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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7-8.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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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위기에 대한 전망

류주형 | 정책위원장
최근 미국의 생산·소비·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의 경기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6월 7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분명히 ‘역풍’을 맞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같은 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 버냉키도 “지속적으로 고용창출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까지는 진정한 의미에서 경기회복이 이뤄졌다고 간주할 수 없다”며 상황 악화를 시인했다. 그 다음 날 발표된 연준 베이지북도 뉴욕,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시카고 4개 주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대통령과 연준 의장의 발언은 미국의 재정위기 논란이 고조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정위기 논란은 미국 정부와 연준의 비상위급대책, 즉 완화적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이 일정한 한계에 봉착했음을 함의한다. 그렇지만 경기둔화가 시작된 마당에 출구전략, 즉 긴축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복귀할 수도 없다. 이는 미국 경제가 처한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둔화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미국 정부 당국과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경기둔화가 유가 등 상품가격 상승, 동일본 지진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므로 하반기 이후에는 미국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위험 요소를 상당 부분 간과한다.
이 글은 향후 미국 경제의 향방을 전망하기 위해, 우선 미국의 금융위기 대응이 위기를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동시에 어떻게 더 큰 위기를 예고하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미국의 이중적자, 즉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메커니즘과 그 영향을 분석한다. 끝으로 미국 경제의 이윤율 추세를 검토하면서 미국 경제의 중장기 향방을 분석한다.


구제금융과 수량완화 정책

2007년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MBS) 위기로부터 촉발된 유동성위기는 2008년 증권회사의 건전성위기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증권회사의 위기는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왑(CDS)을 매개로 은행과 보험회사의 위기로 파급되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은행이 파산하고 증시가 붕괴함으로써 경기침체가 대불황으로 심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과 수량완화 정책을 구사했다.
우선 2008년 10월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은행의 부도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은행의 증자에 참여하는 7천억 달러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을 수립했다. 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보험의 한도를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인상했다. 이어서 미 의회는 2009년 2월 7,820억 달러의 미국재건재투자법(ARRA)을 통과시켰다. 재정적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이 법의 핵심은 가계에 대한 감세와 교육, 보건의료, 사회안전망과 관련된 이전지출에 있다. 감세와 이전지출 같은 재정완화 정책을 통해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정리해고자의 증가나 자영업자의 몰락 같은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위기의 효과를 완화시키려는 목표였다.
재무부의 구제금융과 거의 동시에 미 연준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완화와 수량완화로 이뤄지는 통화완화 정책을 구사했다. 가격완화 정책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다. 2007년 8월 신용위기가 시작될 당시 5.25%이던 연방기금금리는 2008년 말 0에서 0.25%까지 인하되었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는 불가능하므로 연준은 구제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본원통화인 달러를 신규로 발행하는 수량완화 정책을 병행했다.
정부와 연준의 비상 대응에 힘입어 2009년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는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구제금융과 수량완화 정책의 결과, 정부 부채가 급증하고 연준 대차대조표가 비정상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1]에는 1-2차 수량완화의 결과가 연준의 자산 구성에 끼친 영향이 나타나 있다. 금융위기 이전 연준 보유 증권의 약 90%는 국채였으나, 현재는 보유 증권의 약 40%가 주택담보부증권 등 주택 관련 증권이며 국채 비중은 약 60%로 축소된 것이 관찰된다. 수량완화 정책의 결과로, 연준의 부채인 달러는 급증한 반면 그 자산인 재무부증권의 비중이 하락하고 대신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기업이나 가계가 보유하던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이 연준 자산의 상당부분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는 주택담보부증권과 관련된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의 부도위험을 민간 수준에서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 결국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달러와 교환해줌으로써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그 결과 부실화된 민간의 자산이 연준의 자산으로 전환되었다.
참고로, 2010년 12월 연준이 공개한 2007-10년간 긴급 유동성지원프로그램의 세부내역에 따르면 유동성지원프로그램의 규모는 당초 알려진 2조 달러를 크게 상회한 3조 3천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원 대상에는 미국 내 금융회사 및 주요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금융시장과 연계성이 높은 외국계 은행들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재무부와 연준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은행위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은행들은 금융위기 시 발생한 자산 부실을 어느 정도 해결해서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부실위험이 높은 악성 자산을 상당 수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기재되어 있으나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 않는 미실현손실로 인해 순이익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순이익이 과대평가되는 이유로는 미국 금융회계표준위원회(FASB)가 2009년 완화한 시가평가 회계처리 규정의 변경이 꼽히고 있다.
실제로 2010년 들어서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예금 보증을 받는 상업은행과 저축은행 중 자본 수준이 낮은 부실은행(problem bank)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파산한 상업은행 및 저축은행 숫자도 157개에 달해 199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정상적인 부채 비중과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실행하면 ‘더블 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연준 의장 버냉키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으며 따라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계속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재정 감축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장기적 계획은 필요하지만 지출삭감을 서두를 경우 경기회복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출구전략이 마냥 늦어져도 문제인데, 비정상적인 부채 비중과 연준 대차대조표로 인해 재정위기와 달러위기가 발생하면서 역시 ‘더블 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미국 정부와 연준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재정적자

그럼 이제 미국의 재정위기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자.
미국의 재정수지는 2001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는데, 2007년 위기 이후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수지는 2008년 -6.3%, 2009년 -11.3%, 2010년 -10.6%, 2011년 -10.1%를 기록할 전망이다([그림 3] 참조). 재정수지가 악화된 것은 경기침체로 세입이 줄어든 반면(2007-10년간 2.7% 감소), 세출이 급증(2007-10년간 19.4% 증가)한 탓이다. [그림 4]는 1970년대 이후 세입과 세출의 장기 추세를 보여준다. 세입과 세출의 장기 평균치가 각각 GDP 대비 18%, 20.8%인데, 이번 위기 시에는 최대 15%와 25%로 격차가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적자재정, 즉 재정완화 정책과 구제금융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정부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2008년 71%, 2009년 84%, 2010년 94%, 2011년 101%, 2012년 107%로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 부채가 급증하면서 민간보유액, 그중 외국인보유액도 증가하고 있다([그림 5] 참조). 재무부증권(장기) 기준으로, 외국인보유액은 2008년 2조 2천억 달러, 2009년 2조 6천억 달러, 2010년 3조 3천억 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그 비율도 각각 61%, 57%, 53%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 상한선은 14조 2,940억 달러로 책정되어 있는데, 5월 말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법정 한도를 이미 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림 6] 참조). 정부 부채가 상한선을 넘으면 재무부는 연방정부 운영 자금을 더 이상 빌릴 수 없게 되고, 기존 채무의 만기 연장은 물론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없게 돼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재정수지 악화의 결과로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기도 했다.
현재 미 의회는 정부 부채 상한선을 2조 4천억 달러, 즉 예산이 2012년까지 유지되는 데 필요한 추가 부채만큼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백악관과 의회는 재부무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한 수단이 소진되는 시한인 8월 2일까지 정부 부채 상한선 증액에 합의해야 한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은 ‘재정지출 삭감없이 정부 부채 한도를 인상’하는 정부 방안을 지난 5월 말에 부결시킨 바 있다.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이 증세 없이 급격한 재정지출 삭감을 추진하기 위한 정략으로 부채의 법적 한도 인상을 활용한다고 반비판한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고령화와 건강보험비용 등으로 인해 현재의 재정정책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즉, 연방정부 세출을 역대 평균치인 GDP 20% 수준에서 유지하려면 사회보장, 메디케어(노인 대상 공공의료보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공공의료보험) 등 정부 지출을 과감히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을 지원하기 위한 연방정부 교부금도 2009회계연도 5천 4백억 달러, 2010회계연도 6천억 달러, 2011회계연도 6천 3백 달러로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2012회계연도는 다소 줄어든 5천 8백억 달러로 편성했다.
재정위기 논란과 관련하여 최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IIE)는 미국의 정부 부채가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향후 25년 뒤 2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림 7] 참조). 그에 따라 부채 이자 지불 비용만 GDP의 1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8] 참조). 이들은 재정위기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부채 비율 수준이 미리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니며, 각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얼마든지 급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오히려 현재 심각한 재정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유럽보다 미국과 일본의 재정상황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은 재정적자를 감축할 장기적 계획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와 관련된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아직까지 경기회복이 미약하기 때문에 올해나 내년 중 재정삭감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향후 부채 삭감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입법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건전성이 의문에 빠지고 이자율이 급상승하게 되면 재정위기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의 정치적 함의는 긴축, 즉 공공부문과 복지에 대한 공격이다.
반대로 레비경제연구소는 미국의 부채는 지속가능하고 따라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 적자재정이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그림 9]와 [그림 10]에 나타나듯이, 이자율과 경제성장률이 각각 1%, 3%에서 유지될 경우 부채 비율의 증가율이 감속하거나 부채 비율 자체가 감소하여 적자재정이 유지 가능하다고 추계한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의 위기는 단순히 금융부문에 가해진 일시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충격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이 지난 20여 년간 불균형 성장 경로를 걸어온 불가피한 귀결이다. 따라서 실업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관건인데,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규모 재정적자가 필요하다. 이들은 미래 세대에게는 실업률이 계속해서 10%를 넘는 것보다 공공 부채가 증가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재정적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정적자는 반드시 민간흑자로 보전되므로 차세대는 현세대가 유산으로 증여한 민간흑자로 국채원리금을 상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정적자가 반드시 민간흑자로 보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게다가 경제성장률과 자본성장률이 이윤율과 이자율보다 큰 성장기에는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국채 발행이 지속가능한 반면, 경제성장률과 자본성장률이 이자율과 이윤율보다 작은 불황기에는 국채 발행이 지속가능하려면 재정흑자가 불가피하다.
케인즈주의는 경제위기의 구조적 성격을 부인하므로 재정정책과 같은 경제정책을 통해 위기를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적자에 기초한 수요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경제위기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비생산적 정부지출의 증가는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결국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재정위기를 빌미로 긴축을 주장하는 세력들에 반해 적자재정을 확대하자는 케인즈주의는 정치적으로 올바를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오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미국의 재정상황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국채는 안전 자산으로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될 경우 해외투자자들이 미국의 국채를 낮은 이자율로 무한정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재정적자 확대와 장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국채 이자율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효과를 약화시키고 주택경기 회복세를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향후 미국이 재차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이러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미국이 재정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역적자와 세계적 불균형

재정상황 악화와 함께 무역적자가 누증하면서 미국 경제의 거시적 불균형 궤적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정적자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무역적자도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금융위기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2009년 일시적으로 규모가 축소되었으나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되면서 2010년 들어 다시 적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무역적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대국은 중국이다. 미국의 대중적자는 전체 무역적자의 확대 추세에 동반하여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그림 11] 참조). 중국의 경우 2011년 1/4분기 전체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미 무역흑자는 확대추세를 지속하고 있다(전년 동기 대비 +12.2%).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외환보유고에 반영된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중국은 3조 450만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으며 이 중 3분의2가 달러표시 자산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6월 기준 중국의 미국 재부무증권(장기) 보유량은 1조 1천억 달러를 상회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2,680억 달러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림 12]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6개국이 보유하는 재무부증권이 2008-2010년간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0년 현재 이들 6개국이 보유한 미국 재무부증권은 총 2조 1,350억 달러로, 전체 발행액의 34%, 외국인 보유액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하게 형성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강력한 금융적 자율성의 상징이기보다는 중국이 미국 경제의 운명에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의존성의 지표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성장은 대미 수출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다시 미국의 재무부증권에 투자하는 형태로 환류되지 않을 수 없는 메커니즘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성장은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축적체제의 등장이라기보다는 미국 헤게모니 하에 형성된 축적구조의 최종적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출달러환류 메커니즘, 즉 무역적자와 대미투자의 결과로 발생하는 미국의 대외부채는 국내부채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그림 13] 참조). 미국의 과소비가 무역적자와 자본수입 확대의 원인이 되고 이것이 다시 미국 국내 생산의 위축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금융위기 이후에는 해외가 국채(재무부증권)를 대거 매입하면서 정부 부채가 증가하였다. 이처럼 미국이 이중적자, 즉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해외로부터 막대한 자본을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헤게모니, 즉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지닌 국제적 지위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이중적자가 심화되면서 달러 발권이익이 소멸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중적자, 나아가 달러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최대의 무역흑자국인 중국에 대해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선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중국의 무역흑자가 줄어드는 반면 미국의 무역적자도 줄어들 것이다. 동시에 위안화로 표시되는 미국의 대외자산 가치는 상승하고 달러로 표시되는 미국의 대외부채(즉 중국의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증권)의 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순자본소득의 적자도 축소 가능하다. 이는 결국 환율 조작을 통해 자국의 부채를 해외의 부담으로 이전, 탕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중적자와 수출달러환류 메커니즘을 유지하려는 것이 미국의 환율정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G2)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중 양국은 지난 5월 9-10일, 전략 및 경제 대화(G2)를 개최하여 △거시경제협력 강화 △무역과 투자의 균형 발전 △금융부문 협력 강화 △지역 및 국제경제 협력 등 4대 포괄적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위안화의 절상에 대해서는 양국이 인식을 같이 하였으나 절상 속도에서는 여전히 입장차를 보였다. 미국은 중국이 보다 유연한 환율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중국은 위안화 환율제도를 보다 시장지향적으로 개혁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당장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쌍방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이 구상 중인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신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동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한미자유무역협정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환태평양경제파트너십(TPP)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구체화하려고 한다. 동시에 ‘잠재적 적국’으로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현재 달러를 본위로 하는 국제통화체제는 이미 시작부터 구조적 결함을 내포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달러를 전 세계에 공급해야 하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미국의 대외부채 확대로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저하한다(유동성과 신뢰성 사이의 딜레마). 반면 미국이 대외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하면 통화 공급이 줄어들어 교역위축과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증대한다. 또한 무역흑자 신흥국의 경우 과도한 외환보유액 확충 유인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과다한 외환보유액은 해당국의 통화관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외환보유액이 미 국채에 다시 투자되면서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 유도, 자산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장차 국제 환율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래 [그림 14]과 [표 1]에서 보듯이 달러는 2000년대 이후 그 비중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단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손꼽혔던 유로만 하더라도 최근 유럽연합 재정위기로 그 신뢰성이 크게 추락하고 있다. 이처럼 달러를 대체할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달러의 신뢰성 위기는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안전 선호로 이어져 달러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중적자가 심화하고 그에 따라 추세적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지금 국면은 달러 본위 체제의 모순이 응축되는 상황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당장 달러 위기가 가시화되지는 않겠지만, 향후 미국 경제의 부침에 따라 달러가치가 급변하고 이에 따라 국제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잠재한다.


이윤율 하락

지금까지 미국 경제의 대내외 불균형과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소들을 검토하였다. 이번 절에서는 미국 경제의 중장기 향방을 전망하기 위한 핵심적 변수로서 이윤율의 운동을 검토한다. 주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의 최근 연구를 검토하면서 미국 경제의 이윤율 추세를 분석해보자.

모즐리에 따르면, 이번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2차 대전 이후 최근 수십 년에 걸친 이윤율의 하락이다. 1950년에서 1970년대 중반 사이 이윤율은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러자 이윤율 하락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났는데, △실질임금 삭감과 해고 △복지 축소 △노동강도 강화와 구조조정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이 그것이다. 그 결과 이윤율은 1981-82년 저점에 도달한 뒤 1997년에 1969년 수준을 회복했다. 그리고 2001년에 1973년 수준으로 떨어진 뒤 다시 강한 반등세를 보여 2006년에 1968년 수준으로 상승했다([그림 15] 참조). 이윤율이 회복되었지만 기업의 고배당, 금융적 투자, 해외투자 등으로 인해 이윤이 투자 증진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고이윤 및 저투자의 결과, 금융자본의 기금이 대폭 증가한 반면 비금융기업의 대출은 감소하자 금융자본은 가계대출을 늘렸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바로 저소득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었다. 금융혁신을 통한 파생금융상품의 구조화 덕분에 부도위험이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확산될 수 있었는데, 결국 2006년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융위기로 확산된 것이다.

샤이크에 따르면, 전후 35년간 이윤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하지만 그 후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된다([그림 16] 참조).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 전환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샤이크는 1980년대 초 이후 실질임금 성장률이 상당히 하락하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노동생산성 상승에 비례해서 임금률이 상승하지 않고 두 궤적이 괴리된 결과, 이윤분배율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이윤율 하락 추세가 안정화되었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기업이윤율, 즉 이윤율과 이자율의 차가 자본축적의 동인이라고 간주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1980년대 이후 대호황은 이자율이 대폭 낮아진 데 따른 결과다. 그런데 이자율 하락은 대출을 급격히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실질임금 증가율이 둔화한 가계의 부채가 급증했다.

카르케디에 따르면, 1948년 이후 장기에 걸쳐 평균이윤율 하락 추세와 자본의 유기적 구성(c/v)의 장기적 상승 추세가 관찰된다. 이를 두 시기로 구분하면, 1948-86년은 이윤율 하락기, 1986-2009년은 상승기라 할 수 있다. 평균이윤율은 1950년 22%로 정점에 도달한 뒤 1986년 3%로 저점에 도달한다. 다시 2006년 14%까지 상승했다가 2009년 5%로 거의 수직에 가깝게 하락한다([그림 17] 참조).

뒤메닐과 레비는 이번 위기에서 금융 메커니즘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금융위기는 아니라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분석에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번 위기의 원인을 ‘이윤의 과잉’에서 찾는 과소소비설을 비판하는 동시에 ‘이윤의 부족’에서 찾는 이윤율하락설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윤에서 세금·이자·배당을 지불한 후의 이윤율, 즉 유보이윤율 궤도가 그 수준 및 변동 모두에서 자본축적률 궤도와 상응한다는 데 주목하면서 [그림 17]과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이윤율 운동을 추계한다. (실선은 마르크스가 말한 이윤율의 궤도이고, 제일 위의 점선부터 차례로 ‘생산 관련 세후 이윤율’, ‘세후 이윤율’, ‘세금, 이자 지불 후 이윤율’, ‘세금, 이자, 배당 지불 후 이윤율’ 궤도이다.) 결론적으로 뒤메닐과 레비는 미국의 이윤율이 1980년대 이후 장기 상승하는 추세라고 해석하면서 최근의 단기적 이윤율 하락은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뒤메닐과 레비는 현재 위기가 이윤율 하락에 따른 위기가 아니라 금융 헤게모니의 위기 또는 미국 헤게모니 하 신자유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19세기 말 이후 네 번의 구조적 위기 중에서 1890년대와 1970년대 위기는 이윤율 하락에 의한 위기로, 1930년대 대불황과 현재의 위기는 이윤율이 회복세에 있으므로 금융 헤게모니의 위기로 해석한다. 그리고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 이후 다극 체제 또는 미국과 동아시아의 양극 체제를 전망한다. 이들은 관리자계급과 인민계급과의 연합, 즉 중도좌파와 좌파의 연합에 의한 ‘새로운 뉴딜’과 다극 체제에 적합한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즉 ‘새로운 브레튼우즈’ 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윤율의 운동에 관한 통계적 분석만으로는 이윤율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원인들 중 어떤 것이 구조적 원인인지 판별할 수 없고, 또 이윤율 하락의 구조적 추세와 반작용 요인을 구별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1965년 이후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과 1980년대 이후 금융세계화에 따라 이윤율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반경향을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 향후 이윤율의 궤도를 예상하기 위해서도 이윤율 운동의 구조적 원인과 추세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윤소영은 이윤율의 현실궤도와 구별되는 이론궤도를 설정한다. 그리고 뒤메닐·레비와 모즐리의 이윤율 추계를 바탕으로 이윤율 운동의 기준점(benchmark)을 제시하고 그 추세를 해석한다. 이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이윤율은 1965년 고점 이후 장기 하락 추세에 있다. 이윤율은 1981-1982년 저점에 달한 뒤 1997년까지 상승하지만, 그러나 1997년 이후에는 1969-1970년 수준과 1974-1975년 수준에서 하락과 상승을 반복한다. 1969-1970년 수준은 대불황으로 진입하기 직전을 의미하고, 1974-1975년 수준은 대불황의 개시를 의미한다([그림 19] 참조).
이에 따르면 2007-2009년 금융위기의 장기적 원인은 1970년대 이후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 추세다. 중기적 원인은 1970년대의 ‘징후적 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한 금융세계화와 이중적자다. 이에 따라 1990년대와 2000년대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이 얼마간 회복되면서 ‘대완화’가 발생하지만, 결국 금융세계화가 낳은 금융혁신과 신용의 증권화가 이번 금융위기의 단기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대응은 인수합병과 겸업화, 즉 금융해방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게다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적 금융뿐만 아니라 공적 금융의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재차 위기에 빠질 경우, 그 충격은 1930년대 대불황을 능가할 수 있다.

미국 노동부와 노동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2007-2009년 금융위기는 전후 발생한 경기침체 중 최대·최장의 고용 충격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발생 시점 이후 3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용 수준은 저점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금융위기의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경기둔화에 접어들었다. 지금 시점에서 경기둔화의 강도와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미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위험이 더욱 큰 위기로 심화할 가능성에 새삼 주의를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이중적자와 달러 발권이익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고 이윤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불황기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노동자운동이 수세에 처하면서 넓은 의미의 케인즈주의적 해법이 좌파적 대안을 대표하는데, 이는 불황기, 특히 재정위기 상황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운동은 경제위기 시기의 패배적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자신의 토대를 강화하고 경제위기에 대한 정치적 대안을 급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자신의 헤게모니 약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구상 중인 동아시아 전략을 감안할 때, 노동자운동과 평화주의의 결합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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