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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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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민족자본의 노동권 파괴와 노동자운동의 대응 전략

한지원 | 노동위원
수십 명의 구속자와 수천 명의 해고자를 발생시킨 쌍용차 구조조정은 초민족 자본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한국 노동자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투자는 외면한 채 기술 유출에만 몰두하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회사를 부도내 버렸고, 이후 법정관리인에 의해 대규모 정리해고가 단행되었다. 상하이 자동차는 이후 검찰 조사에서 기술 유출 등의 범죄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한국 정부가 상하이자동차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현재 쌍용차는 인수자를 찾기 위해 저비용 생산 구조(저임금 고강도 노동 시스템)를 갖추기 위한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만큼 여론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캐리어, 발레오공조, 위니아만도 등 초민족자본이 투자한 제조업 기업에서 자본 철수가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의 피해를 겪고 있다. 미국계 초민족 자본인 유티씨의 계열사인 캐리어는 몇 년째 시설투자는 하지 않은 채 수백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며, 영업망만을 유지한 자본 철수 절차에 돌입했고, 프랑스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발레오의 한국 계열사인 발레오공조는 아예 공장 폐쇄를 단행했으며, 초민족적 사모펀드 씨브이씨의 소유인 위니아만도는 자본철수 협박 속에서 노동자를 정리해고 중이다. 이 밖에도 파카한일유압, 동서공업, 포레시아지장, 보워터코리아 등에서 정리해고, 노조탄압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현재 금속노조에서 구조조정에 대해 투쟁하는 사업장 대다수가 초민족자본 투자 기업일 정도로 한국에서 초민족 자본의 문제는 심각한 상태이다.
현재 한국의 노동자운동은 금속노조를 필두로 하여 초민족자본에 의한 노동권 파괴에 맞서 여러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 투쟁들은 한편에서 사업장 수준의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며, 초민족자본의 자본 철수 위협과 노조 탄압 속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 글은 이들 초민족자본 사업장의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단순한 단위 사업장 투쟁에서 벗어나 노동자운동의 전략적 투쟁으로 의미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한국 노동자운동이 국제적 수준에서 이 투쟁들을 재조직할 필요가 있으며, 초민족자본과 관련한 산별 특별협약, 대정부 협약 등을 만들어 내고, 제도적 수준에서 다국적기업과 관련한 국제노동조약의 국내적 실질화, 무역협정에서의 노동권 관련 의무 강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혜택의 반대급부로 노동권 규약 의무화, 직접투자로 위장한 투기 목적의 자본 투자 규제 등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초민족자본 사업장의 투쟁이 중요한가?
: 국제적 노동권 수준을 낮추는 초민족자본과 노동자 국제주의


물론 국내자본보다 초민족자본이 ‘더’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윤 추구라는 측면에서 국내외 자본은 차별점이 없다. 하지만 국제적 수준에서의 노동자 투쟁을 조직하고, 대안세계화 운동을 확장시키는 데 있어 초민족자본에 맞선 투쟁은 몇 가지 점에서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들 초민족자본이 세계적 노동권 파괴의 선봉에 서며 국제적으로 노동권 수준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초민족자본은 자본의 자유로운 세계적 이동 때문에 일국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력화하는데 유능하다. 위니아만도의 예에서처럼 노조가 고용 임금 조건 관련 투쟁을 조직하면, 초민족자본은 떠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또한 세계적 수준의 생산 네트워크로 한 공장에서 파업을 하더라도 다른 공장에서 대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파업 효과 역시 작다. 예를 들면 발레오는 한국 발레오공조 노조가 파업하자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삼성르노에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는 부품을 납품하려 하고 있다.
초민족자본은 정부에 대한 압력을 통해 노동권 파괴를 직접적으로 감행하기도 한다. 정부의 외국자본 유치 경쟁을 이용하여 초민족자본은 그야말로 노동권 없는 지역을 만들기도 하는데, 1970년대 한국의 수출자유지역부터 최근의 경제자유구역이 그 예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수출자유지역에서는 아직도 노조 간부에 대한 납치 협박이 횡행할 정도로 노동권 파괴가 극심하다. 동유럽, 남미에도 비슷한 노동권 면제 지역들이 다수 존재하며, 초민족자본은 자신들의 입지 조건을 정부와 거래하며 각종 세금 혜택과 현금 지원을 받으며 노동 관련 기준을 대폭 낮추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초민족자본의 노동권 파괴에 맞선 싸움은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권을 방어하는 국제 노동자운동이다. 노동자 국제주의는 국제회의나 한날한시 캠페인과 같은 상징적 수준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운동이 국제적 수준의 노동권 문제를 이슈로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따라서 초국적 자본이 자신의 작업 현장에서 저지르는 노동 탄압을 국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자신의 노동권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분명히 노동자 국제주의를 한 단계 높여내는 일이다.

초민족자본의 구조조정 양상
: 비용 절감 또는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 재배치 그리고 노동탄압


세계자본주의는 정체된 기술 혁신 속에서 1960년대 중반 이후 이윤율 저하를 겪었고, 초민족자본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 개혁 속에서 이윤율 회복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였다. 그 결과 이들은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을 확대하며, 노동 착취와 투기에 대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 생산 네트워크를 만들어 냈다. 초국적 자본의 세계적 이동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외국인직접투자(FDI)액 변화를 보면 82년 세계총생산의 0.7%에 불과했던 외국인직접투자 출입 규모는 2008년 6%로 성장, 26년 만에 9배 가까이 커졌다. 이들은 이러한 국제적 이동을 통해 이윤율 회복도 어느 정도 달성하였다. 미국 초국적 기업의 예를 보면 초국적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는 산업 평균 이윤율과 비교하여 두 배 이상 높다.
초민족자본이 노동자들에 대해 압도적 힘의 우위를 갖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국제적으로 생산을 재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기업이 있는 국가의 노동자들에게는 해외 생산 확대를 근거로 노동조합 결성 또는 임단협에 위협을 가하고, 해외 자회사의 노동자와 지역사회에는 자본 철수 위협으로 저임금 노동탄압을 감내할 것을 주문한다. 몇몇 연구들은 초민족 자본의 실재 힘은 자본 축적의 세계적 이동보다는 노사 관계 및 지역 사회에 대한 자본의 협상력 우위가 핵심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노동비용 절감을 통한 초과이윤 획득
초민족자본은 이러한 우위를 이용하여 여러 수준에서 초과 이윤을 획득한다. 첫 번째는 노동 비용 절감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에서 이들은 충분하게 저임금 노동을 이용하며 더군다나 노동법에 대해서도 특혜를 누린다. 한국의 경제자유구역(FEZ), 아시아 및 남미의 수출가공구역(EPZ)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에서 초민족 자본은 정부의 각종 자금 혜택은 물론 노동법을 면제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2002년에 제정된 경제자유구역법은 구역 내 초민족 기업들에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의 일부 조항들을 무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는 노조활동 탄압,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지불 등에 대해 정부가 눈을 감는다. 유로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노동 비용 감소를 위해 동유럽 및 중국으로 많은 공장을 이전했는데 이들 기업은 단순히 임금 수준만이 아니라 노동법 관련 이슈, 정부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민족자본의 전략은 기존 노동자운동을 약화시키거나 배제하는 데도 뛰어나다. 서유럽에서 초민족자본들은 강력하게 집중화된 산별교섭을 분권화시키고, 때로는 산별 교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계속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다국적 은행들이 주도하여 은행산업별 협약을 종료시켜버렸고 코카콜라는 산별협약을 벗어나기 위해 기존 사업장을 버리고 무노조 사업장을 신규로 내었다. 벨기에에서 까르푸는 일정 규모 이하의 슈퍼마켓 체인은 산별협약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하여 매장의 규모를 줄였고, 독일에서 다임러는 금속산별협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 사업부서를 정보통신사업으로 업종 변경하여 분사하였다. 남미에서 역시 양상은 비슷하다.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브라질의 경우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은 강한 금속노조가 있는 에이비씨(ABC)공단 대신, 지자체와 친자본 어용노조가 노동조합을 관리하는 지역으로 신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이들 신규 공단 지역은 기존 금속노조 강세의 공단보다 임금은 40% 가까이 낮으며 노동시간은 10% 이상 길다.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초민족자본들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언론에도 몇 차례 소개된 미국계 파카 자본의 파카한일유압은 노동조합 파괴를 목적으로 파카한일유압의 생산 물량을 파카코리아라는 다른 계열사로 이전시켜 조합원들을 정리해고시켰고, 프랑스계 자동차 부품 회사인 포레시아의 포레시아배기시스템코리아 역시 용역 깡패를 동원하여 노동조합 파괴를 목적으로 조합 간부와 조합원들을 정리해고했다. 미국계 제지회사인 보워터의 한국지사인 보워터코리아는 노동조합과의 임단협을 일방 해지하고 노조간부를 사찰하며 노조파괴를 기도하였고, 미국계 엔지니어링 업체인 에스피엑스(SPX)의 한국지사인 SPX플로우테크놀로지는 어용노조를 설립하여 민주노조 설립 자체를 막고 있다.

유연한 생산조정을 통한 초과이윤 획득
다음으로는 경제 여건과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생산 조정이다. 초민족 자본은 국제적 경제 여건에 따라 공장 폐쇄와 이전을 자유롭게 감행한다. 2008~2009년 세계경제위기에서도 볼 수 있었던 초민족 자본의 국제적 이동은 경제 조건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과감하게 공장을 폐쇄하고,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곳에서는 현지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본사의 자원을 집중하여 공격적으로 인수 합병을 하고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본 철수 협박 및 신규 투자 등을 조건으로 노동자들에게 큰 양보를 얻어냄은 물론이다.
경제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생산이 감소하는 곳에서는 정리해고 공장폐쇄 등의 구조조정을 감행하며 동시에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도요타는 판매가 급감한 미국에서 2009년 8월, 4,700여 명이 근무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장을 폐쇄하고, 일본에서도 비정규직 5,000여 명을 계약해지하며 동시에 중국에서는 2013년까지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은 독일에서 16,500여 명의 임시직을 계약해지하고, 멕시코 공장에서 900여 임시직을 계약해지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에서 7조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현재 수준의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하는가 하면, 일본 자동차 기업인 스즈키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지엠은 판매가 급감한 유럽의 독일, 영국, 스페인, 벨기에 공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스웨덴에 있는 사브를 파산 상태로 방치하며, 중국에서는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설 것이라 발표하였다. 그리고 혼다, 닛산, 포드, 피아트 등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계획을 모두 가지고 있다.
최근 공장 폐쇄와 대규모 해고로 문제를 일으키는 캐리어 에어컨, 발레오공조 등의 한국에 진출한 초민족 자본들도 위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계 군수종합기업 유티씨(UTC)의 자회사인 캐리어 에어컨은 240명을 희망퇴직시키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40명을 정리해고시켰는데, 이는 유티씨 기업의 1만 8천여 명에 달하는 국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 군사용 헬리콥터와 비행기 엔진에서부터 엘리베이터,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유티씨는 경제 위기로 건설 경기 하락과 항공 운수 산업 침체로 관련 사업들(Carrier, Otis, Pratt&Whitney)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한국 공장을 비롯하여 동유럽의 여러 공장들에 대한 사실상의 폐쇄 조치들을 단행하고 있다. 물론 안정적 수익원이 확보된 군수 관련 사업들은 유지 또는 확장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프랑스계 자동차부품업체인 발레오의 발레오공조코리아는 아예 공장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인 발레오는 세계경제위기로 2008년 2억 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2009년 초부터 세계적으로 5,000여 명의 인력감축을 포함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었다. 프랑스 정부는 발레오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가 발레오를 다른 부품사와 인수합병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려 하자 국부펀드를 동원하여 발레오 주식을 획득, 프랑스 내 정리해고를 막고 대신 다른 국가의 공장을 줄일 것을 주문하였다. 그 결과 미국 텍사스 공장을 포함하여 한국, 동유럽의 공장들이 폐쇄 또는 생산 감축을 하게 되었다. 물론 앞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발레오 역시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을 위해서 막대한 자본을 동원하여 현지 기업들을 인수합병하였다.

어떻게 초민족자본과 맞서 싸울 것인가?
: 외투자본에 대한 노동권 강화 제도와 노동자운동의 전국적 산업적 단결이 필요


위와 같이 노동자운동 탄압, 국제적 정리해고를 밥 먹듯이 자행하며 국제적 수준에서 노동권 수준을 낮춘 초민족 자본은 유럽, 남미, 한국 등의 강한 노동자 운동을 상대로도 자본 철수 위협을 무기로 노동탄압과 구조조정을 상시로 감행해 왔다. 특히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장기간의 경제 위기를 대비한다는 명분을 하나 더 얻은 초민족자본은 거칠 것이 없이 노동자운동을 위협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운동은 초민족자본에 맞선 투쟁을 진행함에 있어 우선 초민족 자본에 대한 범시민적인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초민족자본 투자는 절대선이며,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난 수 십년 간의 정부의 선전은 환상일 뿐이다. 쌍용차에서부터, 지엠대우, 발레오공조, 위니아만도, 캐리어에어컨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초민적 자본은 국내 경제를 하청 생산 공장으로 변모시키며, 노동자들의 생존과 권리를 가장 크게 위협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는 자본 축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자본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과잉 자본이 금융적 투기로 이용되는 것이 문제다.

초민족자본 유치의 부정적 효과 인식
제임스 페트라스는 초민족 자본과 싸우는 첫 번째 방법은 자본 유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그는 이어 국내적 자본 동원보다 초민족 자본 유치가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며 경제적 효율성이나 정치적 효과에서도 대중적인 경제 발전과 노동권 강화의 동의 지반 속에서 정부가 전략적으로 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몇 가지 구체적 방안으로 금융 기관의 투기에 이용되는 연기금을 국가 전략적 투자에 사용하거나, 초민족자본들이 받은 면세, 금융 지원, 토지 무상사용 등의 혜택들을 반환하여 사용하는 것 등을 들고 있다. 그는 이러한 예들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베네수엘라에서는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을 상대로 위와 비슷한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차베스 정부는 지난 12월 초에 도요타를 비롯한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이 50년 이상 된 공장에서 투자는 방치한 채 하청 생산 및 수입 판매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정부가 공공 교통 수단으로 원하는 차량을 개발 판매하지 않을 시 도요타를 몰수하여 중국 기업들에 운영을 맡기겠다고 발표하였다. 더불어 이러한 정책은 지엠, 포드 등 다른 자동차 기업들에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과 친기업 언론들은 차베스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지만, 차베스 정부의 이런 비판과 몰수 압력은 사실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초민족 자본은 저임금 노동과 시장 진입을 위해 남미, 동유럽, 아시아 등에 많은 공장을 세우거나 기존 기업들은 인수했지만, 이들 현지 공장들은 대부분 하청 생산에 이용되며 국민 경제 차원에서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의 지엠, 포드, 도요타 공장들도 매년 4~5천 대 가량의 차량을 판매했지만 정작 현지 차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자본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대부분이 반조립품(KD)으로 수입되어 단순 조립만 하는 노동 집약적 공장에 불과하다. 이들 초민족자본의 공장들은 저임금 공장을 운영하며 국외에서 반조립으로 수입한 차량을 판매하여 큰돈을 오히려 본사로 가져가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차베스 정부는 이들 기업이 베네수엘라에서 번 돈으로 환전한 달러를 이용해서 국외에서 부품과 반조립품을 수입하는 것 역시 통제하고 있다. 차베스 정부는 이번 경제 위기를 계기로 석유 수출만이 아닌 제조업 분야의 산업적 발전 필요성을 체감하고 초민족 자본에 대한 통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이다.

노동권 보장에 대한 제도적 규제 방안 마련
둘째로 노동자운동은 단위 사업장에서 끈질긴 투쟁과 더불어 초민족 자본의 노동권 파괴에 관한 제도적 규제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초민족 자본에 맞서 싸우는 투쟁은 단위 사업장만의 투쟁으로는 성과를 얻기 쉽지 않다. 초민족 자본의 힘이 바로 일국 사업장에서 자유롭다는 것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시장과 연계가 강한 한국에서 베네수엘라 식의 몰수 정책을 바로 쓸 수는 없겠지만, 초민족 자본의 노동권 파괴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최소한의 대응을 중심으로 노동자운동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들은 필요하다.
우선 상식적인 차원에서 초민족 자본들의 고용에 관한 의무 혹은 패널티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5,000만원 이상의 투자와 주식 10% 이상 보유로 규정되는 외국인직접투자는 법인세, 지방세, 관세 등의 세금에서 큰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고용과 교육, 토지 임대, 설비 건설, 자본재 및 연구 시설 비용 등에 관해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는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원 이외에도 지방정부들의 투자 유치를 위한 무상 토지 임대, 주거 시설, 노무 관리 등에 대한 유무형의 지원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 비해 초민족 자본이 져야 할 의무는 추상적이거나 거의 없는 형편이다. 단적인 예로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외투기업이 20명 이상의 한국인을 고용하면 6개월까지 일 인당 1백만원의 고용 지원을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이후 이들을 해고해도 아무런 제재 조항이 없다. 예를 들면 아일랜드는 고용 지원금을 받은 사람을 해고할 경우 그 돈을 물어 내야 하는 조항이 있고, 실제로 2008년 경제 위기 시기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하여 초민족 기업들이 정부에 420만 유로를 지불해야 했다.
이들 초민족 자본이 노동권 관련 의무들을 엄격하게 준수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한데, 예를 들면 경제협력기구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의 준수를 실질적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은 초민족 기업의 노동권 파괴가 심각해짐에 따라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채택한 문서로 다국적 기업과 각국 정부가 준수해야 할 사항을 서술하고 있다. 물론 이는 제재 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선언적 공문구에 그칠 수도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노동자운동이 한국 정부에 초민족 자본의 노동권 파괴에 대한 제재를 수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면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서유럽 초민족 기업들이 반발하는 산별협상이나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한 입장은 가이드라인 4조 4항의 “진출국의 상응한 사용자가 준수하는 기준보다 불리하지 않은 고용 및 노사관계 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에 어긋난다. 또한 발레오공조가 취한 공장폐쇄 조치는 4조 6항의 “집단 정리해고를 수반하는 사업장의 폐쇄를 검토하는 경우 … 근로자 대표 및 적절한 정부 당국과 협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 노동자운동은 정부가 이러한 국제 협약들을 실질적으로 받아안아 특별 근로 감독 등을 통해 초민족기업의 노동권 탄압을 중지시킬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양자간 혹은 다자간 무역협정에서 초민족 기업의 노동권 준수 관련 조항을 강제하는 방안 역시 고려해볼 만하다. 철저히 자본의 재산권과 업종 간 수출입 비율로만 맺어지는 무역협정에서 노동권 관련 규제 조항들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들을 삽입하는 것이다. 현재의 자유무역협정은 국가 간 무역장벽을 철폐함으로써 초민족 기업이 사업장을 국가 간 이동하여 얻는 이득을 물리적 이동 없이 얻게 하는 효과를 가진다. 초민족 기업의 확장으로 기업 수준에서 이루어지던 자본 이동을 전 경제적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들이 우후죽순 발효된다면 초민족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바닥을 향한 경쟁’을 막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노동권 수준의 상향 조정을 협정에 함께 넣은 자유무역협정은 칠레-멕시코, 볼리비아-멕시코 등 주로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 맺어진 협정이 대표적이다. 이들 무역협정은 투자에 있어 노동권 표준을 하향시킬 수 없도록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조항들은 선진국의 노동조합이 무역협정으로 인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보호무역주의적 의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본의 국제적 이동은 기본적으로 노동권에 대한 하향 조정을 통한 초과 착취와 노동자 간 경쟁이 그 이윤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노동권의 하향 평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본철수에 대한 대처방안 마련
세 번째로 2009년 경제 위기에서 볼 수 있었던 자본 철수에 대한 대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 위기가 심화할수록 자본 철수라는 초민족 자본의 선택 역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자본 철수라는 극단적 상황 이전에 이들 초민족 자본의 자본 유출입을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엠대우의 2008년 대규모 손실에서 볼 수 있었듯이 초민족 자본은 그것이 제조업 기업이든 아니든 다양한 금융 투기 기법을 이용하여 해당 국가에서 생산한 부를 외부로 이전시킨다. 또한 헐값에 기업을 인수하여 하청공장으로 이용할만큼 이용하다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자본 철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초민족 기업의 인수 합병에 대한 심사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정부 기관들은 이들의 영업이익에 대한 사용 및 국외 이동에 관해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정부가 각종 금융 지원을 통해 인수 합병과 매각을 오히려 확대하는 것은 결국 더 많은 자본 철수 상황을 만들어 낼 뿐이다. 자본 이동의 자유라는 이유로 초민족자본의 자본 이동을 방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 경제 손실을 가져온다. 자본 철수가 이루어져 기업이 부도나는 경우에 기존 정부 지원금을 받아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초민족 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는데, 이들이 철수할 경우 이러한 지원은 모조리 국민 경제에 대한 아무런 대가 없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꼴이 된다. 따라서 자본 철수를 염두해 둔 외국인투자에 관한 감시 체계가 필요하며, 자본 철수의 조짐이 보일 시 과감히 지원금을 포함한 초민족 자본이 누린 혜택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자금을 통해 국민 경제 차원에서 육성해야 하는 산업은 국유화를 통해서라도 고용과 생산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총연맹과 산별노조로의 단결과 투쟁을 통한 전국적, 산업적 협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떠한 제도라도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 정부가 아닌 이상 언제나 자본가 편인 정권이 초민족 자본에 대해 여러 규제들을 제대로 만들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운동을 통한 노동권의 방어기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그것을 제도로 만들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 단결에 입각한 산별노조 건설, 정부와 총자본을 상대할 수 있는 민주노총의 강화를 통해 가능하다. 대규모 노동조합 투쟁을 통해 전국적 협약과 산별 협약을 쟁취한 서유럽의 노조들은 미약하게나마 자본의 생산 설비 이동과 관련한 제약들을 협약으로 두고 있다. 한국은 현재 이러한 협약은 고사하고 노동조합 자체를 말살하기 위한 노조법 개악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조합의 단결과 강화에서부터 모든 문제 해결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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