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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7-8.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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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운동이 첫 걸음을 떼다!

기후정의연대 출범 의의와 과제

구준모 | 정책위원
5월 25일 21개 단체로 구성된 기후정의연대가 출범했다. 기후정의연대에는 환경운동단체뿐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전농과 같은 대중조직, 세 개의 진보정당, 사회진보연대와 다함께 등이 함께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운동의 기치로 ‘기후정의’를 내걸고, 운동의 방향을 보다 명확히 천명했다. 기후정의운동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기후정의가 무엇인지, 기후정의연대 출범의 의의와 과제는 무엇인지를 차례대로 살펴보자.


국제적인 기후정의운동의 형성

기후정의운동은 국제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새로운 운동이다. 기후정의라는 개념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민중회의에서 기후정의 원칙이 채택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 기후정의는 미국에서 발전한 환경정의를 차용한 개념에 가까웠다. 인권과 계급의 관점에서 기후정의를 언급하고 있지만, 사회구조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공평한 책임과 공정한 해결방식을 요구하는 데 멈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정의운동은 2000년대를 거치면서 발전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회의로, 여기서 탄소거래제도를 반대하는 선언을 이끌어냈다. 이 회의에는 환경운동가와 인권운동가가 주로 참여했던 이전과는 달리 반신자유주의 운동, 대안세계화운동 세력이 결집했다고 한다. 이들은 탄소거래제도에 우호적이었던 기존의 거대 환경운동단체와는 다른 입장을 천명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접근을 근본적으로 반대했다. 또한 기후변화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사회체제의 문제라는 점, 따라서 진정한 해결책은 사회체제를 바꾸는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기후정의운동은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지금 기후정의를!’(Climate Justice Now!)이라는 국제적인 연대체가 결성되면서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환경운동, 급진적 기후에너지운동, 대안세계화운동, 토착민운동과 농민운동 등이 참가했다. 북반부와 남반부, 대안세계화운동과 기후운동, 정책연구소와 대중운동 등, 각 방면의 대표적 운동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민중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들은 “환경과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다른 대안과 실천이 필요”하고, 지금 당장 급진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후정의운동의 흐름은 유엔의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더욱 확산되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6)는 2012년에 끝나는 교토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한 데드라인이었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 차이와 기업의 로비로 인해 의미있는 합의를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 각국 정부가 참여하는 국제협상에 대한 환멸과 비판은 거세졌고, 상대적으로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거대 환경단체들은 회의 개입과 각국 정부에 대한 로비를 주요 운동수단으로 삼던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를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이러한 활동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확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회의기간 중에 열린 민중행진에는 10만여 명이 참가했다. 기후정의운동 단체들이 시위를 주도하면서, 기후정의가 여기에 모인 많은 활동가와 운동단체에 각인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확산된 기후정의운동은 201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열린 기후변화 민중총회(이하 코차밤바 회의)를 통해서 결집하게 되었다. 코차밤바 회의는 유엔의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실패로 끝난 후,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이 대안적인 전세계 사회운동의 총회를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2010년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진행된 회의에는 비아캄페시아, 지금 기후정의를!, 기후정의행동(유럽의 기후정의운동 연대체) 등 전세계 241개 단체가 참여 및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125개국 2만 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과 다함께가 참가했다. 이들은 17개의 주제로 나뉜 세부회의를 진행하고 총회를 통해서 이를 취합했다. 세부회의에는 △기후변화의 구조적원인 △기후이주민(난민) △기후부채 △탄소시장의 위험성 △행동전략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총회에서 채택된 민중협정(이후 코차밤바 선언)은 국제적인 기후정의운동의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정의란 무엇인가?

즉 기후정의운동은 2000년대 동안 기후변화의 계급적 성격에 대한 인식, 탄소거래제도의 기만성에 대한 폭로,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모색 과정에서 점차 발전해왔다. 이러한 현실과의 대결 과정에서 기후정의 개념도 보다 정교화되고 구체화되었다. 코차밤바 선언을 소개하며 기후정의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기후변화의 구조적 원인: 자본주의
기후정의는 기후변화 문제의 원인이 자본주의 체제 자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후변화에 관한 인도주의적 접근이나 윤리적 접근과 기후정의가 분명히 다른 점이다.
기후변화 문제의 책임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 선진국과 기업에게 있다는 점은 이제 상식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다. 반면 기후변화의 피해는 대응능력, 즉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도가 제한되어 있는 빈곤국과 피지배 민중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도 빈곤국에 대한 지원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산업혁명 전에 280ppm을 유지하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는 390ppm에 달한다는 점, 산업혁명 후 200년 동안 에너지 소비량이 40배가량 증가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인간의 산업활동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난 200년 동안 우리의 산업활동을 지배한 것은 바로 자본주의였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기를 강요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동력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였다.
코차밤바 선언은 기후변화의 구조적 원인으로 자본주의를 명시적으로 지적하며,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선진국과 기업이 자본주의 체제라는 원인”을 성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본주의를 “지구를 식민지화하는 제국주의 체제”로 비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는 “자본주의, 약탈, 죽음의 길로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자연과의 조화와 생명에 대한 존중의 길을 택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책임에 대한 비판: 기후부채
현재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체제는 자본주의 국제질서와 계급 역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850년부터 2000년까지 온실가스의 누적배출량을 국가별로 따져보면 전세계 배출량 중 미국이 29.3%, EU가 26.5%, 러시아가 8.1%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중에 미국과 유럽이 배출한 것이 2/3가량이나 된다. 반면 이들이 세계인구 중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4.7%, EU가 7.3%, 러시아가 2.3%에 불과하다. 현재 1인당 배출량으로 보았을 때도 미국인(연간 17.6톤)은 아프리카의 차드인(연간 0.028톤)보다 630배 정도의 온실가스를 더 배출한다. 기후변화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누가 봐도 명백한 것이다.
따라서 기후정의운동은 선진국이 빈곤국에게 ‘기후부채’를 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이 빈곤국을 원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이 빈곤국에 지고 있는 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부채 개념은 현재 유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펀드 조성이 얼마나 기만적인 일인지를 잘 드러내준다. 작년 칸쿤에서 열린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7)에서는 빈곤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의 기후펀드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금액은 매우 미미할 뿐만 아니라 강제력이 없다. 더군다나 펀드의 운영이 신자유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는 세계은행에 맡겨져 있다. 기후펀드가 최빈국 민중들에게 필요한 데 쓰이기보다는 자본과 지배 엘리트에 의해 전용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기후변화의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하라는 것이고, 나아가 빈곤국에게 서구와 같은 자본주의 발전경로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반면 기후정의운동이 요구하는 기후부채는 자본주의의 발전주의를 반성하고 비판하는 논리이며, 제3세계와 민중을 착취해 얻어낸 이득을 뱉어내라는 요구다.
코차밤바 선언은 이러한 문제를 분명히 지적한다. “선진국은 기후부채를 책임지고 인정해야 한다.” “경제적 배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뿐만 아니라 지구와 모든 생물에게 순수한 복원을 의미하는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 또한 코차밤바 선언은 “선진국의 역사적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유발된 영향을 감내하라는 기후변화 적응 개념을 거절한다. 이런 적응 개념은 그들 스스로 전지구적 위급상황에 직면하게 만든 생활과 소비 방식을 정당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해결책에 대한 반대: 탄소시장
기후정의운동은 무엇보다 기후변화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자본과 지배 엘리트들의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2004년 더반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된 탄소시장에 대한 반대는 이제 전세계 기후정의운동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탄소시장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법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통속적인 현실 변호론에 불과하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안을 결정지은 교토체제에서 탄소시장은 온실가스 감축의 ‘유연한’ 수단으로 인정되었다. 이에 따라 배출권거래제도와 상쇄제도가 설계되었고 수년 만에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탄소시장은 전 인류와 지구의 공유자원인 대기를 사유화한다는 점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과 거대기업이 배타적 이득을 누리는 제도라는 점 △제3세계를 온실가스의 쓰레기 유치장으로 활용한다는 점 △거품이 형성되는 투기적인 금융시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왔다.
코차밤바 선언은 “탄소시장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을 이끌지 못하고,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다”고 분명히 비판한다. 또한 시장메커니즘을 이용한 온실가스 감축이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1990년에서 2007년 사이에 선진국의 온실가스배출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안: 체제전환과 대중운동
탄소시장을 비판하는 문제제기는 거부하고, 기업과 선진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기후정의운동은 무조건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당한 방법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한 방식이 가장 정의로울 뿐만 아니라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기후정의운동은 기후변화의 대안이 체제를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자본주의를 인정한 상태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체제전환이 한 번의 급진적인 선언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후정의운동은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여러 운동의 연합이다. 특히 농민운동, 토착민운동, 진보적인 환경운동이 이 과정에 함께 하고 있고, 급진적인 좌파운동 역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기후정의운동이 발전하고 확산된 역사 속에서 확인된다.
또한 기후정의운동은 기후변화가 각국 정부나 기업의 의제가 아니라 민중적 의제라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기후변화가 탈계급적, 무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문제라면, 피해 대중에 주목하고 이들을 운동의 주체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국제회의에 개입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국가와 기업에 로비하는 것을 중심으로 활동한 기존의 기후운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입각한 것이다.
코차밤바 선언은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한 새로운 체제의 원칙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한다. △상호 간의 균형과 조화 △연대, 평등 △기본필요의 충족 △자연과 인간의 조화 △식민주의, 제국주의의 제거 △인류와 지구 사이의 평화. 나아가 농민, 토착민의 권리를 강조하고 유엔 당사국총회의 실패를 꼬집고 있다.


기후정의연대 출범 의의와 과제

막 출범한 한국의 기후정의연대 역시 기후정의를 기치로 내건 국제적인 운동의 조류와 함께하고 있다. 기후정의연대의 출범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첫째, 한국 기후운동의 진일보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기후운동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매년 연말에 있는 유엔 기후변화총회 참가단 활동이다. 거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참가단을 꾸리고 현지에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활동과 이를 국내 언론에 알리는 일을 주로 했다. 다른 하나는 개인의 일상생활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 활동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거나, 냉난방 온도를 조절하자거나, 탄소 마일리지를 계산해보자는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국제회의 참가는 활동가 개인의 경험으로 머무는 경향이 있었으며, 생활개선 캠페인은 초점을 잃은 도덕적 호소에 머무르곤 했다. 기후정의연대의 활동은 기후변화가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환경운동의 탈정치 탈계급적 성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데에는 국제적인 기후운동의 급진화, 민중운동 진영의 결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후정의연대에는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노동자, 농민, 진보정당, 급진적 사회운동 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을 잘 활용한다면 소수 활동가의 업무에 머물고 있던 기후운동이 대중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참가는 매우 고무적인데, 국제적인 기후정의운동에서도 농민이나 지역운동에 비해 노동자 조직의 적극적 참가는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 출범한 연대운동이기 때문에 기후정의연대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기후정의에 대한 교육과 토론이 필요하다. 아직 한국 사회에 기후정의는 생소한 개념이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활동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기후정의를 내걸고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알리고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우선 운동진영 내에서 좀 더 넓은 참여를 이끌 필요가 있다. 기후정의를 소개하는 소책자 발간, 공동 교안 마련이 필요하다. 나아가 기후정의연대에 참가하고 있는 노동조합·농민운동·진보정당·사회단체·환경운동의 활동가들이 기후정의에 관해 상호교육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도 필요하다.
또한, 대중적인 운동으로 기후정의운동을 확장해야 한다. 기후정의연대는 출범과정에서 배출권거래제도 반대와 2012년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유치 반대를 밝혔다. 서너 차례의 토론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탄소세, 목표관리제도를 검토했다. 적극적인 토론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는 대중적인 운동으로서 기후정의운동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후정의운동은 보다 급진적인 정책운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사회운동의 일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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