 과정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대신에 법 적용을 유예하는 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제시하였다. 한나라당은 법적용 유예기간을 초기에는 3년으로 정했다가 협상이 진행되면서 2년으로 변경하였다. 협상 마감시한이 코앞에 닥친 6월 30일에는 선진과창조의모임에서 낸 절충안(300인 이상 사업장은 현행법 즉시 시행, 300인 미만 200인 이상 사업장은 법 시행 1년 유예, 20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은 최대 1년 6개월까지 법 시행 유예)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7월 1일 환노위에 기습 상정한 것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3년 유예하는 기존의 안이다.)
민주당은 기존법 시행 및 보완을 주장했다. 보완책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기금 대폭 증액을 내세웠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되면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강화 등 법 시행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위해 ‘6개월의 준비기간’을 둘 수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6개월 유예로 입장을 정리했다. 또한 노동계의 동의를 전제로 5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1년 유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석회의에 참가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유예를 전제로 한 회의였다면 애초부터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야 3당을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기존법의 시행 및 보완을, 민주노총은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강행해 통과시킬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뒤늦게 <비정규직법 오해와 진실>(2009.7.9)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노동부는 ‘기간제법은 정규직 전환법’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사용자는 2년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으며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도록 규정, 따라서 기업은 2년이 넘기 전에 계약만료 시점에 언제든지 고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기업에 비정규직을 2년 사용하면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할 근거도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법 개정 의도를 방어하기 위한 자료에서 노동부가 자신의 본심을 숨김없이 드러내어, 앞장서서 비정규직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

2009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2007년 7월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을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는 조항 때문이다. 즉 이들은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자동 전환되어 7월부터 계약기간이 2년이 넘은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로 간주된다. 기간제법의 사용기간 2년 제한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것이 올 7월부터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규직 채용에 부담을 가진 기업들이 동일인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기보다는 계약 만료 후 다른 비정규직을 고용함으로써 대량 해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2009년 7월 기준으로 2년을 초과하는 비정규직의 규모를 100만 명 내외로 추산하고 이들의 고용대란을 강조하며, 이를 비정규직법 개정의 주요한 근거로 삼고 있다.
운동진영은 정부의 이러한 우려를 법제정 당시부터 예견했다. 우리는 비정규직법이 2년마다 기간제 노동자들의 주기적 해고를 가져오고 2년 한도 내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양산법’, 즉 비정규직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사용사유 제한이 아니라 사용기간 제한을 골간으로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지면서 실질적인 비정규직 양산 억제와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당시 기간제법은 ①관행으로 인정되었지만 비정상적인 고용이었던 비정규직을 정상적인 고용형태로 인정하였다, ②사용사유 제한이 아니라 사용기간 제한으로 해고 후 재고용이나 파견 및 용역과 같은 간접고용으로의 전환을 통해 비정규직 양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③광범위한 적용 예외사유를 두어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목적으로 도입한 기간제법의 차별시정제도에 대해서도 ①노동조합이 차별시정을 요구할 권한을 배제함으로써 비정규직이 노동조합 결성을 매개로 자신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억제하고 있다, ②사측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다른 업무에 배치하거나 외주화하는 등 차별시정제도를 무력화하는 갖은 방법을 막을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파견법의 경우 ①파견대상업무를 대폭 확대하였다, ②파견기간을 2년까지로 연장하고 고령자의 경우에는 이마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③불법파견의 경우에도 2년을 넘기지 않으면 직접고용의무가 없어 사실상 불법파견을 조장한다는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따라서 2006년 당시 기간제법 제정과 파견법 개정으로 구성된 비정규직법 제ㆍ개정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는 비정규직의 사용을 공식화, 일반화해 노동신축화를 제도화하고 이에 대한 일부 보완조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비정규직법은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 2년 고용실태: 열악한 일자리의 확산

그렇다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실태는 어떻게 변했나.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오히려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가 더욱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런 일자리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시에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2007년 3월에서 2008년 3월까지 874만 4천 명에서 855만 8천 명으로 감소했고, 2009년 3월까지 다시 838만 1천 명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의 비정규직 구성변화를 보면 기간제노동자는 3만 6천 명 감소한 반면, 더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인 호출근로, 용역근로는 각각 9만 6천 명, 3만 5천 명 증가했다. 이는 비정규직의 감소가 안정적 일자리의 확대와는 무관함을 보여준다. 또한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2009년 4월 중 취업시간대별 취업자를 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98만 8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만 4천 명(19.3%) 증가했으며,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30만 명으로 66만 5천 명(-3.2%) 감소했다. 단시간 노동의 극도로 유연한 일자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용역근로의 확대는 외주화의 확대를 보여준다. 즉 직접고용보다 간접고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간접고용에서 사용자들은 불법파견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현장에서 공정을 분리하고, 고용승계를 피하기 위해 기존업체에서 근속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의 고용승계를 하고 있다. 또 용역업체들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알선업체들을 통해 단기계약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2008년 3월에서 2009년 3월 사이에는 호출근로와 용역근로는 각각 5만 3천 명, 4만 1천 명 감소했다. 특히 임시일용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임시직은 7만 5천 명 감소했다. 그 밖에 파견노동자, 재택근로자도 감소했다. 임시일용직, 호출, 파견, 용역, 재택 노동자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로 경기악화 상황에서 해고 1순위가 된다. 이는 노동부 통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2009년 4월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의 전년 동기대비 증감률은 상용근로자는 3.7% 증가인 반면 임시근로자는 1.5% 감소, 일용근로자는 7.2% 감소로 나타났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실직상태로 내몰렸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 자본은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확대해 손쉽게 노동자들을 희생시킬 수 있게 되었다.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은 경제상황이 급변하면서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경제위기로 비정규직의 해고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임시 일용 노동자의 실직이 늘고 있으며,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한계 상황에 부딪힌 쌍용자동차, GM대우 등의 대기업에서도 강제 휴업으로 사실상의 비정규직 우선 해고가 발생했다. 소리 소문도 없이 해고가 진행되는 영세사업장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한편 정부가 운영을 책임지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경우도 공기업선진화나 경영효율화를 내세우며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 KBS는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 420명 중 18명에 대해 6월 30일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며, 331명을 자회사로 이관하고 89명에 대해 계약해지할 계획이다. 한국토지공사는 6월 30일 145명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한국산재의료원(28명)과 보훈병원(23명)도 최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정부의 역행적 정책기조와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이 실제로 적용되는 올 7월 이후 비정규직의 연이은 해고사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노동신축화 추진과 비정규직 문제 책임 전가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이 비정규직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먼저 현 정권은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무력화함으로써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자본의 손을 들어주려고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같은 자본가 단체는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법 개정이 미뤄지자 경제5단체장은 7월 2일 대한상공회의소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책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 폐지”이며 나아가 본질적인 해결책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자본의 칼끝이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를 넘어 정규직 노동자를 향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가 정규직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 즉 노동신축화는 추진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의 사용기간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고 임금 및 고용의 신축성을 제고할 것을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은 폐지하거나 최소한 계약당사자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자본은 비정규직의 자유로운 사용과 정규직의 고용안정에 대한 공격을 핵심적인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이 논쟁의 초점이 되면서 여야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등 운동진영도 이 문제에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자본의 비정규직법 개악 계획은 기간제법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동부의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2009.3.12)을 보면 파견법 개정을 통해 파견근로의 고용기간도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기간제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단기간 노동자의 기간제한 예외사유도 확대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이 여의치 않더라도 손쉬운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의 사용을 확대하고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노동권의 불모지대인 파견제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즉 현재 기간제를 쟁점으로 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은 이명박 정권의 노동신축화 정책 중 하나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노동신축화라는 본질을 숨긴 채 비정규직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대량해고가 발생한다고 협박함으로써 여론을 선도하고 국민적 압박 수단으로 삼았다. 또 해고를 막기 위해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연장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설정함으로써 비정규직의 사용 자체를 당연시했다. 그러나 사용기간이 연장되면 사용자는 계약해지를 통해 그 기간 안에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해고할 수 있다. 비정규직법을 통해 오히려 제도적으로 비정규직의 사용이 고착화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용기간 연장이나 적용유예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의 고용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강조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은 앞으로 벌어질 비정규직 고용문제의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 이미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이 노무현 정권 때 여야합의로 도입된 법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향후 벌어질 비정규직 해고에 대해 비정규직법 개정 반대세력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현행법의 사용기간 제한 연장이나 유예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7월 1일자 기사에서 “양대 노총 조합원 중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소수에 불과하며,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가 양대 노총에게는 ‘발등의 불’이 되지 못한다. … 결국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원인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정규직 노조’라는 것이 정설이다”며 노동계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지배세력과 자본은 이러한 논리를 동원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다른 세력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양의 탈을 쓰려고 한다. 즉 지금과 같은 구도에서 이명박 정권은 비정규직법 개정을 통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해고와 실직 실태를 호도하고, 노동신축화를 확대하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행 비정규직법 보완 주장의 한계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일부가 주장하는 기존 법 보완은 한계가 뚜렷하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늘리고 차별시정제도를 강화하면 현행법의 틀 내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간제 비정규직이 계약 해지되더라도 그 자리에 다른 노동자가 채용되는 이른바 회전문 효과 때문에 고용총량에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정부의 대량 해고설은 거짓이다. 둘째,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대폭 늘리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폭 진전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3조 6천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면 1년에 20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인당 지원금 월 50만 원×20만 명×12개월=3조 6천억 원).
먼저 대량해고 논쟁과 회전문 효과를 따져보자.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량해고설의 정치적 의도는 명확하다. 정치적 의도를 근거로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노동부의 대량해고설이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과장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요한 논거로 삼고 있는 김유선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09년 7월 사용기간 2년 제한조항이 적용되는 기간제 노동자가 최대 3.2만 명으로 추산되고, 7월 이후 매달 최대 3~4만 명이 해당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심각한 맹점이 있다. 먼저 이런 논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시적인 실직의 공포 속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회전문 효과 때문에 단순한 총량수준에서 통계상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나 고용불안은 많은 노동자의 삶을 옥죄는 명백한 현실이다.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외주화되거나 실직하여 다시 냉혹한 노동시장에 내던져진다. 한편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즐겨 인용하는 수치를 합산하더라도 1년에 40만 명 내외의 노동자가 고용불안, 즉 실질적인 해고 위험을 겪게 된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 위험에 시달리게 되나? 이는 비정규직법(기간제법과 파견법)이 실제로 비정규직의 사용을 제도화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참여연대 등이 비정규직 ‘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 ‘양산법’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는 지난 과오를 덮을 수는 없다.
다음으로 정규직 전환 지원금의 문제가 있다. 정규직 전환 지원금은 양날의 칼이다. 적절한 자금지원과 감독이 동반된다면 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상당한 액수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상시적으로 투입할 경우 비정규직의 채용이 더욱 확산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이럴 경우 먼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2년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일부 기업에서 채용 관행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비정규직을 제도화하고 양산하는 현행법을 그대로 둔 채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증액하자는 주장은 약효도 의심스러운 사후약방문을 남발하는 격이다.
결국 사용기간 제한을 근간으로 하는 현행법 체제 내에서는 고용불안이라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기간제 뿐만이 아니라 파견, 특수고용 등 다른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현행 비정규직법은 폐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비정규직법 논란의 맹점을 넘어서자

그렇다면 비정규직법 개악저지를 외치며 강경저항의 자세를 취한 민주당의 태도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2006년 비정규직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환노위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노동계와의 합의 없이는 어떤 법안도 상임위를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먼저 노무현 정권 때 그들이 비정규직법 논의를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여야합의하에 통과시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의 수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을 강행통과 시켰던 세력이 지금에 와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면서 노동계와 비정규직의 벗인 양 핏대를 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무엇 때문인가. 무엇보다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대응을 통해 노무현 사망 이후 이른바 개혁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필요한 사회적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서 노정 대화 통로가 완전히 차단된 민주노총을 이용하여 공조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노동계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서민 민생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행태를 작년 광우병 촛불집회나 그 이후 민생민주국민회의와의 활동, 그리고 최근 ‘MB악법’ 대응과정에서 이미 여러 번 연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실제로 비정규직법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정략적이고 기만적일 뿐이다. 사용기간 연장이나 유예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돌연 6개월 유예 수용으로 바뀌었고, 노동계의 입장을 들먹이며 1년까지도 경우에 따라 수용가능하다고 밝혔다. 마치 자신은 공평한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는 세력으로 묘사하면서 정치적인 부담은 노동계에 떠미는 꼴이다.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비정규직법 논란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기존 비정규직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인정하지 않고 현행유지와 정규직전환기금 증액으로 문제를 무마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용사유 제한 없는 사용기간 제한으로는 비정규직의 반복적인 해고와 외주 용역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민주당은 2006년의 입장으로 되돌아갔고 다만 여당에서 야당으로의 상황변화에 따라 자신의 포지션을 바꿨을 뿐이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다시 비정규직법이 다뤄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다시 수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이 부각되면 비슷한 태도를 반복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맞서기 위해서는 ‘현행법의 개악’이라는 구조에 갇혀서는 안 된다. 자본과 정권이 던져놓은 조삼모사에 빠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를 넘어서 현재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해고와 계약해지를 막고, 고용 유지를 위해 정부에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선 금호타이어 투쟁과 같은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싸움, KBS의 비정규직 해고 및 외주화에 맞선 싸움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공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자행되고 있는 해고와 노동권 박탈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막아야 한다. 하지만 쌍용차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투쟁 전선이 지역과 부문을 넘지 못하면 한계에 부딪힌다. 따라서 취약 부문부터 시작되어 확산되고 있는 해고에 맞서기 위해서 ‘한시적 해고중단 및 고용안정 특별법’과 같은 제도적 요구를 내걸고 전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전국적 투쟁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싸움이 결합될 때 이명박 정권의 노동신축화, 노동권 박탈, 경제위기 책임전가에 맞서 투쟁 전선을 세우고 비정규직법의 개악 시도를 막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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